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0 / 2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08년 리먼 파산으로 시작된 대침체(Great Recession)가 5년차로 접어들었건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 3대 선진국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일본 중앙은행이 모두 무제한 국채매입 등의 양적완화조치에 들어갔다. 그 중에서 그나마 경기 여건이 나을 것이라는 미국경제의 회복력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지난 9월 미국 연준이 경기회복을 기대하면서 세 번째(지난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 단기국채를 장기국채로 교환하여 유동성을 공급한 정책-를 포함하면 4번째)로 양적완화 조치에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초입부터 그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널리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학자가 누리엘 루비니 교수였다.(새사연이 소개한 세계의 시선: 루비니,미국경제의 3차 양적완화 효과 실망스러울 것.)

루비니 교수는 첫째, 증권시장이 바닥이었던 1,2차 양적완화 시기와 달리 지금은 주식시장이 상당히 올라와 있기 때문에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는 점, 둘째, 통화정책이 실물로 전달되는 채널들인 채권시장, 신용시장, 통화시장, 그리고 주식시장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이번에는 재정적 뒷받침이 없다. 1,2차 양적 완화는 더 이상의 경제침체를 방어하고 더블 딥(double-dip)을 피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는데, 그것은 재정부양책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3차 양적완화는 재정적 긴축, 심지어 거대한 재정절벽(fiscal cliff)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10월 12~13일에 도쿄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미국의 3차 양적완화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입장이 엇갈리자 이에 대한 분석을 싣고, 양적완화의 효과가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주로 루비니 교수가 지목한 것 가운데 재정절벽의 위험성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더 나아가 골드만삭스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비중 있게 소개하면서 재정절벽 위험이 3차 양적완화의 긍정적 효과를 압도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참고로, 골드만삭스는 재정절벽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미국 의회가 연말까지 재정긴축 협상을 원만히 해결하고, 연말로 종료되는 감세도 연장하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롬니가 승리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지금 월가의 공화당 편향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고 골드만삭스의 메시지를 읽을 필요가 있다.)

여하튼 유럽 위기가 당분간 거의 해결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미국마저 3차 양적완화 효과가 회의적이고 재정절벽 위험성마저 연말로 다가오면서 확대된다면, 2013년 세계경제 전망이 밝을 수 없다. 한국 경제도 3분기에 전년대비 1% 수준까지 추락하고 있는 현실에서, 서서히 우리 역시 위기관리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가 가까워지는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미국경제 모니터링을 주의 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3차 양적완화 효과에 대한 신뢰성은?

(Bernanke's faith in QE on shaky ground)

 

헤니 센더(Henny Sender)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2012년 10월 19일자

지난 10월 12일~13일 도쿄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연차 총회 이후, 자신들이 취한 조치가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련의 방어적 발언들이 미국 연준관리들에게서 이어졌다. 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는 연준의 정책이 “미국 경제 회복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미국의 소비와 성장을 촉진시킴으로써 글로벌 경제를 지원하는데도 또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제의 회복이나 ‘양적 완화’와 경제 상황 개선에 대한 희망적 신호가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확고한 증거는 거의 없다. 3차 양적완화에 의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활동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의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이 주고 있는 영향력은 이미 희미해지고 있다. 모건 스탠리 분석가는 이번 주(10울15일~21일)에, 갈수록 악화되어가고 있는 경제기초(Fundamentals)로 인해 고수익 시장의 수익률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결정을 했다. 모기지담보부증권(MBS) 수익률이 최근에 떨어지다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하는 동안에도 주식시장은 추가적인 상승을 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3분기 자본지출 감소는 연준의 정책이 기업투자를 위한 촉매제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차 양적완화 효과가 없는 중요한 하나의 이유는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대한 높아지는 우려 때문이다. 재정절벽은 내년 1월에 자동적으로 세금이 늘어나고 정부지출이 삭감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의회가 재정적자 감축 협상을 원만히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전망, 즉 ‘재정절벽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이 연준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재정절벽 - 작년에 미국정부의 국가채무 한도를 늘리는 의회 협상의 결과에 따라, 미국 의회가 연말까지 ‘초당적으로 재정적자 삭감조치를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에 2013년부터 ‘자동적’으로 10년 동안 1.2조 달러를 무조건 삭감하는 조항이 발동된다. 또한 당초에 2010년 종료될 예정이던 부시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을 오바마 정부가 2012년으로 기한을 연장한 바가 있다. 따라 2012년 말이면 이러한 감세정책이 종료된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정부가 2010년에 실시한 급여세율 인하와 실업보험 우대책 등이 역시 2012년에 종료된다.(-인용자 해설)

골드만삭스는 이번 주에 고객들에게 재정절벽과 관련된 시나리오를 발송했다. 기본시나리오(좋지는 않은 시나리오)는 연말까지 재정절벽 문제를 풀지 못한 결과, 2013년 초에 실질 성장률의 1.5%가 감소하는 것이다. 더 나쁜 시나리오는 실업보험 우대책과 상위 소득세 감세 종료로 인해 성장률이 거의 2%까지 내려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내년까지도 재정적자를 줄이는 방향에 대한 합의를 전혀 하지 못하여 성장률이 거의 4% 규모까지 떨어지고 경제는 다시 침체의 나락으로 빠지는 경우다.  

역설적으로, 아마도 재정절벽의 충격은 미국 정치인들이 대담한 행동에 들어가든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드라마틱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에 의회가 재정적자를 현재 GDP의 4.3%에서 1~1.5%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합의를 하는데 성공한다면, 재정긴축의 충격이 상당할 것이다. 반대로 의회가 합의에 실패한다면 불확실성 때문에 동일하게 기업의 투자와 성장이 감소할 것이다.

