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2 / 10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이제 막 대선을 치룬 미국과 오바마 대통령 앞에 절벽이 나타났다. 바로 재정절벽(Fiscal Cliff)이다. 미국의 절벽은 세계의 절벽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정절벽이란 정부의 재정지출이 갑작스럽게 줄거나 중단되어서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재정절벽이 도래하는 시기는 내년 1월 1일이다. 부시 정부 시절부터 적용되었던 낮은 세율과, 작년과 올해에 적용되었던 소득세 2%P 인하 조치 등 경기침체를 맞아 잠시 낮아졌던 세율이 다시 인상된다. 또한 경기부양을 위해 늘어났던 정부지출도 축소되면서 재정적자 감축에 나서게 된다. 아직 경기가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이같은 정부의 역할 축소는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 사실 현재 경제상황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투자를 선도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뿐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재정절벽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미국연방예산위원회(CBO)는 미국 GDP에서 3.9%p 축소를, IMF는 4.3%p 축소를 전망했다. 민간 투자기관인 모건스탠리는 최대 5%p, 골드만삭스는 4%p, 제이피모건은 3.5%p 축소를 전망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1%정도이니 재정절벽이 실현된다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3%대로 떨어진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재정절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재정적자에 대한 제한을 늘려서 정부지출 감소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모자란 세수를 늘려야 한다. 모자란 세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어딘가에서 세금을 늘려야 한다. 이에 대해 어떤 이는 사회보장지출의 증가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세제를 개혁하여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늘림으로써 재정적자도 막고 소득 불평등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인상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과연 공화당이 이에 합의할지 의문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은 서로 여론전을 펼치며 재정절벽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절벽은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드롱(DeLong) 교수는 미국이 재정절벽을 해결하지 못하여 내년에도 심각한 경제침체에 빠진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정치적 문제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양 당이 서로 합의할 줄 모르고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을 비판했다. 특히 공화당의 경우 민주당이 하는 것, 민주당 대통령이 하는 것은 무조건 반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중에는 공화당 출신의 부시, 맥케인, 롬니가 주장했던 지출 정책, 기후변화 정책, 의료보험 정책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내년 1월 1일 재정절벽이 시행될 때까지 두 당의 협상은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선을 끝낸 후에도 여전히 앞을 향해 나아가지 못한 채 말싸움만 하고 있는 미국 정치의 모습. 어쩌면 몇 달 후 우리에게도 벌어질지 모른다. 특히 소통이 부재하다고 여겨지는 이가 대통령이 되면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미국의 정치적 침체

(America's Political Recession)

2012년 11월 29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브래드포드 드롱(Bradford DeLong)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확률이 36%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전적으로 정치 때문이다. 극단화된 정당정치는 미국경제를 "재정절벽"으로 밀어버리겠다고 위협하며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재정절벽이란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하지 못하면 2013년부터 자동적으로 증세와 정부지출 감소가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첫번째 황금기였던 100여년 전에도 미국 정치는 매우 극단화되어 있었다. 1896년 미래의 대통령 루스벨트(Roosevelt)는 공화당의 싸움개였다. 그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자 브라이언(William Jennings Bryan)을 향해 일리노이주의 악덕 주지사 올트겔드(John Peter Altgeld)의 한 마리 강아지라고 비난했다.


루스벨트는 브라이언은 "옹기장이 손에 쥐어진 진흙처럼, 비열하고 야심넘치는 일리노이주 공산당의 철저한 조정을 받고 있다.", "자유로운 은화제조"는 "그의 정치적 신념의 근본인 사회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걸음이다." 브라이언과 올트겔드는 "정부를 통제하는 핵심 정책들을 뒤엎고 싶어한다."


이런 식의 비난은 오늘날 우리가 듣기에는 매우 극단적이며, 잠시였지만 부통령을 했던 사람이 한 말이라기에도 극단적이다. (부통령이었던 루스벨트는 맥킨리(Mckinley)의 암살 후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는 텍사스 주지사 페리(Rick Perry)가 비열하게도 그의 동료 공화당원이며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의 의장 버냉키(Ben Bernanke)에게 협박성 발언을 하는 것을 들었다. (2011년 9월 페리 주지사는 2012년 대통령 선거 전까지 연준이 확장적 금융정책을 실시하면 무시무시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버냉키를 위협했다.-역자주) 캔사스의 국무장관 코박(Kris Kobach)은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캔사스주에서는 투표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오바마는 "출생에 의한 시민(natural born citizen)"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헌법 1조 2항에는 미대통령 피선거권자는 "출생에 의한 시민(natural born citizen)"이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부모의 미국시민 여부와는 상관없이 미국 사법권 관할 안에서 출생하면 출생에 의한 시민이 된다. 오바마는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태어났으나 2008년 그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후 그의 호놀룰루 출생증명서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다.-역자주)

