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2일 지방선거 다음날이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증언했다고 썼다. 오만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고 분석했다. 바로 그 국민은 두달도 되지 않아 7월28일 심판의 대상을 바꿨다. 오만한 민주당을 심판했다.

민주당은 최대 승부처로 꼽힌 서울 은평을과 충북 충주에서의 패배를 두고 야권 단일화가 늦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당이 최선을 다했지만 단일화가 좀 늦은 것이 원인이었다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계양을과 충남 천안에서의 패배는 투표율이 낮아 한나라당의 조직동원이 가능했다고 진단했다.

야권 연대가 늦어 졌다는 민주당 지도부를 보라

과연 그러한가. 단언하거니와 민주당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절망스러울 정도다. 단일화가 늦어 패했다? 투표율이 낮아 한나라당이 이겼다? 원인을 모두 외부로 돌리는 작태다. 하지만 외부 요인보다 내부요인이 크다. 아니, 결정적이다.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들고나온 서울 은평을이 상징적 보기다. 민주당이 장상을 공천했을 때, 대다수 민주시민은 도무지 어이가 없었다. 장상으로 이재오를 이기겠다는 오만은 대체 어디서 비롯하는 걸까?

6월 지방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이라는 분석을 민주당 지도부는 시들방귀로 여겼다. 지방선거 뒤 축제 분위기에 젖어있던 민주당은 기실 얼마나 꼴볼견이었던가. 지방선거 바로 다음날 나는 서울시장선거에서 한명숙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유시민이 패배한 사실 앞에 겸손해야 하며 그렇지 않는한 정작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비판적 지식인들의 경고를 모르쇠했다. 장상 공천은 그 필연적 귀결이다. 장상이 누구인가. 김대중 정부시절 국무총리 서리로 임명되었을 때, 이미 여론의 심판을 받고 물러난 사람이다. 바로 그 장상을 결정적 시기에 한나라당 이재오의 맞수로 공천한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은 말살에쇠살이다.

그렇다. 7월 재보선은 묻지마 정권 심판론에 대한 매서운 심판이다. 심판을 받고도 단일화가 늦었다거나 투표율이 낮았다고 강변하는 민주당의 오늘은 무조건 야권연대란 승산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진실을 증언해준다.

무조건 야권연대로 정권 심판론에 매서운 심판

희망은 있다. 민주당이 강원도에서 선전했기 때문이 아니다. 광주에서 민주당이 이겼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광주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2만표를 넘으며 민주당 후보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서서 민주노동당을 조준해 한나라당 2중대나 반미 정당 따위의 색깔공세를 폈는 데도 민주노동당 후보에 광주시민들이 2만 표를 준 사실이야말로 희망이다.

물론 실체이상으로 희망을 부풀릴 생각은 없다. 만일 광주시민들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당선시켰다면, 민주당이 장상을 공천하며 민주노동당에 색깔공세를 펴는 따위의 오만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을 터다.

그렇다. 지금의 민주당으로선 결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명박을 심판할 수 없다. 바로 그 교훈을 민주당이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면 2010년 7월 재보선의 패배는 예방주사가 될 터다. 하지만 민주당에 과연 그런 능력이 또는 겸손이 있을까. 

손석춘 2020g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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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0.06.21 11:11
진보 교육감,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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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날까지도 숨겨졌던 표심이 드러났다. 후보자가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유권자가 절반 혹은 그 이상을 육박하던 각 지역에 당선자가 발표됐다. 발표 직전까지도 많은 이들은 투표용지에 기재된 이름순서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며 '로또 선거'를 우려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유권자들은 '1인8표제'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교육감 후보를 ‘골라’ 뽑았다. 다름 아닌, 지역에서 자신이 원하는 교육개혁을 진두지휘할 대표자로서의 교육감이다.

1. 진보 교육감 ‘골라’ 뽑은 유권자의 열망

이번 교육감 선거는 평균 4.6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쟁률이 3.4대 1이었음을 감안하면 높은 비율이다. 각 지역에 후보자가 많았던 탓이다.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출마한 지역은 더욱 후보자가 많았다. 특히, 서울은 7명의 후보자가 교육감 당선을 위해 겨뤘고 부산은 9명이나 후보로 등록했다. 그만큼 지역교육의 변화에 대한 교육관계자들의 요구가 다양하다는 의미다.

