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진 / 새사연 이사 



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경제주거노동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후대에 마을살이, 마을공동체 활성화와 같은 마을운동을 연구할 학자들은 2012년을 흥미롭게 관찰할 듯하다. 여러 지자체에서 ‘마을(공동체) 만들기(활성화) 지원 조례’라는 명칭의 자치법규 제정이 크게 늘어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는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공동육아, 방과후학교와 같은 마을살이에 대한 관심의 증대와 지방선거 등에서 드러난 민심(전형적 개발공약 및 선심성 공약에 대한 거부감, 연대와 주민참여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2017년은 대선, 2018년은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다. 제도적 지원근거가 마련되기 시작한 지 4~5년차에 접어드는 마을살이가 여러 사회⋅경제⋅정치 변수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의 유행이 아니라 당연한 정책 영역으로 남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2012조용한(?)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마을만들기, 마을공동체, 지역공동체, 지역만들기, 자치공동체, 도시재생과 같은 용어를 제목으로 하는 자치법규 중에서 마을이나 공동체에 대한 지원내용을 담아 제정 또는 전부 개정된 조례는 2016년 12월 말 기준으로 171개에 달한다. 제정(또는 전부개정)된 시기별로 집계하면 2004년 처음으로 관련조례가 제정된 이후 2011년까지 26개의 실적이 있었다.


2012년 이후의 실적은 2012년 42개, 2013년 30개, 2014년 17개, 2015년 23개, 2016년 33개로 2011년 이전과 비교하면 여러 지자체에서 마을살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다음 <그림 1>과 같이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논의했듯이 2012년부터 관련조례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마을현장에서의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겠지만, 연대와 협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그에 따라 보편복지와 같은 이슈가 선거에서 이기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마을이 중한 지역?


마을살이 관련 조례가 지정된 광역지자체는 17개 광역시도 중 울산광역시, 경상북도, 경상남도 3곳을 제외한 14곳이다. 기초지자체의 제정여부를 살펴보면,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53%에 해당하는 121개 단체에서 관련조례가 제정되었다.


아래 <그림 2>를 참고하여 광역시도별로 보면, 서울과 광주의 경우 모든 기초지자체에서 관련조례를 제정하였다. 이밖에도 인천과 경기도의 경우 80% 이상의 기초지자체에서 관련조례를 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수도권 지역에서 마을살이에 대한 관심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도시지역(자치구 및 시) 및 비도시지역(군)별로 관련조례 제정 여부를 살펴보면 <표 1>과 같다. 도시지역 114개 단체 중 65%에 해당하는 94개 지역, 비도시지역 84개 단체 중 32%에 해당하는 27개 지역에서 관련 조례가 제정되었다. 즉, 도시지역에서 마을살이에 대한 관심이 비도시지역에 비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가 빚어진 요인을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다음과 같이 유추해 볼 수 있다. 비도시지역의 경우 여전히 지역 내 관계망이 중요하게 작동되는 사회구조가 유지되고 있어서 마을공동체 활성화가 주요 이슈가 아닐 수 있다. 또한 인구밀도가 공동체가 형성되기 어려울 정도로 감소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자치단체장의 철학이나 정치적 성향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별 지자체의 여건과 특성을 세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마을살이를 지원할 의지는 있나


2017년 2월 3일 기준으로 법제처 DB에 기록되어 있는 법령은 4,882건, 행정규칙은 14,293건, 자치법규는 98,095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법령과 규칙에 규정되어 있는 지원정책이 모두 구현되지는 않는다. 당연히 집행부서의 실행의지와 의회의 예산편성이 정책구현의 기본조건이다.


그런데 마을공동체 활성화처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정책의 경우에는 공공의 실행의지와 예산만으로는 제대로 구현되기 어렵다. 그래서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공공정책과 마을현장 사이의 가교가 되는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


<표 2>로 정리한 관련조례에 중간지원조직을 둘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현황을 살펴보면, 17개 광역시도 중 관련조례를 제정한 14개 단체 모두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였다. 한편 기초단체의 경우에는 관련조례를 제정한 121개 단체 중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규정을 마련한 곳은 70%에 해당하는 85개 단체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어떻게 정책을 구현해 나가고 있는지는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각각의 실태를 세세하게 살펴봐야 정황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마을살이의 특성상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없다는 것은 곧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마을살이와 관련된 중간지원조직을 운영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표 3>과 같다. 마을공동체 지원 역할도 수행하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포함하여 집계하면 광역지원센터는 11개 광역단체에 14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기초지원센터는 7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를 포함하여 집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살이 관련 지원센터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기초단체 수인 121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지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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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와 원문은 새사연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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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8                                                                                   박세길/ 새사연 前 부원장




