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07                                                                                  이상동 / 새사연 부원장

[새사연_이슈진단]법인세의모든것(2)_이상동(20150507).pdf




지난 글에서 우리는 법인세를 증세해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첫째로 기업이 이전보다 훨씬 많은 부를 가져간다는 점, 둘째로 법인세율이 오랜 기간 동안 가파르게 하락해 왔고 그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법인세 하락에도 불구하고 임금과 사회보험료 등 1,2차 소득분배에는 기업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다양한 해법들이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기업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는 방법,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법(최고세율과 최저한세율의 인상 등) 그리고 사회목적세를 신설하는 방법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각자 나름의 합리성을 가지고 제기되는 방법들이고 무엇보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첫걸음으로써 기업들의 동참을 끌어낸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막대한 복지 재원을 충당하는 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예컨대, 현재 대기업들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을 전면 취소한다고 하더라도 최대 4조원 수준의 세수를 늘리는 데 지나지 않는다.

일반정부 예산 중 사회보호 분야의 지출액 비중을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20%p이상의 격차가 발생한다. 북유럽의 복지선진국 수준은 차치하고 OECD 평균 수준까지만 맞춘다 해도 어림잡아 최소 약 80~100조원의 복지지출을 늘려야 한다. 복지 재정에 있어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서 정밀한 전략이라 함은 먼저, 1차 분배의 핵심인 임금 몫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더불어 기본 3대 세제-법인세, 개인소득세, 부가가치세-의 연쇄적인 관계를 고려한 배열과 증세 일정을 잡는 것이라 하겠다. 이를 골간으로 새로운 경제성장 패러다임에 입각하여 환경세제와 사회임금의 축을 강화하는 새로운 조세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또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세상의 일이란 ‘좋은 그림’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밀한 전략을 구축한다 하더라도 좋은 전략과 조응하는 ‘사회적 관계’를 창출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법인세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된다. 낮은 법인세, 낮은 기업부담의 이면에는 초부유층의 막대한 ‘합법적 조세회피’가 숨어 있다. 합법적 조세회피는 분배의 민주주의를 훼손시키고 국가의 조세 기반을 허물어뜨린다. 대기업-초부유층을 정점으로 하는 사회적 관계, 구체적으로는 국가재정의 형태를 구성하는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법인세의 1% 증세는 그 몇 배의 효과로 돌아올 것이다.

본 글에서는 법인세와 관련하여 다국적 대기업들이 어떻게 해외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지를 설명할 예정이다. 아래의 글을 읽기에 앞서‘만약 내가 초부유층이라면’을 가정해 보기 바란다. 실로 엄청난 탈세 규모가 보다 피부에 와 닿게 될 것이다.


법인세 탈세 방법 1. 수익 전취, 비용 전가

대기업들은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율 24.2%를 절세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지난 글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과세 표준 5000억원 이상의 대기업들의 실효세율은 17.1%이다. 대기업들의 최저한세율이 17%이므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가능한 최고치까지 절세를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들의 절세 방법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해외 조세피난처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이다. 버진 아일랜드, 케이만 군도, 바하마, 바누아투, 뉴 칼레도니아, 나우루, 버뮤다 등 어디 있는지도 생소한, 그러나 조세피난처로 잘 알려져 있는 곳들을 비롯해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위스 등 선진자본주의 국가까지 포함해서 전 세계의 조세피난처는 60곳 이상이나 된다.

대기업들은 이들 조세피난처에 자회사를 설립한다. 이 때 자회사의 실소유주가 주로 재벌의 후계자라는 사실도 기억해 두자. 예컨대, 대기업 A가 원가 100억 짜리 물건을 국내에 있는 기업 B에 110억원에 팔아 10억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24.2%, 즉 2억 4200만원을 법인세로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대기업 A가 법인세 0%의 조세피난처 버뮤다에 설립한 자회사 C에 팔고 C가 다시 국내 기업 B에 판다면? 물론 이 때 물건이 버뮤다까지 갔다 오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그냥 전달하면 되니까. 대기업 A는 버뮤다 자회사 C에 원가인 100억원에 팔아 이익을 남기지 않고 C는 B에 110억원에 판다. 수익은 고스란히 버뮤다 자회사 C에 귀속되므로 법인세는 온데간데없이 날아간다. 조세피난처의 자회사는 본사의 수익을 가져갈 뿐만 아니라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으로도 세수 기반을 허물어뜨린다.