재정절벽에 대한 이러한 공포가 연준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동안, 버냉키의 동료들은 재빨리 연준의 정책이 기본적으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버냉키의 가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마사키 시라카와 일본중앙은행 총재는, 그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를 좀 더 지원하는 것 이상을 할 수는 없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는데, “(지금의) 글로벌 통화 완화경향이 2000년대의 거대한 신용거품을 일으켰던 환경과 유사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이 원자재 등 상품가격을 상승시키고 신흥시장의 자산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신흥시장 중앙은행 총재들도 미국 연준에 대해 역시 비판적이다. 모건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는, 양적완화가 부자들에게는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상품가격 상승 부담으로 인해 빈곤층을 더욱 어렵게 하여, 결국 소득 격차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일본과 인도, 브라질 등의 중앙은행 총재 등은 버냉키 보다도 더 공짜점심이 없다는 사실을 믿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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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6 / 13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위기의 뿌리 유로화, 어떻게 탄생했나?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유럽위기, 다시 한 번 ‘신자유주의 종언’을 알리다
2. 가까이 다가온 붕괴 시나리오
3. 유로 경제 공동체의 탄생에서 시작된 유로화 역사
4.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로 촉진된 유럽환율조정
5. 독일 통일로 유로 통화동맹 성사
6. 영국이 유로동맹에서 빠진 이유


 

[본 문]

2010년부터 각종 수습대책에도 불구하고 악화되어 온 유럽위기는 2012년 6월에 가장 중요한 시련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 연구원은 좀 더 종합적으로 유럽위기를 조망해보고 이후 세계경제와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점검해 보는 기획으로 [유로 2012]를 마련했다. 지금 유럽에서 한창인 축구 경기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유로화의 향방이 2012년에 분기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을 담고 있다. - 편집자 주

 

1. 유럽위기, 다시 한 번 ‘신자유주의 종언’을 알리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6월 12일 프랑스 르 피가로(Le Figaro)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최근 경제와 금융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들이 유럽위기의 심각성과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에 대해 가감 없는 의견을 언론에 쏟아내고 있다. 온갖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일관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그 분석과 진단들이 매우 심각하다. 학계에서 던지는 화두보다 훨씬 더 강도가 높은 발언들이 줄을 잇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하반기 우리 모습도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현재로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어렵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월 25일 한 발언이다. 하반기 우리경제 전망이 불가능할 정도로 당면한 유럽위기의 파장이 엄청날 것을 예견한 대목이다.

금융정책을 책임진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열흘 뒤인 지난 6월 4일 “유럽 재정위기가 스페인으로 번질 경우 대공황에 버금가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6월 8일에는 “2008년 리만 사태에 비하면 이번 위기는 여러 면에서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유럽위기는 수습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고, 위기는 세계적으로 확산 될 것인데, 그 강도가 2008년 리만사태를 넘어 1929년 대공황에 준하는 심각한 국면을 초래케 할 것이라는 공포의 예언이다. 곧 이어 6월 10일 금융 감독을 책임진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세계경제 인식이 김석동 위원장과 다르지 않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6월 12일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다.

한마디로 한국의 경제와 금융 정책 책임자들이 현재 시점에서 세계경제 전망에 대한 닥터 둠(비관적 경제 전망론자)들이 되고 있는 셈인데, 이후 긴 안목의 전망은 비장하기조차 하다.

권혁세 원장은 “유럽 위기가 여러 국가의 정치 문제까지 겹쳐 더 나빠진 만큼 근본적인 해결을 하려면 장시간이 걸린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세계 경제의 긴축과 둔화가 굉장히 오래 이어질 것이므로 지금부터 우리도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사연이 우려한 대로 “장기 침체(Long Recession)” 전망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새사연은 최근 출간한 『리셋 코리아』에서 “선진국 전체가 일본형 장기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학자들이 대공황과 비교하기 위해 ‘대침체(Great Recession)’라고 이름 불렀던 2008년 금융위기는 이제 ‘장기침체(Long Recession)’로 전환하고 있다.” 고 전망한 바 있다.

이어 김석동 위원장은 “끊임없이 위기를 불러오고 양극화를 심화시켜 온 신자유주의가 종언을 고하고 이제 소비자와 투자자에 대한 보호, 사회적 책임 등이 강조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이 등장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위기를 계기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시각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자유주의적 이명박 정부의 금융 책임자도 유럽위기로 인해 ‘신자유주의가 종언’되었음을 공인한 것이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에서 쏟아져 나왔던 신자유주의 종언에 이은 두 번째 사망선고다.

 

2. 가까이 다가온 붕괴 시나리오

그런데 사실 유럽위기는 2010년부터 계속 진행되어 오던 것이 아니었나. 매번 극히 위험할 것 같았던 고비들이 구제 금융이나 각종 수습책에 의해 ‘그럭저럭’ 넘어가지 않았나.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더 큰 위험이 누적되었을지 모르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럴지 모른다는 관성이 생긴 터였다. 그러나 정책 당국자들의 발언을 보면 이번에는 쉽게 넘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의 위기는 어느 정도 심각한 국면일까?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Paul Krugman)의 비관적 전망을 하나만 예로 들면서 일단 직관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해보자. 크루그만은 6월 안에 그리스의 유로 탈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5월 13일, 유로 붕괴의 4단계 시나리오를 묵시록처럼 던지기도 했다. (표 1 참조)

