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친기업 정부를 내걸고 등장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한국경제가 가르쳐 준 교훈은 바로 “기업에 대한 자율규제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2012년 우리 사회에서 경제민주화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던 배경이기도 하다. 금융시장과 독과점 시장이 특히 그렇다. 규제 풀린 금융시장은 대개 투기와 거품으로 치달으면서 경제 전체를 거대한 시스템 위기에 빠뜨린다는 것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생생하게 보여 줬다. 광범한 금융규제 논의가 다시 촉발된 이유다.

마찬가지로 규제체제가 사라진 독과점 시장은 대기업의 전횡과 이익의 편취,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뿐 대기업의 성과가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에게 전파될 것이라는 낙수효과는 없다. 재벌체제에 대한 규제 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정부가 기업규제와 시장규제에 들어가야 한다는 경제민주화 여론이 형성된 배경이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연말이 가까워오고 대선이 임박하면서 경제민주화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겠다거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벌을 지나치게 규제하면 ‘기업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논리가 횡행하면서 경제민주화는 사실상 실종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벌 대기업 규제의 칼날은 이미 무뎌졌으며, 그만큼 노동자와 상인 등 경제적 약자의 권리확대 법안들은 벌써 가로막히고 있다. (대)기업을 규제하고 기업의 핵심 구성원인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인가. ‘노동자와 사람이 먼저’이고 ‘기업은 사람들이 창조하고 통제하는 인위적 공동체’라는 기본적인 상식의 실현은 다시 먼 미래로 연기될 것인가.

지난달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공화당 롬니 후보가 선거 기간 중에 “기업도 사람이다(Incorporations are people)”는 주장을 해 논쟁이 됐던 사례를 상기하게 된다. 로스쿨 엘리자베스 워런 하버드대 교수는 기업은 사람이 아니라면서 롬니의 주장에 이렇게 반박했다. “사람은 심장이 있고 아이가 있고 일을 하며, 아파하고 슬퍼하며 춤을 춘다. 사람은 살고 사랑하며 죽는다. 이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기업을 위해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주장들이 왜 새삼 논쟁이 됐을까. 기업이 사람이라는 롬니의 주장은 단순히 기업이 영리 '법인(法人)'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본래 기업은 인간이 국가의 승인 아래 경제활동의 필요로 창조한 공동체다. 당연히 사람에 의해 조직되고 국가의 통제 아래 놓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치 독립된 실존을 가진 자연인처럼 기업을 대해야 한다면서, 기업의 자유활동을 규제하거나 통제하는 것에 대해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과 동일한 개념을 부여하게 된다. 이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 ‘자유 시장’, ‘자유 무역’ 등이 사람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처럼 신성시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기업도 사람이다’라는 개념이 굳어지면 기업에 대한 규제나 시장에 대한 적절한 개입을 통한 경제민주화는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기업이 먼저’라는 완고한 주장이 버티고 있다. ‘노동자가 살기 위해 기업도 있다’는 논리가 아니라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있다’는 논리가 압도하고 있다. 그러니 노동자와 상인을 살리기 위한 기업규제는 수그러들고, 경제 살리기는 곧 기업 풀어주기로 통하는 주장들이 난무하는 것 아닌가. 나아가 기업이 사람이라는 논리는 곧 기업의 유일한 주인이라고 강변되는 주주, 특히 대주주의 재산권과 자유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것은 부자의 권리와 자유이고 여기에 경제민주화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10년 전에 출판된 ‘자본의 권리는 하늘이 내렸나(The Divine Right of Capital)’라는 책에서 마저리 켈리(Marjorie Kelly)는 기업에 대해 사람이 아니라 ‘인간 공동체’라고 확인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러므로 기업을 아우르는 더 큰 공동체가 그렇듯이 기업 또한 최선의 민주적 지배 아래 있어야 한다.” 그는 또한 “정부를 바꾸거나 폐지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을 바꾸거나 폐지하는 것 또한 국민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어쩌면 이러한 주장이야말로 당연한 ‘민주적 상식’이 아닐까.

