새사연의 [잇:북]2012.07.31 11:22

2012 / 07 / 3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테마북]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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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경제 자유화인가 경제 민주화인가.

2장. 재벌개혁 없는 경제 민주화는 가능한가.

3장. 경제 민주화와 시장의 역할, 국가의 역할

4장. 경제 민주화인가 보편복지인가.

 

[글머리에]

불평등의 세계화, 경제 민주화를 부활시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시민운동의 화두는 ‘불평등(inequality)’해소이다. ‘1%에 의한, 1%를 위한, 1%의’ 사회를 개혁하여 99%가 더 나은 삶을 보장받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1990~200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 성장기에 감춰졌던 소득 불평등 구조가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수면위로 부상했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상위 1%는 타격을 거의 받지 않는데 비해 서민은 심각한 빈곤으로 떨어져 생존권을 위협받고 중산층은 쪼그라드는(squeezed middle)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도 다르지 않다. 2010년 기준 한국의 상위 1%가 차지하고 있는 소득 비중은 11.2~11.5%인데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6.97%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사회의 경제적 불평등과 상위 1%로의 부의 쏠림현상이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위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상위 1%인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사회화시키면서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자, 2011년 카이로에서 스페인, 이스라엘, 영국, 인도, 그리고 월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1%의 탐욕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시민사회의 운동이 확산되어갔다. 불평등의 세계화가 저항의 세계화를 낳은 것이다.

중국효과 덕분에 위기의 충격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던 동아시아의 불평등 심화 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한국경제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에는 6%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고 2011년7월까지 주가가 2200포인트에 도달한 한국경제지만, 그것은 삼성과 현대차 등 유력 재벌의 ‘나 홀로 성장’이거나, 세계적 과잉 유동성이 신흥국에 흘러들어온 ‘해외자본 유출입 효과’로 만들어진 것일 뿐, 국민들의 생활향상과 동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고용불안과 경제적 불평등, 불공정의 뿌리이자 부를 독점하는 1%가 있다면 당연히 그 맨 앞자리에 재벌 대기업 집단이 있어야 한다. ‘부유한 월가와 가난한 미국 국민’이 있다면 ‘부자 삼성과 가난한 한국 국민’이 우리 앞에 있는 냉엄한 현실인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미국 시민들이 ‘월가에게 금융규제를, 증세를, 사법처리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 한국에서는 재벌 대기업 집단에게 규제를, 증세를 해야 하고 불법적인 증여 상속 등에 대해 법의 엄정한 집행을 해야 한다.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는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배경으로 하여 외환위기 이후 15만에 역사적으로 부활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처럼 자본시장 범주 내에서의 일부 소액 투자자 운동이나 전문가 운동이 아니라 ‘시민적 민생운동’으로 차원을 달리하면서 상인들과 소비자, 노동자들과 중소기업의 생활현장에서 부활하고 있다.

 

경제 권력이 집중되면 경제 독재가 나타난다.

월가 시위대들의 분노의 표적이 된 월가 초대형은행에 견줄만한 대한민국의 1%는 누구일까. 바로 삼성, 현대, SK, LG로 대표되는 재벌 대기업 집단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있는가? 삼성과 현대 그룹의 공식적인 자산 총액은 한 해 국가 예산규모를 상회하는 330조원이 넘는다. SK와 LG까지를 포함하는 4대그룹의 작년 매출액 603조 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규모의 절반을 웃돈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그 규모를 계속 키워서 2007년 대비 계열사 수자가 최소 30%이상 늘어났다. 2012년 삼성그룹이 81개, 현대 그룹이 56개, 그리고 SK그룹이 9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너무 커져서 도저히 해체나 파산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더욱이 이들은 과거처럼 정권의 눈치나 보는 위약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정권에게 훈수를 두고 여의도 국회에 촘촘하게 로비를 하며 자사 싱크탱크를 동원하여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낼 능력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미국의 월가가 그런 것처럼 진정한 실세로서 권력을 쥐게 된 것이다.

힘이 집중되면 그 힘은 남용될 수 있다. 정치권력이 집중되면 독재가 나타나고 시장 점유율이 집중되면 독점이 나타난다. 나아가 시장에서의 독점 권력을 넘어서 ‘선출되지 않은 사회권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더 걱정스러운 것은 커져가는 재벌권력을 제어할 최소한의 법적 제도적 수단들이 모두 해제되고 마땅한 견제 세력도 없는 실정이다. 김종인 전 의원은 "정치민주화의 골자가 정치독재를 막는 것이었다면, 경제민주화의 골자는 경제독재를 막는 것"이라며 경제 민주화가 반드시 재벌개혁을 수반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정당한 주장이다.

