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새사연 연구이사 




2차 이하 하청협력업체의 경우는 여전히 법률상 중소기업들이 훨씬 많다. 따라서 불공정한 하청납품거래에서 문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재벌계 원천 대기업과 1차 하청협력업체 간의 거래가 아니라 1차 하청납품업체와 2차, 3차 하청납품업체간의 하도급 거래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몇 년 전에는 하도급법을 개정해 하청기업 보호법의 적용 범위가 2차, 3차 업체들로도 넓혀졌다. 그럼에도 대다수 야권 인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현대차와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수출제조업의 하청 납품거래를 한번 깊이 살펴보자.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되는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또는 상생협력 정책은 하나같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재벌계 수출제조업 대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일부 야권 경제학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들 수출제조업 대기업의 높은 수익성(영업이익)의 원천은 무자비한 납품 단가 인하와 기술탈취 등 불공정한 거래에 있다는 듯이 비판한다. 이들과 거래하는 하청협력업체들의 수익성(영업이익)이 낮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앞선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자와 자동차의 경우 1차 하청협력업체들의 수익성이 의외로 높다. 이 점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전자와 자동차 제조업의 1차 협력 하청기업들의 경우 이미 상장 대기업으로 크게 발돋움한 회사들이 많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 또는 ‘현대차 1차 협력업체’라고 찾아보라. 상당수의 상장 대기업들이 검색될 것이다.


야권 경제학자들이 제기하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와 불평등 심화의 문제는 주로 재벌계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들의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의에서 간과된 점이 있다. 재벌계 대기업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들의 상당수가 이미 법률상 대기업으로 성장해있다는 명백한 현실이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수익성 격차를 비판하면서 재벌계 대기업의 갑질 하청 횡포에 대해 말하는 거의 모든 기존 연구는 ‘법률상 중소기업’과 ‘법률상 대기업’ 사이의 수익률 격차 및 임금 격차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그런 연구에서 사용하는 데이터에 반영된 격차는 재벌계 대기업과 그 1차 협력하청 업체 사이의 납품 거래가 아니다. 오히려 1차 협력업체 대기업들과 2차 협력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일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앞에서 본 곽정수(2010)의 삼성전자, 현대차와 그 부품업체들 간의 수익성 격차 분석 역시 ‘법률상 중소기업’으로 분류된 부품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의 결과이다.


2차 이하 하청협력업체의 경우는 여전히 법률상 중소기업들이 훨씬 많다. 따라서 불공정한 하청납품거래에서 문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재벌계 원천 대기업과 1차 하청협력업체 간의 거래가 아니라 1차 하청납품업체와 2차, 3차 하청납품업체간의 하도급 거래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몇 년 전에는 하도급법을 개정해 하청기업 보호법의 적용 범위가 2차, 3차 업체들로도 넓혀졌다. 그럼에도 대다수 야권 인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많은 1차 협력사들의 경우 국내에 둔 생산공장만 해도 전국에 여러 개다. 더구나 법률상 독립된 중소기업으로 신고된 여러 개의 동종 부품 제조·납품 공장들도 그곳을 실제로 방문해 보면 하나의 오너 경영 하에 있는 여러 개의 하청기업들이 하나의 기업그룹(중소기업 그룹)을 이루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는 그 회사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 이러한 현실은 기업의 재무제표 수치와 이의 통계 처리에 의존해온 기존의 대기업-중소기업 간 매출액-수익성 분석 연구에서 드러나지 않은 채 은폐되어 있다.


더구나 이들은 해외에도 여러 개의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LG전자에 납품하는 1차 하청협력업체들은 이미 15년 전부터 중국과 인도, 유럽, 미국, 베트남, 태국 등지로 현대·기아차 및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함께 현지에 동반 진출하였다. 중국과 베트남 등지의 현대·기아차 공장 및 삼성전자 공장 인근에 이들 1차 협력하청 업체들이 납품 공장을 지어 놓고 현지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와 통합한 직후인 2000년까지만 해도 현대기아차는 아직 해외 공장을 본격적으로 늘리지 않았고, 당시만 해도 현대기아차와 해외에 동반 진출한 부품 협력사는 28개 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1년에는 1차 협력사 233개와 2차 협력사 197개 등 총 430개의 자동차 부품 협력사들이 현대기아차와 해외에 동반 진출해 현지 법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국에 277개사가 같이 진출했고, 인도에 60개, 미국에 40개, 유럽에 27개, 러시아 11개사, 브라질 8개, 터키에 7개 회사였다.