그러나 페리나 코박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루스벨트는 극단적인 정파주의자였던 반면에 민주당원과 협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자신을 공화당의 대표로서만이 아니라  양당의 진보주의 연합의 대표로서 자리매김하며, 입법적,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양 당 사이에서 끝없는 논쟁을 하기도 하고 양쪽을 함께 끌어당기기 위해 노력했다.


오바마는 레이건(Ronald Reagan)이 두번째 임기 때 펼쳤던 국방정책과 부시(George H.W. Bush)의 지출 정책, 클린턴(Bill Clinton)의 세금 정책, 스퀘암 레이크 그룹의(Squam Lake Group,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의 원인과 대책을 분석하기 위해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들이 모인 그룹으로 이들의 보고서가 2010년 스? 레이크 보고서(Sqam Lake Report)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 역자주) 금융 규제, 페리의

이민 정책, 맥케인(McCain)의 기후변화 정책, 롬니(Romney)가 매사츄세츠의 주지사일 때 펼쳤던 의료보험 정책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정책을 지지함에도 공화당원들과 나란히 서지 못한다.


오바마는 콜린스(Susan collins)로 하여금 자신의 금융 정책에 투표하거나, 맥케인 처럼 자신의 기후변화 정책을 위해 투표하거나 롬니처럼 자신의 의료보험 계획을 지지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그는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 라이언(Paul Ryan)이 그 자신의 메디케어 비용 조절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할 수 없었다.


그럴 수 없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후원자들을 포함하여 공화당에 기반한 사람들은 민주당 대통령이라면 어떤 누구라도 미국의 불법적 적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현직 대통령의 제안은 분명 잘못되었고,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화당 간부들은 클린턴보다 오바마를 이렇게 생각한다.

이런 시각은 공화당원들에게 영향을 준다. 게다가 1992년 클린턴의 선거 이후 공화당의 당수는 민주당이 백악관에 있을 때마다 정부가 마비되었으며, 정부의 무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선거 승리를 위한 가장 좋은 길이라고 믿고 있다.

2011년에서 2012년까지 공화당의 계산은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 11월의 선거는 미국 정부의 어디에서든 힘의 균형을 바꾸지 못했다. 오바마는 대통령으로 남아있고, 공화당은 하원의 통제자로 남아있다. 민주당은 상원을 통제한다.

이제 공화당 의원들은 정부를 마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화당의 지도부에 반발할지도 모른다. 하원의 베이너(John Boehner)와 캐내이터(Eric Canator)와 상원 맥코넬(McConnell)과 같은 공화당의 지도자들은 발목을 잡는 식의 정치가 실패했다는 결론을 낼 것이다. 비록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심각한 문제와 침체 속 에 남아있지만, 오바마의 정책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 지금까지는 대부분 성공적이다. 그는 좋은 대통령이며 지지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마라. 지금 당장 미국의 모든 상원들은 호의를 언론을 통해 자신들이 협조할 것이며, 재정절벽에 대한 합의가 12월 말 이전에 타결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이는 비관적 전망이 나중에 비난받을 정치 마비 상태를 가져오는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1월 1일 (재정절벽이 시작되어 - 역자주) 세율이 오를 때까지 실제 협상은 시작되지 않을 것이다. 그럴 확률이 약 60%이다. 또한 2013년에도 협상마비가 계속된다면 미국이 다시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은 60%에 달한다. 침체가 되도록 짧고 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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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5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박근혜 후보 선거 플랭카드 속에 경제 민주화는 없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각종 공약이 난무하고 있는 중이고 길거리에는 각 후보들의 공약이 적힌 플랭카드로 넘쳐난다. 그런데 당초에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라고 했던 경제 민주화 공약이 얼마나 될까? 특히 박근혜 후보가 내건 선거운동 구호와 플행카드 속에는 경제 민주화 내용이 얼마나 들어가 있을까?

