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6                                                                                                  강세진/새사연 이사


[새사연_이슈진단]공동체주택;도시재생,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활성화의기반_강세진(20141216).pdf


저물어 가는 택지개발과 뉴타운의 시대 ▷ 주택가격이 공식적으로 조사되어 공표되기 시작한 1986년 이후 주택매매가격이 변동되는 추이를 살펴보면 외환위기의 영향이 짙었던 시기(1997~2001년)를 전후로 흥미로운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림1의 실질주택매매가격(주황색 선)의 추세를 보면 외환위기 이전인 1990년대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즉 물가의 오름세에 비해 주택매매가격의 오름세가 낮았던 의미 있는 시기였다. 이렇게 주택매매가격이 안정된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겠으나 <토지공개념>이라는 정책기조 아래 1980년대 후반부터 토지과다보유세, 종합토지세, 공시지가제도와 같은 규제가 도입되고 <주택 200만 호 건설>이 본격화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도시 주변에 분당, 일산과 같은 대규모 외곽신도시가 건설되는 이른바 <택지개발>의 시대였다. 이러한 택지개발은 교통비용과 에너지소비 증가라는 또 다른 도시문제의 원인이기도 했지만 1990년대 전반에 걸친 주택가격 안정에 도움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반면에 외환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01년 이후의 실질주택매매가격은 2003년까지 급격하게 증가하다가 이후에는 다소의 부침이 있지만 1990년대의 변화폭에 비하면 큰 변동이 없는 편이다. 2007년 실질주택건설수주액이 사상최대인 63조원에 이를 정도이므로 1990년대에 비해서 2003년 이후의 주택공급량은 오히려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주택공급량이 늘었음에도 1990년대와 달리 실질주택매매가격이 감소되지 않은 것은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토지공개념제도가 완화되고 양도소득세면제, 아파트분양가자율화와 같은 부동산경기활성화대책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 출범 이후 10여 차례에 이르는 부동산시장안정화대책과 대규모 국민임대주택 공급에도 불구하고 주택매매가격이 낮아지지 않은 것은 1990년대의 주택공급이 택지개발을 통한 신규주택 공급이었던 것에 비해 2000년대에는 대도시의 기성시가지에서 주택재개발사업, 주택재건축사업 등을 통해 기존 주택을 허물고 신규 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있던 집을 부수고 다시 집을 지으면 당연히 집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강세진(2014), “주택시장동향분석(2) : 매점된 주택의 비극 <끝없는 전세가 상승>,” 이슈진단(75),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2000년대 중반부터는 높은 주거비용을 야기하는 도시재개발의 광풍이 <뉴타운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휩쓴다. 2000년대는 <재개발의 시대> 더 나아가 <뉴타운의 시대>였다.

시민들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재개발사업에 뛰어든 것은 당연히 집값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2000년대에는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와 같은 요인들에 의해서 주택매매가격이 조금 내리면 ‘이제 가격이 바닥을 찍었으니 주택을 살 때’라는 주택건설업체들의 광고가 도배되면서 다시 주택매매가격이 조금 오르는 식의 흐름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주택은 고가의 재화이다. 주택보급률이 높아질수록 주택의 실수요자 계층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택 실수요자의 경제적 역량에 맞게 주택가격이 낮아지지 않으면 시장이 정체되는 것은 당연하다. 강세진(2014), “값이 떨어져야 시장이 살아난다,” 이슈진단(65),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2008년 이후의 주택건설수주액 감소와 주택매매가격의 정체가 나타나는 요인은 세계경제위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2000년대, <뉴타운의 시대>에 너도 나도 비싼 주택의 유혹에 넘어간 결과이다. 그리고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주택가격을 부추긴 주택산업계의 자승자박인 셈이다.

