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최근 TV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화제다. 당초 위험한 기획이었던 만큼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기획 주체인 방송사 입장에서는 어쨌든 시청률이 두 배를 훨씬 뛰어넘게 상승했으니 당사자로서는 성공한 셈이다. 그리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한 네티즌이 “누워서 턱 괴고 보다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앉아서 봤다”고 재치 있게 표현한 것처럼 TV에서 오랜만에 좋은 음악을 감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연예가나 음악계뿐 아니라 증권가에서도 화제인 모양이다. 나가수에서 불린 음원 유통을 독점 서비스하고 있는 로엔 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 TV 화면 아래 자막으로 흐르는 ‘멜론’이라는 음원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다. 나가수 음원수익의 20~25%는 유통사인 로엔 엔터테인먼트가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가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2분기 깜짝 실적이 얼마나 될지 벌써부터 기대를 하는 분위기마저 있을 정도다. 증권가에서 나온 한 보고서에서는 “최고 수혜주는 음원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로엔으로 (나가수 음원 판매가) 반영되는 영업실적은 매출액 200억원 이상, 순이익 80억원 이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흥미로운 것은 로엔 엔터테인먼트가 우리나라 4대 그룹 안에 꼽히는 SK텔레콤의 계열사라는 것이다. 당연히 스마트폰 시대에 SK는 자사 스마트폰 고객들에게 계열사인 로엔 엔터테인먼트의 멜론 애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음원 서비스 수익을 올린다. SK텔레콤 고객들은 그 통신회사의 음원 계열사를 통해 나가수 음악을 내려받게 된다.

KT도 마찬가지다. KT의 경우는 음원서비스 계열사로 KT뮤직이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KT뮤직의 도시락이라는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게 돼 있다. 하나 덧붙이면 나가수 노래를 휴대전화 벨소리나 컬러링으로 내려받을 경우 그 수익의 60%를 SK텔레콤이나 이동통신사가 가져간다고 나가수 연출을 맡았던 PD가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좋은 음악을 들려준 대가로 “자동차가 없어 버스로 놀이공원에 가야 했다”던 모 가수에게 경제적 이익이 듬뿍 돌아갈 것을 시청자들이 기대했다면 실망했을 법도 하다.

나가수의 인기로 엉뚱하게 이동통신사에게 수혜를 주고 있다는 것이고, 음원 서비스 시장에서도 대기업과 무관한 독립 중소기업이 설 자리가 넓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다른 중소업체로부터도 나가수 노래를 내려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중소업체는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로엔 엔터테인먼트에게 8%를 떼어 줘야 한다. 로엔은 음원시장의 40%에 가까운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걸치지 않고 있는 사업이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반문을 해도 지나칠 것이 없다 할 것이다. 지난 2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대기업 초과이익 공유제’ 발언이 나온 이래 수개월 동안 대기업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무분별한 사업 확장·계열사 늘리기·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2006년에 폐지됐던 중소기업 고유 업종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이명박 정부가 폐지했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만큼 대기업의 독과점과 경제력 집중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들의 독과점 횡포는 이미 얼마 전에 문제가 된 바 있다. 3월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음악과 관련해 소비자 가격과 공급조건을 담합했다며 18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가격 담합을 주도했던 것도 로엔 엔터테인먼트와 KT뮤직이었다. 과도한 시장지배력과 독과점이 있는 곳에 초과이윤을 위한 횡포가 어김없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최근 벤처기업으로 급부상해 각광을 받고 있는 회사가 1천300만 회원을 보유한 카카오톡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SK텔레콤이 전 카카오톡 부사장을 스카웃한 바 있는데, 이로 인해 SK텔레콤이 카카오톡을 인수하거나 메신저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잘된다 싶으면 벤처 영역까지 넘보겠다는 심산으로 읽혀 우려가 앞선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억제와 독과점 방지를 위한 강력한 제도적 대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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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해 우리경제의 가장 큰 부담은 물가상승이다. 이미 소비자 물가가 한국은행의 관리범위인 3±1을 훌쩍 넘어 4.7%까지 올랐을 뿐 아니라 신선식품 등이 25%가까이 오르는 등 생활관련 물가는 그 이상이다. 가뜩이나 소득 개선이 안 되어 체감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뒤늦게 정부도 물가안정을 위해 성장률을 높이는 것 보다는 물가 안정 쪽으로 경제정책 기조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지만 아직은 두고 볼 일이다.

