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23정태인/새사연 원장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 중 누가 승리할까. 양 캠프는 전략을 짜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원래 이런 용도로 개발된 게임이론을 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설프게 게임이론을 적용해서 바로 답을 이끌어내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전략에 따라 나에게 어떤 이익(payoff)이 있을 것인가부터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임 중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것은 치킨게임(또는 매-비둘기게임)이다. 60년대에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는 미친 놀이가 유행했다. 차를 마주 달려 누가 피하는가를 가리는 게임이다.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서 그랬듯이 흔히 여성을 두고 용기를 뽐낼 때 이런 황당한 짓을 했다. 죽음이 두려워 핸들을 돌린다면 그는 겁쟁이, 즉 치킨이 된다. 그렇다고 둘 다 질끈 눈감고 액셀레이터를 밟는다면 그건 대략 사망이다. 치킨이 되느냐, 죽느냐의 선택. 그러므로 치킨게임은 딜레마에 속한다. 만일 두 젊은이가 제 정신이라면 적어도 둘 중 하나가 마지막 순간에 핸들을 틀 것이다. 하여 이 게임의 ‘내시 균형’은 둘 중 하나가 치킨이 되는 것이다(표에서 [B]와 [C]가 균형이다).

만일 두 후보가 완주를 한다면 박근혜 후보는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결과는 두 젊은이의 사망에 비견할만한 재앙이다. 문-안 두 캠프 둘 중 하나는 모두를 위해서, 동시에 스스로를 위해서도 양보해야 한다. 

결국 누가 양보하느냐가 문제다. 그러므로 치킨게임에서 승리하는 길은 상대가 나를 ‘미친 놈’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브레이크를 망가뜨리고 그 사실을 상대에게 보여주면 된다. 실제로 미국과 소련이 핵무장 경쟁을 벌일 때 서방언론이 닉슨대통령에게 “미친 놈”이라고 비판하자 그가 “그렇게 보이는 것이 내 목적”이라고 했다거나, 신립의 ‘배수진’, 가다피의 ‘인간방패’, 큐브릭의 ‘최후의 날 기계’가 모두 그런 ‘신호 보내기’이다.

현재의 대선도 다르지 않다. 최근에 양쪽이 모두 완주를 다짐하면서 상대가 양보해야 하는 이유를 거듭 천명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안캠의 ‘선 정치개혁론’이나 문캠의 ‘무소속대통령 불가론’이 바로 그런 역할을 맡고 있다. 지도부의 이런 태도는 캠프의 지지자들을 감정적으로 대립하게 만든다. 

인간은 게임이론에서 상정하는 것처럼 충분히 ‘합리적’이지 않거나, 자신의 이익을 주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종종 비극이 벌어진다([D]의 선택). 모두 완주해도 이길 수 있다거나(87년의 ‘3자필승론’, [D]의 자기 몫만 5쯤으로 뻥튀기하는 것), “차라리 박근혜가 낫다”는 주장이 나온다든가, 적어도 훨씬 많은 비난을 뒤집어쓸 3등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마취시키는 경우가 그렇다. 미래는 불확실하니 얼마든지 그럴듯한 근거는 만들 수 있다. 

과연 이 딜레마에서 빠져 나와 모두 승리하는 비법은 없을까? 있다. [A]의 양쪽 보수를 동시에 늘리면 된다. 즉 현재의 (3,3)을 (5,5)로 만들면 [A]가 유일한 내시균형이 된다. 시민(연합)정부가 바로 그것이다. 둘 사이의 협상이 어렵다면 양쪽 지지자를 넘어 정권교체를 바라는 모든 시민들이 [A]의 보수를 정하도록 하면 된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 특징적인 ‘선거 전 연합’은 승리한 정부 정책 뿐 아니라 내각도 미리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 어떤 정책이 절실한가에 합의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합한 인물들의 풀을 제시할 수 있다. 이렇게 시민들이 흔쾌히 합의하는 정부가 들어서야만 집권 후 개혁을 저지하려는 지배동맹으로부터 ‘우리 정부’를 지킬 수 있다. 선거에서 승리할 뿐 아니라 최초의 ‘성공한 대통령’까지 되려면 치킨게임의 딜레마를 이렇게 풀어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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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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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착하게 살면 다 해결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사회적 딜레마 게임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모든 사람이 이타적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자신의 보수를 고려했던 것과 달리 남의 보수만을 고려하여 게임이론을 전개하면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하면서 죄수의 딜레마의 경우를 다시 살펴보자. B가 협력을 선택할 때 A도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3을 얻는다. 반면 A가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1을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이번에 B가 배반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A가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4를 얻고, A도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2를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즉, A는 B가 무엇을 택하든지 협력을 택해서 상대방의 보수를 최대화할 것이다. B의 경우도 A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협력을 택하게 된다. 따라서 A와 B 모두 협력을 택하고 (3,3)이 새로운 내쉬균형이 된다. 이는 두 사람의 보수의 합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점이다.

