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09정태인/새사연 원장

 

‘착한 경제학’의 독자들이 잘 알다시피 사회적 경제는 어느날 갑자기 ‘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흔쾌한 협동에 필수적인 신뢰란 오랫동안 서서히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시대 ‘새마을운동’처럼, 또 참여정부의 ‘국가균형사업’처럼 중앙에서 하향식으로 만들려다가는 그나마 남아 있는 지역의 역량만 허공에 날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일은 없는 걸까? 문재인 전 후보는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적 경제위원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만일 박근혜 당선인이 48%의 문 전 후보 지지자들을 염두에 둔다면, 그리고 자신의 공약과 아무런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이 공약은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지난해 8월 말 주간경향 990호에 나는 ‘SEQ’(서울-에밀리아로마냐-퀘벡)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에는 서울을 염두에 두고 썼지만 이제 중앙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2004년 캐나다의 폴 마틴 총리는 “사회경제를 캐나다의 사회정책 수단의 핵심 부분으로 삼겠다. 기업가가 강한 경제에 필수적이듯 사회기업가는 강한 공동체에 필수적”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퀘벡의 경험이야말로 연방정부의 정책 수립에 가장 큰 자산이었다.
 
따라서 지금 박근혜 당선인에게 가장 긴요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1년여 ‘마을 만들기’라든가, ‘중간조직 만들기’를 하면서 부딪힌 여러 장애, 특히 중앙정부 차원의 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들을 몸으로 느꼈을테니 말이다. 박 당선인이 서울시장을 만난다면 서울시는 그동안의 경험을 요약해서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시해야 한다. 만일 새로운 대통령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부담된다면 주무부처를 명확히 지정해야 한다. 현재 협동조합법은 기획재정부, 사회적기업법은 노동부, 생협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무부처이고, 마을 만들기와 관련해선 거의 전 부처가 고유의 사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제대로 간파했듯이 사회적 경제는 시ㆍ군ㆍ구 단위의 지역공동체가 주도해야 한다. 서울과 같은 광역정부, 나아가서 중앙정부는 이런 실천에 필요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자금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협동조합은 돈과 사람의 문제로 곤란을 겪었다. 주식회사처럼 돈을 모을 수 없고 조합 내 임금 격차가 보통 6배 이하로 억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히 협동조합을 신설하거나 확대할 필요가 있을 때는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 사회적 경제가 막 움튼 우리나라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일반적으로 협동조합은 출자금과 비분리자산(협동조합의 내부유보로 회사를 청산할 때도 출자자에게 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협동조합 연합조직이 조성한 협동조합 기금(레가의 경우 ‘coopfond’, 모든 단위 조합은 수익의 3%를 연합조직에 낸다), 그리고 협동조합 자체의 금융기관(예컨대 레가가 소유한 보험회사 ‘unipol’)에서 필요한 돈을 조달한다. 하지만 네트워크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 생태계가 조성되기까지 필요한 것은 ‘공동체 기금’이다. 각 지역에서 먼저 돈을 모으고 중앙정부가 이에 맞춰 출자해서 상당한 규모의 종잣돈을 마련해야 한다. 각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지방정부가 ‘상호성’이라는 사회적 경제의 원리에 따라 엄격하게 운용하면서 필요한 경험과 기술을 쌓아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는 모든 정책에 사회적 경제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정부 조달의 일정 비율을 사회적 경제에 배정하거나 가점을 부여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효율형 주택개량사업이나 지역별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사업과 같은 국가 차원의 사업을 지역의 주택협동조합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울스와 긴티스 말대로 “제도설계를 잘 하면 공동체, 시장, 그리고 국가는 서로 대체적인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여기에 성공한다면 자마니 교수의 말대로 사회적 경제는 우리나라에서 ‘제2의 경제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다. 부디 박근혜 당선인이 이 정책을 받아들여서 자마니 교수의 예언이 실현되기 바란다.

