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정치2012.12.19 10:04

2012.12.19정태인/새사연 원장

 

시대교체?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를 해야 합니다" 누구 얘기일까? 바로 지난 16 일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한 얘기다. 민주당은 '명백한 표절'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후보가 9월 16일 민주당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에서 "변화의 새 시대로 가는 문을 열어주십시오.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 반드시 해내겠습니다.”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봄에 새사연에서 출간한 <리셋 코리아-18 대 대통령이 꼭 해야 할 16 가지 개혁과제> 제1부의 제목이 바로 '정권교체에서 시대교체로'이다. 굳이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 말은 2007년에 이미 언론 매체에 보도된 바 있다. 심상정 당시 민주노동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처음 사용한 말이고 그 말을 만든 사람은 나였다.  

불행하게도 너무 앞서 나갔다. 1년이 지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사람들이 시장만능의 세계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는 새로운 역사의 단계에 들어섰다. 어느 곳이 새 시대의 정책기조를 먼저 시행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지극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쨌든 새사연은 문재인 후보에 이어 박근혜 후보까지 감복시킨 것일까? 불행하게도 박근혜 후보의 정책기조는 여전히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다. 줄푸세는 시장근본주의, 경쟁지상주의의 한국어 번안이니 그야말로 구시대의 정책기조라 할 만 하다. 반면 문 후보의 정책기조는 <리셋코리아>가 제시한 '소득주도성장', 아래로부터의 성장을 그대로 받아 안았다.


새 시대의 과제

'새 시대의 첫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낡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체제를 안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갈 체제를 5 년 내에 완성시킬 수는 없다. 구체제 기득권 세력, 즉 재벌-경제관료-조.중.동의 3 각 동맹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어떤 것은 조심스럽게 구체제를 해체해야 할 것이고 어떤 것은 다행히 빈 터라서 바로 주춧돌을 놓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라도 먼저 국민들부터 다독여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시대교체'의 과제가 어느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의 머릿속에서 해결될 리 없다. 문후보가 밝힌 '국민정당'과 '시민의 정부'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선 문후보가 명확히 밝히지 않은 핵심 과제 몇 개만 짚어 놓는다.

우선 가장 장기적인 것으로,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좌우할 생태문제를 들 수 있다.

어제 토론에서도 드러났듯이 박근혜 후보는 원전 마피아들을 해체할 생각이 전혀 없다(종합적으로 꼼꼼히 검토하겠단다). 문재인 후보는 수명이 다 한 원자로를 폐쇄하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할 뜻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원전의 축소와 함께 탄소 배출도 시급히 줄여야 한다. 전기의 생산과 소비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 전격적으로 충분히 높은 세율의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 늦어도 인수위가 탄소세 부과의 청사진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는 새 시대의 패권교체기에 우리나라가 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어느 나라도 미국의 패권도 , 중국의 패권도 원하지 않는다. 생태공동체, 경제공동체로 동아시아를 묶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다. 동아시아의 외환보유고를 공동 관리해서 2조 달러 이상의 여유분을 동아시아 경제의 생태화, 낙후지역의 개발에 사용해야 한다. 이런 동아시아판 마샬플랜은 이 지역 총수요를 확대해서 세계경제를 위기에서 구할 거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미국도 반대하기 어렵다. 정권 초기에 중국, 일본, 동남아와 논의해서 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천명해야 한다.

구시대의 유물인 FTA 협상에 목매달 때가 아니다. 최근 IMF 가 허용한 나라별 자본통제도 동아시아 국가들이 동시에 토빈세를 부과할 때 가장 효과가 클 것이다. 참고로 0.05% 정도의 토빈세를 부과하면(즉 1억 원의 외국 돈이 국경을 넘을 때 5만 원 정도의 세금을 부과하면) 약 7-8조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셋째는 복지국가 건설의 경로를 밝히는 일이다.

