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2 / 17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한국이 대선정국에 몰입해 있던 동안,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이슈가 하나 있었다. 바로 지난 12월 3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자본통제(Capital control)를 제한적으로 승인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그 동안 미국 재무성의 신자유주의 논리를 따라서, 국경을 넘는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즉 금융자유화와 금융 세계화를 강력히 옹호하면서 전도사를 자처했던 대표적인 국제기구가 국제통화기금(IMF)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들의 거센 비판을 받으면서 수동적이나마 일련의 입장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를 일차 종합하고 2012년 11월 16일에 내부 이사회 논의를 거쳐 12월 3일 대외적으로 공개한 문서가 바로 자본 자유화와 자본이동관리 - 제도적 관점(“The Liberalization and Management of Capital Flows - An Institutional View”, 2012.11.14 )이다.  

자본통제(Capital control)라는 용어는 주로 각 국가가 국내의 금융 안정과 글로벌 금융위기전이 방지를 위해 국경을 넘는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규제하는 것을 말하고 글로벌 자본이동 자유화(Capital flow Liberalization)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그러면 국제통화기금이 신자유주의를 상징했던 자본이동의 자유화 정책을 버리고 자본 통제정책으로 선회했는가? 결코 그렇지는 않다. 여전히 국제통화기금은 자본 이동 자유화를 이상적인 모델로 신봉하고 있으며, 다만 금융위기라는 현실적인 충격으로 인해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 일시적인 조치로서 자본통제를 인정해주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자본통제라는 용어가 아니라, 자본이동관리 방안(CFM :Capital Flow Management Measures)라는 애매한 개념을 사용한다.

자본이동 자유화를 선호하는 쪽에 가깝지만 다양한 견해를 수렴하는 언론매체인 파이낸셜 타임스의 12월 3일자 기사 “국제통화기금이 자본통제에 대한 반대를 철회하다”(IMF drops opposition to capital controls, 2012.12.3, http://on.ft.com/VJI336)를 통해 이번 국제통화기금의 발표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도록 하자. 또한 새사연의 ‘세계의 시선’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한 세계화의 비판적인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은 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그의 12월 13일자 칼럼을 통해 확인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 기획재정부도 담담하게 해설하는 수준이기는 했으나 국제통화기금의 발표를 12월 4일자 보도 자료로 만들어서 배포하기도 할 정도로 이번 국제통화기금의 자본통제 수용은 공식적인 것이었고 특히 자본유출입 위험에 노출된 우리나라에서는 의미가 큰 주제다. 이번 '세계의 시선'에서 동시에 소개하는 두 개의 글은 자본 유출입 통제에 관한 명확한 관점과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함을 상기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이 자본통제에 대한 반대를 철회하다

(IMF drops opposition to capital controls)

 


2012년 12월 3일자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최근 신흥국들에서 자본통제를 도입하게 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도 국경을 넘는 자본 이동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직접적인 통제 수단 사용을 수용하는 근본적인 이데올로기적 전환을 확정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자본통제가 “분명한 대상에 대해, 투명하면서도, 일반적으로 일시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12월 3일에 보고서로 공개된 정책은 1990년대 기간 동안 자본계정 자유화를 열망해온 국제통화기금의 정책으로부터는 급격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초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해 자산시장에 투기자본 유입이 심각해지고 있는 브라질을 포함하여, 대만과 한국경제는 과세나 규제, 또는 자본에 대한 다른 제한을 가하는 조치들을 실험해왔다. IMF의 브라질 대표는 12월 3일 이에 대해, 국제통화기금이 여전히 너무 조심스럽고 자본통제를 표준적인 정책수단의 일부가 아니라,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통화기금의 보고서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일반적이 이익이 많지만, 금융시스템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은 경우에 경제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비용을 넘는 이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잘 계획되고, 적절한 시점에서, 순서에 따라 자본이동 자유화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말하고 있다. 또한 “완전한 자본 이동 자유화가 항상 모든 국가에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은 또한 급격한 자본이동에 대한 거시 경제적 대응 - 재정긴축, 금리인하, 환율 절상 등을 포함 - 을 자본통제가 직접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 이사회에서 브라질을 포함해서 11개국을 대표하는 파울로 노이게라 바티스타(Paulo Nogueira Batista)는, 보고서가 여전히 “친 자유주의적으로 경도(Pro-liberalization bios)"되었고, 불안정한 자본흐름을 부채질 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라질 재무장관인 기도 만테가(Guido Mantega)는 계속하여 “환율전쟁(Currency war)”을 경고해왔고, 미국 연준이 제로 금리를 유지함으로써 투자자들이 달러를 싼 값으로 빌려 신흥국에 투자해서 고수익을 얻을 유인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보고서에 대해 파울로 노이게라 바티스타(Paulo Nogueira Batista)는 또한 "과거에 비해서는 다소 진전된 것이긴 하지만, (자본통제에 관해 -역자) 확실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아이슬란드, 스페인, 아일랜드와 중앙 유럽, 동유럽 국가들의 경험은 대규모적이고 변덕스러운 자본 이동의 위험성을 보여주었다.  