나라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가 이제 눈앞에 다가왔다. 25년 전인 87년 민주화 항쟁을 통해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는 직선제를 쟁취한 후 6번째 선거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치공간을 넘어 경제공동체인 기업 내에서는 약간의 주식을 매입해 소액주주가 되는 것 말고는 어떤 민주적 권리도 가져 본 적이 없다. 노동자 경영참여는 대선의 구호조차 되지 못한다. 하물며 “기업을 바꾸거나 폐지하는 것 또한 국민의 권리”라는 주장은 아득하기만 하다.

그러나 정치민주화라는 지렛대가 있어야 경제민주화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조금이라도 더 경제민주화의 의지가 있는 후보를 뽑아야 경제민주화를 시작이라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야 기업보다 사람이 먼저인 미래를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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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18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 사이에서 벌이는 가장 뜨거운 경제논쟁은 이론의 여지없이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독과점으로 인한 자유로운 시장경쟁의 제한’, 즉 시장실패 때문일 것이다.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해당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대기업들이 자유경쟁을 제한하고 독과점 가격 등으로 초과이윤을 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시정하고 다시 자유로운 경쟁시장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독과점 억제를 목표로 하는 공정거래법을 ‘경쟁촉진법’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과점적 시장을 자유경쟁 시장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의 자발적 협조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일정한 시장개입과 규제를 필요로 하게 된다. 한국의 재벌개혁도 이런 측면이 있다. 특히 보수세력은 재벌개혁에서 이 측면만을 강조하고 ‘부의 재분배’ 등은 외면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과연 ‘독점적, 비경쟁적 시장’을 다시 ‘비독점적, 경쟁적 시장’으로 되돌려 놓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기업들은 자본과 시장의 집중을 통해 끊임없이 독점을 추구하고, 국가는 지속적으로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억제하는 게임을 반복하는 것이 과연 경제민주화란 말인가. 물론 아니다. 이는 철저히 자유주의적인 발상일 뿐이다.

경제적으로 시장이 실패하거나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전통적인 의미의 시장적 방법이 아닌 다른 제도와 다른 운영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주 상식적이고 당연한 하나의 대안이 바로 공공경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다양한 인간의 생활방식을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시장 영역에 편입시켜 온 것이다. 수도·전기·가스·철도 등 에너지와 SOC 산업 분야가 대표적이고, 교육과 보건 같은 사회서비스 부문이 또한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민영화를 ‘재공공화’시키는 경제개혁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중요한 경제민주화다.

그럼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소리 높여 합창하고 있는 3명의 유력 대선후보들은 민영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우선 박근혜 후보는 이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문제의식이 없다고 판단된다.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의 범위가 얼마나 좁은 것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러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어떨까. 문 후보는 지난달 24일 국민명령1호 타운홀 미팅에서 “공공연구소 연구원의 60%가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져 왔는지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저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공공기관도 경쟁과 효율을 평가지표로 삼아 너무나 잘못된 방향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한 바 있다. 특히 ‘경쟁과 효율’만을 평가지표로 삼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상당히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5년 동안 무모하게 추진해 온 민영화 후과를 어떻게 수습하고 ‘공공성’에 기반한 경제민주화를 펼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야권의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안철수 후보는 민영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안 후보는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이제는 더 이상 공기업의 민영화가 만병통치는 아니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차이나 텔레콤은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데 민간기업 이상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죠”라고 밝혔다. 또 “모든 공기업의 민영화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기업의 성격에 따라 달리 봐야 하는데, 특히 국민의 생활과 관련해서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있는 철도·공항 등은 민영화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라고 강조했다.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부분이다.

이처럼 시장 실패를 극복하고 과도한 시장화를 교정하기 위해, 보다 광범위하게 공공경제 영역을 복원하고 확대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경제민주화 과제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이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하나 더 있다. 최근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경제도 시장경제·공공경제와 함께 우리 경제 사회의 한 축을 지탱해 줄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들이 많다. 경제위기에 사회적 경제가 강한 특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결국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독과점과 시장 실패를 ‘자유경쟁 시장’으로 바꾸는 개혁을 넘어 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시장 단일 경제구조에서 시장경제와 공공경제, 그리고 사회적 경제로 경제의 소유와 운영구조를 다양화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시장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조금 확대된 경제체제를 지향하는 후보들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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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정치2012.02.08 11:39

