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3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하반기 우리 모습도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현재로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어렵다.”

경제정책을 맡고 있는 부처 수장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한 발언이다. 도대체 1년이나 6개월 뒤의 얘기도 아니고 한두 달 안에 벌어질 상황이 예견이 안 돼 우리 경제의 하반기 전망을 하기 어렵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

그러면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단 말인가. 당연히 국내에서 일어날 일은 아니다. 유럽대륙에서 들려올 소식을 고려해 둔 것이다. 6월 초에는 유럽의 3대 경제강국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6월10일에는 프랑스가 대선에 이어 총선을 치른다. 의회도 사회당 계열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달 17일에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그리스 재총선 날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Alexis Tsipras)가 이끄는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가 제1당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18~19일에는 G20 정상회의가, 28~29일에는 유로정상회의가 잇달아 예정돼 있는 것이다.

도대체 유럽위기의 끝은 언제이고 왜 진정되지 않는가. 지난해 5월 그리스 구제금융으로 본격화한 유럽위기가 만 2년이 넘도록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리한 긴축과 경기침체의 가속화’가 문제였다는 것이 최근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구제금융이 시작된 2010년 이후 2년 동안 그리스의 실업률은 10%에서 21%까지 두 배 이상 폭증했고 청년실업률은 50%를 넘어섰다. 이제야 긴축을 위한 협약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협약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방향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전환 과정이 순조롭게 되면 유럽위기는 극복의 방향으로 가겠지만, 아직은 대단히 큰 혼란국면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신재정협약’이라고 하는 긴축협약으로 유럽위기가 완화되기를 기대하면서 우리나라 주요 기관들이 예측했던 한국경제 전망치들도 모조리 엇나가게 된 것은 필연이다. 정부 등이 예측했던 3.7~3.8% 성장률 전망이 최근 3.3%(OECD)에서부터 3.6%(KDI)로 낮아지고 있다. 일단 1분기 성장률이 2.8%였고 2분기도 크게 개선될 여지는 적다.

그러면 하반기는 어떨까. 당초 3% 성장을 전망을 했던 이유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즉 하반기 경제가 좀 더 좋아질 것을 전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반기 경제가 호전될 것을 예측했던 결정적 근거 가운데 하나가 그리스와 유럽의 상황호전 기대였다. 그런데 6월에 그리스와 유럽의 상황이 급반전하는 국면으로 가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등 단기적으로 큰 충격이 예상된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오히려 하반기 경제가 더 나빠지면서 올해 우리 경제는 3%를 맞추기도 어렵게 될 수 있다. 박재완 장관이 말한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일어날 너무 많은 일”이란 이런 것들이리라.

경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 점점 더 확실해질수록 대선을 앞두고 경제와 민생의제가 정치권에서 자주 오르내릴 것이다. 벌써부터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각 정당이 민생법안을 1호 법안으로 내겠다는 소식도 들린다.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4대 보험 차별해소를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은 공식적으로 반값등록금 법안을 가장 먼저 발의하겠다고 이미 공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나와 봐야 알겠으나 어쨌든 형식은 민생과 경제가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국면일수록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경제와 민생을 얘기하기 때문에 가짜와 진짜를 가려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5·10 부동산대책처럼 투기적 부동산시장 자극이나 신용팽창을 유도하는가 하면, 수출지원 명목으로 대기업 규제완화 등을 경제 살리기라면서 오히려 확대할 수도 있다. 자산과 소득에 대한 감세로 경기를 살려 보겠다는 발상이 부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시점에서 경제를 살리고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길은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다. 재벌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며 소득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임금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불공정한 납품가체제를 개혁하고, 유통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규제를 강화하며 독과점 가격을 억제하는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새누리당 쇄신파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실천 모임(가칭)’이 곧 만들어진다고 한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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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05 / 29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용어 해설

PIR이란

PIR(Price to income ratio)은 주택가격을 가구의 연소득으로 나눈 값, 즉 주택가격/가구소득으로서, 가구의 소득 대비 집값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유엔 산하기관인 유엔인간거주정착센터(UN HABITAT)PIR3~5인 경우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국 기준 PIR이 중위 주택가격기준으로 2011년 현재 6.4, 그리고 수도권 아파트는 8.9로 매우 높다.

 

문제 현상

소득대비 집값은 아직도 까마득하다.

선거철을 맞이하여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 대책에 부심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5.10 부동산 대책이다. 거래활성화와 주거 안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투기 규제 장치만을 모두 풀었던 것이다. 물론 주택가격은 서울 수도권 중대형 중심으로 2008년 이후 꾸준히 떨어졌다. 최근에는 수도권 소형도 상승을 멈추었고, 2012년 접어들면서 지방 주택 가격 오름세도 둔화되고 있는 중이다. 거래량도 이전에 비해 줄어든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주택가격이 소득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현실적으로 집을 사는 주택 거래시장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하위 20% 저소득층이 서울의 중간수준 주택을 구매하려 하려 할 때 소득의 31배가 필요하다는 통계다. 2012년 통계청 가계 동향 조사에 의하면 전국 2인 가구 기준 하위 20%(1분위) 저소득층의 평균 연 소득이 1440만원(120만원)이었다. 그리고 20123월 기준 서울 주택의 중위가격은 약 45천만 원이었다. 주택 가격이 연 소득의 30배가 어떻게 넘을 수 있는지가 대략 추정이 될 것이다.

 

문제 진단 및 해법

주택가격은 더 하향 안정화되어야 한다.

물론 서민들의 PIR 31200936에서 다소 내려온 것이다. 최근 수년 동안 서울 수도권 집값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36이나 31이나 터무니없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건설업계에서는 자꾸 DTI규제, 즉 소득 대비 대출 한도 규제를 완전히 풀어달라고 아우성이다. 소득으로는 도저히 집을 살 재주가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풀어 집을 사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 결과는 가계부채 1000조원임은 익히 잘 알고 있다.

주택 가격은 더 내려가야 정상이다. 단기적으로 거래가 약화되고 고점 대비 가격이 다소 내려갔다고 경제가 큰일이 날 것처럼 과장하면 안 된다. 1분기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올해에는 예년과 달리 주택시장에 미치는 선거의 영향도 거의 미미한 것처럼 보인다. 하반기 대선 국면에서도 선거가 특별히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다소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었던 경기마저 현재 다시 하강 쪽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KDI등에서 전망치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가 되더라도 특별히 주택시장이 활발해질 유인이 현재로서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주택경기 부양책을 고민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경제활성화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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