*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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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4정태인/새사연 원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포함해서 48% 중 얼마쯤이 ‘멘붕’에 빠졌다 해도 첫사랑이 깨졌을 때보다 더할까? 이런저런 발버둥이 치유의 시간을 얼마나 줄였는지도 의문이지만 결국 영원할 것 같던 시간도 지나지 않았던가? 다음으로 ‘먼저 패배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 지극히 옳다 해도, 아직 관련 통계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민주진보진영’의 재편은 족히 1년은 걸릴 텐데 ‘정확한’ 진단을 지금 내놓아야 할 이유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48%의 ‘힐링’에 당장 필요한 일은 뭘까? 어쩌면 박근혜 당선인이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예컨대 문재인 후보의 공약 중 쓸 만하고, 동시에 본인에 대한 지지를 넓히는 데도 방해가 되지 않는 것들을 인수위에서 확정하면 어떨까? 당선인도 ‘맞춤형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내세우지 않았던가?

당장 현재의 ‘장기침체’를 벗어나려면 일단 소비가 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서민층의 소득이 증가해야 하고 동시에 소비를 가로막는 요인을 없애야 한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획기적 인상, 노동조합 강화, 하청업체 단체협상권 인정 등 시장에서 양극화를 억제하는 정책은 박 당선인의 정책기조에 비춰 차마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복지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맞춤형 복지’를 늘리는 만큼 경제는 더 빨리 회복된다. 민주당 역시 이런 목적의 적자재정이라면 48%를 위해 찬성해야 한다. 증세냐 국채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물론 ‘부자증세’가 훨씬 낫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복지인 동시에, 소비 방해 요인을 제거하는 일거양득의 정책이다. 이 정책에 관한 한 문 후보의 정책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 ‘4대 중병만 중병인가’를 넘어서 만성병 환자 역시 절망적이다. 보장성을 90%까지 올리는 데 얼마 정도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가는 이미 시민단체에서 정리해 두었으니 계산하느라 뜸을 들일 이유도 없다. 재정 문제나 급작스러운 국민 부담에 신경이 쓰인다면 연간 상한액은 200만원 정도로 조정해도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서민의 소비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역시 가계부채다. 만일 집값까지 폭락한다면 우리 경제는 위기상태에 빠질 것이다. 금년과 내년 역시 2%대의 성장에 머물 것이기에 지금 정부나 언론처럼 안이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이 역시 문 후보 쪽의 정책 방향이 옳았다. 당선인의 ‘국민행복기금’은 기실 ‘은행행복기금’이다. 은행의 채권회수에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일단 ‘약탈적 대출’을 통해 그동안 천문학적 수익을 올린 금융권이 책임져야 한다. 번번이 금융소비자에게만 이른바 ‘도덕적 해이’의 책임을 묻고 그 원인을 제공한 금융기관, 그리고 감독당국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는다면 이런 금융위기는 또 일어날 것이다.
 
셋째로는 사교육비인데 당선인은 심야 사교육과 선행학습의 규제만 제시하고 있다. 이 문제는 사실 대학입시를 개혁해서 ‘경쟁교육’을 뿌리뽑아야 해결될 문제지만 거기까지 기대하는 건 정책기조상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입시제도를 간소화하고 더 획기적인 사교육 규제를 하면 소비는 대폭(학원 관계자와 학부모의 한계소비성향 차이만큼) 증가할 것이다. 이 정책에는 돈도 들지 않는다.
 
쓴 김에 팁 하나 더. 우리나라 사람 중 어느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고 세수를 확보할 방법도 있다. 바로 토빈세(돈이 국경을 넘을 때 물리는 세금)다. 단 0.01%만 부과해도 약 2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탄소세까지 검토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이건 그냥 꿈으로 간직하겠다.
 
이 정도만 인수위에서 확정한다면 48%는 절망을 거두고 생업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대통합’을 원한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엄동설한에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분들이 기꺼이 내려올 수 있도록 중재한다면 어느 누가 당선인을 ‘100%의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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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정치2012.12.19 10:04

2012.12.19정태인/새사연 원장

 

시대교체?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를 해야 합니다" 누구 얘기일까? 바로 지난 16 일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한 얘기다. 민주당은 '명백한 표절'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후보가 9월 16일 민주당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에서 "변화의 새 시대로 가는 문을 열어주십시오.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 반드시 해내겠습니다.”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봄에 새사연에서 출간한 <리셋 코리아-18 대 대통령이 꼭 해야 할 16 가지 개혁과제> 제1부의 제목이 바로 '정권교체에서 시대교체로'이다. 굳이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 말은 2007년에 이미 언론 매체에 보도된 바 있다. 심상정 당시 민주노동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처음 사용한 말이고 그 말을 만든 사람은 나였다.  