제언: 재벌개혁 시민연대를 제안한다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목차]
1. 위험수위에 도달한 재벌의 경제력 집중
2. 경제력 집중이 과도하면 사회 권력이 된다
3. 재벌의 과도한 권력을 견제할 세력이 없다
4.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들의 연대를 만들자

[본문]
1. 위험수위에 도달한 재벌의 경제력 집중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다수 국민들은 소득이 오르지 않고 고용이 불안정성은 높아졌으며, 그 결과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심해졌다. 반면 친 기업적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규제완화, 감세, 고환율 유지의 뒷받침을 받은 재벌 대기업 집단은 경제위기 와중에서 ‘나 홀로 성장’을 누렸다.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과 자영업, 노동자에게 전달된다던 적하효과는 작동하지 않았고, 99% 국민과 1%의 재벌 대기업 집단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급기야 이명박 정부마저 ‘동반성장’과 ‘공정사회’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실제로 변화된 것은 없다.

어려운 대외경제 여건에서도 재벌 대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수출을 늘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커져가는 것은 단지 이들의 사회적 기여도가 적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그치지 않고 국내시장에 대한 독과점과 심지어는 골목상권까지 잠식해나가면서 중소기업, 자영업과 상인, 소비자들의 생활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재벌자녀들의 빵집, 외식업 진출이 단적인 사례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재벌 2~3세 본인들은 취미로 할지 모르지만 빵집을 하는 서민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문제를 삼을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 만큼 재벌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집중과 독과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 집권 4년 동안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급격히 높아진 결과, 현재 15년 전 외환위기 직전 수준까지 재집중되었거나 그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5대 재벌의 국내총생산 대비 매출액은 2010년 55.7%이고 이는 1997년 수준에 육박한다. 53개 대기업 집단이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출하액 비중은 2009년 50.1%로 절반을 넘어갔다. 상위 100대 제조업이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출하액 비중도 2008년 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가고 있다. 동네 골목까지 대기업 계열사들이 들어오고 있다는 세간의 느낌을 통계가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2. 경제력 집중이 과도하면 사회 권력이 된다.

외환위기 이전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재벌에게 경제력이 쏠리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독과점이 생기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질서가 무너져서 경제의 효율이 떨어지는 일반적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와 노동자, 상인과 중소기업으로부터 독점 대기업으로 이익과 부가 편중됨으로써 공평한 분배를 달성할 수 없어진다.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의 한쪽 끝에 재벌 대기업이 있다는 국민의 인식과 분노는 여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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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6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OO와 OO는 OOO

O하기 위하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부근과 서초구 인근 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정보교환을 하였으며, OOO에 합의하고 이를 실행하였다.” 어떤 공문서를 인용한 것이다. 무엇이 연상되는가. 혹시 검찰의 공문서를 봤다면 검찰이 피고인의 범행을 기록한 공소장에서 이와 비슷한 구절이 반복되는 것을 봤을 수 있다.

그렇다. 재벌의 검찰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의 범법행위 중 가격담합행위를 적시한 자료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이제 제대로 다시 인용해 보겠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8년 7월~2009년 2월 기간 중 판촉경쟁 격화에 따른 평판TV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부근과 서초구 인근 식당 등에서 모임을 갖고 정보를 교환했으며, 과당경쟁을 자제하고 출고가 인상, 장려금 축소 등의 방법으로 평판TV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인상·유지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하였다.”(1월12일자 공정거래위 보도자료)

삼성과 엘지가 평판TV 가격 담합행위를 한 것이다. TV를 포함해 우리 가정에 최소 하나 이상씩 있을 법한 웬만한 가전제품은 거의 모두 삼성 아니면 엘지제품일 것이다. 안 봐도 안다. 어떻게? 통계가 말해 주니까. 수량기준 국내 평판TV 시장 점유율을 보면 2010년 삼성이 49.8%, 엘지가 49.6%이다. 둘이 합쳐 99.4%이니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집의 평판TV가 삼성 아니면 엘지라고 상상하면 거의 틀리지 않다. 가격 담합행위에 세탁기도 걸렸는데 세탁기 점유율도 수량기준으로 삼성과 엘지를 합치면 85%가 넘는다. 냉장고도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이처럼 한국의 가전시장은 완벽하게 독과점 시장인 것이다.