도시재생의 시대 ▷ 아파트를 지으면 불티나게 팔리던 시기에는 머지않아 대도시의 모든 기성시가지가 재개발을 통해서 새로 지은 깨끗한 아파트단지로 변모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바람이 헛된 것이었음이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뉴타운사업지구가 곳곳에 지정될 때는 도시 내에 단독주택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지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것이 큰 걱정이었지만 지금은 점점 낡아가는 주거지를 어떻게 정비해야 할 것인지가 큰 걱정이다. 비싼 아파트가 팔리지 않으니 사업성이 떨어져 많은 사람들이 주택재개발사업의 추진을 더 이상 바라지 않게 되었다. 뉴타운사업을 통해서 고급 아파트단지로의 변모를 꿈꾸던 많은 주거지들이 이제는 그냥 노후주거지가 된 것이다. 이런 노후주거지들을 재생하는 것이, 서구의 많은 국가들이 겪었던 것처럼, 큰 과제인 <도시재생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뉴타운의 시대>는 높아질 대로 높아진 주택가격만 남기고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2013년 6월 4일, 수 년 간의 논의를 거쳐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입법취지는 다음과 같다.


전체 인구의 91퍼센트와 각종 산업기반이 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의 주거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 환경을 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고 재생하는 것이 국가경제 성장과 사회적 통합의 안정된 기반을 구축하는데 필수불가결 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로는 도시재생에 필요한 각종 물리적ㆍ비물리적 사업을 시민의 관심과 의견을 반영하여 체계적ㆍ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바, 이 법을 제정함으로써 계획적이고 종합적인 도시재생 추진체제를 구축하고, 물리적ㆍ비물리적 지원을 통해 민간과 정부의 관련 사업들이 실질적인 도시재생으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지속적 경제성장 및 사회적 통합을 유도하고 도시문화의 품격을 제고하는 등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려는 것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문>


특별법에 담겨있는 주요내용은 ①도시재생을 종합적ㆍ계획적ㆍ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국가도시재생기본방침을 10년마다 수립하고<제4조>, ②도시재생을 지원하기 위한 도시재생지원센터를 각 지자체에 설치하며<제11조>, ③도시재생전략계획을 수립하여 광역적인 도시재생의 틀을 갖추고<제12조>, ④구체적인 도시재생의 추진을 위한 도시재생활성화계획과 근린재생형 활성화계획을 수립한다<제19조>는 것이다.

도시재생의 주요 전략 마을공동체 ▷ 특별법 제4조에 따라 수립된, 2014~2023년 사이의 도시재생에 대한 기본지침인 <국가도시재생기본방침>(이하 기본방침)의 내용을 살펴보면 <주민역량 강화 및 공동체 활성화>를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도시의 일부분이 아닌 전반적인 쇠퇴문제에 공공의 역량만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시민들이 직접 도시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역량 있는 주민’을 육성하고 ‘참여하는 주민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이 기본방침이 될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2013), 국가도시재생기본방침 

이어서 도시재생의 추진전략을 살펴보면 ‘지역․주민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계획수립과 사업시행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몫으로 두고, 국가는 재정지원․제도개선 등을 통한 포괄적 지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상황을 잘 아는 주민, 민간단체,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이 협조체계를 이루어, 지역자원에 기반한 자율적 재생을 추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공공정책에서는 단순히 수혜자에 머물렀던 주민이 도시재생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기본방침에 기술된 주민의 역할을 다음과 같다.


주민은 도시재생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역 자원을 새롭게 발굴하고, 독창적이고 특색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사업 시행과 이후 운영․유지관리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또한,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지방자치단체․정부․민간투자자 및 기업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물론 주민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하고 도시재생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과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본방침에 기술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주민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도시재생전략계획과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수립하고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다. 이 과정에서 부서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협업함으로써, 다양한 사업들이 목표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관리하고 도시재생사업의 각 참여 주체간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한다. 또한, 도시재생특별회계를 설치하는 등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건축규제 완화 특례의 부여, 주민교육과 전문가 파견 등을 통해 도시재생사업을 촉진한다.


지역공동체를 바탕으로 한 도시재생의 실현을 위해 국가는 관계 법령을 정비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다음은 공동체 기반의 도시재생을 위해서 국가가 중점적으로 시행해야 할 시책들이다.


주민참여형 도시계획의 제도화 ▷ 주민이 스스로 도시재생 등 마을 현안을 도출․제시하고, 해결하기 위한 마을 단위 재생계획을 수립토록 하고, 이를 도시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한다. 도시 내부에 다양한 계층의 주거기능 확보 ▷ 신혼부부․대학생․청년 등을 위한 임대주택과 1~2인 가구, 노인 등을 위한 주택을 도시 내 교통이 편리한 지역 위주로 공급하도록 하여 도시 내부의 주거기능을 강화한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및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주택개량 등을 시행하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 법인을 육성한다. 사회적 경제 법인에 대한 재정지원과 대출보증 등 지원제도를 발굴․지원하고, 지역 사회적 경제법인의 공동브랜드 사업화, 공익광고 등 미디어 홍보, 대기업과 지역 사회적 법인을 연결해 주는 캠페인 등을 전개한다.


