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1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대선후보들이 금융 관련한 정책을 제시하는 경우는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 위기적 임계점까지 차오른 가계부채 위험을 완화해 금융시스템 안정을 도모하고 더 나아가 가계경제 파산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다양한 차원의 가계부채 완화정책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더욱이 가계부채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연계된 규모가 절반에 가까워 주택문제와 함께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또 다른 금융 관련 대책은 경제민주화와 연관돼 있다. 바로 재벌들이 은행과 금융을 장악해 사금고화시키는 폐해를 막기 위한 '금산분리' 대책이다. 알려진 것처럼 카드사나 증권·보험 등은 이미 재벌이 상당부분 장악하고 있으니 주로 은행의 지배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이 기본이다. 물론 최근에 제2금융권에 대한 지배도 규제하자는 주장이 있어 다행스럽긴 하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의 의문이 있다. 만약 은행이나 금융을 재벌이 지배하게 될 때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면, 아직 재벌이 장악하지 못한 현재의 은행시스템은 재벌로부터 독립돼 있으니 문제가 없는 것인가. 현재의 은행은 문제가 없고, 다만 앞으로 재벌이 은행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은산분리’를 지켜 내면 되는 것인가. 현재의 은행시스템에 문제가 없는데도 1천100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가계대출이 풀려 나가 우리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지목되게 됐는가.

최근에 발표된 몇 가지 지표를 통해 ‘아직 재벌이 장악하지 못한’ 현재의 은행시스템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직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고 연봉이 높다고 소문난 금융회사 고용의 한 단면을 짚어 보자. 이달 18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의하면 금융회사에도 꽤 많은 비정규직이 존재하고 있다. 정부 추산 산업평균 비정규직 33%보다는 적지만 손보사는 전체 직원 2만8천485명 중 26.2%에 해당하는 7천454명, 은행은 13만5천301명 중 26.0%인 3만5천235명이 비정규직이었다. 금융노조 출신 김기준 민주통합당 의원이 “콜센터나 후선지원센터 인력은 도급방식으로 채용해 비정규직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지적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비정규직 비율은 훨씬 올라갈 것이다. 금융회사도 비정규직 문제가 고스란히 투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금융회사는 이윤여력이 부족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가. 이 시점에서 비정규직 고용과 주주 이익배당, 그리고 은행의 소유권이라는 세 가지 함수관계를 살펴보자. 7개 시중은행 가운데 2011 회계연도 배당성향이 33%로 가장 높았던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은 비정규직 비중이 33%에 달했다. 배당성향이 두 번째로 높았던 씨티은행의 비정규직 비율은 7개 은행 중 최고인 41%를 기록했다. 다 아는 것처럼 이들 은행은 모두 외국인 지분율이 100%인 외국계 은행이다. 반면 아직 정부지분이 다수인 우리은행의 배당성향은 9%, 비정규직 비율은 15%로 모두 낮았다.

한마디로 주주배당을 제일 많이 하는 은행이 비정규직도 가장 많이 썼다는 것이고, 그런 은행들이 모두 외국인 지분 100% 은행들이었다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업을 하는 외국계은행인 SC은행과 씨티은행은 9월에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회원의 약 80%에 24~30%의 금리를 적용했다. 이런 폭리를 적용받은 고객 비율은 SC은행은 78.28%, 씨티은행은 76.72%였다. 거의 대부분 25% 이상의 고율 이자를 물어야 했던 셈이다. 반면 10% 미만의 저금리를 적용하는 회원 비중은 SC은행에는 아예 없었고 씨티은행은 0.86%에 그쳤다. 저금리 현금서비스는 거의 취급하지 않은 것이다. 할부사나 대부업체도 아니고 은행의 금리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 가계를 상대로 약탈적 대출·고금리 대출을 남용해 막대한 수익을 얻고, 또 과도한 비정규직을 고용해 임금 비용을 깎아 수익을 추가시켜 결국은 외국인에게도 돌아가는 주주배당에 쏟아붓는 행태를 ‘주주자본주의 단기이익 극대화’ 경향이라고 한다. 바로 지금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비판의 표적이 되는 경영행태다. 우리나라 시중은행에서 지금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는가. 재벌이 아직 손대지 못한 은행시스템에는 이미 외국자본이라는 또 다른 경제적 포식자가 자리를 잡고 실질적으로 은행재벌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금산분리 대책만으로 금융정책이 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러면 은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재벌이 손대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다. 이제 다음과 같은 주장을 검토할 때가 됐다. “은행부문의 다양성은 확대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가계나 소기업에 신용대출을 공급해 주고, 그로 인해 민간은행들과 경쟁해야 하는 공공은행과 협동조합적 은행들이 강화돼야 한다. 또한 체계적 타당성을 갖춘 금융기관들은 공적인 소유가 돼야 한다.”(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분배의 위기와 대안적 임금전략』 137쪽).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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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보수주의자들은 경제가 시장의 원리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품 공급자 또는 수요자로서 각자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시장에 참여해 거래를 하면 가장 효율적인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인위적인 개입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전 세계는 앞다퉈 재정지출을 했다. 4년 이상 공격적인 금리 통화정책으로 시장 개입을 하고 있는 지금도 시장의 효율성과 자기조정 능력에 대한 과신은 크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역사적 현실은 시장의 자율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에 대한 일정한 규제가 자본주의 시장을 존립시켜 왔을지도 모른다. 1920년대의 금융자유의 시대, 1980년 이후 금융자유주의 시대는 대공황을 초래하면서 잔인하고도 거대한 시장의 붕괴, 시장의 실패를 만들어 내지 않았던가. 그러니 규제 자본주의가 시장경제에 가장 적합한 것일지 모른다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한 것이다.

