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정치2012.10.25 11:43

2012.10.24김병권/새사연 연구원

 

제일 늦게 겨우 취업했다가 제일 먼저 잘린다(Last in First out).

선거 때마다 2030 청년세대들은 반짝 인기를 누린다. 정치인들이 청년세대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갑작스런 애정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선거는 좀 특이하다. 청년들을 위해 그나마 성의를 표시는 대선 후보조차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대학 진학까지의 치열한 경쟁과 가족들의 희생, 진학 후에는 엄청난 등록금, 겨우 졸업을 하나 싶으면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이라는 장벽. 그렇게 정체되어 쌓이는 청년들. 이제는 당연한 수순이 되어버린 청년 세대의 문제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문제에서만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고민거리가 되었다. 네마트 샤픽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청년실업을 해결할 적절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잃어버린 10년’이 아닌 '잃어버린 세대 (lost generation)'가 나타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가장 집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은 청년이었다. 위기가 닥치면서 제일 먼저 회사에서 쫓겨나 일자리를 잃은 것도 청년이었다. 그런데 경기가 회복되어도 청년은 가장 나중에 겨우 일자리를 얻고, 그것도 아르바이트나 임시직, 단기 계약직, 비공식 부문 일자리와 같은 나쁜 일자리가 훨씬 많았다. 제일 늦게 노동시장에 들어가고 제일 먼저 노동시장에서 쫓겨난다(Last in First out)는 이야기다.

[표1] 경제위기와 청년들이 받는 추가적인 위협(ILC2012)

다시 경제위기의 계절이 오는데, 청년선거 공약은?

그러나 대선 국면에서 후보들은 근본적으로 청년들이 처한 역사적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경제 성장률이 한국은행 기준으로 보아도 2.4%로 추락하고, 내년에도 결코 전망이 좋지 않을 정도로 다시 경기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중이다. 또 다시 청년들이 제일 먼저 잘리고 제일 나중에 취업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발표한 청년 주거 공약과 청년 일자리 공약을 보면 한마디로 말해 한심하다. 박근혜 후보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20~40대 무주택자와 서울ㆍ수도권의 대학생’을 위해서 기차 길 위에 인공 부지를 조성해 고층건물을 지은 뒤 아파트, 기숙사, 복지시설, 상업시절을 20만 호 짓겠다고 공약했다. 지금 있는 대학들의 기숙사 비용과 시설을 개선할 생각은 안하고 뜬금없이 기차 길 위에 지어주겠다는 것이다.

당장 ‘반값 등록금’, ‘청년 고용할당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입법을 하라.

청년 일자리 정책도 비슷하다. 요즘 유행하는 K-pop 개념을 차용해서 K-move라고 이름붙인 박근혜 표 청년 일자리 정책은 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이름만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3년 중동 건설인력 파견 2000여 명 등 700억 이상을 들여 ‘글로벌’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일자리를 한 해에 5000개도 안 되게 만들었던 바로 그런 정책이다.

지금은 이름만 그럴듯하고 전혀 실효성 없는 청년 정책을 말할 때가 아니다. 이미 기초적인 답은 나와 있다. ‘반값 등록금’, ‘청년 고용할당제’, ‘최저임금 인상’이 바로 그것이다. 진보진영이 수년간 확인하고 재확인한 과제들이다. 더욱이 이들과 관련한 법률안도 이미 발의가 되었다. 대선 후보들은 이를 즉시 입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의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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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7 / 06 최정은/새사연 연구원

▶ 문제 현상

비싼 대학등록금, 한국 세계 2위

우리 대학등록금은 가계나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지 오래다. 대학등록금이 가장 비싸다는 미국 다음으로 높은 세계 2위다. 국공립대 연간 평균 대학등록금을 물가와 환율이 동등하다고 가정하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구매력지수(PPP)로 비교해보면 미국은 6312달러, 한국은 5315달러로 상당한 수준으로 올랐다. 2012년도 우리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70만6천원이며, 국공립대는 415만원, 사립대학은 737만3천원으로 집계되었다. 우리와 반대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의 대학등록금은 0원이다.