불행하게도 너무 앞서 나갔다. 1년이 지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사람들이 시장만능의 세계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는 새로운 역사의 단계에 들어섰다. 어느 곳이 새 시대의 정책기조를 먼저 시행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지극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쨌든 새사연은 문재인 후보에 이어 박근혜 후보까지 감복시킨 것일까? 불행하게도 박근혜 후보의 정책기조는 여전히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다. 줄푸세는 시장근본주의, 경쟁지상주의의 한국어 번안이니 그야말로 구시대의 정책기조라 할 만 하다. 반면 문 후보의 정책기조는 <리셋코리아>가 제시한 '소득주도성장', 아래로부터의 성장을 그대로 받아 안았다.


새 시대의 과제

'새 시대의 첫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낡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체제를 안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갈 체제를 5 년 내에 완성시킬 수는 없다. 구체제 기득권 세력, 즉 재벌-경제관료-조.중.동의 3 각 동맹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어떤 것은 조심스럽게 구체제를 해체해야 할 것이고 어떤 것은 다행히 빈 터라서 바로 주춧돌을 놓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라도 먼저 국민들부터 다독여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시대교체'의 과제가 어느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의 머릿속에서 해결될 리 없다. 문후보가 밝힌 '국민정당'과 '시민의 정부'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선 문후보가 명확히 밝히지 않은 핵심 과제 몇 개만 짚어 놓는다.

우선 가장 장기적인 것으로,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좌우할 생태문제를 들 수 있다.

어제 토론에서도 드러났듯이 박근혜 후보는 원전 마피아들을 해체할 생각이 전혀 없다(종합적으로 꼼꼼히 검토하겠단다). 문재인 후보는 수명이 다 한 원자로를 폐쇄하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할 뜻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원전의 축소와 함께 탄소 배출도 시급히 줄여야 한다. 전기의 생산과 소비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 전격적으로 충분히 높은 세율의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 늦어도 인수위가 탄소세 부과의 청사진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는 새 시대의 패권교체기에 우리나라가 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어느 나라도 미국의 패권도 , 중국의 패권도 원하지 않는다. 생태공동체, 경제공동체로 동아시아를 묶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다. 동아시아의 외환보유고를 공동 관리해서 2조 달러 이상의 여유분을 동아시아 경제의 생태화, 낙후지역의 개발에 사용해야 한다. 이런 동아시아판 마샬플랜은 이 지역 총수요를 확대해서 세계경제를 위기에서 구할 거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미국도 반대하기 어렵다. 정권 초기에 중국, 일본, 동남아와 논의해서 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천명해야 한다.

구시대의 유물인 FTA 협상에 목매달 때가 아니다. 최근 IMF 가 허용한 나라별 자본통제도 동아시아 국가들이 동시에 토빈세를 부과할 때 가장 효과가 클 것이다. 참고로 0.05% 정도의 토빈세를 부과하면(즉 1억 원의 외국 돈이 국경을 넘을 때 5만 원 정도의 세금을 부과하면) 약 7-8조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셋째는 복지국가 건설의 경로를 밝히는 일이다.

국회의 다수를 점하는 새누리당은 '재정 건전성'을 들어 거의 모든 복지 확대에 반대할 것이다. 현재 표류 중인 유통법이 곧 닥칠 미래의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시행령만 바꿔도 해결할 수 있는 복지 정책, 경제민주화 정책도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시행령만 개정해도 골목 상권을 보호하고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확대할 수 있다. 인수위는 모든 분야의 시행령을 검토해서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 일괄 처리해야 한다.

서민들에 대한 이런 복지는 동시에 단기 침체를 극복할 원동력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복지의 힘을 피부로 느낄 때 법을 바꿔야 하는 정책들도 해결할 수 있다. 기존 국회의원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오직 국민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새 시대의 첫 대통령'은 새 시대가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해야 할지 밝히고 국민이 합의한 일부터 재빨리 실행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가 강조한 경제민주화와 보편복지가 커다란 방향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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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2 / 17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최종선택은 진정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한 후보에게!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본 문]

1. '민생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박근혜 후보의 말은 맞다.

올해 한 해를 달구었던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제 국민들은 투표장에 가서 누구를 찍어야 할지 최종적인 선택만을 남겨놓고 있다. 우리 경제와 사회가 위기적 국면에 놓여 있었던 만큼 수많은 정책과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고, 겉으로만 보면 엇비슷한 공약들이 유난히 많았다. 그런데 여야 후보들의 공약을 모아보면 대체로 보편 복지, 경제 민주화, 노동권 회복과 확대(또는 일자리)라고 하는 세 방면의 공약으로 집약된다.  

