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역사상 가장 우울한 포럼. 얼마 전 막을 내린 다보스 포럼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누구도 피해가지 못한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가진 자들의 잔치’, ‘서방 선진 국가들의 사교 클럽’으로 불리던 다보스 포럼도 그 기세가 꺾였다. 특히 다보스 포럼이 그간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전파해온 장본인이란 점에서 위기의 책임도 피해갈 수 없었다. 포럼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은 포럼 참석자들을 향해 “당신들이 위기다”라고 외치며 이를 꼬집었다.

경제 위기 책임 공방, 미국 탓이다

올해 포럼은 ‘위기 이후의 세계 재편(Shaping the Post-Crisis World)’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득세할 때는 한목소리를 내오던 세력들은, 위기에 봉착하자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공동의 대책보다는 제 살길 찾기에 바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위기를 극복할 뾰족한 대안 하나 내놓지 못하고 끝났다.

특히 포럼 시작 첫날부터 위기의 주범으로 꼽힌 미국은 몰매를 맞았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일부 국가의 부적절한 거시경제 정책과 낮은 저축률, 지나친 소비”가 문제였다면서 “이윤 추구에 눈먼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팽창과 금융기업과 신용평가사의 자기절제가 부족했다”며 미국을 질타했다. 러시아, 영국, 독일도 현 경제위기의 주범을 미국으로 꼽았다.

미국 역시 이번 포럼이 껄끄러운 자리가 될 것임을 예상하고, 새정부 취임을 핑계로 책임있는 인물들의 포럼 참석을 회피했다. 한때는 세계 경제의 선봉장으로 잘 나가던 미국이 이토록 몰매를 맞는 광경은 참 낯설다. 각국이 세계 경제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음과 동시에 미국이 주도한 경제질서가 현재 위기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자유무역 옹호하면서 보호무역 실행하는 모순

더불어 논쟁이 되었던 것은 보호 무역주의로의 회귀에 대한 우려였다. 시발점은 역시 미국이었다. 오바마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도입한 ‘바이 아메리칸(공공사업에서는 반드시 미국산 철강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제)’ 조항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우방인 영국은 물론이며 중국, 독일, 캐나다 등 각국이 나서 ‘보호무역주의’라며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영국 역시 자국 자동차산업에 대해 대출보증을 지원하고, 독일도 GM의 자국 내 사업부문인 오펠에 대해 18억 유로 지원을 약속했다. 프랑스도 자국 자동차산업에 60억 유로를 지원할 예정이다.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 호주,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국이 보조금과 관세 등을 활용한 보호무역주의에 돌입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는 해결책이 아니라 독이라고 열변을 토하며 미국을 비판하던 각국 정상들은 사실 한 입으로 두 말하고 있었던 셈이다.

보호주의는 금융 분야에서도 강화되는 추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일 금융 보호주의로 인해 다보스 포럼 행사장에 냉기류가 감돌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금융 보호주의는 주요 국가들이 위기에 빠진 금융산업을 살리기 위해 자국 금융기관에만 자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국내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국내에 우선 투자되도록 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 수출 상황 악화될

결국 이번 다보스 포럼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경제의 대세는 보호무역이라는 사실이다.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을 외쳐왔던 신자유주의자들의 모임인 다보스 포럼마저 보호무역주의자들의 장으로 변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마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는 상황이다.

앞으로 국가 간 무역과 금융 거래는 대폭 축소될 것이다. 수출을 통해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자유무역주의냐, 보호무역주의냐의 선택은 중요하지 않다. 위기 속에서 변화하는 흐름과 우리 경제 상황에 꼭 맞는 적절한 해결책이 절실하다.

<용어 공부>


▶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


주로 서방 선진 자본주의의 지도자들이 세계의 현안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방향에서 논의하는 포럼. 1971년 유럽 경제인들이 안면을 익히고 우의를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유럽 경영 심포지엄’을 만든 것을 출발로 하여 1987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어 오늘까지 이르고 있다. 일주일 간 주요인사의 연설과 분야별 토론 및 사교모임 등으로 행사가 구성된다. 매년 스위스의 휴양도시인 다보스에서 열리는 탓에 다보스 포럼이라 불리고 있다.

올해는 ‘위기 이후의 세계 재편(Shaping the Post-Crisis World)’이란 주제로 1월 28일부터 2월 1일까지 열렸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푸틴 러시아 총리 외에 영국과 일본, 독일 등 40여 개국의 국가정상들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하여 약 96개국의 각계 지도급 인사 2,500여 명이 참가했다.

