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르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8.23 협동조합을 꿈꾸는 그대에게 (3)
  2. 2012.08.10 협동조합을 꿈꾸는 그대에게 (2)

2012.08.23정태인/새사연 연구원

 

SEQ!!! 이번 호를 쓰면서 나는 ‘꿈꾸는 그대’로 우리나라 사회적 경제의 활동가들, 그 중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을 떠올렸다. 8월 초 나는 캐나다 퀘벡 지역에 다녀 왔다. 퀘벡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협동조합이 가장 발전한 곳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예컨대 1900년에 시작된 데자르댕 신협그룹은 현재 퀘벡지역뿐 아니라 캐나다 전체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금융기관인데 설립의 역사나 현재의 사업방식으로 보아 전형적인 협동조합 은행에 속한다.
 
이번 학습여행의 말미에 내 머리를 친 아이디어는 SEQ였다. 서울~에밀리아로마냐~퀘벡을 연결하는 세 대륙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를 만들면 어떨까? 내 생각에 퀘벡은 불모지 한국의 사회적 경제 운동에 환하게 머리를 밝히는 영감을 줄 것 같다. 따라서 이번 호의 얘기는 그저 즐거운 상상이라 해도 좋다.


 
우선 세 지역을 비교해보자. 표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넓이와 인구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넓이에서 퀘벡주는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의 7배가 넘고, 서울의 거의 300배(경기도에 비해서도 15배 정도)에 이르는 반면 인구는 서울이 제일 많다. 1인당 GDP는 에밀리아로마냐와 퀘벡이 엇비슷하고, 서울은 이 둘의 약 70% 수준이다. 소득수준을 제외하곤 이들 지역을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왜 퀘벡인가? 재작년 에밀리아로마냐를 둘러보고, 또 관련 논문을 읽으면서 나는 절망에 빠졌다. 이미 이 지면에서 몇 번 말했듯이 에밀리아로마냐는 영세 중소기업들과 협동조합으로 이뤄진 경제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의 힘은 신뢰와 협동에서 나온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신통방통한’ 일이 가능해졌는지 물을 때마다 내가 들은 답이었다. “우리는 원래 그래”, “우리 문화야”. 한마디로 복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퀘벡에도 이런 문화의 뿌리가 상당하지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퀘벡에 분 사회연대경제의 열풍이다. 님탄(Nancy Neamtan)이라는 걸출한 여성운동가를 비롯한 시민운동 그룹은 퀘벡지역의 여성운동, 문화운동, 환경운동 등 각종 시민운동과 기존의 ‘공동체경제발전운동’(CED)을 연결해냈다. 주정부는 이들과 협정을 맺어 지역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했는데, 그 수단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다. 즉 시민운동과의 결합이 이 지역 사회적 경제 발전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런 새로운 실험에 드는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물론 주정부가(그리고 2002년에서 2006년까지는 연방정부도) 이 실험에 적극 참여했기에 정부 재정이 투입되었지만 훨씬 더 많은 부분은 각종 기금에서 나온다. 이 지역의 기금은 개발기금, 연대기금, 정부기금으로 나뉘는데 이 세 기금은 목적을 약간씩 달리하면서도 모두 사회적 경제를 지원한다. 스스로 돈을 모으고 스스로의 투자 결정에 의해서 사회적 경제에 돈을 대는 기금은 우리에게 그 얼마나 절실한가.
 
퀘벡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지역 노동운동의 역할이다. 님탄은 2010년 ‘인간중심 경제에 관한 캐나다 전국회의’에서 “노동조합과의 통합은 사회연대경제 성공의 열쇠”라고 단언했다. 노동조합은 1980년대 초에 노동자연대기금을 만들었는데 이 기금은 지금도 3대 개발기금 중 하나이다. 노동자 스스로의 노후 복지를 위해 연금을 만들어 이 기금의 60%를 일자리 창출과 보전에 쓰도록 한 것이다.