국회의 다수를 점하는 새누리당은 '재정 건전성'을 들어 거의 모든 복지 확대에 반대할 것이다. 현재 표류 중인 유통법이 곧 닥칠 미래의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시행령만 바꿔도 해결할 수 있는 복지 정책, 경제민주화 정책도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시행령만 개정해도 골목 상권을 보호하고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확대할 수 있다. 인수위는 모든 분야의 시행령을 검토해서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 일괄 처리해야 한다.

서민들에 대한 이런 복지는 동시에 단기 침체를 극복할 원동력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복지의 힘을 피부로 느낄 때 법을 바꿔야 하는 정책들도 해결할 수 있다. 기존 국회의원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오직 국민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새 시대의 첫 대통령'은 새 시대가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해야 할지 밝히고 국민이 합의한 일부터 재빨리 실행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가 강조한 경제민주화와 보편복지가 커다란 방향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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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1최정은/새사연 연구원

 

무상보육 공약 , 새 대통령 업무 첫 관문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만 0-5세 무상보육 공약은 새 대통령의 업무로 평가될 첫 번째 관문이다. 유력한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대선공약으로 만0-5세 무상보육을 약속하고 있어, 올 대선을 전후해 이 공약의 이행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 연말까지 2013년 예산안 심의가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무상보육을 담보할 재정이 담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들은 만0-2세 무상보육이 시행된 지 6개월만에 파행을 맞자 일제히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가 사실상 무상보육을 후퇴시키는 안을 발표한 지난 9월 25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0~5세 육아를 책임지는 것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꼭 필요하고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해 "무상보육 폐기는 무책임한 국정 운영의 극치"라고 몰아세웠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첫 공식 발언으로 "이래서 정치가 불신을 받고 또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국민들이 말하는 것"이라며 날선 목소리를 냈다.

무상보육 논란 , 지금은?


무상보육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몇 개월간 재정문제로 맞서다 겨우 만0-2세 무상보육을 종전의 소득하위 70% 지원으로 후퇴시키는 정부안으로 봉합된 상태다. 정부의 보육료지원 개편안은 맞벌이 가정에 매월 10~20만 원 부담을 주고, 전업주부의 보육시간 이용을 제한하고 있어 시행되더라도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도 마지못해 정부안에 합의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논란이 된 재정은 만0-2세아 소득상위 30% 가정 지원과 무상보육으로 인해 급증한 신규 수요지원을 합한 지자체 부담액 6600억 원이다.

지자체는 보육료지원 외에도 정부가 결정하는 국가주도사업에서 정부의 재정 분담율을 90~100%까지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매칭으로 진행되는 보육사업이 지방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국 244개 자치단체 중 지자체의 자주재원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시군구가 전체의 20%에 달한다고 한다(이동식, "지방재정의 자율성 강화방안", 제3회 공법학자대회 지방자치법제분과, 2012.6.28.).

진정성, 보여줄 때다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에 부모들은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그나마 희소식 하나가 들려 온다. 최근 국회 지방재정특별위원회가 영유아무상보육사업의 국고보조율 인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영유아 무상보육사업 국고보조율을 현행 서울 20%, 지방 50%에서 서울 40%, 지방 70%로 인상하도록 하는 안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요구한 100% 지원과는 간극이 있고, 법적 효력도 없어 지켜봐야 한다.

무상보육은 우리 미래에 대한 투자다. 무상보육은 어느 지역에 사느냐의 문제와 상관없이 정부가 책임져야할 과제다. 그동안 대선주자들은 수없이 ' 진정성'을 강조했다. 지금이야말로 그들의 진정성을 검증받을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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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1 / 22 이수민/새사연 연구원

[테마북]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여는 글]
     
            진정한 정책은 가장 소외된 곳부터 돌볼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5년 전 겨울 춥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는 심정으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었지만 우리는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더 추운 바람 속에 촛불을 들고 내던져져야 했습니다. 길고도 험난한 5년이었고 한편으로는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 되었습니다.

