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9정태인/새사연 원장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다.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 걸음 뗄 때마다 이 땅 위의 수많은 고통에 눈을 맞췄다. 특히 아직 원인조차 알 수 없어 참척의 아픔을 추스를 수 없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서는 각별했다.

교황은 한국에서도 ‘복음의 기쁨’(2013년 11월, 교황 권고문) 이래 그가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사회 비판을 다짐하듯 되풀이했다. 현재의 사회구조는 ‘규제 없는 자본주의, 곧 새로운 독재’다. 한국에서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로, 그리고 다른 강론과 글에서는 ‘무한경쟁과 이기주의의 세계’ ‘배제의 모델’ ‘쓰고 버리는 문화’ ‘죽음의 문화’ 등으로 묘사된 바로 그 사회다. 

이 사회에서 노동자와 가난한 자는 착취와 억압의 대상을 넘어서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말 그대로 ‘잉여’인 것이다. 이런 상황은 결코 경제성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교황은 낙수경제학(trickle-down economics)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장의 절대적 자율성과 금융 투기를 거부함으로써, 또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이 세계적 문제에 대한 해법은 찾을 수 없다. 따라서 모든 경제정책은 개인의 존엄성과 공동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국가가 정당한 재분배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사유재산은 그것이 공동선에 기여하는 한에서만 정당하다.” 이런 주장은 물론 곳곳의 비판을 불러왔다. <폭스 뉴스>나 <월스트리트 저널>은 물론이고 <이코노미스트>마저 그를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비난했다. 

그 다음으로 빈번한 비판은 교황의 얘기를 아르헨티나의 사례로 국한하려는 것이다. 국내의 교황 비판에도 곧잘 인용되는 미국의 가톨릭 신학자 마이클 노백의 논지가 대표적이다. 페론주의와 정실주의 때문에 빈부격차가 더 심해진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와 달리 미국에서는 노백의 할아버지처럼 무일푼 이주민들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낙수경제학이나 규제 없는 자본주의에 대한 교황의 비판은 특수한 경험을 일반화한 결과라는 것이다.

확실히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과 유럽의 경험은 노백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쿠즈네츠의 ‘역U자 가설’(자본주의 초기에는 빈부격차가 심해지지만 노동자 계급의 처지가 향상되면서 격차가 완화될 것이라는 가설)이 나온 것 아니겠는가?

규제 없는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독재’는 전 세계 일반의 현상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자’라는 부당한 낙인이 찍힌 또 한 사람,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이런 주장이야말로 특수한 경험에 입각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는 낙수경제학 또는 쿠즈네츠 가설이 성공적인 것처럼 보인 것은 20세기 초 두 차례 전쟁에 의한 대규모 파괴, 1929년 대공황으로 인한 사회 개혁이라는 예외적 사건들 때문이었고 1970년대 이후 선진국 경제는 줄곧 극심한 빈부격차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을 장기 통계로 실증했다.

‘규제 없는 자본주의, 즉 새로운 독재’는 이제 전 세계의 일반적 현상인 것이다. 아르헨티나 등이 1970년대 이래 반복되는 위기를 겪은 것은 오히려 한 번도 빈부격차를 극적으로 해소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대로 대지주가 제조업을 소유한 동시에 금융자본가였으며 또한 정치를 좌지우지했다. 교황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조건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도 생생히 목격했을 것이다.

마이클 노백이 자신의 주장을 지지하는 사례로 든 한국도 마찬가지다. 광복 이후의 일본인 재산 몰수, 농지개혁과 6·25전쟁은 한국 사회를 평등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은 신분 상승의 통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빈부격차가 심해진 나라이다. 

재·보궐 선거 압승으로 자신을 얻은 박근혜 정부는 규제 완화와 민영화로 일로매진하는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9월 초면 피케티도 방한한다. 토마 피케티 역시 민주주의의 질식이야말로 경제적 불평등이 초래하는 가장 큰 해악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적 슈퍼스타 두 사람이 똑같은 경고를 하는 것을 그저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본 글은 시사IN Live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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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제 뉴스를 읽어 드릴 정태인입니다. 지난 달 19일, 전 세계의 금융시장을 뒤흔든 '버냉키 쇼크'부터 얘기해야겠군요. 미국이 앞으로 양적 완화를 축소할 것이란 발표에 전 세계 주가는 일제히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버냉키가 왜 이런 얘길 발표했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연방준비제도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양적 완화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죠. 실업률 6.5% 하한, 인플레이션율 2.5% 상한에 이르기까지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도 되풀이했습니다. 지금 미국의 실업률은 7.8% 정도이고, 청년 실업률은 두 배에 이르며 더구나 정규직의 증감으로 본다면 위기 이후 별로 나아진 게 없으니 이런 기조로 봐서 단기간에 위에서 말한 두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얼마간 회복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UN desa(UN의 경제부서인데 세계금융위기 이후 OECD나 IMF보다 더 나은 예측을 해왔습니다)의 금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은 1.9%입니다. 작년의 2.2%에도 미치지 못하는 거죠. 더구나 세계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중국의 경제성장률마저 잘해야 7%대에 머물 것이 거의 확실한 지금 미국이 경기회복을 자신하면서 인플레이션을 걱정한다는 건 과도한 낙관입니다.