파울로 노이게라 바티스타(Paulo Nogueira Batista)는 “지금 진행 중인 위기로 인해, 국제통화기금이 자본이동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자본이동에 의한 충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적이고 변덕스러운 자본이 유입되는 나라들에서 받는 충격의 정도가 아직 충분히 인식되지 않았다.” 

1990년대 동안, 미국 재무성의 압력 아래 국제통화기금은 자본계정 자유화를 촉진하기 위한 기금의 규칙의 변경을 제안했었다. 그러다가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신흥국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포기했다.  

1998년에는 말레시아가 자본유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 결정에 대해 당시 국제통화기금은 반대했다. 그런데 적어도 한명의 국제통화기금 이사는 찬성을 했는데 예를 들어 퀼러(Horst Kohler)는 나중에 말레시아 결정이 옳았다고 말한 바가 있다.  

국제통화기금 보고서는 또한, 자본 유출 통제 보다는 유입 통제를 선호하고 있고, 거주자에 기반을 둔 자본이동 규제보다는 은행 감독과 같은 수단을 사용함으로써 국내 투자자와 해외투자자를 차별하지 않는 조치들을 선호한다. 그러나 파울로 노이게라 바티스타(Paulo Nogueira Batista)는, 비거주자(외국인 투자자 - 역자)들은 국내 투자자들과는 시스템적으로 다른 방법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명확하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자본 이동의 규칙

(Global Capital Rules)

 

2012년 12월 13일

대니 로드릭(Dani Rodrik)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국제통화기금(IMF)이 자본통제(Capital Control)를 승인했고, 따라서 국경을 넘는 금융자본 이동에 대해 과세를 하고 규제를 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 공식화되었다.