그는 “정치적 동맹 없는 통화동맹이라는 결함이 있는 거대한 실험이 어떻게 균열되어갈 것인지를 보는 것이 갑자기 쉬워졌다. 우리는 장기적 전망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은 연간 단위가 아니라 월간 단위로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상황의 긴박성을 전하고 있다. 최근 위기가 그럭저럭 넘기기에 결코 쉽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3. 유로 경제 공동체의 탄생에서 시작된 유로화 역사

그렇다면 이제 유럽위기를 진단하고 전망을 하는 것도 종합적인 시야와 역사적 흐름을 가지고 파악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맥락에서 유로라고 하는 통화동맹(Monetary Union)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략 3번의 계기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첫 번째 계기는 1958년 유럽 경제 공동체의 탄생이고, 두 번째 계기는 1971년 미국 달러의 금태환 정지와 변동환율제로의 이행이며, 마지막 계기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의 통일이라고 하는 너무나 잘 알려진 역사적 계기다. 1945년 2차 대전 종전 이후 1999년 1월 유로화 출범에 이르기까지 55년 역사에 대해 이 분야의 전문가인 베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의 저서 『달러제국의 몰락(Exorbitant Privilege)』에서 밝혀놓은 바를 참조하며 살펴보자.

1945년 이후 유럽에서 일어난 중대 사건과 변화는 거의 모두 전쟁의 상흔에서 시작되었다. 경제동맹과 통화동맹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켄그린은 이렇게 묘사한다. “20세기 유럽사의 중심적인 사건인 2차 대전은 통화체제의 변화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통화동맹으로 이어진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전쟁에서 겪었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았다. 그들은 유럽의 통합이 또 다른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50년대에 독일의 경제력의 회복되면서 독일을 유럽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다.”

결국 전쟁방지와 평화라는 유럽인들과 정치지도자들의 정치적 동기가 경제 동맹과 통화동맹을 서두르는 데에도 중대한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즉, 순수하게 경제논리의 자연스런 귀결로만 유럽의 통화동맹과 유로화 탄생을 해석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종전 후 가장 먼저 형성된 공동체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이다. 이 역시 독일의 재무장을 억제하려는 프랑스와 전후 상실된 국제적 영향력을 제고하려는 독일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고, 여기에 유럽공동시장의 창출을 통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 이탈리아와 베네룩스 3국이 가세하면서 1951년 파리조약에 따라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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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년 ②] 금융위기의 교훈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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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9.7퍼센트 실업률의 의미

지난 해 세계 금융시장을 공황으로 몰고 갔던 리먼 사태가 발생한지 정확하게 1년이 되는 날이다. 미국의 제로금리와 12조 달러가 넘는 유동성 공급, 그리고 800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의 재정지출은 다행히도 극단으로 치닫던 시장의 패닉을 차단하였다.

그러나 시장에 내재한 호황-불황(boom-bust) 동학은 또 다시 버블을 우려할 정도로 자산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한국의 경우 900p까지 떨어진 주가는 1600p를 훌쩍 넘어서고, 부동산시장은 2006년 버블의 턱 밑까지 치고 올라갔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에 잠재되어 있는 수많은 위기 요인들, 부동산, 가계, 기업, 정부 부채, 취약한 외환시장, 자본시장의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한국경제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미국경제의 침체는 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8월, 미국의 공식 실업률은 9.7퍼센트로 1493만 명이 실업상태에 놓여 있다. 2007년 12월 경기침체가 시작되었으니, 이번 금융위기로 74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한 셈이다. 게다가 구직을 포기했거나, 현재 시간제로 일하고 있지만 전일제 근무를 원하는 노동자를 포함한 실질실업률은 16.8퍼센트에 이른다. 경제활동인구 여섯 명 중 한 명꼴로, 대략 2600만 명이 사실상 실업의 고통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위의 그림은 경기침체 기간, 고용시장의 정점에서 감소, 그리고 회복까지의 추세를 연결한 것이다. 1950~70년대까지만 해도 경기침체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대략 1년 정도 지나면 바닥을 확인했고, 다시 1년이 지나면 침체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부터 회복기간이 점차 길어졌으며, 2000년대 초반의 침체기에는, 고용상태가 회복되기까지 무려 48개월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최근의 경기하강 추세를 나타낸 것이 위의 검은 화살표다. 비록 연초 70만 명에 달하던 일자리 감소가 최근 22만 명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바닥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시장의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내년 2~3사분기에 즈음하여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보이는데,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GDP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구매력이 고용상태에 주로 의존하고 취약한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주어진 조건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나 금융시장의 충격은 언제든지 침체를 더 악화시킬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2. 금융위기를 초래한 99년 이후의 규제완화 조치들

