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5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드디어 가계대출이 줄어들었다. 지난 1월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이 줄었을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들의 대출도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장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었던 2009년 1월 이후 처음이라 언론매체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물론 2월 통계까지 나와 있는 시중은행의 경우 2월에는 다시 대출이 약간 올랐다. 그러나 매달 2조원 이상 대출이 늘던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의 증가다. 그리고 카드사나 할부금융 통계는 아직 나와 있지 않지만 큰 흐름에서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한국경제의 잠재적 시한폭탄이라고 우려가 컸던 지점이 바로 1천조원 규모의 가계부채가 아니던가.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으면서 모조리 가계부채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줄지 않아서 더 걱정이 많았던 것 아닌가. 더욱이 가계부채 감소가 부동산 경기하락의 영향을 받아서 발생하고 있다니 그 역시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 경제에서 서로 맞물리면서 연착륙을 해야 할 대상이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이 아니던가.

그런데 가계부채 감소를 보도하는 매체들의 태도가 탐탁지 않다는 어투다. 만일 은행들의 입장을 소개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간다. 온 국민이 우리경제의 안정을 위해 가계부채 감소를 바라고 있는 와중에서도 은행들에게는 가계부채 감소가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왜 그런가. 매출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매출이 감소하면 수익이 감소하는데 어떤 영리기업이 박수를 칠 수 있단 말인가. 은행에게 ‘대출은 곧 매출’이다.

사실 지난해까지도 시중은행들은 매월 2조~3조원의 가계대출을 늘려 왔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지난해까지 연 평균 8% 이상 증가했다. 가계부채가 경제성장률을 훨씬 초과해서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뒤집어 말하면 금융회사들은 평균 성장률 이상의 매출실적을 올렸고 그만큼의 수익을 달성한 것이다. 때문에 가계부채 사상 최고 기록은 곧 은행수익 사상 최고 달성과 같은 말처럼 간주됐다. 실제로 지난해 가계부채는 1천조원을 넘었는데, 은행이 달성한 수익 12조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대였다.

이런 은행들에게 가계대출 감소는 곧 매출 감소이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법하다. 실제로 은행 관계자들은 올해 가계대출이 최소 4%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그동안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에서 수익을 봤던 은행들은 가계대출이 주춤하니 성장성과 수익성 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쩌다가 은행이라는 사적 회사의 이익과 국민경제의 이익이 이처럼 정면으로 배치되게 됐을까. 왜 시장의 모든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전체가 이익을 보지 못하는 구조가 됐을까. 은행이 공적 금융기관이 아니라 사적 회사가 됐기 때문은 아닌가. 은행이 사적 수익을 추구하지 않고 자금 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었다면 이런 이익의 충돌은 없지 않을까.

이 시점에서 재미있는 대목이 하나 있다. 대출이 줄어든다고 하니 서민 핑계를 대면서 서민들의 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출을 줄이면 안 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금융회사들이 서민대출을 줄이면 서민경제가 급속히 악화되는 악순환이 야기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주장 자체는 맞는 측면이 있다. 분명히 경기가 나빠지고 각 가정과 자영업자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질 때 은행이 대출창구를 조이면 서민과 중산층들이 힘들어할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가계부채 축소는 언제 어느 세월에 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정부가 대출 통제를 하지 않더라도 경기가 위축되고 유동성 흐름이 막히는 시점에서는 은행들 스스로가 자금회수에 나서는 것이 오늘날의 자유화되고 개방된 금융시스템 구조다. 경기가 매우 나쁘고 자금회수가 의심됨에도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고 있다면, 각종 담보 요구를 까다롭게하거나 리스크를 상쇄할 다른 대책을 세울 경우에 한한다.

