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1 / 09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가계부채로 막힌 성장, 소득으로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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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

2. 민간소비 위축이 두드러지다.

3. 현금이 가계에서 은행으로 흘러들어가다.

4. 문제는 소득이다.

 

[본 문]

1.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네 차례의 외부적 충격이 있었고 그에 따라 크게 흔들린 경험을 했다. 1998년 외환위기, 2001년 IT거품 붕괴와 911테러, 2003년 카드대란, 그리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그것이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각 충격이 가해진 시점에서 수출과 내수 가운데 모두 침체에 빠지지는 않았고 그 덕분에 충격은 오래가지 않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시기에는 내수가 심각한 침체에 빠졌지만 다행이 수출이 호조를 보여 금방 경제회복을 이룰 수 있었다.

민간소비 증가율(%)

수출증가율(%)

1998년 외환위기

-12.5

+12.9

2001년 IT거품붕괴 여파

+5.7

-3.4

2003년 카드대란

-4.0

+14.5

2009년 금융위기 여파

+0.0

-1.2

2012년 동반침체시작(추정)

+1.4

+3.0

반면 2001년에는 IT 거품붕괴로 수출이 크게 둔화되었지만 내수는 상승기에 있었다.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자유낙하 하던 2009년 상반기에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추락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각국의 경기부양정책으로 2010년 수출이 다시 14.7% 급증하면서 성장률을 선도하여 침체로부터 일시적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2012년 올해는 이전과 상황이 다르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추락하고 있고 당분간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경기전망을 발표한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2.2%로, 내년 성장률을 2.8%로 예상했다. 내년까지 2%대의 부진한 성장률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민간 소비는 취업자 수 증가, 명목임금 상승, 물가 안정에 따른 실질 구매력 증대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가계부채 상환부담 및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소폭 증가에 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전망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4%, 2013년에는 2.1%다. 모두 성장률을 밑돌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는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으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로 지역 위기 장기화, 중국의 성장세 둔화, 가계 부채 누증에 따른 민간소비 회복의 제약 등으로 성장경로에 있어서 하방 리스크가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미끄러져가는 경제의 회복을 위해 기댈 언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의 특별한 어려움이 여기에 있다.

2. 민간소비 위축이 두드러지다.

내년에는 유로지역이 잘 잡아서 0.2% 정도로 성장이 멈춘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수출이 늘어나기는 어렵다. 수출부진이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나 품질경쟁력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소비수요의 부족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수다. 우리 정부나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내수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모두 같은 이유다. 그런데 내수의 핵심인 민간소비 위축이 두드러지고 있다. 당초 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을 3.7%로 잡았을 때 민간소비 증가율을 3.1%로 예측했었다. 그런데 민간 소비 증가가 반 토막 난 것이다.

사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출은 급격한 회복을 보였지만 민간소비는 제대로 살아나지 않고 바닥을 기었다. 올해까지를 포함하여 이명박 정부 집권기간 5년 동안 연 평균 민간소비 증가율은 겨우 1.9%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결과 2010년 4분기 이후 절대 규모 면에서 수출이 민간소비를 추월하게 된다.([그림1]참조) 수출에 비해서 민간소비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위축되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급기야 2011년 4분기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은 1%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지금까지 계속 하락해왔고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는 중이다. 이를 두고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 카드 사태와 같은 ‘외부 충격’이 없는데도 이례적으로 소비 증가율이 급락했다”면서 현재의 내수부진이 심각함을 알려주고 있다. 더욱이 작년과 올해 취업자가 매년 40만 명 이상씩 늘어나고 물가도 안정되었는데도 민간소비는 주저앉았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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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7 / 19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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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거시경제정책 없이 복지국가도 없다.

그러면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거시경제정책은 어떠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흔히들 복지국가가 되려면 진보정당과 노조가 강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조건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복지국가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진보정당과 노조가 강력하지 못해도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지니계수는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데, 가장 불평등한 상태가 1이고 완벽하게 평등한 상태가 0이다.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1986년경부터 개선되다가 1990년대 중반부터 나빠진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시절에도 지니계수는 계속 악화되었다. 다만 시장소득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의 차이가 벌어졌다.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시장에서 소득이 배분된 그대로를 의미하며,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세금을 걷고 보조금을 지급해서 어느 정도 재분배가 이루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시절에는 복지를 통해서 시장소득에 비해 가처분소득이 좀 더 평등한 상태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지니계수 자체는 여전히 상승하였다. 불평등은 계속해서 심화되었다.

