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9김병권/새사연 부원장

4월까지 4%를 넘어서며 국민 생활에 주름살을 만들고 있는 것이 물가다. 소득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는 빠르게 올라 부담은 4%라는 숫자의 의미를 넘어선다.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석유와 식품가격이 크게 올랐던 것도 한몫했다. 이처럼 국민생활에 부담을 주고 있는 물가상승의 핵심 원인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유와 원자재, 그리고 세계 곡물가격의 급상승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해 들어 다시 100달러를 돌파한 유가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온난화 등의 환경변화에 따라 최근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인식과 접근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전력이나 석유 등 에너지 산업 정책은 “높은 산업생산과 고도 경제성장을 보장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나서서 낮은 가격으로 충분히 공급해 준다고 하는 공급위주 정책을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지속해 왔다. 70년대 이후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고 석유파동 충격을 받았지만 ‘원자력’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면서 공급위주 정책은 꺾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과잉 탄소배출에 의한 온난화가 빨라지고 화석연료 생산증대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여기에 대안이라고 생각했던 원자력은 일본 원전사고가 명백히 입증해 주고 있듯이 당장 비용이 덜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험도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는 것이 현실로 밝혀지면서 더 이상 기존 정책을 지속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져 있는 상태다. 중앙정부에 의한 공급위주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 저탄소·저에너지 소비형의 산업정책 전환을 포함하는 ‘수요관리 정책’으로 돌아서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수요관리와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목표를 잡고 이를 녹색성장 산업이자 미래산업의 관점에서 정책적으로 집중하려는 추세다. 물론 우리 정부는 여전히 원자력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고 수요관리정책으로 적극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없다.

 그렇다면 농업은 어떨까. “자동차 팔아서 밀과 옥수수를 사오면 된다”는 주장이 압축해 주고 있듯이 전 세계적으로 낮은 가격의 곡물이 무한히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해 이른바 산업 비교열위에 있는 국내 농업기반을 거의 폭력적으로 축소시키면서 해외수입으로 충당해 왔다. 그 결과 쌀을 제외한 곡물 자급률이 4%에 불과한 지경까지 왔지만 저가의 해외곡물 수입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최근까지는 당장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한때 곡물생산 증대가 한계에 다다르자, 마치 에너지 산업에서 원자력을 도입했던 것처럼 농업에서 이른바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이 개발되면서 자연적 증산의 한계를 넘어 버렸다고 안일하게 인식했다. 그 결과 한국은 GMO 농산물을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GMO 농산물은 원자력처럼 저비용의 대량생산이 가능한지는 몰라도 그 위험도는 무한일 수도 있을 만큼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2008년에 이어 지난해 말부터 두 번째로 곡물가격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물가불안이 이어지면서 중동에서 엄청난 저항과 시위가 발생하자 무언가 근본적이 대책이 시급한 것 아닌가 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에너지 산업에서 보여 줬던 사고 발상 이상의 발상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게 된 시점에 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대책을 보면 발상 전환의 조짐이 전혀 없어 보인다. 해외곡물 생산기지 확보나 해외곡물조달체제 구축 등이 주요 대책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실상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는 국내 농업기반을 재구축하기 위해 농업에 녹색산업이자 미래 핵심 전략산업의 가치를 부여하고 혁신적인 농업재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장기과정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는 어디에서도 엿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략적 접근의 대전환이 절박한 에너지 산업과 농업의 미래가 비관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에너지 산업과 농업의 밀접한 연관성은 더 있다. 화석연료를 대체하고자 옥수수 같은 곡물을 원료로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게 되고, 반대로 대규모 농업생산을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끌어다 쓰면서 서로 불가분하게 얽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옥수수 생산의 4분의 1은 사람의 식용이나 가축 사료용이 아니라 바이오에탄올 연료를 위해 재배되고 있고 이는 더욱 확대될 추세다. 석유 값이 뛰면 바이오에탄올 증산을 위해 더 많은 곡물이 원료로 투입된다. 옥수수가격이 동시에 뛰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다. 얼핏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에너지 산업과 농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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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07.30 09:36

지난 6월초 로마에서 열린 UN식량안보정상회의에 이어 7월초 홋카이도에서 개최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는 석유가 폭등, 지구온난화, 식량위기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루었다. 이 두 회의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이슈 가운데 하나가 ‘바이오디젤 생산을 규제할 것인가’의 여부였다.

