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10.07.29 11:33
새로운 축적체제를 꿈꾸는 메가 뱅크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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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맨으로 잘 알려진 어윤대 국가브랜드 위원장이 KB금융회장으로 내정되자마자, 우리은행에 대한 인수합병 의사를 밝혔다. 정운찬을 총리로 임명하면서 세종시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켰듯이, 어윤대의 내정과 메가 뱅크를 향한 그의 급한 행보는 ‘행동대장’을 내세워 기동전을 펼치는 전형적인 MB스타일의 정책추진 방식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정부만 일방적으로 메가 뱅크의 추진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한국의 선두 금융기관들도 “메가 뱅크로의 재탄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고 있다. 메가 뱅크 계획은 MB의 측근인사와는 무관하게 추진되어 왔다. 다만 이 계획의 필수 요소인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민-관의 의견조율 과정이 측근인사로 인해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은행 설립 계획은 1997년의 경제위기 이후 정부와 경영계가 강력히 추구해 온 신자유주의 개혁에서 화룡점정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계획 자체는 동북아 금융 허브 프로젝트와 자본시장통합법(2009년 2월부터 시행)과 함께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추진되어 왔다. 메가 뱅크는 신자유주의의 기본 아젠다인 자유화, 개방화, 민영화에 맞게 금융체제를 재편하면서 그 짝으로서 함께 추진된 금융 산업의 대형화, 겸업화, 증권화의 구체적 실현 형태이다. 처음에는 외환은행 매각에서 얻은 ‘교훈’으로 인해 은행의 민영화 시점과 그에 대한 여론을 저울질 하다가 기회를 놓쳤고, 최근에는 세계경제위기로 인해 지금까지 연기돼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메가 뱅크 계획이 세계적인 대세에 편승하는 것이었다면, 금융안정성을 기본화두로 G20이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체제 개혁에서는 추세적 변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난파선을 홀로 고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은 오는 11월 G20회의의 주최국이다. 주최국은 회원국들의 다양한 시각 차이와 의견 차이를 조율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과연 MB정부는 세계적 차원에서 금융안정성을 위한 공조를 주도하면서, 국내에서는 금융기관의 대형화·겸업화를 동시에 이루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금융 산업의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논리와 연쇄파산(too interconnected to fail) 구조를 이번 세계적 위기의 핵심 문제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금융 산업의 대형화, 겸업화, 증권화에 대한 규제를 다시 강화함으로써 금융기관의 크기와 영업범위를 일정정도 제한하는 개혁을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일명 볼커 룰을 통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간의 업무 사이에 일정한 높이의 차단벽을 설치해, 과거의 글라스-스테갈 Glass-Steagall 법안의 취지를 일부 재도입 하려고 한다. 또한, 규모에 대한 규제안으로서 현재 존재하는 단일 은행의 예금규모가 전체 예금 시장의 10퍼센트를 상회할 수 없도록 한 법률을(Riegle-Neal Act) 확대하여 부채에도 10퍼센트 제한 규칙을 적용할 예정이다. 규모에 대한 규제안 자체가 일정 정도 사업 범위의 축소를 강제하는 효과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J.P. Morgan Chase와 Citigroup은 자산규모 축소를 위해 자산운용사나 상품트레이딩 자회사를 매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 밖에 주식, 채권, 파생금융상품 거래, 사모투자펀드, 헤지펀드 등에 대한 상업은행의 자기자본투자를 금지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대형은행의 영업범위도 축소시킬 계획이다.
 