이제 우리가 가야 할 지도는 대충 이런 모습이 아닐까? 퀘벡을 거쳐 에밀리아로마냐로 가는 여정. 우리의 사회적 경제, 나아가서 민주적 경제를 이룰 퍼즐 조각을 하나씩 찾아서 맞추는 여행을 다 함께 떠나자. SEQ라는 지도를 따라….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08.10정태인/새사연 원장

 

나는 협동조합 전문가가 아니다. 몇 번이고 X를 눌러도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인터넷 광고마냥 되풀이하는 얘기다. 평생을 생협운동, 공동체운동, 자활운동을 하신 분들 눈으로 보면 논문 몇 개 읽고 전문가로 대접받는 내가 괘씸할지도 모른다. 들불처럼 타오르는 현재의 협동조합 운동에 내가 좁쌀만큼이라도 도움을 드린다면 그건 내가 추상적인 이론을 공부하는 사람이고, 다행히 나라 정책을 직접 다뤄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이 지면에서 소개한 것처럼, 상호성이라는 인간 본성이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를 이끌어가는 힘이라는 주장,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내수를 확대해야 하고 그러려면 사회적 경제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그렇다. 원래 우리의 천성에도 맞고 나라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당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께 내가 드릴 수 있는 말은 별로 없다. 이럴 때는 오랜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분들을 만나야 한다. 지역의 각종 시민단체나 생협의 교육에 참가하면 더 일반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어로 ‘중간조직’이 있다면 조금 더 체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말하자면 해당 분야의 특성, 금융이나 기술, 관련 정책에 관한 컨설팅이 필요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에서는 CNA(중소기업과 수공업자 연합회)나 레가, 그리고 리얼 서비스 센터가, 캐나다의 퀘벡지역에서는 데자르댕 같은 금융기관과 샹티에(chantier)라고 불리는 연합조직이 그런 역할을 했다. 이런 중간조직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의 접속점(node)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첫 번째 전략으로 손꼽히는 네트워크화가 창업자에게 갖는 의미는 그런 접속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어떤 일을 선택하고 누구와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공동체에 있다. 현재의 협동조합 붐이 성과를 거두려면 지역공동체의 발전전략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그런 전략 수립에 참여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떼돈을 벌 생각만 아니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또 해야 할 일은 바닷가 모래알처럼 널려 있다. 예컨대 동네 어르신의 집을 에너지 절약형으로 수리하는 일부터 마을 전체를 재개발하는 일까지 사회적 경제가 담당하면 효율과 평등, 연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지역공동체의 모든 사회적 수요는 곧 사회적 경제의 사업 대상이다. 이것이 두 번째 전략이다.

지역공동체에 뿌리박은 사회적 경제는 지난 번에 제시한 인간 협동의 조건들 중 상당수를 일거에 만족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현재의 보편복지 요구와 연관시켜서 봐야 한다는 점이다. 서구에서는 1980년 말 이후 재정위기로 인해 많은 복지 프로그램을 민영화했다. 공공성을 지닌 사업을 시장에 맡기면 당연히 요금이 폭등하고 값싼 서비스가 사라진다거나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 특히 의료, 보육, 교육, 문화, 교통 등 사회서비스 분야가 그러한데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은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복지사업을 설계해야 할 한국 정부는 처음부터 사회적 경제를 마지막 복지 전달의 주체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론은 ‘협동조합을 꿈꾸는 그대’에게 이렇게 말한다. 먼저 동네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서 주민들과 해법을 모색하라. 지방정부나 중앙정부의 사업 중에 해당 항목을 찾아서 담당부서와 의논하라. 정부가 하는 일 중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무엇보다도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절대로 정부 공무원의 머릿속에서는 나올 수 없는 사업들도 수없이 튀어나올 것이다. 여러분이 이 글을 볼 때쯤이면 나는 캐나다의 퀘벡에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꿈이 주민들의 에너지로 실현되고 있는 곳이다. 바글바글한 에너지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자랑이 아닌가?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