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9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연착륙하면 좋을 것으로 기대하는 영역이 두 군데 있다. 바로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이다. 연착륙의 의미는 줄어들거나 내렸으면 좋은데 갑작스럽게 큰 폭으로 추락하면 경제에 미칠 충격이 크기 때문에 서서히 빠지기를 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은행이 대출을 갑자기 회수한다든지 해서 상환이나 연체가 급격히 진행되는 방식으로 가계부채가 줄면 가계파산과 소비위축을 가져와 경제가 위험해진다. 가계부채 부담을 줄여야 하지만 급격한 축소를 피하고 싶은 이유다.

부동산 가격도 마찬가지다. 서울 기준으로 여전히 연간소득 대비 8~10배나 높은 아파트 가격은 UN 권고기준으로 봐도 3~6배 사이로 떨어지든지, 아니면 소득이 그만큼 오르든지 해야 한다. 주택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이 역시 갑자기 폭락하면 자산가치 하락을 불러일으키고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나빠진다. 특히 부동산은 앞서 언급한 가계부채의 담보자산으로 돼 있기 때문에 담보가치 하락으로 인한 가계부채 위험을 키우게 된다. 결국 부동산 가격도 떨어지기를 원하지만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것을 희망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로 연착륙을 원하는 분야들은 실제로는 연착륙을 시킬 마땅한 방법이 없다. 가계부채와 부동산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 특히 경기가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그렇다. 더구나 가계부채와 부동산은 매우 긴밀히 연결돼 있고 함께 움직인다. 예를 들어 911조원의 가계부채 가운데 은행과 여신전문기관을 합쳐 공식적으로 ‘주택담보 대출’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되는 것은 390조원 정도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은 가계의 부채가 부동산이나 주택과 연관돼 있다. 예를 들어 가계부채 가운데 거주주택을 담보로 받은 대출은 약 30%, 거주 이외의 주택을 담보로 받은 대출이 25%에 이른다. 전세나 월세 보증금으로 받은 금액도 30%에 이른다. 순수 신용대출을 제외한 88%의 대출이 부동산과 직·간접으로 연결됐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는 부동산 가격하락이 일시적으로 전월세 가격의 급상승을 촉발시키면서 전월세 상한제가 관심을 모았다. 더불어 전세보증금 대출 완화정책이 나오고 일부에서는 전세보증금 지원정책도 시도됐다. 덕분에(?) 전월세를 사는 서민들의 가계부채는 다시 늘어났다. 전월세 폭등을 제대로 막지 못한 상황에서 대출을 풀었으니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은 당연하지 않았을까.

올해 들어오면서 급증하던 전월세 가격이 주춤한 반면 주택가격 하락 폭이 좀 더 커지고 있다. 다시 관심의 초점은 세입자에서 집을 가진 주택 보유자들에게로 옮겨갔다. 그중에서도 대출 받아서 집을 산 하우스푸어(House Poor)에게로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중이 평균 10%를 넘는 경우가 100만 가구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니 전체 가구의 6% 정도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하우스푸어의 부채상환 위험이 현실의 문제임을 보여 주는 단적인 증거는 돈을 빌려 준 은행들이 대책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일부 은행에서 하우스푸어의 부채상환 불능사태에 대비해 ‘세일 앤 리스백'(Sale and Lease back)이라는 제도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원리금 상환을 못해 경매 직전까지 간 주택을 보유한 하우스푸어에게 은행이 주택을 사들여서 다시 임대를 주는 방안으로 알려졌다. 일정기간 뒤에 하우스푸어의 경제형편이 나아지면 주택을 되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조건이다.

하우스푸어 입장에서는 집 자체가 통째로 경매로 넘어가 저가로 낙찰되는 경우보다는 손실을 줄일 수 있고, 당장 같은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어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집주인에서 세입자로 처지가 바뀐다. 그런데 은행들이 어쩐 일로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소하는 대책을 정부보다 빨리 만들어 줬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하우스푸어가 아니라 은행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경매 직전까지 가서 부실화될 채권을 자산으로 전환시킨 후 이자 대신 임대료를 받을 수 있고, 그런 조건에서는 손실이나 부담을 떠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상환능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대출을 남발했던 은행의 ‘약탈적 대출’ 영업이 하우스푸어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했으므로 은행도 일정한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은행의 손해 없이 채무자의 부담을 지속시키는 ‘꼼수’를 고안하는 데 열을 올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은행들이 지금까지 부채규모와 주택가격 증가를 주도해 왔다는 점이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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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5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우리 국민경제에서 가계부채가 문제라고 하던 지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년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가계부채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난해 봄 주택건설과 연동한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이 터지면서 국지적으로 충격이 가해진 것이 전부다. 가계부채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경제위험이 커진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가계부채 위험성 수치가 점점 더 높아지는데도 일종의 면역효과가 생겨서 “위험한 수준이 한두 해 지속된 것도 아닌데,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 하는 안이한 발상까지 자라나고 있다.