이들 하청 협력업체의 매출액은 해외 현지공장 매출을 합하여 수천억 원에 달하며 전 세계 매출이 1조 원이 넘는 경우도 꽤 많다. 게다가 해외 현지 공장들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숫자도 수천 명에 이르러 종업원 수가 1만 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중국에 있는 여러 공장에 종업원 3000명, 인도의 여러 공장에 2000명, 체코 공장에 2000명 등이다. 이렇듯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자동차와 전자산업에서 활동하는 1차 협력업체들의 상당수는 사실상 이미 10년 전부터 글로벌 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해외에 동반 진출한 업체들 간에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자체 기술력과 품질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그들의 기술력과 품질능력을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 즉 최종 원청업체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SL의 경우 자동차 헤드라이트 제조의 기술력 및 품질에서 세계 6위에 올라있다. 자동차용 공조기(냉난방기)를 제작하는 한라공조 역시 세계 5위권의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 1차 협력업체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기준의 R&D를 수행한다.


게다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세계 수준에 도달한 이들 1차 협력업체들은 현대차와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1960-80년대의 국가주도 경제성장 시기에 국가의 전략산업 육성 및 전략기술 육성정책(산업정책 또는 산업육성정책)을 충실히 따르면서, 그리고 자체 기술력 및 품질능력을 키워온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이들 원청업체와 함께 공동으로 기술개발과 공동 R&D를 수행하면서, 그들 업체 역시 자체적인 기술력 및 품질능력을 키워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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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새사연 연구이사 



대중소기업 동방성장론자들이 제기하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와 불평등 심화 문제는 2차 이하 하청협력업체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과연 이들 업체에서 발생하는 저임금과 낮은 수익성, 낮은 기술력의 문제를 동반성장론자들이 제안하는 '공정한 하도급 질서 확립'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까? 물론 일부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 해법의 한계와 범위는 명백하다. 이들 업체 종업원들의 임금수준을 높이려면 어떤 대안이 가능할까?  



원청 대기업의 하청 갑질이 심해지는 이유는?


납품선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중소 하청업체들의 상황은 1998년 이후 더욱 악화되었다고 홍장표 등은 주장한다. 사실이다. 왜 그럴까? 그들은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 부품조달 하도급 계약에서 경쟁 입찰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시장경쟁이 격화되었다. 둘째, 복사발주(複社發注), 즉 하나의 부품을 하나의 납품업체가 독점적으로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2~3개의 납품업체가 동시에 납품하는 관행이 새롭게 생겼다. 이 두 가지 이유로 부품 하청 생산납품업체들의 협상력이 더욱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 입찰의 관행을 이제 와서 되돌릴 수는 없다. 뒷돈이 오갈 수 있는 불투명한 수의계약보다 경쟁 입찰이 훨씬 투명하고 완전경쟁 시장 모델에 가깝기 때문이다. 민주·진보 경제학자들 스스로가 지난 20년 동안 “시장원칙 즉 경쟁시장 원칙이 모든 경제 분야에 관철되어야 한다.”고 항상 말해오지 않았던가?


다만 복사발주에 대해서는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복사발주를 하게 되면 여러 개의 공급·납품 업체들 간에 품질과 기술력, 가격 등을 놓고 경쟁이 벌어진다. 경쟁적 시장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를 달리 보면, 하청협력 업체들이 납품선을 다변화하는 것에 대응하여 최종 완성재(자동차, 전자) 업체들 역시 조달선을 다변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요독점’이 해체되는 것과 동시에 ‘공급독점’이 해체되는 것이고, 수요와 공급 양면에서 경쟁적인 시장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복사발주는 과거부터 있었으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시장개혁에 따라 더욱 확산되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복사발주율은 1994년에 각각 61.9%, 56.2%였는데 2001년에는 76.8%, 67.2%로 높아졌다.