복지국가는 결국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에서의 불평등은 그대로 둔 채, 복지 재정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하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지니계수가 이를 보여준다. 결국 초기의 시장소득 지니계수가 자체가 높지 않아야 한다. 시장에서의 양극화와 불평등이 해소되어야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이 바로 거시경제정책이다. 따라서 진정한 복지국가 건설을 꿈꾸는 이라면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계획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복지국가를 말하는 많은 사람들 중 거시경제정책을 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 세계 경제는 대침체(Great Recession)에서 장기침체(Long Recession)으로 변화하고 있다. 장기침체란 일본경제와 같은 상태를 의미한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2%대이고, 특히 선진 경제권인 미국, 유럽, 일본 등이 모두 침체 상태이다. 이런 상태가 앞으로 10년 이상은 지속될 것이다. 그간 수출에 의존해서 경제를 이끌어왔던 한국은 세계 경제의 침체에 바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도 올해 2%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위의 그래프는 위기가 발발한 후 고용 수준이 위기 발발 전으로 회복되는 시기를 그린 것이다. 1973년 1차 오일쇼크는 회복되는데 18개월 그러니까 1년 반이 걸렸다. 1981년 위기는 2년이 걸렸다. 그런데 2007년 위기는 좀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경제가 장기침체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거시경제정책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거시경제정책은 수출주도 정책이다. 수출주도 정책은 한 축은 임금을 중심으로, 다른 축은 환율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우선 수출을 할 때 국내 임금은 낮을수록 좋다. 그래야 생산비용이 줄어들면서 수출에서 가격졍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금인 생산측면에서의 비용인 동시에 수요이다.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아서 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가 입장에서는 우리 공장 노동자의 임금은 비용이니까 낮추고 싶지만, 남의 공장 노동자의 임금은 수요이니까 높아지기를 바란다.

또한 수출을 할 때 환율은 높을수록 좋다. 환율이 높다는 것은 원화가치가 낮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달러가 1000원일 때보다는 1달러가 2000원 일 때가 원화가치가 낮으며, 같은 상품을 수출해도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대신에 수입 물가는 높아지게 되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생활에는 부담이 된다. 우리나라의 환율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도 11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에 유입된 돈이 많았다. 국내에 자본이 들어오면 한국 채권이나 주식을 사야 하므로 원화의 수요가 증가하고, 원화가치가 높아지면서 환율은 낮아져야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일정 수준의 환율을 유지했다는 것은 수출에 유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달러를 매입하면서 환율에 개입했다는 뜻이다.

수출대기업에 유리하도록 환율은 높이고 임금은 최대한 낮추는 것, 이게 우리의 거시경제정책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세계 경제의 침체로 수출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다. 전 세계의 제품을 수입해주던 미국마저 수출로 돌아서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환율법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상대국가가 환율을 조작한다고 판단될 때 무역 보복을 할 수 있는 법이다. 한마디로 보호무역으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이 환율법은 중국을 겨눠 제정했겠지만, 막상 중국을 향해 시행하기에는 부담이 될테니 만만한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가장 먼저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제 환율은 절상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본시장이 개방된 상태에서 절상하면 환율의 가변성이 너무 커져 불안정하다. 적절히 규제해서 환율이 서서히 절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통제가 필수적이다. 자본통제는 국경을 넘는 자본에 대한 규제를 뜻한다. 자본통제에서 중요한 것은 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다. 이제까지는 해외자본이 국내에 들어오면 투자가 늘었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해외자본이 장기적이고 건설적인 투자를 하기보다는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으로 스며들어 주가와 부동산 가격에 거품을 형성했다. 무리한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토빈세, 외환가변유치제 등의 제도를 통해서 유입되는 자본을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하면 아무 실효성이 없다. 해외 자본 입장에서는 자본통제를 하지 않는 다른 국가로 이동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차원에서 함께 자본통제를 실시하여 안정적인 환율과 거시경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수출을 안 하면 우리 경제는 뭘 먹고 살아야 할까? 임금을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수요를 늘려서 내수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임금을 올리면 세계경제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 우려하지만, 사실 우리보다는 중국의 임금이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 약화는 심하지 않다. 한국사회에서도 내수가 늘고 임금이 올라가던 시기가 있었는데 바로 80년대 중반이다. 당시에는 재벌이 현재처럼 중소기업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하던 시기였으며, 노동조합 운동이 활성화되었고, 생산성 증가가 임금 증가로 이어져, 소비와 저축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던 때이다. 다시 이런 모습으로 만들어야 한다.

원하절상과 임금인상이 되면 자연스럽게 산업 구조조정도 이루어진다. 원화절상과 임금인상은 내수 중소기업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내수 중소기업들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산업정책의 내용이 될 것이다. 결국 핵심은 앞서 보았던 에밀리아 로마냐와 같은 산업지구를 10년 안에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갉아먹고 있는 하청단가 문제나 높은 부지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산업정책을 계획할 때 고려해야 할 점 몇 가지 꼽자면, 우선 여전히 제조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융허브론이나 서비스선진화론 등 다양한 주장이 있었지만 우리 실정에는 맞지 않았다. 우리 경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동아시아 국제분업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제조업에서 첨단제품을 시험하는 지역, 중국 수출의 관문과 가튼 역할을 맡아야 한다. 두 번째로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유지해야 하며, 동아시아 내에서 기술 선도자로 역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초과학기술 학문과 인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자본통제와 자산세를 통한 자산가격 안정화

복지국가 건설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거시경제정책은 자산가격 안정화이다. 현재 한국에서 대표적인 자산은 부동산과 금융이다. 그리고 사실 부동산과 금융은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부동산 시장은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의 건설경기부양 정책으로 겨우 현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자산가격의 거품이 심해지면 자산소득에 따른 양극화가 심해진다. 또한 거품은 언젠가는 꺼지게 마련이라는 점에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안정적인 복지국가 운영을 어렵게 만든다.

