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크레딧'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8.23 대출이 아니라 저축 대책을 마련하라. (3)
  2. 2007.11.20 마이크로 크레딧, 칭찬만 할 수 없는 이유
속도를 높이는 ‘서민금융 활성화 대책‘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서민금융 활성화’ 대책을 띄우고 있는 모양새다. 얼마 전 대기업 계열의 미소금융 창구를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바 있고, 지난달 26일에는 법적 근거가 불확실한데도 ‘햇살론’이라는 이른바 서민금융 대출상품을 시작하였다. 이외에도 신용등급 7등급 이하를 대상으로 한 금리 10% 중후반 대의 ‘희망홀씨’도 출범 1년 6개월이 지났다.
이러한 각종 ‘서민금융’ 정책들에 대해 정부는 초기의 혼선을 딛고 정상화 궤도에 들어서고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예컨대, 한정된 재원과 까다로운 심사조건 때문에 수혜자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비판(7월까지 누적 인원 약 4천명에 불과)이 불거졌던 미소금융의 경우 최근 대출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저신용자를 위한 금융상품을 발표하고, 경기회복의 혜택을 아래로까지 전달하겠다는 데 대해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고 있다. 물론 진보 진영에서는 정부의 이런 정책들이 ‘서민 중심’ 이미지 창출을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보고, 시장근본주의자들은 반대로 ‘우익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왜 대출 일색인가?

자, 본질에 조금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자. 왜 서민금융 정책들은 하나같이 대출상품 일색인가? 정부는 위에서 언급한 정책들이 이른바 한국판 ‘마이크로 파이낸스’의 대명사들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는데, 이는 ‘소액금융=대출’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벨상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은 국내에 소액대출을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라민 은행은 1976년 설립되어 지역공동체의 자활에 큰 성과를 보인 바 있었는데, 이 은행의 핵심적 사업방식이 바로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 우리말로 ‘무담보 소액대출’이다.
그라민 은행의 성공으로 소액대출 제도가 전 세계로 확대되었으나, 다른 나라의 경우 수십 년의 경험이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자활을 돕기 위한 각종 장치가 동시에 구상되지 않는 한, 그리고 시혜적 차원의 기부금 재원에만 의존하는 한 한계가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이다. 소액대출은 담보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에 연대 보증인을 내세우도록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 그라민 은행은 공동체의 연대노력을 요구 - 이로 인해 대출자가 소득 증대에 성공하지 못해 주변사람들까지 연체자로 내몰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무담보 소액대출의 본 고장, 방글라데시에서도 연체자로 몰린 연대보증인의 보복 살인 행위와 같은 라는 경악스런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대출’이 아니라 ‘저축’이다.

빈자들의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천착해 온 많은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은 이제 ‘소액대출, 마이크로크레딧’이 아니라 ‘소액저축, 마이크로세이빙(micro-savings)’으로 정책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액저축은 저소득자에게 제공되는 소액의 저축계좌를 말한다. 저소득자가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면 그만큼의 액수를 정부가 적립시켜 준다. (서울시의 ‘희망플러스 통장’ 사업이 바로 이것이다.)
‘대출’이 아니라 ‘저축’이 저소득자 금융정책의 중심으로 주목받는 데에는 무엇보다 그 수혜자들의 소비행태 변화와 관련이 깊다. 소액저축 정책을 시행한 많은 국가에서 수혜자들의 소비가 매우 안정적이고 계획적으로 바뀐 것이다. 실제로 똑같은 소비라 하더라도 대출자들의 소비와 저축자들의 그것은 질적으로 다른 작동방식을 갖고 있다. 대출자들은 ‘미래의 소득’을 미리 당겨쓰는 것이지만 저축자들은 ‘과거의 소득’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저축자들은 미래에 행할 소비를 위해 현재의 저축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소액저축 제도가 계층 간 불평등을 얼마나 완화시킬 수 있을지는 솔직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원리가 부채에 의존해 소비 거품을 확장시켜 온 신자유주의 금융과 완전히 반대의 성격을 갖는다는 데 있다. 대출을 해 주면서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이 무슨 혜택을 주는 것처럼 행세하지만, 실상은 그 이상의 이익을 회수해가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산거품을 키워 왔던 것이다. 현재 저신용자로 분류되는 신용등급 하위의 사람들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발생한 것임을 상기해야 한다.

‘소비자 신용’이라는 거대한 거짓말

금융계는 ‘신용’의 개념은 시장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자산/부채와 소득을 숫자로 지수화시켜 놓은 ‘소비자 금융기법’, 즉 신용점수에 근거해서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작동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업이 그들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고 때때로 어떤 이들의 상태가 더 나빠지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시장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소득 소비자의 경우에는 이들이 줄곧 가정하는 ‘완전한 시장’ 속에서 살고 있지 않다. 불완전하고 비대칭적인 정보 속에서 살고 있으며 그 결과는 바로 착취로 나타난다. 시장의 선택은 종종 환상이며 때때로 위험하기까지 하다.
많은 가계, 특히 저소득자의 부채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으며 부채에 대한 비용도 더욱 증가하고 있다. 부채가 증가하는 만큼 ‘신용점수’를 사용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증가한다.
정 부가 발표한 갖가지 서민금융 대출상품들 역시 ‘신용점수’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구조 속에 있을 뿐이다. 저소득자들은 신용점수가 평가한, 딱 그만큼의 아주 미미한 대출금을 받아 당장의 부족한 소비여력을 충당할 뿐이다. 무담보 소액대출은 저소득자들에게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어떤 밑천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렇게 믿는 것은 잘못된 환상일 뿐이다. 방글라데시와 같은 일부 성공한 빈국의 사례가 없지는 않으나 대체적으로 많은 연구들은 대출금은 새로운 경제활동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소비 평탄화에 사용되었을 뿐이라고 증명한다. 즉, 대출, 또는 신용은 자신을 돕는 길이 아니라 금융기관들이 파놓은 ‘부채의 늪’으로 인도할 수도 있다.