경제위기에도 ‘인상’

세계 경제위기 여파에도 계속 오름세였다. OECD가 2000년과 2008년의 학생당 대학교육비를 비교해보았다. 2000년 대학교육비를 100으로 봤을 때, 2008년 한국의 대학교육비는 146.3으로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 시기에 평균적으로 다른 국가들의 대학교육비용은 안정되었으나, 우리는 예외적으로 50%나 상승했다. 대학교육비에 여러 항목이 포함되겠지만, 대학등록금이 큰 덩치를 차지한다.

통계상 한국의 대학등록금은 97년 위기 때 잠시 주춤한 것을 제외하고 2008년 경제위기 이전까지 매년 10%이상 오르면서, 대학교육비 인상을 주도해왔다. 최근 반값등록금에 대한 여론이 거세었으나 대학들은 올해 반값은커녕 평균 5%도 내리지 않았다.

 

▶ 문제 진단 및 해법

등록금 상한선 무너지면서 가계는 ‘빚더미’

우리나라 100가구 중 4가구가 대학 등록금이나 사교육 용도의 교육 빚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가구당 평균 1700만원을 빚지면서 이 규모는 12조원에 달한다. 대학등록금은 사실상 가격 상한선이 무너지면서 고삐 풀린 채 인상되었다. 1989년 사립대 등록금 자율화 조치에 이어 2003년 국공립대 등록금마저 자율에 맡겨지면서 대학등록금 인상은 가계소득의 증가율을 훌쩍 뛰어넘었다. 안정된 일자리도 부족한 상황에서 등록금 부담은 가계나 개인의 빚으로 쌓이고 있다.

‘제로 등록금’도 가능

고가의 대학등록금이 과연 적정한가에 대해 많이 이들이 의문시한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공개한 4년제 대학의 교육원가는 454만7400원으로, 지난해 사립대 연간 평균 등록금의 59%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부는 ‘빚내서 대학 다니라’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응하거나,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세상’(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이라는 엉터리 보고서를 내어 과잉학력을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 근본 원인은 대다수 대학들이 마음대로 학비를 정하고, 적립금만 쌓아가며 자산 불리기에 혈안이 된 데 있다. 서울시립대와 같이 얼마든지 반값등록금이 가능하며, 국공립대를 시작으로 무상 대학교육도 시도할 수 있는 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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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3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하반기 우리 모습도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현재로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어렵다.”

경제정책을 맡고 있는 부처 수장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한 발언이다. 도대체 1년이나 6개월 뒤의 얘기도 아니고 한두 달 안에 벌어질 상황이 예견이 안 돼 우리 경제의 하반기 전망을 하기 어렵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

그러면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단 말인가. 당연히 국내에서 일어날 일은 아니다. 유럽대륙에서 들려올 소식을 고려해 둔 것이다. 6월 초에는 유럽의 3대 경제강국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6월10일에는 프랑스가 대선에 이어 총선을 치른다. 의회도 사회당 계열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달 17일에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그리스 재총선 날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Alexis Tsipras)가 이끄는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가 제1당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18~19일에는 G20 정상회의가, 28~29일에는 유로정상회의가 잇달아 예정돼 있는 것이다.

도대체 유럽위기의 끝은 언제이고 왜 진정되지 않는가. 지난해 5월 그리스 구제금융으로 본격화한 유럽위기가 만 2년이 넘도록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리한 긴축과 경기침체의 가속화’가 문제였다는 것이 최근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구제금융이 시작된 2010년 이후 2년 동안 그리스의 실업률은 10%에서 21%까지 두 배 이상 폭증했고 청년실업률은 50%를 넘어섰다. 이제야 긴축을 위한 협약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협약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방향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전환 과정이 순조롭게 되면 유럽위기는 극복의 방향으로 가겠지만, 아직은 대단히 큰 혼란국면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신재정협약’이라고 하는 긴축협약으로 유럽위기가 완화되기를 기대하면서 우리나라 주요 기관들이 예측했던 한국경제 전망치들도 모조리 엇나가게 된 것은 필연이다. 정부 등이 예측했던 3.7~3.8% 성장률 전망이 최근 3.3%(OECD)에서부터 3.6%(KDI)로 낮아지고 있다. 일단 1분기 성장률이 2.8%였고 2분기도 크게 개선될 여지는 적다.