국제통화기금이 부국과 빈국에 상관없이 외국 금융자본 개방을 강력히 요구해왔던 것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금융 세계화가 파괴적일 수 있다는 사실, 금융위기라든지 경제적 차원에서 부정적인 통화 운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1914년까지 지배적이었던 금본위제도 아래에서는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 신성불가침의 것이었다. 그러나 양차 대전 사이의 혼란기로 접어들면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같은 많은 사람들은 개방된 자본계정이 거시경제 안정성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1944년에 체결된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 합의는 이러한 새로운 공감대를 반영하는 것이었고 국제통화기금의 협정문에 자본통제를 명기하게 되었다. 그 당시 케인스 말에 따르면 “이단이라고 여겨지던 것이 지금 정통으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까지, 정책결정자들은 다시 자본의 이동성에 매혹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1992년에 자본통제를 불법으로 만들었고, OECD는 새로운 회원국들에게 금융 자유화를 강요했다. 그 결과 1994년과 1997년에 각각 멕시코와 한국이 금융위기로 가도록 만들었다. 국제통화기금은 금융 자유화를 진지하게 의제로 채택했고,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회원국들의 자본계정 정책에 관해 국제통화기금에게 공식적인 권력을 부여하도록 협정문을 수정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에 의해 이중으로 피해를 입게 된 개발도상국 나라들을 오히려 비난하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다. 자본 이동의 활용성을 높이면서 위기를 막는데 필요하다고 주장되는 규제완화, 재정 긴축과 통화정책 등을 멕시코와 한국, 브라질, 터키 등 피해를 입은 정부들이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가 왔다고 국제통화기금과 서구 경제학자들이 주장했던 것이다. 문제는 금융 세계화가 아니라 국내 정책이라는 것이었고, 그래서 해법도 국경을 넘는 금융 이동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국내적 개혁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2008년 금융 세계화의 피해자가 선진국이 되는 순간, 이런 유형이 주장이 더 이상 존속되기가 어려워졌다. (자본유입으로 인한 - 역자) 한바탕의 도취와 거품, 뒤를 이어서 갑작스런 중단과 급격한 반전(외국 자본 유입이 갑작스럽게 중단된 후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하는 소위 자본 이동의 반전되는 것 - 역자)은 통제되지 않고 규제 풀린 금융시장에서 비롯된다는 것, 글로벌 금융시장 그 자체의 불안정성이 문제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졌다. 각 국가들이 이러한 세계적인 불안정성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려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을 국제통화기금이 인정한 것은 따라서 당연한 것이며 적절한 시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국제통화기금이 진정으로 변했다고 과장하면 안 된다. 국제통화기금은 여전히, 모든 나라들이 점진적으로 도달해야 할 이상적인 모델로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성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만 모든 국가들이 충분한 “금융적, 제도적 발전(financial and institutional development)”이라고 하는 최소조건(threshold condition)에 도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통화기금은 자본통제를 매우 제한된 환경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른 거시적, 금융적, 신중한 조치들이 자본의 급격한 유입을 저지하는데 실패했을 때, 환율이 결정적으로 과대평가되어 있을 때, 경제가 과열되고, 외환보유고가 이미 충분할 때 등이다. 그 때문에, 국제통화기금이 “자본 이동 자유화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설계하고 이를 위한 상세한 개혁절차를 규정하려 하고 있지만, 그런 식의 자본통제와 자본이동 자유화에 관한 조금이라도 비교해볼 만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다음의 두 가지 점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글로벌 금융을 불안정하게 하는 근원적인 실패지점들을 직접 조준하여 얼마나 적절한 정책을 적용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둘째는, 각 국가들이 국내 금융규제를 어느 정도까지 유사하게 수렴시키면 국경을 넘는 금융 흐름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금융의 실패 지점을 정확히 조준하여 정책적 대처를 하는 것 -역자)는 총기 규제와 유사하다. 자본 유출입과 마찬가지로 총기는 적정한 사용법이 있지만, 사고가 나거나 위험한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면 파멸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이 마지못해 자본통제를 승인한 것은 총기규제 반대론자들의 태도와 유사하다. 즉, 개인의 (총기소지 -역자) 자유를 포괄적으로 규제하기 보다는 정책 결정자들이 (총기 소지자의 -역자) 위험한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총기 로비 집단이 그를 빗대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논리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총기 유통을 제한하지 말고 총으로 공격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사한 논리로, 특정 유형의 금융거래에 과세하거나 규제를 하지 말고, 그들이 예상하고 있는 금융의 위험을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완전히 스스로 감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린스턴 대학 경제학자 애비너시 딕시트(Avinash Kamalakar Dixit)가 즐겨 표현하듯이, 세상은 기껏해야 늘 (최선이 아닌- 역자) 차선을 선택하는 것일 뿐이다. 문제가 되는 행동을 식별해서 그것만 정확하게 규제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접근법은 비현실적이라는 말이다. 잘못된 행동을 완벽하게 모니터링 해서 규율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리고 규율에 실패할 경우의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총기를 잘못 사용하는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 역자) 총기를 규제하는 것이다. 비슷하게, 국경을 넘는 자본의 이동을 직접 규제하자는 것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특정 거래를 규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 이상적인 모델이 실현 불가능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차선의 전략인 것이다.  