일반적 상식을 벗어나 지나치게 과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삼성과 엘지는 국내시장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글로벌 가전업체다. 명성이 있으므로 국내시장 독과점은 불가피한 결과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기업으로 도약했다는 사실과 그 기업이 시장에서 공정한 규칙을 따를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특히 시장을 독과점적으로 장악한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인가와 무관하게 독점적 초과이윤을 얻기 위해 가격을 경직되게 운영한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경험한 수많은 독과점 시장의 교훈이었다.

따라서 독과점 시장은 사전에 그와 같은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규제를 할 뿐만 아니라, 사후적으로라도 가격 담합이나 불공정거래의 폐단이 발생하는지 엄격히 감시하고 발견되면 엄정히 징계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인 삼성과 엘지가 국민들이 쉽게 찾는 대형 할인점이나 양판점에서 파는 세탁기와 평판TV, 그리고 노트북 PC의 가격을 부당하게 인상했다는 사실 그 자체는 특별히 놀라울 것이 없다. 어쩌면 이 정도밖에 가격 담합행위를 하지 않았을까 하고 의심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일지 모른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위반을 했을 때 내려지는 징벌이 너무 가벼우면 규율효과가 없다. 가격 담합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상의 과징금은 ‘위반 기간 동안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식적으로 두 회사에 대해 446억원의 과징금을 명령했다. 그런데 대략 ‘위반기간 동안 관련 매출액’을 합산(세탁기는 2009년 1년 매출액 6천억원, TV는 2009년 반년 매출액 1조2천억원, 노트북 PC는 2009년 반년 매출액 1조1천억원)해 보면 어림잡아 3조원 정도가 나오니 과징금은 2% 미만으로 부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마저도 담합행위 자진 신고자에 대해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감면해 주는 ‘리니언시(leniency)’ 제도를 악용해 버리면 한 푼도 안 낼 수 있다.

독과점에 의한 담합행위와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자본주의 입장에서 봐도 최대의 범법행위다. 형사적·민사적으로 엄격한 처벌이 있어야 마땅하다. 때문에 관련 매출액의 10분의 1과 같은 가벼운 과징금이 아니라 미국의 반독점법인 클레이튼법에 있는 ‘손해액 3배 배상제도’와 같은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는 이미 지난해 하청업체 기술탈취에 적용됐다.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최근 소비자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에서 별도로 삼성과 엘지에 대해 ‘부당 인상분에 대한 산정금과 개인별 정신적 피해 위자료 50만원씩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추진한다고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독과점 담합행위에 대한 정당한 절차다. 뒤늦게 공정거래위가 사상 처음으로 소비자단체의 집단소송에 대해 소송비 1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담합행위가 마치 중간관료의 개인적 충정에서 나온 것일 뿐이라는 듯, 담합행위를 ‘해사(害社) 행위’로 간주하고 관련 임직원들을 강력 처벌하기로 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독과점 문제에 대한 모두의 합의가 있는 셈인데 실제로 얼마나 재발방지가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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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을 개혁해야 한국경제가 바뀐다.②