전쟁이 시작되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 여당과 여기에 반대하는 국민들 사이에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 이 전쟁은 나날이 확전 일로에 있다. 새누리당 수뇌부에서는 교사 지침서와 참고서로까지 전선을 확대시키고 있다. 전쟁은 새로운 국정 역사 교과서를 채택하기로 한 2017년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도대체 이 전쟁은 왜 시작된 것일까? 누가 무슨 의도로 이 전쟁에 불을 붙인 것일까? 이 전쟁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지난 10월 8일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은 “‘단일 국사교과서’ 박대통령이 결정했다”였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최고 통치자의 의중이 강력히 반영된 것임을 입증한다. <한겨레> 등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인 박정희의 친일 독재 전력을 미화하려는 의도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해 왔다. 유신독재에 항거했던 1970년대 민주화운동 출신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본능적으로 나올 수 있는 시각일 수도 있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연민의 정만으로 이처럼 엄청난 전쟁을 감행한 것일까? 친박․비박으로 갈려져 있는 새누리당 수뇌부가 역사 교과서 전쟁에 대해서만큼은 일치단결해 있는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일까?

지난 2012년 4월 총선 때의 일이다. 총선을 앞둔 몇 달 전만 해도 대부분의 분위기는 야당이 이긴다는 쪽이었다. 심지어는 여당 안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워낙 죽을 쓰는 바람에 여당 심판론이 널리 확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서 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두고 한미FTA 국회 비준이 이루어졌고, 제주 해군기지 공사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구럼비 바위 폭파가 강행되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두 가지 조치에 대해 격렬하게 저항했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별 인기 없는 일을 강행하는 정부의 처사가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 즈음 서울 모처에서 원로 선생님 두 분을 뵌 적이 있었다. 두 분 모두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말씀드렸다.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야당이 질 것입니다.” 두 분 선생님은 몹시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 총선 결과는 나의 예상대로 여당인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당시 여당의 총선을 지휘했던 인물은 당 대표를 맡고 있었던 박근혜였다. 세상은 박근혜를 향해 선거 여왕이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도대체 박근혜는 무슨 재주로 지극히 불리한 상황에서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을까?