사슴사냥게임의 경우도 똑같이 적용해보자. B가 협력을 선택할 때 A도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4를 얻는다. 반면 A가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1을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이번에 B가 배반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A가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3을 얻고, A도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2를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즉, A는 B가 무엇을 택하든지 협력을 택해서 상대방의 보수를 최대화할 것이다. B의 경우도 A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협력을 택하게 된다. 따라서 A와 B 모두 협력을 택하고 (4,4)가 새로운 내쉬균형이 된다. 이 역시 두 사람의 보수의 합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하다.

치킨게임은 어떨까? B가 협력을 선택할 때 A도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3을 얻는다. 반면 A가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2를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이번에 B가 배반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A가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4를 얻고, A도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1을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즉, A는 B가 무엇을 택하든지 협력을 택해서 상대방의 보수를 최대화할 것이다. B의 경우도 A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협력을 택하게 된다. 따라서 A와 B 모두 협력을 택하고 (3,3)이 새로운 내쉬균형이 된다. 역시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점이다.

이처럼 모두가 남을 생각한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종교의 가르침이 바로 이것이다. 종교적 해법은 굉장히 강력해서 모든 사회적 딜레마 게임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류 역사에서 종교적 해법이 장기적 성공을 거둔 경우는 없다. 왜일까?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기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니지만 이기적 속성을 갖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 인간 안에 이타적인 모습도 존재하고 이기적인 모습도 존재한다.

인간은 언제 협력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할까? 대부분의 인간은 상대가 이기적일 때 자신도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손해를 보거나 바보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상대가 이타적이라고 확신한다면, 상대가 나에게 잘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자신도 이타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서로 이타적으로 행동했을 때, 서로 협력했을 때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크다면 그렇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규범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인간뿐 아니라 자연 속 동물들도 서로 협력할 때가 있다.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은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ional Seleciton)>에서 적자생존을 주장하지만 자연 곳곳에서 나타나는 동물의 이타적 행위 또한 설명하고자 했다. 그 중 대표적 사례로 꿀벌를 들었다. 꿀벌 사회는 한 마리의 여왕벌과 나머지 수 천 마리의 일벌로 이루어진다. 대다수 일벌은 여왕벌이 낳은 알을 돌보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목숨을 바친다. 일벌의 일생은 이타적 행위 그 자체이다.

비슷한 예로 남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미어캣이라는 몽구스과에 속하는 포유동물이 있다. 이들은 땅굴에서 집단서식을 하는데 서로 돌아가면서 보초를 선다. 침입자가 나타날 경우 보초는 위험을 알리기 위해 큰 소리로 신호를 보낸다. 이 덕분에 나머지 미어캣은 위험에 대비하고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지만, 큰 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킨 보초는 침입자의 눈에 띨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다. 흡혈박쥐들도 이타적 행동을 한다. 이들은 가축의 피를 빨아먹고 살아가는데 흡혈에 성공하지 못하는 날이 많다. 만약 충분한 피를 섭취하지 못해서 굶어죽을 상태에 이른 흡혈박쥐가 있을 경우 다른 흡혈박쥐가 자신이 빨아온 피를 나누어준다. 자신이 먹어야 할 몫을 포기하고 남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동물은 왜 이타적 행동을 할까? 사람은 왜 그럴까? 무임승차를 하면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하버드대학교의 생물학 및 수학과 교수인 노박(Martin Nowak)은 2006년 <협동 진화의 다섯 가지 규칙(Five Rules for the Evolution of Cooperation)>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여섯 페이지에 불과한 이 짧은 논문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협력하는 다섯 가지 경우를 보여준다.