왜 한국정부와 금융계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면서까지 이미 파산한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을 고수하려는 것일까? 관계자들은 규모의 경제 효과, 글로벌 경쟁력, 업무 영역의 다변화와 확장을 통한 위험 분산 등을 초대형 은행이 필요한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세 가지 모두 타당성은 별로 없다. 먼저, 현재 한국 은행업의 집중도로 보았을 때 이미 규모의 경제 효과는 한계를 넘어섰고, 더 커질 경우에는 규모의 불경제 효과 diseconomy of scale가 발생할 것이다. 주류 경제학의 언어를 사용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한계효용이 마이너스가 되어서 규모가 더 커지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표1] 미국과 한국의 상위3개 은행* 집중도(점유율 CR3) 단위: 퍼센트
출처: 한국 금융감독원,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 한국의 경우 현재 상위 3개 은행에 국민, 신한, 우리 은행이 포함되고, 미국의 경우 Bank of America, Citigroup, JP Morgan Chase 은행지주그룹이 포함된다.
** 합병 후는 국민, 신한, 하나은행이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을 인수합병 한다고 전제한 3대 은행을 의미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미국처럼 예금이든 부채이든 개별 은행이 10퍼센트 점유율을 상회할 수 없는 규정을 적용한다면, 현재 존재하는 은행들을 쪼개어 독립시켜야 한다. 이미 주요 은행들의 자산/예금/부채가 10퍼센트를 넘어서 있다. 현재 상위 3대 은행인 국민, 신한, 우리은행을 합쳐 시중은행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총자산-예금-총부채 순으로 65.6-66.8-65.8퍼센트에 이른다. 시중은행에 지방은행을 합친 일반은행 전체에 대비하면 59.5-60.5-59.6퍼센트, 여기에 농협,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까지 합친 은행 전체에 대비해서는 40.8-47.6-40.7퍼센트를 차지한다.
지금 현재도 규모축소의 대상인 미국 은행산업의 집중도보다 훨씬 높은데, 만약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이 매각되어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으로 인수합병 된다면 집중도는 이보다 훨씬 높아진다. 시중은행 전체 대비 총자산이 88퍼센트, 일반은행대비 80퍼센트, 은행 전체 대비 55퍼센트로 높아진다. 예금과 총부채도 이 수치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중이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메가 뱅크가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교과서를 되뇌고 있는 것이다.
 
업무 영역의 다변화를 통한 위험 분산도 회의적이다. 지금 확장하려고 하는 업무영역은 투자은행의 영역이기 때문에 오히려 리스크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한국의 3대 은행 중 어느 하나라도 위기에 빠진다면 국민경제 전체가 붕괴할 수밖에 없는 수준의 집중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인수합병을 통해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독점력을 가진 은행들을 만들어낸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일부 국책 연구기관의 보고서도 집중도가 더 높아져 대마불사 논리가 강화되면 “시장규율이 약화되는 현상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져 “금융시스템 리스크”도 증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초대형 은행이 탄생하게 되면 통합되는 은행의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금융계와 정부가 원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내세울 만한 규모의 은행이다. 금융적 차원의 규모만 늘리면 되는 것이다. 시중에 위치하고 있는 각 은행의 점포들이 매우 밀집해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합치게 된다면 상당수의 점포들이 통폐합되고, 일자리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합병할 경우 중복점포로 인한 ‘잉여인력’이 7000명에서 1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도 나와 있다.
   
[그림1] 신규산업투자Green-Field Investment의 한계점 도달
출처: 세계은행 World Development Indicators
   
한국정부와 주요 은행들이 원하는 것은 ‘판돈’을 키워 좀 더 큰 ‘게임’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이를 단지 투기성향의 강화라고 이해해선 안 된다.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면서 금융 산업의 대형화/겸업화/증권화를 고수하려는 이유는 지난 40년 동안 엄청난 집적과 집중을 이룬 한국의 지배적 자본들이 (1) 한국 안에서 신규산업투자Green-Field Investment 중심의 축적체제를 더 이상 확대하기에는 어려운 한계점에 달했고, (2) 초국적인 차원에서만 자신들의 존재의의를 찾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개발독재 시대부터 국가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일찌감치 높은 자본의 집적과 집중을 이룬 한국의 지배적 자본은 더 이상 국내에서는 세력을 확장할 공간이 남아있지 않다. 앞으로 한국의 거대자본이 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해외 신규산업투자나 초국적 M&A를 통한 것인데, 이때 절실히 필요한 것이 거대 금융자본이다.
 
그림1은 자본주의의 발전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사용할 수 있는 (인구의) 도시화와 (GDP 대비) 고정자본형성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산업화 초기에는 도시화에 따라 자본형성이 비례해 증가하다가 감소하기 시작해 일정수준으로 수렴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중국이 하고 있는 것처럼 소위 개도국 형 축적을 지속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국가와 자본은 선진국 형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새로운 축적의 기회를 모색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지배영역을 초국적으로 확대하면서 금융자본 역시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커져야 한다는 지배층의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기업들의 비즈니스 벤치마킹은 한국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 산업 쪽에서도 국내에서의 사업 확장은 포화상태에 달했다고 인식하고 금융계의 ‘삼성전자’를 꿈꾸고 있다. 한동안 주력했던 주택대출과 개인 신용대출도 사업도 이제 한계에 달했다. 이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초대형 은행으로 발돋움 한 후 해외 금융?자산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어 이윤확대를 시도할 것이다.
 