약 한 달 전 새사연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명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이 내어놓은 공약과 주장을 비교분석한 글들을 모아 <18대 대선후보 기초 정책비교>라는 제목의 테마북을 만들었습니다. 한 나라와 한 시대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의 공약 치고는 기대보다 부족하고 부실한 부분들이 많아 평가에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일방적인 지지나 비난만으로는 새사연이 이야기하는 '시대교체'는 고사하고 '정권교체'마저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 9월까지 발표된 공약을 기준으로 세 후보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해보았습니다.

그 후 새사연은 세 후보들이 기존의 공약들을 더욱 구체화해 나가고, 새로운 공약들을 제시하리라 기대하면서 대선정책 두 번째 시리즈로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을 준비했습니다.

이명박 정권 속에서, 그리고 더불어 장기화 되는 세계적 대침체 속에서 신자유주의에 의한 양극화와 불평등이 우리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지 경험한 국민들은 새로운 사회를 향한 요구를 경제 민주화와 보편복지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모았고, 그 결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온 세 후보의 공약마저 큰 차이를 나타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공약들의 유사함이 국민의 목소리와 후보들의 진정성을 제대로 담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단순히 표를 위한 선전 전략이 아닐까 걱정이 일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후보들이 내어놓은 공약을 읽어나가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그치지 않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이나 캠프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거나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은 정책들을 짚어보았습니다. 1) 경제 민주화, 2) 경제 성장론, 3) 공공부문 민영화, 4) 사회적 경제, 5) 저소득층 지원, 6) 보건의료, 7) 여성 일자리의 7가지 분야를 살펴보았습니다.

소외된 정책들은 중소상인과 중소기업, 저소득가구, 비정규직, 청년, 여성 등 주로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에 대한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고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대선 정책 두 번째 시리즈를 준비하며 대통령 후보의 진정성이란 자신에게 표를 주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내세우기 이전에, 반대로 표를 줄 것이라 기대되지 않지만 소외받고 있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어놓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런 '외면 받는', 그러나 '중요한' 정책들을 발굴하여 다시 국민과 후부들에게 환기시킴으로써 소외받는 정책, 근본적으로는 소외받는 국민과 계층에 대한 정책이 조명받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총 7편의 글을 테마북으로 엮었습니다.

2012년 1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이수민

 

[목  차]

◆ 여는 글                                                             

◆ 경제 민주화(김병권)
    : 재벌개혁의 중요수단, '계열분리 명령제'                             

◆ 경제 성장론(김병권) 
    : 박근혜 후보의 '창조경제', 90년대 벤처정책 부활? 혹은 '삼성 스타일'   

◆ 공공부분 민영화(김병권) 
    : 대선 후보들은 과감히 민영화를 전복시켜라                           

◆ 사회적 경제(이수연) 
    : 한국 사회적 경제의 올바른 시작을 위해                               

◆ 저소득층 지원(김수현) 
    : 하우스 푸어보다 심각한 푸어를 위한 대책은?                       

◆ 보건의료(이은경) 
    : 보건의료시스템 개혁 없이 건강보험 강화는 불가능                

◆ 여성 일자리(최정은) 
    : 일-가정 양립, 여성고용개선과 종일제 보육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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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7정태인/새사연 원장

 

착한 경제학에 어울리는 정치체제는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차분하게 쓸 기회가 있겠지만 답부터 말하자면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이다. 착한 경제학의 핵심은 ‘신뢰와 협동’인데 최근 대부분의 연구들은 신뢰와 시민참여, 사회적 자본의 상관관계를 강조한다. 스웨덴의 로스슈타인은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보편적 복지국가의 성패를 결정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런 기준에 비춰서 최근 초미의 관심사인 단일화부터 들여다보자.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쪽은 현재의 단일화 움직임이 세계에 유례가 없는 비정상이요, 야합이며 설령 단일후보가 선거에 이긴다 해도 과거의 DJP연합처럼 배반의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단일화, 더 일반적인 용어로 말한다면 ‘정치연합’은 비정상이 아니라 일상적인 현상이다. 다만 내각제에서처럼 선거 후에 득표 결과에 따라 몇몇 정당이 연합해서 내각을 구성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통령제에서는 ‘선거 전 연합’(pre-electoral coalition), 즉 후보 단일화라는 특징을 가질 뿐이다. 이들은 선진국 중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는 미국, 한국, 프랑스, 러시아인데 그 중 한국만 단일화를 하니 이런 비정상이 어디 있냐고 주장한다.
 