소비자들의 물가부담은 언론 매체 등을 통해서도 자주 보도가 되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같은 물가압력에 시달리면서도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중소기업의 원자재 가격 폭등이다. 늘 그랬다. 기업은 주로 대기업들의 동향만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아니면 소비자나 노동자들로 관심이 옮겨갈 뿐 중소기업은 언론에서도, 정책당국자들에게서도 늘 소외지대였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때문에 중소기업의 경영상태가 곧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소득개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매번 망각된다.

현재 물가상승이 주로 수입물가 상승에 의해 주도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소비자 물가가 4.7%올랐을 때 수입 물가는 무려 19.6%나 뛰었다. 그 가운데 수입원자재 가격 상승률은 훨씬 높은 35.8%가 인상되었다. 중소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얼마나 클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러면 실제로 중소기업들이 올해 느끼는 원자재 가격부담은 어떨까.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해보자. 93.3%의 중소기업에서 원자재 가격이 최근 올랐다고 응답했고 91.3%이상의 중소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매우 부담스럽다는 응답도 72%나 된다. 거의 모든 중소기업들이 원자재 가격이 올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면 이를 재료로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가격도 비례해서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비교를 해보기 위해 대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할지를 검토해보자. 우선 대기업들은 수입원자재 가격변동에 대처하기 위해 각종 방법으로 환헤지를 하여 환율 변동에 대처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고비축을 하여 완충을 하기도 한다. 또한 가격 경쟁력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한 제품가격에 반영한다. 심지어 시장 지배력이 높은 대기업들은 임의적인 독과점 가격을 설정하거나 담합행위를 통해 초과적인 수익을 노리기도 한다.

대체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완충할 장치가 있거나 제품가격 상승을 통해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는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유사들의 석유가격 인상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친화적인 정부조차도 국민의 물가상승 불안을 외면하지 못하여 정유사들에게 가격 인하압력을 넣어 생색내기용으로 임시적인 가격인하를 하기도 했다. 물론 실제 소비자들에게 효과는 알려진 대로 거의 없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어떤가. 앞의 조사에 의하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자사 제품가격에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무려 62.6%나 되었다. 왜 반영하지 못했을까. 대기업 납품처의 가격 인상거부 때문에 반영을 못했다는 기업이 무려 42.9%로 조사되었다. 주로 대기업 납품을 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만으로 국한하면 납품가격을 전혀 인상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이 64.6%나 되었다. 이 대답은 50인 미만의 소기업으로 좁히면 다시 70%를 웃돈다.

하나 더 확인할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중소기업들은 원자재를 대기업으로부터 조달 받아서 제품을 만들고 이를 다시 다른 대기업에 납품한다. 앞서본 것처럼 대기업에 납품하는 가격을 인상시키지 못한 것은 물론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구입할 때에는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일방적인 원자재 가격 결정 때문에 고생을 한다고 대답했다. 중소기업은 원자재를 조달하는 대기업으로부터 피해를 당하고 납품하는 대기업으로부터도 피해를 당하는 형편인 것이다.

이런 어려움은 경제위기 초반기인 2008년에도 중소기업들이 심각하게 경험한 바가 있다. 때문에 당시 중소기업들은 ‘납품가 원자재가격 연동제’를 법제화해달라고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하고 심지어 집단행동에 돌입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겨우 얻은 제도가 2009년 4월에 도입된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였다. 그러나 제도 실행 1년 후 납품단가가 평균 1.7%오르는데 그쳤다는 사실은 그 제도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입증한다. 본래 중소기업이 요구했던 납품가 원자재 가격 연동제를 다시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왔다. 이것이 동반성장위원장이 밝힌 ‘대기업과 협력사의 이익 공유’를 하기 위한 기본 전제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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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메신저 서비스 앱의 하나인 카카오톡이 이른바 ‘국민 앱’으로 부상하면서 최근 여러모로 화제가 되고 있다. 우선 그 눈부신 성장속도가 놀랍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에 1천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지금도 매달 170만명이 새로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카카오톡을 통해 주고받는 메시지도 2억3천만건에 이른다고 한다. 30대 경영자가 40여명의 직원들과 이룩한 성과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고 앱스토어와 같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형성되면서 크고 작은 벤처기업들이 신규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그 가운데 단연 카카오톡이 돋보인다.