박근혜 후보는 지난 7월 11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경제 민주화를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걸었다. "저는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그리고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삼겠습니다. 국민행복의 길을 열어갈 첫 번째 과제로, 저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중소기업인을 비롯한 경제적 약자들의 꿈이 다시 샘솟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김종인 전의원을 국민행복 추진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보수가 내걸기 어려운 경제 민주화를 박근혜 후보가 전면에 들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핵심은 폐기처분 된 김종인의 경제 민주화 정책

그런데 그 후 수개월 동안, 박근혜 후보는 확정적인 경제 민주화 정책을 좀처럼 내놓지 않았다. 경제 민주화를 할 것이라는 동어반복만 계속하는 가운데, 당 내에서 김종인-이한구 논쟁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더니 드디어 11월 초에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경제 민주화 공약을 준비해서 박근혜 후보에게 제시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거기에는 재벌총수와 임원진의 급여 공개, 재벌 범죄에 대한 국민 참여재판 확대,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 소액주주의 독립이사 선임권한 부여를 포함하고 있었다.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수용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특히 각종 재벌 규제 방안을 '대기업 집단법'이라는 특별법으로 묶어서 포괄적인 재벌규제체제를 만들고, 필요한 경우 계열사의 지분조정 명령제를 넣는 것 까지가 검토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박근혜 경제 민주화에 일말의 기대를 걸게 했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주지하는 것처럼, 박근혜 후보가 처음으로 공식화해서 밝힌 11월 중순의 "경제민주화 5대 분야 35개 실천과제"에는 앞서 언급한 경제 민주화 내용은 전부 빠져 있었다. 나아가 박근혜 후보는 경제 민주화가 아니라, '경제 민주화와 성장이 함께 가야 한다'면서 경제 정책 기조를 공식적으로 바꾸기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자신의 제안을 폐기처분 당한 김종인 위원장은, "11월11일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를 앞두고) 박 후보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선거전략 변화를 처음 알았다. 경제상황이 어렵다고 하니까 성장 콤플렉스에 또 빠진 것인데, 새누리당의 상당수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두 개의 경제 민주화 법안 처리를 무산시킨 박근혜 후보

그 이후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경제 민주화 의지가 완전한 허상이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 또 있었다. 100여개가 넘게 국회에 제출된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 중에서 유일하게 관련 상임위를 통과해서 올라온 법안의 처리를 거부했던 것이다. 바로 대형할인마트 영업시간과 휴무 지정 강화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을 지난 11월 22일 법안심사 소위에서 새누리당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현재 평균임금의 30%를 약간 넘는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까지 올리자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차별 금지 등은 경제 민주화와 노동 민주화를 상징하는 매우 기초적인 과제들이었다.

핵심을 모두 거세시키고 발표한 박근혜 후보의 경제 민주화 공약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차별을 해소"하겠다거나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을 규제해서 골목상권과 영세자영업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겠다는 문구는 남아 있었지만, 그 조차도 실제로는 시행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 확실히 증명된 것이다.

이제 박근혜 후보의 공약집과 머릿속에는 '민주화가 실종된' 경제 공약이 과거의 경제 성장공약으로 되돌아간 채 남아있게 된 것이다. 결국 현재 문재인과 박근혜 두 유력 후보의 경제 민주화 공약 차이는 이제는 '거의 차별화가 안 된다'가 아니라 '있고 없고 차이'로 확실히 구분된다.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의 70% 이상은 경제 민주화를 원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면 경제 민주화를 위해 누구를 뽑아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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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2고병수/새사연 이사

 

사례 1.
민들레씨는 갓 돌을 넘긴 아기가 며칠 열이 지속되다가 기침이 심해지자 혹시 폐렴이 아닐까 덜컥 겁이 나서 대학병원 소아과 외래로 직접 가서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폐렴은 아니고 기침만 심하게 하는 정도의 감기라고해서 안심이 됐지만, 동네의원을 거치지 않고 왔으니 진료비가 비싸다고 하는 게 문제였다. 다니던 동네의원에 전화해서 팩스로 진료의뢰서를 보내달라고 했고, 단골의원은 진료를 하지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의뢰서를 대충 써서 보내줘야 했다. 

사례 2.
민들레씨 시아버지는 동네의원에서 가끔 혈압을 쟀는데, 혈압이 높게 나와 자주 다니던 동네의원 의사로부터 적절한 건강관리를 하도록 교육받고, 혈압강하제 복용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아직 약을 복용하기는 싫어서 거부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가슴이 답답해지고 가슴이 뛰는 증상을 느끼자 걱정이 되어 의뢰서를 써달라고 강요하다시피 하여 유명하다는 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몇 가지 검사를 하게 됐고, 아직 심장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지만 고혈압 때문에 혈압강하제를 처방받고 복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계속 고혈압 관리를 위해 두 달에 한 번씩 대학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현상은 가끔씩 지속되고 불안한 마음까지 생겨나서 다니는 심장 내과 교수의 권유로 같은 병원 소화기 내과를 가서 위내시경을 하게 되었다. 거기에서도 가벼운 위염 외에는 특별한 소견이 보이지 않아 나중에는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되었다. 몇 가지 설문과 상담을 받은 후 그 분은 내과적 문제가 아니라 불안증의 일종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고, 간단한 약을 투여 받으면서 다소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였다.