6월 17일, 미 재무부는 1930년대 뉴딜 금융체제 이후 80여 년 만에 대대적인 금융 감독구조 개편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금융규제 개혁안을 발표하였다. 미국의 금융규제와 감독의 역사를 보면, 공황에 버금가는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고 나서야 금융시스템의 의미 있는 개혁을 구축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금융위기는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 볼 수 있다. 달러체제가 초래한 글로벌 불균형, 그림자 금융체제, 신자유주의 금융축적체제, 증권화로 특징짓는 금융산업 수익의 구조적 변화, 공포와 탐욕, 그리고 인센티브 구조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탈규제’ 정책과 이데올로기, 그리고 이것이 금융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밝히는 작업일 것이다. 이는 금융시장의 새로운 규제와 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데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정부 개입은 ‘문제’이며 시장의 자기규제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성행하였다. 이러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1980년부터 9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규제완화 조치가 실시되었다. 그러나 2004년을 기점으로 서브프라임과 증권화(securitization) 시장의 급팽창했음을 고려할 때, 20세기 말에 일어났던 일련의 조치들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닷컴버블 붕괴 이후 금리를 1퍼센트까지 내린 이후, 2004년부터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이 기간 폭발적으로 부동산 파생상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첫째, 1999년 금융현대화 법안(Financial Modernization of 1999)은 금융기업의 다각화를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따라서 단기 수익률 및 시장 점유율 경쟁에 몰입한 금융기업들은 핵심사업과 무관한 비전문 사업 부문에 무차별적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이른바 금융빅뱅의 신천지가 열린 셈이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의 대표적 피해자가 AIG라고 할 수 있다. AIG는 전 세계 130개 국가에서 11만 6000명을 고용한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였다. 그러나 AIG의 몰락은 AIG Financial Products라고 알려진 소규모 런던 지사의 부실에서 비롯되었다. 직원이 400명도 채 되지 않은 이 조그만(?) 회사는 엄청난 규모의 신용부도스왑(CDS)을 거래하였다. 회사채(2,940억 달러), 유럽의 주택담보대출(1,410억 달러), 서브프라임 CDO(780억 달러) 등 5,130억 달러에 달하는 CDS를 거래하다 그룹 전체를 몰락하게 만들었다.

둘째, 2000년의 상품현대화 법안(Commodity Futures Modernization Act of 2000)의 도입이다. 이 조치로 SEC(증권선물거래소)와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지니고 있었던 스왑 거래에 대한 규제 권한이 사실상 폐지되었다. SEC의 경우, 모든 증권 관련 스왑 거래(any security-based swap agreement)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금지되었다. 또한 CFTC는 ‘농업 상품’에 대한 규제만을 책임지도록 ‘현대화’되었다. 따라서 신용부도스왑(CDS)이나 주식부도스왑(EDS) 등은 이 조항에 따라 아무런 규제나 감독 없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CDS가 기초자산의 디폴트에 대비한 파생상품인데 비해, EDS는 기업의 주가하락에 대비한 파생상품이다. 새로운 금융환경의 변화로 CDS 시장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62조 달러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세 번째로 주목되는 법안이 2000년 11월 수정된 ‘피고용자 은퇴소득 보장 법안(Employee Retirement Income Security Act)이다. 이 법안은 1999년 10월, 모건스탠리가 노동부에 보낸 요구에 기초하여 수정된 것으로, 연기금이 투자등급 특수목적법인(SPE) 증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허가하였다. 이 법안이 도입됨에 따라 기초자산이 투자등급 이하일지라도, 증권화 과정에 따라 MBS, ABS, CDO2 등으로 각색된 BBB 이상 증권을 연기금이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부동산 파생상품의 투자수요를 증가시켜,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버블을 유지시킨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물론 앞서 언급한 CDS 시장의 활성화가 CDS 거래로 위험을 회피하는 새로운 CDO(예를 들어 합성 CDO) 개발의 요인으로도 작용하였다.

넷째, 2004년을 기점으로 한 일련의 규제완화 및 정책변화 조치들이다. 이는 2004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서브프라임 대출 및 부동산 파생상품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주택담보대출(Mortgages)은 GDP의 20퍼센트(04년 1월)에서 26퍼센트(08년 3월)까지 증가하였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을 증권화한 RMBS는 GDP의 7퍼센트(04년 3월)에서 18퍼센트(07년 6월)까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3. 2004년 신바젤협약 체제와 금융환경의 변화

우선, 2004년 6월에 최종 확정되어 공표된 바젤2 ‘권고안(revised framework)’, 즉 신바젤협약 체제로 전환되는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바젤 체제에서는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위험 가중치가 50퍼센트였는데, 바젤2 협약에 따르면 35퍼센트로 줄어들게 되었다. 즉 기존의 자본금을 가지고도 주택담보대출을 상대적으로 늘리면 BIS 기준을 충족시키고도 자산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감독당국의 승인만 받으면, 은행 자체적으로 내부 신용평가모형(Internal ratings-based; IRB)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미국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조사에 따르면, 신바젤협약 체제에서는 내부평가모형을 도입하면 65퍼센트 정도의 위험가중치를 줄일 수 있다. 즉 주택담보대출에 50퍼센트가 적용되던 위험가중치가 15~20퍼센트로 줄어든다는 말이다.

또한 MBS나 CDO와 같은 자산유동화 증권은 바젤2 체제에서는 신용등급별로 가중치가 매겨지는데, AAA 등급인 경우 가중치가 7퍼센트로 줄어들 수 있다. 상업은행의 입장에서, 대출채권을 매각하여 위험이전요건을 충족하면 기초자산에 대한 자기자본규제가 면제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를 종합하면, 은행은 신바젤협약 체제에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35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으며, 내부평가모형을 도입하면 최대 15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위험이전요건을 충족하거나, 높은 신용등급을 통해 부동산 파생상품에 더 낮은 위험가중치를 적용받을 수 있다. 따라서 금융기업은 변화된 금융환경에 맞게 BIS 비율을 충족하면서도 최적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장부상의 조정을 2004년부터 미리 진행하였다. 전직 투자은행 고위 임원의 증언은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해준다.