카카오톡이 화제가 된 이유는 또 있다. 국내 주요 통신기업들이 카카오톡으로 인해 발생하는 망 과부하를 문제 삼으면서 서비스를 제한할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루 2억건이 넘는 메시지 송수신 트래픽이 카카오톡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니 네트워크 부하가 커질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사용자가 공식적으로 발생시키는 트래픽 이외에도 카카오톡 앱과 메시지 서버 사이에 자동으로 주고받는 송수신 트래픽까지 감안하면 부하는 더욱 커진다.

그럼에도 통신사업자는 카카오톡 사용자들로부터 데이터 사용료를 받는 것이 고작이다. 그나마 와이파이(WiFi)를 이용할 경우 그조차도 받을 수 없다. 통신사들이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단문 메시지와 카카오톡은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통신사들의 단문 메시지 서비스 수익도 급감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의 단문 메시지 서비스 사용료를 건당 20원으로 산정할 경우 하루 카카오톡 사용건수가 2억3천만건임을 감안하면 매달 1천380억원의 통신사 수입이 증발해 버린다는 단순한 계산이 나온다. 이 숫자는 카카오톡의 예상대로 올해 말까지 카카오톡 사용자가 2천만 명을 넘어서면 두 배로 커지게 될 것이다. 카카오톡이 단지 메시지 서비스와 경쟁관계에 있을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음성통화 서비스와도 대체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억울할 법도 하다.

일각에서는 통신사들이 카카오톡에 네트워크 사용료를 부과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카카오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네트워크 사용료는 이미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보유자가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카카오톡에게 사용료를 부과한다면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인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에도 마찬가지로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타당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KT와 SKT로 대표되는 한국의 이동통신사들은 모두 순이익이 1조원을 넘는 거대기업들이다. 이들은 한국에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기 전인 2009년까지만 해도 통신망에 대한 독과점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기기 제조사는 물론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을 일방적으로 통제하면서 고수익 행진을 누려 왔다. 그 결과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낮은 납품 단가와 협소한 시장구조로 인해 영세성을 면치 못하게 됐고 사용자들은 통신사들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지극히 제한된 기능 이외에는 모바일 기기의 활용도를 높일 수 없었다.

이와 같은 시장구조는 2009년 11월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시판되면서 무너졌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그와 같은 환경에서 부상한 것이 바로 카카오톡이다. 이제 통신 대기업들은 과거의 일방적 고수익 행진에 대한 향수를 버리고 통신사와 제조사, 그리고 소프트웨어 업체, 더 나아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국민들과 함께 생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에는 통신사와 제조사, IT 서비스 사업자가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며 모바일 생태계 조성에 일조하겠다는 카카오톡 측의 주장은 이런 측면에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업과 노동자, 기업과 지역사회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만들고 서로 이익을 공유하려는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얼마 전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대기업 초과이익 공유제’ 제안에 대해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며 격한 반발을 쏟아낸 한 대기업 총수를 보면 대기업의 공존과 공유의식이 아직 한참 멀어 보여 우려스럽다. 대기업의 힘의 논리에 유망한 벤처기업이 또다시 희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 이글은 매일노동뉴스 2011년 4월 14일자에 기고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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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11.03.28 14:41
2011 / 01 / 27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중소기업에게 중국효과는 역효과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1. 대기업에게 불어온 중국효과의 훈풍, 중소기업은?


1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인접국가인 한국경제는, 중국 고성장에 편승한 수출 증대로 6.1%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0년을 마감했다. 유럽재정위기와 미국 더블딥 우려, 일본의 디플레이션, 세계적인 환율전쟁이라고 하는 불확실성이 지배했던 2010년도 세계경제 환경에서 놀라운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중국효과(China Effect)가 강력한 영향을 발휘한 해였던 것이다.