그런데 조폭 세계도 아닌 시장경제에서 국가의 합법적인 개입은 고사하고 때때로 공포와 협박을 동원해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어떤 선택을 강제하는 경우가 21세기 첨단의 시대에도 발견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것도 특히 시장의 자율을 주장하는 보수적 세력들에 의해 조장된다는 것이 더 역설적이다.

첫 번째 사례는 가장 혁신적인 금융시장에서 발견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보편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은퇴 후 생활과 노후생활을 위한 복지정책을 활발하게 개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대비책으로 나온 것은 복지정책만이 아니다. 보험과 연금을 비롯한 금융상품이 이에 못지않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개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이를 상품판매로 연결시키려는 보험사들의 공포마케팅이다.

지난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00세 보장’을 앞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는 상품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합쳐 140여종에 달한다고 한다. 비슷한 마케팅전략을 내세우는 증권사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200여개까지 늘어난단다. 국민들은 정부의 복지정책을 신뢰하고 공공복지에 의지할 것인가, 아니면 사적 금융시장의 공포조장에 밀려 금융상품에 노후를 걸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시장에 참여하는 각자가 합리적인 자기 이익을 가지고 거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두 번째가 부동산 시장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의 정체, 또는 실질적 하락세가 4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기를 이어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추세가 반전될 기미도 없다. 지난 4년 동안 끊임없이 나왔던 것이 부동산 폭락사태와 시장 붕괴 우려의 목소리다. 그런데 그중에 국민경제의 급격한 충격을 걱정하는 차원에서 폭락을 걱정하고 연착륙 대책을 고민하는 부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쪽도 적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 폭락에 대한 두려움을 시장에 유포해 정부와 국민으로 하여금 부동산 경기부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하려는 심산이다. 건설업자들이나 주택대출을 해준 은행들, 그리고 주택 투기세력들이 그들이다. 실제로 그 결과 이명박 정부는 4년 동안 지속적으로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해주고 세제 경감조치를 발표하고 경기부양 대책을 내놓았다. 그로 인해 누가 이익을 봤을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시장의 자율과 참여자들의 합리적 이익추구라는 경제학 교과서의 그림은 잘 구현되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재벌이다. 올해부터 재벌개혁 요구가 거세지고 있고 재벌에 대한 규제와 증세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중이다. 당장 재벌들은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전형적인 협박과 공포 분위기를 흘리기 시작한다. 몇 년 전부터 재벌들은 심지어 “자꾸 규제나 과세를 해서 기업하는 환경을 어렵게 하면 본사를 옮길 수도 있다”는 그야말로 어이없는 협박과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미 재벌들은 싼 임금을 찾아 공장을 끊임없이 해외로 옮겨왔다. 만약 본사를 옮기는 것이 이익을 내는 데 유리하다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유럽이든 벌써 떠났을 것이다. 그들에게 무슨 애국심이 있어 본사를 한국에 일부러 두고 있겠는가. 한국처럼 알짜배기 고급인력을 충분히 수혈받을 수 있는 곳, 제품 만들면 즉각적이고 충분한 규모로 구매해서 테스트해 주는 국민이 있는 곳, 그처럼 많은 이익이 나는데도 여전히 엄청난 특혜를 제공해 주는 정부가 있는 나라. 관료와 학계, 법조와 회계 분야에 몽땅 내 사람들로 포진해 있는 인적환경이 되는 한국보다 나은 국가가 있다면 삼성과 재벌들은 지금 이 시각 짐을 싸서 떠났을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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