이런 식의 거래는 국세청의 과세표준 소득에 전혀 포착되지 않으므로 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국세청은 해외 조세피난처의 역외 탈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3년 귀속분의 추징액을 1조 789억원으로 발표한 바 있다…….

 hwbanner_610x114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 / 08 / 23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지난 해 '한국사회 분노의 숫자'라는 타이틀로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획 연재를 진행했습니다. 1년이 지난 현재 우리사회의 불평등은 더욱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최근에는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갑과 을'이라 문구를 통해 보편화 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2013년 7월부터 "분노의 숫자 시즌2"라는 제목으로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 용어 해설


법인세 실효세율 = 총부담세 / 과세 표준

감세 규모 추정 = 2008년 실효세율 적용 시 총부담세 - 총부담세

과세표준은 과세물건의 세액을 계산하기 위해 가격, 수량, 중량, 용적 등으로 수치화한 것으로 각 세목의 세액 계산의 기준



▶ 문제 현상

재벌대기업 법인세 실효세율, 08년 21.1%에서 17%로 4.1%p 하락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2008년 171조에서 2011년 229조로 34% 늘어났다. 또한 법인세 부과 대상이 되는 과세표준은 같은 기간 181조에서 228조로 26% 증가하였다. 그러나 기업이 실제 부담한 세금은 불과 0.65조 늘어나는데 그쳤다. 따라서 과표 대비 총부담세로 계산한 실효세율은 2008년 20%에서 2011년 16.7%로 평균 3.3%p 떨어졌다. 특히 5000억 초과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17%로 4%p 하락하였다.   
     
▶ 문제 진단과 해법

기업의 영업이익이 늘어났는데도 세금이 늘지 않은 것은 세율 인하와 재벌대기업에 유리한 세액 공제 및 감면 정책 때문이다. MB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라 재벌대기업이 적용 받는 최고세율은 2009년 25%에서 22%로 3%p 인하되었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24.2%, 지방세 포함)은 OECD 34개국 평균(25.6%)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일본이나 미국은 40%에 달하며,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28~3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대기업에 유리한 각종 비과세 및 세액 공제 특혜에 따라 재벌들은 천문학적인 감세 혜택을 받았다. MB감세가 실시되기 전인 2008년 실효세율을 적용할 경우, 2010년 총 감세 규모는 7.1조로 이 중 32%인 2.3조를 42개 대기업이 차지하였다. 2011년에는 감세 규모가 9.1조로 더 늘어났고, 이 중 39%인 3.6조를 53개 대기업이 독차지하였다. 과표 5000억 초과 재벌대기업은 2010년과 2011년 각각 평균 540억 원, 670억 원의 감세 혜택을 받은 셈이다. 

산출세와 부담세의 차이는 각종 세액 공제와 감면으로 구성된다. 2008년 전체 감면액 규모는 6.7조로, 이 중 40%인 2.7조를 47개 재벌대기업이 차지하였다. 기업수로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47개 기업은 평균 570억씩 감면을 받았다. 2011년 전체 감면액 규모는 9.3조로 39% 증가하였다. 전체 감면액의 47%인 4.4조는 53개 재벌대기업에 돌아갔다. 기업 당 평균 830억 원씩 감면 받은 것이다. MB감세 정책에 따라, 최고세율 인하의 수혜를 논외로 하더라도, 각종 세액 공제 및 감면 혜택 확대만으로도 평균 260억 원씩 세제 혜택을 받은 것이다. 즉 최고세율 인하로 50여 개 재벌대기업은 대략 2.6조원의 감세혜택을 누렸으며, 세액 공제 및 감면 확대로 1조원의 추가 혜택을 누렸다고 볼 수 있다. 