안정적 마을공동체를 위한 공동체주택 ▷ 도시쇠퇴 문제를 우리보다 일찍 경험한 서구의 사례를 살펴보면 도시재생은 단순히 도로나 공원과 같은 공공시설을 확충한다거나 낡은 주택을 개선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정적인 지역공동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도시재생이 이루어져야만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문제는 사회적 경제의 기반이 되는 지역 공동체의 자본을 형성하는 것이다. 공공의 재정지원을 통해서 간신히 버티는 상황에서 공동체 기반의,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 내부에 다양한 계층의 주거기능을 확보>하는 것은 여러 모로 의의가 있다.

일단 주택은 부동산이기 때문에 지역 공동체가 어렵게 모은 자본을 통해 주택을 마련한다고 해서 소진되는 것이 아니다. 유동자산이 고정자산으로 전환되는 것이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주택사업이 다른 사업에 대해 갖는 차별성이다. 예를 들어 공동구매와 같은 사업은 물품의 소비와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자본이 소진될 수밖에 없다. 물론 주택의 경우에도 건물이 낡아감에 따라 감가상각이라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발생하며 최종적으로 토지는 남는다. 비영리방식으로 운영되는 공동체주택(사회주택)을 개념적으로 표현하면 그림2와 같다.

또한 주택은 그 자체가 편익이다. 일정한 관리만 이뤄지면 장기간에 걸쳐서 주거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다. 이 또한 사업의 유지를 위해서 끊임없이 비용을 투여해야 하는 여타의 사업에 비해서 주택사업이 갖는 장점이다.

부동산이라는 특성과 주택사업의 유지를 위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주택임대사업을 벌이는 사회적 경제주체는 다른 사업을 벌이는 것에 비해서 금융지원을 받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담보능력이 부족하여 금융지원을 포기하는 사회적 경제주체가 많은데 만약 마을공동체가 일정 규모의 공동체주택을 마련할 수만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해당 마을공동체가 꿈꾸는 마을사업들에 대한 금융지원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러 주택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 마을이라고 본다면 일정한 규모의 공동체주택이 곧 마을공동체, 지역공동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라고 할 정도의 수효가 되면 그 공동체주택의 입주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 교육, 문화, 돌봄, 기타 다양한 사업이 창출될 수 있다. 공동체주택의 집합이 사회적 경제의 무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그림3).



공동체주택(협동조합주택) 기반 사회적 경제 마을


지금까지 논의한 경제적 중요성에 더해 공동체주택은 그 자체로써 마을이나 지역 공동체의 안정성을 강화한다. 주민들에게 주거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인 제이콥스는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공동체사업을 통해서 마을의 가치가 향상되게 되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불러오고 그로 인해 마을을 직접 가꾸었던 주민들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 마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우려한 적이 있다. 이런 위협에서 주민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장치 중 하나가 공동체주택일 수 있다.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동체주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공동체주택은 단순히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면서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과 지역공동체의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고 사회적경제 활성화, 더 나아가 도시재생의 주요 기반이 될 수 있다. 정부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건설경기부양의 매개체로써의 주택이 아니라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활성화, 안정적 공동체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공동체주택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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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10 / 02 진남영/ 새사연 연구원

2012 대선 주요 후보별 부동산, 주거정책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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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새사연은 이번 대선이 수개월 전인 4.11 총선처럼 상호 비난과 폭로전을 반복하지 않고 보다 생산적인 정책대결이 되길 기대한다. 특히 나라의 운명과 방향을 결정할 대선 국면인 만큼 폭넓은 시야와 방향에서 우리 국민이 살아갈 비전이 다양한 관점과 각도에서 제시되길 바란다. 아직은 정책과 공약이 추상적이고 다듬어지지 못한 단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의 저서와 발언을 중심으로 정책 맥락을 짚어보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정책선거를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요 약]

지난 19대 총선과 이번 18대 대선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2010년 지방선거부터 불기 시작한 강력한 복지열풍이 올해 총선과 12월 대선까지도 영향권 안에 넣으면서 부동산 문제를 주거복지 문제로 전환시켜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가치 상승’이나 ‘경기 부양’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주거 복지’의 시각으로 선거 출마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볼 수밖에 없도록 강제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킨 것이 바로, 정치권도 어찌할 도리가 없이 인정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대세 하락’추세다. 지금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모든 유력 대선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차기 정부 집권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있고, 이를 전제로 하여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중이다.

