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5 / 1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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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가장 오랜 기업집단이자 금지대상이었던 지주회사

2. 기업 집단의 가장 유력한 형태가 된 지주회사체제

3. 지주회사 규제의 틀을 어떻게 짜야 하나.

4. 지주회사 배당수익에 대한 법인세 감면 축소

5. 재벌기업 집단과 지주회사 구조

 

[본 문]

1. 가장 오랜 기업집단이자 금지 대상이었던 지주회사

지금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재벌은 단일한 경영 지휘통제를 받고 있는 거대 기업집단의 한국적 형태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라고 할 수 있다. 복합기업(conglomerates)라는 일반적인 개념이 있기도 하지만 이제는 국제적으로 재벌(chaebol)이라는 단어가 인정되어 쓰일 정도이다.

그러나 기업집단이라고 하여도 어떤 형태로 소유관계와 통제관계를 형성하면서 집단을 이루냐에 따라 다양한 형식이 존재할 수 있다. 다만 거대 기업 집단을 이루기 위해 특정 개인이나 법인이 수십 개 기업의 지분을 직접 모두 가지고 있는 방식은 엄청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심이 되는 모기업이 여러 개의 기업에 지분출자를 하여 계열사를 만들고 각 계열사들이 다시 지분을 출자하여 하위 계열사를 거느리는 식으로 기업 집단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계열사 출자도 방식이 다양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상호출자나 (환상형) 상호출자 같은 형태는, 실질적으로는 있지도 않은 가공자본을 만들면서 지분관계를 구성하게 되므로 규제가 필요한 대상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오고 있는 출자 방식이 바로 ‘지주회사 체제’이다.

지주회사체제의 기업 집단은 이미 100백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 독점과 기업집단이 탄생하던 초창기 모델은 미국을 기준으로 보면 트러스트였다. 그 가운데 1868년 설립된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 기업은 단순한 수평적 확장을 넘어서 원유산업과 판매망을 전후방을 연계하는 수직적 구조의 구축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확장을 하면서 미국 정유의 90%이상을 공급하는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던 19세기 말 미국 최대 기업집단이자 최초의 트러스트였다.

그런데 1888년 뉴저지 주의 회사법 개정으로 지주회사 설립이 최초로 가능하게 됨으로써 스탠더드 오일의 트러스트는 본사를 뉴저지로 옮기고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한다. 1890년 셔먼법이 제정된 후 트러스트에 대해 반독점 규제가 들어오자 1892년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가 해체되고 뉴저지 스탠더드 오일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가 된 것이다. 이렇게 탄생했던 스탠더드 오일 지주회사가 바로 1911년 반독점 기업분할 판결을 받아 역사상 최초로 기업집단이 33개로 쪼개지게 된 그 기업집단이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내려온 그 후손이 최근까지 부동의 시가총액 1위를 유지해온 미국의 최대 에너지기업 엑손모빌(Exxon Mobil)이다.

지주회사 형태의 기업 집단은 후발 자본주의 국가인 일본에서도 매우 일찍 도입된다. 일찍이 180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일본 재벌은 사업규모가 확대되고 근대적인 조직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주회사의 형식을 띤 근대적인 기업집단으로 변모한다. 1909년 지주회사로 전환된 일본 최고 최대 재벌 미쓰이[三井] 재벌이 그 대표 주자다. 지주회사에 기초한 조직을 갖춘 일본의 재벌은 그 후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1920년대 이르면 일본 산업의 대부분을 지배했다. 이 시기에 미쓰이 재벌의 자회사는 120개에 달했으며 미쓰이[三井]·미쓰비시[三菱], 스미토모[住友], 야스다[安田] 등 4대 재벌의 압도적 체제가 형성된다. 특히 이들 재벌은 모두 은행업까지 영위하고 있었고 이것이 그들의 성장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였다.