유권자들도 새로운 교육개혁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천안함 사건이나 교과부의 전교조 교사 무더기 징계 등의 악재 속에서도 진보성향 교육감은 전국 16개 시·도 중 6곳에서 당선됐다. 시민사회단체에서 단일후보로 추대한 진보성향 교육감은 12명이었다. 절반의 성공이다.

하지만 단순히 당선자 수만 놓고 ‘절반의 성공’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그 파급력이 너무 크다. 수도권인 서울과 경기 두 곳과 보수 ‘텃밭’이던 강원, 그리고 호남권의 광주, 전북, 전남에서 각각 수도권·강원과 호남권의 교육 혁신벨트를 조성한 까닭이다. 전국 동시 지방선거와 함께 치룬 첫 선거였고 다수의 보수성향 교육감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진보 교육감의 대약진이다.

선거결과를 보면, 당선된 6명의 진보 교육감이 책임지게 될 초중고 학생 수는 전체 학생 수의 56%로 보수 교육감에 비해 13%p나 많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경우 진보 교육감이 보수 교육감보다 4천억 원을 더 쓸 수 있다. ([그림 1] 참고) 이들 6명의 교육감이 정책적 연대를 통해 동시에 정책을 펼쳐나간다면 정부의 교육정책과 다른 새로운 교육개혁을 이룰 수 있는 국면이 열린 것이다.

유권자가 이들 교육감을 ‘로또’식이 아닌 ‘골라’ 뽑았다는 근거는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다. [표 1]과 같이 서울지역의 곽노현 당선자는 투표용지에서 일곱 번째 칸에 이름이 기재돼 있었다. 경기, 광주, 전북 지역의 진보 교육감도 이름이 첫 번째나 두 번째 칸에 쓰이지 않았다. 당선자를 바짝 뒤쫓아 지지율 차이를 좁힌 인천, 부산 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은 이름 순서와 상관없이 후보자를 선택해 투표를 한 것이다. 이는 이번 선거에 각 후보자가 내세운 교육의제가 중심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2. 서울지역 결과 분석 : 다양한 교육적 요구 분출

이번 선거의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지난 시기 교육감 선거와의 비교가 필요하다. 전국의 교육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서울과 경기도는 각각 지난 2008년, 2009년에 교육감 선거를 치렀다. 교육감 선거만 따로 실시하다 보니 투표율은 저조했다. 서울은 15.4%, 경기도는 12.3%의 투표율로 주민대표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된 이번 교육감 선거는 50% 이상의 투표율을 보였다. 앞으로도 교육감 선거는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므로 낮은 투표율에 의한 주민대표성 논란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서울지역의 교육감 선거는 보수성향의 공정택 후보와 진보성향의 주경복 후보 사이에 치열한 접전을 이뤘다. 선거결과, 공정택 후보(40%)는 주경복 후보(38%)보다 2만 2053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당선이 된다. 당시 논란이 됐던 것은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에서만 2만표를 훌쩍 뛰어넘는 표가 공정택 후보에게 몰렸다는 점이었다. 강남구, 서초구의 경우는 공정택 후보 지지율이 주경복 후보 지지율의 2~3배에 달했다. 따라서 주경복 후보가 서울 25개구 중 17개구에서 승리를 했지만 ‘강부자’의 장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올해 교육감 선거는 달랐다. [그림 2]와 같이 곽노현 후보(34%)가 이원희 후보(33%)를 4만7783표 차이로 눌러 지지율 차이는 1.12%p로 좀 더 좁혀졌다. 그만큼 올해 선거 역시 쫓고 쫓기는 치열한 구도였다는 증거다. 그러나 진보 교육감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지역은 늘었다. 곽노현 후보는 서울 25개구 중 19개구에서 앞섰다. 게다가 이원희 후보에게 대폭 몰릴 것으로 예상됐던 강남3구의 표심은 분산됐다. 강남구, 서초구의 경우 곽노현 후보와 이원희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15% 정도로 여타 지역에 비해 매우 큰 차이가 났지만 2008년에 비하면 좁혀졌다.

