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8 / 04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미국 선거에 관한 글을 소개한다. 올해 11월 치러지는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 롬니 의원이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모하메드 엘 에리언(Mohamed El Erian)은 아직 두 후보 사이의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특히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거의 유사하다고 본다. 실제로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 미국 경제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일자리를 만들고 금융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의 목표는 같더라도 그 방식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에리언은 경제 정책은 결국 사회적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며, 특히 재분배를 고려한 사회적 판단을 중요하게 보았다. 이런 점에서 다음 대통령은 개별 경제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포괄적인 경제 정책 세트를 내놓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부합하는 사회 정책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리고 이것이 두 후보 사이의 차이점이 될 것이라 보았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의 핵심은 결국 사회적 책임감에 관한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노력하는 사람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취약계층을 위한 보호를 강화하며, 부자들에게 공정함과 평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은 안하고 있지만 그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세계 최대 채권 투자회사 핌코(PIMCO)의 CEO이다. IMF에서도 일했으며 영국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2008년 선장한 최고의 책 <새로운 부의 탄생(When Markets Collide)>의 저자이다.

 

미국의 제한된 선택

(America's Constrained Choice)


 2012년 8월 1일

모하메드 엘 에리언(Mohamed El Erian)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한 일반적 통념은 부분적으로 옳다. 경제 문제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은 맞다. 하지만 그 다음은 매우 불확실하다. ‘못난이 대회’에서 승리한 사람은 상대방과 자신의 정책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다음 대통령의 임기는 2013년 1월에 시작된다. 지금 큰소리를 치는 오바마(Obama)와 롬니(Romney) 후보의 모습과 달리 새 당선자는 자신이 경제정책에 있어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미국을 위한다고 주장하는 후보들의 차이점은 유권자들에게 아직 전달되지 않고 있다. 후보들은 매우 비슷한 경제 대책을 제시하면서 사회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이 점이 후보들 사이의 차이이다.

누가 이기든지 내년 경제 성장률은 2% 미만일 것이다. 실업은 여전히 높고, 그 중 절반 정도는 해결하기 힘든 장기 실업 상태에 처할 것이다

금융 역시 우려의 대상이다. 재정 적자는 GDP의 10% 수준으로 지속될 것이며, 중기적으로 부채가 주는 위험을 더해질 것이다. 은행 부문도 여전히 위험하다. 은행은 중소기업의 신용 대출을 제한하여, 고용과 투자에 방해가 되고 있다. 주택 부문은 오직 고통스러운 디레버리징(부채 조정)이 부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시행되는 정책은 모두 똑같이 불안정할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언쟁에 매몰되어 있었던 탓에 미국 의회가 위기에 대한 행동을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렵다. 반면 연방준비은행(Fed)이 제시하는 실험적인 대응책과 적극적 행동은 경제에 이롭지 않으며, 비용과 위험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다.

미국 경제가 처한 세계 경제의 환경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향후 몇 달 동안 유럽의 부채 위기는 매우 나빠질 것이다. 신흥국 경제도 침체되면서 다자간 정책 조정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고, 정체된 파이를 위해 주요 무역 대국이 경쟁하면서 보호주의 압력은 증가할 것이다.

결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미트 롬니 중 누가 11월에 승리한다 해도, 다음 대통령은 시급한 경제적 안정과 장기적 개혁이라는 두 가지 상황에 가로막힐 것이다. 유럽의 침체, 그리고 그로 인한 세계경제의 침체 앞에서, 역동적인 일자리 창출과 금융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 외에 후보들이 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은 없다.

즉각적인 경제 부양책과 중기적인 재정 안정성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재정절벽(역주-재정절벽이란 지금까지 집행하던 예산이 갑자기 삭감되거나 중단되어 경제에 큰 충격이 오는 것으로 미국은 2013년 1월부터 Budget Control Act에 따라 1조 2천억 달러 재정 지출이 자동으로 삭감될 예정이어서 재정절벽을 맞게 된다.)을 적절히 제어하는 것이다. 특히 현재처럼 세금 감면 기한이 끝나가고 전반적으로 소비 감소하는 때에는 더욱 그렇다. 만약 실패한다면 미국 경제의 침체가 매우 심화될 것이 명확하다.