2011 / 07 / 13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고 체감경기가 나아질 조짐이 없다. 이 가운데 재벌 대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 성장과 분리되어 ‘나 홀로 성장’을 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면서 재벌 개혁 목소리가 잦아들지를 않고 있다. 재벌은 어떤 문제가 있기에 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고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 것인가. 삼성과 현대차를 필두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여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세계 시장을 분할해가고 있는 재벌 대기업들이 왜 여전히 문제란 말인가. 여기에 대한 이유는 중구난방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불과 몇 퍼센트도 안 되는 소수 지분을 가지고 전횡을 일삼는 총수체제를 이유로 꼽기도 하고, 신종 편법 증여, 상속 방법인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편법, 불법 상속을 하면서 세금회피를 하는 행태를 지적하기도 한다. 예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나 골목상권까지 시장을 잠식하는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비판도 강하며, 하청 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강요라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뿌리 깊은 문제도 있다. 심지어 이제는 정치, 사회 곳곳에 미치는 과도한 재벌 집단의 영향력과 통제받지 않는 권력에 대한 위협도 느끼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재벌 대기업의 눈부신 성장 실적이 국내 중소기업 이익으로 흐르지 않고 노동자나 상인들에게 ‘떡고물’도 돌아오지 않는 현실, 이른바 적하효과 소멸 현상이 최근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뚜렷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을 성장시키면 중소기업은 매출이 늘어날 것이며 노동자는 일자리가 더 생기고 임금도 올라갈 것이라며 각종 ‘대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강행했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미 시효 만료된 적하효과라는 관점을 폐기하고 어떤 접근법으로 재벌 대기업의 개혁을 새로이 바라보아야 할까. 이 역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나름대로 근거들을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점들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동반성장과 상생의 관점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건 명분이다. 동반성장 정책은 원래 양극화 심화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으로 참여정부 시절부터 제기되었다. 그런데 당초 친 기업정책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도 똑 같은 이유 때문에 2010년부터 동반성장 대책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2010년 12월 사실상 민간기구 성격의 동반성장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정운찬 전 총리가 위원장으로 취임한다. 그리고 올해 대기업 초과이익 공유제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을 동반 성장이라는 이름아래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동반 성장을 정책으로 내세웠다는 것은 그 자체가 현재의 시장 메커니즘 속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격차가 계속 벌어질 뿐 이미 동반 성장이 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전제 아래, 국가가 정책적인 조정에 의해 동반 성장이 가능하도록 유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동반 성장이든 상생이든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당위적 구호’를 넘어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방법론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말잔치에 끝날 가능성이 높은 추상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가 설립한 동반성장위원회라고 하는 조직의 성격부터가 일정한 강제적 조사권이나 집행권이 없다. ‘대기업의 동반 성장 지수’를 발표하여 성적이 나쁜 기업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직접 선정한다고는 하지만 규제력과 강제력은 매우 약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번에도 동반 성장 정책이 현장의 심각한 대 중소기업의 격차와 이를 낳은 불공정 관계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을 하게 된다. 여하튼 정부도 재벌 대기업이 동반성장을 가로막고 있어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2.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관점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은 특별한 것은 아니고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전혀 낯설지 않는 일반화된 개념이고 핵심 경영가치의 하나로 삼고 있는 기업도 드물지 않다. 아직 현실적으로 경제적, 법적 책임도 다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의 덩치에 부합하는 사회 공헌활동도 미흡한 한국 재벌 대기업 집단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개혁되어야 하는 것조차 쉬운 과제가 아닐 것이다.

특히 생태나 환경 등과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전에,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고 고용불안과 실업문제가 심각해지자 기업에 대한 ‘고용책임’ 요구가 사회적으로 높아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지표를 만들 때 비정규직 고용 비율이나 임금 차별 정도를 포함시키자는 제안이 그렇고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고용투자세액 공제제도’를 도입하여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자는 정책이 그러하다. 물론 한국 재벌 대기업은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고용책임에 대한 대답은 냉담할 뿐이다.

분명 재벌 대기업의 고용책임은 초보적 경제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의 요구이면서 중요하고 절박하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재벌 대기업 집단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공정한 경쟁 규칙을 준수하고 성실한 납세를 하며 필요한 법적 책임을 다한다는 전제 아래, 이윤추구 외에 현대 기업이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할 단계인가를 성찰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1세기 글로벌 기업이라면 마땅히 사회적 책임을 내부 경영목표 안에 수렴해야 하지만 한국의 재벌 대기업 집단은 그 이전에 개혁해야 할 심각한 과제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지금 재벌 대기업에게 요구하는 것은 현대적인 윤리, 도덕적 경영수준 같이 높은 것이 아니다. 휴먼 삼성 구호 이전에 산재를 인정할 줄 아는 삼성일 수 있다.

