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운/ 새사연 이사 



세계경제를 뒤흔든 위기의 원인은 취약계층에서 시작되었다


런던정경대학 교수 코스타스 라퍄비챠스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를 이상하고 낯선 위기라고 했다. 라파비챠스에 따르면, 금융 역사에서 서민들의 빚 때문에 한 나라가 위기에 휩싸이고 그것이 글로벌 경제까지 뒤 흔든 사례는 없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당시 미국의 위기는 서브프라임 즉 가난하고 직업 없는 히스패닉들과 백인 노동자 계급이 상환능력 없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들은 집을 사고 몇 년 후에 곧바로 변동이자 때문에 감당 할 수 없이 불어난 이자와 원리금으로 인해 채무불이행을 비켜갈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대출 금융기관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고 급기야 미국 경제 전체를 위기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미국의 금융자산과 실물경제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직접적 계기는 저소득층의 채무불이행이다. 규모로 봐도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저소득층의 부채는 얼마 되지 않았다. 문제의 원인은 이를 근거로 발행된 자산유동화와 증권화 때문에 부채 상환능력이 있었던 자산까지 위기가 전염된 것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수준에서 부채상환 여력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밀접하게 연관된 (자산 유동화와 증권화가 만들어 놓은) 금융혁신의 고리 때문에 저소득층의 가계부채는 한 계층의 문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앞선 글에서 금융 자산 대비 금융 부채 규모가 45% 정도여서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국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는 무디스 신용평가 회사의 진단을 인용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서처럼 촘촘하게 연계된 현대 금융 네트워크의 특징 때문에 위기는 적은 규모에서 발생한 채무불이행이 국민경제 전체를 잡아먹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은 부정 할 수 없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정부는 2016년 4월 총선과 여름 종합 대책, 그해 11월 종합대책 보완책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총량 증가 관리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 중 특히 주목 할 내용은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을 강화한 것이다. 이는 가계의 소득 수준과 총부채 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대출, 책임질 수 없는 대출을 막아 총량 증가를 억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 가계부채 사태는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접근은 전형적인 총량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총량 수준에서 한국의 가계부채는 아직 임박한 파국의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나온 조치라고 보인다.


그러나 최근 가계부채 증가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생계와 관련된 대출수요 증가다. 소득이 늘지 않는 가운데 빚이라도 내어야하기 때문에 증가하는 가계대출 부분이 문제를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하면 저소득층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찾아 갈 곳은 결국 고금리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로 갈 수 밖에 없다. 이를테면,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 제2금융권 신용대출, 그리고 캐피탈과 대부업체가 그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16년 가계대출 증가 요인은 무엇보다 생계 자금과 주택 임대차 대출이 특징이다. 2015년 1월~8월 동안 생계자금용 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에서 24.5%, 주택임대차용 대출은 6%에 그쳤다. 그러나 2016년 1월~8월 생계자금용 대출은 27.1%, 주택임대차용 대출은 13% 올랐다. 이는 더 이상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지금까지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60% 이상 차지하고 있지만 말이다(예금취급기관 기준).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출금상환 목적의 대출이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 해 1월~8월 25%였으나 올해 1월~8월에는 10%로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이는 생활자금과 주택임대차 비용에 급하여 그나마 빌려서 갚았던 것도 불가능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NICE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으로 신용등급 4등급 이하 금융소비자는 964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은행권 대출은 고신용자에 집중되었다. 금융소비자 1,498만 명 중 1~3등급은 534만 명, 4~7등급은 698만 명, 8~10등급은 266만 명이다. 또한 은행권 1~3등급 대출비중은 2012년 말 69%에서 2015년 말 79%로 크게 증가하였다. 2016년 이후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는 주로 저신용 금융 소비자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5년 1분기부터 2016년 1분기까지 가계대출 총량 증가는 주로 은행권 대출 증가에서 비롯된다. 이 기간 동안 비은행 대출은 증가세가 크지 않고 또한 총량 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6년 1분기 이후 총량 증가는 비은행 대출의 증가가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위에서 은행권 대출심사 엄격화에 따라 생활자금의 수요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결국 문제는 총량 증가를 관리하는데 있지 않고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은 소득 계층과 직업군 또는 연령층에 대한 선제적인 공적 채무조정이다. 이들의 위험이 단순히 우려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 될 경우 우리나라에 2008년 미국의 파국이 재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벌어진 파국에 대응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왜 그 많은 경제학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가 아니다. 더 나아가 그들이 금융혁신을 통해 이러한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위기가 터지고 이를 어떻게 수습하고자 했으며 또 하였는지에 대해서이다. 미국의 경우, 재무부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통해 부실 모기지 증권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주택시장 지원 정책으로 압류위기에 처한 가구가 채무불이행으로 압류에 처하지 않도록 지원하였다. 지금도 해당 정책을 개선하여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적 채무조정 실적이 부진하다. 공적 채무조정이란 ‘부실채권을 채권자의 입장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입장에서 접근하여 채무자로 하여금 갱생과 회복을 통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노력’을 의미한다. 이것이 다음 칼럼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 본 칼럼은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는 왜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험하지 않다고 했을까?> 연재 칼럼입니다.


1.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는 왜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험하지 않다고 했을까? ①

2.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는 왜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험하지 않다고 했을까? ② : 가계부채 총량 증가 관리 대책, 문제 원인은?


원문 바로가기: http://saesayon.org/2017/03/29/20533/




발행일: 2017.03.29

발행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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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운/ 새사연 연구이사 




2017년 가계부채위험 수준 아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1천344조3천억 원으로 1년 사이 141조2천억 원(11.7%)이 급증하였으며, 이는 우리나라 GDP의 82.9%에 해당한다. 상승폭이 그 어느 정권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이를 감당해 낼 수 있을지 계속해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와 정책 당국은 이렇다 할 정책 처방 없이 총량 증대라는 억지책만 내고 있는 형편이다. 국제통화기금까지 나서서 우리나라 가계부채를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지난 2월 7일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Moody’s)의 진단이 흥미롭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가 생각만큼 큰 걱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슨 까닭으로 이런 주장을 내놓았는지 배경이 자못 궁금하다. 하지만, 일단 신용평가 회사가 이런 분석을 내놓았으니 당분간 한국의 가계부채 관련 경제위기설은 잠잠할 것으로 보이며, 가계부채 발 신용평가 하향조정은 없을 것 같다. 대내외 상황이 모두 취약하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최근의 경제 상황임을 감안하면 무디스의 이런 평가는 분명 악재는 아닐 것이다.