그 와중에 박근혜 후보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있는 주거정책의 원칙과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은 채, 대단히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졸속적인 세부 주거정책을 내놓았다. 어쨌든 덕분에 부동산 정책은 이제 세부정책 경쟁 단계로 접어들었다. 비교적 원칙과 방향이 잘 세워진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도 세부정책을 가지고 박근혜 후보와 차별화할 시점이다.

 

[본 문 ]

부동산, 2007년과 2012년 사이

부동산 정책은 역대로 가장 민감하고 복잡한 선거정책 이슈였다. 국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이기에 자산 가치 변동에 곧바로 영향을 준다.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국민의 주거 정책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건설경기와 직결되어 있고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과도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부동산 정책이 가계부채와 밀접히 연동되어 있어서 가계부채 대책과 한 묶음으로 취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복잡한 문제이지만 5년 전인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까지는 선거 국면에서 부동산 정책이 한결 같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토지와 주택, 전월세 등을 모두 시장거래 상품으로 보고 ‘시장원리’에 따라 거의 경쟁적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하는 것이다. 그것이 주택 보유자에게 자산 가치를 올려주고,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혀주며, 건설경기를 띄워준다고 믿게 했다. 특히 2008년 총선에서 경쟁적 뉴타운 공약이 정점이었다. 그리고 대체로 이 경쟁은 보수 쪽에 유리했다. 부동산 경기에 의존한 경기부양과 자산 가격 상승은 분명 한국사회에서 보수가 유지되어 온 강력한 뿌리의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19대 총선과 이번 18대 대선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2010년 지방선거부터 불기 시작한 강력한 복지열풍이 올해 총선과 12월 대선까지도 영향권 안에 넣으면서 부동산 문제를 주거복지 문제로 전환시켜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가치 상승’이나 ‘경기 부양’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주거 복지’의 시각으로 선거 출마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볼 수밖에 없도록 강제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킨 것이 바로, 정치권도 어찌할 도리가 없이 인정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대세 하락’추세다. 지금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모든 유력 대선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차기 정부 집권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있고, 이를 전제로 하여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중이다. 박근혜 후보가 “과거와 같이 부동산 가격이 뛸 일은 없는 것 같다”고 하고, 문재인 후보가 “장기적으로 보면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했던 사례들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까지는 전월세 보증금이 급상승하면서 ‘전월세 상한제’ 정책이 보편화되었다. 전세가격 상승이 둔화될 정도로 주택경기가 더욱 침체하기 시작한 올해에는 하우스푸어 문제가 정치권의 가장 중대한 이슈가 되고 있는 중이다. 이미 일부에서는 급격한 주택가격 하락과 연체, 그리고 경매사태 시나리오까지 감안하여 위기관리 대책 수준에서 나올 수 있는 ‘세일 앤 리스백(sale and lease back)’방안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후보들 사이에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문재인, 참여정부의 ‘뼈아픈 실책’을 넘어 종합적 정책 기대

모든 정책 분야에서 문재인 후보는 태생적으로 참여정부와의 연속성과 차별성에 대한 대답을 먼저 하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 정책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았으며, 2005~2006년 부동산 가격 폭등의 후과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문재인 후보는 그의 저서 『사람이 먼저다』에서 참여정부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참여정부 경제 정책 가운데 가장 뼈아픈 실책 중의 하나가, 임기 중반에 부동산 폭등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이런 금융정책을 좀 더 일찍 추진했더라면 집값 폭등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한마디로 금융시스템이 스스로 거품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현상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랬기에 우리 역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189쪽)

일단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 정책 시행 시점이 늦은 부분을 주로 실책으로 보고 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대목중의 하나다. 이어 그는 하우스푸어 대책에 상당한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문재인 후보의 하우스푸어에 대한 두 가지 인식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첫째는 “하우스푸어 문제는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국가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둘째는, 은행의 책임을 지목한 지점이다.