물론 정통 경제학자 버냉키는 양적 완화라는 비전통적 금융정책을 쓰는 게 꺼림칙했겠죠. 더구나 이 정책은 일단 제로금리에 도달한 뒤에는 경제가 더 나빠지는 걸 막을 수는 있을지언정 경기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바로 케인즈가 말한 유동성 함정의 상황입니다. 우리가 그 옛날 거시경제학적 책에서 봤던 평평한 LM곡선(통화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 주는 이자율과 산출의 조합)의 상황입니다(아래 그림 참조).

이 상황에서 양적완화는 LM곡선을 오른쪽으로 수평 이동하는 걸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림에서 수평의 LM 곡선을 아무리 옮겨봐도 균형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반면 IS곡선(실물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 주는 이자율과 산출의 조합)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면 위 그림이 보여 주듯 바로 GDP가 증가하겠죠. IS-LM 분석을 굳이 여러분께 보여 드리는 이유는 이 그림이 이제 표준 거시경제학 교과서에서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크루그만은 2008년 위기 이후 경제학자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분석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탄에 한탄을 거듭한 바 있죠).

물론 시중에 미국 달러가 넘쳐나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수출에는 유리하겠죠. 전형적인 '이웃 거지 만들기'(Beggar thy neighbor, 흔히 "근린 궁핍화"라고 번역하죠) 정책입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래저래 우리의 수출은 더 어려워질 겁니다.

대외적인 측면을 빼면 지금 미국에 필요한 정책은, 금융시장 안에서 이리 저리 배회하거나 대기업이 투자는 하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는 돈(사내 유보)에 세금을 매겨서 가난한 사람이나 중소기업에 돌아가도록 하는 일입니다. 이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마침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사내유보에 세금을 매기든가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올바른 소리를 했네요. (바로가기 ☞ : 박승 "대기업 유보금 별도 과세해야")

하지만 미국, 그리고 유럽의 보수주의 경제학자와 정치가들은 재정적자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당장 미국 정부는 의회의 결정에 따라 자동 지출삭감(sequestration)에 들어가야 합니다. 금년 나머지 기간만 무려 850억 달러를 줄여야 합니다. 현재와 같은 시기에 효과적인 재정지출은 이미 물 건너간 겁니다. 실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죠.

버냉키는 내년 1월에 교체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그런데 이제 내년 1월이면 교체될 게 거의 확실한 그가 세계 경제에 왜 이런 충격을 준 걸까요? 더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원래 호들갑스럽기 마련인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건 그렇다 쳐도 우리의 언론이 몇 면을 할애하면서도 그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버냉키의 발표를 호의적으로 본다면 자산가격이 부풀어 오르는 데 데 대한 경고겠죠. 반면 한껏 악의적으로 해석한다면 임기 내에 자신의 힘을 한번 과시한 데 불과한 걸로도 보입니다. 하여 현재까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 벤 버냉키 Fed 의장. 그는 경제학자로서 '디플레 공황' 전문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폴 크루그먼 교수 등 진보 진영 학자들로부터 Fed 의장의 리더십을 상실햇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버냉키는 어쩌면 커다란 실수로 판명 날, 시답지 않은 짓을 했으며 우리 경제에도 별 영향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일과성 해프닝과 상관없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계속 수렁 속에서 헤맬 것이라는 사실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특히 중국이 경착륙할 가능성은 계속 점검해야 할 겁니다.

벌써 저한테 허락된 분량이 다 됐지만 한국 얘길 건너뛸 수는 없겠죠? 경기부터 살펴보면 정부가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7%로 끌어 올렸다는 게 눈에 띄네요. 작년 9월에 올해 예산 수립의 근거인 2013년 전망치를 4.0%라고 했다가 정부가 출범하면서 반으로 확 내렸다가 또다시 늘리고 가관입니다. 물론 금리를 떨어뜨리고 예산을 대폭 늘렸으니 이 정도 성장률은 달성할 수 있습니다만 2003년에서 2005년 초까지 제가 청와대에 있을 때 경제성장률은 5% 정도였는데 <조선>·<중앙>·<동아>가 나서서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니 뭐니 난리를 쳤던 기억이 떠올라서 씁쓸할 따름입니다.