“우리는 2004년에 공표된 바젤2의 의미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비즈니스 환경에 실로 엄청난 변화를 의미하므로, 시행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내부 세미나와 미팅은 2004년 공표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적어도 4~5년 동안 검토하고 예상되는 전략을 채택하였다.…이것은 정확히 세제 변화와 동일하다.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영역은 더 넓어진다!…내부 비즈니스에 어떠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내부자도 완전히 알기 어려운데, 외부자(감독기관)가 알기란 불가능하다. 어떻게 측정하고 보고해야 하는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은 무한하다. 우리의 내부 과정과 자원은 막대하므로, 이 세상에서 제아무리 최대의 능력을 지닌 감독기관도 우리를 따라 갈 수는 없다.”(Blundell-Wignall, 2008)

바젤2는 유럽에서 2007년부터 시행되었는데, 예를 들어 파산한 영국의 노던록 은행을 보면 이는 더욱 명백해진다. 노던록은 2년 반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7년 6월부터 바젤2를 적용하였다. 연평균 25퍼센트의 자산 증가율, 75퍼센트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로 자산을 집중하였는데, 바젤2가 제공한 규제차익의 독약을 마신 셈이다.

금융위기가 폭발하기 직전인 2007년 6월, 노던록의 핵심자기자본(Tier 1)은 22억 파운드에 불과했다. 총자산(1130억 파운드)의 1.9퍼센트에 불과했지만,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하여 위험가중자산이 190억 파운드로 대폭 줄어들었다. 따라서 총자산의 1.9퍼센트로 위험가중자산의 11.3퍼센트에 달하는 높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변화가 자산유동화시장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정부보증업체(GSE)에 대한 규제 강화와 월가의 시장점유율 증가다. 이른바 규제의 비대칭성에 따른 규제차익, 시장 편향의 규제가 초래한 문제점이다. GSE는 주택담보대출을 보증하고 유동성을 증가시켜, 미국의 일관된 주택정책인 자가 소유 확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도입된 공적 기관이다. 이에 비해 월가는 주택담보대출채권을 GSE에 매각하고 수수료를 받음으로써 수익을 창출하였다.

아래 그림4에서 보는 것처럼, 주택담보대출이 증권화 되는 비중은 90년대 초반 40퍼센트에서 2000년대에는 60퍼센트까지 상승하였다. 특히 2004년을 전후로 GSE의 점유율은 하락하는데 비해, 월가의 MBS 점유율은 급격히 늘어난다.

증권화 시장이 황금알 거위로 부상하자, 월가는 시시탐탐 GSE가 누리고 있던 시장에 진출하기를 희망하였다. 민영화라는 것이 사실, 대부분 정부나 공기업이 공급하는 시장에 사기업이 진출하기 위한 시장의 이데올로기다. 정부가 ‘문제’고 시장이 ‘해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더구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겸업할 수 있게 되면서 대출채권을 굳이 GSE에 매각하지 않고 자회사인 투자은행에 매각하여 자체적으로 증권화 시킬 수 있는 기반 또한 구축되었다. 이에 따라 끊임없이 회계 부정 의혹을 거론하고, 시장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여론을 부추겨 GSE는 2004년부터 규제를 받게 된다.

따라서 2004년 초에 GSE에 대해서 최소 자본금의 30퍼센트 이상의 자본금을 확충할 것을 요구하고, 2006년부터는 자산 수준을 동결시키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예를 들어 프레디맥(Freddie Mac) 경우 매 분기 자산이 0.5퍼센트 이상 증가시킬 수 없도록 규제되었다.

더군다나 2004년부터 SEC는 투자은행이 자체적으로 자본을 계산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통합감독프로그램’(consolidated supervised entities program)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이전에는 순자본의 15배에 해당하는 부채만을 허용한 이른바 15:1 레버리지 규칙을 적용했지만, 새로운 제도 하에서 40:1까지 레버리지 비율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금융 감독과 규제가 시장 편향적으로 변함에 따라 월가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금융공학을 통해서 파생상품을 쏟아내었다. 결국 닷컴버블 붕괴 이후 금리를 1퍼센트까지 내리던 2001~2003 시기 리파이낸싱 대출이 주로 증가하였다면, 2004년부터 금리가 상승하던 시기에는 금융기업의 ‘혁신’을 통해 부동산 파생상품이 증가하였다. 따라서 금리가 상승한 금융환경의 변화에도 부동산시장의 버블은 유지되고 확대될 수 있었다.

4. 금융위기의 교훈과 과제

1970년대부터 부동산 자산에 도입된 증권화 기법은 현재 거의 모든 경제활동에 도입되고 있다. 80년대 중반 설비리스의 증권화를 시작으로, 자동차대출, 신용카드, 학자금대출 등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탄소배출권, 인프라 대출 등 현금흐름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담보에 대해서 증권화 기법이 도입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생명보험을 증권화 시키는 기법을 고안중이라 한다. 주택담보대출의 증권화시장이 9410억 달러(2007)에서 최근 1690억 달러까지 축소되어,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월가는 또 다시 현란한 금융 ‘혁신’을 도입하고 있다. 생명보험시장이 26조 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월가가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의 파산에 베팅을 할 수 있는 CDS를 도입하여 금융공황의 주범으로 몰린 것이 엊그제인데, 인간의 생명에 베팅을 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더군다나, 기업과 달리 사람이 빨리 죽는 것은 주가나 다른 경제변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위험을 회피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증폭시키지 않는 최적의 상품이라 극찬까지 하고 있다. 월가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음을 생생히 알려주고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자신의 이기적 행위가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인간은 헤아릴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이기적 행위를 탐욕과 비합리성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오히려 모든 시장의 참여자는 ‘합리적으로’ 행동하였다. 금융빅뱅에 따른 경쟁의 격화, 자기자본수익률 목표를 맞추기 위한 금융기관의 인센티브, 천문학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개인의 단기 인센티브에 따라,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개별 금융기관의 축적에 대한 배타적 동기는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피드백 효과를 통해 금융의 취약성과 시스템 리스크를 증폭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적, 간접적 효과는 너무도 복잡하여 개인의 의사결정에 포함되어 계산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대마불사’의 논리로 이러한 효과를 제거하려고 노력하였다. 위험은 체계적으로 증폭되는 기제를 구축하고 있다.