인간 협력의 조건 1 : 피는 물보다 진하다

첫 번째는 혈연선택(Kin Selection)이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로도 표현된다. 혈연, 핏줄은 더 구체화되어 유전자로 설명된다. "나는 물에 빠진 2명의 동생 또는 8명의 조카를 살릴 의지가 있다"고 말한 생물학자 할데인(J. B. S. Haldane)의 장난스러운 설명 또한 이를 설명한다. 동생은 자신의 유전자의 절반을 공유하고 있고, 조카는 8분의 1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죽더라도 2명의 동생 또는 8명의 조카를 살릴 수 있다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생물의 가장 큰 목표인 종족보전을 위해서는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자신과 혈연관계가 있는 개체들을 돕고자 하는 이타적 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꿀벌도 미어캣도, 흡혈박쥐의 이타적 행동도 결국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종족을 보호하기 위한 '이기적인' 이타적 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를 영국의 생물학자 해밀턴(Hamilton)이 1960년대 확장하여 체계화 것이 해밀턴 법칙(Hamilton's Rule)이다. 다른 개체와 자신과의 연관성(relatedness)을 r이라 하고, 다른 개체를 돕는데 지불하는 비용(cost)을 c,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이익(benefit)을 b라 했을 때 r > c/b 인 경우에 이타적 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c/b는 이익 대비 비용의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이 숫자가 클수록 협력의 비용이 크며, 이 숫자가 작아질수록 협력의 이익이 크다. 이 비율보다 연관성이 클 때, 다시 말해 혈연관계가 긴밀할수록 이타적 행동이 잘 일어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설명은 적용 범위가 너무나 제한적이다. 내 가족, 친척에게만 적용될 수 있다. 내 친구들은 아무리 친하고, 서로를 배려한다고 해도 혈연관계나 유전자의 공유도로 따지자면 그 정도가 매우 미약하다. 혈연선택은 이를 설명하기 힘들다. 남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베풀어지는 선행의 경우에도 설명할 수 없다. 앞서 말한 동물들의 경우도 그렇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팀 클러튼 브록(Tim Clutton Brock)이 미어캣 집단을 관찰한 결과, 그들 속에는 혈연관계를 맺지 않은 이민자들도 섞여 있었지만 보초를 서는 횟수에 있어서 차별이 없었다. 이들의 이타적 행동이 반드시 유전자의 공유도 때문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인간 협력의 조건 2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두 번째는 직접 상호성(Direct Reciprocity)이다. A가 B를 도와주면 그 보답으로 B가 A를 도와준다는 것이다. 특히 둘 사이의 관계나 거래가 장기적이거나 반복될 때 직접 상호성이 많이 나타난다. 단골이 형성되는 경우가 이렇다. 가게가 좋은 물건을 팔면, 손님들은 이에 호응해서 그 가게만을 찾아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반복적인 관계가 형성되면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오늘 하루 조금 더 돈을 벌기 위해서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기보다 앞으로의 장기 거래를 생각해서 더 친절히 대하게 된다.

즉, 직접상호성에서는 반복의 횟수가 중요한데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w는 게임이 반복될 확률이고, c는 협력할 때 지불하는 비용이고, b는 협력할 때 얻게 되는 이익이라 한다면 w > c/b 인 경우에 이타적 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익 대비 비용의 비율보다 게임이 반복될 확률이 클 경우, 즉 반복되는 횟수가 클수록 이타적 행동이 잘 일어난다는 뜻이다.

우리가 앞서 살펴본 죄수의 딜레마도 이를 반복할 경우 다른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원래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상대방이 어떻게 하든지 상관없이 나는 배반하는 것이 (2,2)로 이득이었다. 하지만 반복해서 이런 거래를 할 경우 1회의 보수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게임 속에서 발생하는 보수의 합을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3,3)을 선택할 때 장기적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얻게 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1980년대에 미국의 정치학자 악셀로드(Robert Axelrod)는 죄수의 게임을 반복할 경우 최선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전 세계의 경제학자, 게임이론가, 컴퓨터과학자 등을 대상으로 토너먼트를 벌였다. 1등은 미국의 수학심리학자 아나톨 래퍼포트(Anatol Rapoport)가 제시한 TFT(Tit for Tat)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한마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처음에는 상대방에게 잘해준다. 그 후에는 상대방이 잘해주면 나도 잘해주고, 상대방이 잘못하면 나도 잘못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직전에 한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다. 이 간단한 전략이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 이 경우 일단 서로가 협력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협력할 수 있다. 즉, 계속해서 (3,3)의 보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방이 순간의 실수로 배반할 경우, 나도 배반하게 되어 계속해서 서로 배반하게 된다. 즉, 계속해서 (2,2)의 보수밖에 얻지 못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추가 전략이 몇 가지 필요하다. 서로 배반하는 선택이 어느 정도 계속될 경우 먼저 협력하여 변화의 기회를 꾀하는 것이다. 이를 GTFT(Generous TFT), 즉 관대한 TFT라 한다. 혹은 상대방이 두 번 연속해서 배반할 경우에만 똑같이 배반하는 전략이다. 상대방이 단 한 번 배반하고 다시 협력으로 돌아설 때에는 응징하지 않지만 두 번 이상 배반할 경우에는 응징하는 것이다. 이는 TF2T(Tif for 2 Tat)라 부른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잘 지내려면 처음에는 협력해라, 그리고는 상대방이 하는 대로 하라, 그런데 만약 배반이 계속되면 네가 먼저 협력하라. 이렇게 하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기적 인간과 대립하여 상정했던 상호적 인간의 특성에 딱 맞는 이야기이다. 2500년 전 성경과 논어에서 이미 알려주었던 황금률과도 같다.