2차 대전 이전까지 일본 재벌의 특징을 보면 현재 한국의 재벌과 유사한데, 가족 - 지주회사 -직계기업 -계열사 등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로 되어 있었고 동시에 친족의 지배아래 있었다. 또한 재벌은 거의 모든 산업에 진출하여 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고 특히 금융업과 중화학 공업에서 두드러졌다. 이렇게 지주회사 형태를 띤 일본 재벌은 2차 대전 패배이후 연합군에 의해 해체과정을 밟게 되었던 것이다.

바로 이런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은 연합군에 의해 1947년 사적독점 금지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지주회사제도를 금지한 조항(9조)이 1997년 폐지될 때까지 지속이 되었다. 그리고 지주회사를 금지한 일본법을 모델로 하여 1986년 우리나라에서 공정거래법이 개정될 때에 지주회사 설립을 금지하는 조항이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1997년 일본 독점 금지법이 개정된다. “지주회사가 더 이상 재벌을 형벌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 지주회사의 긍정적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주회사에 대한 선택의 여지를 기업에게 줄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되었고, 지주회사의 일률적 금지에서 사업 지배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마침 당시에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상당한 규모의 인수합병 필요가 부상하자, 일본의 사례를 따라 일정한 규제 범위에서 지주회사 설립을 전격적으로 허용해 주는 방향으로 선회했던 것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는 분사화를 통한 비주력 사업의 분리. 매각, 기업문화가 다른 기업 간의 인수합병 활성화, 외자 유치를 통해 기업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등 순기능이 많은 제도”라고 지주회사 허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영미권에서 지주회사는 가장 흔한 기업집단 형태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기업집단인 독일의 콘체른도 지주회사의 외형을 띠고 있고 유명한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이나 이탈리아의 아그넬리 그룹도 지주회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지주회사는 매우 오래된 기업 집단의 한 형태였으며,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력 집중의 폐해가 심각하여 해체되거나 금지되었던 선례가 있는 기업집단 형태였음을 확인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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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8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조직인 화물연대가 5, 6월에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파업 투표는 2월에 이미 가결된 바 있다. 이쪽 소식에 밝은 분에게 들어보니, 기름 값 폭등으로 거의 한계상황에 돌입해 있다고 한다. 파업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는 것이다. 마진이 줄어들고 있지만 관계가 워낙 불균형하다 보니, 대기업 물주가 정하는 운임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유가 폭등의 고통이 점차 확산되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휘발유 공급시장에 삼성을 끌어들이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정유 4사의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 삼성토탈이라는 새로운 도매 공급업자를 키우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정당들이 경제민주화와 재벌규제를 앞 다투어 검토하고 있는 마당에 삼성이라는 국내 제1의 재벌을 키우겠다는 발상이 참으로 놀랍다. 정부는 삼성토탈을 ‘트로이의 목마’로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가재는 게 편’이 될 것이다.

사실 현재의 석유제품 시장 구조로 볼 때 삼성토탈이 정유 4사로부터 담합 구조의 말석이나마 인정받을지도 의문이다. 사회권력은 삼성이 최고지만, 석유제품의 시장권력은 정유 4사가 삼성토탈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정유 4사의 독과점 구조는 완결 구조에 다다른 상태다. 원유 수입부터 정유제품 생산과 공급 그리고 중간 및 최종 유통에 이르기까지 상하류 전 부문이 정유 4사에 장악돼 있다. 전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사례를 찾기 힘들 만큼 수직계열화가 완벽히 구축돼 있는 것이다. 예컨대 정유 4사의 시장점유율은 1단계 유통의 99.4%, 2단계 대리점 유통의 82%, 3단계 주유소 유통의 94%에 달한다. 삼성토탈은 1단계 유통의 0.6%, 그것도 일부를 담당할 뿐이다.