특히 중국효과를 한껏 누린 것은 삼성과 엘지, 현대자동차와 SK등 한국의 유력 대기업들이었다. 2010년 수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반도체(증가율 63.3%)와 자동차 부품(62.6%)의 상당 부분은 국내 유력 대기업들이 중국으로의 수출을 늘린 결과였기 때문이다. 실제 대 중국 수출은 지난해 반도체가 91%증가한 것을 필두로 석유제품, 기초산업기계와 LCD, 자동차 부품 등 대기업의 수출 제품이 모두 40%이상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에 따라 지난해 3분기까지 (비 금융) 상장기업들의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52%, 72%, 77%가 늘어났으며 평균 영업 이익률도 7.6%수준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대기업들이 이제 중국을 생산기지로서 뿐 아니라 잠재적 최대 소비시장으로 간주하면서 기업 경영전략을 집중하게 된 것은 당연했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한국 대기업들의 실적도 치솟았고, 그 결과 한국의 수출과 거시경제 지표도 급격히 호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경제와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에게 경제위기 탈출구를 열어주었던 중국효과는 우리 국민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300만 한국 중소기업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우리 중소기업들도 중국효과의 수혜를 입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중소기업은 중국시장과 해외시장은 물론이고 국내시장에서 조차 중국기업들에게 밀려 시장을 잠식당했다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경, 삼성과 현대 대기업 총수들이 잇달아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론을 제기하며 대기업의 위험한 입지를 경고한 바가 있다. 그런데 정작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것은 대기업들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이었던 것이다. 국내 임금구조 등의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소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처럼 간주되었던 중국시장 얘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 사라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국내 시장에 까지 중국기업들에게 잠식당하는 등 중국효과는 기회가 아니라 역풍이 되어 중소기업을 압박하는 심각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쏟아져 나오는 중국의 부상과 G2체제의 도래, 거대 중국시장이 가져다 줄 한국 기업의 기회 등 긍정적 측면만을 주장하는 목소리만이 커지고 있을 뿐 누구도 중소기업 입장에서 중국 부상이 가져온 그늘을 정확히 지적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 국내 대기업과 멀어진 중소기업


2000년대 접어들면서 국내 유력 대기업들이 글로벌화와 세계적 경쟁력 확보를 통해 도약을 거듭했던 것과 달리, 국내 중소기업들은 장기 성장추세가 지속적으로 둔화되어왔다는 지적이 있다. 그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첫째, 중소기업의 악성화되는 저임금이 저 생산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30년 전인 1981년까지만 해도 대기업 임금의 78%였던 중소기업 임금 수준이 2007년에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49.6%까지 떨어졌고, 그 결과 고급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기술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을 기하지 못하면서 성장이 정체되었던 것이다.


둘째로, 대기업들이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산성이 정체되어가는 국내 중소기업과 연계하기 보다는, 해외 생산 및 해외 부품 조달을 확대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순환 구조가 단절되었던 점을 꼽는다. 실제 우리나라 중소 제조업체 가운데 주문을 받아 납품하는 하청기업(수급기업) 비중은 2005년 까지 50%를 넘다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09년 기준으로는 절반이 안 되는 43.2%로 줄어들었다. 때문에 중소 제조업체 전체 매출액 가운데 원청 모기업에 의존하는 비중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었고 그 비중이 지금은 1/3정도에 불과한 34.7%이다.

  

이처럼 대기업과의 연관관계가 약화되어 온 반면,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절대적인 세계 시장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환율 변동성이 극심해진 상황을 겪어야 했던 것이 우리 중소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모색할 수 있는 출로는 1) 중국 등 동남아로의 생산기지 이전, 2) 해외 직접 수출시장의 확대, 3) 국내 내수시장의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국의 부상은 중소기업들에게 기회 요인이기 보다는 위협요인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3. 중국 진출 효과는 소멸하고, 해외시장에서 경쟁은 어려워지고


