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연히 될 줄 알았다. 창조한국당이 적어도 정당이라면 그것도 스스로를 진보적이라 생각하는 정당이라면 당원들이 문국현 대표의 제명을 결의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창조한국당은 너무도 조용하다. 개별 당원들의 탈당은 줄을 잇고 있지만 문 대표를 상대로 한 조직적 대항은 전무하다. 문 대표가 자신하듯 80%의 당원들이 선진당과의 야합을 지지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내가 아는 창조한국당의 당원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80년대 군부에 함께 항거했던 많은 나의 지인들이 사람중심경제에 환호하며 창조한국당의 발기인이 되었다. 90년대 통일 운동에 헌신하던 많은 후배들 역시 기꺼이 당원이 되어 대선을 치렀다. 그들은 한결같이 한나라당을 혐오하며, 스스로 새로운 유형의 유연한 진보정당을 만드는 개척자라는 자부심에 차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민주당과의 결합조차도 야합이라 여기던 사람들이기에 차떼기 원조인 이회창과의 결합은 상상하기 힘든 치욕이었을 것이다.

 

  문국현의 정치는 '장사치 정치'임을 입증한 사건

 

  그럼에도 창조한국당은 너무도 조용하기만 하다. 혹시나 문 대표에 대한 환상과 기대의 찌꺼기가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문 대표는 창조적 진보는커녕 수구적 반통일관을 지닌 사람이다. 대선 시기 NLL을 오히려 북쪽으로 올리고 북쪽은 이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반북적대 의식을 노골적으로 표방한 사람이다. 또한 그는 환경운동을 정치에 이용했으나 기실 녹색생태정치와도 인연이 없는 사람이다. 정동영 당시 대통령 후보가 20% 유류세 인하를 공약하자 이에 질세라 30% 인하를 주장하던 반환경론자다. 이런 문 대표의 문제점을 너그럽게 덮어줄 수 있었던 것은 사람중심 진짜경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서 신자유주의를 넘어설 희망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문 대표는 자신의 정치가 신의에 기초한 광폭의 국가경영 정치가 아니라 얄팍하게 손익을 계산하는 장사치 정치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원내교섭단체로 떨어질 부스러기 이익을 위하여 자신을 지지해준 지지자들의 믿음에 배신의 칼을 꽂지 않았는가? 더 이상 무슨 논쟁이 필요하단 말인가? 그가 말하듯 선진당도 창조적 진보가 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과학의 힘을 빌려 콩을 심고 팥이 나길 기대하는 것이 좋을 일이다.

 

  부에만 마음이 쏠려있는 상인이 통치자가 될 때 파멸이 온다는 플라톤의 말이 새삼 절실하게 다가온다.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CEO 이명박의 통치가 시작되자 대한민국의 정치는 곧바로 파멸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상인은 공직에 적합하지 않으며 그들의 미숙한 손으로 꾸며진 정략은 정치를 파멸 시킨다는 플라톤의 말은 창조한국당에 더더욱 절실할지 모른다. CEO 문국현의 미숙한 정략은 바로 이 순간 창조한국당을 파멸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할 진데 문 대표에게 대항하는 당원들의 조직적 행동이 보이지 않는 것은 결국 창조한국당이 그의 사당이었음을 역으로 입증하는 꼴이다. 이는 한국 진보정치의 발전에 참으로 안타까운 걸림돌이다. 지난 대선 시기 창조한국당의 출현은 '문국현' 개인의 성과가 아니라 한국 진보개혁운동의 역사적 산물이며 귀한 자산이다. 그들이 문 대표를 통해 한국정치에 제기한 주제는 반신자유주의라는 의제였다. 이는 10년 전부터 진보진영에서 선도적으로 제기한 의제였다. 그러나 정작 전통적인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구시대적 관념성에 더해 분열에 빠져 반신자유주의 의제의 주인공이 되지 못할 때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경제를 공론화 시킨 공로는 창조한국당에 있다. 비록 당은 다르지만 민주노동당이나 창조한국당이나 그 뿌리가 상통함을 의미한다.

 

  문국현에 대한 제명을 결의해야 한다

 

  게다가 창조한국당을 만들어낸 수만 명의 개미군단들은 난데없이 등장한 사람들이 아니다. 멀게는 80~90년대 한국의 진보운동에 헌신한 사람들이며 가깝게는 유시민의 개혁당에 열광했고 노무현의 희망돼지에 열광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모여 이명박을 상대로 진보정치의 희망을 만들고자 열정을 바쳐 헌신적으로 만든 당이 바로 창조한국당인 것이다.

 

  플라톤이 경멸한 상인 정치인 '문국현'은 그냥 개인일 뿐이다. 그는 창조한국당의 개미 당원들만큼 투쟁해온 역사도 없고 그들만큼의 역사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기에 그는 스쳐지나가는 정치인일 뿐이다. 그러나 창조한국당을 만든 당원들의 진보적 진정성은 살아남아야 한다. 마치 개혁당을 만들어 열린우리당에 팔아먹은 유시민의 사기행각을 떠올리게 하는 이 같은 행위를 그저 지켜볼 수는 없다. 따라서 길은 하나다. 창조한국당을 살리는 평당원의 직접행동만이 유일한 답이다. 그들이 모여 진보를 사칭한 문 대표의 제명을 결의해야 한다. 그것이 창조한국당의 진실이 사는 길이자 문 대표에게 지지를 보낸 국민의 배신감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길이다.
 