복사발주를 할 때에는 아무래도 단사 발주에 비해 부품 납품업체의 협상력이 약화된다. 1개의 회사가 특정 부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2~3개의 하청 납품업체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 최종 완성재 업체 입장에서는 복사발주를 통해 납품가격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구나 하나의 납품회사가 해당 부품을 납품하지 못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다른 납품회사의 공급 물량을 늘려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복사발주 그 자체를 금지 또는 제한시키는 내용의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야권 경제학자들 스스로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시장개혁 시기 이래로 지금까지 일관되게 “경쟁적 시장 원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오지 않았던가. 이제 와서 복사발주를 규제하자는 것은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해왔던 독점시장으로, 즉 불공정시장으로 복귀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청 단가에 국가 규제가 잘 작동하지 않는 이유


요즘 외주하청 계약(하도급 계약)은 대부분 공개경쟁 입찰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수의계약이 아니라 여러 납품업체들이 경쟁하는 공개입찰에서 납품업체가 선정되어 계약이 체결된다.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수록 주류 경제학자들은 공정한 시장질서라고 부르는데, 이런 의미에서 요즘 납품시장은 공정한 시장질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납품업체들은 공개적인 입찰 경쟁에서 납품가격뿐 아니라 자사 제품의 품질과 성능, 기술력과 신뢰성, 납품 기일 준수 여부 등 다양한 항목별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승부를 겨룬다. 원청업체는 이러한 다양한 항목별 점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하청업체를 선정한다.


공정거래법상 하도급 규제법 강화를 통한 하청단가 정부 규제가 겨냥하는 목적은 결국 1차적으로 가장 높은 납품가격을 제시한 하청업체가 하도급 계약을 따내도록 원청업체의 구매부서 행위를 규제하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공정한 시장질서란 무엇인가? 보다 높은 납품 단가를 제시한 납품업체가 무조건 하청 계약을 따내는 것이 공정한 (납품) 시장질서는 아닐 것이다. 물론 가장 높은 납품가를 제시한 하청업체를 원청 발주업체가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그 납품업체가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보여줄 때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다른 하청업체들이 ‘불공정 거래’를 문제 삼을 것이다. “내가 더 낮은 납품가를 제시했고 더구나 경쟁업체와 품질력, 기술력이 비슷한데 왜 그 경쟁업체가 선정되었나?”고 항의할 것이다. “이것은 원청업체 구매부서 임직원과 하청계약을 따낸 납품업체 사장 사이에 뭔가 부정한 거래가 있지 않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고 하면서 원청업체에 엄중한 감사를 요청할 것이다.


그래서 야권 경제학자들과 같은 ‘공정시장 경제민주화론자’들은 이런 현실을 고려해 하나의 해법을 내놓았다. 납품업체들이 서로 경쟁하지 말고 담합하면 해결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즉 특정 부품을 공통으로 납품하는 여러 납품업체들이 서로 담합(카르텔)하는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예외적으로 허용하자고 그들은 말한다. 약자인 납품업체들이 하나로 뭉쳐서 담합하는 것을 국가가 허용하고 중소기업협동조합 같은 공공단체가 그 담합체의 하청 계약에 개입하여 중재하면 된다는 식이다. 한마디로, 수요자 독점(원청업체 전속거래)에 대응하여 공급자 독점체를 만들자는 해법이다. 경쟁적 시장질서는 여기서 사라진다.