다른 한편 신용평가 회사의 진단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나 여기서 비롯되는 채권, 주식 등 여러 금융 자산에 대한 평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경제 상황이 긴급한 것이 아니라면 정책 당국이 서둘러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도 걱정이다.


필자는 여기서 딱 두 가지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현 가계부채 수준이 한국경제의 시스템 리스크가 아니라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펴 볼 것이다. 둘째, 현 가계부채 수준을 소득분위별 등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 것이다. 이를 통해 이 글이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즉 사회적 불평등이 가계부채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으며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당국이 가계부채 문제를 시스템 수준에서 리스크 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 있기에 정책 당국이 가계부채 문제를 총량 증가 억지책으로만 접근하는 것이다.



무디스총량 늘었지만부채의 분포 상황이나 가계의 금융자산 등을 감안하면 채무상환 능력 아직은 양호


지난 2월 7일 무디스(Moody’s)는 현 가계부채 수준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는 아니라고 진단하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23일 기준금리 결정 설명회에서 시장금리의 상승 압력과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때문에 염려되긴 하지만 가계부채 채무상환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요약하면, 현재 가계부채는 국민경제 차원에서 채무상환에 큰 무리가 없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로 볼 수 없으며 이에 따라 국가차원의 위험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의외로 간단하다. 현재 국민경제 수준에서 봤을 때 금융자산이 금융 부채보다 많기 때문에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가계부채를 갚는데 쓰이는 금융자산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가계의 금융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지난 해 3/4분기 기준으로 45.3%로 예년평균 45.9%(2010년~2015년)를 유지하고 있으며,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분할상환 비중이 높아지고 평균 잔존만기가 장기화되고 있어 질적 구조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핵심 근거이다.


그래서 결국 “가계신용이 큰 폭 증가하면서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높아졌으나 전반적인 채무상환능력은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 금리 상승압력 등으로 취약가계를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될 소지가 있다”(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16.12)는 결론에 이른다.



2017년 가계부채 상황은 어떠한가?


먼저 국민경제 수준에서 금융자산과 금융부채 비중을 살펴보자. 가계의 금융자산과 부채를 함께 고려한 부채 상환 능력을 보면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2016년 3/4분기 말 45.3%(추정치)로 전년 말 (44.8%)에 비해 소폭 상승하였다. 이는 금년 들어 가계의 금융부채 증가율이 자산증가율을 상회하였기 때문인데, 다만 동 비율은 예년 평균(2010∼15년 45.9%) 수준으로 여전히 가계의 금융 자산이 부채의 2.2배 수준에 달한다는 점 등에서 부채상환능력은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2016년 3/4분기 기준 부채증가율이 10.4%로 자산 증가율 8.2%를 상회하지만,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50% 하회하기 때문에 채무상환 여력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림1. 금융 자산 대비 부채 비율 





이는 앞서 무디스나 한국은행 등 여러 기관들이 평가한 근거로 활용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이를 소득 분위로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 보인다.


2016년 12월 발표된 가계금융복지 조사(2016년 3월말 기준)에 기초한 가계의 소득 및 순자산 분위별 금융부채 보유 분포를 살펴보면 부채상환능력이 비교적 양호한 4분위 및 5분위(상위 40%) 계층이 각각 전체 금융부 채의 약 70% 및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표가 의미하는 것은 현재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소득이 나쁘지 않는 4분위와 5분위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이 높은 4, 5분위 계층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은 것은 당연하며 이를 기초로 한국 가계부채의 채무상환 여력은 나쁘지 않아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소득 1분위, 2분위, 3분위의 가계부채 비중은 30%에 머물러 있지만, 이들은 소득이 낮고 자산 보유 정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가계부채로 인한 채무상환 부담이나 채무상환 때문에 기본 생활을 위한 소비가 곤란 한 점 등은 총계 수준의 가계부채 통계로는 또 금융 자산 대비 금융 부채 비중 통계로는 잡히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림2. 2015년, 2016년 소득 분위별 부채 보유 비율 추이 


              * 자료: 한국은행, 통계청   * 주) 가계금융복지조사(2016.12 발표)


국민경제 전체로만 보면 놓치는 문제가 있다. 즉 누가 빚을 갚을 것인가이다. 전체 수준이 아니라 소득 분위로 볼 경우 이는 전혀 달리 보이는데, 이유는 부자인가 가난한 사람의 빚을 갚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경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상환 부담이 자산 보유액보다 크지 않아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개인별 수준에서 보면 갚지 못할 사람은 현재 상황이 변하지 않는 이상 영원이 갚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디스나 여타 기관들의 경제를 보는 시각은 사람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수준에서 자산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한 것이다. 전체와 부분을 나누면 전체를 보는 시각의 장점도 동시에 사라지게 된다.


*송종운의 가계부채 칼럼은 2회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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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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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시 무디스인가?