그러면 하반기는 어떨까. 당초 3% 성장을 전망을 했던 이유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즉 하반기 경제가 좀 더 좋아질 것을 전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반기 경제가 호전될 것을 예측했던 결정적 근거 가운데 하나가 그리스와 유럽의 상황호전 기대였다. 그런데 6월에 그리스와 유럽의 상황이 급반전하는 국면으로 가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등 단기적으로 큰 충격이 예상된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오히려 하반기 경제가 더 나빠지면서 올해 우리 경제는 3%를 맞추기도 어렵게 될 수 있다. 박재완 장관이 말한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일어날 너무 많은 일”이란 이런 것들이리라.

경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 점점 더 확실해질수록 대선을 앞두고 경제와 민생의제가 정치권에서 자주 오르내릴 것이다. 벌써부터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각 정당이 민생법안을 1호 법안으로 내겠다는 소식도 들린다.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4대 보험 차별해소를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은 공식적으로 반값등록금 법안을 가장 먼저 발의하겠다고 이미 공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나와 봐야 알겠으나 어쨌든 형식은 민생과 경제가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국면일수록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경제와 민생을 얘기하기 때문에 가짜와 진짜를 가려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5·10 부동산대책처럼 투기적 부동산시장 자극이나 신용팽창을 유도하는가 하면, 수출지원 명목으로 대기업 규제완화 등을 경제 살리기라면서 오히려 확대할 수도 있다. 자산과 소득에 대한 감세로 경기를 살려 보겠다는 발상이 부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시점에서 경제를 살리고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길은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다. 재벌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며 소득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임금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불공정한 납품가체제를 개혁하고, 유통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규제를 강화하며 독과점 가격을 억제하는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새누리당 쇄신파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실천 모임(가칭)’이 곧 만들어진다고 한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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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0정태인/새사연 원장

대학 등록금은 어떻게 결정될까

현재의 “반값 등록금”운동은 최대한의 정부 보조를 얻어내면 성공하는 것일까? 현재 각 정당, 특히 야당이 경쟁적으로 거액의 지원을 내걸고 한나라당 역시 마냥 외면하지 못한 채 2조원 이상을 이미 약속했으니 보조금을 얻는 것이 목적이라면 벌써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반값 등록금”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90%에 이른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으므로 국민적 합의도 이뤄진 셈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대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은 한결 가벼워질테니 운동의 성과도 바로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 성공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더 성공적인 운동이 되기 위해서 대학 등록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부터 살펴 보자. 대학 등록금은 한마디로 독점 가격이다. 수요자인 대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대학은 오로지 학생들의 지불능력만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대학 입학이 확정된 후 가격이 너무 높다고 해서 탈출 옵션(자퇴)을 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목소리 옵션도 힘이 없다. 세칭 일류대일수록 더 그럴 것이다. 학벌도 톡톡히 일조하는 양극화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이 가져다 줄 미래의 예상 수익이 천문학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대학졸업장이 없으면 원서도 낼 수 없다”는 것은 이 현상이 일류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학이 아무리 고액의 등록금을 제안해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손쉬운 독점 사업이라면 누구나 대학을 만들려고 하겠지만 초기 비용이 대단히 크고 더구나 대학의 평판은 쉽사리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어마어마하게 높다. 단기적으로도 교육부가 대학 정원을 규제하기 때문에 공급(사실상 학생 수)을 늘릴 수도 없다(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은 입시경쟁을 일부 완화할 수 있지만 등록금 문제는 거의 해결하지 못한다. 수요의 가격(대학등록금)탄력성이 0에 가깝기 때문에 대학의 수익만 늘리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사실 대학 입학이 확정되기 전, 사교육시장도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수요자(입시생)들의 무한경쟁에 의해 사교육비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다만 이 시장은 진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대학처럼 마음껏 수강료를 올릴 수는 없다. 경제학 용어에서 고른다면 이 시장은 독점적 경쟁에 가까울 것이다]