그런데 이 해법에는 치명적 허점이 있다. 먼저 부품 납품시장에는 국내업체들만 있는 게 아니며 외국계 기업들이 많다. 예컨대 자동차 엔진 전자부품 납품시장에는 국내 기업만이 아니라 보쉬와 지멘스, 델파이 같은 다국적 업체들이 있다. 이들 해외 업체들은 납품업체 간 담합(독점)에 가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자사 제품의 월등한 품질력과 기술력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공개 입찰 경쟁을 해야 국내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 보쉬와 델파이 등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채 국내 하청업체들 사이의 담합(독점)만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법제도가 국회를 통과한다면 WTO협정 또는 미국 및 EU와의 FTA협정 위반으로 곧바로 제소당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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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게도 좋고,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

1953년 GM 최고경영자였던 찰리 윌슨이 국방장관 임명 청문회에서, 기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행정부에 입성하는 것을 두고 반대에 직면하자 말했던 너무도 유명한 얘기다. 이른바 자본주의 황금기라고 부르는 당시에 미국경제에서 GM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할 법도 하다.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9년 GM의 파산과 국유화를 겪은 후로는 누구도 그런 주장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60년 전의 GM처럼 인식되는 것은 아닐까. 삼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해 쟁쟁한 일본기업들을 연이어 따돌리고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면서 애플과 세계시장을 놓고 겨루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가 만년 중하위 그룹의 자동차기업 이미지를 벗고 세계 5위로 도약해 품질경쟁력 등을 개선하면서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 삼성과 현대차에 좋으면 우리 국민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 하나의 함정이 있다. 90년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글로벌 생산체제의 구축이 가속화하면서 유력 대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다고 해서 그 기업이 속한 국가의 국민경제와 국민이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기업 성장→고용 확대→소득 증대→구매력 증가→수요 확대→생산 확대'라는 사이클이 한 국민경제 안에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특히 2007~2011년 경제위기 기간에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선방했던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그랬다.

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1억대 가까이 팔려 나간 삼성의 스마트폰 10대 중 1대 정도만 삼성 구미공장에서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만든 것일 뿐이다. 나머지 9대는 중국·베트남·브라질·인도에 있는 삼성공장에서 해당 나라 노동자들이 생산한 것이다. 삼성을 포함해 엘지·팬택 등 휴대폰 산업이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전인 2007년만 하더라도 휴대폰의 해외생산이 35.9%밖에 안 됐는데, 2011년 기준으로는 거의 80%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의 스마트폰이 선전했다고 박수쳤지만 그 대부분은 해외에 공장을 지어 만들어 낸 것이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 대박을 낸다 한들 삼성 구미공장 생산노동자는 1만명 내외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전체 휴대폰 관련 일자리도 2000년대 중반 이후 4만명 선에서 거의 고정돼 있다.

현대차도 비슷하다. 현대차가 2007년 국내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170만대였고, 2011년에는 190만대로 20만대가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해외생산은 90만대에서 220만대로 무려 130만대나 증가했다. 중국·미국·인도·터키·러시아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0년에 이르러 사상 처음으로 현대차의 국내생산과 해외생산 비중이 역전됐다.

삼성과 현대차 등 자본의 세계화는 국내 일자리 감소를 넘어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딜레마를 안겨 줬다. 자본이 국경을 넘어 생산기지를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상황에서 각 국가들은 자국으로의 생산기지 유치를 위해 임금을 낮추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또는 자국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막기 위해 임금상승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런데 글로벌경제 전체로 보면 글로벌 총수요를 줄여 고용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죄수의 딜레마와 국가 사이의 경제적 협력(Thomas Palley(2011))


 

‘나’ 국가

임금 인상(협력)

임금 삭감(배반)

‘가’ 국가

임금 인상(협력)

5, 5

-10, 10

임금 삭감(배반)

10, -10

-5, -5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다. 각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의 임금상승을 기대하면서 자국의 임금은 삭감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모든 국가들이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모두가 임금을 삭각하게 되고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최선의 결과가 나오려면 모든 국가들이 임금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국가 간 정책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삼성과 현대차는 점점 더 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국내 노동자들은 이로 인해 줄어드는 일자리를 걱정하느라 임금인상을 압박할 수도 없다. 결국 각 국가의 내수구매력과 글로벌 총수요를 약화시킬 것이지만 지금 세계는 수출경쟁과 통화가치 하락경쟁에 몰두하는 중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협력과 해법은 진정 불가능한 것인가.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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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3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아베노믹스, 엔저현상 지속될 전망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이 무제한적(open-ended)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엔화는 지난 해 1078엔 대에서 현재 94엔을 넘어서 20% 가량 평가절하 되었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은 1160원까지 떨어져 원화가치는 엔화에 비해 25% 정도 평가절상 되었다 