출처 http://www.ibtimes.co.kr/article/news/20090209/5693797.htm

지난 14일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렸다는 소식에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최고치인 1735.33까지 뛰어올랐고, 원화 가치도 2008년 9월 이후 최고로 올랐다. 무디스는 이번 조치에 대해 “한국이 세계 위기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를 잘 억제하면서도 다른 나라와 차별적인 경제 회복력을 보여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뻐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가 않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무디스를 비롯한 이른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과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무디스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때 ‘금융 연금술’이란 말을 낳을 정도로 경이로운 금융 기법으로 평가 받던 ‘증권화(securitization)’(또는 자산유동화)의 과정에서 이들 신용평가사들의 역할은 컸다. 나중에야 밝혀진 일이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유동화 증권에 높은 신용 등급을 매겨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도록 한 것이 바로 이들 신용평가사들이기 때문이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중심에는 리먼브라더스, 베어스턴스,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몇몇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거대 투자은행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산유동화를 위해 앞다퉈 특수목적회사를 세우고 MBS(주택담보증권), CDO(부채담보증권)라는 이름의 금융 파생상품들을 만들어냈다. 복잡한 수학과 물리학 수식 안에 가려지긴 했지만 이들 증권 안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숨어 있었다. 훗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금융 빅뱅의 뇌관이었던 셈이다.

무디스를 비롯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러한 파생상품에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고 그 덕에 높은 수익률에 눈이 먼 헤지펀드들은 전 세계에서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여와 기꺼이 투자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한때 무디스 이사를 지냈던 제롬 폰스는 지난해 3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이들 신용평가사들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금융위기가 이미 정점을 넘어선 시점에서도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에 대해 최고 등급인 AA 등급을 유지했으며,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도산하기 불과 1개월 전에도 A등급을 유지했다. 대규모 손실로 공적자금을 지원받아야 했던 AIG에게는 이보다 높은 AA등급이 주어지기도 했다.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무디스는 2001년 회계 부정으로 파산을 맞은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엔론사에 대해 나흘 전까지도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끼친 일이 있었다. 당시 무디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이들은 바로 이듬해에 역시 회계 부정으로 파산을 맞은 월드컴사를 상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똑같은 행태를 되풀이했다.

결국 지난해 9월 미국 의회에 이들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규제 법안이 제출되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신용평가사들의 평가 방법과 절차에 대한 규약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더불어 신용평가 대상 기업으로부터는 어떠한 서비스 비용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시기 G20 정상회의에서도 추상적이나마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규제와 관리 감독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평가 대상 기업들에게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고, 평가의 방법과 근거도 불투명할 뿐이다.

한 가지만 더 짚고 넘어가자. 무디스의 이번 조치로 한국의 신용등급은 33개월 만에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렇다면 과연 33개월 전 한국의 신용등급을 무려 10등급까지 끌어내린 신용평가사들의 조치는 정당했을까.

1997년 외환위기가 일어나기 직전 한국의 신용등급은 무디스 A1, S&P AA-, 피치 AA-로 선진국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외환위기가 일어난 지 두 달 사이에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6등급 아래로, S&P는 10등급 아래로 끌어내렸다. 한국의 국채가 두 달 만에 ‘정크 본드(jung bond, 투자 가치가 없는 쓰레기 채권)’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 뒤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외국 자본은 순식간에 빠져나갔고,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우리 앞에는 엄청난 빚 독촉장이 쌓여있었다. 결국 그해 12월 3일 한국은 IMF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 경제와 우리의 삶으로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파도가 밀려드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한 나라의 신용등급이 이렇듯 짧은 시간에 내려앉는 일은 적어도 당시까지만 해도 유례가 없었을 뿐 아니라, 같은 시기에 외환위기를 겪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였다는 사실이다. 이들 신용평가사들이 내리는 신용평가의 공정성, 나아가 정치적 의도까지도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하는 대목이다.

이들 신용평가사들이 수많은 기업들에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국가 기관이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들일 뿐이다. 30여 년 전인 1975년 미국증권거래소가 무디스, S&P, 피치 등 3개 신용평가사를 공식 평가사로 지정한 것이 이들이 성장할 수 있던 배경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이들의 역할과 권한은 어디까지나 미국 안에 머물렀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금융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전 세계의 기업으로, 또 국가들로 평가의 대상을 늘려갔고 그에 따라 이들의 힘도 자연스럽게 커져갔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엄청난 힘에 걸맞는 책임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

먼 곳에서 우리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날, 정작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가계빚이 1년 사이 32조 8000억 원이나 늘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국회 정무위 보고). 이번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그밖에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의문이 그들이 내뱉는 ‘신용 평가’ 안에 머물러야 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힘겹게 지나온 오늘, 우리는 그들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지난 30여 년 간 확장돼온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더불어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실효성있는 공공의 감독과 규제, 과점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경쟁 구도의 보장, 나아가 공공 신용평가기관의 설립 등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필요하다. 그것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남긴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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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7.11.20 21:16


 

 

<무디스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지난 25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2002년 3월 이후 5년 만에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3에서 A2로 한 단계 높였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일 한국의 신용등급 조정 절차에 들어간지 불과 20여 일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90일 이내에 등급조정을 하는 것이 원칙이고 통상 2~3개월 걸린다) 모든 언론과 미디어에서 우리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증거라며 대서특필했고 한때 주춤했던 주가도 장 마감기준 2004포인트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도 앞장서 무디스의 발표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무디스의 상향조정이 “지난 4년간 참여정부의 안정적 거시경제 운영과 경제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에 대한 국제 투자자의 신뢰 제고를 반영”하고 있다며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성공과 적극적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물론 A2 등급은 최고 등급에 비하면 아직 6단계나 낮은 수준이고 외환위기 이전의 A1 등급보다도 한 단계 낮은 등급이다. 중국, 헝가리, 이스라엘과 같은 등급이며 싱가포르(Aaa), 홍콩(Aa3), 대만(Aa3)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또한 이미 2005년에 다른 두 주요 신용평가기관인 S&P(스탠다드앤푸어스)와 피치는 각각 2005년 7월과 10월에 상향조정을 한 바 있고,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시장에서 알려진 사실이므로 다만 보수적인 무디스가 드디어 신용등급을 올렸다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는 별다른 긍정적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이유가 한미FTA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무디스가 왜 지금 시점에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는가 하는 점이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등급상향 조정 이유는 ①무역, 금융, 자본시장 자유화 등에 따른 성장 잠재력 확충 및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영 ②국가재정의 안정성 관리 ③6자회담 2.13 합의 이행 등에 따른 북한관련 불확실성의 감소 등이었다.