“하우스푸어의 주요한 원인은 약탈적 대출입니다. 금융기관이 무책임한 대출로 채무불이행의 위험을 모두 가계에 떠넘긴다고 해서 약탈적 대출이라고 부르고 미국에서는 법률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낮은 이자 상품으로 옮기도록 지원하거나 상환기간을 연장”것을 넘어서 아직 더 종합적인 대책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특히 은행의 책임을 지목했다면 ‘주택담보과잉대출 규제법(공정 대출법)’이나 일정 수준의 채무조정 분담과 같은 정책으로 은행의 책임을 구체화해야 하는데 아직은 진전된 해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하우스푸어 외에 이른바 렌트푸어라고 불리는 670만 무주택 가구의 주거안정 대책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데, 문재인 캠프에서 아직 특별히 추가적으로 나온 대책은 없다. 다만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의 공약에 비추어 보건데, 전월세 상한제와 민간임대 등록제 도입, 공공임대주택 매년 12만 호 공급과 주택 바우처 연간 14만 가구실시 등이 문재인 후보 측의 공약으로 포함될 것이다.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가 부동산 문제를 ‘주거 복지’의 관점으로 철저히 접근하고자 한다면, 이미 상당한 공감대가 있는 전월세 상한제 등 세입자의 주거권 보호를 위한 적극적 정책제시와 입법 작업에 더 무게를 실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지나치게 하우스푸어 정책에 관심이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양극화 시대의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양극화의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호 정책이 있다면 당연히 양극화의 수혜자에 대한 일정한 규제와 고통 분담 요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아무도 손실을 입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혜택만 주는 그런 정책은 양극화 시대에는 가짜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자산계층이나 다주택자, 일정 규모 이상의 임대 사업자 등에 대해서 이명박 정부에서 규제완화와 세제 완화 정책으로 일관했던 부분을 되돌리는 정책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특히 문재인 후보가 해야 할 몫이 있을 것이다.

 

안철수, 교과서적인 주거복지 정책을 일관성 있게

안철수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경기부양정책의 일환이 아니라 주거복지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은행의 책임을 지목하고 있다는 점, 소득연계 임대료 정책이나 전월세 상한제, 임대차 보호기간 연장 등 세입자 주거 안정정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과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저는 무엇보다도 부동산 정책이 경기부양이 아니라 서민의 내 집 마련 등 주거 안정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서민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106쪽)

“정부는 주택가격 대비 대출 비율이 낮아서 거시 감독은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담보를 충분히 잡고 있는 은행권은 안전하고 오히려 연체이자까지 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는 거예요.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국민들은 살던 집이 날아가고 파산에 이르게 되는데도 말이죠. 경제의 활력보다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일이나 금융권의 수익을 우선시하는 행태가 이런 문제의 배경인데요.” (183쪽)

“공공 임대주택 입주권을 줘도 보증금이나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소득과 연계해서 임대료를 책정하도록 제도가 여러 면에서 현실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월세 등 세입자 보호도 필요한데요. 우리나라의 학교나 직장의 주기를 생각해서 현재 2년인 임대차 보호기간을 3년 정도로 연장하도록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전세 보증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도록 합리적인 선에서 상한제를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도고 보고요” (107쪽)

그리고 언론에서 보도한 대로 공공임대주택 재원으로 국민연금을 고려하자는 언급도 있다. “국민연금이 많은 재원을 갖고 있는데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가지고 미래가 불안정한 오피스 빌딩을 매입하기보다 국가 보증 하에서 안정적이고 공공성이 높은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국민연금의 채권과 주식투자가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상당히 안전한 장기투자라고 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투자를 국민연금이 하는 것을 특별히 무책임하게 볼 일은 아니다.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정책조합이 될 수도 있다.

하우스푸어 대책에 대해서도 가장 일반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출을 해준 은행 등 금융회사가 만기를 연장해주고 변동 금리를 장기 고정금리로 전환해주는 등 부채구조조정에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득 범위에서 갚아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죠.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주택 대출도 선진국처럼 20~30년 만기의 장기대출 형태로 갈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주택가격 하락이 더욱 현실화되면서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주택소유가구와 무주택 세입자, 건설업계와 금융업계 등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정책적 선택과 구체화의 과제를 남겨놓고 있는 것이다. 주거복지의 관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자산계층의 저항을 돌파하는 한편, 순발력 있는 위기관리대책을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박근혜, 중산층 흡수의 키워드로 부동산 정책을 선택했나?

