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0 / 03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지금부터 2년 전인 2010년 10월, 더블 딥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차 양적완화를 발표하고 중국에 대해 환율절상을 촉구하면서 이른바 ‘환율전쟁(Currency Wars)’이라는 신조어가 회자되었다. 당시 서울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고, 한국도 환율을 절상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국내 관심도 매우 높았다.

당시에 환율전쟁을 두고 미국과 신흥국들 사이에 입장이 매우 명확히 엇갈렸다. 미국은 중국, 한국 등 신흥국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절하하여 수출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대로 중국이나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기축 통화 보유국인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해 대규모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유입되어 신흥국의 환율을 절상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한국은행 최근 보고서에서도 확인된 바 있는데, 위기 이후 선진국의 “대규모 공적 유동성 공급으로 증가된 글로벌 유동성의 일부가 신흥국으로 유입”되어 신흥국의 자본유입 변동성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으로의 자본이동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2012.9)

그런데 2년 뒤인 최근,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앞 다퉈 확장적 통화정책을 결정하면서 또 다시 환율전쟁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은 무제한적인 국채매입을 선언했고, 일본 중앙은행도 자산매입기금 규모를 10조엔 증가시켰다.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3차 양적 완화를 결정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특히 2년 전 환율전쟁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꺼낸바가 있던 만테가 브라질 재무 장관은 미국의 3차 양적완화가 달러화 가치를 낮춰 미국의 수출을 늘리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 주장하면서 “보호무역주의적인 조치”이며 “통화전쟁이 재점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 강도를 높였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지난 9월 26일 미국 하원에 속해 있는 미쇼드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과 론 커크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한국이 원화를 달러대비 10% 가량 평가 절하하는 등 인위적으로 원화 가치를 낮춰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한국도 환율전쟁에서 비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쨌든, 선진국의 양적 완화 -> 글로벌 유동성 팽창 ->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 -> 신흥국 환율 절상효과 발생 -> 상품 수출경쟁력 약화 -> 신흥국 경상수지 악화라는 기제가 작동하는 것은 사실이고, 우리나라도 이런 메커니즘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컬럼비아 전 재무장관이자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올랐던 현 컬럼비아 대학 교수인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는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도 정당성이 있고, 신흥국의 환율전쟁 우려도 정당성이 있다고 인정한다. 미국 등 선진국과 신흥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자면, 단기적으로 국제적 차원에서 합의된 자본이동 규제안을 만들어야 하고, 장기적으로 달러를 대체할 진정한 국제준비통화체제를 창설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최근에 실린 그의 컬럼을 요약한다.

   

연방준비제도(미국 중앙은행)와 환율전쟁

(The Federal Reserve and the Currency Wars)

 

2012년 10월 2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Jose Antonio Ocampo)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결정한 세 번째 “양적 완화(quantative easing)"에 대해, 브라질 재무장관 만테가(Guido Mantega)는 미국이 ”환율전쟁“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흥국들은 이미 빠르게 절상되는 자국통화가치 충격이 (자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줄까 고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몇 주 동안 유럽 중앙은행과 일본 중앙은행들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잇달아 발표한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결정으로 환율전쟁 우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미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결정한 것이나 만테가 장관이 환율전쟁 우려를 표명한 것은 모두 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미국연방준비제도는 더딘 미국경제 회복속도에 직면하여 확장적 통화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맞다. 더 나아가 특히나 노동시장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은 중요하며 유럽중앙은행도 그렇게 해야 한다.

물론 선진국에서 확장적 통화정책은 조금 덜 긴축적인 재정정책과 함께 수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선진국들에서는 2007~2008년에 비해 재정적 수단을 동원할 여지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고,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정치적 교착상태가 악화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 예산 확대를 통한 경기 자극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만테가 주장대로 3차 양적완화 효과가 상당히 제한될 것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로서는 그것 말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 완화가 환율전쟁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만테가의 주장 역시 정당하다. 세계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에게 주어진 역할에 비추어 볼 때 연방준비제도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확실히 일부러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세계경제에 중요한 외부성을 발생시킨다. 그것은 특정 국가(미국) 통화를 세계의 주요 준비통화로 사용하는데 따른, 현재 국제통화체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결함에 기초한다.

이 문제는 일찍이 1960년대의 벨기에 경제학자 트리핀(Robert Triffin)에 의해 제기된 바 있고, 뒤에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도아 스키오파(Tommaso Padoa-Schiopa)에 의해서도 제되었다. 스키오파에 따르면, “대체로 국제 통화시스템이 안정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국내적 이유 하나에 기반하여 구축된 경제정책이나 통화정책과는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실제로는 모든 선진국들)에서 확장적 통화정책이 실시되면 신흥국들에게 위험성이 높아진다. 선진국들은 적어도 앞으로 수년 동안 매우 낮은 금리가 유지될 것이므로,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팽창한 선진국) 자본이 상대적 고금리의 신흥국으로 수출될 강력한 유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흥국 입장에서) 그와 같은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은 자국통화가치를 절상시킴으로써 경상수지 적자를 키우게 되며 자산 가격 거품을 만들어낸다. 이런 것들은 모두 과거에 신흥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것들이다.

즉,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미국경제가 빠르게 성장력을 회복해서 중기적 관점에서 볼 때 신흥국이 수혜를 입게 될 수도 있겠으나, 그 이전에 브라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가 “자본 쓰나미(capital tsunami)"라고 명명한 단기적 위험에 의해 중기적 이익이 묻혀버리게 된다.