다만, 곽노현 당선자로서는 제3의 후보에게 투표한 32%의 유권자에게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선거보다 진보후보의 지지율은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유권자들의 교육적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을 입증한다. 2008년 제3의 후보 지지율이 총 22%였다면, 올해 제3의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은 총 32%로 10%p 상승했다. ‘사교육 없는 학교’, ‘엄마표 교육감’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김영숙, 남승희 후보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공교육 혁신과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교육 등 유권자들의 다양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3. 경기지역 결과분석 : 한층 향상된 ‘성적’과 그에 따르는 책임

경기도에서 2009년과 2010년 1년 전후로 치른 두 차례의 교육감 선거 사이에는 더 큰 변화가 나타난다. 2009년 김상곤(41%), 김진춘(33%) 후보 사이의 표차는 7만5811표(8%p). 첫 진보단일화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김상곤 후보와 보수성향의 현직교육감이던 김진춘 후보는 지지도가 높은 지역 수도 엇비슷했다. 특징이 있다면 도시 지역에서는 김상곤 후보, 도농복합 지역에서는 김진춘 후보의 지지도가 높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2010년 선거에서 김상곤(42%), 정진곤(27%) 후보 사이의 표차는 무려 66만1919표(15%p). 두 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2009년의 두 배나 높아졌다. 지역별 지지현황을 봐도 올해 선거에서 김상곤 후보는 가평군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정진곤 후보 지지율의 두 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림 2] 참고)

높아진 지지도는 유권자가 임기동안의 교육감 활동을 평가한 ‘성적’과 같다. 김상곤 교육감은 2009년 첫 선거에서 “이명박 특권교육 반대”라는 명확한 슬로건을 내세우고 폭넓은 연대를 기반으로 기층여론을 주도해 당선됐다. 그리고 임기 1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도 처음 공약으로 내세웠던 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등 굵직한 교육정책들을 성실히 실현시켜 왔다. 이렇듯 김상곤 교육감이 새로운 교육적 시도를 꾸준히 이행하는 과정에서 유권자의 신뢰가 점차 증폭된 것이다.

이러한 경기도교육감의 성공사례는 올해 진보 교육감 대거 탄생의 기반이 됐다. 김상곤 교육감이 올해 선거에 미친 영향은 첫째, 김상곤 교육감의 교육정책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국민들은 진보적 교육단체의 주장들이 실현가능한 것임을 알게 됐다. 둘째, 진보적 교육개혁을 추구하는 이들은 선거에 앞서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와의 폭넓은 연대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셋째,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네거티브 정책이 아닌 ‘무엇을 하겠다’는 포지티브 정책을 공약으로 준비했다. 이렇듯 진보 교육감의 대표 격인 김상곤 교육감에게는 이후 임기 4년 동안의 행로에 또다시 막중한 책임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4. 교육계의 지각변동,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각 언론은 현 교육감과 새로 당선된 진보 교육감 사이의 ‘마찰’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교과부, 광역단체장과의 ‘불편한 동거’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대응해 갈 것인가가 관건이라고도 한다. 논란의 중심에 놓인 공약은 다름 아닌 무상급식이다.