바이오디젤은 화석연료와 대체에너지, 지구온난화와 환경보전, 식량위기와 식량주권의 측면에서 모두 연관된 이슈이기 때문에 G8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대표적인 식량수출국인 동시에 농업무역 자유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미국과 브라질이 바이오디젤 생산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어, UN식량안보정상회의에서 바이오디젤 생산을 규제하는 목소리와 이에 반대하는 주장 사이에 뜨거운 논란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왜 바이오디젤이 논란인가

화석연료의

대체에너지 혹은 대체연료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바이오디젤은 두 가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하나는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바이오디젤 원료재배를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대량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대규모 기업형 화학농업으로 환경을 해치는 측면이다. 다른 하나는 인류의 먹을거리로 사용되어야 할 곡물이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어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초래하는 데 일조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식량위기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측면이다.

바이오디젤은 유지 식물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을 주원료로 해, 화석연료와 달리 환경오염이 없고 손쉽게 재생산되어 대체에너지로 주목받아 왔다. 이런 장점으로 바이오디젤은 국제 유가 폭등 속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석유 등 화석연료의 고갈 위험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이라크 침략 등으로 국제 유가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급상승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이에 따라 바이오디젤의 경제적 수익성도 크게 높아지면서 2000년대 이후 바이오디젤 생산을 위한 원료재배 면적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미국, 브라질, 인도네시아에서 촉발된 바이오디젤 원료재배는 국제 유가 급등을 계기로 중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바이오디젤 생산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미국과 브라질은 바이오디젤 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나가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어 향후 바이오디젤 생산에 필요한 원료재배 면적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에너지관련 법률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까지 350억 갤런의 바이오에탄올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30∼40퍼센트를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바이오디젤 추진기구들은 브라질의 약 1억2,000만ha, 인도의 1,400만ha, 아프리카의 3억9,700만ha 등 바이오디젤 원료재배에 필요한 지역을 찾아내 눈독을 들이고 있다.(참고로 남북을 합친 한반도 전체 경지면적은 약 300만ha를 조금 상회할 것으로 추정)

바이오디젤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바이오디젤의 생산 확대는 식량수출국과 바이오디젤 생산국가에 이득이 될지 모르나 식량가격 폭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식량수입국에 전가된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디젤은 석유, 자동차, 곡물로 대표되는 초국적 자본에게는 더 많은 이윤과 권력을 부여하지만, 전 세계의 가난한 민중과 농민에게는 더 많은 빈곤과 고통을 안겨준다.

향후에는 바이오디젤의 안정적인 원료 확보를 위해 대량의 화학농업에 적합한 GMO(유전자조작생물체) 종자 사용이 확대될 것이다. 가난한 빈곤층일수록 상대적으로 더욱 위험한 먹을거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물오염 혹은 물부족으로 인한 질병과 피해 역시 가난한 저소득층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

곡물메이저로 대표되는 초국적 자본이 직접투자, 계약재배, 수직계열화 방식으로 바이오디젤 생산에 필요한 원료재배 면적 확보에 나서면서 해당 지역의 소규모 가족농이나 원주민은 토지를 빼앗기거나 강제로 퇴출당하고 있다. 대규모 기업형 농장에 농업노동자로 고용된 일부의 농민들 역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세계적인 식량위기는 약 1억 명 이상의 새로운 기아인구를 추가로 양산하였고, 약 20억 명 이상의 인구가 식량위기에 직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식량위기 위험국가만 약 37개국으로, 식량폭동이나 소요사태가 이는 등 기아와 빈곤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 현상들은 불과 1년여 사이에 새롭게 벌어진 일들이다.(이 부분은 [관련글] 장경호, ’식량의 무기화와 고곡물가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참조)

일부에서는 바이오디젤을 현행 식량위기의 주범으로 규정하기도 하며,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식량가격 폭등의 약 70퍼센트가 바이오디젤 때문이라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바이오디젤이 식량위기의 유일한 주범은 아닐지라도 육류소비의 증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확산 등 여러 가지 요인들 가운데 하나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바이오디젤때문에 식량가격이 70퍼센트나 폭등한 것은 아니지만, 바이오디젤과 식량가격의 메카니즘을 고려할 때 가격상승폭의 70퍼센트 정도는 바이오디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은 과장이 아니다.