한편 정부가 야금야금 민영화를 진행하는 데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니, 당장 나서서 막지 않으면 안 됩니다. 금융위원회가 민영 보험사를 통해서 '노후 의료비 보장보험'이라는 새 상품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는데요. 건강보험이라는 훌륭한 공적 보험을 놔두고 민간보험을 늘리는 건 돈 많은 사람들의 노후만 보장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의사인 김종명 '내가 만든 복지국가' 건강보험하나로 팀장의 글을 보시죠. (바로가기 ☞ : (박근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포기하나)

한편, 내년도 건강보험료는 겨우 1.7% 올렸는데요. 우리 모두 안심하고 노후를 맞으려면 건강보험료를 더 내서라도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길입니다. (바로가기 ☞ : [정동칼럼]건보료를 올려라, 가입자 단체여!)

박근혜 대통령의 '줄푸세'(잊어버리셨나요?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세운다"죠?)는 철도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26일 국토부는 수서발 KTX를 철도공사의 자회사로 운영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KTX 노선을 쪼개서 경쟁체제로 만들면 소비자에게 적자를 줄일 수 있고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도 개선될 거라는 얘깁니다. 전형적인 민영화 논리죠. 정부는 이런 비판에 대해서 "민간매각 제한에 동의하는 자금만을 유치하고 이런 내용을 투자약정 및 정관에 명시하는 등 방지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개방, 규제완화, 민영화는 지난 30년간 세계를 풍미했던 철 지난 유행가입니다. 지금 버냉키 쇼크까지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경제위기를 낳은 원흉이기도 하지요. 박근혜 대통령은 정말 옛날을 사랑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 취향은 우리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릴 겁니다. 더구나 한미 FTA가 발효된 상태에서 '노후 의료비 보장보험'이나 '수서발 KTX 노선'에 미국 투자가 들어간다면 그다음엔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투자자 국가 제소권을 발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들이 첫발을 내딛기 전에 국민들이 막는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에 실린 글입니다.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직접 전하는 뉴스를 보고 싶다면 프레시안의 조합원이 되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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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2정태인/새사연 원장

나이 들어 그리 된 건지, 아니면 세월이 하수상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되도록 날을 세우지 않고 살아가기로 한 지 꽤 됐다. 그 결과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예를 들어 대선 직전 TV 토론에서 혹시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누가 될까, 날을 거두고 공손한 태도로 일관했더니 내가 한 토론 중에는 그나마 나았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적이지만 훌륭하다”고 감탄하며 더욱 정교하게 반박 논리를 세워야 하는 상황은 이 땅에 좀처럼 없다. 작금의 NLL 논란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국가 기밀을 공개한 것도 문제려니와 문서 어디를 봐도 NLL을 포기한다는 얘긴 나오지 않는다. NLL 논란을 묻어두고 서해에 평화구역을 만들자는 계획에 양 정상이 합의한 것뿐이다. 대선 때 한껏 이용해 먹은 거짓말이 여지없이 탄로났는데도 새누리당과 정부는 후안무치, 요지부동, 적반하장이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이다지도 어려운가, 한탄해야 할 일은 또 있다. 국토교통부가 26일 발표한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그것이다.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를 철도공사 출자회사에서 운영하되 철도공사는 30%의 지분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연기금 등 공공자금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한 2017년까지 개통할 신규 노선과 적자노선에는 새로운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2012년 한바탕 논란이 있었던지라 정부는 “공공자금 지분에 대해서는 민간 매각이 되지 않도록… 정관이나 주주협약 등에서 안전장치를 둘 예정”(여형구 국토부 차관)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 말을 100% 존중한다 해도 앞으로 대주주인 연기금이 어떤 이유로든 정관을 개정해서 민간 매각을 하겠다면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과반수를 국토부가 장악하겠다는 이야기일까? 결국 이번 방안은 황금알을 낳는 흑자노선(철도공사의 노선 중 KTX만 흑자가 난다)과 지방의 적자노선을 모두 민영화하겠다는 얘기나 다름 없다.

 

지난 30년 시장 만능주의가 판을 치기 전의 경제학 교과서에는 철도는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돼 있었고 이를 뒤집어 철도 민영화를 행했던 나라들의 결과는 별로 신통치 않다. 정부가 규제하는 기본 요금 외의 이용료가 폭등하고 돈 안되는 지방 노선이 없어졌으며 심지어 철도사고까지 빈번해졌다. 왜 정부는 이제 소음이 돼 버린 철 지난 유행가를 트는 것일까?