그간의 궤적을 추적해 보면 박근혜의 정치를 지배해 온 것은 철저한 좌우 구도 형성이었다. 박근혜 입장에서 볼 때 좌우 대결 구도는 필승 구도였다. 좌우 구도 안에서 기득권 세력은 국민적 지탄의 대상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본색을 감출 수 있다. 나아가 우파가 안정적인 다수를 점할 수 있다. 보수 성향의 영남 지역과 역시 보수 성향이 짙은 50~60대가 인구의 다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을 전후하여 한국 사회가 좌우 대결 구도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던 이슈는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건설이었다. 두 개의 이슈는 매우 정확하게도 한국 사회를 좌우 두 세력으로 갈라놓았다. 2012년 정부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한미FTA 국회 비준과 제주 해군기자 구럼비 바위 폭파를 강행한 것은 좌우 대결 구도를 재생시키기 위한 의도였다. 자연스럽게 총선은 그 같은 좌우 대결 구도 안에서 치러졌고 결과는 박근혜가 의도한 대로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지금의 여당은 오랫동안 권좌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야당 신세로 내몰리면서 권력을 빼앗기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해야 했다. 오랫동안 야당 생활을 하면서 권력 없이 사는데 익숙한 지금의 야당과는 체질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여당은 권력 획득에 대한 절실함에서 야당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런 여당 입장에서 볼 때 향후 전망은 심히 어둡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도 지표로 드러난 경제 성적이 그들 스스로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보다도 못하다. 통상 경제는 보수가 강하다고 믿고 표를 몰아 준 국민들 입장에서 여간 실망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대선 주자들의 경쟁력을 놓고 보더라도 불안하기 그지없다.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김무성인데 보수 언론에서조차 정치인 김무성은 보이는데 정치 지도자 김무성은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과연 이러한 조건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위시한 집권세력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꺼내들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무엇일까? 좌우 대결 구도를 재현시키는 것 말고 달리 길이 있을까? 관찰자 입자에서 볼 때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좌우 이념 대결을 부추기는 최상의 수단일 수 있다. 이 점은 여당 수뇌부의 발언이나 <조선일보> 등의 기사 내용을 통해 비교적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10월 8일자 <조선일보>는 역사 교과서 현대사 필진 36명 중 31명이 좌파 성향이라며 우파의 분발을 촉구하는 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새누리당 수뇌부는 우익 교과서를 만들자면 노골적으로 우익의 총궐기를 선동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수뇌부가 의도한대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가 좌우 이념 대결로 치닫는다면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매우 유리한 환경에서 치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일 가능성도 매우 크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수뇌부를 자신들이 판 함정에 빠트릴 수도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둘러싼 반응은 한미FTA와는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민주주의의 본성인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부정하고 획일성을 추구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보수적 역사학자들조차도 광범위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보수 성향의 매체인면서도 <중앙일보>가 강력한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속내가 확연해지겠지만 작금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다분히 ‘대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좌우 이념 대결의 함정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엄중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대립을 다양성 대 획일성, 민주주의 대 전체주의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면서 합리적 보수층까지를 결집한다면 한국 사회 특유의 역동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의 전진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보는 관점에서 역사적 시각이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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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4정태인/새사연 원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포함해서 48% 중 얼마쯤이 ‘멘붕’에 빠졌다 해도 첫사랑이 깨졌을 때보다 더할까? 이런저런 발버둥이 치유의 시간을 얼마나 줄였는지도 의문이지만 결국 영원할 것 같던 시간도 지나지 않았던가? 다음으로 ‘먼저 패배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 지극히 옳다 해도, 아직 관련 통계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민주진보진영’의 재편은 족히 1년은 걸릴 텐데 ‘정확한’ 진단을 지금 내놓아야 할 이유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48%의 ‘힐링’에 당장 필요한 일은 뭘까? 어쩌면 박근혜 당선인이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예컨대 문재인 후보의 공약 중 쓸 만하고, 동시에 본인에 대한 지지를 넓히는 데도 방해가 되지 않는 것들을 인수위에서 확정하면 어떨까? 당선인도 ‘맞춤형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내세우지 않았던가?

당장 현재의 ‘장기침체’를 벗어나려면 일단 소비가 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서민층의 소득이 증가해야 하고 동시에 소비를 가로막는 요인을 없애야 한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획기적 인상, 노동조합 강화, 하청업체 단체협상권 인정 등 시장에서 양극화를 억제하는 정책은 박 당선인의 정책기조에 비춰 차마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복지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맞춤형 복지’를 늘리는 만큼 경제는 더 빨리 회복된다. 민주당 역시 이런 목적의 적자재정이라면 48%를 위해 찬성해야 한다. 증세냐 국채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물론 ‘부자증세’가 훨씬 낫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복지인 동시에, 소비 방해 요인을 제거하는 일거양득의 정책이다. 이 정책에 관한 한 문 후보의 정책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 ‘4대 중병만 중병인가’를 넘어서 만성병 환자 역시 절망적이다. 보장성을 90%까지 올리는 데 얼마 정도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가는 이미 시민단체에서 정리해 두었으니 계산하느라 뜸을 들일 이유도 없다. 재정 문제나 급작스러운 국민 부담에 신경이 쓰인다면 연간 상한액은 200만원 정도로 조정해도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서민의 소비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역시 가계부채다. 만일 집값까지 폭락한다면 우리 경제는 위기상태에 빠질 것이다. 금년과 내년 역시 2%대의 성장에 머물 것이기에 지금 정부나 언론처럼 안이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이 역시 문 후보 쪽의 정책 방향이 옳았다. 당선인의 ‘국민행복기금’은 기실 ‘은행행복기금’이다. 은행의 채권회수에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일단 ‘약탈적 대출’을 통해 그동안 천문학적 수익을 올린 금융권이 책임져야 한다. 번번이 금융소비자에게만 이른바 ‘도덕적 해이’의 책임을 묻고 그 원인을 제공한 금융기관, 그리고 감독당국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는다면 이런 금융위기는 또 일어날 것이다.
 
셋째로는 사교육비인데 당선인은 심야 사교육과 선행학습의 규제만 제시하고 있다. 이 문제는 사실 대학입시를 개혁해서 ‘경쟁교육’을 뿌리뽑아야 해결될 문제지만 거기까지 기대하는 건 정책기조상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입시제도를 간소화하고 더 획기적인 사교육 규제를 하면 소비는 대폭(학원 관계자와 학부모의 한계소비성향 차이만큼) 증가할 것이다. 이 정책에는 돈도 들지 않는다.
 