중기적으로 예산 개혁이 필요하다. 의회에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세금의 올바른 책정과 지출 개혁에 관해서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은 정치적 수사로 표현되는 것보다 훨씬 더 협소하다다. 다음 대통령 역시 이를 곧 깨달을 것이다.

재정 개혁은 경제가 역동적으로 움직일 때 가장 잘 이루어진다. 따라서 오바마와 롬니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주택이나 노동시장, 신용중개, 사회기반시설과 같은 분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은 대부분의 정치가들이 믿는 것보다 매우 적다.

그렇다고 해서 두 후보 사이에 차이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전체 경제의 방향은 다양한 수준과 속도를 가진 원동력에 의해서 결정된다. 기술과 교육 수준에 따라 실업률이 달라지며, 소득 수준이 달라지고, 부의 불평등까지 이어진다. 즉, 경제적 결정은 재분배가 가져오는 영향을 고려하여 사회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최고조에 달했던 과도한 레버리지와 부채의 시대 이후, 미국은 여전히 투자, 일자리, 경쟁력이 성장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누적된 손실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하였다. 지금까지 의회는 과도한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부채 조정을 강요해왔다.

이상적이지만 미국의 다음 대통령은 일자리 역동성을 회복하고 금융 안정성을 회복하는 두 단계를 신속하게 시작해야 한다. 우선, 그는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경제 정책을 포괄적인 세트를 고안해야 한다. 이것이 두 후보 간의 중대한 차이점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그는 경제 정책과 함께 사회 정책을 하나의 명확한 세트로 제시해야 한다. 그 사회 정책은 사회의 손실을 공평하게 공유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여기서 잠재적 차이점이 나타난다.

이번 선거는 아웃소싱, 증세, 사회복지개혁, 정부 통제냐 민간 활동 촉진이냐, 일자리 창출이냐 무임승차자냐와 같은 이슈들이 뜨거운 논쟁이 되는 선거는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이야기되는 것은 사회적 공평성, 권리, 평등, 부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 시민사회에 관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사회적 책임감에 관해 이야기하는 선거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돕고, 그들이 일자리를 찾고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돕는 것은 사회적 의무이다.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문을 보호하기 위한 것다. 취약계층이 더 적절한 건강 보장을 받도록 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을 실패로 몰아가는 교육 제도의 개혁에 관한 것이다. 공정함과 평등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고 있지만, 자신들에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부를 가져다주는 체계로 회귀하고자 하는 부자들에 관한 것이다.

오바마와 롬니의 차이점은 여기에 있다. 이는 중요하다. 이에 대한 캠페인과 토론이 더 빨리 진행될수록, 미국 유권자들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으며, 국가적 불안을 탈출하기 위해서 집단적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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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1. 천문학적인 금융 손실

오바마 당선과 앞에 높인 가시밭길
미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선거를 불과 두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패니매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정부관리체제 편입,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비롯한 투자은행의 몰락, 최대 보험업체인 AIG에 대한 구제금융 등 사상 초유의 ‘금융공황’이 오바마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을 기대로 오바마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지만, 새로운 행정부 앞에 놓여있는 경제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2001년 미국의 경기침체가 재정균형의 U-턴(흑자에서 적자로)을 통한 대규모의 재정지출과 지속적 금리인하(6.5%→1%)에 따른 소비지출의 확대로 극복되었지만, 현재 재정ㆍ통화정책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경기침체의 극복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2008 회계연도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지난해(1,615억 달러)의 세 배에 육박하는 4,548억 달러로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구제금융 7,000억 달러와 추가 경기부양으로 거론되는 1,500억 달러를 포함하면 내년 재정적자는 거의 1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 8월, 5.25%이던 금리를 1%까지 내렸지만 신뢰가 붕괴되고 천문학적인 금융 부실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은행의 대출요건 강화 및 자본금 확충을 위한 부(負)의 레버리지 효과,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기업의 투자 위축, 실업률 상승과 실질소득 정체에 따른 가계의 소비 위축 등은 경기침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무엇보다, 2001년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버텨내었던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3/4분기에 16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3.1%)을 기록하여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물론, 이라크 전쟁에 승리하고도 경기침체(1991년)로 패배한 부시(아버지), 끊임없는 추문에도 불구하고 미국 역사상 가잔 긴 장기호황 덕에 재선에 성공한 클린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받지만 버블 붕괴로 촉발된 경기침체(2001년) 상황에서 새로운 ‘버블’을 만들어 재선에 성공한 부시(아들)에 견주어 볼 때, 오마바 당선자가 경기침체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만 있다면, 2012년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해본다.