3. 전근대적 재벌 소유, 경영구조 개혁 관점

한국의 재벌 대기업은 온갖 시대적인 모습이 복합되어 있는 다중성을 갖고 있다. 즉 한편에서는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22위에 이름을 올린 삼성전자나 55위에 랭크된 현대 자동차처럼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정받기도 하지만, 이들의 소유, 경영구조는 여전히 낙후한 실정이며 사업 관행도 후진적인 모습이 여기저기 잔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총수 1인 지배체제라든지 불법, 편법 증여, 상속 관행의 온존,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구조, 자본과 상품의 계열사 사이의 편법 거래, 불투명한 회계 등의 구조는 일반적인 자본주의 소유, 경영 입장에서 보아도 상당히 많은 문제점들이 21세기 글로벌 기업화 된 현재 시점에서도 발견된다. 그리고 이들 후진적인 측면이 재벌 대기업이 국민경제와 선순환 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국민경제를 압박하고 피폐시키는 토양위에서 성장하도록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중요한 개혁의 사유가 된다.

이런 관점아래 한 때 영 미식 주주자본주의 모델을 기준으로 한국 재벌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개혁을 주장해왔고 소액주주운동이나 기관투자가를 동원한 경영참여 등의 방법이 동원되었다. 한국의 재벌구조 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운동은 또 다른 폐단을 가지고 있는 단기수익성 위주의 모델의 도입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현재는 기존 재벌의 전근대성과 주주자본주의적 문제점을 복합적으로 안고 있는 재벌 대기업 집단이 되었다. 다만 이 가운데 재벌 대기업 집단의 개혁 방향과 지향 기업 모델로서 영 미식 주주자본주의 기업이 아니라 유럽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기업모델을 준거 틀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은 참고할 만하다.

4. 시장실패에 따른 독과점 규제의 관점

그런데 지배구조 개선이 곧 경제력 집중이나 독과점을 완화시켜주지도 못했다. 이제 한국의 재벌 대기업은 잘못된 총수 1인 지배체제를 해소한다고 해서 주요 개혁과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경제와의 선순환이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 개혁에 대한 요구가 지배구조 개선에 집중되면서 회계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 보증 해소, 부채 등 재무구조 개선, 결합 재무제표 작성 의무화,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 제도화 등이 비록 불충분하게나마 이루어졌지만, 경제력 집중과 그에 따른 독과점 심화는 개선되지 못했던 것이다. 오히려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4대 재벌 대기업 집단 등은 수출 확대와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을 발판으로 이전보다 훨씬 더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켰고 그 정점이 최근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이었다.

국내 경제에서의 경제력 집중 심화와 독과점은 공정한 시장질서와 창의적인 상호 경쟁을 가로막는 다는 점에서 일반적 자본주의에서도 시장 실패의 사례로서 규제를 하는 것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서, 그리고 공정한 거래를 확립하기 위해서 경제력 집중과 독과점은 국가의 개입에 의해 규제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현재의 재벌 대기업은 이런 차원에서 중요한 개혁대상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여 규제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든지, 폐기된 출총제나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고 심지어는 기업 분할명령제도나 계열분리 명령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5. 산업 생태계 경쟁력 관점

기업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산업과 국가 경쟁력을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니라 기업(대기업 + 중소기업 + 벤처기업)과 대학, 연구소, 지역 사회 등이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된 힘에 의해 나온다는 발상아래 정책으로 연결한 것은 참여정부시절 부터였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참여정부 초기 2003년 <<클러스터>>라는 연구보고서를 내고 미국의 실리콘 밸리나 일본의 도요타시, 북유럽의 IT클러스터, 이탈리아의 디자인 클러스터 등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한국에서 클러스터 형성의 중요성을 문제제기 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부터는 ‘산업 생태계’라는 용어가 대신 자주 등장하면서 강조된다. 지난 4월 27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최근의 경쟁양상은 개별 기업간 경쟁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진 생태계 경쟁으로 변화되고 있다”면서 “생태계 경쟁력 강화가 동반성장의 이론적 근거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여 동반 성장과 산업 생태계 경쟁력을 연결 짓기도 했다.