은행들이 리스크를 금융소비자들에게 떠넘기면서 수익률은 보존하기 위한 행태들을 부쩍 늘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일제히 올리면서 신용대출 금리가 한 달 사이에 무려 1%포인트 이상 상승해서 7%를 넘어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대출을 유지한다는 것은 은행의 매출과 수익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지언정 서민들의 자금수요를 절대 만족시켜 줄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명확하다. 정부가 금융회사들에게 대출을 줄이지 말라고 하기 이전에, 불법·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온갖 금융리스크를 가계와 대출자에게 넘기고 있지 않은지 철저히 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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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02.03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해는 400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며 신용거품 붕괴가 국민생활과 내수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줬던 신용카드 대란이 발생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10년 만에 또다시 카드대란 위험이 있다면서 최근 언론매체들에서 경고를 주고 있다. 정말 근거가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신용카드와 관련한 몇 가지 지표들은 확실히 나빠졌다. 그 하나는 연체율이다. 1% 수준으로 낮았던 신용카드 연체율이 지난해 다시 2% 수준으로 상승하는 추세에 있는 것이다. 좋은 소식은 아니다. 아울러 카드 가운데 가장 문제가 많은 카드론 사용이 늘고 있다. 사실 10년 전에 카드대란이 일어났던 이유도 단지 카드 발급을 많이 받아서가 아니다. 카드 결제건수가 많아서도 아니다. 카드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카드론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현금서비스도 그렇지만 카드론은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위험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명백히 대출을 받는 것인데도 대출방식이 너무 편리(?)하다. 대출심사도 없고 면접도 없고 그저 신용카드로 긁기만 하면 된다. 도대체 돈을 빌렸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또 하나는 이렇게 편리한 대출인데 이자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웬만한 신용등급이 아니고서는 카드론 대출금리는 15% 이상, 20%를 넘나든다. 은행 이자의 두 배 이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비싼 이자의 대출을 손쉽게 쓸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위험에 대한 사전경고나 알림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쨌든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 말 카드론 사용액이 12조원이었는데 2010년 말 15조5천억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도 줄지 않고 늘어 15조8천억원이었다는 것이다. 카드론 사용액이 줄지 않는데, 올해 다시금 경제위축 조짐이 보이고 있으니 카드대란 걱정을 다시 할 법하다. 물론 카드론 증가속도가 2002년에 비해 현저히 느리고 신용카드사들의 레버리지 비율도 과도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카드대란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신용카드 하나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계부채라고 하는 큰 틀이 매우 취약해져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가계부채가 축소되지 않고 계속 증가해 가처분 소득대비 가계부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높게 나타나고 있고, 변동금리부 대출이 압도적으로 많은 등 부채구조가 경기변동에 취약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새로운 위험요인이 자라나고 있다. 경제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자금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드론 증가도 그 일환이다. 2010년부터 늘어난 대출의 경우 저소득층의 대출 증가율에서 비롯됐다. 최근 늘어난 대출의 절반 이상은 3천만원 미만 소득자들이 빌린 것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심지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에도 집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활이나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48.4%를 차지한다고 한국은행은 밝히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소득 하위 20%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무려 200%가 넘는다. 전체 국민평균 부채비율이 150% 인 것을 비교해 보라.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저소득층들이 생활자금으로 빌리는 돈은 대부분 은행 돈이 아니다. 신용카드나 저축은행 등 이른바 제2 금융권 대출이 주종을 이룬다. 그런데 이들 제2 금융권은 은행에 비해 이자가 두 배 이상 높다. 신용카드 카드론이 급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저축은행 대출도 늘어나고 있고 신협·새마을금고 등 서민 금융회사의 대출이 은행 대출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신용카드 위험도 상승을 서민들의 제2 금융권 대출 증가와 위험도 상승의 부분으로 봐야지 신용카드만 떼어서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묶어서 보게 되면 확실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저신용자나 저소득층, 다중 채무자들의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계속 누적되는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취약가구부터 단계적으로 연체와 파산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여기에 카드론 대출도 틀림없이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 신용카드사를 포함해 저축은행이나 할부금융사 등 제2 금융권은 다중채무자의 연체나 파산 충격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위험을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한쪽 국면만 보고 과소평가하지도 말아야 한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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