아무튼 이 글에서는, 최근 금융위기가 확대되었던 상황과 실물위기로 전이되는 과정을 각각, 부(負)의 레버리지(Deleveraging)와 부채 디플레이션(Debt-Deflation) 개념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IMF와 영국은행이 추정한 금융손실
최근 영국은행과 IMF가 각각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금융기관 손실은 대략 1조 4,000~6,0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IMF 10월 추정치 1조 4,000억 달러는 4월 추정치에 비해 대략 50% 정도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은행 부문이 부담해야 할 손실이 대략 8,000억 달러(52~58%), 헤지펀드가 대략 600~1,000억 달러, 나머지는 보험회사와 연기금, 그리고 패니매이 등 정부보증업체가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영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할 손실은 대략 1조 5,700억 달러,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이 대략 9,070억 달러로, 전체 금융자산 손실을 2조 8,0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은행들이 보유한 자기자본(Tier 1 자본 또는 기본자본) 3조 4,000억 달러의 85%를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금융자산 손실은 은행의 자본금 확충과 자산매각을 통한 구조조정, 대출 축소, 즉 부의 레버리지 효과를 통하여 서유럽에서 동유럽, 그리고 아시아, 남미, 심지어 중동까지 전 세계를 강타하게 되었다.
9월초부터 시작된 월가의 상징이었던 금융기관의 연이은 파산과 피인수가 이를 촉발하는 계기였으며, 금융위기가 전파된 경로를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다.

금융공황의 재구성
위기의 발단은 8월 중순부터 시작된 패니매이와 프레디맥 등 정부보증업체의 지급능력에 대한 시장의 연이은 불신이었다. 미국 부동산시장에 압도적인 자금을 공급하는 정부보증업체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부동산 및 경기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다. 9월 초 발표한 실업률이 6.1%로 치솟자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더 이상 구제금융은 없다고 공언하던 미 재무부는 9월 7일(일요일)정부보증업체에 대하여 2,00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는 구제금융책 발표와 동시에 연방주택금융기관(FHFA)의 관리체제(Conservatorship), 즉 사실상의 ‘국유화’ 조치를 단행하였다.

그러나 전격적인 정부개입 조치의 효력은 채 일주일도 가지 못했다. 시장의 불신은 주식 및 채권 가격이 폭락하고 환매조건부채권(Repo) 등 단기차입에 주로 의존하는 주요 투자은행의 지급능력에 집중되었다. 은행 간 대출시장이 경색되고,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헤지펀드들의 예금 인출 또한 시작되었다. 특히 모기지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했던 리먼브러더스와 부동산 파생상품에 심각한 손실에 노출된 AIG의 파산 우려가 고조되었다.

결국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는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고, 정부는 79.9%의 지분을 대가로 850억 달러를 지원하여 AIG를 살려냈다. 남아있는 투자은행 중 메릴린치는 BOA에 인수되었고, 21일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처럼 순식간에 확산된 금융위기로, 한국의 자본시장통합법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던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월가의 심장부를 강타한 9월 금융위기 당시, 3개월 재무부 채권금리와 유로달러 금리의 차이를 나타내는 TED스프레드는 5.5%p까지 치솟았다. 왜냐하면 금융기관의 위험회피 성향이 급격히 증가하여, 은행 간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되어 유로달러 금리는 치솟은 반면, 안전자산인 재무부 채권에 수요가 몰려 채권 가격이 급등하여 채권금리는 제로 수준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TED 스프레드는 신용위험과 불안정성을 반영하는 지표로 사용되는데, 통상 0.5%p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무려 열 배 이상 웃돈을 주어야 단기 자금시장에서 자금을 차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특히 리먼 파산으로 부실 채권 현황과 관련 금융기관이 시장에 노출됨에 따라 거래상대방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여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기간 대출은 거의 사라지고 하루짜리 콜금리에 의존하면서 단기 대출시장의 금리는 급격히 증가하였다.

