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복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9.25 출총제하면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까요? (1)
  2. 2012.04.10 역사로서의 오늘

2012.09.2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해 선거는 좀 독특하다. 우선 정당들의 정책이 서로 맞서는 대결 양상을 보이지 않는다. 유럽처럼 긴축이냐 아니냐 하는 방식의 대결도 아니고 미국처럼 증세냐 감세냐 하는 모양도 아니다. 모두다 복지이고 모두 다 경제 민주화를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진짜 경제 민주화냐 가짜 경제 민주화냐,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다소 맥없는 논쟁만이 난무하는 실정이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도 난감하다. 국민들에게 각 정당과 후보들의 차별성을 비교해서 알려줘야 하는데, 차별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진정성 여부를 글로 비교해 줄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언론은 국민에게 익숙하고 단답형 방식으로 단순화 할 수 있는 몇 가지를 뽑아 정책비교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출자총액 제한제도 부활을 새누리당은 반대, 민주통합당은 찬성한다는 식으로 차별화한다.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은 신규 순환출자만을 금지, 민주통합당은 기존 순환출자도 금지한다는 식으로 구분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마치 출자총액 제한제도 부활여부가 되고 순환출자 금지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정말 그런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아니다. 출자총액 제한, 상호 출자와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지분요건 강화, 금산 분리 등은 기업 집단형태로 존재하는 재벌들로 하여금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무분별한 계열사 확대로 부실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재벌개혁 영역이다. 당연히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큰 맥락에서 볼 때 필요한 조치들이다. 재벌들이 대거 부실화됐던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특히 중요했던 개혁과제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 과제가 여기에만 국한되지는 않으며 어쩌면 2012년 버전의 경제 민주화에서 중심 영역이 아닐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왜 지금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시대의 요구로 부상했는지를 되짚어봐야 한다. 단순히 정치권에서 선거용 구호로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깊어진 양극화와 불평등 때문이다. 5년 전 대선에서는 대기업 성장을 통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로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고, 이명박 정부는 실제로 친 기업 정책을 폈지만 양극화와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되었다. 그 때문에 이명박 정부 스스로가 2009년부터 공정사회와 동반성장을 정책과제로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재벌의 자발성에 기대는 동반성장은 처음부터 실패를 예정한 것이었고, 이는 동반성장위원장을 맡은 정운찬 전 총리가 위원장 자리를 1년 만에 사퇴한 데서 증명된다.

물론 양극화와 불평등을 복지정책 확대를 통해서 완화시키는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2010년 무상급식을 매개로 급격히 확산된 국민의 보편적 복지 요구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개혁하지 않은 채,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복지정책을 확대한다고 불평등이 제대로 해소될 수는 없고, 조만간 재원의 한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결국 보편복지에서 경제 민주화로 국민들의 관심이 확장됐던 것이고 시장의 개혁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국경제에서 시장의 지배자이자 독식자인 재벌에 대한 개혁 요구로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국민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시장의 곳곳에서 재벌 대기업의 횡포와 독식, 힘의 논리가 작동하면서 경제적 약자들의 몫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제기된 것이다. 시장의 ‘자율적 조정’으로는 이러한 횡포와 독식이 오히려 강화되고 고착되기 때문에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 재벌을 규제하고 노동자와 중소상인,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권리를 지켜주는 경제개혁을 실시하자는 것이 경제 민주화의 핵심이다. 국민들이 경제 민주화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근 선거 공간에서 경제 민주화나 언론에서 보도되는 경제 민주화는 나의 생활과는 꽤 멀리 떨어진 문제처럼 느껴진다. 국민 생활 한 가운데로 경제 민주화 논의를 다시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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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정치2012.04.10 17:50

2012.04.10정태인/새사연 원장

내가 운좋은 사람이란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지만 역사로 공부를 시작한 건 틀림없는 행운이다. 순간 순간 내가, 우리가 역사의 흐름 어디쯤 서 있는가를 점검하도록 훈련을 받은 건 그야말로 천운이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스위지는 “역사로서의 현재”라는 책 제목에 그의 도저한 역사의식을 담았다.

 

신기하게도 역사의 굽이는 가장 단순한 장기 시계열 그래프에 간명하게 나타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모든 사회경제지표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그 이전에도 학자들이나 관료들이 듬성 듬성 시장만능론을 우리 사회에 적용하려 시도한 적은 있지만 우리 나라가 본격적으로 “시장국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세계화” 이후였다.  무분별한 자본시장 개방으로 97년 외환위기를 맞았는데 “준비된 대통령”은 IMF의 요구로 인해 그 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탄대로 그는 “구시대의 막내”였고 “한미 FTA"는 시장국가의 완성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때 그 ”구시대“는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2008년 사망 진단을 받았다. 이명박 현 대통령은 시대가 바뀐지도 모르고 식어버린 사체에서 호흡의 흔적을 뒤적이고 있다.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국민은 “치명적 경쟁”을 거부하고 “보편적 복지”를 택했다. 이제야 새로운 시대로 향하는 문을 연 것이다. 그리고 금년에 우리는 두 번의 선거를 치른다. 다시 양극화의 길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사회통합의 새 길로 들어설 것인가? 앵시앵 레짐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뉴 레짐에 맞는 새로운 인물, 새로운 정책을 선택할 것인가? 아이들을 죽음의 경쟁에 계속 내맡길 것인가, 아니면 신뢰와 협동 속에서 살아가도록 할 것인가? 어르신들들 질병과 가난의 늪 속에서 전전긍긍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편안한 노후를 즐기도록 할 것인가?

이제 우리가 선택할 시간이 왔다. 한 표, 한 표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 아이들과 자연의 삶과 죽음을 가른다. “역사로서의 현재”는 엄중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선택이 우리 역사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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