결국 쓸만한 직장이 제한되어 있고 거기 가는 조건이 학벌이기 때문에(또는 그렇게 믿기 때문에), 더구나 학력에 따른 사회적 차별도 심하기 때문에 대학교육에 대한 무한한 수요가 존재하고 여기서부터 어마어마한 독점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자율화’는 대학이 마음껏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앞으로 서울대가 법인화되어 대학 등록금 인상을 주도한다면 그 영향은 우리의 상식을 훨씬 뛰어 넘을 것이다(예컨대 서울대가 한학기 2천만원 등록금을 내건다고 정원을 채우지 못할까?).

독점가격에 대해 올바른 정책은 가격규제이다. 

만일 이 주장이 옳다면, 그리고 일단 이 측면만 떼어 놓고 본다면 등록금에 대한 정부 보조는 잘못된 방향이다. 가령 한국에 자동차 회사가 하나이고 수입도 금지되어 있다면 이 회사는 독점가격을 설정할 것이다. 높은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이 도저히 차를 구입할 수 없다고 해서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그 차를 사도록 하지는 않는다. 독점에 대한 경제학의 표준 처방은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지만 위에서 보았듯이 대학교육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이것도 때때로 무한한 투기수요 때문이다) 집없는 사람들한테 정부가 보조금을 줘서 집을 사도록 하지 않는다. 자동차든 부동산이든 정부는 가격 규제를 하거나 공공 공급(공공임대주책, 국공립대학)을 늘리는 정책을 택한다.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높은 대학 등록금에 대한 최우선 정책은 가격 규제이다.

대학교육의 공공성

물론 자동차나 집과 대학교육이 똑같냐고 물을 수 있다. 즉 대학교육은 공공성이 있는 서비스이므로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맞다. 그러나 대학교육 공공성의 명확한 근거는 별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우선 경제학의 시장실패론에 따라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도출해 보자. 대학교육은 공공재일까? 경제학교과서의 기술적 정의(비배제성, 비경합성)에 따르면 불행하게도 공공재로서의 성격은 약하다. 대학은 등록금 내지 않은 사람을 강의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할 수 있고 유명 대학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학생 수는 제한되어 있다(물론 샌델의 정의론과 같은 방송 강의는 경합성이 약화되는데 이는 방송의 공공재적 성격 때문이다). 대학교육의 공공재적 성격은 대학이 생산해 내는 지식이 공공재라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찾을 수 있다. 흔히 책의 서문에서 저자들이 학생들의 열띤 토론과 질문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얘기하는 것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면 대학생들이 이런 지식 생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토론과 글쓰기는 이런 지식의 확대재생산이다. 그러므로 대학생들이 날카로운 질문과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도 대학에 다닐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성립된다(물론 이 측면만 고려한다면 교수와 대학원생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위의 예는 지식이 양의 외부성을 지니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서 대학 생활 자체가 사회에 커다란 외부효과를 끼치기도 한다. 예컨대 흔히 민청학련 세대, 386세대 식으로 하나의 세대를 형성함으로써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학 교육은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키우고(불행하게도 중고등학교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사회의 모순에 대한 인식을 벼려서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다. 한국의 역사는 이런 사실을 훌륭하게 증명하고 있다. 대학의 독점가격은 이런 양의 외부성이 발휘될 수 있는 조건을 질식시키고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또 하나의 시장실패 예인 독점에 관해서는 이미 본 바와 같다.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 보조는 정의로운가