특히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을 담보로 단기 자금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자산담보기업어음(ABCP) 시장은 서브프라임 위기가 발생한 이후 지속적으로 침체되어 1년이 지난 지금 거의 5,000억 달러 이상 축소되었다. 또한 리먼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에 투자했던 일부 머니펀드(MMMF)가 청산하자, 1주일 만에 무려 1,700억 달러의 자금이 인출되는 ‘펀드 런’ 사태가 발생하였다. 머니펀드 시장(총 규모 3조4천억 달러)의 5%에 달하는 금액이 대규모로 인출되자 CP, RP 등 단기 채권시장은 더욱 경색되었다. 급기야 재무부는 머니펀드의 원금을 보장하는 긴급 조치(9.19)를 발동하고, 중앙은행은 ABCP를 직접 구매하겠다는 계획(9.19), 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보호 한도를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늘리겠다는 각종 개입 조치(10.3)들을 발동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유럽으로 확산된 금융위기는 유럽 뿐 아니라 월가에도 다시 전염되므로, 18일과 24일에는 일본, 유럽연합, 호주 그리고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통화스왑 협정을 각각 체결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는 RP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급기야 10월 8일에는 유례없는 동시다발적인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했음에도 금융시장의 경색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얼어붙은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한 것은 10월 14일, 영국에서 8개 대형 은행에 대하여 500억 파운드에 달하는 자본금 확충 조치를 발표하면서 부터다. 미국 또한 이를 쫓아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중 2,500억 달러를 은행에 자본금으로 투입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신용경색 국면은 점차 완화되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신용위기가 완화되고 있음에도, 아이슬란드, 우크라이나, 파키스탄 등 신흥국에서 환율 및 주가 폭락 사태가 연쇄적으로 벌어졌다. 또한 주로 투자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던 헤지펀드들은 자금조달의 어려움과 주가 및 유가 폭락으로 3분기 10%가 넘는 기록적인 손실을 기록하면서 신흥국에서 자금을 대량으로 인출하기 시작하였다. 신흥국으로 위기가 확산되어 다시 월가로 전염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미 중앙은행은 한국을 비롯한 4개국에 달러 스왑협정을 체결하고, 오바마 당선으로 경기진작을 위한 대규모의 재정정책 실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시적으로 금융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고 있다. 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까지 인하하여 최근 TED스프레드는 3.5%p까지 하락하고 ABCP와 기준금리의 차이도 1.5%p까지 하락하였지만, 여전히 정상적인 수준보다 7~8배 높은 상황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실물경제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살펴본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과정, 그리고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과정은 아래에서 살펴볼 부의 레버리지와 부채 디플레이션으로 설명할 수 있다.

2. 금융기관의 부(負)의 레버리지 효과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 구조조정
투자은행, 구조화 투자기관을 비롯한 각종 장부 외 거래단위(Off-Balance Sheet)의 파산, 그리고 부동산 파생상품의 가치 폭락 등으로 금융기관은 몇 가지 구조조정 혹은 부의 레버리지 과정을 겪고 있다.

우선, 부채 측면에서 신규 자본금 유입, 장단기 부채 조정, 자금원천 다각화 등의 과정을 겪고 있다. 자산 측면에서는, 고정자산을 유동자산으로 전환하고 파생상품 등 위험 자산을 회피 또는 처분하고, 핵심 사업 중심으로 업무 영역을 재편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MBS, CDO, ABCP 등 구조화 파생상품을 발행했던 유동화 전문 특수기관들을 정리 또는 통폐합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을 필두로 한 구조조정은 헤지펀드를 비롯한 다른 레버리지 금융기관으로 확산될 것이다.