개발공약에서 복지공약으로 전환되면서 부동산 정책이 보수 세력에게 더 이상 공격적인 정책 이슈가 아니게 되었다. 그를 반영하듯 19대 총선 시점까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제한적이지만 전월세 상한제 실시 등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개혁적인 정책에 일부 편승한 것 외에 능동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더욱이 아주 최근까지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마지노선이었던 DTI규제 완화까지 손을 댄 마당이어서 입장이 더욱 애매하게 된 상황이다.

그런데 9월 들어 하우스푸어 대책이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박근혜 캠프는 공격적으로 대책을 쏟아낸다. 특히 지난 9월 23일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20~40대 무주택자를 위한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이 정점이었다. 우선 하우스푸어대책으로 ‘지분매각제도’를 내놓았는데, 기본 개념은 ‘세일 앤 리스 백’과 같지만 집 전체를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부채에 해당하는 지분만큼을 공적 금융기관에 매각한다는 것이 다르다. 매각한 지분의 6%를 임대료로 내면서 자신이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세일 앤 리스백 정책에 대해서는, 채권은행이 손실을 회피하는데 유리할 뿐 채무자인 주택 소유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 주택 매각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가 불분명 하다는 점, 주택 소유자가 5년 후 되살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점, 실제 이런 식으로 매각하려는 주택 소유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 등 부정적 비판이 이미 상당히 나와 있다. 지분매각 방식은 재원이 덜 들어갈 것이라는 가정 말고는 똑같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현실성은 세일 앤 리스백보다 더 떨어진다.

둘째로, 하우스푸어 대책보다 더 비판 여론이 높은 대책이 바로 렌트푸어 대책이라고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다. 한마디로 집 주인이 집을 새로 임대하거나 기존 전세금을 올릴 때 전세 보증금을 집 주인이(세입자가 아니다!!) 금융기관에서 저금리로 대출해 조달하고, 그 이자를 세입자가 금융기관에 납부토록 하는 방안이란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세입자가 전세를 사는데 집 주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는 것이다. 전세인데 매달 이자라는 이름의 사실상 임대료를 낸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세입자에게는 오직 전세와 월세가 있을 뿐이다. 세입자가 목돈을 지불하고 일정기간 추가비용 없이 주거공간을 사용하면 전세이고 목돈이 없을 때 매달 현금을 지불하면 월세다. 결국 세상에 목돈 안 드는 전세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입자 입장에서 보면 목돈 안 드는 전세란 이름만 전세일 뿐이지 매월 이자를 대납하는 ‘월세’ 형식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세입자가 이렇게 복잡한 월세를 굳이 들어갈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또 집 주인 역시 전세를 피하는 것이 대세인데 굳이 은행 대출을 받는 형식의 전세를 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올해 나온 선거 공약 중에 가장 황당한 선거 공약 1순위에 올라야 할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공약이 실현되면 확실하게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다. 바로 은행이다. 대출이 늘어나게 생겼다. 떼어먹힐 가능성도 없다. 공적 금융기관이 이자 지급보증을 해준다니 완벽하다. 정확히 금융권에서 설계를 해주었을 법한 발상이다. 또한 이 제도는 틀림없이 전세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고 그 만큼 은행의 대출 규모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이상 부담이 어려울 만큼 치솟는 전월세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의 정답은 황당한 전세제도가 아니라 전월세 상한제일 것이다.

셋째, 20~40대 무주택자를 위한 ‘행복주택 프로젝트’라는 것도 내놓았다. 일본 등지에서 벤치마킹했다고 하면서 국가 소유인 철도부지 위에 인공 부지를 조성해 고층건물을 지은 뒤 아파트, 기숙사, 복지시설, 상업시절을 지어서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영구임대주택을 약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기차 길 위에 지어진 20만 채의 영구임대주택이 어떤 주거환경일지 상상하는 것은 미뤄두자. 이미 새누리당은 2018년까지 공공임대주택을 120만호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가 있다. 기차 길 위 20만 임대주택도 여기에 포함되는가? 나머지 지을 100만 호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20~40대 무주택자와 서울ㆍ수도권의 대학생’에 부담스러운 가격이어서 별도로 이들을 위해 기차 길 위 20만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것인가?