공공성은 시장실패론 이상을 포함한다. 즉 시장에서 매매되는 서비스이고 위의 시장실패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시장균형의 결과가 사회의 공익, 또는 공공가치를 달성하지 못할 때 정부든, 시민사회든 개입해야 한다. 시장과 정부, 사회경제가 역할 분담을 통해 공익을 달성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 딜레마인 경우 ‘시장 성공’의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으며(사회딜레마 게임에서 경쟁은 협동보다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나아가서 정의론의 차원에서 공공성을 도출할 수 있다.

예컨대 대학교육이 필수재(또는 기본재, primary goods, 롤스)라면 정부 지원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예컨대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면 정부가 시장에서 쌀을 사서, 아니면 정부 비축미로 지원하는 건 당연하게 받아 들일 수 있다. 과연 한국에서 대학교육은 필수재일까? 많은 사람이 “대학 안 나오면 사람 구실 못한다”고 믿고 있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그 믿음이 옳건 그르건). 만일 조금 더 절박한 필수재에 대한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대학에 대한 보조금도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대학에 안 가거나 못 간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대학이 금융이나 언론과 같은 시스템재인가도 살펴 볼 필요가 있지만 시스템재에 관한 이론이 거의 전혀 없으므로 이론부터 만든 후 나중에 천천히 따져 보기로 하자)

센의 정의론에 따르면 최소한의 필수재 공급을 넘어서 개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키워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정의이다(예컨대 장애인이라면 더 많은 필수재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등록금 부담에 짓눌리는 대학생들에게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것은 대학 내부의 현저한 불평등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센의 정의론으로도 합리화될 수 있다. 샌델류의 공동체적 정의론도 대학생 보조를 지지할 수 있다. 심각한 차별을 야기해서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시정의 대상이 된다. 이상의 근거로 등록금에 대한 정부 지원은 합리화된다.

독점가격 규제와 공공성 확보 정책의 결합

그러나 대학등록금의 독점성에 대한 정책은 규제가 우선이다. 구체적으로 등록금 산정 근거의 공개로부터 시작해서 결국 등록금의 인하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 전제로 현재 대학의 기금 규모와 운용 실태, 재단 전입금 실적, 재정 수입과 지출 현황, 대학의 부동산 소유 현황과 이유 등부터 따져야 한다(“투명성 조건”이라고 하자). 등록금에 대한 목소리를 약자인 대학생에게 전적으로 맡길 수 없고 교육부 당국도 믿을 수 없다면 대학당국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와 시민사회도 참여하는 등록금 산정위원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등록금이야말로 심의 민주주의에 의해서 합의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민주주의 조건”이라고 부르자).

만일 이런 전제 없이 등록금 보조만 실행하게 된다면 그건 독점가격을 추인할 뿐 아니라 앞으로 대학이 더 홀가분하게 등록금을 인상할 여지를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분명히 그것은 나쁜 정책이다. 지금 한나라당의 태도가 바로 그렇다. 대학생들 표를 의식해서 그저 돈을 쥐어 주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나쁜 의미의) 포퓰리즘이다.

이 문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응은 정동영 의원 등이 제시한 대학 무상 교육이다. 이 경우 등록금은 전적으로 정부가 산정하게 될 것이고 정부는 최소의 지출만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존 등록금을 낮추려고 할 것이다. 일단 국공립대학교에서 제로 등록금을 시행하면 대학생 1인당 표준 교육비가 확립될 것이다. 만일 이 표준교육비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사회가 받아들이게 된다면 각 대학의 상황에 따라 이 수준에 비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차액을 정부가 보조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국회에서 어떻게 협상이 진행될 것인가를 고려해 보면 아마도 규제 수준과 정부지원금액이 교환될 것이다. 즉 높은 규제에 걸맞은 더 많은 지원(야당), 그리고 낮은 규제와 더 적은 지원(한나라당)이 서로 대립하고 결국 중간 수준에서 타협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그 어떤 협상에서도 출발점은 현재의 독점가격이 아니라 대학생 1인당 표준교육비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장기적인 교육개혁과의 결합