두 번째 문제(개별 국가들이 유사한 국내적 금융규제 조치들을 잘 취하면 국경을 넘는 금융이동 규제를 할 필요가 적어진다는 논리 - 역자)는 국내적 금융규제가 하나의 방식으로 수렴하기 보다는 다양하다는 것이고, 이는 잘 발달된 조직을 가지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그렇다는 것이다. 금융 규제의 효용한계를 따라서 금융혁신과 금융 안정성 사이의 상충효과(trade off)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금융혁신과 금융 안정성 가운데 한쪽이 더 강화되면 그만큼 다른 쪽이 더 약화되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들은 자국 은행들의 자본과 유동성에 대해 엄격한 요구사항을 부과함으로써 안정성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추려 할 수 있고, 다른 국가들의 경우에는 금융혁신을 좀 더 선호하여 가벼운 정도의 금융규제를 채택할 수 있다.  

자유로운 자본 이동은 이 지점에서 매우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차입자나 대부자들은 국내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국경을 넘는 금융 이동에 의지할 수 있는데, 그로 인해 국내적인 온전한 규제체제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규제차익을 방지하기 위해, (조세 피난처 같은 - 역자) 느슨한 규제 지역으로부터 유입 금융거래에 대해서 별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압력을 국내적 규제 당국자들이 받게 된다.  

각 국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금융을 규제하는 세상은, 각 국내적 정책들을 서로 구분해내는 교차점 관리를 위한 교통 규칙이 필요하게 된다. 모든 국가들이 자유로운 자본이동의 이상으로 수렴될 것이라는 가정을 하게 되면, 이런 규칙을 만들어내야 하는 난제에 제대로 주의를 돌리지 못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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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10.3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해는 지구촌이 대선의 계절인 것 같다. 특히 한반도 이해관계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많이 선거를 치른다. 지난해 12월, 북한 지도자의 사망으로 지도부 교체가 시작되더니 올해 1월에 대만 총통선거가 있었고 3월에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11월 6일에는 미국 대선이 있고, 11월 8일부터 중국 18차 당대회가 열린다. 11월에 이른바 G2 국가의 지도자를 다시 확정하는 행사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2월 19일 우리 대통령 선거가 있다. 2013년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경제적 지형이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하거나 곡절을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할 것이다.

이렇게 상당한 환경변화가 예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선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새로운 정책 비전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어 유감스럽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가 4대 성장론 안에 ‘평화적 성장’이라는 화두를 넣어 놓고 있고, 안철수 후보도 ‘복지, 정의, 평화’라는 가치를 자신의 비전으로 제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춰있다. 이 와중에 기껏 논쟁으로 부각되고 있는 한반도 이슈가 북방한계선(NLL) 관련 ‘선거용 북풍’이라는 것이 한심스럽다.

지난 10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새 천년을 열면서 6.15공동선언이 발표되고 남북사이의 교류와 협력이 크게 신장한 것도 중요한 변화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아시아가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확립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일단 남북한이 그러하다. 10년 전만 해도 절반이 안 되던 북한의 대중무역 의존도는 2010년 처음으로 80%를 넘어섰고 작년에는 무려 89.1%를 기록했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숫자다. 남쪽도 예외가 아니다. 10년 전까지는 수출의존도가 10%정도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홍콩을 포함하여 30%가 중국수출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을 합친 숫자보다 많다. 지금 한국경제 성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중국에 대한 수출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 경제가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경제 전체도 마찬가지다.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나 유로 통화권처럼,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진 공식적인 경제 공동체는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역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한국의 경우도 중국 수출 30%에 아세안 수출 15%이상 등을 합치면 절반의 수출은 동아시아에서 소화된다. 또한 이미 3조 달러가 넘어선 중국 외환보유고와 일본의 1조 달러, 그리고 우리의 3천억 달러 외환 보유고 등 5조 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도 동아시아에 있다. 사실상의 위력적인 자연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의 협력과 통일을 향한 길은 이제 미국 이상으로 중국과의 관계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고립적인 남북 경제협력과 통일로의 발전은 이제 점점 더 비현설적 전망이 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의 형성과, 남북 경제 공동체의 형성이 동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경제 협력과 중국을 핵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 협력이 상호 보완적으로 동시에 추진될 때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실행 전략들이 도출 될 것이다. 이는 이제까지의 남북경제 협력 구상이나 동아시아 협력 구상을 다시 재검토해서 새로운 구상과 전략 틀을 짜야 함을 암시해준다. 그러나 아직 대선 후보들이나 정당들에서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새로운 전략 틀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서 최근 유로 통합과 위기는, 21세기의 국가 간 공동체 형성과 연방 구성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상당히 다양한 시사를 던져준다. 그 가운데 두 가지만 짚어보자. 첫 번째는 민주주의 문제다. 각 국가 사이에 경제, 정치, 사회적 통합과정을 밟아가면서 얼마나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할 것인가와 함께, 각 국가의 시민들이 유럽의회나 유럽 집행위원회와 같은 통합된 대의기구를 통해 민주적 의사를 수렴하는가 하는 문제다. 특히 독일 시민과 프랑스 시민, 그리고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 시민들의 민주적 의사를 어떻게 유럽연합 차원으로 수렴시키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 유럽위기 상황에서 그리스나 스페인 등 남유럽 시민들의 민주적 의사는 철저히 무시되고 독일과 프랑스의 영향권 아래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나 유럽 중앙은행이 일방적으로 남유럽 시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유럽에서는 재정적자가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혹독하게 비판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 유럽 통합이 아니라 각 국가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유럽 통화동맹의 해체로 이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비판적인 안목으로 세계화를 접근해온 선두주자이자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 국제정치경제학 교수인 대니 로드릭(Dani Rodrick)은 유로 존이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세계화와 민주주의, 주권의 트릴레마’로 분석하고 세 가지 모두를 선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상당히 다양한 시사를 주는 내용인데 그의 주장을 조금 길게 인용해보면 이렇다.