재벌체제인 한국경제의 특성상 재벌대기업에 기업 이윤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기순이익 2억을 초과하는 중소기업과 순이익이 40조에 달하는 삼성전자에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과세 형평에 분명 문제가 있다. 

경제민주화, 재정건전성, 그리고 복지 확충을 위해 최소한 과표 500억 초과 대기업에 적용하는 최고세율을 MB감세 이전인 25%로 되돌려야 한다. 또한 투자유인 명목으로 재벌대기업에 유리한 각종 세액 공제 및 감면 확대도 환원해야 한다. 500억 초과 400여 대기업에만 MB감세 이전으로 환원하면 재정수입을 약 5.4조원 늘릴 수 있다. 이를 과표 5000억 초과 재벌대기업 54개로만 한정해도 약 3.6조원의 재정수입을 늘릴 수 있다. 500억 초과 대기업은 전체 기업의 0.1%에 해당하며, 5000억 초과 재벌대기업은 전체 0.01%에 불과하다. 

최근 소득공제의 일부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소득세 개편안에 대해서 논란이 많다. 소득공제는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기 때문에 12~15%의 비례세가 적용되는 세액공제로 전환할수록 소득공제의 역진성 문제는 해결된다. 따라서 소득세 개편안의 기본 방향은 옳다고 본다. 그러나 소득세 개편보다 더욱 시급한 과제는 법인세율 인상 및 각종 세액 및 감면 제도 개편이다. 왜냐하면 최근 부자기업, 가난한 가계로 대변되는 기업과 가계 소득 양극화 해결이 경제민주화의 핵심 과제이며, MB감세의 최대 수혜자가 재벌대기업이었기 때문이다. 50여 재벌대기업에 매년 수백억 씩 안겨준 감세혜택의 선물은 그대로 놔둔 채, 중산층의 호주머니를 털려고 하니 조세저항에 부딪힌 것이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02.2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출범 앞둔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 하라. 

며칠 후면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지난해 경제가 2.0% 저성장 늪에 빠진데 이어 올해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집권 첫해를 시작하는 박근혜 정부에 거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같은 정당이면서도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강조해왔고 경제 정책도 경제 민주화를 모토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경제정책 면에서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특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분명하게 평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박근혜 정부가 바로잡고, 주력해야 할 경제정책의 시작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산업연구원에서 최근 발표한 논문 “한국경제의 가계 기업간 소득성장 불균형 문제”(2012)는 이명박 정부 정책의 단면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지독히 ‘친 기업적 결과’를 초래한 ‘친 기업적 정책’ 

논문은 외환위기 이후, 특히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기업의 가처분 소득이 이례적으로 비약적인 증가를 했지만, 가계의 소득은 경제성장률을 훨씬 밑도는 성장밖에 하지 못한 점이 이명박 정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은 대침체의 경제위기 시기여서 통상 기업 소득이 크게 떨어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오히려 기업소득이 훨씬 크게 증가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00~10년 사이 가계소득 대비 기업소득 비율이 OECD국가 가운데에서 헝가리를 제외하고 가장 클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논문은 “기업 부문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임금 등으로 가계에 충분히 환류하지 못한데다 자영부문이 침체하고 여기에 조세나 준조세를 통한 2차 분배도 가계보다는 기업에 유리하게 작동한데 따른 결과”라고 요약했다. ▶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기업의 임금비용 절감과 노동자의 임금 몫 감소, ▶ 감세효과의 대기업 편중적 수혜, 그리고 ▶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생계형 자영업의 경쟁격화와 유통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으로 인한 시장 잠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친 기업적인 성장전략’이 낙수효과를 통한 성장 과실의 공유가 아니라 반대로 철저한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친 기업 정책의 결과가 기업소득의 극적인 증가와 가계소득의 정체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지극히 친 기업적 결과를 낳았다고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게 ‘친 노동 정책’을 요구하면 무리일까?  