결국 박근혜 후보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있는 주거정책의 원칙과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은 채, 대단히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졸속적인 세부 주거정책을 내놓았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덕분에 부동산 정책은 이제 세부정책 경쟁 단계로 접어들었다. 비교적 원칙과 방향이 잘 세워진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도 세부정책을 가지고 박근혜 후보와 차별화할 시점이다. 시민사회에서 제시해온 주택담보 대출까지를 포함하는 통합 도산법 제정으로 하우스푸어 채무조정, ‘주택을 담보로 하는 과잉 대출 규제법(공정 대출법)’으로 약탈적 대출 재발 방지, 전월세 상한제의 조속한 입법화와 임대차 보호제도 강화,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다양한 정책 대안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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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07.23정태인/새사연 원장

지난주 ‘두 개의 문’을 봤다. 2009년 1월 19일 용산 4구역 철거민과 이들을 지원하러 온 전철련(전국철거민연합) 회원이 망루로 올라갔고 25시간 만에 이들 중 다섯 명, 경찰특공대원 한 명이 주검으로 내려왔다. 이 영화는 그 하루, 그리고 지루한 법정 공방을 ‘무미건조하게’ 기록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꽉 메우는 답답함, 뱃속 저 밑에서 치밀어오르는 슬픔과 분노를 토로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여느 사람과 조금 달랐다면 영화의 밑바탕에 깔린 화면 대부분을 인터넷 방송 ‘칼라티비’가 촬영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 화면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칼라티비와 사자후티비 등 인터넷 방송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자막이 떠오르길 잠깐 바란 것은 역시 내가 대표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영화에도 잠깐 언급됐지만 용산 참사의 밑바닥에는 ‘부동산 투기’가 깔려 있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뉴타운 사업’은 가히 천재적이었다. 당시의 주먹구구 계산으로 용산 4구역 땅 주인에게 이 사업은 많게는 50배의 장사였다. 공사를 맡은 재벌 건설사들은, 저축은행 사태로 문제점을 드러낸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비용을 조달했다. 하루라도 빨리 분양을 해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니 용역을 고용해서라도 주민들을 몰아내야 했다. 이명박 정부의 ‘불관용 원칙’과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공명심이 어우러져서 25시간 만의 참사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해 겨울, 사람들은 잘 모이지 않았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 소가 수입된다는 소식에 광장으로 끝없이 몰려 나와 결국 대통령의 사과 성명까지 이끌어 냈던 시민들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명백한 참사 앞에서 침묵했던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지칠대로 지쳤기 때문일 것이고, 또 경찰의 소환에 공포를 느끼기도 했으리라. 그러나 혹시 자신의 부동산 투기 열망 때문에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결국 침묵으로 정부를 옹호한 사람들도 있었던 건 아닐까?

2009년 봄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열린우리당(현 민주통합당) 후보들은 똑같이 ‘특목고’와 ‘뉴타운’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던 것도 이런 심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 이제 부동산 가격은 폭락 직전의 벼랑 끝에서 파들거리고 시민들은 가계 부채의 덫에 신음하고 있다. 재미도 별로 없고 답답하기 짝이 없는 ‘두 개의 문’이 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은 혹시 당시에 대한 참회는 아닐까?

불행하게도 2008년 총선 공약 중 나머지 하나, 특목고로 상징되는 ‘교육 투기’는 여전히 기세를 떨치고 있다. 1등이나 꼴등이나, 또는 중간이나 어느 아이가 언제 자살할지 아무도 모른다. 특별히 그 아이에게 어떤 징조를 찾으려 하거나 부모한테 문제가 있었을 거라고 짐작하면서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70만 명의 등수를 정하는 지극히 비합리적인 발상, 상대적인 것이기에 끝이 있을 수 없는 경쟁을 용인하고, 오히려 승리할 수 있다며 아이를 채근해선 안 된다.

영화에서 ‘두 개의 문’은 어느 쪽이 망루로 연결되는지도 모른 채 작전을 감행한 것을 말한다. 그러나 감독은 ‘두 개의 문’이라는 제목으로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철거민과 아이들을 ‘죽음의 문’으로 몰아넣었다. 죽음의 문을 폐쇄하고 ‘삶의 문’을 열어야 한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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