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진 / 새사연 이사 



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경제주거노동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후대에 마을살이, 마을공동체 활성화와 같은 마을운동을 연구할 학자들은 2012년을 흥미롭게 관찰할 듯하다. 여러 지자체에서 ‘마을(공동체) 만들기(활성화) 지원 조례’라는 명칭의 자치법규 제정이 크게 늘어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는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공동육아, 방과후학교와 같은 마을살이에 대한 관심의 증대와 지방선거 등에서 드러난 민심(전형적 개발공약 및 선심성 공약에 대한 거부감, 연대와 주민참여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2017년은 대선, 2018년은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다. 제도적 지원근거가 마련되기 시작한 지 4~5년차에 접어드는 마을살이가 여러 사회⋅경제⋅정치 변수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의 유행이 아니라 당연한 정책 영역으로 남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2012조용한(?)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마을만들기, 마을공동체, 지역공동체, 지역만들기, 자치공동체, 도시재생과 같은 용어를 제목으로 하는 자치법규 중에서 마을이나 공동체에 대한 지원내용을 담아 제정 또는 전부 개정된 조례는 2016년 12월 말 기준으로 171개에 달한다. 제정(또는 전부개정)된 시기별로 집계하면 2004년 처음으로 관련조례가 제정된 이후 2011년까지 26개의 실적이 있었다.


2012년 이후의 실적은 2012년 42개, 2013년 30개, 2014년 17개, 2015년 23개, 2016년 33개로 2011년 이전과 비교하면 여러 지자체에서 마을살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다음 <그림 1>과 같이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논의했듯이 2012년부터 관련조례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마을현장에서의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겠지만, 연대와 협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그에 따라 보편복지와 같은 이슈가 선거에서 이기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마을이 중한 지역?


마을살이 관련 조례가 지정된 광역지자체는 17개 광역시도 중 울산광역시, 경상북도, 경상남도 3곳을 제외한 14곳이다. 기초지자체의 제정여부를 살펴보면,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53%에 해당하는 121개 단체에서 관련조례가 제정되었다.


아래 <그림 2>를 참고하여 광역시도별로 보면, 서울과 광주의 경우 모든 기초지자체에서 관련조례를 제정하였다. 이밖에도 인천과 경기도의 경우 80% 이상의 기초지자체에서 관련조례를 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수도권 지역에서 마을살이에 대한 관심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도시지역(자치구 및 시) 및 비도시지역(군)별로 관련조례 제정 여부를 살펴보면 <표 1>과 같다. 도시지역 114개 단체 중 65%에 해당하는 94개 지역, 비도시지역 84개 단체 중 32%에 해당하는 27개 지역에서 관련 조례가 제정되었다. 즉, 도시지역에서 마을살이에 대한 관심이 비도시지역에 비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가 빚어진 요인을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다음과 같이 유추해 볼 수 있다. 비도시지역의 경우 여전히 지역 내 관계망이 중요하게 작동되는 사회구조가 유지되고 있어서 마을공동체 활성화가 주요 이슈가 아닐 수 있다. 또한 인구밀도가 공동체가 형성되기 어려울 정도로 감소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자치단체장의 철학이나 정치적 성향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별 지자체의 여건과 특성을 세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마을살이를 지원할 의지는 있나


2017년 2월 3일 기준으로 법제처 DB에 기록되어 있는 법령은 4,882건, 행정규칙은 14,293건, 자치법규는 98,095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법령과 규칙에 규정되어 있는 지원정책이 모두 구현되지는 않는다. 당연히 집행부서의 실행의지와 의회의 예산편성이 정책구현의 기본조건이다.


그런데 마을공동체 활성화처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정책의 경우에는 공공의 실행의지와 예산만으로는 제대로 구현되기 어렵다. 그래서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공공정책과 마을현장 사이의 가교가 되는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


<표 2>로 정리한 관련조례에 중간지원조직을 둘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현황을 살펴보면, 17개 광역시도 중 관련조례를 제정한 14개 단체 모두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였다. 한편 기초단체의 경우에는 관련조례를 제정한 121개 단체 중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규정을 마련한 곳은 70%에 해당하는 85개 단체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어떻게 정책을 구현해 나가고 있는지는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각각의 실태를 세세하게 살펴봐야 정황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마을살이의 특성상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없다는 것은 곧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마을살이와 관련된 중간지원조직을 운영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표 3>과 같다. 마을공동체 지원 역할도 수행하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포함하여 집계하면 광역지원센터는 11개 광역단체에 14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기초지원센터는 7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를 포함하여 집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살이 관련 지원센터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기초단체 수인 121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지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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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와 원문은 새사연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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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최정은 / 새사연 연구원


