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6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대선 이후 당선자나 낙선자만큼이나 주목을 받았던 이가 이 땅의 50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주요현황과 위험도 평가"에 의하면 2008년 이후 증가한 가계대출이 200조 원인데 이 중 104조 원이 50대의 부채였다.

50대 자영업자에 대한 언론보도도 눈에 띈다. 2012년 8월 기준으로 50대 자영업자의 수는 175만 명이 넘었으며, 전체 자영업자 중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초로 30%를 돌파했다. 또한 2012년 한 해 동안 부도가 난 자영업자 중 절반 이상이 50대였다. 은퇴 후 대출을 받아 자영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50대 현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 편 새해부터 많은 언론에 실리고 있는 소식이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과 같은 사회적 경제에 관한 내용이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희망과 전망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거나, 기계부품 같았던 대기업 생활을 접고 마을 주민들과 시작한 공동체 기업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얻고 있다는 기사들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런 기사를 보고 있자면 가계부채를 짊어지고 힘겨운 자영업 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50대들의 현실에도 사회적 경제가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동네 빵집 협동조합, PC방 협동조합, 미용실 협동조합 등을 통해서 말이다.

2012년은 한국사회에 사회적 경제가 자리 잡기 시작한 해이다. 그 전까지는 정부주도의 일자리 창출 사업 중 하나로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 기업이 시도되는 정도였다가,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되면서 일반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쟁과 효율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의 문제가 들어나면서 대안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주었다. 그 결과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것에서 발전하여, 신뢰와 협동을 통해 운영되는 사회적 경제라는 하나의 큰 틀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2013년은 이제 막 씨를 뿌린 사회적 경제의 다양한 분야들을 풍성하게 가꾸고, 새로운 분야들을 발굴하며, 하나의 흐름으로 모아서 초기부터 제대로 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올해 사회적 경제 분야의 전망은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새 정부가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자는 대선 기간 '사회적 경제'라는 단어를 언급한 적이 없다. 또한 현재 구성된 인수위에도 이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 인사가 없다.

그나마 서울시와 충남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또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 실제 협동조합을 만들려는 시도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다. 이런 관심과 시도를 키워간다면 정부도 사회적 경제를 중요한 분야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 믿어본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에서 튕겨져 나온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분야가 아니다. 1인 1표라는 협동조합의 원칙, 지역 공동체와 적극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고 수익과 함께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의 특징은 더 많은 사람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지역 활동에 참여하게 한다. 그 과정에 구성원 간의 신뢰, 협동, 그리고 민주주의가 확장될 수 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이 증가하고 이들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넓어질수록 그간 시장경제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인식, 경제란 이기심과 경쟁으로 돌아간다는 인식, 기업은 오너의 소유라는 인식, 수익은 투자자의 몫이라는 인식, 기업이 어려워지면 정리해고가 답이라는 인식이 변할 수 있다. 이렇게 달라진 인식들이 우리사회의 일반적인 상식이 되는 날에는 50대의 현실도, 20~30대의 현실도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사회적 경제에 애정을 갖고 지켜보자. 사회적 경제가 시장경제의 보완재를 넘어서 대안재가 되도록 만들어가자. 정부와 지자체들은 사회적 경제 조직을 지원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수립,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기금마련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이제까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온 진보정당, 노동운동, 시민운동 등의 진보세력들이 사회적 경제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12.04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사회적 경제가 오고 있다

최근 ‘사회적 경제’라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시민단체나 재야경제학자들의 입을 통해 간간히 듣긴 했지만, 근래엔 서울시 시장도, 심지어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도 ‘사회적 경제’가 경제를 살릴 거라 말한다. 도대체 사회적 경제의 정체가 무엇일까?

우리사회에 사회적 경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건 사실 그리 최근이 아니다. 1997년 이후 한국사회에 신자유주의적 질서,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논리가 확장되고 실업과 빈곤이 날로 심화되면서 대안으로 이야기되기 시작한 것이 사회적 경제였다. 1990년대 초반 빈민지역을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의 맹아라 할 소규모 노동자협동조합이 등장하기도 했고, 1996년에는 정부 차원에서 5개의 ‘자활지원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노동부에서 드디어 ‘사회적’이라는 말을 정책용어로 쓰기 시작했는데, 바로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실행하면서였다. 이 사업은 수익성은 낮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사회적 일’로 정의하고, 사회적 서비스를 충분히 공급하는 것과 함께 그것을 취약계층의 일자리로 만들어내려는 시도였다. 이후 더욱 속도를 내더니 2007년에는 사회적 기업법이 만들어졌고, 2010년에는 행정안전부 차원에서 마을기업 육성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는 정부 중심의 극심한 실업상태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도입된 측면이 크다. 물론 그 전에 활동하던 민간 부문들이 있었고, 지역별로는 원주와 같이 자체적인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를 구성한 곳도 있지만, 사회적 경제가 '사회적' 차원에서 자리를 잡았던 건 아니었다. 사회는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중앙 정부는 사회 서비스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의무를 민간에게 떠넘기기 위해 서두른다는 지적도 있고, 정부 주도로 하다 보니 과도한 성과주의와 수익 위주로 운영되어 사회적 경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전과는 다른 바람이 불고 있다. 2011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고, 올해 12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부터 협동조합의 바람, 사회적 경제의 바람이 불고 있다. 1997년 이후 시작된 양극화가 10년이 넘도록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소위 효율성을 추구하던 시장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시민들 스스로가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시장경제, 정말일까?