쓴 김에 팁 하나 더. 우리나라 사람 중 어느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고 세수를 확보할 방법도 있다. 바로 토빈세(돈이 국경을 넘을 때 물리는 세금)다. 단 0.01%만 부과해도 약 2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탄소세까지 검토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이건 그냥 꿈으로 간직하겠다.
 
이 정도만 인수위에서 확정한다면 48%는 절망을 거두고 생업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대통합’을 원한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엄동설한에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분들이 기꺼이 내려올 수 있도록 중재한다면 어느 누가 당선인을 ‘100%의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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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2 / 2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세대 간 대결이 아닌 세대 간 협력으로 다시 시작하자.

2012년 총선과 대선이 20년 만에 겹치는 시기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세계사적으로도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전환기였다. 대선 주자들도 ‘시대교체’를 말했다. 그래서 여느 선거 때의 ‘정권교체’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객관적 선거결과는 양대 선거 모두에서 신자유주의와 분단을 고수하려는, 과거 시대를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국회와 행정부가 또 다시 보수 세력에 의해 좌우되는 한국의 미래 5년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보수 세력에 의해 초래된 세계경제위기와 사회 양극화, 극심한 불평등이 한계점에 왔고, 이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진보적 정책이었다. 그래서 보수적인 박근혜 후보도 줄.푸.세가 아니라 경제 민주화, 복지, 일자리 창출을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야 했다. 양대 선거는 진보적인 의제를 매개로 치러졌던 것이다.

50대가 20~30대를 압도한 선거였다?

그런데 어째서 결과는 다시 신자유주의 분단 세력의 재집권으로 귀결되었는가? 이제 막 종료된 선거 결과를 두고 백가쟁명의 분석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중이라 차분한 평가를 좀 더 기다려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대체로 일치하는 분석 중의 하나가 20~30대에 비해 50~60대가 더 압도적인 투표 참여, 더 압도적인 박근혜 후보 지지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림 ] 16대, 17대 대선과 18대 대선의 연령대별 투표율 변동

한 마디로 진보와 보수가 세대 사이의 응집력과 세대 사이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냈는데 거기서 50대 이상의 응집력이 압도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50대의 투표율이 90%에 근접한 놀라운 수치가 그 증거가 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76%의 투표율에 가까울 정도로 지난 대선에 비해 13%정도 올라간 경이적인 투표율을 기록한다. 당연히 20~30대의 투표율도 크게 올라서 20대 18.6%, 30대 17.4%이상 투표율이 증가했다. 한마디로 20~30대는 이번 선거에서 할 만큼 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런데 과거 선거에서도 이미 투표율이 충분히 높아서(80대의 투표율), 더 이상 올라갈 여지가 적다고 간주된 50대의 투표율이 그 이상 올라가면서 더 압도적인 투표참여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변동이 적었던 40대의 투표율 증가와도 확연히 비교되는데 훨씬 큰 증가 폭이었다. 투표참여 운동을 독려하면 20~30만 투표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잠정적 가정은 무너졌다.

애초에 세대 간 대결이 아니라 1%대 99%의 대결이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번 선거가 마치 세대 사이의 투표 참여와 표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었을까? 최근 들어오면서 한국의 선거가 ‘(영호남) 지역 선거’에서 ‘세대 선거’로 전환되었다는 분석들이 확산되어왔고 실제로도 그런 양상이 확인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나 2011년 10월 서울시장 선거 등이 대표적이다. 세대선거 분위기 아래에서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급격히 부상한 배경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원래 2012년 양대 선거의 핵심은 먹고사는 문제이자 경제 문제였다. 경제 민주화, 보편 복지, 일자리 등 선거의 주요 3대 이슈가 모두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던가? 또한 이 의제는 2011년부터 월가 점령운동이 상징적으로 제시한 99%운동에서 영감을 얻어 ‘극소수의 양극화 수혜자와 압도적 다수의 양극화 피해자’사이의 대결로 구체화되었다. 이를 두고 미국 선거에서는 ‘계급 전쟁(class warfare)'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였다. 경제 민주화 이슈가 부각될 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우리나라 선거도 세대 간 대결이 아니라 1%대 99%의 대결이었던 것이다. 외국 금융자본과 재벌에 대항한 노동자, 서민, 중소상인, 중소기업의 대결이었던 것이다.