위의 표는 부동산 버블에 관련된 각종 구조화 투자회사의 대차대조표를 간략하게 표현한 것이다. 특수목적회사(SPE)는 주로 투자은행의 자회사로서, 상업은행이나 모기지 은행이 발행한 주택담보대출채권을 비롯한 각종 자산담보채권을 매입하여 새로운 파생증권으로 각색하여 판매하는 유동화 전문회사다. 이들은 조세와 규제 회피를 목적으로 대부분 역외에 설립된 페이퍼 회사들이다. 또한 대출자산은 장부상에 남아 자본적정성, 지급준비율 등 각종 규제와 감독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규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한 부외 거래(Off-Balance Sheet) 단위들이다.

이들이 금융연금술로 만들어 낸 주택담보증권(MBS)이나 채권담보증권(CDO)을 시티은행을 비롯한 상업은행의 자회사인 SIV(구조화 투자회사)나 헤지펀드 등이 구입하였다. 이어 SIV는 MBS나 CDO를 담보로 자산담보기업어음(ABCP)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였고, ABCP는 주로 머니펀드(MMMF) 시장에서 구입되었다. 결국 최종적인 구매자 혹은 유동성의 공급은 가계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자금 수급 구조는 투자은행이 주로 의존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이 파생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환매조건부채권 거래에는, 증권 소유자가 증권을 매각하면서 동시에, 매도인이 사전에 협의한 특정 날짜에 특정 가격으로 증권을 되사기로 하는 거래가 수반된다. 일종의 증권을 담보로 하는 거래로서, 증권의 매도인은 자금을 차입하는 차입자이며, 매수자는 자금을 공급하는 대여자의 관계를 보이게 된다. 두 거래가 동시에 이루어지므로, 자금차용자인 매도인의 관점에서는 Repo 거래, 자금대여자인 매수자의 관점에서는 역 Repo(Reverse Repo) 거래라고 한다. Repo 거래를 통해 자금을 공급받은 매도인은 조달받은 자금으로 새로운 증권을 구입하고, 이를 담보로 새로운 Repo 거래를 시행하게 되면 자금의 회전속도는 두 배로 빨라질 수 있다. 즉 Repo 계약의 거래 기간이 짧아지고 회전속도는 늘어나는 효과를 지니며, 이는 투자은행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이었다. 이러한 투자은행의 단기 자금조달 행위가 유동화를 통한 부동산 파생상품 개발의 주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Repo 거래에 담보로 이용되던 MBS, CDO, ABCP의 가격이 폭락하자 투자은행의 자금조달이 막혀 유동성 및 지급불능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중앙은행이 Repo 거래에 개입하여 유동성을 공급하게 되었다.
아무튼 신용위기 발생으로 담보가 되는 증권이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상 서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MBS, CDO, ABCP 등 부동산 관련 모든 파생상품의 가격 폭락과 시장 경색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1년 사이 ABCP 시장이 5,000억 달러 넘게 축소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SPE, SIV 등 구조화 투자회사의 대차대조표가 축소되고 있으며, 여기에 자금을 공급하고 투자한 상업은행, 투자은행, 헤지펀드 등 모든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 역시 동시에 축소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중앙은행이 대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이 지속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다. 다시 말해,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가 축소되는 정도에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의 신규 자금 유입이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유동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논란이 있겠지만, 금융기관의 대출능력 혹은 대차대조표를 증가시키는 능력 혹은 증가율에 다라 규정한다면 유동성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간략한 도식으로 설명하는 부의 레버리지 효과
리먼브러더스는 파산할 당시 260억 달러의 자본으로 6,390억 달러의 자산에 투자하고 있었다. 즉 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레버리지 비율은 25에 이르며, 이는 다른 투자은행 또한 마찬가지로 통상 투자은행의 레버리지는 25~30으로 추정한다. 이에 비해 BIS 자기자본비율의 적용을 받는 상업은행은 통상 10~12의 레버리지 비율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레버리지 비율 10을 기준으로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부동산 버블로 채권, 혹은 파생상품 가격이 2% 상승하여 51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부채 가격은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이는 자기자본의 증가로 조정되고 레버리지 비율은 101/11=9.18로 하락하게 된다. 이 때 은행이 레버리지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한다면, 자산 측면에서 채권을 구매하게 될 것이고 그에 상응하는 자금을 조달할 것이다. 그에 상응하는 채권 가치, 즉 (101+x)/11=10의 해는 9가 된다. 즉 자산 가격이 1%만 상승해도 자산 측면에서 9%의 채권을 추가로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회계 기준을 시장가치로 평가할 경우, 채권가격 상승은 주로 자산 측면의 조정을 통해 레버리지 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급격히 대차대조표, 즉 대출 및 투자 여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반대로 버블이 붕괴되어 채권가치가 1만큼 하락할 경우, 부채 측면의 자기자본의 축소를 통해 조정되게 된다. 