주요한 요인은 두 가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다른 신용평가 기관에 비해 지정학적 리스크나 정치적 변수를 중시하는 무디스가 북핵위기 해결 조짐이 보이자 지정학적 위험도가 감소했다고 평가한 점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 플레이어들도 다 알고 있는 얘기로서 무디스가 평가하지 않아도 이미 자본시장에 반영되었다.


그럼에도 굳이 의미를 찾자면 미국 금융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무디스의 이러한 평가는 곧 미국내에서 북미관계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흐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는 정도일 것이다.(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에도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도를 낮추지 않았다. 이를 증명하듯 핵실험은 파국이 아닌 대화의 국면으로 접어드는 길목이 되었다)


또 다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무역, 금융, 자본시장 자유화’라고 표현했던 한미FTA 협상의 타결이다. 지난 4월 무디스 토마스 번 부사장은 “한미 FTA는 한국의 국가신용도 관련 펀더맨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무디스의 신용전망이 한미FTA 타결로 인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코리아헤럴드 2007.4.6) 최희남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과장 역시 “최근 북핵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한미FTA 체결 등 신용평가상의 긍정요인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디스에게 한미FTA 체결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되고 있으며, 이는 곧 무디스가 미국 금융자본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는 확실한 징표이기도 하다.


2. 무디스는 어떤 기관인가?


그렇다면 한나라 경제의 명운을 좌우한다고 하는, 그래서 무디스 신용등급 평가 한마디에 나라 전체가 일희일비 할 정도의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무디스는 어떤 조직인가?


무디스(Moody’s Investors Service, 미국), 미국 주식시장에서 SP500 지수를 발표하기도 하는 S&P(Standard &Poor’s, 미국), 그리고 1997년 영국 IBCA와 미국 피치인베스터가 합병된 Fitch IBCA는 세계 신용평가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3대 신용평가 기관이다.

이들은 전 세계에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각 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나 채권신용도를 평가할 뿐 아니라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도를 평가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무디스는 우리나라 3대 신용평가회사(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의 하나인 한국신용평가의 지분을 50퍼센트 소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다.


세계 3대 신용평가 회사들이 지금과 같은 막강한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은 30여 년 전인 1975년 미국증권거래소(SEC)가 무디스와 S&P, 피치 등 3개 회사를 미국 증권거래소에 증권발행을 신고하기 위한 공식 신용평가 업체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즉 ‘국가공인 통계평가기관(NRSRO)’ 시스템을 도입하고 부터다. 2006년 현재 국가공인 통계평가기관으로 지정된 회사는 3대 신용평가 회사와 캐나다의 도미니언 본드 레이팅서비스(DBRS), 그리고 AM베스트 등 5곳 뿐이다.


‘국가공인 통계평가기관(NRSRO)’ 시스템 도입 취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이들이 신용평가를 실시하는 기본적인 목적은 미국증시에 상장한 업체에 대해 투자자가 투자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데 있다. 때문에 각 평가회사마다 평가의 세부등급은 다르지만 ‘투자적격’ 또는 ‘투자부적격(투기등급)’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도입되고 자본과 금융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이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회사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요 기업들과 심지어 국가들의 채권등급, 국가 자체의 신용등급을 평가하여 미국 금융자본의 투자활동을 지원해왔다. 30여 년 동안 미국의 공인 아래 확고한 독과점체제를 누리면서 한 나라 경제의 명운까지도 쥐고 흔들 수 있는 입지를 세워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신용평가기관이 국가신용등급을 낮추기라도 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지 않거나, 심지어 외국 채권자들이 신용 하락을 이유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이 정한 신용등급은 해외 수출이나 무역거래시 고객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 예로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올라가도 해외에서 빌린 차입금리가 0.35퍼센트 떨어져 상당한 차입비용 절감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 이들 빅3의 신용 등급에 따라 움직이는 자금이 전 세계 국채 자금시장의 약 40퍼센트인 20조 달러에 이른다고도 한다.


한국정부도 외환위기가 터지자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한 번에 무려 6단계나 내리는 바람에 큰 어려움에 처했던 뼈아픈 경험을 한 뒤, 신용평가 등급을 올리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으며 범정부적인 로비를 해야했고 지금도 그러는 중이다. 2002년 초 정부에서 당시 Baa2였던 신용등급을 A로 올리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로 ‘국가신용평가대책 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마치 시험성적이라도 올리려는 듯한 우스운 상황을 연출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3. 참여정부 친미노선 전환의 일등공신은 무디스?


취임직전까지도 미국에 대해 “당당하게 대응”하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관이 취임 후 한 달도 지나기 전에 순식간에 역전되었던 배경에도 무디스의 ‘신용평가 강등’ 협박이 있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3년 2월 11일 무디스의 토머스 번 부사장은 재정경제부에 “북한 핵사태 진전을 반영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당시 A3)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해왔다.(한겨례21, 2003.3.14) 무디스 평가단이 그해 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4월까지 현재 등급을 유지한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당시 신정부 출범을 앞둔 참여정부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 분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서둘러 2003년 3월 9일 당시 재경부국장, 국방부정책실장 그리고 반기문 청와대 외교안보보좌관을 미국의 무디스 본사에 급파해 “제발 한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지 말아달라.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정책은 앞으로 확연한 변화를 보일 것이다. 노 대통령의 방미 때까지 두 달만 시간을 달라”고 사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참여정부는 이라크전 지지의사를 밝히는 한편, 이를 대가로 북핵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원칙을 확인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곧바로 파병동의안을 가결시켰다.


그리고 2003년 5월 12일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존 루더펄드 무디스 사장 등과의 간담회에서 “개방, 규제완화, 민영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을 병행 추진해 나가겠다”며 4대 경제운용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막 출범한 참여정부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기조를 자신의 경제운용 원칙으로 삼겠노라고 월가 앞에 약속한 것이다.


다음 해인 2004년 추가파병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일던 와중에 청와대는 당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 <한미관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2004)을 인용하여 이라크 파병과 북핵문제를 다시 연계시킨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미국의 파병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미국이 무디스 등을 앞세워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강한 암시가 깔려 있었다.