한 사람이 대통령과 총리를 번갈아 하는 러시아를 정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으니 일단 제외하고, 프랑스는 이원집정제 하의 결선투표제를 택한 나라다. 우리나라도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굳이 선거 전에 단일화라는 정치연합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이제 남은 나라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뿐인데, 미국은 정상이고 한국은 비정상이라는 건 사대주의가 아니라면 말이 되지 않는다. 2010년 포츠담대학의 프로이덴라이히는 대통령제 하에서도 절반 정도 이상이 정치연합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대부분의 대통령제 하에서 연합은 예외가 아니라 규범이다”.
 
선거 전 단일화의 장점도 있다. 내각제 하의 연합은 선거 결과에 따라 이합집산이 이뤄지지만 선거 전 연합은 그 대상이 뚜렷하기에 정책기조와 내각을 미리 제시할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해서 선거 때의 공약을 뒤집어 정반대로 나라를 끌고 갈 수도 있는 나라라면 이런 정치연합은 국민들에게 조금 더 확실한 미래를 보장한다.
 
현재 논의되는 단일화는 DJP연합과 확연히 구별된다. 1997년 DJP연합은 정치학 개념으로 말한다면 ‘최소규모연합’(윌리엄 라이커)이다. 즉 승리를 따내기 위해 최소한의 자리를 보장하는 단일화였다. 하여 임동원 장관 해임 사건이라는 정책기조 상의 문제로 쉽게 깨질 수밖에 없었다. 승리에 연연해서 이념과 정책을 저버린 ‘야합’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했던 것이다. 반면 이번의 정치연합은 정책을 중심으로 한 ‘최소연결승리연합’(로버트 악셀로드)을 노리고 있다. 즉 자리 때문이 아니라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연합을 하는 것이다. 즉 승리를 위한 정책연합, 우리 용어로 ‘가치연합’인데,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정치행위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수렴하는 경향을 갖는데(‘뒤베르제의 법칙’) 그것이 다양한 정책과 이념(예컨대 직접민주주의나 녹색정치)을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면, 심지어 거대 양당의 나태와 오만을 조장한다면 다당제 하에서 정치연합으로 대통령을 뽑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물론 현재 문재인 후보가 약속한 것처럼 비례대표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나아가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한다면 훨씬 순조롭게 정치연합이 이뤄질 것이고, 안철수 후보가 바라 마지않는 ‘타협의 정치’도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확히 말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단일화가 아니라, 진보진영까지 참여하는 ‘따로 또 같이’이다. 각 정당과 정파가 새로운 시대에 절실한 정책과 실천방안을 제시하여 합의 목록을 만들고, 그 정책을 수행할 내각 풀을 제시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시민정부’를 세울 수 있고 한국 최초의 ‘성공한 대통령’도 가능해진다. 앞으로 다가올 장기침체기에 제대로 된 개혁이라면 지배 삼각동맹의 목숨을 건 저항에 직면할 텐데, 시민들이 ‘우리의 정부’를 지켜줄 때만 그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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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0 / 3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11월 6일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미국 발행부수 8위인 워싱턴 포스트가 이번에도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0월 26일자 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4년 더”라는 편집국 사설을 통해 오바마 지지를 선언하고 그 이유까지 밝혔다. 언론사가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현상은 우리에게 매우 낯선 것이지만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 공개지지를 선언하면서 지난 4년 동안 오바마의 경제 정책, 외교정책, 사회정책 등을 두루두루 자신의 관점에서 평가해 놓았다. 그 결과 실책도 있었지만 업적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면서 오바마가 4년 더 대통령을 하는 것을 지지했다. 반면 공화당 롬니 후보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이다. 특히 미국 국민 47% 경멸 발언을 포함하여 롬니의 진실성에 대해 상당히 불신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 결과 오바마와 롬니 가운데서 “오바마가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라는 차원에서 오바마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가 간결하게 요약한 지난 4년의 오바마 정부 평가는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롬니에 대한 평가를 보면서 미국 여론의 맥락을 간접적으로 알아보는 소득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론사가 공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지지후보를 밝히고 그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가를 볼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한 가지 확인해 둘 것은 워싱턴 포스트라고 해서 대단히 진보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대외정책 등을 평가한 것을 보면 철저히 미국적이다. 따라서 이 점을 감안하며 다만 미국 내에서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는 틀과 접근법을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아래는 워싱턴 포스트의 오바마 대통령 지지 사설을 번역한 것이다.