사회적 경제를 '착한 경제'라고도 한다. ‘착한 경제’라는 말은 시선을 잡는 구석이 있다. 경제와 착한 것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제는 돈을 많이 버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이를 시장경제라 부른다. 시장경제는 인간이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임을 전제한다. 이기심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도록 해주는 원동력이며, 각 개인의 이기심이 채워질수록 사회 전체적으로도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진다고 평가된다. 착한 것이 낄 틈이 없다.

그런데 인간은 정말 이기적일까? 여기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이다. A와 B라는 두 사람이 있다. 이제 A에게 1만 원을 주고, B와 나눠가지도록 한다. A가 B에게 얼마를 주든 상관없다. 1000원이든 5000원이든 주고 싶은 만큼 제시할 수 있다. B는 A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거나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절할 수 있다. 단, B가 A의 제안을 거절하면 두 사람은 모두 한 푼도 갖지 못한다.

당신이 A라면 얼마를 제시하겠는가? 당신이 B라면 A가 얼마를 제시했을 때 제안을 수용하겠는가? 만약 시장경제에서 말하듯이 인간이 물질적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라면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 A는 1원을 제시하고, B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A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최소한의 금액인 1원만 주는 게 이기적인 행위이다. B의 입장에서는 A의 제안을 거부해서 한 푼도 못받는 것보다는 1원이라도 받는 게 이익이다.

하지만 전 세계의 경제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들이 위 실험을 수도 없이 반복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대체로 A는 4000원에서 5000원 정도의 금액을 B에게 제시하고, B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만약 A가 욕심을 부려 2000원 이하의 금액을 제시하면, B는 이를 거절하고 차라리 한 푼도 받지 않는 쪽을 택했다.

이 결과는 무엇을 뜻하는가? 우선 인간은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남을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은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행위에 대해서는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반발한다. 협력과 응징을 통해 남이 나에게 하는 만큼 나도 베푼다는 것이다. 가장 상식적이고도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이를 상호적 인간이라 한다.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으며 상호적이라는 사실에서 경제는 착해질 수 있다. 이 ‘착한 경제’가 바로 사회적 경제다.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