이번 주 개최되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일본의 엔저 정책에 대해서 독일 등 유럽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지겠지만, 정치적 수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미 지난 해 9월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각각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실시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기 위한 물가안정목표치 상향(2%) 또한 통상적인 통화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에 나무랄 수도 없다. 따라서 유럽발 재정위기가 재발되지 않는 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엔화 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엔화 약세는 긴축정책을 지속하면서 오직 수출증대에만 목을 매고 있는 유로지역의 경기회복에도 타격이지만,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과도한 수출의존의 우리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지난 해 4분기 국내 상장기업의 실적 쇼크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자본유출입 규제 강화하고 과도한 수출의존 성장전략 수정할 때 

한편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환건전성 부담금과 선물환 포지션 등 일련의 자본유출입 규제가 실시되었다. 그동안 국제적인 자본자유화를 설파했던 IMF도 최근 집행이사회에서 승인된 보고서를 통해 신흥국의 자본유출입 규제를 전향적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급격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대외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자본유출입 규제를 더욱 강화할 시점이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외환투기의 온상인 역외선물환(NDF) 시장에 대한 규제가 조속히 실시되어야 한다.

특히 파생상품과 외환거래에 적용되는 금융거래세는 거래비용 증가로 과도한 투기를 억제하고 생산적 투자활동으로 자원을 이전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자산 가격 및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경제적 불확실성 해소로 금융 및 재정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주 낮은 세율에도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재정수입을 올려 복지지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취임을 앞둔 박근혜 정부는 금융 및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로드맵을 향후 제출할 국정운영 청사진에 담아야 할 것이다. 특히 부자 및 재벌증세에는 입을 닫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복지지출 재원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금융거래세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대기업 중심의 수출중심 성장전략 또한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주기적인 외환시장 불안은 원화 약세로 오히려 대기업의 수출경쟁력은 강화된다. 그러나 원화의 지나친 평가절상은 수출경쟁력 약화로 과도한 수출의존 경제체제에서 불가피하게 성장률 하락과 경기침체를 수반하게 된다 

즉 한국경제의 외환시장 불안은 수출대기업과 외환시장 투기세력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국민경제에 긍정적 효과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외환시장 불안 해소와 수출의존 성장전략 탈피,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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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2 / 23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기업 친화적 성장’에서 ‘노동 친화적 성장’으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목 차]

1.박근혜 정부는 친 기업 정책을 펴지 않을까?

2. 침체된 세계경제 회복을 위한 유엔의 대안

3. 줄어드는 소득기대가 국내수요을 억제한다.

4. 임금과 노동시장 정책을 통한 재 균형과 수요 진작

 

[본 문]

1. 박근혜 정부는 친 기업 정책을 펴지 않을까?