하지만 경제학자들 중에는 직접상호성은 이타적 행위가 아니라 이기적 행위라고 규졍하기도 한다. 결국 장기적으로 자신이 얻는 보수가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것이므로 이기적 동기에 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또한 혈연선택과 마찬가지로 직접상호성도 제한적이다. 수많은 인류 중 내가 두 번 이상 만나는 사람, 나와 두 번 이상 거래를 하는 사람은 매우 소수이기 때문이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7)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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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2 / 17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론' (3)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적 딜레마 속에 살고 있다

시장경제는 인간은 이기적이고, 그 이기심을 따르면 시장에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맞지 않는 시장실패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시장실패는 개인의 이기심이 사회 전체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왜곡시켜서 발생한다. 개인의 이익 추구가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로 국한되었던 시장실패를 사회 전 영역으로 확장시킨 것이 사회적 딜레마이다. 거꾸로 말하면 사회적 딜레마의 일부분이 시장실패이다.

사회적 딜레마란 개인의 합리성에 기초한 행동이 전체의 합리성과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다. 즉, 개인이 이기적으로 행동해서 절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가 바로 사회적 딜레마라고 한다. 그런데 개인과 사회가 충돌하는 일은 인류 역사상 계속해서 발생했던 문제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의 대부분이 사회적 딜레마이다. 오히려 개인의 이익과 전체의 이익이 일치되는 것이 드문 경우이다.

요즘은 사회적 딜레마가 대학 논술문제에도 많이 나온다. 실제 대입 논술에 출제되었던 것으로 중국 고전 ‘여씨춘추’에 나오는 석저의 이야기가 있다. 석저는 형나라 소왕 때 치안관이었다. 어느 날 길에서 살인 사건을 조사하던 중 범인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를 체포하는 것은 아들로서 할 일이 못되고, 그렇다고 범인을 놓아준다면 치안관의 역할을 못하고 법을 어기는 것이 된다. 결국 갈등하던 석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더 일상적이고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학교나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팀 작업을 생각하면 된다. 팀 단위로 일을 하고, 성과를 내고, 보수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팀 내에 일을 하지 않고 뺀질거리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모두가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성과를 내면 그 사람은 거저 이익을 얻는 셈이다. 그 사람이 밉다고 모두 똑같이 일을 안 하면 그 팀은 망한다. 이 역시 사회적 딜레마이다.

사회적 딜레마의 사례 1 : 죄수의 딜레마

사회적 딜레마는 경제학뿐 아니라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흥미로운 주제로 연구되었다. 사회적 딜레마의 대표적 사례로 죄수의 딜레마, 공유지의 비극, 공공재 게임, 집단행동의 문제가 있다.

첫 번째,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는 가장 유명한 사례이다. 두 명의 범인이 잡혀왔는데 물증이 없다. 범인들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6개월 형을 산다. 검사는 자백을 받기 위해 두 범인을 분리시켜놓고 자백하는 사람은 풀어주겠다고 제안한다. 대신에 자백하지 않은 사람은 10년 형을 산다. 만약 두 범인이 모두 자백하면 각각 5년 형을 산다.