어쨌든, 산업 생태계라는 관점은 지금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희생위에서 성장하는 모델은 결국 ‘공멸’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제아래, 어떤 방법이 상생을 모색하는 길인지를 제시해주고 있고 정부의 산업정책이 어떤 목적과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단초를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유의할 만하다. 또한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헌법적 목표를 위해 재벌 대기업의 전횡을 규제해야 하는 정당한 근거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다만 개념 이상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무엇인지가 남아 있다. 어쨌든 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현재의 재벌 대기업 집단의 나 홀로 성장체제는 개혁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6. 통제할 수 없는 경제 권력에 대한 견제 관점

현재 우리 사회에서 재벌 대기업 집단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단지 경제적 차원의 이유만이 아니다. 과거와 달리 정부와 국가의 통제로부터도 완전히 벗어나서 선출되지 않고 지속되는 재벌의 경제 권력이 정치, 사회, 이데올로기까지 영향력 범위를 확대함에 따라 민주주의적 입장에서 보아도 이를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적지 않다.

특히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 그룹과도 자산규모가 2배 이상 벌어진 삼성의 영향력이 한국사회에서 압도적으로 변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 증언에서 알려진 것처럼, 불법 편법 증여 상속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 정관계, 언론 등 각종 로비와 인맥을 통해 미치는 영향력은 현재 누구도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최근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나라 안에 대기업을 공격할 만한 용기 있는 집단이 아무도 없다”면서 이를 공식 인정한 바가 있을 정도다.

김영환 의원은 “정치권도 (대기업과)종횡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그물에 걸려 있는 물고기 같은 신세고, 촘촘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정치 생명을 걸지 않고는 다룰 수 없는 문제라 생각하고 국민들만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도 재벌 대기업 집단의 견제 세력이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권력이든 경제 권력이든 통제 받지 않는 권력이 세습된다는 것은 수용될 수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아도 재벌 대기업에 대한 합당한 수준의 견제 장치를 확보하는 개혁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7. 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일깨워준 이명박 정부

이처럼 한국의 재벌 대기업 집단은 한국 경제사를 통해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면서 규모를 키워왔지만 부정적인 측면들은 해소되지 않고, 긍정적인 측면들은 약화되어 왔다. 때문에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놀라운 실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경받지 못하는 기업으로 사회통합을 선도하기보다는 저해하는 절대 권력으로 커져가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이 요구했던 규제완화나 시장 자율에 의해 문제점이 치유되는 것은 고사하고 더 확대되었다. 그럴수록 재벌 대기업 집단의 개혁의 이유와 근거들은 더 축적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각종 규제완화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감세 정책, 그리고 수출 대기업을 위한 고환율 정책 유지 등을 통해 재벌 대기업들이 더욱 경제력 집중도를 높이도록 조장했고 그 결과가 전체 국민경제에 파급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재벌 대기업이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규모를 더 가파르게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결과를 국민경제로 확산시키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다. 지난해 대기업 집단의 당기 순이익은 무려 64%나 늘어났는데 가계의 명목 소득은 그 1/10에 못 미치는 6%늘어났던 사례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제위기는 재벌 대기업에는 기회가 되었지만 다수 국민들에게는 액면 그대로 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재벌 대기업이 수출로 벌어들여 이룬 지표경기는 개선되고 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고 우리사회의 최대 난제인 양극화는 오히려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급기야 심각한 양극화와 국민생활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국민적으로 복지담론이 급부상했고 무상 급식, 반값 등록금 등의 요구가 전에 없는 지지 속에 터져 나오게 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생활 후퇴와 반대로 재벌 대기업의 실적잔치가 계속되자 국민들은 재벌 대기업의 성장이 국민생활의 개선으로 전혀 연결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된다.

애플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삼성의 모습이 와 닿지 않게 되고 북미와 유럽에서 전에 없이 선방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활약이 반갑지만은 않게 된 것이다. 대기업이 잘 나가면 그 과실이 중소기업과 국민들에게까지 갈 것이라는 적하효과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세움으로써 국민들이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복지사회를 위해서라도 그 재원마련을 고민하다 보면 당연히 재벌 대기업이 임금이나 하청단가, 세금 등을 통해서 자신들이 편취한 막대한 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로 돌리지 않고서는 달리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재벌개혁 없는 복지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공적은 재벌 대기업과 국민 사이의 간극을 극단화시켜 줌으로써 재벌 대기업의 이익이 곧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준데 있다. 진보운동이 논리적으로 국민을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한 문제를 이명박 정부는 실물에서 피부로 실감시켜 주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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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