금융부문의 관리와 조정을 경쟁과 이윤동기에 전적으로 내맡기면 필연적으로 단기주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모든 수단의 동원, 사회적 이익을 침해하는 이익의 사유화 경향이 발생한다. 그리고 시장기제는 내재적으로 “안정성이 불안정성을 초래”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금융위기의 가장 큰 교훈은 금융시장은 주의 깊게 감독하고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이익(시스템 안정성)은 사적 금융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사적 이익보다 항상 우선해야 한다. 따라서 규제를 설계할 때 개인의 단기 이익을 침해하더라도 체제의 이익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이익은 건전하고 안전한 금융체제가 구축되지 않고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금융혁신’은 다른 경제적 혁신보다 더욱 주의 깊게 감독되어야 한다. 시장주의자들은 규제가 혁신을 질식시키는 장애물이라 간주하는데 이는 편향적으로 지식을 섭취한 결과다.

예를 들어 식약청이 새로운 상품과 운영기법이 도입될 때 사전에 감독한다고 해서 시장의 경쟁이 위축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식약청은 감독과 승인 과정을 통해 신상품 개발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강화하도록 인증을 부여하며, 임상실험을 통해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시간 또한 제공한다. 이러한 감독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단기 이윤과 시장점유율을 추구하는 기제에 따라, 우리의 건강에 해롭지만 이윤이 쏟아지는 식품과 의약품이 쏟아질 것은 자명한 이치다.

동일한 원리가 금융상품에도 적용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 특히 금융시장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짐에도 불구하고 규제는 갈수록 완화되고 있다. 새로운 금융상품이 안전한지도 모른 채, 잠재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른 채, 대량실업, 경제위기가 발생할 미래의 어느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파생금융상품의 감독은 ‘어렵다’는 푸념만 내던질 것이 아니라, 파생상품은 사전에 반드시 감독되고 안전 테스트를 거쳐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의 금융위기는 80년대 이후 진행된 장기적인 규제완화와 시장메커니즘에 내재적인 파괴적인 금융혁신의 결과임을 똑똑히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부분적으로는 시장기제와 이윤 동기는 항상 사회적으로 최적 결과를 양산하고 정부는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의 결과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위기의 원인으로 서브프라임 대출, 투기, 탐욕 등을 지적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요인에 불과하다.

특히 작년부터 뉴타운 공약을 통해 거대집권여당이 탄생함에 따라 ‘욕망의 정치’를 거론하며 대중의 탐욕에 비판을 집중함에도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현상을 설명하는데서 인간의 탐욕적 본성도 하나의 설명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탐욕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인센티브와 추동력에 집중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기제는 아무리 훌륭한 도덕성과 양심을 지니고 있는 인간도 탐욕적으로 행동하도록 강제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탐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안한 노후, 고용, 소득이 주어진 조건에서 투기에 편승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이는 사회적 규범으로 작용하였다.

게다가 인간은 모든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면 나 또한 문제없다고 ‘위안’을 삼는 경향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는 도덕성이나 ‘나쁜’ 행위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시스템 실패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시스템 자체가 불법이건 합법이건 위험한 금융 행위를 장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개별적 기준으로 금융기업의 ‘나쁜’ 행위를 감독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따라서 모든 개인과 금융기업은 사회가 강제하는 행위의 규범에 따라 합리적이고 현명하게 행동했지만, 시스템 불안정성을 점점 증폭시켰다고 말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새로운 경제적 패러다임, 개인의 금융축적 동기를 추구함에 있어서 준거로서 활용할 사회적 규범에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 경제 주체가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규제와 감독을 재설계하는 작업도 필수적이지만, 고용과 사회보장 등 사회경제적 안정을 구축하는 개혁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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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09.17 13:06