1990년대 이래 저임금을 좇아 중국에 대규모로 진출했던 중소기업들의 행진은 현재까지 약 4만 6천 여 개의 한국기업 중국 진출로 잘 나타나 있다. 그 수자로 보아 대부분은 중소기업들이 차지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소기업 중국 진출러시는 2000년대 중반이후는 더 이상 현실이 아니게 되었다. 중국이 노동집약적 산업구조를 자본집약적 산업구조로 전환시키고 임금비용을 상승시키면서 저가 생산기지로서의 중국에 대한 효용성이 급격히 떨어져왔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1월부터 중국 노동자들의 권익 강화를 규정한 ‘신 노동계약법’이 발효되고 금융위기 이후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되면서 이른바 ‘저임금 비용’을 목적으로 한 ‘노동집약적 산업’들은 발붙이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더욱이 중국은 그 동안 외국인 투자기업들에게 베풀던 혜택들을 거의 거둬들이면서 한국 중소기업에게 중국 진출 여건은 더욱 악화된다. 기업청산 절차가 어려운 중국경제 환경에서 경영난에 빠진 한국 중소기업들의 ‘야반도주’ 사례가 언론에 빈번히 보도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그 때부터 ‘저임금 활용’을 목적으로 한 중소기업들의 중국 투자가 급격히 줄고 대신 중국 현지 시장을 겨냥한 대기업들의 투자가 팽창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외의 다른 해외시장에서도 한국 중소기업들은 중국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봉착해야 했다. 국제 무역 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최근 4년간 우리나라 세계 1위 품목 중 21개가 중국에 의해 잠식당했는데, 이 중 20개가 중소기업들이 주로 영위하는 중 저급 기술 분야의 경공업 제품”이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 저급 수출 품목들은 중국에 의해 해외시장을 잠식당하고 고급 기술 제품을 생산하는 일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샌드위치’신세에 처한 것이 한국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대기업 수출품에 납품하는 간접 수출까지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전체 수출가운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53.1%에서 2008년 38.8%까지 하락했다고 국제 무역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향후 중소기업이 생각하는 주요 전략시장에서의 최대 경쟁자는 같은 국내기업도 아니고 선진국 기업도 아닌 중국기업이라고 판단하는 중소기업이 절반이 넘는 5.24%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중국효과가 한국 중소기업의 생존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에게 이미 중국시장이 저임금 생산기지가 아닌 것은 물론이고 중국을 포함한 해외 수출시장에서도 중국의 부상에 따른 경쟁의 어려움을 심각하게 겪고 있고, 이 같은 경향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효과가 한국 중소기업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그림자의 첫 번째 측면이다.


4. 중소기업은 국내시장이라는 안방도 내주어야 할 판


해외시장에서 중국기업들에게 밀려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 내수시장 기반이 탄탄하다면 이를 발판으로 다시 혁신 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키우면서 재도약을 할 수 있는 여건은 확보된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 전체 매출액 가운데 수출비중이 12%내외이고 88%정도는 내수판매가 차지하고 있어 내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기업의 국내 중소기업 시장 잠식은 중국 자국시장과 해외 수출 시장에서 뿐 아니라, 우리의 안방이라고 할 국내 부품소재 시장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과거 중국경제는 주로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부품과 소재를 수입하여 중국에서 완제품을 조립하는 생산시스템을 구축해왔으나, 2000년대 하반기부터 중국의 부품 소재 산업이 빠르게 증가하여 2007년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한국은 물론 일본을 추월하여 10.2%를 차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주력으로 하고 있는 부품 소재산업에 대한 중국기업의 한국시장 진출이 없을 리 없다. 최근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부품소재에서 중국산 비중이 무려 24.6%로 일본과 거의 비슷한 규모로 크게 확대되었던 것이다. 또한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체 품목가운데 부품 소재가 절반을 넘고 있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국내 부품 소재 산업에서도 중국산이 크게 유입되면서 수출용이든 내수용이든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국 부품과 소재 비중이 커져왔다고 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중소기업의 국내적 입지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된다. 해외시장에서 뿐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중국에 의한 역효과 현상은 발견되는 것이다.