이제 한국은행은 핵심 목표를 물가 안정에서 자산가격안정으로 잡아야 한다. 자산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앞서 지적했듯이 국내에 과다한 자본이 들어오지 않도록 자본유입통제를 실시해야 한다. 다음으로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시키고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재분배하기 위해 자산세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중산층 이하 가정은 부동산 대출 부담과 함께 높은 사교육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 대출과 함께 사교육비는 가계가 저축을 하거나 넉넉하게 소비하지 못하는 최대 요인이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평등과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사실 부동산, 금융, 교육비는 확장하여 생각하면 토지, 돈, 인간을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이는 폴라니가 상품이 되어서는 안되는 세 가지 요소 사람, 자연, 돈이  상품이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던 부분과 상통한다.

내수중심, 임금주도 경제로의 전환과 자산가격 안정화라는 거시경제정책을 토대로 하지 않은 채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 시장에서의 양극화를 교정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부어도 양극화를 해소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무한정 돈을 쏟아 부으면 재정적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경제로는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하다. 앞으로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3%대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다른 경제성장, 경제유지 방식을 찾아야 한다.


보편복지를 가능하게 하는 원칙

흔지 복지논쟁이라 불리는 것의 쟁점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보편복지냐 잔여복지냐의 문제이다. 둘째, 재원조달을 위한 증세가 필요하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셋째, 증세를 한다면 부장증세이냐 보편증세이냐의 문제이다.

첫째 쟁점은 무상급식에서 출발했다. 보편복지는 복지의 주체가 국가이며 전 국민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대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잔여복지는 가정과 시장이 복지의 중심이며, 가정과 시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나머지 부분만을 국가가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잔여복지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시장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 절차가 바로 자산조사이다. 보편복지는 사회권을, 잔여복지는 재산권을 강조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잔여복지를 선호한다. 가장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라고 본다. 또한 보편복지의 경우 공유자원이기 때문에 반드시 무임승차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잔여복지의 문제는 가장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찾아내기 위한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고, 사회적 그리고 심리적으로 낙인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보편복지라는 것은 무엇일까? 주거를 보편복지화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전 국민에게 똑같은 집 혹은 돈을 주는 것인가? 의료의 보편복지는 무엇일까? 의료수당을 똑같이 주면 되나? 교육의 보편성은 무엇인가? 무상급식을 하는 것일까? 대학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일까? 사실 보편복지는 간단하지 않다. 하나하나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서 경제학자와 사회복지학자들이 모여 고민해야 한다. 앞서 공공성을 이야기하면서 여러 재화를 하나씩 살펴보았던 것처럼 하나하나 따져보아야 한다.

이기적이고 단기적 인간이라면 만들 수 없는 엄청난 것이 보편적 복지이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보편적 복지를 위해 돈을 낼까? 이 문제는 이전에 살펴보았던 공공재게임과 똑같다. 공공재게임이란 각자 공공계정에 돈을 모았다가, 모인 돈이 일정 수준으로 증가하면 공평하게 돌려받는 게임이었다. 이기적 인간이라면 남들이 공공계정에 돈을 내도록 기다리고, 자신은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나중에 불어난 돈을 분배받기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기적 인간이 한 명이라도 존재하면, 점차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공공계정에 돈을 내는 것을 거부하게 되었다. 결국 기본적으로 조세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모두가 세금을 공정하게 내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이 공짜로 복지를 제공받는다는 사실보다 부자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것에 더 많이 분노한다.

세부적으로는 첫째, 복지목적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내가 열심히 세금을 냈는데 엉뚱한 곳에 돈이 쓰인다면 세금을 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복지목적세를 도입하여 세금을 내면 반드시 복지에 쓰이도록 규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약속이 정권이 바뀌면 바뀔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을 위한 세금을 만들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이것이 4대강 세금으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야의 합의가 필요하며, 장기적 정책을 위해서는 내각제 개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세금은 올바른 곳에 쓰일 것이라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둘째, 공평과세를 실시해야 한다. 무작정 세율을 높이는 것보다 탈세를 막아서 모두가 공평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무임승차자를 방지해야 한다. 이는 사회규범이 어떻게 확립되어 있느냐의 문제이다. 또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펼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무임승차를 줄여가야 한다. 넷째, 복지 전달의 주체로 지자체를 잘 활용해야 한다. 모든 것을 국가가 담당할 필요는 없다. 국민들에게 직접 전해지는 복지의 말단 부분은 지자체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 간의 경쟁을 통해 복지 전달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지자체와 지역의 사회적 경제가 결합하여 좀 더 지역 주민들과 친근한 관계 속에서 복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20)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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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7 / 16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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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복지국가, 국가에 의한 공공성 실현