“친기업적 정책 중심의 기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가계. 노동. 자영 부문에 대한 배려를 늘리는 정책 전환이 요청”된다고 논문은 제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노동권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유연 노동시장에 규제를 시작하여 추락하는 노동소득 분배율을 반전시켜야 한다. 기업소득 성장이 아니라 가계소득 성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친 기업 정책이 아니라 친 노동정책에 의해 뒷받침 될 것이다.  

또한 대기업으로부터 중소상인의 상권을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통해 조세를 통한 기업과 가계의 격차를 완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양극화와 격차의 진원지가 기업과 가계 사이의 격차라는 사실은 법인세 증세가 왜 우리나라에서 특히 필요한 것인지를 간명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보수적인 박근혜 정부에게 이명박 정권의 ‘친 기업 정책’을 버리고 ‘친 노동 정책’으로 접근하라는 요구를 하면 무리인가? 문제는 보수정권이라 하더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질 않은가?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01.1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지금은 다소 기억이 희미해졌을지 모르겠다. 지금부터 2년이 채 안 되는 2011년 8월의 일이다. 사상 처음으로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유럽 국가채무위기가 재점화되면서 세계경제가 다시 추락하려는 바로 그 시점이었다. 500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미국의 유명 투자자 워렌 버핏이 세금을 더 내게 해 달라고 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 이른바 ‘버핏세’라고 하는 증세 논쟁을 촉발시키면서 그때까지의 단선적인 재정긴축 논쟁 틀을 깨 버렸다.

버핏은 한 해 100만달러 이상을 버는 부유층에 대해 즉각 세금을 올리고, 1천만달러 이상 소득을 올리는 사람에게는 추가적으로 세금을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재정긴축과 신용등급 강등으로 궁지에 몰린 오바마 대통령은 곧바로 환영했다. 미국 시민의 95%가 지지했다. 그렇게 부자가 제안한 부자증세는 순식간에 뜨거운 공감대를 넓혀 갔다. 이듬해인 2012년 5월 부자증세를 공약으로 내건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됐다. 같은해 12월20일, 프랑스 의회는 연간 100만유로(약 14억5천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최대 75%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렇게 유럽에서 부자증세가 입법으로 확정돼 갔다.

어렵게 재선에 성공한 미국의 오바마 정부의 앞을 가로막은 가장 시급한 장애는 이른바 재정절벽(Fiscal Cliff)을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증세를 주장하는 오바마와 감세와 긴축을 주장하는 공화당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해를 넘기기는 했지만 올해 1월1일, 미국 하원은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 부자증세·상속세율 인상, 실업급여 연장 등이 담긴 협상안을 찬성 257표, 반대 167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이 다수인 미국 의회도 부분적인 부자증세 입법화에 손을 들어줬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증세에 대해 “제가 서명할 법안에 따르면 2%의 최고 부자 미국인들은 세금이 늘어나지만 중산층의 세금증가는 막았다”고 주장했다. 대체로 부부합산 연소득이 45만달러(약 4억7천만원) 이상의 소득세와 자본 이득세에 대해 각각 기존 35%에서 39.6%, 15%에서 20%로 증세가 실시되고 상속세와 급여세에 대해서도 약간의 증세가 이뤄졌다. 실질적이기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컸지만 어쨌든 북미에서도 증세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우여곡절 끝에 부자증세가 속속 입법화되는 상황에서 태평양 넘어 우리나라는 어떤가. 버핏세 논쟁이 개시되던 2011년 하반기부터 한국에서도 추가적인 감세행진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복지예산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부자증세가 활발하게 검토된 것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 와중에서 우리나라 국회도 2012년 연말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언론들은 이를 부자증세라고 불렀다.