 

정부 말대로 철도공사(코레일)가 적자투성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적자노선에 대한 교차보조(시골에도 기차가 하루 한번은 다녀야 할 것 아닌가?), 노선 건설비용의 부담, 낮은 요금 때문이다. 말 그대로 네트워크산업의 공공성 때문에 생긴 적자일 뿐이다. 만일 이 적자가 국토부의 주장대로 공사 운영의 비효율성 때문이라면 그건 전적으로 자기 책임이 아닌가?


이런 공공성 비용을 치르지 않는 민간 자회사는 흑자를 볼 수 있고 정부 주장대로 수서발 KTX 기본 요금은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다(물론 엉터리 예측으로 악명 높은 교통연구원의 발표대로 20%나 내려가진 않을 것이고 초호화 노선을 만드는 등 부가 요금을 올릴 테지만). 그렇다고 서울발 KTX 기본 요금을 경쟁적으로 따라 내린다면 철도공사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 또다시 민영화 확대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도대체 대기업의 횡재와 국토부 퇴직 공무원들의 일자리 외에 어떤 이익이 있다는 건가?

 

더구나 이 땅에는 한·미 FTA가 발효돼 있다.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70% 지분 중 일부를 미국인 투자자가 사들인다면 그 때부터 투자자·국가제소가 가능해진다.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이 엉터리 정책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 NLL과 KTX 논란이 쌍끌이로 이 여름의 수은주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나아가 ‘노후 의료보장 보험’이라는 의료 민영화까지, 도대체 ‘줄푸세’가 아닌 얘기를 이 정부에 기대할 수는 없는 걸까?

 

* 이 글은 경향 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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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정치2013.01.09 15:32

2013.01.09김병권/새사연 부원장

 

18대 대선 결과 보수 세력의 10년 집권이 굳어지자, 역사의 퇴행이 심화되었다고 개탄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보편 복지와 경제 민주화, 노동권 회복이라고 하는 선거 공약 틀이 신자유주의적인 규제완화와 감세, 민영화, 금융화를 대체했다는 것 또한 중대한 역사적 변화다. 진보는 다수 국민과 호흡하면서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도 이 의제들을 진보적 내용으로 확장시켜 나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미 상식은 바뀌고 있다.

특히 보편 복지와 경제민주화, 노동권 회복의 구체적 내용들을 국민과 공유하면서 ‘과거의 당연한 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신자유주의적 상식들 대신에 진보적 전망과 정책을 ‘전문적 지식’이 아니라 국민 생활의 ‘당연한 상식’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은 이제 보편 복지의 상징으로서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무상급식이 상식이 되면서 중등교육까지 무상 의무교육 실시, 대학 등록금 절반으로 인하 등 다양한 교육복지가 전파되고 있는 중이고 이를 박근혜 정부도 회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동산이 ‘투자자산’이며 ‘매매차익’을 기대하는 것을 당연한 상식으로 살아왔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러나 지금은 주택 문제가 ‘주거 가치’, ‘주거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고, 점점 더 주거복지가 주택 문제를 대하는 새로운 상식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주택 소유나 매매시장보다는 공공 임대주택의 중요성이 함께 커져가고 있다. 물론 아직도 과거의 상식을 유지하기 위해 완강하게 저항하면서 취득세 감면 연장 등 얼마 남지 않은 규제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세력도 존재하지만.

전 세계의 경제가 적자와 부채문제로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특히 가계부채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인식하고 있는 가계의 신용위험 정도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서 카드 대란 시절의 위험도에 육박하고 있을 정도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10대 공약 중 첫 번째가 가계부채 대책이기도 했다. 여기에서도 ‘상식의 전복’은 일어나고 있다. ‘빚진 죄인’이라고 부채의 모든 책임을 채무자에게 덮어씌우고, 온갖 고금리 연체이자에 채권추심과 압류를 상식으로 받아들이던 관행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새사연의 과제는 진보 정책을 국민의 상식으로 바꾸는 것

채무자에게도 최소한의 인권과 생존권과 주거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약탈적 대출과 터무니 없는 고금리 수익을 추구한 금융회사도 일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새로운 상식’이 확립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부채의 노예로 삶이 속박된 최근의 신자유주의 금융경제의 문제점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빚을 진다는 것은 오늘날 사회적 삶의 일반적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빚을 지지 않고 산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학자금 대출, 주택 구입을 위한 담보대출, 자동차 신용대출, 의료비를 위한 대출 등등. 대출이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주요한 수단이 됨에 따라, 사회적 안전망은 복지 체계에서 채무체계로 나아갔다.”(안토니오 네그리,2012,『선언(Declaration)』50쪽)