현재의 등록금 문제의 근원은 사회양극화, 직장 양극화, 그리고 학벌 사회이다. 만일 현재의 등록금 운동이 이런 양극화를 완화하도록 설계된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지금 대학교육개혁 방안으로 국공립대학 네트워크 안이 제시되어 있다. 서울대 등 국공립대학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서, 예컨대 한국1대학, 한국2대학...으로 만들고 대학별로 전문 분야 특성화를 이룬 후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이다. 또한 교육 내용과 가격에 대한 규제에 동의하는 일반 대학도 이 네트워크에 포함시켜 나간다. 말하자면 점진적 대학 국공립화 방안이다.

나는 현재의 등록금 논의를 이 구상에 접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국공립대학부터 “제로 등록금”을 실시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금액의 1/10 이하로도 이룰 수 있는 목표이다. 단 국공립네트워크에 들어오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서울대가 결사 반대할 가능성이 높지만 국민의 요구로 수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당장 사립대학생들의 어려움은 별도의 재정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우선 투명성 조건과 민주주의 조건을 받아들인 학교에 한해서, 이 조건에 따라 등록금을 정상화한 후 사회가 표준 교육비에 비춰 어느 정도나 지원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따를 경우 국공립 무상을 더한다 해도 정부보조금 총액은 낮아질 수 있다. 사회 양극화가 존재하는 한, 대학의 독점력은 계속 작용하겠지만 내부의 견제(산정위원회)와 외부의 국공립네트워크에 의해서 일정 정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이 정상화되면 장차 사교육 경쟁도 어느 정도 완화되겠지만 현재의 역관계를 고려해 볼 때 사교육규제(나아가서 금지)가 훨씬 더 쉬울 것이다. 사학집단의 힘에 비해 학원의 힘은 훨씬 약하다. 당장 사교육에 대한 규제도 병행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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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06 / 09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반값 등록금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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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 차

1. 대학등록금, 비싸도 너무 비싸다

2. 대학 등록금, 그렇게 비싼 이유는?

3. 등록금 관련 제도

4. 어떻게 할 것인가?

참고 : 각 단체 개혁 방안

요약문

반값등록금이 부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불문하고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나라당에서조차 반값등록금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 대학생들은 매일 저녁 도심에서 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으며 제 2의 촛불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 역시 뜨겁다. 우리나라 등록금은 국가 보조가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그다지 비싸지 않으며 교육의 질을 위해서는 등록금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사학재단측의 입장에서 대학에 다니지 않는 청년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논란, 다른 복지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복지 우선순위 논쟁, 부실하고 거품이 과도한 대학교육에 국가재정을 쓰는 게 정당 하느냐는 논쟁까지 우리사회는 반값등록금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문제를 좀 정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반값등록금의 핵심은 과도한 등록금부담을 지고 있는 청년층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등록금이 실제 과도한지, 등록금 부담을 적정하게 조절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그 정책이 미칠 파급효과와 다른 대학개혁과제와의 관계는 어떠한지, 정책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과 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 것인지 등이 연구되어야 한다.

여기에 다른 복지가 우선이다 는 논쟁은 의미가 없다. 전반적 복지수준이 형편없는 상황에서 빠른 시간 내 복지수준을 크게 끌어올리지 않으면 변화된 신사회위협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우선순위를 따지고 가장 필요한 것은 논의하자는 것은 계층 간, 세대 간 갈등만 유발할 뿐이고 우선순위에 대한 근거를 찾기도 쉽지 않다.