기본적인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다른 신흥국들 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 좀 더 폭 넓은 아젠다가 아직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한 아젠다는 아직 풀지 못한 채 남아있는 두 가지 글로벌 통화개혁 이슈를 포함한다. 하나는 단기적으로 국제적 자본이동에 대한 글로벌 규제 방안을 합의하는 이슈이고, 다른 하나는 IMF의 특별인출권(SDR; Special Drawing Right)과 같은 진정한 글로벌 준비통화에 기반한 새로운 국제통화체제를 향해 장기적인 전환을 하는 이슈다.

미국도 위의 두 가지 정책으로 이익을 보게 될 것인데, 우선 자본계정 규제는 (미국) 투자자들로 하여금 자국에서 투자기회를 찾도록 강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러를 대체할) 진정한 글로벌 준비통화가 만들어진다면, 미국은 자국통화정책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신흥국들은 (미국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신흥국들의 대미 수출을 위한 미국내 수요를 증대시킬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부터 (지금처럼 위험이 아니라)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글로벌 경제 회복을 지탱하기 위한 합의된 행동을 요구해왔다. 특히 이번 10월에 국제통화기금은 자본계정 규제에 대한 공식적인 규범(rules of the road)을 발표할 예정이다. 10월 12~13일에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연차총회는 보다 광범위한 국제통화 아젠다를 시작하는 이상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국제적 자본이동에 관한 합의된 규제를 승인하고, 국제 통화체제의 미래에 관해 토론을 시작하기를 바란다.

 

▶ 원문 보러가기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08.29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스마트폰 3천만대가 보급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정말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단연 으뜸은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이다. 쌍방이 모두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미국 법원에서 압도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을 가지고 말들이 많다. 실제로 얼마나 특허를 침해했는가 하는 기술적인 엄밀성 문제를 떠나 보호무역주의 같은 정치경제적 관점의 지적들이 우세하다.

애플과 삼성의 분쟁을 보고 있노라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도요타 리콜사태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강경한 태도가 연상된다. 쓰러져 가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빅3 자동차 회사들인 GM·포드·크라이슬러를 살리기 위한 의도된 미국 정가의 행위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어찌 됐든 그 후 지금까지 도요타는 북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고 GM은 세계 1위의 지위를 되찾았다. 그 무대가 2012년에 스마트폰 시장으로 옮겨 갈 만큼 스마트폰 시장의 무게가 커진 것일까.

또 다른 분쟁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에서 발생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모바일 선거 운영상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올해 1월 전당대회에서 50만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모으면서 엄청난 정치적 흥행의 성공을 가져다준 모바일 선거가 운영 미숙으로 인해 이번에는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 통합진보당의 인터넷 선거나 이번의 모바일 선거 모두 온라인 선거가 갖는 특성을 충분히 예견하고 기술적 준비를 미리 하지 못한 부분들이 발견된다. 분명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정치참여는 정치에서의 상당한 진보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적 혁신이다. 다만 이를 도입하고 적용하려는 정치권의 준비가 문제일 것이다.

이처럼 기술혁신은 그 과정에서 기업의 이윤논리나 국가의 보호무역주의 논리들의 장벽을 만나기도 한다. 이를 지나치게 확대해 애국주의 분위기로 흐를 필요는 없다. 또한 기술혁신이 경제와 정치·사회적 적용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역효과나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기술혁신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그 의미를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스마트폰은 우리나라에서도 3년 미만 시기 동안 3천만대 이상이 보급될 만큼 이미 압도적인 생활수단이 되지 않았는가.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 확산, 그리고 모바일과 SNS에 이르기까지 최근 20년 동안 이룩된 기술혁신의 중심은 정보통신산업이었고 한국은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정보통신산업 비중의 급격한 팽창에 이어 인터넷 이용 정도와 초고속 통신망 환경, 무선 환경 등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사회생활 방식을 크게 바꿔 놓은 정보통신혁명 흐름의 중심에 한국사회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이슈와 논쟁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정보통신 기술혁신 자체를 너무 과대하게 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쓴 베스트셀러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나오는 네 번째 꼭지다. 장하준 교수는 세탁기의 발명이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극적으로 해방시킴으로써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가능하게 했고, 사회적으로도 여성의 역할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물론 인터넷도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여러 면에서 바꿔 놓고 있지만 “인터넷이 생산 분야에서도 그렇게 혁명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짚어 냈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특히 현재의 시장여건에서는 상당 정도 정보통신혁명이 ‘생산’을 촉진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방향에서가 아니라 ‘소비’를 촉진하는 방향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스마트폰이 라이프 스타일과 직장생활 스타일을 크게 바꾸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예전에 없었던 더 다양한 상품을 사고 더 많은 정보를 소비하도록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데 집중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생활이 편리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소비할 돈, 소득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기술은 그 자체로 제도를 바꿀 수 없다. 오히려 기성 제도를 더 나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 그러나 제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지렛대로 삼을 수는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를 선두로 우리의 정보통신기술 발전이 미국의 보호주의를 초래할 만큼 위력적이지만 그만큼 우리 국민의 고용이나 소득여건에도 위력적으로 영향을 줬을까.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모바일을 정치참여에 활용하고 있는 중인데, 정치개혁의 내용이나 쟁점도 첨단을 달리고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