“미국의 사례가 말해주는 것에 따르면,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그리고 다른 미국의 주정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통합을 하면서 민주주의를 살려내려면 (미국 연방정부처럼) 대표성과 책임성이 담보된 초국가적 정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화가 각 국가의 국내적 정책을 우선 시행하는 권한을 제한하면서도 그를 보완할 수 있도록 지역과 글로벌 차원에서 민주적 공간을 확장해주지 않을 때, 민주주의와 세계화 사이의 갈등은 심화된다. 스페인과 그리스에서의 정치적 불안정이 말해주듯이 유럽에서는 이미 이런 한계를 넘어서 잘못 접어들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정치적 트릴레마가 착목하려는 지점이다. 우리는 세계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국가 주권을 동시에 확보할 수 없다. 우리는 셋 중에 두 개를 선택해야 한다.

유럽 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다면 정치적 동맹이냐 경제통합 해체냐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들이 명시적으로 경제 주권을 포기하던지, 아니면 자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경제주권을 사용하든지 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주권을 유로 차원으로 위임한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주고, 민족국가 수준을 넘어선 유로 차원의 민주적 공간을 구축하는 것을 수반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각 국가들이 통화와 재정 정책을 펴도록 하기 위해 유로 통화 동맹을 포기하는 것이다.”(대니 로드릭, “주권에 관한 진실:The Truth About Sovereignty”, 2012.10.8)

우리의 경우라고 예외가 될까? 남북한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는 남과 북의 각 정치 지도자들이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고 민주적 의지를 수렴해서 협력에 참여하는 것이다. 아직 남남 갈등을 조성하는 유치한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재의 우리 모습이지만 향후에 통일기구와 같은 것이 만들어지게 되면, 그런 기구가 남과 북의 민주적 의사를 어떻게 공평하게 반영할 것인지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가 될 것임을 지금 유럽의 경험에서 읽을 수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국가 사이의 공동체 형성에는 민주주의와 주권의 문제가 민감하게 다가온다.