오늘은 지난 시간의 공공경제에 이어서 보편 복지국가에 관해 논해보고자 한다. 앞서 공공성이 무엇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공공의 가치(public value)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이는 현존하는 철학자들을 모두 동원해도 어려운 일이지만, 결국은 공공의 이성(public reason)이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공공의 가치가 무엇인지 합의되고 나면 이를 어떻게 실현하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예를 들어 공공의 가치로 모두의 건강을 위해 1인당 하루 사과 두 알을 먹는 게 좋다고 합의되었다면, 이제 사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주장은 시장에 맡기자는 것이다. 각각 개별적으로 시장에서 사과 두 알씩 사먹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만약 사과 살 돈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보조금을 주고, 사과 물량이 부족하다면 과수원에 보조금을 주면 된다. 사실 많은 문제들이 시장에서 해결하고, 국가가 세금이나 보조금을 주어 보완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리고 분명 충분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해결 방식이다. 시장은 경쟁을 통해서 인류의 생산력을 무한히 발전시켰다. 이를 가장 많이 칭송한 사람이 바로 마르크스이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곳곳에서 자본주의의 역사적 사명은 생산력 발전이며, 이는 경쟁, 끊임없는 무한의 욕구, 화폐의 축적, 자본의 탄생을 통해 가능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실패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국가 또는 공동체에서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국가와 공동체에 어느 정도의 역할을, 어떤 방식으로 맡길 것인지, 둘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등이다. 공공경제 분야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는 대표적 학문은 행정학인데, 이 분야에서 80년대 이후 주류로 등장한 이론이 신공공관리론이다. 이는 결국 관료나 정부기구도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되도록 민영화하고 규제완화를 해서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 신공공관리론이 퇴조하고 공공가치행정론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공공의 가치를 민주주의 방법으로 실현하는 방식에 관한 이론이다. 공공성에 대해 얘기할 때, 그것이 시장실패의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라 해결책도 다르게 제시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참여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내용이다.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 뜯어보기

이런 공공성을 국가단계에서 가장 잘 실현한 것인 보편적 복지국가이다. 가장 성공한 보편적 복지국가는 스웨덴이다. 사실 스웨덴 모델은 한 번 실패했었다. 80년대 중반부터 스웨덴 병 또는 복지병이라 불리는 현상이 나타났고, 90년대 초반에는 스웨덴 뿐 아니라 노르웨이, 핀란드 등이 외환위기를 맞는다. 93년에는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의 설계자인 마이드너(Meidner)가 스웨덴 모델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95년경부터 다시 부활해서 지금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꼽히고 있다.

스웨덴 모델은 렌-마이드너(Rehn-Meidner) 모델로도 불린다. 렌과 마이드너는 우리나라의 민주노총이라고 할 수 있는 스웨덴 LO(노동조합연맹)의 경제이론가이다. 이들은 직접 임금중앙교섭에 들어가며 LO의 경제정책을 만든다. 스웨덴은 LO와 사민당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LO는 한 때 노조조직률이 93%에 이르렀고 지금도 70~75%에 이른다. 조합원들의 가족까지 고려하면 전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LO와 관련된 셈이다. 이런 LO를 기반으로 하여 사민당은 지금까지 약 90년 정도를 집권해왔다. 현재는 보수당이 집권하고 있다. 사민당이 얻는 득표수는 약 35% 정도라 언제나 다른 정당과 연정을 한다. LO과 정책을 만들면 대부분을 사민당이 정책에 반영한다.

렌-마이드너 모델은 참 기가 막힌 모델인데 한 마디로 연대임금정책이라 할 수 있다. 스웨덴은 수출 주도, 대기업 주도 경제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비슷한 점이 많다. 이런 경제의 문제는 수출대기업과 내수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에 따른 임금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 스웨덴은 수출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서 내수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보조해준다. 이는 전국의 모든 직장이 함께 임금협상을 하는 중앙교섭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전체 자본가 대표와 전체 노동자 대표가 만나서 산업별 임금을 정하는 것이다. 노동자 대표로는 LO가 나온다.

이렇게 조정했을 때 제일 손해를 보는 쪽은 수출대기업 노동자이다. 이 정책이 관철된 이것이 관철되던 60년대 스웨덴의 수출대기업은 자동차, 철강, 조선업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현대자동차, 포스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임금을 깎는 것에 합의한 것이다. 제일 이익을 보는 쪽은 수출대기업 자본가이다. 생산성 보다 낮은 임금을 주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이익 보는 것은 수출대기업 노동자로부터 임금을 이전받은 내수중소기업 노동자이다. 반면 내수중소기업 자본가는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주어야 하므로 손해를 본다.