50대, 그들은 누구이며, 그들이 진정 보수화 되는가?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50대는 누구인가? 최근 매년 20만 명 이상이 직장에서 떨어져 나와 은퇴하기 시작하여 사회적으로 중대한 도전을 맞고 있는 바로 베이비 붐 세대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 은퇴시작(2010년부터) -> 경기불황 -> 은퇴 가속화 -> 사회 안전망 미비 -> 노동시장 재진입 시도 -> 경기불황으로 노동수요 약화 ->도소매, 음식 숙박 등 생계형 자영업 창업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세대다. 부채가 많은 자영업도 이들이다. 아직 국민연급을 수급하려면 시간이 한참 많아 스스로 경제생활을 해야 하는 세대도 이들이다.

그 어떤 세대보다 복지의 필요성이 큰 세대이고, 일자리가 필요한 세대이며 대기업 골목 상권 침해 등으로 피해를 받는 세대이며, 가계부채로 고통 받는 세대다. 사회 경제적 처지와 조건으로 보면 이들이 신자유주의에 동조할 이유가 없다. 위기를 불러일으킨 기존 경제체제를 고수해야 이익이 될 것도 없다. 재벌체제에 이익을 보는 것도 없다. 더욱이 경제위기가 5년째 계속되면서 이제 더 이상 이들도 부동산 경기가 급등하거나 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따위의 선전에 솔깃하지 않는다. 선거운동 막판에 박근혜 후보가 주가 3000을 만들어주겠다고 허황된 소리를 했지만 이에 귀 기울인 50대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그들도 1%가 아니라 99%에 속한 서민들이 아니겠는가?

‘세대 간 대결’이 아니라 ‘세대 간 협력’이 진보의 정책이다.

물론 과거 20여년의 한국경제와 사회를 돌아보면, 일종의 ‘세대 간 착취’라는 용어를 사용할 만큼 세대 사이의 자원의 잘못된 분배가 있었던 점은 인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로 50대 이상의 기성세대가 과거 부동산 거품의 수혜자가 되었고, 그 결과 지금의 20~30대가 주택이나 주거공간을 구매하기에는 너무 높은 주거비용이 형성되었다. 또한 부모 세대의 과열된 사교육 경쟁이 지금 젊은 세대에게 학교 교육과 과도한 등록금, 사교육비로 고통 받게 하고 있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또 기성세대의 일부가 정규직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더 알바 등 나쁜 일자리에 전전하는 것도 발견된다. 그러나 이런 점들만을 과도하게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세대 일반의 대결로 해석하면 안 되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 사회의 고령화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50대 이상의 유권자가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점이 부가된다. 10년 전에 비해 20~30대 유권자 비중은 48.3%에서 38.3%로 줄었다. 반대로 50대 이상의 유권자는 29.3%에서 40%로 10%이상 늘었던 것이다. 당분가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20~30대는 개혁적 후보에 70% 투표하고 50대 이상은 보수적 후보에 70% 이상 투표하는 구조가 확립된다면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는 암묵적으로 이번 선거를 세대 간 대결로 보거나, 20~30대와 40대까지만 흡수하려는 노력을 하고 50대 이상에 대해서는 외면했던 점이 없지 않다. 더욱이 선거결과에 실망하여 50대 이상에게 비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 매우 경계해야 한다.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세대 간 대결이 아니라 ‘세대 간 협력’을 기본으로 하는 정책 모델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세대 간 협력을 기반으로 다시 1%, 99%의 싸움으로 바꿀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2012년 양대 선거를 거치면서 개혁과 진보의 조직적 틀은 상당히 무너져 있는 상황이다. 다시 세대 사이의 협력을 전제로, 하나씩 새롭게 진보의 조직적 기반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기에는 5년도 긴 시간이 아닐 것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도 아직 끝나지 않은 어둠 속에서 희망의 싹을 만들어 나가려는 깨어있는 시민들을 위한 진보적 정책 연구와 소통에 더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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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정치2012.12.19 10:04

2012.12.19정태인/새사연 원장

 

시대교체?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를 해야 합니다" 누구 얘기일까? 바로 지난 16 일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한 얘기다. 민주당은 '명백한 표절'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후보가 9월 16일 민주당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에서 "변화의 새 시대로 가는 문을 열어주십시오.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 반드시 해내겠습니다.”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봄에 새사연에서 출간한 <리셋 코리아-18 대 대통령이 꼭 해야 할 16 가지 개혁과제> 제1부의 제목이 바로 '정권교체에서 시대교체로'이다. 굳이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 말은 2007년에 이미 언론 매체에 보도된 바 있다. 심상정 당시 민주노동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처음 사용한 말이고 그 말을 만든 사람은 나였다.  