여기서 잠깐, 삼성토탈이라는 낯선 이름으로부터 우리는 한 가지 역사적 아이러니를 발견한다. 정부가 삼성토탈에 부여한 임무는 0.6%에 불과한 4개 비정유 수입업자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수입업자의 몰락은 정부가 추진해 온 규제 완화의 결과였다. 2002년에는 비정유 수입업자가 시장점유율 10%, 개수 20여 개까지 육박하던 때가 있었다. 이 정도면 독과점의 횡포를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저장시설, 비축 의무 등이 정유 대기업에 유리하게 바뀌면서 오늘날에 와서는 거의 몰락의 수준에까지 다다랐다. 정부의 이번 유가안정대책이 실효성을 조금이라도 거두려면 이러한 규정들이 삼성토탈이라는 비정유 대기업에 유리한 방식으로 다시 전환돼야 한다. 결국 중소업체가 몰락한 상태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삼성 재벌에 특혜가 주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다시 화물연대로 가자. 정상적으로 운행해서는 이제 적자를 감수해야 할 지경에까지 내몰린 화물노동자들은 화주 대기업에는 표준운임제를, 정부에는 유가보조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각각은 대기업과의 불균형한 권력구조를 바로잡는다는 성격과 조세 지출의 재분배 효과를 높인다는 성격을 갖고 있다. 결국 경제민주화가 답이다. 
 

이 글은 여성신문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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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5이상동/ 새사연 연구센터장

석유 대기업 편에 설 것인가? 국민들 편에 설 것인가?”

지난달 29일 오바마 대통령 연설의 한 대목을 축약한 것이다. 미국 공화당이 상원에서 에너지산업 세제개편안을 부결시킨 직후의 대응이었다. 세제개편안의 핵심적인 내용은 석유관련 대기업들에 대한 세제지원을 대폭 축소하고 재생에너지 관련 중소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지금 연말 대선을 앞두고 유가 문제가 중요한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얼마 전 한국 정부는 유가안정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정유 4사의 독과점 구조에 대한 개선된 문제의식을 피력했다. 알뜰주유소 확대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정유 대기업들의 과도한 시장권력에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 대책의 핵심이 삼성이라는 대기업을 새로운 시장 참여자로 육성해 경쟁을 촉진한다는 데 있다.

현재 한국 정유 4사의 독과점 구조는 상호 담합과 고도의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유 수입에서 석유제품 생산, 유통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상하류 부문 전부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예컨대 정유4사의 시장점유율은 1단계 유통의 99.4%, 2단계 대리점 유통의 82% 그리고 3단계 주유소 유통의 94%에 달한다. 삼성토탈은 1단계 유통의 0.6%, 그것도 일부를 담당할 뿐이다. 한국의 구조에서는 정유 4사가 국제 유가의 급등을 내수 부문에 즉시 전가시킬 수 있어 국제 시장에 종속적인 가격 구조를 가진다는 점도 빼 놓지 않고 지적되어야 한다.

정유 재벌이 이처럼 막강해진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정부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첫째, 정유제품 수출을 위해 자본력을 갖춘 소수 재벌만을 육성했고 둘째, 역시 수출을 위해 고환율 정책을 수십 년간 유지하고 있으며 셋째, 1997년 전면적인 자유화 조치를 통해 대기업 통제 수단을 완전히 포기해 버렸다. 먼저, 가격결정권이 정부에서 대기업으로 이전되었다. 각종 허가제가 신고제 또는 등록제로 바뀐 이후 자본력을 가진 정유 대기업들은 석유판매업도 장악해 들어갔다. 또한 주유소간 거리제한 완화는 최종 유통 단계의 출혈경쟁을 유도하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대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여기서 잠깐. 삼성토탈이라는 낯선 이름으로부터 우리는 한 가지 역사적 아이러니를 발견한다.