보고서는 “한미동맹 관계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의 하락과 함께 외국자본의 증시이탈 및 이에 따른 주가하락, 우리나라 발행채권의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 해외 단기차입의 연장 애로 등 금융, 외환시장이 크게 불안해질 수 있고 이 경우 가계와 기업의 소비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도 축소 내지는 중단됨으로써 실물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담겨있었다.

이는 참여정부의 대미정책 변화와 이라크 파병에 무디스가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다.


4. 미국에서조차 권위를 의심받고 있는 무디스


참여정부가 출범 초부터 지금까지 일개 민간 신용평가회사의 말 한마디에 쩔쩔매고 있는 동안 미국 내에서는 무디스를 포함한 3대 평가기관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증폭되어왔다. 엔론과 월드컴의 파산이 그 분기점이 되었다.


2001년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엔론이 회계부정으로 418억 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파산에 이르기 불과 나흘 전까지도 무디스는 엔론에 대해 ‘투자적격등급’을 부여했다.

또한 다음해인 2002년 다시 한 번 최대의 회계부정을 저지른 뒤 파산한 월드컴 역시 고속 성장 과정에서 이들 신용평가기관의 덕을 톡톡히 보았으며 파산 42일 전까지도 ‘투자적격’ 평가를 받았다. 결국 이를 믿고 돈을 맡긴 투자자들만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떠안아야 했다. 오히려 ‘국가공인 통계평가기관’ 공인을 받지 못한 소규모 신용평가 회사들이 발 빠르게 이들 기업의 재무위기를 알아채고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각광을 받기도 했다.

2003년에는 세계적인 낙농업체인 이탈리아 기업 파르말라트의 파산시에도 무디스와 피치는 내부평가를 실시해 놓고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아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번지고 있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와 관련하여 3대 평가기관들이 이들과 연동된 채권에 대해 투자위험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문화일보 2007.7.10) 미국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최소 50여 개의 서브프라임 대출업체가 부실대출로 문을 닫거나 파산을 앞두고 있는데, 오하이오주 검찰총장은 “(3대 신용평가기관들이) 대출업체들이 부적합한 고객에게 신규 대출을 실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신용등급을 부여해 주고 업체들의 잘못된 관행을 지속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3대 평가기관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확대되어 왔으며 이들을 규제 감독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5. 무디스는 과연 객관적이며 공정한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는 정말 공정한가, 또한 이들의 영향력과 권한에 상응하는 감독을 받거나 책임을 지고 있기는 한가.“이들 신용평가회사의 신용은 누가 평가하는가?”


이들은 국제협약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 표준조직이 아니다. 다만 투자자문과 신용평가를 하는 미국의 민간 기업일 뿐이다. 평가방식과 기준도 그들이 임의로 정한 것일 뿐 아니라 평가과정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우선 이들의 평가 공정성에 대한 몇 가지 원천적인 문제점을 지적해 보자.


첫째, 이들 평가회사는 제 3자적인 평가 의견그룹이 아니라 명백한 기업이다. 이들 신용회사 수입의 상당부분은 자신들이 평가하는 회사로부터 나오고 있는데, 자신들의 주 수입원인 고객사를 유지하고 확장할 필요성과 평가의 객관성 사이에는 상호 충돌하는 이해관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이 수익을 추구하려는 한 객관적 평가에는 금이 가게 마련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가 무디스 등 신용평가 회사들이 단순히 3자적 입장에서 기업이나 국가의 신용정도에 대한 의사를 표시하는 수준을 넘어 “투자은행들의 금융상품을 구성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며 “구조화 증권 발행에 협력하고 수입을 챙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파이낸셜타임즈 2007.5월.11)


둘째, 이들은 내부 평가과정을 공개하지 않으며 평가시스템에 주관적인 평가나 평가 조작, 압력이 끼어들 소지가 다분하다. 신용평가회사 안에 평가위원회가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대개는 수석분석가의 의견이 80퍼센트 정도 관철된다. 이때 수석분석가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평가에 반영될 개연성이 상존하며 심지어 신용발표 불과 수분 혹은 수초 만에 심층 분석도 없이 급조된 평가를 내리는 사례도 있다.(워싱턴 포스트 2004.11.22)


셋째, 조직적으로 신용평가 회사들은 그들이 평가하는 기업들과 연계되어 있을 뿐 아니라 미국정부와의 커넥션도 존재할 수 있다.

가령 무디스의 경우 이사진 대부분이 그들이 신용을 평가하고 있는 고객 기업의 임원을 겸하고 있는데 헨리 매키넬 무디스 이사의 경우 2005년 현재 신용등급이 최상위 Aaa등급인 화이자와 엑슨모빌의 회장과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1990년대 미국 신경제를 이끌었던 루빈 전 재무장관도 2001년 11월 엔론이 파산하기 직전에 피터 피셔 당시 재무차관과 무디스를 상대로 엔론의 신용등급 조정을 늦춰달라는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한 미국 국무성, 재무성, 백안관 등의 고위 관료들은 월가 및 미국 내 외교, 안보, 경제 전문가들과 직간접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무디스와 같은 미국 신용평가기관이 개별국가의 정치, 경제, 안보상황에 대해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무성이나 재무성, 백악관과의 교감을 통해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들의 평가에 따라 한 회사가 수백만 달러의 손해나 이익을 보고 있고 주식과 채권시장이 충격을 받기도 하며 국제 투자흐름이 바뀌는 현실에서 이들이 사실상 외부로부터 아무런 감시 감독도 받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미국 안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결국, 엔론과 월드컴 사태를 계기로 신용평가회사들의 독과점과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 정가에서도 수차례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의 눈에 보이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2년에는 시바네드-옥슬리법을 제정하여 SEC가 신용평가사에 대한 업무감독 보고를 정규화했고, 2006년 9월에는 ‘신용평가기관 과점 완화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 법안의 요지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소수 특정 회사에만 배타적으로 부여하는 ‘국가공인 통계평가기관(NRSRO)’ 시스템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자본이 끊임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 필요하지만 공정성이 절대 전제되어야 하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무소불위 지위에 대한 통제와 감시체제 마련을 위해 국제간 공조가 필요할 때”라는 지적은 전적으로 타당한 것이다.(한국경제 2005.9.27)