정부가 한몫을 했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경제규모가 커지고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가계부채의 양적규모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1천조원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았다. 물론 경제규모가 커지면 소득규모나 자산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그만큼 부채의 절대규모가 커지는 것 자체가 위험도를 증가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민경제가 성장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을 뛰어넘어 가계 빚이 늘어나고 있다면 확실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개인부문 금융부채 기준으로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1천100조원은 91년 말 111조원에 비해 10배가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가계의 소득은 4.3배 증가에 그쳤고, 국민총생산도 5.3배 증가에 머물렀다. 가계부채가 성장률이나 소득증가율에 비해 최소 두 배 이상 빠르게 늘어났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 결과 우리나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200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4.1%보다 더 높은 154%였고, GDP 대비 가계부채도 OECD 평균 77%보다 10% 이상 높은 87.4%였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89%를 넘기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이번에 무디스에서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면서도 한국의 가계부채 위험을 다시 지목할 정도로 타국에 비해 악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 대부분 국가들에서 가계부채 축소과정이 진행됐음에도 유독 한국만이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위험성을 키워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9~2001년 연평균 24%라는 기록적인 부채 증가율을 보였다. 2005년~2007년에 기록한 10.7%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2008년~2010년에도 8%의 부채 증가율을 기록한 바 있다. 우리 가계의 소득증가율·성장률을 압도하는 부채 증가율이라고 할 수 있다. 매년 가계부채 70조~80조원이 금융위기 시기에도 늘어난 셈이다. 그 결과 2007년 800조원이던 가계부채가 이명박 정부 집권 4년 동안 1천100조원으로 약 300조원이 증가했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오면서 주목할 만한 새로운 변화조짐이 발견된다.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올해 1분기에 가계 신용기준 부채의 절대규모가 줄어들었던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전 분기 대비 판매신용의 축소(현실적인 소비축소)가 1조원 발생한 것이고 가계대출 자체는 4천억원이 늘었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대출은 2조7천억원 줄었는데 이는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처음이다. 가계신용 기준이 아니라 자금순환표상의 개인 금융부채 기준으로도 3조4천억원 증가했는데 이 역시 2009년 1분기 2천억원 증가 이후 최소 증가다.

물론 다시 2분기가 되면서 가계부채가 4조8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에 성급한 판단을 할 일은 아니다. 한 가지 짚어 둘 것은 가계부채를 전 분기가 아니라 전년 동기 대비로 재확인해 보면, 2분기 가계신용 증가율 5.6%는 오히려 1분기 증가율 7%보다 낮은 것이다. 여기까지만으로도 일단 올해 들어 가계부채의 팽창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상당히 유력한 조짐을 읽을 수 있다. 왜 새로운 조짐이 보이고 있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위험천만하게 질주하던 가계부채가 드디어 줄어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지금 이 과정이 가계의 소득과 재무 건전화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걱정이다. 한마디로 부채를 뛰어넘어 소득이 늘어나고 가계생활이 유지되는 가운데 부채상환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득이 오르지 않는 가운데 더 이상 빚을 낼 수 있는 여력도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앞으로의 경기전망이 상당히 비관적으로 바뀌고 경기침체가 확실시 되면서 대출을 해 주는 금융기관이나 빌리는 가계나 모두 위험신호를 느끼면서 대출을 줄이고 있다.

더욱이 가계부채와 직접적으로 연동된 부동산가격 하락세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담보가치 하락으로 인해 담보 여력이 소진될 뿐 아니라 대출에 대한 부분 상환압력 조짐이 발생하고, 심지어 연체와 압류 위험까지 진행될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다. 최근 무려 90곳 이상에서 분쟁이 되고 있는 집단대출이 단적인 예다. 가계부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시점까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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