5. 중국 역효과 확대와 중소기업의 3대 악재


그 동안 한국의 대기업으로부터 소외 당해온 한국의 중소기업은 중국의 급격한 부상에 따른 역효과로 받는 경영압박이 더해져 상황을 낙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경제가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과정이 빨라짐에 따라 한국 중소기업이 받는 부정적인 영향력은 커질 것이며, 여기에 최근 석유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2008년 원가 급상승에 따른 중소기업 생존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또한 2011년 환율절상 추세는 환 헤지가 가능한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에 가장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다. 중국과의 경쟁격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 환율 절상으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 등 3대 과제가 올해 중소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3대 악재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중소기업의 경영난은 곧 우리 국민 고용 88%가 불안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에도 고용 측면에서 5~300인 규모의 중소기업 고용은 2010년 전년대비 40만 명 이상이 늘어 전체 평균을 상회했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들은 3만 명이 줄었다. 여전히 고용책임은 중소기업 몫으로 돌려지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중소기업 문제는 곧 고용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회생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차적으로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현실화시키고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적극적으로 납품가에 반영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비록 지금은 중국의 부상으로 중소기업이 위기에 몰리고 있지만 대기업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중국효과의 수혜를 보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서로 공존하는 길을 찾지 않는다면 멀지 않아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중국 부상의 역효과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정부 또한 대기업으로부터 뿐 아니라 중국기업으로부터 국내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는 과제를 심각하게 제고해야 한다. 한중 사이의 중소기업의 교역조건 개선을 포함하여 국내 시장에 대한 중소기업 보호조치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제 실물 무역관계에서 압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만, 중국 또한 한국이 매우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수출대상국 기준으로는 EU, 미국, 홍콩, 아세안 일본에 이어 한국이 6번째 대상국이며, 수입대상국 기준으로는 일본, EU, 아세안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대략 중국의 전체 교역규모의 6%이상을 한국이 차지하고 있으니 중국으로서도 한 중 경제의 무게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한중 경제 관계의 무게에 더해 특히 중소기업 보호 육성 차원에서 정부는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정치, 외교적으로 갈등하면서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의 한 중 경제 협력을 상호 이익이 되는 차원에서 조정,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김병권 bkkim21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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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09.23 09:29

어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가 105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는 소식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17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82만 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오는 2010년에 순이익 12조 7000억 원, 연결 영업이익 13조 4000억 원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세계 경제의 불황 속에서 삼성전자가 보여주고 있는 눈부신 실적을 보면 이러한 전망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비단 삼성전자뿐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역시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 8월에 전년대비 47퍼센트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하며 사상최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던 도요타자동차가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는 대단한 실적을 올린 것이다.

이처럼 경제성장률을 비롯해 최근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여러 국내 경제지표들과 함께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의 선전이 추석을 앞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국내외 언론의 호들갑처럼 대한민국 경제는 ‘수확의 계절’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혹시 성장률과 코스피지수가 주는 착시효과에 눈이 멀어 앞으로 닥칠 추운 겨울을 대비할 기회마저 놓쳐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번 글에서는 한국 경제의 ‘가을걷이’에 앞서 최근 국내 초(超) 대기업들이 보여준 눈부신 실적의 배경과 그 지속 가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세계 100대 기업에 이름 올린 국내 초 대기업들의 힘

지난 7월 포츈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는 국내 대기업 네 곳이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40위), LG(69위), SK홀딩스(72위) 그리고 현대자동차(87위) 등이었다. 이들은 더 이상 저임금 노동력으로 싸구려 모조품이나 만들던 별 볼일 없는 회사들이 아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퍼센트, 세계 휴대폰 시장의 30퍼센트를 장악하는 등 반도체, LCD, 자동차, 휴대폰 등 고가의 첨단 소비재 시장을 자체 기술력으로 장악해가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3월 LED TV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이미 100만 대 이상을 팔아치웠고, LG화학은 GM에 하이브리드 카의 핵심 부품인 2차 전지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그런가 하면 현대자동차는 미국 소비자 조사기관인 JD파워의 신차 품질조사에서 일반 브랜드 부분 1위로 선정되었다. 이처럼 한국의 초 대기업들은 80년대의 3저 호황과 90년대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생존과 변신을 거듭하며 어느덧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들어섰다.

이들 기업이 국내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엄청나게 커졌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특히 97년 외환위기라는 지각변동 속에서 살아남은 10대 그룹은 과거 30대 그룹을 능가할 정도로 성장하며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 대부분을 독차지하게 됐다. 실제로 이들 10대 기업의 순이익은 국내 상장기업 전체 순이익의 70퍼센트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전체 상장기업 순이익의 17퍼센트에 달하는 3조 원을 벌어들였다.