두 번째로 신자유주의와 경제 공동체에 대한 문제다. 효율적 시장가설에 따라 오직 시장의 원리와 수익의 원리만을 가지고 사회를 조직하고 경제 공동체를 조직하려는 것이 신자유주의다. 이미 체결된 한.미 FTA, 그리고 추진 중인 한.중 FTA가 전형적으로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른 경제 협력 모델이다. 그런데 사실 유로 통화동맹 형성도 이런 맥락의 산물이었다. 물론 지금의 유로 통합 구상은 2차 대전 직후부터 시작된 오래된 것이었다. 그 동안 유럽의 경제 공동체나 통화협력, 그리고 정치 군사적 차원에서의 다양한 실험들을 축적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990년대에 동구 사회주의 붕괴 이후 추진된 유로 통화동맹 형성 자체는 철저히 신자유주의적 발상의 산물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통화체제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인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은 유로 통화동맹이 기본적으로 ‘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라는 구호아래 상품,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유럽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이었다고 평가한다. 실제 1980년대 이래 약화되어온 경제를 부흥시키고자 유럽은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해 유럽연합을 결성하기로 하고 1999년 통화동맹을 만들면서 유로화 체제를 출범한다. 그 결과 현재 27개국이 유럽 연합에, 17개국이 유로 통화동맹에 가입했다. ‘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라는 구호아래 상품,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유럽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시도는 정치적으로는 ‘유럽 연방주의’ 이상을 실현하여 전쟁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자유 시장’을 통해 경제를 도약시키려는 의도가 컸다.

그러나 규제 없는 자유시장과 시장의 자기조절 메커니즘이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에서 붕괴된 것처럼, 상품과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에 의해 유로 회원국가들 사이의 경제력 격차를 줄이고 하나의 통화로 경제권을 묶으려던 유럽식 자유 시장 실험도 기본적으로는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유럽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우리도 향후 남북 경제협력이나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 모두에 있어서, 시장의 효율 논리만을 앞세운 접근법에서 기본적으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새사연(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한.미 FTA나 한.중 FTA와 같은 신자유주의적이고 구시대적 통상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그리고 “공공경제와 사회경제에서의 교류도 함께 일어나야 한다. 각국의 공공성과 민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국가 간의 소득격차, 기술격차, 문화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사연, 『리셋 코리아』, 350쪽)

남과 북의 민의를 잘 수렴하는 협력과정, 그리고 시장 논리보다는 양자의 공익적 논리를 존중하는 협력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면 너무 상식적일 수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에서 각 국가가 민주적 절차를 밟아서 동아시아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럽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실제 과정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이런 원칙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유럽 통합의 위기를 여러 모로 살펴서 교훈을 얻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글은 통일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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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07 / 27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세계 경제는 장기 침체에 들어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태라고 한다. 이런 시기에 그래도 다른 국가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조건이 있다면 무엇일까?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정치경제학과 교수이며,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 <자본주의 새판짜기> 등의 저서를 쓴 바 있는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은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 공공부채가 적은 국가. 둘째, 대외의존도가 낮은 국가. 셋째, 민주주의가 발전한 국가.

과도한 공공부채는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는데 방해가 된다.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 때문에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필요한 투자에 나서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공공부채뿐 아니라 민간부채도 적절한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민간부채가 과도해지면 결국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에 대한 의존도, 즉 국제 무역이나 국제 금융에 기대는 정도가 높을수록 세계 경제 상황에 휘둘리게 된다. 새사연이 꾸준히 주장해왔으며, <리셋 코리아>에서도 썼듯이 내수중심, 소득중심의 경제가 필요한 때이다.

민주주의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분배 문제를 두고 정치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러한 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지,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한 참여와 이해가 가능한지가 향후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다.

대니 로드릭은 이런 조건들을 고려했을 때 향후 세계 경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국가로 브라질, 인도와 함께 한국을 꼽고 있다. 왜일까? 한국은 세 가지 조건을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2011년 기준 우리의 국가채무는 420조 원으로 GDP 대비 34% 수준이다. 일본 199.7%, 프랑스 94.1%, 미국 93.6%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국가채무 외에 공공기관 부채가 463조 원 존재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세계 경제에 대한 의존도의 경우,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해온 만큼 대외무역의존도는 100%에 가까우며, 외환위기 이후 실시된 자본유출입 자유화로 국제금융자본의 ATM(현금자동인출기)로 불릴 정도이다. 마지막 조건이었던 민주주의의 발전 정도에 대해서는 각자 판단해보도록 하자.