정유 4사의 독과점 구조 개선을 위해 정부가 삼성토탈에 부여한 임무는 0.6%에 불과한 4개 비정유 수입업자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수입업자의 몰락은 정부가 추진해 온 규제 완화의 결과였다. 정부의 이번 유가안정대책이 실효성을 조금이라도 거두려면 이러한 규정들이 삼성토탈이라는 비정유 대기업에 유리한 방식으로 다시 전환되어야 한다. 결국 중소업체가 몰락한 상태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삼성 재벌에게 특혜가 주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2월에 파업투표를 가결시킨 화물연대는 최근 총파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가 급등의 일차적인 피해자인 운송노동자들의 처지가 막다른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를 보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재벌개혁의 구체적인 과제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리고 그 과제들은 재벌의 과도한 권력을 제어하는 것에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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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보수주의자들은 경제가 시장의 원리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품 공급자 또는 수요자로서 각자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시장에 참여해 거래를 하면 가장 효율적인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인위적인 개입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전 세계는 앞다퉈 재정지출을 했다. 4년 이상 공격적인 금리 통화정책으로 시장 개입을 하고 있는 지금도 시장의 효율성과 자기조정 능력에 대한 과신은 크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역사적 현실은 시장의 자율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에 대한 일정한 규제가 자본주의 시장을 존립시켜 왔을지도 모른다. 1920년대의 금융자유의 시대, 1980년 이후 금융자유주의 시대는 대공황을 초래하면서 잔인하고도 거대한 시장의 붕괴, 시장의 실패를 만들어 내지 않았던가. 그러니 규제 자본주의가 시장경제에 가장 적합한 것일지 모른다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한 것이다.

그런데 조폭 세계도 아닌 시장경제에서 국가의 합법적인 개입은 고사하고 때때로 공포와 협박을 동원해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어떤 선택을 강제하는 경우가 21세기 첨단의 시대에도 발견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것도 특히 시장의 자율을 주장하는 보수적 세력들에 의해 조장된다는 것이 더 역설적이다.

첫 번째 사례는 가장 혁신적인 금융시장에서 발견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보편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은퇴 후 생활과 노후생활을 위한 복지정책을 활발하게 개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대비책으로 나온 것은 복지정책만이 아니다. 보험과 연금을 비롯한 금융상품이 이에 못지않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개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이를 상품판매로 연결시키려는 보험사들의 공포마케팅이다.

지난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00세 보장’을 앞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는 상품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합쳐 140여종에 달한다고 한다. 비슷한 마케팅전략을 내세우는 증권사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200여개까지 늘어난단다. 국민들은 정부의 복지정책을 신뢰하고 공공복지에 의지할 것인가, 아니면 사적 금융시장의 공포조장에 밀려 금융상품에 노후를 걸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시장에 참여하는 각자가 합리적인 자기 이익을 가지고 거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두 번째가 부동산 시장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의 정체, 또는 실질적 하락세가 4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기를 이어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추세가 반전될 기미도 없다. 지난 4년 동안 끊임없이 나왔던 것이 부동산 폭락사태와 시장 붕괴 우려의 목소리다. 그런데 그중에 국민경제의 급격한 충격을 걱정하는 차원에서 폭락을 걱정하고 연착륙 대책을 고민하는 부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쪽도 적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 폭락에 대한 두려움을 시장에 유포해 정부와 국민으로 하여금 부동산 경기부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하려는 심산이다. 건설업자들이나 주택대출을 해준 은행들, 그리고 주택 투기세력들이 그들이다. 실제로 그 결과 이명박 정부는 4년 동안 지속적으로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해주고 세제 경감조치를 발표하고 경기부양 대책을 내놓았다. 그로 인해 누가 이익을 봤을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시장의 자율과 참여자들의 합리적 이익추구라는 경제학 교과서의 그림은 잘 구현되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재벌이다. 올해부터 재벌개혁 요구가 거세지고 있고 재벌에 대한 규제와 증세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중이다. 당장 재벌들은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전형적인 협박과 공포 분위기를 흘리기 시작한다. 몇 년 전부터 재벌들은 심지어 “자꾸 규제나 과세를 해서 기업하는 환경을 어렵게 하면 본사를 옮길 수도 있다”는 그야말로 어이없는 협박과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미 재벌들은 싼 임금을 찾아 공장을 끊임없이 해외로 옮겨왔다. 만약 본사를 옮기는 것이 이익을 내는 데 유리하다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유럽이든 벌써 떠났을 것이다. 그들에게 무슨 애국심이 있어 본사를 한국에 일부러 두고 있겠는가. 한국처럼 알짜배기 고급인력을 충분히 수혈받을 수 있는 곳, 제품 만들면 즉각적이고 충분한 규모로 구매해서 테스트해 주는 국민이 있는 곳, 그처럼 많은 이익이 나는데도 여전히 엄청난 특혜를 제공해 주는 정부가 있는 나라. 관료와 학계, 법조와 회계 분야에 몽땅 내 사람들로 포진해 있는 인적환경이 되는 한국보다 나은 국가가 있다면 삼성과 재벌들은 지금 이 시각 짐을 싸서 떠났을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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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해체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됐다. 오죽했으면 3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만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과도한 반기업 정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골목상권 보호와 사회적 공헌활동을 강화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을까. 이틀 전인 1일에는 유통상인들이 전경련회관 앞에서 ‘전경련 해체 및 유통재벌 규제’를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했다.