  김문주/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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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창조한국당을 탈당합니다

    Tracked from FLY TO THE MOON | 정치를 탐(探)하다  삭제

    선거 기간 대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블로그를 시작했었습니다. 부족하지만, 또 힘들게 선거 기간동안 문국현 후보와 동행하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글을 올리며 블로그를 운영했습니다. 비록,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였지만 '인간 문국현'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했었기에, 보람된 시간이였다고 생각했습니다. 80일 간의 동행이 끝나고, 문국현 후보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습니다. 기대보다 낮은 지지율에 실망했습니다. 함께 고생했던 선거캠프분들과도, 지지..

    2008/05/28 16:39
  2. 문국현과 이회창의 악수(握手)는 악수(惡手)이다

    Tracked from 오선지위의 딱정벌레  삭제

    작년 대선 후보로 나왔을때 문국현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으로 포스팅을 작성한 적이 있다. 그 이후 대선이 끝나고 더 의문이 들었다. 대선 후 심각한 내분을 격고 있을때 창조한국당은 1인정당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이번 선진당과의 공조를 보면서 문국현은 구멍가게 사장님이라는 생각에 동조를 하고 공감한다. 대통령병에 걸린 이회창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않다. 그가 말하던 '대의(?)'가 누구를 위한 대의란 말인가? 쿼바디스, 창조한국당 이란..

    2008/05/29 09:25
 

권영길 후보와 문국현 후보. 두 후보와 하루 시차를 두고 차례로 전화 인터뷰를 했다. <원음방송> 라디오를 통해서다.


권 후보는 문 후보를 일러 ’범여권 후보’라고 규정했다. 이어 ’범여권후보 필패론’을 주장했다. 권 후보의 발언이 알려진 뒤다. 문 후보는 창조한국당 창당준비 행사장에서 자신은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관심 없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25일 아침 전화인터뷰에서 왜 자신을 범여권 후보라고 단언하는지 모르겠다며 ’반부패전선’을 강조했다.

’범여권’이란 틀 만으로 대선 승리할 수 없어

문국현과 권영길. 두 후보가 ’장군, 멍군’한 셈이다. 두 사람의 생각은 차이 못지 않게 공통점이 있다. 찬찬히 톺아보자. 문 후보는 범여권 단일화 문제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범여권이라고 하는데, 그 여권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제한된 개념이다. 훨씬 더 넓은데 왜 범여라고 하는 건가. 반부패의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 우리나라의 재창조를 꿈꾸는 사람들은 범여에 속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다. 자꾸 범여라고 규정 하는 것은 범여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 하지 국민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거다."


문 후보는 그렇다면 "반 한나라당 단일 후보라고 이해해도 좋은가"라는 물음에 "한나라당에도 아주 좋은 사람들이 개중에 있다"면서 "반부패 전선이라고 보고 대한민국을 품격 있는 새로운 나라로 재창조하기 위한 미래 세력이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앞서 부산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정동영 후보를 일러 "(참여정부) 실정에 책임이 많은 사람"이라며 "국민에게 실정을 참회하지 않고 무엇을 하겠다는 말이냐"고 비판한 뒤 "경제를 모르는 사람은 뒷전에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범여권’과는 가치가 명백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실제로 그 분석은 권영길 후보의 인식과도 같다.


권 후보는 전화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여권의 후보로는 그 어떤 후보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없다, 여권의 후보는 필패의 후보다. 왜냐하면 실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90%가 우리 서민의 삶이 파탄이 나 있다. 한미FTA는 더욱더 그러할 것이고 비정규직이 그러하다. 그런데 바로 범여권은 실제 한나라당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시켰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을 심화 시키고 있다. 그리고 한미FTA를 같이 불러 왔고, 비준을 하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범여권은 반드시 필패한다, 실제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서 이길 수 있는 후보는 민주노동당 권영길이다. 민주노동당 만이 한나라당과 대결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에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본다."


이명박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이기는 대선

그렇다. 두 후보는 현재의 범여권 후보로는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는 데 공감하고 있다. 범여권 후보의 단일화에 부정적인 것도 같다.


물론, 엄연한 차이는 있다. 권 후보는 문 후보를 범여권 후보로 본다. 문 후보는 반부패전선을 강조한다. 하나 더 눈여겨 볼 것은 정동영 후보조차 "한나라당식의 카지노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사실이다. 다분히 그의 발언은 문 후보 쪽으로 흐르는 개혁여론을 붙잡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카지노식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바로 그 점에서 앞으로 남은 대선정국은 대단히 의미있는 국면이 될 수 있다. 문 후보는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신자유주의를 강력하게 비판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권 후보와 민주노동당도 오래전부터 신자유주의를 비판해왔다.


그래서다. 이명박 후보의 ’부패’만을 비판할 게 아니다. 이참에 극소수만 잘 사는 저 신자유주의 굴레에서 대한민국을 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결집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겠다는 ’가치 연대’가 참으로 절실한 오늘이다.


신자유주의가 아닌 경제사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확신이 선다면, 대통령 선거를 아예 체념한 민주시민들의 생각도 급속도로 달라질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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