이 경우 A와 B의 형량을 합한 것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둘 다 자백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득이다. 하지만 A와 B는 둘 다 자백하는 가장 나쁜 결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자백 여부와 상관없이 내가 자백하는 쪽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게임이론을 이용하여 뒤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사회적 딜레마의 사례 2 : 공유지의 비극

두 번째,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다. 1986년 미국의 생물학자 가렛 하딘(Garret Hardin)이 1968년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한 짧은 논문 때문에 유명해졌다. 누구나 자유롭게 양에게 풀을 먹일 수 있는 공유지가 있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최대한 많은 양을 풀어서 풀을 먹여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행동한다면 공유지는 금세 황폐화되고 양들은 굶어 죽는다. 즉, 공동체 모두가 사용하는 공유자원은 소유권이 없어서 과잉소비되고 고갈된다는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 중 현재 우리 앞에 닥친 가장 큰 규모의 비극이 기후변화이다. 인간이 이기적으로 자기 이익만 추구하면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한다면 어떻게 될까? 환경이라는 공유지는 없어지고 인류는 절멸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만약 공유지의 비극이 실현되었다면 지구는 오래전에 망했어야 한다. 인류는 이미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한 연구를 해서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이 오스트롬(Elinor Ostrom)이다. 오스트롬은 정치학자인데 시장이나 정부의 개입만이 해결책이 아니라 공동체 내의 자치적 규율을 통해서 공유지가 효율적으로 관리되어 왔음을 보여주었다.

사회적 딜레마의 사례 3 : 공공재 게임

세 번째, 공공재 게임(Public Good Game)은 스위스 경제학자 에른스트 페르(Ernst Fehr)가 1990년대 실시한 재미있는 실험이다. 5명에게 5만원씩 나눠주고 공공계정에 기부하도록 한다. 공공계정에 기부한 돈은 3배로 커져서 다시 5명에게 고르게 분배된다. 누가 얼마를 기부했는지는 알려주지 공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공공계정에 10만 원이 모였다면 30만원으로 커져서 1인당 6만원씩 돌려받게 된다.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5명 모두 5만 원씩 내서 그 3배에 해당하는 15만 원을 돌려받는 것이다.

이 때 나만 돈을 기부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다른 4명이 공공계정에 5만 원씩 기부하면 총 20만 원, 이 돈은 60만 원이 되고 5명에게 각각 12만 원씩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나는 원래 갖고 있던 5만 원을 기부하지 않고 들고 있었으므로 총 17만 원을 얻게 된다. 내 이익을 생각한다면 기부하지 않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다들 자기 돈 5만 원만 들고 있을 수밖에 없다. 무임승차의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만약 누가 얼마를 냈는지 공개하면 어떻게 될까? 돈을 적게 낸 사람을 응징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게 될까? 행동경제학자들의 실험에 의하면 응징이라는 제도를 도입하자 기부액이 늘어났다. 반대로 돈을 많이 낸 사람에게 보상을 해주는 제도를 도입했을 때도 기부액은 늘어났다.

사회적 딜레마의 사례 4 : 집단행동의 문제

네 번째, 집단행동의 문제는 경제학자 1965년 올손(Mancur Olson)의 <집단행동의 논리(The Logic of Collective Action)>에서 정립되었다. 올손은 집단의 크기가 클수록 무임승차의 유인이 증대한다고 보았다. 즉, 많은 사람이 관련되어 있을수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흔히 드는 사례로 고장 난 공중전화는 굉장히 오랫동안 방치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공중전화를 고치기 위해서는 관리기관에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 나의 수고와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공중전화가 고쳐진다고 해서 나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크지 않다. 누가 나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중전화는 방치된다.

또 하나의 예로 투표장에서의 사표심리를 들 수 있다. 선거에서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면 투표를 하러 가지 않는다. 투표장에 가려면 비용이 들지만 내가 찍은 후보는 당선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봐야 안 될 것이라는 심리이다. 많은 사람이 이런 식으로 생각해버리면 그 후보는 진짜로 당선되지 못한다. 그래서 여론조사가 무서운 거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그리고 인류 역사에는 수많은 사회적 딜레마가 존재하고 있다. 과거 중세시대에는 종교 혹은 절대왕정이 지시와 명령을 통해서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변하는 사회정치적 철학과 이념은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이 변화하는 것이기도 했다.이후 근대에 등장한 철학자 홉스(Thomas Hobbes)는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 부른 국가를 통해서, 흄(David Hume)과 루소(Jean Jacques Rousseau)는 사회계약을 통해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시장에서 해결될 수 있다고 보았다. 물론 우리는 시장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자본주의 이후를 꿈꿨던 맑스(Karl Marx)는 계급, 바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보았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통해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해야 할까?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4)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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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05.02정태인/새사연 원장