무상급식은 무엇보다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급식을 하기 위한 재정마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예산 결정의 권한은 교육의원과 시도의원에게 있다. 교육감이 예산안을 작성해 교육위원회, 시도의회에 제출하면 그들이 의결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의원과 시도의원이 모두 반대하고 나서면 무상급식 예산안은 통과시키기 어렵다. 지난해 김상곤 교육감도 취임 시 핵심공약이었던 무상급식에 관한 예산을 제출했으나 도교육의원과 도의원들에게 세 차례나 전액 삭감 당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지방선거 결과 정치지형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표 2]와 같이,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은 강원도를 제외하고 모든 지방의회가 ‘여소야대’가 된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인 서울·경기는 여당이 광역단체장을 맡게 됐으나 광역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 모두 야당 비율이 높다. 무상급식은 기초자치단체의 지원도 필요로 한다. 또 전국에서 82명 중 16명이 진보성향의 교육의원으로 당선된 것도 작게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광역단체장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교육정책을 좌지우지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선 직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선거기간과 달리 “곽노현 교육감 당선자와 서로 충분히 논의하면 좋은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지난해 무상급식 마찰이 쟁점화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유연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감 당선자들 역시 불협화음을 내기보다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여당이 우세한 강원도의 경우는 도지사가 민병희 교육감 당선자와 같은 공약을 제시해 입성한 만큼 시도의회나 교육의원이 무상급식을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강원도에서는 선거기간에 민병희 후보의 제안으로 보수성향 교육감 후보까지 전원이 무상급식에 대해 약속하기도 했다. 무상급식이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인 흐름을 타고 이뤄질 경우 강원도만 멈춰서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다음으로 교육계의 주요한 변동 중 하나는 혁신학교 모델 확대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만든 새로운 모델로, 학급당 25명 이하, 학년당 6학급 이내로 운영되는 작은 학교다. 학교와 교사에게 수업에 대한 자율성을 주고 다양화, 특성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도록 한다. 김상곤 교육감은 경기도 내 200개, 곽노현 당선자는 서울시 내 300개의 혁신학교를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곽노현 당선자는 교육여건이 열악하고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은 학교를 중심으로 혁신학교를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학교에서 동일하게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하고, 각 학교·학생 사이의 학력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학교 간 경쟁을 강조하고 학력이 연속으로 낮은 학교는 폐교시키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과는 상반된다. 다른 진보 교육감들 역시 혁신학교를 공약화한 만큼 수도권에서 시작되는 혁신학교 바람은 전국에 공교육 개혁운동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경쟁과 교육양극화를 심화시키는 ‘MB 교육정책’이 재검토될 예정이다. 일제고사와 그 성적공개, 고교선택제, 자율형사립고(자율고) 등이 그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MB 심판론’이 우세했던 만큼, 진보 교육감의 대거 당선은 국민들이 그만큼 정부의 경쟁·서열중심 교육을 반대하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전국 단위의 학력평가를 실시하고 그 성적을 공개해 학생들을 경쟁의 굴레에 가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다음 달 13~14일에 또다시 일제고사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교육감에게는 일제고사에 대한 권한 자체는 없다. 이에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은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일제고사를 표집형으로 전환하고 성적 공개를 재고하도록 교과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시도교육감협의회 주관 진단평가는 거부할 예정이다. 따라서 다음 달에 있을 일제고사는 기존 방식대로 치러지더라도 그것을 계기로 일제고사에 대한 재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고교선택제 역시 수정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지난해 처음 실시됐으나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와 기피하는 학교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대해 곽노현 당선자는 “소위지역 학생에게 강남학군 학교로 입학할 기회를 주는 것보다 소위 지역에 좋은 학교를 만들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혁신학교 추진 배경과 마찬가지로 모든 학생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지다.

특목고나 자율고는 추가 지정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목고와 자율고를 지정하는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자율고로 지정된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거나 입학요건·등록금을 변경하는 것은 교육감이 임의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정을 해제하려면 교과부와의 협의와 해당 학교의 동의를 거쳐야 하며 입학요건·등록금은 학교 자율로 명시돼 있다. 따라서 자율고가 집중적으로 신설된 서울지역의 기존 자율고는 지정 해제되지 않는다. 다만, ‘MB식 특권교육’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특목고나 자율고, 자사고 등을 지역 내 새로이 추가 지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의 한 목소리다.

5. 진보 교육감, 구체적인 진보 정책대안 제시해야

이번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많은 호응을 받은 것은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선명한 대안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경쟁만능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여론도 높았던 터다. 따라서 ‘진보 교육감’이라는 말은 진보성향을 표방하는 단체들을 대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 정부와 달리 진보적인 교육개혁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것은 그것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선택’의 결과다.

이제 진보 교육감들은 시험대에 올랐다. 앞으로 4년의 임기동안 어떤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고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할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그런 진보 교육감들에게 당장 코 앞에 닥친 1차적 과제는 지방 교육행정 차원에서 협력과 조율을 끌어내고 ‘MB 교육정책’과 맞서는 것이다.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노력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1차적 과제만으로 진보 교육감이 성공했다고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유권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토대로 경쟁 위주의 ‘수월성’ 프레임을 넘어선 구체적인 진보 정책대안을 차분히 준비해나가야 할 때다. 유권자들은 보다 다양한 교육적 수요를 수렴한 진보적 교육정책의 분명한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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