대안은 다수 국민들의 생활과 생각 안에 진보의 ‘새로운 상식’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반대로 길어야 2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신자유주의적 관념들, 규제완화와 시장 자율, 금융혁신과 신용거품, 자산투기 등을 비상식적인 것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그 동안 진보에서 만들어진 참신하고 진취적인 정책들을 ‘새로운 상식’의 이름으로 국민 곁에 다가서도록 하는 집요한 노력이 쌓이고 또 쌓이면 시대는 결국 바뀐다.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기 때문이다. 새사연은 진보 정책들이 국민 생활의 저변에서 새로운 상식으로 확립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비록 정권은 일시적으로 역사를 역행하더라도 국민의 생각은 의연히 미래를 바라보며 진보하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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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1 / 22 이수민/새사연 연구원

[테마북]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여는 글]
     
            진정한 정책은 가장 소외된 곳부터 돌볼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5년 전 겨울 춥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는 심정으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었지만 우리는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더 추운 바람 속에 촛불을 들고 내던져져야 했습니다. 길고도 험난한 5년이었고 한편으로는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 되었습니다.

약 한 달 전 새사연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명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이 내어놓은 공약과 주장을 비교분석한 글들을 모아 <18대 대선후보 기초 정책비교>라는 제목의 테마북을 만들었습니다. 한 나라와 한 시대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의 공약 치고는 기대보다 부족하고 부실한 부분들이 많아 평가에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일방적인 지지나 비난만으로는 새사연이 이야기하는 '시대교체'는 고사하고 '정권교체'마저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 9월까지 발표된 공약을 기준으로 세 후보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해보았습니다.

그 후 새사연은 세 후보들이 기존의 공약들을 더욱 구체화해 나가고, 새로운 공약들을 제시하리라 기대하면서 대선정책 두 번째 시리즈로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을 준비했습니다.

이명박 정권 속에서, 그리고 더불어 장기화 되는 세계적 대침체 속에서 신자유주의에 의한 양극화와 불평등이 우리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지 경험한 국민들은 새로운 사회를 향한 요구를 경제 민주화와 보편복지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모았고, 그 결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온 세 후보의 공약마저 큰 차이를 나타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공약들의 유사함이 국민의 목소리와 후보들의 진정성을 제대로 담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단순히 표를 위한 선전 전략이 아닐까 걱정이 일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후보들이 내어놓은 공약을 읽어나가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그치지 않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이나 캠프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거나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은 정책들을 짚어보았습니다. 1) 경제 민주화, 2) 경제 성장론, 3) 공공부문 민영화, 4) 사회적 경제, 5) 저소득층 지원, 6) 보건의료, 7) 여성 일자리의 7가지 분야를 살펴보았습니다.

소외된 정책들은 중소상인과 중소기업, 저소득가구, 비정규직, 청년, 여성 등 주로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에 대한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고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대선 정책 두 번째 시리즈를 준비하며 대통령 후보의 진정성이란 자신에게 표를 주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내세우기 이전에, 반대로 표를 줄 것이라 기대되지 않지만 소외받고 있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어놓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런 '외면 받는', 그러나 '중요한' 정책들을 발굴하여 다시 국민과 후부들에게 환기시킴으로써 소외받는 정책, 근본적으로는 소외받는 국민과 계층에 대한 정책이 조명받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총 7편의 글을 테마북으로 엮었습니다.

2012년 1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이수민

 

[목  차]

◆ 여는 글                                                             

◆ 경제 민주화(김병권)
    : 재벌개혁의 중요수단, '계열분리 명령제'                             

◆ 경제 성장론(김병권) 
    : 박근혜 후보의 '창조경제', 90년대 벤처정책 부활? 혹은 '삼성 스타일'   

◆ 공공부분 민영화(김병권) 
    : 대선 후보들은 과감히 민영화를 전복시켜라                           

◆ 사회적 경제(이수연) 
    : 한국 사회적 경제의 올바른 시작을 위해                               

◆ 저소득층 지원(김수현) 
    : 하우스 푸어보다 심각한 푸어를 위한 대책은?                       

◆ 보건의료(이은경) 
    : 보건의료시스템 개혁 없이 건강보험 강화는 불가능                

◆ 여성 일자리(최정은) 
    : 일-가정 양립, 여성고용개선과 종일제 보육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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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