뱅뱅 머릿 속을 맴돌 뿐,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예컨대 “그/그녀가 왜 나를 떠났을까”같은 종류다. 아무리 골몰해 봐야 답이 없을 것이라거나, 기껏 답이라고 내봐야 틀릴 수 밖에 없는 문제들을 나이가 들만큼 들어서야 분간하게 됐지만, 우석훈 박사가 영웅처럼 제기하고 돈키호테처럼 답(짱돌을 들으라니^^) 을 낸 ‘88만원 세대’가 그런 요령부득의 화두다.

요즘 내 결론은 ‘세대간 착취’이다. 내 자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결국 다음 세대 대부분을 착취하는 걸로 귀결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난 자본가가 노동자를 괴롭히려고 태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이윤극대화 방정식을 풀다 보니 그게 결국 착취에 이르른 것이 아닌가. 마찬가지로 기성 세대가 최선을 다한 결과가 결국 아이들 세대 전체를 착취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깨달음이다.

우리가 결코 빠져 나갈 수 없는 미로에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 있다. 혹시 내가 그 함정에 빠진 게 아닌가 싶을 때, 자문해봐야 할 리트머스 시험지는 이렇다. “남이 다 하면 나도 따라 할 수 밖에 없다”(공포), 그리고 “남이 다 안 하는 경우 나만 하면 ‘대박’이다”(탐욕). 이 두 질문에 “예”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바로 사교육이 그렇다. 그리고 부동산(주식)에 대한 우리 태도도 비슷하다. 남들이 다 과외시키는데 우리 애만 마냥 놔둘 수 없고, 남들이 다 빚내서 집사는데 나만 유유자적, 안빈낙도 하다간 영원히 셋방살이 신세일 거 같고, 반대로 남들이 다 안 하는 경우 어디 값싸고 좋은 과외 선생이나 잘 나갈 땅이 없나, 기웃거리는 우리는 바로 함정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죄수의 딜레마는 ‘김승옥의 염소’보다 더 힘이 세다.

두 게임의 결과로 사교육과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는 사실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래서 이 게임은 아주 희귀한 예외를 빼곤 백이면 백 부자들이 이긴다. 때론 지배계급이 처음부터 그런 게임을 설계할 수 있고 어쩌다 보니 그런 상황이 된 경우 부자들은 그야말로 횡재한 것이다. 졸릭(Zollick)의 ‘경쟁적 자유화’는 죄수의 딜레마를 응용한 것이고 김현종은 부처님 손바닥안의 손오공처럼 한미 FTA를 추진했다(앞에서 말한 리트머스 시험지를 적용해 보라).

집값과 땅값이 하늘로 치솟고 과외비에 허리가 휜다. 보릿고개가 사라진지 이미 오랜데, 우리 아이들이 더 절망적인 건 대부분 아무도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내 아이만은 그런 함정을 신묘하게 비켜 나갈 것이고 그러면 ‘대박’이라는 황당무계한 낙관이, 아무리 밤을 새 일해도 집을 살 수 없고 ‘신의 직장’에만 목을 매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래서 분명히 ‘세대간 착취’다.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까지 누려야 할 자연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만 미래를 착취하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의 근시안적 경쟁 탓에 이미 올라버릴대로 오른 집값을 아이들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단 1점에 목을 매게 하는 입시는 또 어떤가.

우리 모두 매일 한 삽씩 절망의 늪을 파면서 내 아이만은 늪 밖에, 아름다운 고층 빌딩에 살 수 있을거라는 터무니없는 낙관이 우리 아이들을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게임이론으로 말하자면 ‘죄수의 딜레마’를 ‘사슴사냥게임’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고 현실로 말하자면 지금의 무한경쟁에서 다 같이 빠져 나오자고 합의하면 된다.  

‘사교육 금지’, ‘부동산 투기 금지’에 마음을 모을 때만 비로소 이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 홀로 그럴 수 없다는 이유로 지는 게임을 계속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말 그대로 ‘88만원 세대’일 수 밖에 없다. 투기의 미몽에서 얼마간 벗어난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선은 우리에게 비춘 한줄기 빛이다.

이 글은 'PD저널'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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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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