 

새로운 세계 경제의 승자

(The New Global Economy’s (Relative) Winners)

 

2012년 7월 3일

대니 로드릭(Dani Rodrik)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세계 경제는 단기적으로 심각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유로존은 문제를 해결하고 파국을 면할 수 있을까? 미국은 새로운 성장경로를 찾을 수 있을까? 중국은 경제성장의 둔화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앞으로 몇 년 간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결정해 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당면한 위기를 해결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세계경제가 어려운 국면에 접어든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어려운 상태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던지 심각한 부채, 낮은 성장률, 국내 정책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 등은 여전히 유럽과 미국에 남겨진 숙제이다. 유로존이 온전히 유지될 것이라는 최상의 경우에도, 유럽은 망가진 유럽연합을 재건설하기 위한 작업에 발목이 잡힐 것이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이데올로기 양극화가 경제 정책에 있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게 할 것이다.

실제로 모든 선진국은 실업과 재정적자라는 문제와 함께 불평등의 심화, 중산층의 축소, 인구 고령화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는 정치적 충돌을 촉발할 수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문제가 급격하게 움츠러들수록, 그 국가는 국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파트너가 되기는 어렵다. 그런 국가는 다자간 무역 체계를 유지하는데 덜 우호적이며, 그들에게 손해라고 여겨지는 경제 정책을 받아들이도록 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 인도, 브라질 같은 거대 신흥시장이 그 공백을 채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들은 자신들의 국가 주권과 정책 사용 역량을 지키기 위해 날카로운 상태로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경제 및 다른 문제에 있어서 국제 협력의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모든 국가의 잠재적 성장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의 20년 동안 경험했던 세계 경제의 성장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세계 전체의 경제적 불균형은 더 심해질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불리한 국가와 유리한 국가가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가들은 세 가지 특징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을 것이다. 첫째, 공공부채가 높지 않을 것이다. 둘째, 세계경제에 과도하게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경제성장의 동력은 외부보다 내부에 존재할 것이다. 셋째, 민주주의가 튼튼할 것이다.

공공부채를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중요하다. GDP의 80~90%를 차지하는 부채는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심각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부채는 재정정책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며,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오고, 세금에 관한 정치적 싸움을 촉발시키며, 분배에 관한 충돌을 유발한다. 부채를 줄이는 것에 집중하는 정부는 장기적 구조적 변화에 필요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은 몇 개 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의 선진국의 대부분은 이러한 문제에 빠질 것이다.

브라질, 터키와 같은 많은 신흥국 경제는 최근 공공부채의 증가를 제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민간 부문에서의 대출 급증을 막지 못했다. 민간 부문의 부채는 공적 책임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공공부채가 낮다고 해서 생각만큼 안전한 것은 아니다.

과도하게 세계 시장과 세계 금융에 의존하여 경제성장을 이루어온 국가 또한 불리할 것이다. 현재의 세계 경제는 취약해서 대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거나 유출되는 상황은 좋지 않다. 터키와 같이 경상수지 적자가 막대한 국가는 시장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 세계 경제에 휘둘리는 인질이 될 것이다. 중국과 같이 흑자가 큰 국가는 무역보복과 같이 중상주의 정책을 억제하라는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다.

국내 수요 주도의 성장은 수출 주도 성장보다 더 믿을 만한 전략이 될 것이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풍부한 중산층을 가진 국가가 유리하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는 더 발전할 것이다. 왜냐하면 권위주의적 체제가 사라지면서 충돌을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도의 민주주의는 아주 천천히 변화하거나 정체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협의와 협동의 장을 만들고, 사회를 동요와 충격으로 몰아갈 수 있는 사회적 집단에 반대하면서 다양한 사회 주체 간의 양보와 협의를 만들어 갈 것이다. (역주-인도는 지역 중심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잘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적 제도가 부족하다면, 분배문제를 두고 일어나는 충돌은 쉽게 사회적 저항이나 동요로 이어질 수 있다. 인도나 남아프리카의 민주주의는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우월한 조건이다. 독재적인 지도자의 통치 속에 있는 아르헨티나와 터키 같은 국가는 향후 세계 경제에서 불리하다.

이러한 세 가지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는 국가는 거의 없는데, 이는 지금 세계에 닥친 새로운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 시대에 가장 장대한 경제적 성장을 이룬 경우인 중국도 이 중 한 가지 조건만을 만족한다. 모두에게 힘든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그나마 브라질, 인도,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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