그렇다면 씨티와 GM이라는 금융과 제조업의 상징적 기업들마저 무너져 내리는 위기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이처럼 놀라운 실적들을 내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선,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기 위한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를 꼽을 수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전체 상장기업들의 연구개발비는 14조 5000억 원으로 매출액의 2.3퍼센트에 그쳤으나 상위 10개 기업은 전체 연구개발비의 60퍼센트에 달하는 8조 7000억 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매출액의 10퍼센트에 달하는 5조 5000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는 전체 상장기업 연구개발비의 40퍼센트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현대자동차도 매출액의 3.83퍼센트인 1조 원을, 엘지전자도 4.23퍼센트인 9800억 원 등을 각각 연구개발비로 썼다. 이쯤 되면 이들의 성공 뒤에는 꾸준한 노력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물론, 환율효과와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라는 외부 요인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환율효과는 특히 반도체, 자동차, 가전 등 우리 주력 제품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 엔화 환율과의 관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2009년 1~4월 기준 원화가치는 지난해에 비해 약 43퍼센트가 평가절하된 반면, 엔화 환율은 같은 기간 8.3퍼센트나 평가절상되었다. 그만큼 국제 시장에서 우리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확보되었다는 뜻이다.

각국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도 영향을 미쳤다. 우선 한국 정부의 세제감면이 5, 6월 자동차의 내수판매 급증을 가져온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2009 한국경제, 정말 ‘풍년’을 기대해도 좋을까>, 2009.9.22).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가 한 달 동안에만 30억 달러를 쏟아 부은 신차 보조금 정책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소비능력이 떨어진 미국인들은 저렴하고 연비가 좋은 국내 소형차로 몰리게 되었고, 그 결과 현대와 기아차의 지난달 미국시장 판매량은 전년대비 각각 47퍼센트와 60.4퍼센트가 상승했다.

놓쳐서는 안 될 한 가지 요인이 더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화에 발 맞춰 GM과 같은 전통 제조업체들이 수익 창출의 무게중심을 금융 부문으로 옮긴 것과 달리 국내 제조업체들은 그러한 추세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채 여전히 제조업에 몰두해왔다는 점이다. 이는 물론 국내 기업들의 선견지명 때문이라기보다는 대한민국의 금융화가 그만큼 더디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금융위기 이후 2009년 2월 자통법을 시행하는 등 오히려 금융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명박정부를 그래서 더 이해할 수 없다).

이상의 여러 요인들 덕에 한국의 몇몇 초대기업들은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시장장악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한국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8.5퍼센트, 중국 시장 점유율은 2.4퍼센트가 확대되었다.

국내 초 대기업들의 선전은 계속될 수 있을까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들게 된다. 그렇다면 국내 초 대기업들은 앞으로도 순항할 수 있을까, 또 만일 그렇다면 그들이 벌어들인 어마어마한 수익 덕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삶도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까.

우선, 환율 효과나 경기부양책은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오래도록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22일 국제 금융컨설팅업체 글로벌 인사이트는 우리나라의 빠른 경기 회복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내년에 1054원으로 내려가는 데 이어 2011년에는 980원대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더구나 세제 혜택과 같은 경기부양책은 정책 시행이 만료되는 순간 당연히 그 혜택도 모두 사라진다. 따라서 더 이상 환율과 경기부양책에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30여 년간 신자유주의 체제를 지탱해온 이른바 ‘차입 경제’가 막을 내림에 따라 그 동안 금융회사들의 무리한 대출을 기반으로 창출된 과잉 소비시장도 종언을 고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동차 시장을 비롯해 이미 초과잉 상태에 놓인 생산체계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자동차산업의 한해 생산 규모는 약 9400만 대로 실제 소비 여력인 6000만 대를 50퍼센트 이상 뛰어 넘는다. 이미 극심한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 5위의 독일 키몬다가 올해 1월 자금압박으로 힘없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처럼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 국내 초 대기업들에게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삼성과 현대의 화려한 비상... 그러나 추락하는 우리의 삶

이제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하자.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국내 초 대기업들의 화려한 비상이 우리네 삶에 보탬을 주고 있을까.
물론 우리의 토종 기업들이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날리는 일은 분명 좋은 일이다. 선진국의 밤거리를 밝히는 국내 기업들의 광고판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지 않는가(물론 이들은 한국 기업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우리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고작 그런 정도의 감상적 위안뿐이라면 곤란하지 않을까. 굳이 최근 떠오르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거창한 개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이들이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들은 존재한다. 법인세 납부, 고용 창출, 투자 확대 등이 그것이다.