세계 금융위기, 그 끝은 어디인가


미국의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한데 이어 3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미국 최대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 합병되는 결정이 내려졌다. 미국 양대 정부보증 모기지 업체(GSE)인 프레디맥과 패니매이에 공적자금 2천억 달러가 투입되기로 결정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미국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에 구제 금융 300억 달러를 투입하고 JP모건 체이스와의 합병을 유도한 것이 지난 3월 14일의 일이다. 그 후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500포인트 이상 폭락한 미국 증시를 필두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세계경제는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도 추석 직후인 9월 16일, 1400선이 맥없이 무너져 하루에 51조원의 평가자산이 공중 분해되고 환율은 외환위기 이래 최대치인 51원이 폭등해 116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그런데 진정한 문제는 이 금융불안의 끝이 어디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를 포함한 일부 분석가들은 리먼브라더스와 메릴린치의 파산, 인수합병 결정으로 오히려 금융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제거되어 금융 안정화에 한걸음 다가섰다고 자위하고 있다. 일부는 위기의 끝이 보이고 기회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3월 미국 연준이 베어스턴스 구제 금융을 결정했을 때도 위기는 진정되었다고 믿었다. 일주일 전 매니매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을 때도 이제는 상황이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움직였고 이제 다음은 누구인가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시각으로 9월 16일, 또다시 미국 연방정부는 파산직전까지 몰린 최대 보험사 AIG에 무려 850~900억 달러를 투입하여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베어스턴스, 패니매이, 프레디맥에 이어 4번째로 개별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직접적 구제금융이 전격 실시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다. 미국 최대 저축대부조합인 워싱턴뮤추얼이 다음 차례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남아있는 미국의 1, 2위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조차 금융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는 주장도 들린다. 최고의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가 발표한 3분기 순이익은 무려 70%가 급감하여 9년 만에 최대 감소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계 주요 국가 정부들이 수백억 달러씩 유동성을 풀겠다고 발표했는데도 금융 불안은 전혀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모기지를 담보로 한 구조화 파생상품인 RMBS와 CDO에 이어 일종의 모기지 보증보험인 신용디폴트스왑(CDS)으로 부실이 확산되고 있는 징후도 보인다. 한 세기만에 올까 말까한 금융위기가 왔다고 주장하는 마당에 누군들 그 끝을 장담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위기의 시발점이었던 주택담보 부실이 해소되지 않고 주택가격이 여전히 하강곡선을 타고 있는데 위기가 끝났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시장 스스로가 신뢰를 회복해야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진정시킬 대책으로 각종 언론매체와 분석가들이 입을 모아 주장하는 것이 바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부실위험에 빠진 AIG나 워싱턴뮤추얼을 포함하여 주요 금융기관들이 ‘시장’이 신뢰할 만한 자구책과 자금조달 계획을 세워야 상황이 진정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살펴보자. 금융시스템에 존재했던 각종 규제와 업무 장벽을 허물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기 시작하면서 금융위기와 파국의 씨앗이 잉태되었던 것 아닌가. 1930년대 대공황을 겪은 후 은행과 증권, 보험 업무를 분리시킨 ‘글래스-스티걸법’은 1999년 ‘그램-리치-브릴리법’으로 무력화되었고, 규제와 감독을 거의 받지 않는 헤지펀드가 등장하여 위험도가 극히 높은 각종 파생상품을 제한 없이 대량으로 유통시켰고, 규제가 풀린 투자은행과 상업은행들이 여기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오늘의 세계적인 금융파국이 초래된 것이다.

시장이 조장한 금융부실을 번번이 해소시켜준 것은 바로 시장이 아니라 국가였다. 이번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베어스턴스로 확산되고, 양대 모기지 업체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갈 때 그것을 막은 것은 미국 연방 정부였다. 리먼브라더스의 경우 정부가 지원을 포기했기 때문에 곧바로 파산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 연말 모기지 부실로 인해 씨티그룹과 메릴린치 등 대형 은행이 불안해지자 이를 긴급히 구제해준 것은 바로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였다. 그러나 그 후 손실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시장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되자,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대규모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이들 국부펀드마저 미국 대형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하는 상황을 보면서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즉, 시장 메커니즘을 따라 확산된 파생상품 연쇄고리와 부실의 사슬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어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몇 개 금융기업을 구제해 준다고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어려울 때는 정부에게 손을 벌리다가, 심지어 정부가 개입해도 해결이 용이하지 않을 만큼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 것은 바로 시장 자신이다.

따라서 지금 신뢰를 얻어야 할 대상은 바로 시장 자신이다. 불신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금융시장 자체다. 금융시장은 각국의 정부들과 국민들에게 자신이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규제 풀린 시장만능의 금융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GM의 구제요청을 들어줄 겨를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위기는 오직 금융기업에 국한 되는가.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 산업을 대표해왔던 GM과 포드 등 전통 제조업들도 수년전부터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는 상태이며, 최근 금융위기로 이들 역시 파산위기에 직면했다. 이들 기업이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의 도요타에게 추월당한 것은 물론 신용상태가 이미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현재 GM의 회사채 금리는 17~27%, 포드의 회사채는 15%에 거래된다. 사실상 신용이 거의 바닥이라고 할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GM과 포드는 올해 2분기에만 약 24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사상 최악의 경영상황에 내몰린 GM, 포드, 클라이슬러 등 자동차 3사는 현재 미국 연방정부에게 ‘에너지 고효율 자동차 개발’ 명목으로 500억 달러 자금 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는 상태다. 연방정부는 250억 달러 자금 지원을 결정하고도 여전히 집행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금융시스템 부실의 파급을 막는데도 힘에 부쳐,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여지가 없는 상태다.

물론 이런 결과는 미국 산업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은 철저히 금융산업에 의존하는 성장을 해왔다. 미국 기업의 순이익 가운데 1/3가량이 금융기업에서 나올 정도다. 최근 파산위기에 직면한 투자은행들이 하나같이 50대 글로벌 기업 안에 드는 대규모 기업들이라는 사실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때 GM은 자동차 제조업에서 밀리는 경쟁력을 금융부분을 키워 만회하려고 했다. 그래서 GM의 수익가운데 금융자회사인 자동차 할부금융회사 GMAC의 비중이 갈수록 커졌다. 하지만 모기지 부실 사태가 커지고 신용경색이 시작되면서 GMAC은 GM의 수익 원천이 아니라 손실 원천으로 탈바꿈했다.

뒤늦게 GMAC은 인력 규모가 1만 4천명에 달했던 모기지 자회사인 레지던셜캐피털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을 서둘렀다. 그러나 이미 7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기록하면서 총 72억 달러의 손실을 본 상태다. 결국 도요타의 자동차금융 및 리스사업 자회사인 도요타파이낸셜서비스가 미국 시장 상반기 시장점유율 6.35%를 기록하며 6.2%를 차지한 GMAC를 추월했다.

GM과 같은 적자 기업은 물론 우량기업들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전체 실물경제가 위기에 처하고 있다. 프리츠 핸더슨 GM 사장은 지난 15일, "기업의 신용시장 차입이 대부분 중단된 상태"라면서 리먼브라더스 위기로 "당분간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최소한 몇 주 아니면 몇 달간 험난할 수밖에 없다"면서 "AAA+등급 기업 정도나 금융시장을 통한 차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선거운동 연설에서 “월스트리트 위기가 문제가 아니라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 위기가 더 문제”라고 한 지적은 그런 점에서 전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IT를 비롯한 몇몇 분야를 제외한 제조업 분야에서 상당부분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경제가 비금융 분야에서 경제회생의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산업은행의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청와대가 막았다?