 

6. 무디스는 미국금융자본, 월가의 눈으로 세계를 볼 뿐이다


미국 정부로부터 권위를 부여받아 세계 각국의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해당국가 경제가 흔들리게 하는 무디스와 신용평가 기관들, 그들은 냉정히 보면 일개 민간 회사일 뿐이다. 그것도 미국 회사일 뿐이다. 이들이 일차적으로 자신들의 고객과 미국의 금융자본 그리고 미국정부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들이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 흐름을 타고 세계 금융과 경제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도 그 목적이 미국 금융자본의 이익 실현에 있다는 사실은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


더욱이 이들이 평가 등급을 올렸다면 그것은 해당 국가 국민경제의 질적 개선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기보다 미국 금융자본이 투자할 환경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무디스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주요 이유가 한미FTA 체결인 것은 이를 압축적으로 입증한다. 현재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주지하다시피 미국 금융자본을 위한 투자여건이 미비해서가 아니라 이들 금융자본이 단기수익을 좇아 무제한적인 권리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명백한 상황을 도외시 한 채 그저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감사하고 환호하는 것이 국내 언론매체의 현실이다. 나아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담당자들도 그 동안 국민의 비위를 맞추기보다 월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나마 25일자 연합뉴스가 시론을 통해 “수출 호조 속에 증시 활황까지 겹쳐 성장률을 밀어올리고 기업과 은행, 증권사들은 호황을 누리는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딴세상 이야기”라며 이번 무디스의 상향조정이 “어떻게든 국가 신용등급을 올리려고 당국자들이 애면글면하며 매달린 결과물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국가 신용등급 향상에 대한 환호에 앞서 미국의 금융지배력에 휘둘려 온 신흥국들 사이에 “왜 3개 평가기관은 모두 미국회사인가”라는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을 한번쯤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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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7.11.20 20:30
 

지난 25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2002년 3월 이후 5년 만에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3에서 A2로 한 단계 높였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일 한국의 신용등급 조정 절차에 들어간지 불과 20여 일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90일 이내에 등급조정을 하는 것이 원칙이고 통상 2~3개월 걸린다) 모든 언론과 미디어에서 우리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증거라며 대서특필했고 한때 주춤했던 주가도 장 마감기준 2004포인트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도 앞장서 무디스의 발표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무디스의 상향조정이 “지난 4년간 참여정부의 안정적 거시경제 운영과 경제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에 대한 국제 투자자의 신뢰 제고를 반영”하고 있다며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성공과 적극적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물론 A2 등급은 최고 등급에 비하면 아직 6단계나 낮은 수준이고 외환위기 이전의 A1 등급보다도 한 단계 낮은 등급이다. 중국, 헝가리, 이스라엘과 같은 등급이며 싱가포르(Aaa), 홍콩(Aa3), 대만(Aa3)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또한 이미 2005년에 다른 두 주요 신용평가기관인 S&P(스탠다드앤푸어스)와 피치는 각각 2005년 7월과 10월에 상향조정을 한 바 있고,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시장에서 알려진 사실이므로 다만 보수적인 무디스가 드디어 신용등급을 올렸다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는 별다른 긍정적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이유가 한미FTA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무디스가 왜 지금 시점에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는가 하는 점이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등급상향 조정 이유는 ①무역, 금융, 자본시장 자유화 등에 따른 성장 잠재력 확충 및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영 ②국가재정의 안정성 관리 ③6자회담 2.13 합의 이행 등에 따른 북한관련 불확실성의 감소 등이었다.

주요한 요인은 두 가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다른 신용평가 기관에 비해 지정학적 리스크나 정치적 변수를 중시하는 무디스가 북핵위기 해결 조짐이 보이자 지정학적 위험도가 감소했다고 평가한 점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 플레이어들도 다 알고 있는 얘기로서 무디스가 평가하지 않아도 이미 자본시장에 반영되었다.


그럼에도 굳이 의미를 찾자면 미국 금융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무디스의 이러한 평가는 곧 미국내에서 북미관계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흐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는 정도일 것이다.(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에도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도를 낮추지 않았다. 이를 증명하듯 핵실험은 파국이 아닌 대화의 국면으로 접어드는 길목이 되었다)


또 다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무역, 금융, 자본시장 자유화’라고 표현했던 한미FTA 협상의 타결이다. 지난 4월 무디스 토마스 번 부사장은 “한미 FTA는 한국의 국가신용도 관련 펀더맨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무디스의 신용전망이 한미FTA 타결로 인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코리아헤럴드 2007.4.6) 최희남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과장 역시 “최근 북핵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한미FTA 체결 등 신용평가상의 긍정요인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디스에게 한미FTA 체결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되고 있으며, 이는 곧 무디스가 미국 금융자본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는 확실한 징표이기도 하다.


2. 무디스는 어떤 기관인가?


그렇다면 한나라 경제의 명운을 좌우한다고 하는, 그래서 무디스 신용등급 평가 한마디에 나라 전체가 일희일비 할 정도의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무디스는 어떤 조직인가?


무디스(Moody’s Investors Service, 미국), 미국 주식시장에서 SP500 지수를 발표하기도 하는 S&P(Standard &Poor’s, 미국), 그리고 1997년 영국 IBCA와 미국 피치인베스터가 합병된 Fitch IBCA는 세계 신용평가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3대 신용평가 기관이다.

이들은 전 세계에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각 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나 채권신용도를 평가할 뿐 아니라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도를 평가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무디스는 우리나라 3대 신용평가회사(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의 하나인 한국신용평가의 지분을 50퍼센트 소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다.