사례 3.
동네의원 의사 K씨는 얼마 전 직장암이 의심되는 50대 환자를 진료하고, 진료의뢰서를 작성해서 종합병원에 보낸 적이 있다. 그 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였지만, 회신서가 오지 않아 알 도리가 없었다. 침울해 있을 환자에게 물어보는 것도 도리가 아니겠고, 그 환자는 서로 협력이 잘 되는 줄 알았을 것인데, 의사들끼리 아무런 소통도 없이 환자에게 물어보는 것도 겸연쩍은 일이었다.

사례 4.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소화기내과 전문의 J씨는 동네의원에서 의뢰받은 환자를 진료하다가 환자와 마찰을 빚었다. 간 쪽의 문제로 의뢰를 받았는데, 혈액검사를 비롯한 몇 가지 필요한 검사를 하려고 하자, 환자가 동네의원에서 이미 다 받은 것을 왜 또 하려고 하느냐고 따졌기 때문이다. 겨우 설득해 검사를 마쳤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환자를 통해 보내온 의뢰서에는 환자정보 외에 ‘간질환 의심’이라는 내용밖에 없었고, 검사 기록은 일체 없어서  더 이상의 정보를 알지 못했는데, 환자들은 마치 기록들이 공유되는 줄 알았던 것이다.


협력하지 않는 종합병원과 동네의원

위의 사례들은 동네의원 의사들이나 종합병원 의사들이 흔히 겪는 일들이다. 점점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포함)과의 협력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부실한 의료전달체계의 현실 속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불필요한 상황임에도 진료의뢰서를 써 달라 우기는 환자들, 단골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면 효율적인데도 기어코 종합병원부터 가려는 환자들은 그래도 봐줄만 하다. 대학병원의 유명한 교수를 찾아가서 먼저 진료를 받고 난 후, 의뢰서를 팩스로 보내달라는 요구를 할 때는 도대체 진료의뢰서는 왜 써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가끔 있다. 

환자들만 체계를 무시하고 진료를 받는 게 아니라, 동네의원 의사들도 성실히 의뢰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환자 인적사항 외에 의심되는 진단명과 함께 간단한 진찰 상황에 ‘고진선처 바랍니다.’라고 쓰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그곳에서 알아서 하시라는 표시이다. 진료의뢰서를 받은 종합병원의 의사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재차 환자로부터 들어야 하고, 검사 내용도 첨부되지 않아 다시 검사를 하다보면 환자들과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의뢰를 받은 종합병원들도 성실히 회신을 해서 원래 다니던 동네의원이 진행상황을 알 수 있게 해야 하고, 웬만한 만성질환들은 그곳에서 해결하도록 돌려보내 줘야 하는데, 그 또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회신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 않은데, 몇 곳의 조사를 통해 짐작해본다면 50~60%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

 
의료의 혁신은 의료전달체계의 재정립에서부터

‘의료전달체계(Health care delivery system 혹은 Medical delivery system)’란 제한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면서 국민들이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의 의료서비스를 적절한 장소에서 제공하게 하여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이라고 정의된다. 여기에는 단순히 환자의뢰체계(Patient referral system)로서만이 아니라 의료자원을 누가,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제공할 것인지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제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의를 보면 의료전달체계가 적절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의료 인력의 개발과 교육 및 재정 문제까지 포괄하는 넓은 범위의 개념으로 인식되어야 하는 것이다. 간혹 의료전달체계를 단순 환자의뢰체계로만 협소하게 의미를 규정함으로써 올바른 정책 목표를 설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시행 과정에서 혼란을 겪거나 난관에 부딪히게 되기도 한다. 