 

 

“워싱턴 포스의 공개지지: 오바마 대통령에게 4년 더”

(Washington Post endorsement: Four more years for President Obama)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

2012년 10월 26일자

대부분 2012년 대선 캠페인도 이제 끝이 나고 있다. 핵심 질문은 다음 4년 동안 누가 이 나라를 더 낫게 이끌 것인가이다. 그리고 가장 급한 문제는 누가 미국 정부를 좀 더 건전한 재정기반위에 올려놓을 것인가이다.

이 문제는 투표 결과가 집계되자마자 승리자에게 곧바로 제기될 것이다. 미국 경제를 다시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는 일련의 세금 감면 종료와 정부지출 축소(재정절벽fiscal cliff을 말함 - 인용자)가 내년 1월에 작동될 예정이지만, 현재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가 어떻게 방향을 찾는가에 따라서 그의 성공적인 임기와 건강한 미국이 가능해질 수 있다.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이자 공화당 후보인 미트 롬니보다는 오바마 대통령이 방향을 찾는 항해사로서 더 나은 입장에 있다.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에 느꼈던 실망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는 재정문제에서 “어려운 결정에 대해 고질적으로 회피하는” 상황을 끝내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사회보장 개혁과 세입 증대의 균형이라는 유일한 해결방식에 전념하고 있다. 반대로 롬니는 세금은 늘 내려가야 하며 올라서는 안 된다고 하는 공화당의 비현실적인 이데올로기를 수용해왔다. 그렇게 되면 미래에는 정부가 국가채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느라 국가안보에서부터 빈곤층과 환자를 돌보는 것,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투자에 이르는 정부가 해야 할 모든 것들을 외면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불평등이 이미 확대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롬니가 그리는 미래는 국가의 부 가운데 훨씬 더 많은 몫이 부자들에게로 돌아가는 미래가 될 것이다.


재정문제의 중요성을 인정하더라도 만약에 오바마의 첫 번째 임기가 실패했고, 롬니가 미국의 안전보장과 대외적 리더십을 촉진시킬 수 있으며, 롬니가 기질이나 능력, 성격 면에서 더 우월함을 보여주었다면 그를 지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어떤 것도 진실이 아니다.