세계 3대 신용평가 회사들이 지금과 같은 막강한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은 30여 년 전인 1975년 미국증권거래소(SEC)가 무디스와 S&P, 피치 등 3개 회사를 미국 증권거래소에 증권발행을 신고하기 위한 공식 신용평가 업체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즉 ‘국가공인 통계평가기관(NRSRO)’ 시스템을 도입하고 부터다. 2006년 현재 국가공인 통계평가기관으로 지정된 회사는 3대 신용평가 회사와 캐나다의 도미니언 본드 레이팅서비스(DBRS), 그리고 AM베스트 등 5곳 뿐이다.


‘국가공인 통계평가기관(NRSRO)’ 시스템 도입 취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이들이 신용평가를 실시하는 기본적인 목적은 미국증시에 상장한 업체에 대해 투자자가 투자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데 있다. 때문에 각 평가회사마다 평가의 세부등급은 다르지만 ‘투자적격’ 또는 ‘투자부적격(투기등급)’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도입되고 자본과 금융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이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회사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요 기업들과 심지어 국가들의 채권등급, 국가 자체의 신용등급을 평가하여 미국 금융자본의 투자활동을 지원해왔다. 30여 년 동안 미국의 공인 아래 확고한 독과점체제를 누리면서 한 나라 경제의 명운까지도 쥐고 흔들 수 있는 입지를 세워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신용평가기관이 국가신용등급을 낮추기라도 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지 않거나, 심지어 외국 채권자들이 신용 하락을 이유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이 정한 신용등급은 해외 수출이나 무역거래시 고객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 예로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올라가도 해외에서 빌린 차입금리가 0.35퍼센트 떨어져 상당한 차입비용 절감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 이들 빅3의 신용 등급에 따라 움직이는 자금이 전 세계 국채 자금시장의 약 40퍼센트인 20조 달러에 이른다고도 한다.


한국정부도 외환위기가 터지자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한 번에 무려 6단계나 내리는 바람에 큰 어려움에 처했던 뼈아픈 경험을 한 뒤, 신용평가 등급을 올리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으며 범정부적인 로비를 해야했고 지금도 그러는 중이다. 2002년 초 정부에서 당시 Baa2였던 신용등급을 A로 올리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로 ‘국가신용평가대책 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마치 시험성적이라도 올리려는 듯한 우스운 상황을 연출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3. 참여정부 친미노선 전환의 일등공신은 무디스?


취임직전까지도 미국에 대해 “당당하게 대응”하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관이 취임 후 한 달도 지나기 전에 순식간에 역전되었던 배경에도 무디스의 ‘신용평가 강등’ 협박이 있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3년 2월 11일 무디스의 토머스 번 부사장은 재정경제부에 “북한 핵사태 진전을 반영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당시 A3)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해왔다.(한겨례21, 2003.3.14) 무디스 평가단이 그해 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4월까지 현재 등급을 유지한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당시 신정부 출범을 앞둔 참여정부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 분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서둘러 2003년 3월 9일 당시 재경부국장, 국방부정책실장 그리고 반기문 청와대 외교안보보좌관을 미국의 무디스 본사에 급파해 “제발 한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지 말아달라.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정책은 앞으로 확연한 변화를 보일 것이다. 노 대통령의 방미 때까지 두 달만 시간을 달라”고 사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참여정부는 이라크전 지지의사를 밝히는 한편, 이를 대가로 북핵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원칙을 확인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곧바로 파병동의안을 가결시켰다.


그리고 2003년 5월 12일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존 루더펄드 무디스 사장 등과의 간담회에서 “개방, 규제완화, 민영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을 병행 추진해 나가겠다”며 4대 경제운용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막 출범한 참여정부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기조를 자신의 경제운용 원칙으로 삼겠노라고 월가 앞에 약속한 것이다.


다음 해인 2004년 추가파병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일던 와중에 청와대는 당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 <한미관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2004)을 인용하여 이라크 파병과 북핵문제를 다시 연계시킨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미국의 파병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미국이 무디스 등을 앞세워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강한 암시가 깔려 있었다.

보고서는 “한미동맹 관계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의 하락과 함께 외국자본의 증시이탈 및 이에 따른 주가하락, 우리나라 발행채권의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 해외 단기차입의 연장 애로 등 금융, 외환시장이 크게 불안해질 수 있고 이 경우 가계와 기업의 소비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도 축소 내지는 중단됨으로써 실물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담겨있었다.

이는 참여정부의 대미정책 변화와 이라크 파병에 무디스가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다.


4. 미국에서조차 권위를 의심받고 있는 무디스


참여정부가 출범 초부터 지금까지 일개 민간 신용평가회사의 말 한마디에 쩔쩔매고 있는 동안 미국 내에서는 무디스를 포함한 3대 평가기관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증폭되어왔다. 엔론과 월드컴의 파산이 그 분기점이 되었다.


2001년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엔론이 회계부정으로 418억 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파산에 이르기 불과 나흘 전까지도 무디스는 엔론에 대해 ‘투자적격등급’을 부여했다.

또한 다음해인 2002년 다시 한 번 최대의 회계부정을 저지른 뒤 파산한 월드컴 역시 고속 성장 과정에서 이들 신용평가기관의 덕을 톡톡히 보았으며 파산 42일 전까지도 ‘투자적격’ 평가를 받았다. 결국 이를 믿고 돈을 맡긴 투자자들만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떠안아야 했다. 오히려 ‘국가공인 통계평가기관’ 공인을 받지 못한 소규모 신용평가 회사들이 발 빠르게 이들 기업의 재무위기를 알아채고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각광을 받기도 했다.

2003년에는 세계적인 낙농업체인 이탈리아 기업 파르말라트의 파산시에도 무디스와 피치는 내부평가를 실시해 놓고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아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번지고 있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와 관련하여 3대 평가기관들이 이들과 연동된 채권에 대해 투자위험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문화일보 2007.7.10) 미국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최소 50여 개의 서브프라임 대출업체가 부실대출로 문을 닫거나 파산을 앞두고 있는데, 오하이오주 검찰총장은 “(3대 신용평가기관들이) 대출업체들이 부적합한 고객에게 신규 대출을 실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신용등급을 부여해 주고 업체들의 잘못된 관행을 지속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3대 평가기관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확대되어 왔으며 이들을 규제 감독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5. 무디스는 과연 객관적이며 공정한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는 정말 공정한가, 또한 이들의 영향력과 권한에 상응하는 감독을 받거나 책임을 지고 있기는 한가.“이들 신용평가회사의 신용은 누가 평가하는가?”