 

적극적 노동시장과 임노동자 기금

이렇게 되면 두 가지 문제가 나타난다. 먼저 그래프 오른쪽의 빗금 친 부분은 내수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 실업을 의미한다.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주어야 하는 내수중소기업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서 고용 인력을 줄이고 혹은 파산하기 때문이다. 한편 그래프 왼쪽의 빗금 친 부분은 수출대기업의 초과이윤을 의미한다. 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을 준 결과이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스웨덴은 역시 기가 막힌 해법을 냈다. 첫 번째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다. 요즘은 다른 나라에도 많이 도입되었지만 스웨덴이 그 시초라 할 수 있다. 굉장히 관대한 실업보험을 기초로 하며, 모든 노동자를 재교육 시켜서 중소기업 노동자를 대기업 노동자로 이직시키는 것이다. 이를 전부 노동조합이 관리한다. 스웨덴의 실업보험은 국가 차원에서 도입하기 전에 이미 오래전부터 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지역별, 산업별 실업보험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를 겐트(Ghent)라 했는데, 이미 존재하던 것을 국가가 통합했지만, 그 관리는 여전히 노조에게 맡겨놓았던 것이다. 스웨덴 노조의 가입률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LO 소속이 되면 실업보험에 가입되고, 퇴직하면 LO의 관리 속에서 재교육과 이직을 할 수 있다. 노조가 실업자를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노동자 주도의 구조조정이라 불렀다. 이는 실업에 대한 해결책이 되었다.

두 번째로 대기업의 초과이윤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임노동자 기금이 도입되었다. 이는 초과이윤의 20%를 신주로 발행하여 노조가 소유하도록 한 제도이다. 신주의 20%를 노조가 계속 소유할 경우, 2~30년 지나면 모든 기업이 노조의 소유가 될 수 있다. 사회주의로 가는 매우 창의적인 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자본가들의 반대가 격렬했고, 이 제도에 대한 입장을 놓고 사민당도 3개파로 찢어지고 말았다. 결국 LO와 사민당의 관계는 서먹해졌으며 끝내 사민당은 선거에서 패배하여 이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하지만 적극적 노동시장과 임노동자기금을 바탕으로 연대임금정책을 실현한 것이 스웨덴 모델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스웨덴 경제는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잡을 수 있었으며 사회주의로의 장기 전망도 세울 수 있었다.

흔히 복지국가는 완전고용을 목표로 하는 케인즈주의 경제학을 따른다. 렌과 마이드너도 자신들을 케인즈주의자라고 지칭했다. 그러나 완전고용과 함께 렌과 마이드너가 신경썼던 것은 임금상승에 의한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것이었다. 전후 유럽의 부흥사업을 통해 수출대기업은 돈을 많이 벌었고 임금도 상승했다. 그런데 경제학 이론에 의하면 완전고용과 물가는 상충함을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이 존재한다. 즉, 물가가 상승하면 완전고용은 어려워지는 것이다. 따라서 물가상승을 최대한 억제해야 했고, 이를 위한 방안으로 연대임금을 생각해낸 것이다.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모습인데, 노동조합이 임금인상을 억제하면서까지 거시경제정책을 고려한 것이다. LO의 경제학자로서 매번 중앙교섭에 참여했던 렌과 마이드너의 경험은 독특한 물가상승이론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부흥사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수출대기업의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 그것이 다른 산업과 기업의 노동자에게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전반적인 임금과 물가 상승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는 20여년 후에 효율임금이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이론이다. 이렇듯 스웨덴 모델은 처음부터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이었다. 또한 세금을 많이 걷어서 재정흑자를 유지했다. 소득과 자산에 따라 차등적 세금을 부과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구성원들에게 높은 수준의 세금을 부과했다. 모든 사람이 비용을 내고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자는 의도였던 것이다. 재정흑자를 유지하며 물가상승 억제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볼 때 렌-마이드너 모델은 순수한 케인즈주의 정책과는 차이가 있다.

 