이처럼 대체연료로서 바이오디젤은 일차적으로는 농민, 특히 소규모 가족농을 몰락시키고, 결과적으로 대다수 민중과 빈곤층이 그 피해를 떠안게 되며, 지구적 차원에서 환경이 파괴된다. 결국 바이오디젤과 최전선에서 맞부딪히는 것은 농업과 농민이며, 이 때문에 국제농민연대조직인 비아 캄페시나(Via Campesina)가 바이오디젤에 대한 강력한 반대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바이오디젤, 국제적 규제기준 필요

작년 3월 아프리카 말리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WSF) 참가자들은 바이오디젤(bio-diesel)이란 용어 대신에 농업연료(agro-fuel)란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 이유는 ‘바이오’라는 접두어가 마치 바이오디젤을 환경친화적인 것으로 오해하게 할뿐 아니라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농업무역 자유화로부터 발생한 사회적 생산관계를 은폐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디젤은 식물을 원료로 얻어지는 연료를 의미하며, 농업연료는 농업을 통해 얻어지는 연료를 의미한다. 그런데 바이오디젤 생산에 필요한 원료는 자연계로부터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이라는 생산행위를 통해 생산되는 사회적 생산물이다. 초국적 자본이 주도하여 세계 곳곳의 소규모 가족농을 퇴출시키고, 환경파괴적 생산방식을 확대하면서 식량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주범에게 ‘바이오’라는 접두어를 붙일 수 없다는 지적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지구적 차원에서 바이오디젤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타당하다. 지금까지 바이오디젤 규제와 관련해 국내외에서 제기된 주장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식량주권이 바이오디젤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바이오디젤 원료생산이 식량생산에 비해 부차적인 지위를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곡물 가운데 식용으로 사용되지 않는 부분을 활용하거나, 비식용 작물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옥수수, 사탕수수, 고구마 등을 직접 원료로 하여 바이오에탄올(bio-ethanol)을 생산하기 보다는 줄기나 잎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환경파괴적 생산방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열대우림을 파괴하여 재배면적을 확보하거나, 대량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살포하는 화학농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이와 같은 생산방식의 대체방안으로 소규모 가족농에 의한 생산, 다수의 농민에 의한 소규모 생산방식, 환경친화적 생산방식들이 제시되고 있다.

셋째, 화석연료의 대안 가운데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다양한 재생가능에너지 가운데 바이오디젤은 주요 수단이 아니라 보조적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바이오에탄올 보다 동물의 배설물을 활용하는 바이오메스(bio-mess)나 설탕을 활용한 부탄올 생산을 대체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넷째, 수출을 목적으로 바이오디젤을 생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의 사례에서 보듯이, 수출목적의 바이오디젤 생산은 결국 현행 바이오디젤 생산의 문제점을 확대할 것이기 때문에, 수출보다 국내적인 에너지주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을 현실적인 사례에 적용해 볼 수 있다. 부안, 제주 등에서 농민들이 유휴지를 활용하거나 겨울철 이모작의 방법으로 유채를 재배하여 바이오디젤을 생산하여 자기 지역내 공공차량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 브라질 등의 사례에서 드러났듯, 국가와 초국적 자본의 주도하에 대규모 환경파괴를 동반하거나 혹은 식용 곡물 생산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생산해 수출하는 행위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디젤 생산을 규제하는 문제는 개별 국가 보다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기준을 마련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식량, 에너지, 환경 등에서 바이오디젤과 관련한 문제는 이미 인류 공통의 의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활동을 규제해야 하기 때문에 기후변화협약처럼 개별 보다는 국제적 차원의 협약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미 UN식량안보정상회의와 G8정상회의에서 바이오디젤을 규제하는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었다. 향후에도 식량, 에너지, 환경 문제를 주요하게 다룰 모든 국제회의에서 바이오디젤 문제는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바이오디젤 생산을 규제하는 국제적 기준 마련은 시기와 방법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 결국 시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경호 통일농수산사업단 정책실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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