이들은 국제협약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 표준조직이 아니다. 다만 투자자문과 신용평가를 하는 미국의 민간 기업일 뿐이다. 평가방식과 기준도 그들이 임의로 정한 것일 뿐 아니라 평가과정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우선 이들의 평가 공정성에 대한 몇 가지 원천적인 문제점을 지적해 보자.


첫째, 이들 평가회사는 제 3자적인 평가 의견그룹이 아니라 명백한 기업이다. 이들 신용회사 수입의 상당부분은 자신들이 평가하는 회사로부터 나오고 있는데, 자신들의 주 수입원인 고객사를 유지하고 확장할 필요성과 평가의 객관성 사이에는 상호 충돌하는 이해관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이 수익을 추구하려는 한 객관적 평가에는 금이 가게 마련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가 무디스 등 신용평가 회사들이 단순히 3자적 입장에서 기업이나 국가의 신용정도에 대한 의사를 표시하는 수준을 넘어 “투자은행들의 금융상품을 구성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며 “구조화 증권 발행에 협력하고 수입을 챙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파이낸셜타임즈 2007.5월.11)


둘째, 이들은 내부 평가과정을 공개하지 않으며 평가시스템에 주관적인 평가나 평가 조작, 압력이 끼어들 소지가 다분하다. 신용평가회사 안에 평가위원회가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대개는 수석분석가의 의견이 80퍼센트 정도 관철된다. 이때 수석분석가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평가에 반영될 개연성이 상존하며 심지어 신용발표 불과 수분 혹은 수초 만에 심층 분석도 없이 급조된 평가를 내리는 사례도 있다.(워싱턴 포스트 2004.11.22)


셋째, 조직적으로 신용평가 회사들은 그들이 평가하는 기업들과 연계되어 있을 뿐 아니라 미국정부와의 커넥션도 존재할 수 있다.

가령 무디스의 경우 이사진 대부분이 그들이 신용을 평가하고 있는 고객 기업의 임원을 겸하고 있는데 헨리 매키넬 무디스 이사의 경우 2005년 현재 신용등급이 최상위 Aaa등급인 화이자와 엑슨모빌의 회장과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1990년대 미국 신경제를 이끌었던 루빈 전 재무장관도 2001년 11월 엔론이 파산하기 직전에 피터 피셔 당시 재무차관과 무디스를 상대로 엔론의 신용등급 조정을 늦춰달라는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한 미국 국무성, 재무성, 백안관 등의 고위 관료들은 월가 및 미국 내 외교, 안보, 경제 전문가들과 직간접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무디스와 같은 미국 신용평가기관이 개별국가의 정치, 경제, 안보상황에 대해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무성이나 재무성, 백악관과의 교감을 통해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들의 평가에 따라 한 회사가 수백만 달러의 손해나 이익을 보고 있고 주식과 채권시장이 충격을 받기도 하며 국제 투자흐름이 바뀌는 현실에서 이들이 사실상 외부로부터 아무런 감시 감독도 받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미국 안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결국, 엔론과 월드컴 사태를 계기로 신용평가회사들의 독과점과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 정가에서도 수차례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의 눈에 보이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2년에는 시바네드-옥슬리법을 제정하여 SEC가 신용평가사에 대한 업무감독 보고를 정규화했고, 2006년 9월에는 ‘신용평가기관 과점 완화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 법안의 요지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소수 특정 회사에만 배타적으로 부여하는 ‘국가공인 통계평가기관(NRSRO)’ 시스템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자본이 끊임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 필요하지만 공정성이 절대 전제되어야 하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무소불위 지위에 대한 통제와 감시체제 마련을 위해 국제간 공조가 필요할 때”라는 지적은 전적으로 타당한 것이다.(한국경제 2005.9.27)

 

6. 무디스는 미국금융자본, 월가의 눈으로 세계를 볼 뿐이다


미국 정부로부터 권위를 부여받아 세계 각국의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해당국가 경제가 흔들리게 하는 무디스와 신용평가 기관들, 그들은 냉정히 보면 일개 민간 회사일 뿐이다. 그것도 미국 회사일 뿐이다. 이들이 일차적으로 자신들의 고객과 미국의 금융자본 그리고 미국정부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들이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 흐름을 타고 세계 금융과 경제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도 그 목적이 미국 금융자본의 이익 실현에 있다는 사실은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


더욱이 이들이 평가 등급을 올렸다면 그것은 해당 국가 국민경제의 질적 개선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기보다 미국 금융자본이 투자할 환경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무디스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주요 이유가 한미FTA 체결인 것은 이를 압축적으로 입증한다. 현재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주지하다시피 미국 금융자본을 위한 투자여건이 미비해서가 아니라 이들 금융자본이 단기수익을 좇아 무제한적인 권리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명백한 상황을 도외시 한 채 그저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감사하고 환호하는 것이 국내 언론매체의 현실이다. 나아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담당자들도 그 동안 국민의 비위를 맞추기보다 월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나마 25일자 연합뉴스가 시론을 통해 “수출 호조 속에 증시 활황까지 겹쳐 성장률을 밀어올리고 기업과 은행, 증권사들은 호황을 누리는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딴세상 이야기”라며 이번 무디스의 상향조정이 “어떻게든 국가 신용등급을 올리려고 당국자들이 애면글면하며 매달린 결과물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국가 신용등급 향상에 대한 환호에 앞서 미국의 금융지배력에 휘둘려 온 신흥국들 사이에 “왜 3개 평가기관은 모두 미국회사인가”라는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을 한번쯤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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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