스웨덴 모델의 붕괴

그러나 1970년대 중반이 되면 스웨덴 모델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미국 등과 비교해서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떨이지고, 외환위기 등까지 겪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주류경제학자들은 스웨덴 병을 운운하며, 복지국가의 사망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들은 스웨덴 등 북유럽의 평등주의와 그 결과물인 지나친 복지가 노동자들의 노동 유인을 없애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실업수당으로 월급의 80%가 지급되고, 특별한 절차 없이 병가를 사용할 수 있는데 누가 열심히 일을 하겠냐는 것이다. 사실 보편복지국가는 대표적인 공유자원이다. 세금을 내는 문제에서는 공공재 게임이 그대로 적용된다. 무임승차자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도 어느 정도 복지병이 나타난다. 독일과의 축구 중계가 있는 다음 날이면 직장인들의 병가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그런 사례이다. 하지만 이는 미시적 요인일 뿐이다. 이것만으로 스웨덴 모델의 붕괴를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사실 스웨덴이 위기를 겪었던 근본 원인은 거시경제정책의 문제 때문이다. 첫 번째는 고환율 정책이다. 수출의 비중이 컸던 탓에 경기가 나쁠 때마다 환율을 조정했다. ‘1달러=1000크로나’일 때와 ‘1달러=2000크로나’일 때를 비교한다면 후자의 경우가 수출할 때 더 유리하다. 따라서 통화가치 하락 정책을 편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는 신자유주의와 함께 금리자유화, 개방, 조세개혁이 실시된다. 이 중에 가장 큰 요인이 금리소득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준 것이다. 이렇게 되자 국내에 자본은 늘어나고 규제와 세금은 줄어들면서 부동산 투기가 일어났다. 결국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고 해외자본이 빠져나가면서 90년대에 외환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스웨덴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노동규제 강화에 나선다. 최저임금법을 법제화하고 임노동자기금을 강력하게 추진한 것이다.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대륙의 노동규제, 노동자 보호는 굉장히 강하다. 하지만 스웨덴은 실제 법과 제도 상으로는 약하다. 이는 사회적 신뢰가 높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정권을 거의 늘 사민당이 잡고 있었기 때문에 법이나 제도를 경직적으로 강제할 이유가 없었던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노사타협으로 운영되던 중앙교섭이 깨진다.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금속노조이다. 이제까지 수출대기업이 희생해왔는데, 경기가 나빠지자 더 이상 희생을 견디지 못하고 교섭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여기서부터 보편복지도 어려워진다.

마이드너는 이런 상황을 반성하며 “스웨덴 모델은 왜 실패했는가?”라는 글을 쓴다. 그는 통화의 대규모 평가절하가 계속되면서 이윤은 급증했으나 투기에 의해 자산가격이 폭등하고 경쟁력이 떨어져서 결국 성장이 정체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애써 희망을 찾으며 “노동계급을 동원할 수 있는 역사와 전통, 이데올로기적 힘과 지도자의 능력, 그리고 다른 계급과연대할 수 있는 능력”이 스웨덴 노동운동의 힘이었으며, 이를 다시 회복할 때 복지국가도 부활할 것이라고 보았다.

 

스웨덴은 어떻게 부활했나?

그리고 1990년대 중반 스웨덴은 부활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EU에 가입하면서 실질적으로 고정환율제가 되었고, 연금개혁을 통해 재정긴축을 단행한 덕분이었다. 세부적으로는 결렬되었던 중앙교섭이 산업별, 지역별로 분권화되어 부활했으며, 연대임금이 부분적으로 복원되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자본가들의 요구가 컸다. 기업별 교섭이 진행될수록 곳곳에서 임금이 인상되고 돌발적인 파업이 일어나면서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사회서비스에 의한 고용율 회복도 경제 회복에 큰 힘이 되었다. 스웨덴의 완전고용이 위협받을 때 가장 강력히 버텨준 것이 사회서비스 분야이다. 스웨덴의 복지는 보편현물복지로 교육, 의료, 보육, 돌봄 등 사회서비스 담당자는 모두 공무원이다. 사회서비스가 늘어날수록 공무원도 늘어나고, 고용율도 올라갔다. 또한 현재 LO의 주축세력 역시 공공노조이다. 우리의 경우 현물복지가 아니라 바우처 제도를 통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아동수당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민간시설이 대다수인 상황에서는 아동수당 지급이 보육비의 증가, 보육원의 수입 증가로만 이어진다. 아동수당이란 결국 수요 쪽에 보조금을 주는 것으로 수요곡선이 상승하면서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즉, 시장에만 맡기고 보조금을 주면 가격이 올라간다.

성평등 정책과 평등교육을 강화하여 여성 고용율을 높이고 IT와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높인 것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보편복지가 가능하려면 고용율이 높아야 하고, 여성 고용이 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여성이 출산과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집중적인 사회서비스가 제공되었다.

보편적 복지국가에서 안정적 경제는 매우 중요하다. 경제가 안정되어야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 세수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율 안정, 물가 안정 등을 통해 경기가 증폭되는 것을 억제하는 장치들이 필요하다. 최근 금융위기로 그 중요성이 대두된 자본통제나 금융규제, 투기억제, 자산가격 안정 정책들은 복지국가의 전제 조건이다. 복지국가의 성패는 안정적 거시경제정책의 마련에 달려있는 것이다. 케인즈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불황의 경제학이다. 여기에 더불어 보편적 복지국가가 공유자원의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무임승차를 줄여갈 수 있는 신뢰와 협동의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9)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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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07.25 13:31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정책만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비용충격 인플레이션 국면에서의 금리 인상은 의도한 물가안정 효과는 발휘하지 못한 채 오히려 경기하강 속도의 가속화와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통화정책의 일반적인 파급 메커니즘을 통해 금리 인상책의 실효성에 대해 검토한 뒤, 물가 안정책을 비롯한 하반기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금리 인상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하반기 경제 회복을 위한 제언> 보고서 원문보기