우리 사회에서 복지가 전면적인 화두로 부상한 데에는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심화된 사회 양극화와, 부실한 사회 안전망 현실이 경제 위기 장기화로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위 5대 국민 생활 불안이라고 하는 보육과 교육, 주거, 건강, 고용, 노후 불안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보편 복지를 거스르려 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극적으로 정치권에서 퇴출되자 보수적 박근혜 후보도 복지를 형식적으로나마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가 소득의 재분배를 통해 양극화를 완화시키는 것을 넘어서, 근본적으로 시장 자체에서의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제 민주화가 ‘시대 정신’의 수준으로까지 부상했다. 이번에는 보수적인 박근혜 후보도 일찌감치 이에 편승했다. 물론 선거 막판에 자신이 끌어들인 김종인 전의원의 핵심적인 경제 민주화 제안을 거부함으로써 야당이 비판해온 ‘진정성 없음’을 스스로 자인했지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1700만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권 강화 역시 극히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비정규직 차별 축소와 최저임금 인상 차원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결국 보편 복지, 경제 민주화, 노동권 회복과 확대(또는 일자리)라고 하는 대선의 중심 공약들은 모두 ‘먹고 사는 문제의 개선’을 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한때 여야를 막론한 기성 정치권의 낡은 정치를 비판하면서 안철수 전 후보가 정치혁신을 제기했고 이를 야권 후보 단일화의 조건으로 내걸자, 정치 혁신이 선거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 혁신이 필요한 이유도 어디까지나 지금의 경제 사회적 난국을 풀기위해서, 소모적 정치 구태를 벗고 미래 지향적 정치를 펼쳐야 한다는 취지로 국민들이 공감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민생과 경제를 위해 정치 혁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알맹이를 모두 빼버린 경제 민주화 공약으로 퇴색하자 박근혜 후보는 ‘민생 우선’ 구호아래, 이른바 ‘전 국민의 70%를 중산층’으로 만들겠다는 중산층 재건 프로젝트라는 것을 들고 나왔다. 사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중산층을 재건’하겠다는 주장은 동어반복이다. 다만 지금 우리 국민이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먹고 사는 문제의 해법’ 여부에 있다는 사실은 맞다.  

그렇다. 지난 5년 전 대선에서도 핵심은 경제였고 먹고 사는 문제였다. 다만 그 당시 선택의 결과가 ‘줄. 푸. 세’와 같은 주장을 했던 이명박 후보였던 것이다. 이번에도 최종 선택은 경제이고 먹고 사는 문제다. 이제 ‘줄. 푸. 세’는 절대 해법이 되지 못함을 이명박 정부 5년이 보여주었고, 세계 금융위기가 보여주었다.

 

2. 임금과 소득을 제대로 받게 해주는 후보를 

먹고 사는 문제가 힘겨운 가장 본원적인 이유는 일하고 받는 임금 몫과 소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조건과 격차가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의 88%가 속해있는 중소기업 노동자와 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임금의 상대적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아래 [그림 2]를 보면, 특히 재벌 친화적인 이명박 정부 들어서 대.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눈에 띄게 확대되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조차도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다. 자영업자 포함하여 2500만 취업자 가운데 1천 만이 1~4인 규모에서 종사하고 있음을 기억해보자.  

이번 대선은 바로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더욱 심해진 이러한 소득격차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재벌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재벌개혁을 제대로 해야 격차가 줄어들고, 박근혜 후보말대로 중산층이 확대되는 것이다. 재벌개혁을 크게 후퇴시키면서 중산층을 늘리겠다고 하는 박근혜 후보의 주장은 그래서 엉터리인 것이다. 