외국에서는 동네의원과 종합병원의 관계, 일차의료전담의와 단과전문의의 역할 분담의 문제가 1920년대부터 연구되다가 현재의 복지국가의 틀이 잡히는 1940년대를 지나면서 정립되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 예방의학 전문가들에 의해서 제기되었고,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의 경쟁이 심화되는 시기에 전국민건강보험의 확대 시행과 더불어 1989년에 제도적으로 이루어졌다. 당시에는 동일 지역에서 종합병원을 이용하거나 타지역으로 가려고 할 때는 반드시 진료의뢰서나 타진료권 진료확인서를 지참해야 가능했다.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고,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성급한 판단으로 1998년, 10년 만에 정부는 보건복지부 고시(제1998-56호)를 통해 서둘러 제도 완화를 단행했다. 그 이후 한국의 의료전달체계는 지금처럼 지역 구분도 없고, 종합병원 문턱은 약간 높이는 정도로 의료 기관들 간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후 우리나라의 병원, 의원들은 만족하게 되었을까? 우리 국민들은 편해졌고, 행복해졌을까? 

[1989년 시행됐던 진료권역과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진료 절차]


(자료 출처 : ‘한국일차의료의 발전방향 모색 2012’ 자료 그림)

이후에도 계속해서 대형병원들은 아무런 규제 없이 세계 최고의 거대병원(Mega-hospitals)으로 하늘 높이 빌딩을 증축하고 있으며, 서울-경기 지역 중심의 의료기관 집중과 지역 의료기관 재정난, 의료비용 증가, 동네의원 위기들이 만성화되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의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면서도 정부도 손을 못 대고 있다. 2011년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이전부터 해오던 만성질환관리제도를 확대한 일차의료전담의제를 포함해서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기본계획’이 큰 관심 속에 준비되었지만, 아무런 재정 마련 없이 이전처럼 생색내기로 진행하려다보니 해보지도 못하고 끝나버린 것은 코미디라고 봐야 하나? 정부나 정치인들이 한 나라의 의료 문제에 대해 얼마나 고민이 없는지를 단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예이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은 보건의료 공약들을 내놓고 있지만, 이러한 의료전달체계를 만들어 놓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이전처럼 국민들의 표를 구걸하기 위한 선심성 정책들이 많다. 다만 일부 후보들이 지역 종합병원의 특성화 정책이라든지, 지역에 좋은 공공병원을 확충한다든지 하는 정책들을 내어놓은 것도 아주 일부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고, 진정한 대책이 아니어서 아쉽다. 각 후보 캠프의 보건의료 담당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국민들 눈높이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국민들 입맛에 맞게 만들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체계적으로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믿는다.

나라의 보건의료의 성공 여부는 체계(system)에 달려있다. 그래서 ‘보건의료시스템(Health care system)’이라고 하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지 않으면 보배가 될 수 없듯이 많은 보건의료 공약들도 체계적으로 잘 엮어서 국민들이 더 건강하고, 의료제공자들도 만족하는 좋은 정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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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1최정은/새사연 연구원

 

무상보육 공약 , 새 대통령 업무 첫 관문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만 0-5세 무상보육 공약은 새 대통령의 업무로 평가될 첫 번째 관문이다. 유력한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대선공약으로 만0-5세 무상보육을 약속하고 있어, 올 대선을 전후해 이 공약의 이행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 연말까지 2013년 예산안 심의가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무상보육을 담보할 재정이 담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들은 만0-2세 무상보육이 시행된 지 6개월만에 파행을 맞자 일제히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가 사실상 무상보육을 후퇴시키는 안을 발표한 지난 9월 25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0~5세 육아를 책임지는 것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꼭 필요하고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해 "무상보육 폐기는 무책임한 국정 운영의 극치"라고 몰아세웠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첫 공식 발언으로 "이래서 정치가 불신을 받고 또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국민들이 말하는 것"이라며 날선 목소리를 냈다.

무상보육 논란 , 지금은?


무상보육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몇 개월간 재정문제로 맞서다 겨우 만0-2세 무상보육을 종전의 소득하위 70% 지원으로 후퇴시키는 정부안으로 봉합된 상태다. 정부의 보육료지원 개편안은 맞벌이 가정에 매월 10~20만 원 부담을 주고, 전업주부의 보육시간 이용을 제한하고 있어 시행되더라도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도 마지못해 정부안에 합의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논란이 된 재정은 만0-2세아 소득상위 30% 가정 지원과 무상보육으로 인해 급증한 신규 수요지원을 합한 지자체 부담액 6600억 원이다.

지자체는 보육료지원 외에도 정부가 결정하는 국가주도사업에서 정부의 재정 분담율을 90~100%까지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매칭으로 진행되는 보육사업이 지방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국 244개 자치단체 중 지자체의 자주재원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시군구가 전체의 20%에 달한다고 한다(이동식, "지방재정의 자율성 강화방안", 제3회 공법학자대회 지방자치법제분과, 2012.6.28.).