 

헌법에 따라 국가는 시장의 경제 권력을 규제해야한다.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의 자율에 맡긴 결과는 양극화의 심화였고 재벌권력의 비대화였다. 양극화는 더 이상 시장의 자동조절 메커니즘으로 완화되지 않으며 재벌권력도 시장에서 견제되지 않는다. 헌법의 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일부에서는 헌법 119조 2항의 경제 민주화조항 이전에 119조 1항 경제 자유화 조항이 있다면서 국가의 시장개입을 지금처럼 막으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은 신성불가침의 성역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헌법 제 1조 1항은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가 민주 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는 뜻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시장 경제와 경제 주체들의 자유를 옹호한다면 그 역시 민주주의에 가장 부합하는 경제 형태이기에 선택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시장 경제는 선험적인 절대 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이 잘 작동하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보건이나 교육처럼 시장 메커니즘으로 해결이 안 되는 생활 영역도 있을 것이다. 금융처럼 시장에서 작동시키되 일정한 규제나 공공의 참여가 필요한 영역도 있다.

모두 민주주의라는 가치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 자유 시장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경제 민주화를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시장의 자유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화두가 경제 민주화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제 1 과제는 민주주의 허용범위를 심각한 수준에서 일탈한 동시에 자유 경쟁시장 조차 파괴하고 있는 재벌의 이익추구 행위를 개혁하는 것이다. 이제 헌법 119조 2항이 명시한 경제에서의 국가의 역할 즉, ①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 ② 적정한 소득의 분배, ③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그리고 ④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시점에 있다.

지금 경제 민주화의 가장 긴급하고 우선적 과제는 국민경제라고 하는 경제 생태계에서 재벌의 독식이 도를 넘어섬으로써 노동자, 상인, 소비자, 중소기업 등 나머지 경제주체들이 같은 공간에서 생존하고 공생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데 있다. 재벌구조 내부의 민주화를 논하기에 앞서 재벌과 여타 경제주체들이 같은 국민경제 생태계에서 공존할수 있도록 할 민주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는 한편, 과도하게 권리가 침해된 다른 경제주체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재벌들과 공기업들부터 비정규직 사용 남용이나 정리해고 남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단체 협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아래 십 수 년 동안 진행되어 온 체계적인 노동권 약화시도를 되돌려야 한다.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재벌개혁운동을 일으킨 상인들이 지역 상권에서 생존하고 서로 협력하여 발전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보강해야 한다. 소매, 도매, 온라인 시장에서의 재벌들의 무차별 진입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주요 필수 품목들에 대한 재벌의 독과점 가격 횡포와 담합행위 등을 당사자인 소비자들이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소비자 집단소송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납품 중소기업들의 원가절감과 기술혁신, 생산성 향상 노력이 정당하게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벌들의 무리한 납품가격 인하를 억제해야 한다. 스스로 납품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중소기업 단체들에게 협상권을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고 일정한 제도적 틀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도록 기업집단법과 같은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각종 세금 감면 등 이미 종료했어야 할 특혜도 이젠 거둬야 한다. 이익독식을 노린 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같은 강력한 벌칙이 뒤따라야 하고 재벌을 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재벌 집단 내부의 의사결정체계나 소유 지배구조, 상속 관계 등이 아무래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내부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밖으로 잘못된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무리한 이윤추구를 불러오는 것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주위의 이해관계자의 이익 침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경제 민주화는 한 시대의 과제다.

김종인 전의원은 "1962년부터 1987년까지 25년은 압축 성장, 1987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25년은 정치민주화의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경제민주화의 시기"라고 규정했다. 맞는 말이다. 보편 복지와 함께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일시적 구호가 아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 역사를 통해 누적된 구조적 문제와 시대적 전환의 산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는 2010년대 내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 더욱이 경제 민주화는 금융 민주화로, 노동 민주화로 그 내용을 더욱 확장시켜 나감으로써 우리사회가 경제적 민주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한국사회가 ‘정치 민주국가’이자 ‘경제 민주국가’, 그리고 ‘보편 복지국가’가 되려는 긴 도정을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공룡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은 초식동물을 위한 풀과 나무를 다 먹어치워서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현재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소기업 업종과 중소상인들을 괴멸시키는 상황인데, 그렇게 되면 결국 대기업도 죽게 되어 있습니다." 2011년 재벌개혁 이슈가 부상하기 시작할 때 지식경제위위원회 위원장을 맡던 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한 발언이다. 점점 더 ‘상수’가 되어가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공룡의 횡포를 막아 생태계를 지켜보자는 경제주체들의 생존 움직임이 바로 경제 민주화다. 재벌 독식의 ‘약탈적 공생관계’를 개혁하고 진정한 공생이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또한 경제 민주화의 목표와 지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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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4 / 27 새사연

새로운 재벌규제 체제를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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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재벌을 규제할 법과 제도적 수단.