▶ 세계사회포럼(WSF, World Social Forum)

다보스 포럼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반대하며 만들어진 포럼.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는 모토를 걸고 2001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시작되었다. 매년 다보스 포럼과 같은 기간에 열린다. 세계화가 낳은 여러 폐해를 비롯해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성장, 성, 인종 차별의 철폐 등을 주제로 한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전세계 비정부기구(NGO)와 진보운동가들이 참석한다. 반세계화운동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1월 27일부터 2월 1일까지 브라질의 벨렝에서 열린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 등 남미 지역 좌파 정상들을 비롯하여 4,000여 개 단체에서 약 13만 명이 참가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실패와 대안 모색,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국제투기자본 규제 강화를 주요 의제로 한다. 이 외에도 아마존 삼림보호와 지구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원주민 등의 소수인종 권익 향상 등 다양한 의제들이 다뤄진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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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01.28 09:46
한계에 이른 신자유주의, 대안적 국가 연대 필요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스키 관광지로 유명한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이하 다보스 포럼)이 열렸다. 다보스 포럼은 매년 세계 각국의 수뇌들이 모여 세계의 주요한 경제, 사회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다. 이 자리를 통해 각국의 유력한 기업가나 정치가들이  만남의 기회를 갖고, 각자의 이익을 위한 로비활동도 활발히 벌인다.
 

경제불안에 휩싸인 다보스 포럼


이런 다보스 포럼을 두고 각국 엘리트들이 비밀리에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비민주적인 회의라는 비판과 함께 세계 각지의 심각한 빈곤문제에는 아무 기여도 안 하면서 단지 기업가와 정치가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장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전까지 다보스 포럼이 미국이나 EU, 일본 등 선진국에게 유리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발판이 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포럼의 성격은 크게 달라졌다. 앞으로 10년 혹은 20년에 걸쳐 문제가 될 강력한 경제, 정치적 리스크가 뒤섞인 가운데 세계 경제의 근본을 뒤흔드는 과제들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포럼 개최를 앞두고 발간된 「글로벌 리스크 2008」보고서는 앞으로 세계를 좌우할 주요 이슈 중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금융시스템 불안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목했다. 아울러 곡물가격 급등으로 인한 식량위기, 물 부족, 에너지 안보 등도 주요 이슈에 포함되었다. 


시장만능주의의 한계가 드러나다


미국경제의 불안정화는 석유와 원자재 가격의 대폭 상승과 함께 올해 세계경제를 뒤흔들 주요 불안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UN이나 IMF는 미국경기의 침체가 세계적인 경기후퇴를 유발하며 견실한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성장을 가로막을 우려가 있다는 견해를 잇달아 발표했다. 특히 화석연료공급이 빠듯해짐으로써 세계경제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위기는 이제까지의 시장만능주의로 인한 필연적 귀결이고 다보스 포럼에 모인 단골손님 자신들이 자초한 문제이다. 시장만능주의는 이제 자신을 받들어온 이들의 목까지 조르고 있는 것이다. 시장만능주의의 한계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한편 금융위기로 구심을 잃은 다보스 포럼에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주체가 탄생하였다. 2003년 이후 고유가나 경제의 세계화를 배경으로 고성장을 이룬 러시아, 아시아나 중동지역의 신흥국가들이 더 높은 이윤을 얻기 위해 그 간 벌어둔 외화로 정부계 펀드 혹은 국부펀드 SWF(Sovereign Wealth Funds)를 설립한 것이다. 이들이 바로 이번 포럼의 새로운 주역들이다.


금융시장의 새로운 주체 신흥국가 국부펀드


SWF의 자금은 2조 달러 이상으로 예상된다. 지난 몇 개월 서브프라임 사태로 타격을 입은 금융기관에 약 60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거나 시티그룹과 메릴린치에 약 20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하는 역량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제 국제적 투기자본인 헤지펀드보다도 규모가 큰 경제주체가 되었으며,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가장 환영 받는 손님이 되었다. 이들이야말로 현재 세계의 주요 유동성자금의 공급원이며 계속되는 신용압박을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SWF는 자산규모나 운용체제에 관한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아 시장관계자에게 불안을 안겨 주고 있다. 또한 투기자본과 달리 장기적 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SWF는 점차 선진국 대기업을 매수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국가 권력을 배경으로 한 펀드인 SWF의 영향력이 확대된다면 정치적 요구를 내세워 자본시장을 교란하거나 잠재적 안보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이후의 세계는?


특히 SWF로 인해 각 국가의 보호주의적 성격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원자재가격 상승 역시 보호주의의 한 행태이다. 보호주의는 세계경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어 세계인구의 굶주림이나 물 부족 해결책에 더욱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2007년 초 러시아와 벨로루시 간 갈등으로 인해 벨로루시를 통과해 동유럽 국가들로 연결되는 석유 파이프라인이 갑자기 끊겨 큰 혼란이 발생했다. 특히 석유나 천연가스 등의 주요 공급국은 국가주의적 성향을 강화하고 에너지, 식량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부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미국이 추진해온 신자유주의는 시민생활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에도 위협을 주고 있다. 이제 신자유주의가 답이 아니라는 것은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후 무엇이 다가올 것인지 앞으로 세계동향을 더 신중하게 주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식량위기나 물 부족,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 차원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국가주의적 보호정책보다도 이러한 위기들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 간 연대체제나 지역 협력 체제를 위한 노력이 아닐

까 생각한다.

 

쯔지모토 도시코 / 새사연 연구원 toshikot818@hanmail.net

이 글은 이스트플랫폼에 실렸으며 새사연 뉴스레터 R통신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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