세계 금융위기로 유수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하거나 파산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한국은 글로벌 투자은행 육성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향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어처구니 없는 것이 바로 산업은행의 리먼브라더스 인수시도였다.

현 정부는 산업은행을 민영화 한 후 투자은행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에 전 리먼브라더스 한국지사 대표였던 민유성씨를 산업은행 총재로 임명했고, 지난 6월에는 부실에 빠진 리먼브라더스 인수합병 시도를 시작한다. 명목은 세계 굴지의 글로벌 투자은행을 인수하면 “한국 금융기관들의 눈높이가 일제히 월스트리트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말로만 외치던 금융세계화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것이다.

이후 8월에는 보다 구체적인 인수협상에 들어가는데,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는 9월 16일 기자들과의 얘기에서 “위험을 분리하고 구조조정을 거쳐 리먼을 인수했더라면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강한 집착을 보였다. 실제 9월 10일까지 자금 투입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내년 2월에 자금을 투입하는 구체적인 일정까지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레시안>에 의하면 <조선일보>를 비롯한 유력 보수 일간지 역시 최근까지 산업은행의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권유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8월 27일자 <조선일보>에는 “만년 금융 후진국인 우리가 요즘과 같은 가격에 세계 일류를 인수할 기회는 자주오지 않는다. 리먼의 위험만큼 기회가 커보이는 것은 그때문”이라는 주장이 실렸다.

이처럼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종용했던 보수 언론들은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하자 전혀 다른 주장을 한다. <미디어 오늘>이 보도한 바에 의하면 <동아일보>의 경우 9월 16일자 기사에서 "산업은행이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든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한때 강력 추진했으나 청와대의 반대로 최종 단계에서 포기했던 것으로 16일 알려졌다"고 주장하여 리먼브라더스 인수포기에 청와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을 내비쳤고, 이어 청와대가 이를 전면 부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초 리먼브라더스 인수에 구체적 관심을 가졌던 금융기관은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 외에 미국과 항상 긴밀한 공조를 취해왔던 영국계의 바클레이 정도였다. 유럽의 어떤 금융기관도,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도 부실 덩어리인 리먼브라더스 인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위험만큼 기회가 컸던 것이 아니라” 오로지 ‘손실 위험’만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색이 국책은행이고 정부가 총재를 임명하는 산업은행에서 자그마치 60억 달러를 투입해야 했던 리먼브라더스 인수 협상을 독자적으로 결정해서 추진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지금은 우리나라도 달러 수급 부족에 허덕이고 있고 9월 위기설로 외환시장이 요동치던 상황아닌가.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한 ‘챕터11’은 법원 감독아래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한 것으로 공식적인 청산을 의미하는 ‘챕터 7’은 아니다. 산업은행의 자금 투입 여지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굴지의 글로벌 금융기업마저 줄줄이 파산위기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업에 기반한 국민경제를 다시 생각할 때

금융혁신을 내세우며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월가 금융기업들의 첨단 금융기법이 고수익을 내며 승승장구하던 시절은 길게 봐야 30년, 한 세대를 갓 넘겼을 뿐이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현재 첨단 금융기법의 총아였던 파생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실정이다. 한발 더 나아가 현재 금융위기의 중심부가 되고 있는 ‘투자은행 수익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조차 9월 16일자 기사에서 현재 세계 금융위기로 기존의 투자은행 모델이 지고 전통적인 상업은행이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작 연 3~4% 이익밖에 보장되지 않는 과거식 자산운용을 벗어나 단기간에 30~40%의 수익률을 좇아갔던 최근의 관행에 대한 비판이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내년 2월 자본시장 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유력 제조업들마저 금융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국민은행 등 유력 은행들이 글로벌 은행으로 가겠다며 빅뱅을 서두르면서 이들 역시 투자은행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마저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민영화를 앞세워 투자은행 시장을 키우는데 조력하고 있는 형편이다. 조만간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이 투자은행 시장으로 유입될 상황이다.

사실 지난 신자유주의 30여년의 역사는 경제 금융화(financialization)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금융화란 무엇인가? 국민경제에서 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제조업 상품의 생산이나 교역보다는 금융 상품과 금융 거래를 통한 이윤 창출의 계기와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자본 이동의 자유와 속도가 빨라지고 금융시장의 통합성이 높아지는 현상이 금융화의 표면적 모습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모든 현상은 ‘금융 혁신’, ‘금융 첨단화’라는 이름 아래 정보통신기술의 혁명과 맞물리면서 초고속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금융은 세계적으로 급팽창하였고 미국 월가는 글로벌 경제의 심장부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더 이상 사람이 노동을 하고 노동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일하는 경제(Money working Economy)’, 우리가 잠든 사이에 돈이 지구를 돌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발상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리고 금융이야 말로 선진국 경제가 발전하는 원동력이자 ‘미래의 핵심 성장 산업’으로 추앙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늘날 신자유주의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일궈냈던 금융시스템은 신자유주의를 끝없는 함정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그 결과가 현재의 세계 금융위기다. 금융기업에 밀려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제조업들에게 다시 주목을 돌리는 것은 첨단을 거스르는 구태의연한 발상일까? 아니면 지금 목도하고 있는 금융위기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다시 찾아야 할 정도일까?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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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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