오바마 첫 임기가 과연 실패했는지부터 짚어보자. 재정위원회(Fiscal Commission)의 초당적 권고를 흐지부지하게 만들고, 존 베이너(John A. Boehner) 하원의장과 함께 2011년 여름 재정협상에 실패했던 것에 대해 우리는 오바마에게 실망했다. 오바마는 오만하고 예민한 백악관 참모진 내부에 갇혀서 의회와 기업의 지도자들을 멀리해왔다. 오바마 행정부는 기업을 파트너로서 보다는 적대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는 자신이 약속했던 이민자 정책과 기후변화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해 거의 노력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 위기와 타협할 줄 모르는 공화당 태도가 실패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오바마 첫 임기 동안의 상당한 업적은 훨씬 더 인상적이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그가 집권했을 때 자유낙하 하고 있던 경제를 지탱시켜낸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미국의 금융이 멈추기 직전까지 갔었던 그 때가 얼마나 두려운 상황인지는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부시 대통령이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 대해 성공적으로 의회승인을 얻음으로써 혼란을 피하기 위한 첫 단계를 시행했다. 그렇지만 부시는 후임자에게 여전히 엉망인 상황을 넘겨주어야 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오바마는 일자리 감소를 완화시키고 시장의 신뢰 회복을 돕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계획하여 의회 승인을 받아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의 구제계획을 세웠다. 그가 책임을 맡겼던 탄탄한 전문가들, 특히 티모시 가이트너(Timothy F. Geithner) 재무장관은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일 수 있는 인기영합 정책을 요구했던 민주당 좌파들, 그리고 가끔은 국가에 상당한 해악을 미칠 수 있는 공화당의 방해 사이에서 방향을 잡아나갔다. 경기회복 계획 중에는 산업 정책적 측면에서 필요도 없는 고속철도나 소비자들이 사지도 않을 전기 자동차에 집착하여 상당한 예산을 낭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연준(Fed)과 공조하면서 핵심적인 과제를 수행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2009년 3월 6,626 포인트였던 다우존스 산업지수 주가가 오늘날 13,000 포인트까지 반등했다는 사실이, 위기 이전보다 실업이나 빈곤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한 많은 미국인들에게는 편안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반적으로 경제가 의지하고 있는 신뢰의 회복을 반영하고 있다.


오바마의 두 번째 업적인 미국의 새로운 의료 서비스 법(The Affordable Care Act)은 4500만 미국인이 의료보험 없이 사는 부끄러운 현실을 종식시킬 때까지 제대로 시행이 되려면 꽤 걸릴 것이다. 또한 완전한 해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감당할 수 없이 올라가는 의료비용을 완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오바마는 군대 내부의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종식시키고 동성 결혼을 지원하기로 선언함으로써 오늘날 중요한 시민권을 위한 싸움을 진전시켰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자동차와 트럭에 대한 야심적인 연료절약 표준을 널리 알리고, 산업이 이에 협조하도록 설득함으로써 중요한 전진을 했다.

오바마는 특히 아프리카에서 부시 정부가 시작한 에이즈(HIV/AIDS) 퇴치 캠페인을 지속시켰다. 그는 각 주들이 필요한 교육 개혁을 하도록 독려했다. 비록 이민자 정책 개혁을 하는데 실패했지만, 아리조나 주나 알라바마 주와 같은 공화당 주지사 주들에서 이민자에 대한 최악의 괴롭힘에 법무부가 맞섰다. 그는 국무장관에 힐러리 클린턴(Hillary Rodham Clinton)과 교육부장관에 안 덩컨(Arne Duncan) 등 행정부 요직의 지도자들을 준비했고, 유능한 두 명의 연방 대법원 판사를 지명하고 승인하는데 성공했다.

대외정책도 역시 성공과 실패가 있었다. 오바마 정부는 강력하게 알카에타를 추적하여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을 찾아냈다. 그는 독재자 가다피(Moammar Gaddafi)에 저항하는 리비아의 대중적 폭동을 지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항하는 아시아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고, 중국의 국가적 후원을 받는 대부분 부패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도록 할 목적으로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 대화를 개시했다.