 

3. 금융을 제대로 규제하고 가계를 살릴 후보를 

우리 가정이 짊어지고 있는 부채가 국민경제의 가장 위험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온 국민이 알고 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가계 부채가 조정과정을 밟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오히려 사상 최대의 부채 증가를 기록했다. 부채 증가는 경제 규모가 늘어 가는데 따른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방관한 결과다.....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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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정치2012.12.12 09:59

2012.12.12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시대와 역사의 흐름을 결정하는 최후의 한걸음은 언제나 국민 

지금 세계사적으로 보수가 주도했던 한 시대가 저물고 진보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려 하고 있다. 감세와 규제완화, 작은 정부와 민영화(이를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줄. 푸. 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국민의 저항에 공권력 동원하여 규율을 세우고-라고 할 수 있다)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30년 역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붕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시 규제 자본주의 목소리가 커지고 부자 증세를 부자들이 말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큰 정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민영화나 시장화는 더 이상 대세가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 대선에서 보수 세력이 집권에 실패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중이다. 아직 진보의 대안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수가 더 이상 세상을 주도할 수 없음은 명확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5년 전 대선에서 ‘747성장’과 같은 양적인 고속성장론이나, 경부 대운하 같은 토목개발 성장론이 지배했다면 지금은 누구도 성장의 숫자 따위는 말하지 않는다. 반면 전통적으로 진보의 의제였던 ‘경제 민주화, 복지, 노동권과 일자리’의 3대 의제가 이번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핵심 공약이다. 국민들이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고 있음을 직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진정 우리나라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할 것인지, 아니면 아직 신자유주의가 태동하기도 이전인 유신 시대로 되돌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기점은 2012년 12월 19일이 될 것이다. 19일에 얼마나 압도적으로 투표장에 가서 유권자의 권한을 행사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역사와 시대를 바꾸는 최후의 한 걸음은 언제나 지도자나 특정 집단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국민들에 의해 결정되었다.  

4.11 총선을 훨씬 능가하는 투표 참여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 그래서 문제는 투표율이다. 지난 5월에 치러진 프랑스 대선 투표율 80.4%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지난 1월 치러진 이웃 나라 대만 총통선거 74.4%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낙관할 수 없다. 지난 4월 11일 치러진 총선은 2008년 총선 투표율 46.1%보다 훨씬 높은 54.3%의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대한민국 헌정사상 두 번째로 낮은 총선 투표율일 뿐이었다. 2012년 1월 민주통합당의 상승세에 야권연대 성사에 따른 활기와 여기에 대비되는 새누리당의 위기의식이라는 긴장국면 속에서 총선이 치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높지 않았던 투표율이었다. 결국 야권 연대까지 한 야당이 패배하고 여당이 과반수를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67~68% 정도의 투표율을 예상하고 있다. 2004년 총선과 2008년 총선 투표율 사이에서 결정된 이번 4.11 총선 투표율 비율 정도와 유사하게, 12월 대선 투표율이(2002년 대선과 2007년 대선 투표율 사이에서) 결정된다고 가정하면, 대략 67~68% 수준이 예상된다.

그림: 총선 투표율 변화를 가지고 유추한 18대 대선의 연령별 투표율 예상

 
그런데 이 정도 투표율을 달성하려면 평균 투표율 이하인 수치를 가진 20~30대의 투표율이 오르지 않으면 안된다. 54.3%투표율을 보였던 4.11총선보다 최소 5백만 명 이상이 더 투표장에 가야만 19일 대선 투표율이 67~68%로 올를 수 있기 때문이다. 50만 명도 아니고 5백만 명이다. 20~30대는 50%를 넘어 60%에 가까운 투표율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단순히 투표율만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가 되려면 4.11 총선보다 최소 750만 유권자가 더 투표에 참여하여 70%이상의 투표율을 보여주어야 한다. 2002년 대통령 선거 수준의 참여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감동은 유권자가 만들자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혹한 속에서도 투표장으로 나가게 할 감동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 그 어느 선거보다도 국민들을 관조자로 만들게 하고 있고 전문가들의 지적 경연장에 머물고 있는 것이 이번 대선이다. 평범한 유권자 국민들의 참여 기회는 그 어느 선거보다도 좁다. 기껏 ‘선거운동 펀드 참여’밖에 할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고약하다. 돈만 내고 구경이나 하라니. 

그렇다면 감동을 유권자가 스스로 만들자! 유권자가 어설픈 정책공약들의 이면을 통찰하고, 엉터리 여론조사 결과를 전복시키고, 열리지 않고 있는 참여의 문을 스스로 열어가면서 혹한의 추위를 뚫고 투표장으로 향하자! 정치권에게 감동을 느끼지 못할 바에는 정치권에게 감동을 보여주자! 분노하는 국민의 이름으로, 분노하는 유권자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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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