2. 강력한 감독기구-공정거래위원회 강화.

3. 재벌 개혁고 조세 수단.

4. 재벌 규제법 제정을 통한 재벌 개혁

5. 재벌을 견제할 시민연대가 필요하다.

 

[본 문]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악화되자 한국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보편 복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의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양대 선거를 맞아 정권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양한 사회개혁 의제가 정책 공약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정말 2013년 체제라고 불릴만한 사회 대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자면, 강력한 경제개혁 전망을 갖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사연의 문제의식이다.

이에 새사연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대적 가치와 비전, 새로운 경제모델과 성장모델, 총체적 경제개혁, 보편복지를 망라하는 정책을 모아 2012년 5월 중 단행본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출판될 원고 가운데 일부를 새사연 회원들과 미리 공유하고자 [새로운 사회 2013]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그렇다면 재벌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집중과 독과점을 포괄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법체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현재 총괄적인 독점 규제법이자 사실상 재벌 집단 규제를 담고 있는 기본법은 1980년 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다. 이외에 ‘하도급 법’이나‘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등은 모두 공정거래법을 기초로 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금지, ②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 금지, ③ 공동행위 규제, ④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등 일반적인 독과점과 경제력 집중 뿐 아니라, 기업집단에 대한 정의, ‘재벌 집단의 계열사’에 대한 규정, 지주회사에 대한 규정까지를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재벌개혁을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기업분할 명령제, 계열분리 명령제 신설이나 순환출자 금지 조항 신설, 지주회사 지분출자 요건 강화, 벌칙 강화 등을 한다면 기본적으로는 모두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여 포함시키면 된다.

또 다른 방안은 그 동안 학계 등에서 계속 제기되어 왔던, ‘재벌 집단에 대한 정의와 규제를 담은 별도의 법률’, 즉 기업 집단법, 또는 독일식 콘체른 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독립 법률을 제정해야하는 이유로는 “재벌 집단을 독립된 법인격 실체로 인정해주고 내부의 특수성을 어느 정도 양해해주는 대신, 실질적인 소유와 경영통제구조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규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일 수 있다.

기업 집단법의 모델은 독일의 콘체른 법이다. 독일 주식법 내부에 성문화되어 있는 콘체른 규정은 “단독 법인 기업이 아닌 여러 개의 법인격 회사들이 모여 구성된 기업집단 역시 하나의 기업으로 보고, 그것을 지휘, 지배하는 조직을 회사법상 조직으로 규정하여 규제하는 것”이다.

우리도 독일 콘체른처럼 기업 집단 계열사에 대한 지배 및 지휘의 권리를 일반적으로 인정하고, 부실 계열사에 대한 우량 계열사의 지원 등 기업 집단의 그룹차원의 경영 방식을 일정 한도 내에서 법적 권리로 인정해 주는 대신, 기업 집단의 그룹 경영 특히 내부 거래로 인해 발생한 계열사의 피해와 부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엄격하게 지우고 지배적 회사와 그 조직, 그리고 경영책임자(총수)의 법률적 책임을 엄격하게 묻자는 것이다.

특히 특정 계열사 종업원을 대표하는 차원을 넘어 그룹의 전체 종업원을 대표하는 이사 선출을 가능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그 전제 조건으로 콘체른 법이 입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1단계로 콘체른 법 도입, 2단계로 공동결정제도 도입이라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안이 가장 효과적일 것인가. 일단 경쟁법인 공정거래법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과 독립적인 기업 집단법을 제정하는 방법은 모두 각기 장, 단점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재벌 개혁의 국민적 의지를 모으고 재벌 규율을 변화된 환경에 맞게 새로운 수준에서 재정비해야 할 이유가 크게 제기되므로, ‘재벌(규제)법’이라는 독립적 입법을 위한 국민적 힘을 집중하는 것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재벌규제법은 상법에서 파생되는 법의 범주로 놓고, 일단 공정거래법에 포함된 기업집단에 관한 정의나, 지주회사 등에 관한 규정 등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개별 주식회사 규정을 뛰어넘어 기업 집단에 속하는 기업 사이의 일반적 관계 규정, (지분) 소유 관계와 경영 통제 관계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나아가 그룹 전체에 걸친 실질적 소유자(총수)와 실질적 경영 통제 조직(구조본)을 명확히 정의하고 통제 범위와 민,형사상 책임 범위 등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재벌 규제법은 주식 거래 등을 매개로 한 기업결합에 관한 조건과 제한 등을 명시할 수 있어야 하고, 기업 집단에서 단일 기업 범위를 뛰어넘는 주주의 이해관계와 노동자의 이해관계, 이사회의 이해관계 등을 규정해야 한다. 즉, 모기업의 주주와 계열 기업의 주주 사이의 이해관계의 상충을 정의해야 하고, 모기업의 노동자와 계열기업의 노동자의 이해관계의 상충과 노, 사 협상 관계의 규정, 실 사용자 규정, 그리고 모기업의 이사회와 계열기업의 이사회 사이의 권한과 책임범위가 정의되어야 한다.