자본시장통합법과 산업은행 민영화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배층의 이러한 공감대는 이미 구체화된 로드맵에 따라 실행되고 있었다. 다만 아직 세계적 역량을 갖춘 ‘선수’를 준비하지 못해 정책당국이 고민하는 것이다. 2009년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UAE정부로부터 수주 받은 186억 달러 규모의 원전 사업을 계기로 정부와 재계에 메가 뱅크를 서둘러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선수’로 뛰려면 신용등급 AA이상이고, 세계 50대 이내에 드는 은행이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기준까지 제시하고 있다. 대규모 해외 사업 계약은 공사 이행을 위한 은행 보증서를 요구하는데, 이 때 위의 기준을 만족하는 국내 은행이 존재하지 않아 엄청난 수수료를 내고 외국계 은행에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위상이 높아진 국내 대기업들과 쌍을 이룰 수 있는 금융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는 말이다.
 
군사독재 시절이나 지금이나 정부의 정책 초점은 핵심 대기업 집단을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차이도 있다. 국내에서 산업개발의 여지가 아직 많았던 과거에는 떡고물trickle-down effect이라도 있었지만, 지금 한국의 국가-자본 연합체가 꿈꾸고 있는 것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은 없으면서 자신들의 초국적 지배영역만 확대하려는 계획이다. 메가 뱅크 계획은 독립적 거대 금융자본의 탄생 그 자체보다는 기존 재벌체제의 새로운 확대 전략 속에서 그 본질적 성격이 이해되어야 한다. 초대형 은행의 탄생은 국내에서 은행 본연의 업무인 자금중개기능은 악화시키면서, 해외에서의 위험성 높은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국민경제를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키게 될 것이다. 결국 대다수 국민들은 혜택은 없고 책임만 늘게 되는 것이다.

박형준 hjpark@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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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코노미 인사이트 7월호에 기고해 실렸던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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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0.07.06 13:55
재정정책에 관한 국제공조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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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재정지출 축소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경제위기의 재발을 우려하면서 경기부양책을 지속해 나갈 것을 주장하는 미국의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다. 이 두 글로벌 리더 그룹의 입장차는 최근에 캐나다 토론토에서 있었던 G20정상회의에서 크게 부각되었고, 결과적으로 단일한 금융안정화 정책 틀을 만들어 내고자 했던 G20의 원래 목표도 불투명해졌다.

유럽 국가들의 입장은 현실의 경험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리스에서 시작해 스페인으로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유로권의 존폐여부까지 논란이 되었다. 이런 상황을 겪고 나서 기존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기조를 유지할 순 없다. 재정지출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가지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토론토 G20정상회의에서도 유럽 쪽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2013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합의가 되었다. 또한 개별적으로 이미 예산축소가 시작되었다. 영국은 2011년 GDP에 2퍼센트에 해당되는 예산을 삭감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재 GDP의 11퍼센트를 웃도는 재정적자를 2015년까지 1퍼센트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2014년까지 GDP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예산을 줄이기로 결정했고, 스페인도 자진해서 GDP 대비 11퍼센트 수준인 재정적자를 2013년까지 3퍼센트 정도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현재 상황에서 재정지출 규모를 축소하면 더 큰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매우 강력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G20정상회의 서한에서는 염려 수준의 언급만 있었지만, 뉴욕 타임스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폴 그루그먼은 재정긴축을 강행하면 “제3의 공황이 닥칠 수 있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2010/06/27). 크루그먼의 주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873년에 시작해서 1896년까지 지속된 장기공황을 (The Long Depression)을 첫 번째 공황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1930년대 대공황을 두 번째 공황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의 위기도 자칫 이 두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과거의 두 공황이 지속적인 침체로 일관한 것은 아니다. 중간에 성장을 이루는 등 회복의 기미를 뚜렷이 보이기도 했다. 현재의 경기회복에 대해 너무 낙관적 태도를 취하여 그동안의 부양정책을 갑자기 철회하면 “1933년 경기회복기가 대공황의 끝이 아니었듯이, 현재까지 이룬 경기회복도 제3의 공황의 한 국면으로 후대 역사가들이 기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