흔히 재계를 대표한다는 전경련은 61년에 만들어졌으니 거의 재벌의 역사와 비슷한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노사관계에 초점을 맞춘 한국경영자총협회나 공식적인 성격을 지닌 100년 역사의 상공인 조직인 대한상공회의소와 달리 전경련은 재벌 대기업들의 임의적 이익단체다.

또한 다른 단체들과 달리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을 구현하고 우리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한다”는 전경련의 목표부터가 상당히 이데올로기적인 색채를 띤다. 거기에다 공식적으로는 제조·무역·금융·건설 등 전국적인 업종별 단체 67개와 우리나라 대표적 대기업 436개사를 회원으로 한다고 하지만, 주로는 재벌 대기업 집단의 이익 창구로 인식되고 있다. 재벌개혁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전경련이라는 재벌의 정치적 대변 집단을 해체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대단히 자연스럽다.

최근 동반성장위원장을 사퇴하면서 정운찬씨가 재벌해체 화두를 꺼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사실 연초부터 시작해 올해 3개월 동안에만 공식적인 전경련 해체 주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여러 번 있었다. 깃발을 올린 것은 묘하게도 차명진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그는 올해 1월9일 회삿돈을 빼돌린 명백한 범죄행위를 한 최태원 SK회장에 대해 전경련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낸 것을 두고 “전경련이 검찰한테 구속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단다. 자기 지분 1%도 안 되는 회사 돈 500억원을 호주머니 돈처럼 썼으면 도둑질한 것”이라며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어 재벌해체 바통을 받은 사람은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었다. 그는 1월30일 “정부가 지난 4년간 재벌이 잘돼야 서민이 잘 산다는 낙수이론을 펴면서 재벌들이 하자는 대로 (관련법안을) 날치기까지 하더니 이제는 대통령 말 한마디로 재벌 딸들이 빵집운영에서 철수한다고 한다”며 “정말 대단한 정경유착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재벌들을 위한 로비 창구역할을 해 왔던 전경련의 해체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정운찬 위원장의 사퇴발언이 이어진 것이다. 그는 “전경련은 다시 태어나거나 발전적 해체의 수순을 생각해 봐야 한다”며 “대기업이 산업화 시기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은 경제정의와 법을 무시하고 기업철학마저 휴지통에 버리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경련은 과거 정경유착 시대의 보호막 역할을 한 독재정권의 대체물”이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그동안 재벌들의 정경유착 통로이자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이 짙었던 전경련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유산으로 보이는 것이 지금의 형국인 모양이다. 확실히 재벌개혁을 위해서나 미래의 발전적 기업문화를 위해서나 전경련이 이제 역사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할지 모른다. 냉정하게 보면 올해 초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삼성을 포함한 4대 그룹 회장이 모두 불참하는 등 최근 핵심 재벌들조차 전경련에 무게를 실어 주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이쯤 되면 전경련을 해체한다고 재벌개혁에 무슨 큰 돌파구가 열릴 까닭도 없다. 단지 전경련 해체를 계기로 새로운 기업관계, 기업과 국민경제의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일 뿐이다. 솔직히 재계도 전경련에 특별히 애정도 없으면서 붙들고 있는 이유가 재벌개혁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덧붙여 둘 것은, 최근 역사로만 보면 사실 전경련 비판의 원조는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전경련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전경련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로 오인받을 수 있는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제는 새로운 혁신의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정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친기업을 자처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전경련 해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터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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