내역을 보면, 대략 소득세 특별공제 감면한도(2천500만원) 제도 도입과 법인세 최저한 세율 인상 등의 간접적인 증세요소들이 포함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세법 개정으로 더 걷힐 세금은 올해 4천460억원, 내년 1조3천171억원을 포함해 5년간 1조9천456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국회에 보고된 이명박 정부 4년간 감세규모가 약 63조8천억원이었던 것을 기억해 보라. 5년간 고작 2조원에도 못 미치는 증세를 부자증세라고 할 수 있을까.

박근혜 당선자는 소득세와 법인세에서의 부자증세를 극구 반대하면서 대신 금융부문에서 증세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 금융부문 증세는 실제로 어떻게 됐나.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기존의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확대하면서 약 2천억원의 증세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 범위도 다소 넓혔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현물주식이 아닌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은 무산됐다. 국경을 넘는 금융거래에 대한 토빈세 도입도 언급이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부자증세는 제대로 흉내도 못 낸 채 다시 해가 바뀌게 된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부자증세에는 여러 가지 함의가 녹아들어 있다. 당장 늘어나는 복지재정을 충당할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장기화되는 불황국면에서 재정지출을 축소하지 않으면서 재정수지를 맞출 수 있는 방안이다. 극심한 소득 불평등이라는 잘못된 분배구조를 완화하는 정부의 적극적 재분배 정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조직적으로 강행해 온 감세정책을 바로잡는 일이다. 박근혜 당선자 말대로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원칙을 잃은 자본주의’를 바로잡는 일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11.14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최근 일본 민주당은 상속세(50%)와 소득세(40%) 최고세율을 각각 5%p 인상하겠다는 부자증세 계획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프랑스 대선에서 올랑드는 100만 유로 초과소득에 대해서는 75% 세율을 부과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지난 주 끝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20 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세율을 인상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따라서 소득세 최고세율은 35%에서 39.6%로 1993년 클린턴 정부 수준으로 복귀하게 된다. 1993년 클린턴 정부에서 최고세율을 31%에서 39.6%로 인상했을 때 재정적자는 줄어들고 투자와 고용, 성장률 등 모든 지표가 개선되었던 경험도 부자증세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소득세와 법인세가 줄어들고 있다. 1980년 62%에 달하는 최고세율은 1989년 50%, 그리고 외환위기 전인 1996년에는 40%까지 떨어졌다. 두 번의 개혁 정부 시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40%에서 35%, 법인세 최고세율은 28%에서 25%까지 떨어졌다. 부자감세를 추진한 MB 정부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상위 1% 소득 비중은 11~12%에 달한다. 20세 이상 인구가 4천만이라고 할 때, 상위 1%인 40만 명은 전체 소득세의 40%인 12조를 부담하고 있다. 25%를 더 부담시키면 3조원의 재정수입을 얻거나, 나머지 99%의 소득세를 평균적으로 15%만큼 줄일 수 있는 금액이다.

부자증세는 그 자체로 최상위 계층의 세후소득을 줄여 격차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복지지출 확대로 2차적인 양극화 해소 기능을 수행한다.

부자증세는 또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만약 3 조원의 재정수입으로 교육과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경제성장률은 개선될 것이다.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이 각각 50%, 37.5%에 달하던 1980년대 후반 분배율과 성장률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시기가 이에 해당한다. 1950~6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 시대 미국의 최고세율은 91%에 달했으며, 90년대 미국의 신경제도 부자증세가 배경이 되던 시기였다.

물론 부자증세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확충하고, 소득과 재산에 연계된 권력 집중 해소를 통해 경제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부자증세만큼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바로 금융거래세다. 금융거래세는 거래비용 증가로 과도한 투기를 억제하고 생산적 투자활동으로 자원을 이전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자산가격 및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경제적 불확실성 해소로 금융 및 재정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한다. 마지막으로 부자증세와 마찬가지로 아주 낮은 세율에도 연간 수천억에 달하는 재정수입을 올려 복지지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대선 정국에서 부자증세와 금융거래세 등 미국과 유럽에서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경제정책들이 거의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과연 대선 후보들은 얼마나 훌륭한 경제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것일까.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