불행하게도 너무 앞서 나갔다. 1년이 지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사람들이 시장만능의 세계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는 새로운 역사의 단계에 들어섰다. 어느 곳이 새 시대의 정책기조를 먼저 시행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지극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쨌든 새사연은 문재인 후보에 이어 박근혜 후보까지 감복시킨 것일까? 불행하게도 박근혜 후보의 정책기조는 여전히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다. 줄푸세는 시장근본주의, 경쟁지상주의의 한국어 번안이니 그야말로 구시대의 정책기조라 할 만 하다. 반면 문 후보의 정책기조는 <리셋코리아>가 제시한 '소득주도성장', 아래로부터의 성장을 그대로 받아 안았다.


새 시대의 과제

'새 시대의 첫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낡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체제를 안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갈 체제를 5 년 내에 완성시킬 수는 없다. 구체제 기득권 세력, 즉 재벌-경제관료-조.중.동의 3 각 동맹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어떤 것은 조심스럽게 구체제를 해체해야 할 것이고 어떤 것은 다행히 빈 터라서 바로 주춧돌을 놓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라도 먼저 국민들부터 다독여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시대교체'의 과제가 어느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의 머릿속에서 해결될 리 없다. 문후보가 밝힌 '국민정당'과 '시민의 정부'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선 문후보가 명확히 밝히지 않은 핵심 과제 몇 개만 짚어 놓는다.

우선 가장 장기적인 것으로,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좌우할 생태문제를 들 수 있다.

어제 토론에서도 드러났듯이 박근혜 후보는 원전 마피아들을 해체할 생각이 전혀 없다(종합적으로 꼼꼼히 검토하겠단다). 문재인 후보는 수명이 다 한 원자로를 폐쇄하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할 뜻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원전의 축소와 함께 탄소 배출도 시급히 줄여야 한다. 전기의 생산과 소비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 전격적으로 충분히 높은 세율의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 늦어도 인수위가 탄소세 부과의 청사진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는 새 시대의 패권교체기에 우리나라가 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어느 나라도 미국의 패권도 , 중국의 패권도 원하지 않는다. 생태공동체, 경제공동체로 동아시아를 묶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다. 동아시아의 외환보유고를 공동 관리해서 2조 달러 이상의 여유분을 동아시아 경제의 생태화, 낙후지역의 개발에 사용해야 한다. 이런 동아시아판 마샬플랜은 이 지역 총수요를 확대해서 세계경제를 위기에서 구할 거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미국도 반대하기 어렵다. 정권 초기에 중국, 일본, 동남아와 논의해서 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천명해야 한다.

구시대의 유물인 FTA 협상에 목매달 때가 아니다. 최근 IMF 가 허용한 나라별 자본통제도 동아시아 국가들이 동시에 토빈세를 부과할 때 가장 효과가 클 것이다. 참고로 0.05% 정도의 토빈세를 부과하면(즉 1억 원의 외국 돈이 국경을 넘을 때 5만 원 정도의 세금을 부과하면) 약 7-8조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셋째는 복지국가 건설의 경로를 밝히는 일이다.

국회의 다수를 점하는 새누리당은 '재정 건전성'을 들어 거의 모든 복지 확대에 반대할 것이다. 현재 표류 중인 유통법이 곧 닥칠 미래의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시행령만 바꿔도 해결할 수 있는 복지 정책, 경제민주화 정책도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시행령만 개정해도 골목 상권을 보호하고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확대할 수 있다. 인수위는 모든 분야의 시행령을 검토해서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 일괄 처리해야 한다.

서민들에 대한 이런 복지는 동시에 단기 침체를 극복할 원동력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복지의 힘을 피부로 느낄 때 법을 바꿔야 하는 정책들도 해결할 수 있다. 기존 국회의원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오직 국민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새 시대의 첫 대통령'은 새 시대가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해야 할지 밝히고 국민이 합의한 일부터 재빨리 실행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가 강조한 경제민주화와 보편복지가 커다란 방향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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