1. 통화정책의 파급 메커니즘

■ 공개시장조작 정책
이자율타깃팅을 실시하는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 인상을 발표한다. 주로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통해 금융자산(통화안정증권이나 RP)을 매각[유동성 축소]하여 금리상승을 유도하는 것이다.
정책금리 상승은 은행채나 CD금리와 같은 금융기관의 시장성금리 상승을 초래하고, 재정차익 거래와 기대 실현을 통해 장기금리 상승을 낳는다. 또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금리, 환율, 자산가격, 신용 등 네 가지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 및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 금리 경로
금리 경로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되는 가장 고전적인 채널이다. 단기금리를 올리면 자본의 ‘사용자비용’이 증가하고, 국채가격을 비롯한 장기금리가 상승하여 투자의 기대수익률이 하락한다. 이는 총수요 구성요소인 고정투자, 건설투자 등 투자지출의 감소를 초래하여 생산량 하락을 가져온다.(사용자비용user cost이란, 자본자산의 사용 또는 자본서비스를 얻는데 따르는 비용으로, 통상 감가상각과 이자비용으로 구성)
또한 금리 인상이 기업의 투자지출 결정에 미치는 경로는, 주택과 내구재에 대한 소비자의 결정에도 동일하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주택투자와 내구재 소비의 지출도 하락한다.

■ 환율 채널
수출 주도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경제의 특성상, 환율효과를 통한 경상수지 파급 경로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금리를 인상하면, 원화채권(또는 원화예금)이 다른 외화표시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상승하므로 원화가치가 상승한다.
원화가치 상승은 달러로 표시한 국내생산물(수출품)이 해외생산물(수입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효과[국내 기업 가격경쟁력 하락]를 낳는다. 따라서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려 경상수지 적자를 확대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특히 원화가치 상승은 원자재 수입가격을 직접적으로 하락시켜 직접적인 물가 하락 효과를 낳는다.

■ 자산가격 효과
통화정책이 자산가격을 통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주로 토빈의 q(기업의 시장가치/자본의 대체비용) 이론으로 설명된다. 토빈의 q가 높으면 기업의 시장가치가 자본을 새롭게 대체하는 비용보다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주식발행이나 차입을 통한 신규투자 증가로 투자지출이 확대되지만, 반면 q가 낮으면 다른 기업을 저렴하게 인수하거나 기존의 설비투자를 인수하여 투자지출이 감소한다.

화폐를 다른 상품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통화주의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통화량 축소는 개인들이 보유하고자 하는 실질잔고 감소를 초래하며, 실질잔고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금융자산이 주식 투자의 비중을 줄여 결국 주가하락을 초래한다.
이에 비해 케인즈주의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주식투자에 비해 채권이나 정기예금의 상대적 수익률을 증가시키고, 긴축정책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어 주가하락을 초래한다. 그리고 주식가격 하락은 토빈의 q의 하락을 초래하고, 이는 투자지출을 감소시켜 생산량 축소로 이어진다.
결국 통화량 하락과 금리 인하는 주가 하락, 투자 하락, 생산 하락을 낳는다.

주식시장의 투자지출 축소 효과는 부동산시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금리 인상은 은행의 자금조달 원천인 CD와 회사채 등 시장성금리의 동반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부동산 구입의 비용과 부동산 투자의 상대적 매력을 감소시킨다. 결국 부동산 수요 감소에 따른 부동산가격 하락은 건설투자 축소로 이어진다.
또한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따르면 금융자산의 주요 구성요소인 주식가격 하락은 금융자산의 가치를 하락시켜 소비 또한 감소한다. 이는 부동산가격의 하락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신용채널
금리상승에 따른 자산(주식과 부동산) 가격 하락은 대출의 담보가치 하락을 초래하며, 대출 리스크가 상승함에 따라 금융기관의 재무포지션이 하락하고 대출자 프리미엄이 상승한다. 프리미엄은 기업의 금융 포지션에 주로 의존하는데, 당기순이익 등 내부유보자금에 주로 의존하는 대기업은 프리미엄이 낮게 부과되는데 비해, 외부차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에 부과되는 프리미엄은 높다.

또한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은 지급불능 위험을 상승시키고, 모니터링 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차입자 프리미엄 또한 상승한다. 결국 금리 상승은 현금흐름(cash flow) 압박과 자산가격 하락을 통해 대출, 즉 투자와 수요 감소를 초래한다.[Balance sheet channel]
이러한 원리는 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데, 금리상승에 따른 대출규모 축소와 현금흐름 압박은 다른 자금조달 원천을 보유하지 못한 가계[주로 중ㆍ저소득층]의 소비지출 하락을 유발한다.