5년 전인 2007년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성장전략은 ‘기업 친화적(Business Friendly) 성장’이었고, 그 논리는 대기업에게 규제완화와 감세, 수출위한 환율여건 조성을 해주면 낙수효과(trickle-effect)에 따라 전체 국민경제 구성원이 혜택을 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후에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래서 한국의 재벌 대기업들은 경제위기 와중에서도 놀라운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재벌의 성장은 ‘나 홀로 성장’이었을 뿐 낙수효과는 작동하지 않았고 양극화는 심화되었으며, 다수 국민은 세계경제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5년이 지난 2012년, 친 기업 정책으로 심화된 양극화와 경제위기 장기화 현실 앞에서 모든 대선 후보들이 경제 민주화와 복지, 고용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그 중 가장 보수적인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다.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달리 과연 ‘기업 친화적(Business Friendly) 성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인가? 그녀는 정말 경제 민주화를 어디까지 실천할 것인가?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좋은 일자리로 질을 올리는(이른바 ‘늘.지.오’ 정책) 고용정책을 실천할 것인가. 공공부문의 상시적 근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고 최저임금을 크게 상향조정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 역대 정부 가운데 ‘공약’과 ‘실제’사이의 괴리가 가장 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태생이자 토양인 새누리당이 원천적으로 ‘기업 친화적(Business Friendly) 성장’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 동안 경제 민주화의 국민적 여론에 떠밀려 숨죽이고 있었던 재벌과 거대 자본들의 역습이 조만간 시작될 것이다. 그에 대한 대처 방식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전략은 그 일단을 드러낼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기업 친화적(Business Friendly) 성장’에 경도 가능성이 높은 정권이 재창출되었건만, 지금 세계적으로는 일종의 ‘노동 친화적(Labour - Friendly) 성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 패러다임의 이동이 시작되고 있다. 이미 새사연이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 제안한 ‘소득 주도 성장 전략’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우리의 성장전략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도 이미 이와 같은 주장을 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무역과 개발 보고서 2012(Trade and Development Report 2012)"에서는 소득 불평등이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다양하게 소개하면서 소득주도 성장 전략의 전환과, 이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폐기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바로 우리에게 절박한 과제다.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기업 친화적(Business Friendly) 성장’을 폐기하고, 글로벌 경제위기로 실패가 입증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도 폐기해야 한다. 그 대신에 노동시장의 안정성과 노동권을 강화, 노동자와 자영업의 소득 증대를 통한 구매력 강화, 정부의 적극적인 소득정책을 통한 지원이 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차별되는 박근혜 정부를 원한다면 박근혜 당선자도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2. 침체된 세계경제 회복을 위한 유엔의 대안

여기서는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짧은 정책 브리핑으로 발표한 “Policy Brief No.26: Greater Income share for labour - The Essential Catalyst for Global Economic Recovery and Employment", 2012.12를 요약해서 소개해 보겠다. 2013년 한국경제 전망과 진보적 성장 전략을 위한 중요한 시사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핵심 요약 

- 국민소득에서의 임금비중은 2차 대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실업률은 가장 높아졌다.

- 노동자 가구는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자이지만, 낮은 임금과 높은 실업 상황에서 이들이 경제 회복을 지원할 만큼의 소비를 할 여력이 없다.

- 정부는 “유연 노동시장”의 주문을 폐기하고 대신에 적극적인 소득정책을 시작해야 한다.

- 생산성에 비해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려는 국가들의 행위는, 진정 바닥으로의 경주라고 하는 총체적인 궁핍화로 치달을 것이다.

선진국 경제에서의 지속적인 허약성은 세계 경제의 회복 전망에 대한 비관적인 문제제기를 하게 된다. 개발도상국들의 국내 수요도 지금까지의 성장 경로를 유지할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 한 동안 개발도상국들은 글로벌 경제의 엔진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서구 선진경제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개발도상국만 성장해보려는 노력은 소진되고 있다. 분명하게 지금까지 성공적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 재정긴축이 중산층과 장기 성장을 위해 긴요한 것으로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이고 중기적으로 세계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들은 결국 장기적인 전망도 밝게 할 수 없다. 실제로는 정반대로, 단기 전망이 어두울수록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충격이 커지고, 다른 나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전달된다.

통화정책의 소진에 이어 성장을 자극하기 위한 재정정책 실행을 반대하는 정치적 행위는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분석과 수단을 요구하고 있다. “무역과 개발 보고서 2012(Trade and Development Report 2012)"에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현재의 문제가 주요 선진국들에서 노동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고실업과 임금하락의 압력을 받고 있는 민간 가계들은 더 이상 소비를 할 수 없고, 기업들은 가동률도 낮은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과 결합되어 고수익에 현금이 넘쳐나는데도 투자를 꺼리고 있다. 2차 대전이후 가장 높은 실업률과 가장 낮은 임금 몫으로 인해, 악화된 경제를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함에 있어서 ”더 유연한 노동시장(more flexible labour markets)"로 가야 한다는 광범위한 신화는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대신에 정부가 적극적 소득정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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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