정부나 시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지역 안에서 활동하는 단체와 주민들이 스스로의 고민거리를 하나씩 들고 이야기하는 판이 벌어져 눈길을 끈다. 최근에 마포 지역의 활동과 지역 현안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2015년 마포 로컬리스트 컨퍼런스’가 열렸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마포구에서 활동하는 54개 단체와 단체 안팎에서 활동하는 95명이 마음과 돈과 시간과 장소를 내어 전체 27개의 주제로, 진지한 동네잔치가 여기저기에서 벌어졌다. 이야깃거리도 생활기술, 문화예술지원, 지역공유지, 민관협력, 경의선숲길, 망원시장, 마을교육플랫폼, 석유비축기지, 마을공화국, 소통과 갈등, 공동체경제, 돌봄, 베이비부머 세대, 빈곤, 동 주민센터, 에너지자립마을 등 어디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이 시대 화두들이다.

마포 지역의 활동과 이에 대한 평가도 주민들의 경험에 의존하다 보니 한계가 있을 법도 하다. 그럼에도 마을 안에서는 개인들의 ‘주관적’인 평가나 역사도 소중한 자원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국정화 교과서의 논리가 좌파들이 쓴 ‘주관적’ 역사라고 꼬집는 문제와 겹쳐지면서, 마을의 지혜가 눈에 띄었다.


지역 자원들과 어떻게 연대할까?

“지역사회와 로컬리티-우리는 마포에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 심포지움으로 마포 컨퍼런스의 첫 포문을 열었다. 마포지역 활동에 대해서 스스로가 주는 점수는 다소 박했다. 마포구에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활동하지만 정작 이들을 엮는 네트워크나 사업이 지지부진한데 따른 답답함을 호소했다.

사실 외부자의 시선으로 보면, 마포구는 성미산마을을 위시한 마을공동체의 으뜸 사례로 손 꼽히는 곳 중 하나다. 2000년대 초부터 성미산마을을 중심으로 공동육아가 시작되고, 동네 주민들이 나서서 성미산 지키기 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자발적인 정치참여의 통로로 마포연대를 결성하기도 했다. 진보정당이 분열된 직후에도 마포구에 공동선거운동본부를 꾸려 당파를 떠나 공동후보를 내는 정치 실험도 이어갔다. 그리고 마포연대가 해산된 후 그 공백을 민중의집이 채워가면서, 이전과 다른 방식의 문화연대와 지역 현안에도 공동대응하며, 생협 등 거점 공간을 활용한 생활형 커뮤니티도 확대되었다(“2015년 마포 로컬리스트 컨퍼런스” 자료집, 2015). 그야말로 주민 주도형 자치가 15년의 역사 안에서 실험되고 만들어진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결코 짧지 않은 풀뿌리 역사 안에서 마포 지역은 큰 현안들로 여러 차례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01년 성미산 지키기운동-2009년 홍대 두리반 철거 반대 문화예술인 결집-2010년 마포지역 선거 공동대응-2013년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2015년 젠트리피케이션 공동대응 등의 지역 현안에 머리를 맞대며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 과정에서 마포구 풀뿌리 활동의 저력은 켜켜이 쌓이고 있다.


로컬리티(locality)’의 힘

지역 활동으로 관계 맺은 사람들을 아우를 말이 없을까 고심하다 ‘로컬리스트’란 용어를 차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실에서는 기존의 풀뿌리운동이나 공동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지역 활동과 사람들이 생겨나 고민하던 중 미국의 ‘Be a localist!(로컬리스트가 되자)’ 캠페인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컨퍼런스에 내건 로컬리티, 로컬리스트 등의 외래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로컬리티를 주제로 인문학 연구를 10여년 지속한 차철욱 교수도 ‘로컬리티’ 개념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한다. 연구자의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다양했다고 하니, 어쩌면 지역의 대표 개념으로 합의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차 교수는 ‘로컬리티’의 유용성을 거든다. 그는 중앙과 지방 혹은 지역이라는 수직적 위계 구도와 다르게 ‘로컬리티’는 과거와 현재로 이어지는 삶터로써 지역과 그 안의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 가치를 찾아주는 데 유용하다고 밝혔다.