필자주> 본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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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7.11.20 20:34
 

‘빈곤층을 위한 소액 신용대출’로 풀이되는 마이크로 크레딧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사업의 원조격인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유누스 총재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도 계기로 작용했다. 지난달에는 하나은행과 희망제작소가 공동으로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창업과 경영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자활공동체를 대상으로 매년 20억 원의 창업자금을 사회연대은행 등을 통해 마이크로 크레딧 방식으로 대여해오고 있으며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는 마이크로 크레딧 지원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규정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삼백만원으로 자활의 기적을 창조하자?


시민단체와 은행, 정부에까지 번지고 있는 마이크로 크레딧(micro credit). 그러나 매크로(macro)하게 관찰하면 이 유행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껄끄러운 돌출점이 속속 눈에 띈다.

삼십년간 빈민 600만 명에게 52억 달러를 대출해 상환율이 99퍼센트에 이르고, 대출자 가운데 반 이상이 가난에서 벗어났다는 그라민은행의 신화에 자극받아 국내에도 2000년부터 ‘신나는 조합’, ‘사회연대은행’, ‘아름다운 세상 기금’ 등이 활동을 시작했지만 1인당 대출 금액이 너무 작아 빈곤층 자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이마저도 재원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라민은행의 평균 대출액은 200달러.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2004년 1인당 GDP 400달러를 간신히 넘긴 방글라데시 국민에게는 연간 소득의 절반에 해당한다. 농사를 지으려 해도 종자 살 돈조차 없는 극빈층에게 이 돈은 어렵게나마 자활을 꾀해볼 수단이다.

그러나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운위하는 한국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예컨대, ‘신나는 조합’의 초기 1인당 대출액은 300만 원 정도다. 이 종잣돈으로 우리나라에서 빈곤층이 할 수 있는 자활사업은 무엇이 있을까. 물론 사업 초기이고 아직 우리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이 덜 되어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때문에 하나은행-희망제작소의 경우 1인당 대출금을 5,000만 원에서 3억 원까지 지급할 예정이라고는 하나 300억 원의 기금으로 수혜를 받을 대상자는 너무도 제한적이다.

한국의 빈곤층에게 신용대출(크레딧)보다 우선적인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다. 괜찮은 일자리가 해마다 줄어드는 상황, 넘쳐나는 자영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제도적 대책이 정부의 우선 임무일 터인데 민간의 호의와 동정에 기초한 마이크로 크레딧 유행에 편승해 대단한 사회 안전망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빈곤층에서 틈새 시장을 발견한 금융자본


이 유행에 한술 더 뜨는 것이 금융기관들이다. 높은 대출금 회수율과 수익률을 지켜본 금융자본이 마이크로 크레딧을 블루오션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라틴 아메리카 지역 마이크로 크레딧 기관들의 경우 국제 수준 은행의 2~3배를 초월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채보다는 조금 싸고 일반 대출상품에 비해 높은 이자 정책 그리고 지역사회를 떠날 수 없는 빈곤층의 특성을 겨냥한 공동책임과 지속적 상환 관리라는 소액대출 특유의 영업 모델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 금융 그룹인 시티그룹은 아예 소비자 금융 부문에 마이크로 파이낸스 전담 부서를 신설하여 선진 금융 기법에 마이크로 크레딧 기법을 결합하려 하고 있다. 다른 나라 사례 탓할 일도 아니다. 얼마 전 한국은행은 국내은행의 아시아 신흥 시장 진출을 위해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으로 평판을 높인 뒤 장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하라’는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냈다. 말하자면 마이크로 크레딧을 위장 친선 사절단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시티그룹은 최근 4년간 세계 150개국의 마이크로 크레딧 기관에 1,000만 달러를 기부했다며 친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금액은 전세계 100여 국가에 3,000개 이상의 지점을 두고 자산 9,000억 달러를 운용하는 시티그룹 규모에 비추면 백사장의 모래 한 알이다. 계열사인 한국시티은행이 올해 1/4분기 한국에서만 올린 당기순이익(1,385억 원)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은행, 사채와 마이크로 크레딧의 순환구조


얼마 전 신한은행이 국내 사채 시장 1위인 일본계 대부업체 아프로 금융그룹(국내 영업 브랜드 ‘러시앤캐시’)에 수백억 원을 대출해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은행 자금이 대부업체로 흐른다. 대부업체의 고리 사채는 은행 접근권이 차단된 빈곤층에게 치유불능의 병을 안긴다. 은행은 이들에게 소액 신용대출이라는 진통제 한방을 처방한다. 병 주고 약 주는 순환구조다.

마이크로 크레딧, 그 아름다운 취지마저 금융자본의 촉수에 걸리는 순간 자본 해외 진출의 전초부대, 빈곤층의 최저 생계비마저 이자로 빨아들이는 검증된 금융 비즈니스 모델로 전락하는 세상이다.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이 광풍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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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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