따라서 자기자본 비율은 10.9(109/10)가 되어,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산 측면에서 9에 해당하는 채권을 매각하는 형태로 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결국, 채권가격이 상승할 경우 채권의 추가적인 구입을 통해 레버리지를 확대하는 효과를 초래하며, 채권가격이 하락할 경우에는 채권 매각을 통해 레버리지가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요약하면, 파생상품의 기초가 되는 자산 가격 상승은 채권 가격 상승이라는 자본이득 효과를 초래한다. 은행은 하락한 레버리지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산관리’를 통해 추가로 모기지에 대출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되고 채권가격은 또 다시 상승하는 피드백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나 기초자산이 되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채권가격 하락으로, 자산 측면에서 대규모의 부실상각(writedown)과 대손충당금 적립이 발생하고 레버리지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자산까지 매각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부실상각과 자본금 확충
물론 위의 예에서 보는 레버리지 비율이 증가할 때 자산 규모도 증가하는 정의 관계는 모든 단위에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가계의 경우, 자산인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치가 상승할 경우 순자산이 증가하여 오히려 레버리지는 하락할 것이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경우 적극적 ‘자산관리’를 통하여 레버리지 비율과 자산 규모가 정의 관계를 보일 수 있다. 특히 과거에는 금융당국이 규제하는 자기자본비율, 지급준비율을 맞추기 위해 레버리지 비율을 조정했다면, 최근에는 신용평가기관이 매기는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 자산관리를 실시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신용등급은 금융기관이 자금을 조달할 때 비용(또는 프리미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내에는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바젤2 규정의 위험자산 평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의 경우 자기자본수익률(ROE)과 같은 주요 수익성 지표에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가급적 레버리지 비율을 높이려는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상업은행은 레버리지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0을 중심으로 직선인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 아래 그림은 미국의 5대 투자은행의 분기별 레버리지 비율 증가와 자산 증가율과의 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상업은행 또한 주주가치 극대화 원리에 따라 단기수익률에 집착하고 주식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점차 투자은행의 패턴을 보이고 있으며, 레버리지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는 투자은행보다 더 극단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편, IMF 자료에 따르면 2008년 9월까지 전 세계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부실상각 규모는 5,800억 달러에 이른다. 이 기간에 신규로 유입된 자본금 확충 규모는 부실상각의 74%에 해당하는 4,3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부실상각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2/4분기를 정점으로 자본금 확충 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금융위기가 조기에 종결될 것이라는 헛된 기대감으로 한국투자공사를 비롯한 국부펀드들이 초기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부동산 가격 급락과 금융위기 지속, 그리고 실물경제 침체의 우려로 기대가 잘못되었음이 이미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기관의 기존 주주들 또한 대규모 손실을 입었고, 지속적 주가 폭락으로 자본 투입의 인센티브 또한 줄어들었다. 게다가 금융기관에 집중된 헤지펀드들의 ‘공매도’는 주가 차익을 노린 자본 투입에 결정적 장애를 초래했고, 각국의 규제당국이 금융기관에 대한 공매도를 규제하는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부펀드나 다른 기관투자자의 신규 자본 유입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최근 영국을 필두로 정부가 주도하여 자본금을 투입하고 있는 것도 금융기관의 부의 레버리지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637년,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 이래로 모든 금융 버블의 역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신규 유동성을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금융기법이 도입되어 거품도 키웠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금융기법은 기초자산의 가치와 시장가격의 왜곡을 초래했고, 이번 부동산 버블에서는 ‘유동화’ 기법이 핵심에 자리잡고 있었다. 또한 금융 불안정성의 근원인 레버리지는 부채 디플레이션을 통해 실물경제의 침체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다음 편에 계속)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보고서 원문 : http://www.saesayon.org/sight/sightview.do?pcd=EA01&paper=20081110035259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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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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