마포 지역 내 활동가들의 이러저러한 고민도 ‘지역’에 천착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역은 각자의 활동무대이자, 발 딛고 사는 삶터이자, 관계망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스스로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할 재주는 있는지, 먹고 살 수는 있을지를 고민하며 지속가능한 사회의 크고 작은 실험들을 펼쳐야 한다는 무게감마저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높은 임대료와 치솟는 전세가로 떠돌아다녀야 하는 사람들에게 ‘지역’이라는 공간의 의미는 점점 흐릿해져가고 있다. 그러나 크지도 않은 구 단위 지역에서 주민들이 주도한 이번 공론장은 나와 우리의 요구를 말하고 해결할 수 있는 ‘장’으로서, 지역의 필요성에 다시금 눈뜨게 하는 중요한 시도였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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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9정태인/새사연 원장

 

‘착한 경제학’의 독자들이 잘 알다시피 사회적 경제는 어느날 갑자기 ‘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흔쾌한 협동에 필수적인 신뢰란 오랫동안 서서히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시대 ‘새마을운동’처럼, 또 참여정부의 ‘국가균형사업’처럼 중앙에서 하향식으로 만들려다가는 그나마 남아 있는 지역의 역량만 허공에 날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일은 없는 걸까? 문재인 전 후보는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적 경제위원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만일 박근혜 당선인이 48%의 문 전 후보 지지자들을 염두에 둔다면, 그리고 자신의 공약과 아무런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이 공약은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지난해 8월 말 주간경향 990호에 나는 ‘SEQ’(서울-에밀리아로마냐-퀘벡)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에는 서울을 염두에 두고 썼지만 이제 중앙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2004년 캐나다의 폴 마틴 총리는 “사회경제를 캐나다의 사회정책 수단의 핵심 부분으로 삼겠다. 기업가가 강한 경제에 필수적이듯 사회기업가는 강한 공동체에 필수적”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퀘벡의 경험이야말로 연방정부의 정책 수립에 가장 큰 자산이었다.
 
따라서 지금 박근혜 당선인에게 가장 긴요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1년여 ‘마을 만들기’라든가, ‘중간조직 만들기’를 하면서 부딪힌 여러 장애, 특히 중앙정부 차원의 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들을 몸으로 느꼈을테니 말이다. 박 당선인이 서울시장을 만난다면 서울시는 그동안의 경험을 요약해서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시해야 한다. 만일 새로운 대통령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부담된다면 주무부처를 명확히 지정해야 한다. 현재 협동조합법은 기획재정부, 사회적기업법은 노동부, 생협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무부처이고, 마을 만들기와 관련해선 거의 전 부처가 고유의 사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제대로 간파했듯이 사회적 경제는 시ㆍ군ㆍ구 단위의 지역공동체가 주도해야 한다. 서울과 같은 광역정부, 나아가서 중앙정부는 이런 실천에 필요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자금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협동조합은 돈과 사람의 문제로 곤란을 겪었다. 주식회사처럼 돈을 모을 수 없고 조합 내 임금 격차가 보통 6배 이하로 억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히 협동조합을 신설하거나 확대할 필요가 있을 때는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 사회적 경제가 막 움튼 우리나라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일반적으로 협동조합은 출자금과 비분리자산(협동조합의 내부유보로 회사를 청산할 때도 출자자에게 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협동조합 연합조직이 조성한 협동조합 기금(레가의 경우 ‘coopfond’, 모든 단위 조합은 수익의 3%를 연합조직에 낸다), 그리고 협동조합 자체의 금융기관(예컨대 레가가 소유한 보험회사 ‘unipol’)에서 필요한 돈을 조달한다. 하지만 네트워크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 생태계가 조성되기까지 필요한 것은 ‘공동체 기금’이다. 각 지역에서 먼저 돈을 모으고 중앙정부가 이에 맞춰 출자해서 상당한 규모의 종잣돈을 마련해야 한다. 각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지방정부가 ‘상호성’이라는 사회적 경제의 원리에 따라 엄격하게 운용하면서 필요한 경험과 기술을 쌓아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는 모든 정책에 사회적 경제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정부 조달의 일정 비율을 사회적 경제에 배정하거나 가점을 부여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효율형 주택개량사업이나 지역별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사업과 같은 국가 차원의 사업을 지역의 주택협동조합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울스와 긴티스 말대로 “제도설계를 잘 하면 공동체, 시장, 그리고 국가는 서로 대체적인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여기에 성공한다면 자마니 교수의 말대로 사회적 경제는 우리나라에서 ‘제2의 경제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다. 부디 박근혜 당선인이 이 정책을 받아들여서 자마니 교수의 예언이 실현되기 바란다.

*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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