시장경제가 개인의 이기심을 전제로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사회적 경제는 개인의 상호성을 전제로 협력을 통해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사실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보다 더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해왔다. 원시부족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식량 공유의 습관이 대표적이다. 시장경제는 19세기에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야 우리 곁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제라고 하면 시장경제가 전부이며, 경제활동은 당연히 이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인간에게는, 그리고 사회 속에는 이기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런 측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전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터지며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들고,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욕심과 경쟁을 강요하는 시장경제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학문적이고 정책적으로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이 가장 먼저 자리 잡은 곳은 프랑스였다. 1800년대 후반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대규모 도시노동자가 양산되었고, 이들의 삶은 매우 열악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의 집단 대응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경제사상가 샤를 지드(Charels Gide)는 ‘시장경제를 더 사회적이고, 공평한 체제로 전환한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를 제시했다. 이런 실용주의적 입장과 함께 생시몽(Saint Simon)이나 푸리에(Fourier)와 같은 사회주의자들은 ‘사회, 경제적 목적을 지닌 협동조합을 정치적 도구로 삼아서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901년에는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등이 프랑스에서 법적 인정을 받았다. 이후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기침체와 실업으로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위기에 처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가 유럽 전체에 퍼져나갔다. 시장과 국가가 해결하지 못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인들의 자발적 공동체가 나서게 된 것이다. 1989년에는 유럽위원회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사회적 경제의 정의와 범위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데,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공통적으로 시장과 국가의 바깥에 존재하며, 자발적이고 민주적이며, 전체 공동체의 보편적 이익을 지향하는 경제라는 점을 포함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만족시킬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경제 안에는 어떤 기구들이 포함될까? 대체로 경제적 목적(수익 창출)과 사회적 목적(구성원이 합의하는 공동체의 보편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구로서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포함된다. 나라에 따라 경제적 목적은 전혀 추구하지 않은 채 사회적 목적만을 추구하는 자선단체나 비영리 단체까지도 사회적 경제 안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협동조합은 사회적 경제의 대표 주체이다. 협동조합의 기본은 모든 조합원이 출자금을 지출한다는데 있다. 이는 노동이 자본을 고용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일반적인 기업은 사장님이 자기 돈으로 회사를 차리고 직원을 고용한다.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반대다. 이 차이가 협동조합을 착한 기업, 올바른 기업으로 만들어 준다. 일반 기업에서는 고용주인 자본이 거두는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때로는 노동자를 해고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다. 하지만 협동조합에서는 노동, 다시 말해 조합원이 고용주가 되고 이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그래서 협동조합은 수익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공동체 의식, 지역사회에의 기여도 추구하게 된다. 일반기업보다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것 또한 당연한 결과이다. 주식회사가 1주 1표의 원리로 돌아간다면, 협동조합은 1인 1표의 원리로 돌아간다는 차이점도 여기서 나온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몬드라곤협동조합회사법인(Mondragon Cooperative Corporation, 이하 몬드라곤)은 끊임없이 일자리를 창출하며, 해고가 없기로 유명하다. 1956년 5명의 노동자들이 협동조합형태로 만든 난로공장에서 시작한 몬드라곤은 2010년 기준 스페인 7위의 기업이 되었다. 금융, 제조, 유통, 교육 부문에서 260여 개의 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8만 4천여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그리고 8만 4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두 1인 1표를 행사하는 조합원으로 몬드라곤의 이사회를 선출하고 사업을 결정한다.

몬드라곤은 초기부터 바스크 지방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그 방안으로 기업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최우선에 두었다. 기술학교를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치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한 창업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이를 꼼꼼히 검토하여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노동인민금고에서 자금을 지원해준다. 경영진을 위한 교육과 훈련이 제공된다. 노동자들에게는 자체 사회보험이 제공된다. 만약 한 기업이 망하거나 어려워져서 실직자가 생기면 다른 기업으로 이직된다. 이 모든 일이 몬드라곤이라는 거대한 협동조합 안에서 일어난다.

몬드라곤은 겉모습만 보기에는 마치 재벌기업 같다.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삼성과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조합원이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 특히 해고 없는 직장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삼성의 목적은 수익 증가와 주가 상승, 그리고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의 무난한 3세 승계일 것이다. 두 기업의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조합원이 주인이냐, 주주가 주인이냐의 차이다.

착한 경제, 상상하는 만큼 가능하다


우리사회 시민들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 이 두 가지가 올해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고, 대선후보들이 저마다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에는 사회적 경제라는 기둥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을 개혁하고 규제한다고 하자. 그러면 이제까지 재벌이 차지해왔던 자리를 새로운 경제주체가 메워주어야 한다. 재벌을 규제할 수 있는 대안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가 그것을 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벌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시장을 중소상인과 중소기업에 돌려주는 경제민주화 역시 협동조합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골목까지 들어오는 재벌들의 빵집이나 대형마트에 대항하기 위해 동네 슈퍼 협동조합이나 동네 빵집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복지국가 건설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시장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복지를 수익성만 추구하는 시장에 맡길 수는 없다. 정부의 복지체계를 지역 구석구석까지 잘 전달해줄 수 있는 조직은 지역에 뿌리박은 민간 조직이면서, 수익성만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의 건강보험시스템에서 마지막 의료서비스 전달(1차 진료)을 의료생협이 맡는 것이다. 지역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는 국가의 관료조직을 타고 내려오는 의료서비스보다 지역 주민들이 만든 의료생협을 통한 의료서비스가 훨씬 더 적절하다.

꼭 이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지금 우리 동네에서, 지금 나에게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협동조합으로 해결할 수 있다. 동네에 마을버스가 필요하다면 마을버스 협동조합을 만들자. 지역신문이 필요하다면 지역신문 협동조합을 만들자. 어린이집이나 대안학교를 만들 수도 있다.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가 많이 생길수록 우리사회 전반에 깔리는 운영원리 또한 경쟁이 아니라 협동으로 변화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의 권위자인 이탈리아 경제학자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협동조합은 상상의 산물”이라고 했다. 무엇이든 상상하는 것을 이룰 수 있으며, 때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것도 이룰 수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 세상은 바뀐다. 지금 당장 착한 경제를 상상해보자.


* 이 글은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격월간 잡지 '민들레' (http://www.mindle.org)에 실린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