반면, 그는 집권 기간 동안 두 가지 매우 중요하고도 예상치 못했던 대외정책 기회에 대해 망설이거나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2009년 이란의 민주화 폭동과 2년 후의 아랍의 봄이 그것이다. 시리아가 내전에 빠져서 대부분 시민들인 3만 명 이상이 희생되고 있을 때 오바마는 미국이 한발 떨어져서 방치하도록 했다. 중동의 6개 국가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극단주의자들의 팽창도 마찬가지로 방치했다. 미군의 임무를 종결시킨 뒤 이라크에서 안전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그는 이라크에 쏟아 부은 10년 동안의 헌신을 활용하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아프카니스탄에 군대를 증파하면서 동시에 인위적인 기한을 설정하고 성공에 대한 명확한 확신도 없었던 그의 양면성은 앞으로 수 년 동안 발생할 문제를 남겨놓았다.

롬니는 상당히 설득력 있게 그와 같은 오바마의 실적들을 비판해왔다. 그러나 아프카니스탄과 이란, 시리아에 대한 그의 정책적 처방전은 오바마와 거의 다르지 않다. 롬니나 그의 러닝메이트는 대외정책 경험이 없다. 게다가 그의 즉흥성은 확신을 불러일으켜주지 못했다. 예를 들어 러시아를 미국의 가장 큰 적이라고 부른다거나, 중국에서 한 인권활동가를 위한 출국 협상을 시도할 때 절제를 하지 못하고 폭발한다거나, 중동에서 미국 외교관이 공격을 받을 때도 그렇다. 롬니는 자신이 더 잘할 것이라는 어떤 증거도 보여주지 못했다.

롬니의 자질과 능력에 대해 확인해보자. 롬니가 만들어 온 것은 무엇인가? 그는 경기를 회복시키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적절하게 약속한다. 비록 그의 정치경력이 빈약하지만 그의 비즈니스 경력은 인상적이며 잘 조직된 선거 운동을 이끌어왔다. 아마도 그의 정부는 그가 선거운동에서 제안한 말들보다 더 실용적인 정부가 될지도 모른다. 확실히 그는 재정적자가 더 늘어나는 것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있다. ‘온건한 롬니’가 백악관을 장악할 수 있을까?

애석한 점은 롬니가 진정으로 믿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인구의 47%를 경멸했던 경솔한 표현은 우리가 들었던 어떤 다른 것보다 진심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도 단지 추측일 뿐이다. 한 때 그는 존 매케인 스타일의 강경한 대외정책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마지막 대선 방송토론에서 그는 스스로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 이전에 태아의 생명권(낙태금지)을 열렬히 지지했던 그는 입장을 바꿔 여성의 낙태권리를 지지했다. 그의 입장 바꾸기는 게이의 권리, 총기소지, 의료 문제, 기후변화 문제, 그리고 이민자 문제 등에서 극적으로 나타났다.

이제 롬니 선거운동의 핵심 내용을 살펴볼 차례이다. 롬니는 경제적 불평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연방예산에 훨씬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감세를 약속했다. 그는 감세의 부정적 효과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안심이 되지 않는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사람보다도 문제의 시급성을 이해하고 있고 균형 잡힌 방법으로 문제를 풀기위해 전념하고 있다. 우리는 오바마를 초토화시키려 했던 롬니의 선거운동이 실패하고, 그 과정에서 공화당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그런 공화당과 오바마가 공조한다면 오바마의 집권 2기는 롬니의 당선보다 훨씬 더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것이 오바마를 훨씬 나은 선택으로 만드는 이유다.

 

* 롬니의 47% 발언 파문이란? (인용자 해설)

롬니가 올해 초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기부금 행사에서 했던 발언으로 지난 9월 유출되어 파문을 일으켰다. 롬니는 “47%의 미국인은 어떤 이유에서든 오바마에게 투표한다. 이 47%의 사람은 정부에게 의존적이며 자신을 희생자로 간주하고 정부가 자신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의료보험, 음식, 집 등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 나의 일은 그런 사람들을 걱정하는 일이 아니다. 난 절대 그들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인생을 살라'고 설득할 수 없다. ... 내가 신경 써야 하는 사람들은 사려 깊은 5~10%의 무당파 유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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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