부실하고 거품이 많은 대학교육의 현실에서 올바르지 못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논의도 문제가 있다. 수준 낮은 대학이라도 대학졸업장이 필요한 현실에서 대부분의 청년들이 대학진학을 하고 있다. 대학졸업장이 기본 스펙이 된, 소위 인서울 대학에 가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유명 대학의 독점력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부실대학 문제와 과도한 대학진학률 해소는 등록금문제와는 다른 정책과제이다. 사회전반의 개혁과 동반되어야 하며 본격적인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하지만 등록금 부담 완화과제와 충돌한다고 볼 필요는 없다.

과도한 학벌주의와 대학졸업장이 사회생활의 기본이 된 상황에서 가격을 통한 시장질서 회복의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자칫 등록금을 비싸게 해서 대학진학률을 억제하자는 주장으로 확대된다면 매우 위험한 논리에 빠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지원을 늘리는 것이다. 국가지원 확대에 대한 논리는 탄탄하다. OECD 평균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은 고등교육의 긍정적 외부효과, 사회 양극화 해소와 기회균등 원칙의 확립, 시장실패 보완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체 대학생은 대학원생 30만을 제외하고 330만, 매년 실제 등록하는 대학생은 220만 명으로 추산되며 등록금액 총액은 2009년 결산 기준으로 14조원인데, 2010년 인상률을 감안하면 2010년은 15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 중 3조 안팎이 장학금이므로 실제 납부하는 총액은 12조원 정도이며 반값 등록금을 위해서는 6조원쯤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OECD 수준으로 고등교육 지원액을 확충하면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대학에 대한 합리적 규제방안 확립이다. 이는 대학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필수 조건이다. 공공성이 국가의 재정지원과 직접 운영이라는 협소한 의미에서 교육의 공적 역할을 달성하는 과제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기준충족과 그에 미달하는 주체의 규제방안이 필수적이다. 또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확실한 규제방법도 필요하다. 등록금 결정과정과 대학운영, 교육의 질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집행에 대한 구속력을 갖춘 법제정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등록금상한제의 개선,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한 사학재단 적립금 규모 및 운영 규정, 대학전입금 의무화 및 규제방안, 학교운영의 민주적 governance 구조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세부적인 정책내용을 보다 세밀히 연구될 필요가 있지만 핵심은 국가지원을 확대하는 것과 지원을 받는 대학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정책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반값등록금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과거 사학법 개정을 극렬 반대했던 집단이다. 한나라당에서 반값등록금을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당 내부에서는 개정된 사학법을 다시 개악하자는 법안을 내는 형편이다. 사학재단들이 철저히 이익집단화 되어 있고 학교운영의 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엄밀한 제도설계 없이 재정만 투여될 경우,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대학개혁은 국가 재정 투입보다 훨씬 쉽지 않은 과제이다. 관계집단간의 합의도출과 실제 집행과정의 어려움, 이익집단의 비토 등은 노무현정부시절 사학법 개정 시 똑똑히 보여준바 있다. 그 당시 촛불집회까지 이끌며 결사반대를 했던 집단들이 현 집권여당이며, 그 뒤에는 든든한 사학재단 관계자들이 존재한다. 그 결과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했던 상황에서 간신히 통과된 사학법은 아무도 지키지 않는 유명무실한 법안이 되었고 2007년 개정안 내용이 상당히 후퇴한 재개정 안이 통과되었다. 그나마도 실제 현장에서는 집행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반값등록금 정책이 국가 재정투입의 과제를 넘어 실질적 대학개혁으로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은 길임을 보여준다.

기대되는 점은 등록금 부담의 실 주체인 학생들이 나섰다는 점이다. 유명 대학들이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10일이 넘게 이어지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학부모들과 앞으로 자녀를 대학에 보내야 하는 3-40대의 지지도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앞 다투어 지지를 보내며 반값등록금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운동이 대학개혁 운동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앞선 사학법 개정과정에서 명확히 보여주듯이 대학개혁은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추진되지 않는 이상 달성되기 어려운 과제이다. 학생들과 학부모, 국민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대학개혁방안의 연구와 사회운동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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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