우선,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불황을 이유로 신규 고용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벌써 꽤나 오래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2009년 2월 30대 그룹 채용 담당 임원들이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에 합의한 적이 있다. 임금조정으로 자금을 조성해 신규직원이나 인턴을 채용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최고 28퍼센트까지 삭감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이들의 올 상반기 신규 고용은 3만 500명에 그쳐 지난해에 비해 32.6퍼센트나 줄었다. 2009년 하반기에도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역시 30대 그룹이 같은 기간에 집행한 투자금액은 32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5.7퍼센트가 줄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직접투자가 2.1퍼센트 늘어난 것과 기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이런 결과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자임한 이명박정부가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해 법인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최고세율을 3퍼센트나 낮추기 시작한 뒤여서 정부도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하반기가 시작된 7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기업이 투자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는 직설적인 발언을 하는가 하면 바로 다음 날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촉진 방안’을 발표한 것도 재정 여력이 다해 조급해진 정부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대기업들은 감세와 세제 감면(자동차 산업)이라는 특혜를 등에 업고 거기에 임금 삭감까지 단행한 결과 기대 이상의 실적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를 고용과 설비투자 확대로는 이어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들이 납부한 법인세 규모도 우리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쳤다. 각종 감면 혜택의 결과다.  2008년 기준 삼성전자가 납부한 법인세는 최고세율 25퍼센트에 한참 못 미치는 6.5퍼센트에 그쳤고, 현대자동차는 19.3퍼센트, SK텔레콤은 15.2퍼센트 등이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수익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이른바 ‘주주자본주의’ 경영 행태가 들어선 이후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이들 대기업 수익의 상당 부분은 주주들에게로 돌아갔다. 적게는 수익의 15퍼센트에서 많게는 수익 전부를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상당 부분이 외국인에게 돌아갔음은 물론이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전체 배당의 무려 43퍼센트를, 현대자동차는 26퍼센트를 외국인 배당으로 지급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에게 지급한 배당 규모와 법인세의 규모가 거의 같은 수준이었고 SK텔레콤은 외국인 배당이 오히려 더 많았다. 그나마 지난해는 월가의 유동성 부족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비중이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올해는 다시 외국인 투자가 몰려들고 있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삼성과 현대, 우리는 과연 이들과 같은 방에 살고 있을까

한국 1위 기업 삼성전자의 2008년 말 기준 매출액은 73조 원, 당기 순이익은 5조 5000억 원, 이익잉여금 누적액은 55조 원이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초 대기업들이 이처럼 국내외 시장에서 승승장구를 하는 사이 대다수의 국민들은 실업과 임금 삭감 등의 여파 속에서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1.4퍼센트의 임금 인상률을 받아들여야 했고, 올해 들어 다시 자산시장이 들썩이자 조급한 마음에 다시 부채를 끌어와 주식ㆍ부동산시장을 기웃거려야 했다. 가계부채 700조 원, 주택담보대출 340조 원이라는 지표는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다.

기억하겠지만 97년 외환위기 직후 정부는 대기업들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대기업들의 무리한 빚잔치도 한국 경제 파산의 주요한 원인이었지만 국민들은 그들에게 막대한 세금이 지원되는 것을 묵묵히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아랫목이 따뜻해지면 곧 윗목도 따뜻해 질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신뢰해서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십여년 간 점점 깊어져만 간 사회 양극화는 ‘한번 윗목은 영원한 윗목’임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다시 2009년 오늘의 상황은 여기에 더해 ‘4대 그룹을 위한 따뜻한 안방과 4000만을 위한 싸늘한 곁방’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 연일 국내외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국내 초 대기업들의 빛나는 성적표를 보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다시 마지막 질문이다.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국내 초 대기업들의 화려한 비상이 ‘당신의 삶에’ 보탬을 주고 있을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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