진정성, 보여줄 때다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에 부모들은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그나마 희소식 하나가 들려 온다. 최근 국회 지방재정특별위원회가 영유아무상보육사업의 국고보조율 인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영유아 무상보육사업 국고보조율을 현행 서울 20%, 지방 50%에서 서울 40%, 지방 70%로 인상하도록 하는 안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요구한 100% 지원과는 간극이 있고, 법적 효력도 없어 지켜봐야 한다.

무상보육은 우리 미래에 대한 투자다. 무상보육은 어느 지역에 사느냐의 문제와 상관없이 정부가 책임져야할 과제다. 그동안 대선주자들은 수없이 ' 진정성'을 강조했다. 지금이야말로 그들의 진정성을 검증받을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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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11 / 22 이수민/새사연 연구원

[테마북]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여는 글]
     
            진정한 정책은 가장 소외된 곳부터 돌볼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5년 전 겨울 춥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는 심정으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었지만 우리는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더 추운 바람 속에 촛불을 들고 내던져져야 했습니다. 길고도 험난한 5년이었고 한편으로는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 되었습니다.

약 한 달 전 새사연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명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이 내어놓은 공약과 주장을 비교분석한 글들을 모아 <18대 대선후보 기초 정책비교>라는 제목의 테마북을 만들었습니다. 한 나라와 한 시대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의 공약 치고는 기대보다 부족하고 부실한 부분들이 많아 평가에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일방적인 지지나 비난만으로는 새사연이 이야기하는 '시대교체'는 고사하고 '정권교체'마저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 9월까지 발표된 공약을 기준으로 세 후보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해보았습니다.

그 후 새사연은 세 후보들이 기존의 공약들을 더욱 구체화해 나가고, 새로운 공약들을 제시하리라 기대하면서 대선정책 두 번째 시리즈로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을 준비했습니다.

이명박 정권 속에서, 그리고 더불어 장기화 되는 세계적 대침체 속에서 신자유주의에 의한 양극화와 불평등이 우리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지 경험한 국민들은 새로운 사회를 향한 요구를 경제 민주화와 보편복지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모았고, 그 결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온 세 후보의 공약마저 큰 차이를 나타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공약들의 유사함이 국민의 목소리와 후보들의 진정성을 제대로 담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단순히 표를 위한 선전 전략이 아닐까 걱정이 일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후보들이 내어놓은 공약을 읽어나가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그치지 않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이나 캠프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거나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은 정책들을 짚어보았습니다. 1) 경제 민주화, 2) 경제 성장론, 3) 공공부문 민영화, 4) 사회적 경제, 5) 저소득층 지원, 6) 보건의료, 7) 여성 일자리의 7가지 분야를 살펴보았습니다.

소외된 정책들은 중소상인과 중소기업, 저소득가구, 비정규직, 청년, 여성 등 주로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에 대한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고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대선 정책 두 번째 시리즈를 준비하며 대통령 후보의 진정성이란 자신에게 표를 주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내세우기 이전에, 반대로 표를 줄 것이라 기대되지 않지만 소외받고 있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어놓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런 '외면 받는', 그러나 '중요한' 정책들을 발굴하여 다시 국민과 후부들에게 환기시킴으로써 소외받는 정책, 근본적으로는 소외받는 국민과 계층에 대한 정책이 조명받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총 7편의 글을 테마북으로 엮었습니다.

2012년 1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이수민

 

[목  차]

◆ 여는 글                                                             

◆ 경제 민주화(김병권)
    : 재벌개혁의 중요수단, '계열분리 명령제'                             

◆ 경제 성장론(김병권) 
    : 박근혜 후보의 '창조경제', 90년대 벤처정책 부활? 혹은 '삼성 스타일'   

◆ 공공부분 민영화(김병권) 
    : 대선 후보들은 과감히 민영화를 전복시켜라                           

◆ 사회적 경제(이수연) 
    : 한국 사회적 경제의 올바른 시작을 위해                               

◆ 저소득층 지원(김수현) 
    : 하우스 푸어보다 심각한 푸어를 위한 대책은?                       

◆ 보건의료(이은경) 
    : 보건의료시스템 개혁 없이 건강보험 강화는 불가능                

◆ 여성 일자리(최정은) 
    : 일-가정 양립, 여성고용개선과 종일제 보육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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