때맞춰 나온 미국경제의 악재들

크루그먼의 경고와 있은 후 최근 열흘간 미국의 주식시장은 연속적 하락세를 보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연일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기대보다 좋지 않게 나온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실업률, 신규주택 매매, 제조업지수, 소비자신뢰지수 등 여러 주요 지표들이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림1] 미국의 제조업지수와 소비자신뢰지수 변화

출처: Bloomberg, The 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

먼저 미국 공급자협회(ISM)가 발표하는 제조업지수의 경우 전월의 59.7에서 56.2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컨퍼런스 보드에서 조사 발표하는 소비자 신뢰지수의 경우에는 전월 62.7에서 52.9로 16퍼센트 가까이 급격한 하락을 보였다. 이런 변화는 고용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의 실업률이 줄지는 않았지만, 매월 꾸준히 고용자 수가 증가해 왔다. 하지만 6월 들어 농업부문을 제외한 전체 고용자 수가 12만 5천 명 줄어들었다. 실업률은 5월의 9.7퍼센트에서 9.5퍼센트로 조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경제활동 인구가 65만 명가량 감소해서 나타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인구센서스 조사원으로 5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단기적으로 창출했는데, 이 중 22만 5천 개의이 계약이 만료되면서 전체 경제활동 인구도 줄어들고, 고용자 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약 34만 명이 인구센서스 조사인력으로 남아 있어, 앞으로 계약이 만료되면 추가로 고용자 수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도 침체되긴 마찬가지였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5월 신규주택 판매 실적은 전월보다 32.7퍼센트가 줄었다. 전년동기 대비로 18.3퍼센트 축소된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50만 채 이상의 신규주택 판매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훨씬 밑도는 30만 채만 판매되었다고 한다(경향신문, 2010/06/24). 이번 전 세계 경제위기가 미국의 주택시장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지표는 투자심리가 여전히 위축되어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

어느 쪽이 맞나?

유럽의 재정위기에 이어 나온 최근 경기회복세의 둔화는 더블 딥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재정지출을 줄여도 문제, 늘려도 문제다. 어느 쪽의 진단이 맞는지 상관없이 위기가 장기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The Economist에서 양쪽 모두를 비판하면서, 다소 ‘균형 잡힌’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것을 제시하고 있어 이를 소개하도록 하겠다("Austerity alarm", 2010/07/01). 이코노미스트지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양쪽 모두 문제를 너무 단순화시키고 있다. 크루그먼의 조잡한 케인즈주의는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동과 미래 재정수입과 지출에 대한 그들의 기대와의 관계를 과소평가한다. 예를 들어, 선진국의 기업들은 현재 유보금을 쌓아 놓고 있다. 그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소비수요가 약하기 때문이기보다는 정책적/금융적/재정적 불확실성과 좀 더 깊은 관계가 있다. 만약 정부가 이런 우려를 적절히 해소한다면, 기업인들은 투자를 시작할 것이다. 재정긴축을 옹호하는 쪽도 위험천만한 과장을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1990년대에 캐나다와 스웨덴 같은 나라들이 재정적자를 줄이면서 경기부양에 성공한 사례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 해당 국가들은 이자율을 급격히 낮출 수 있었고,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이런 정책을 쓸 수 없다. 이미 이자는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수준이고, 잘 사는 나라들의 통화가치를 한꺼번에 낮출 수도 없다. 이런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재정긴축이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없다.

두 주장 모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 언론과 경제학자들은 더블 딥이 온다와 안온다로 극명한 의견차를 보이며 예언을 하고 있지만,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한다. 그 와중에도 눈여겨 볼 주장이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를 중심으로 그를 따르는 일단의 전문가들은 크루그먼과 비슷하게 긴축정책에 대한 반대 주장을 펼치지만, 그들은 국가적 차원의 사회적 보장체제를 강화하는 것과 세계적 차원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를 강조한다(스티글리츠 유엔 보고서The Stiglitz Report). 사회적 약자 계층과 개도국이 경제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을 중심에 놓고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설계한 위기 대응책이 금융부문의 변동성을 낮추고 경제 전체의 불안정성도 완화하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성장의 회복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재정지출을 늘리느냐 마느냐보다는 지출을 통해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재정지출 확대가 4대강 사업을 신속히 종결하는 것에 맞춰진다면 미래에 환경재앙과 더불어 경제적 재앙이 닥칠 수 있다.

박형준 hjpark@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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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