특히 은행대출을 통해 부동산 등 자산을 무리하게 구입한 가계는 자산가격 하락과 현금흐름 압박으로 재무적 곤란(financial distress)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주택담보대출 상환부담이 크기 때문에, 금리상승은 중ㆍ저소득층의 현금압박을 통해 가계파산과 강제 자산매각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현금압박에 대비하여 가계는 유동성 측면에서 화폐나 예금을 비롯한 유동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부동산 등 비유동자산 비중과 내구재 지출을 축소한다.[Cash-flow effect]

2. 물가상승의 원인과 대책

■ 금리 인상 파급 경로 요약
금리 인상은 금리 경로를 통해 과열상태인 경기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총수요 하락과 수입가격 하락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정책효과를 낳는다. 즉 경기가 과열상태에 있는 경우 금리 인상은 총수요 억제를 통해 물가상승을 완화한다. 그러나 금리 인상의 실물경제 파급에 대한 여러 계량분석을 검토해도, 금리 인상의 물가완화 효과는 작은 반면, 실물경제 침체 효과는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중앙은행의 1% 금리 인상(2년 후 인하)의 실물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계량분석을 요약하면, GDP는 2년 후에 0.4% 감소한 반면, 물가는 그로부터 2년 후인 4년째에 0.4% 감소했다. 여기서 초기 2년 동안의 0.2% 인하 효과는 우리 정부가 발표한 가스요금 인상 효과보다 크지 않았다.
초기 2년 동안은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이 물가하락을 주도하지만, 그 이후에는 자본비용 상승에 따른 투자지출 하락이 물가하락을 유발했다. 특히 투자지출에 대한 감소효과는 매우 크고 장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비용충격 인플레이션의 경우, 금리 인상은 추가적인 총수요 억제를 통해 경기하강 속도의 가속화와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초래하고, 의도한 물가안정 효과는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동향, 금리 인상의 실질적 비용과 편익을 더욱 면밀히 검토한 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물가상승의 원인과 대책
최근 급격한 물가상승의 원인은 비용충격에 기인한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는 원자재 상승분이 생산재와 소비재 가격으로 파급되는 것을 환율하락이 상당부분 완충시켰지만, 상반기 환율상승은 오히려 생산재, 소비재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6월 들어 급격한 환율 상승 추세가 상당히 완화되었고 7월 유가와 천연가스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공산품 가격을 중심으로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많이 추월했고, 시차가 적용되기 때문에 유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3일에 있은 한국은행의 경제동향 간담회에서도, “물가는 비용요인에 주로 기인하여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는데 유가상승이 멈추더라도 물가상승 여파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 기대심리→임금인상→물가상승”의 악순환을 차단한다는 명분하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위의 메커니즘은 경기상승 국면에서 전형적인 수요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한 긴축통화정책으로, 2008년 한국적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 처방이다.

소비와 투자 등 총수요가 증가하고, 70년대 서구의 경우처럼 완전고용 상태에서 노동조합의 임금 협상력이 강한 경우,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을 차단하기 위한 ‘소득정책’은 유효하다. 그러나 서유럽의 ‘소득정책’은 중앙-산별 협상구조 하에서 삼자(정부, 노동자, 기업)가 환율ㆍ금리ㆍ임금ㆍ이윤 등 주요 거시경제변수에 대한 적절한 합의를 통해 물가를 억제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비해 기업별 협상구조가 주를 이루고 노동조합의 조직률과 협상력이 매우 낮은 한국의 경우 ‘소득정책’은 노동자의 일방적 고통분담으로 귀결되는 것이 과거의 사례다.

최근 소비와 투자, 고용 등 총수요가 부진하고, 노동조합의 협상력이 약한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한 금리 인상 정책은, 경기하강 속도만 더욱 가속화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경착륙,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의 부담만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과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현 경제팀을 전면 교체하고, 정부의 ‘약속과 공언’대로 하반기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하반기 경제안정 대책
원자재를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수입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안정적인 환율관리가 물가안정에 긴요하다.

금리 인상은 이자율 평형설에 따라 재정차익 거래를 통해 환율을 하락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미국이 3% 이상 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왜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수출주도 성장을 위한 정부의 고환율 정책,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달러) 선호[외평채 가산금리 상승], 외국인의 주식시장 순매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용, 채권, 주식시장 안정과 급격한 경기하강을 방지하기 위해 중립적 통화정책, 안정적 환율정책, 적극적 재정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유가가 150달러를 넘지 않는 한 금리는 동결해야 한다.
또한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하반기에 예상되는 무분별한 M&A와 출혈경쟁을 방지하고, 금융기관의 대출, 위험자산 등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주식시장의 급등락을 사전에 방지하고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매도’를 비롯한 신용/대차거래에 대한 한시적 제한조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금리는 동결하는 대신, 부동산 관련 세제, 재개발 완화 정책을 중단하고, 금융기관의 주택대출 실태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여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부동산시장의 하향안정화 추세가 일시적으로 전환된 후, ‘투기적 기대’가 경기하강 국면에서 실현되지 못했을 경우 급격한 경착륙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원자재 가격의 파급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가스, 전기료 등 공공요금을 하반기에 가급적 동결해야 한다. 원자재 가격과 소비자물가가 전환되는 추세를 확인한 후 원가인상 요인을 최소한도로 반영하며, 경영상 필요한 원가인상 요인은 에너지 공기업 임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필요하다면 재정정책을 통한 보조금 지원으로 동결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사연 여경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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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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