나아가서 내부거래 등 기업 집단을 구성함으로써 목표하는 자본의 이익 범위를 어디까지 합법적으로 인정해줄 것인가 하는 내용도 중대한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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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삼성과 현대자동차 같은 유수한 대기업들이 언론에 자주 비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는 대기업들의 엄청난 실적이나 그로 인한 주가상승 등이 주를 이뤘다.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가 4위의 이익을 달성했다거나, 삼성전자의 분기실적이 4조원을 넘었다는 식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양상이 좀 달라졌다. 노조에 대한 탄압이나 불법파견 사례, 그리고 중소기업 시장 잠식 등 각종 불공정 거래행위 보도 등이 부쩍 늘었다. 7월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삼성에버랜드를 포함해 삼성 계열사들에서 속속 노조가 결성되자 삼성은 관련 노동자 해고로 대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대차 사내하청의 경우 도급(하청)으로 위장한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파견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본다”는 대법원 판결이 1년 전인 지난해 7월22일 나왔건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보도도 있다. 부동의 재계 1·2위 기업집단에서 벌어진 일이다.

기업집단 가운데 자산규모 24위인 신세계그룹 계열의 이마트가 중소상인들의 소매시장을 싹쓸이한 것도 모자라 창고형 도소매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온라인 도매몰인 이클럽 등을 개점하고 도매시장에서 생계를 영위하는 중소 도매상의 밥그릇까지 빼앗으려 한다는 소식도 있다.

한국의 재벌 대기업들이 갑자기 수익실현이 막혔기 때문일까.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지난 1년 동안 삼성그룹은 당기순이익이 38%, 현대차는 60%, 그리고 신세계그룹은 두 배에 가까운 80%가 늘었다. 55개 대기업집단의 당기순이익은 66%가 늘었으니 전체적으로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들어갈 비용부담 압력이 크거나 기존 시장에서 수익률이 악화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면 무엇일까. 문제는 대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가 최근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속 그랬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겉으로는 세련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지만, 내면에서는 노동자와 중소기업, 중소상인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욱 높였다.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유연화를 강화하고 하청 중소기업에 대한 관리도 훨씬 심해졌다. 내수 독점도 심해져서 중소상인들 골목시장까지 잠식해 왔다. 다만 재벌 대기업의 오만과 횡포가 최근 이슈가 되면서 새삼스럽게 부각된 것일 뿐이다.

대기업의 독점규제와 불공정거래 근절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진 정부조직인 공정거래위원회가 20일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 이행실적’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이라는 것을 체결하게 하고 그 이행실적을 점검한 결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통령이 직접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정책과제로 제시한 후 정부의 의지가 높았기 때문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116개 대기업에 대해 동반성장 협약 이행평가를 실시한 결과, 43.1%에 해당하는 50개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양호’ 등급 미만을 받았다. 이행 자체가 법적으로 강제된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것이어서 사실 기대를 하기는 어려웠다. 황당한 것은 ‘양호’ 등급 미만을 받은 대기업들이 어떤 기업인지 동반성장 협약절차 규정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불법파견을 판시한 대법원도 무시하고 있는 실정에서 ‘자율적 이행 협약’이라는 것이 재벌 대기업들에게 약발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은 일관되게 ‘자율 협약’이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작업하고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라고 하는 것도 2006년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와 달리 강제력이 없는 일종의 자율협약이다. 역시 실효성이 극히 회의적이다.

자율협약이라도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이면 그나마 나을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자체 조사한 경우는 참여정부 시기만 해도 해마다 2천건이 넘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990건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절반 미만으로 줄어든 것이다. 불공정 행위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일까. 아니다. 피해를 당한 기업들이 직접 제소한 건수는 지난 정부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불공정 행위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의지가 줄어든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남아 있는 유일한 해법은 사회적인 압력을 높여 대기업의 횡포를 견제하는 것이다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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