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7 / 23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 문제 현상

부자 기업, 가난한 가계?

MB정부 4년 동안 우리나라의 연평균 실질소득은 3.2% 성장하였다. 이에 비해 가계의 실질소득은 그보다 낮은 2.4% 성장에 그쳤다. 반면 기업의 실질소득은 무려 16.1% 증가하였다. 즉 기업과 가계소득의 증가율 격차는 13.7%p로 성장의 수혜가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부자 기업, 가난한 가계’의 양극화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실질소득 증가율 격차 갈수록 확대

외환위기 이전 가계와 기업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국민소득 증가율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국민소득은 연평균 8.3% 성장했으며, 가계와 기업의 실질소득은 각각 7.9%, 7.5% 증가로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위기 이후 가계소득 증가율은 국민소득 증가율의 하락 추이보다 더 빨리 하락하여 고도성장기의 1/3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로 기업의 증가율은 가파르게 상승해 고도성장기보다 2배 이상 더 높아지게 되었다.

 
▶ 문제 진단 및 해법

임금과 이윤의 분배구조 악화
 
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가 실질임금 증가로 이어지면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을 내건 YS 정부 이래 임금억제를 기조로 노동유연화,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 정책을 실시하였다. 국가가 임금을 억제하고 기업을 지원하여 가급적 생산성 이득이 기업의 이윤에 귀결되도록 하였다. 그 결과 가계의 소득증가율 하락은 저축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총저축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44%에서 2011년 13%까지 떨어진 반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3%에서 63%까지 늘어났다. 가계저축률은 1990년대 19.7%에서 2000년대에는 4.7%로 급격히 떨어졌고, 작년에는 2.7%까지 하락하였다. 실제로 최근 우리경제에 주요 현안과제로 제기되는 가계부채 문제, 내수부진, 가계저축률 하락 등의 상당수는 가계소득 증가율 정체와 연관되어 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소득정책 추진해야

생산성과 실질임금 증가의 연동성이 깨어지는 이유는 기업 안팎에서 노동자의 협상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기업지원→이윤→성장→투자→고용의 낙수효과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노동과 가계 친화적인 소득정책을 통해 분배→총수요→투자→생산성증가의 선순환 고리가 다시 작동하도록 성장전략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노동시장 내에서 분배 정상화를 위한 최저임금 증가, 노동조합의 협상력 제고를 위한 비정규직 해소 등 정부의 지원과 개입을 1차 소득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는 재벌, 금융, 조세 개혁 등은 2차 소득정책에 포함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업급여를 비롯한 사회보험 취약 계층 문제를 해소하고, 근로장려세제 확대를 통해 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가계소득을 지원해야 한다. 가계의 견고한 소득증가는 침체된 내수와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고 사회적 통합에 기여하는 근본이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9.10.09 07:00

“주식시장이 ‘비이성적인 과열(irrationally exuberant)’ 상태에 있는 점이 매우 큰 위험”
- 스티글리츠
“주식시장이 너무 많이, 너무 이르게, 너무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 루비니

최근 급격한 주가 상승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들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주식과 부동산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빚을 얻는 가계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리는 신용융자와 대주거래, 미수거래를 합한 잔액이 지난 9월 24일 기준으로 5조 원을 넘었다. 이는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었던 2007년 11월 이후 처음이자, 올해 초 대비 223퍼센트나 폭증한 수치다. 증권사가 아닌 저축은행 등에서 주식매입을 위해 대출 받은 연계신용, 즉 ‘스탁론’도 2009년 8월 말 현재 6316억 원이다(<경향신문>, 2009.9.28).

올 3월 이후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개미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주식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2007년 11월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했을 때처럼 2009년 9월 22일 주가가 1700선을 넘어 연중 최고점을 돌파할 무렵 ‘주식빚’도 최고점을 찍은 것이다. 과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바로 그 시점에서 증시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하락하기 시작했다. 증시 과열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에서 터져나온 시점이기도 하다.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를 줄이며 빚을 갚아나가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주택담보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가 하면, 부동산 가격마저 서울ㆍ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2009년 8월 말 기준 금융권 전체의 부동산 대출은 무려 340조 원에 달했다.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된 이후 다소 누그러들긴 했지만 규제로부터 벗어나있는 비은행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기도 하다. 더 많은 이자를 감당하면서까지 말이다.

이쯤되면 어느덧 빚 얻어 주식과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던 시대가 다시 찾아왔다고 할만하다. 증권사와 은행들은 늘어나는 수수료 수입에 확실한 담보까지 있으니 별로 손해 볼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과연 돈을 빌리는 국민들도 손해 볼 것이 없을까.

금융투자가 과연 우리들의 갈증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돌아보면 지금처럼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자산에 대한 의존성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극심한 고용불안이 노동소득의 불안을 낳았기 때문이다. 노동소득이 늘지 않으니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다시 주식과 같은 금융상품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다시 금융회사에 투자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신용카드 1억장 시대가 말해주고 있듯이 신자유주의 시대는 금융ㆍ신용상품의 시대이기도 하다. 쏟아지는 신용상품과 대출상품으로 부족한 노동소득을 메우고, 보험상품으로 미래 노동소득의 불확실성을 보장 받으며, 더 나아가 금융투자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제자리를 맴도는 노동소득의 허전함을 간단히 채울 수 있으리란 환상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경제학인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떤가. 노동소득 정체와 양극화를 피해 빚까지 얻어 자산소득을 늘리고자 했지만 실제로 돌아온 것은 소득의 양극화보다 더 심각한 자산의 양극화와 빚더미였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기준 가계자산(주택, 토지, 금융자산)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7069로 소득에 대한 지니계수인 0.3579의 두 배에 달했다(이정희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한 <가계 자산에 대한 지니계수 추정과 소득 지니계수와 비교>, 프레시안, 2008.9.2).

이 보고서는 특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부동산 소유 계층의 자산이 늘어날 뿐 아니라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은 계층이 치러야 하는 전ㆍ월세 비용 역시 늘어나 자산의 양극화는 그만큼 더 심화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더 많은 저소득층의 자산이 고소득층에게로 흘러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통해 분명하게 알 수 있듯이 빚더미 위에 지은 고급 주택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비록 노동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다 해도 자산 가치의 상승분이 빚을 감당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부풀어 오른 거품은 언젠가는 꺼지고 만다. 그것이 이번 금융위기가 준 가장 분명한 교훈이지 않은가.

안정된 고용과 소득만이 ‘거품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

새사연은 며칠 전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국내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도 최근 불안한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지적한 바 있다(코스피지수와 함께 4분기 한국경제도 무너질 것인가). 최근 한국은행 역시 2009년 9월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이러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영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및 경기침체의 영향 등으로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주택관련 대출도 지속적으로 축소 조정되는 등 가계 부문의 디레버리징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주택 가격이 별다른 조정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담보 대출 증가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어 가계 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시중 금리마저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아직 2퍼센트로 묶어두고 있음에도 CD금리가 8월 이후 대단히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고, 여기에 연동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7퍼센트를 내다보고 있을 정도다. 가계가 받는 타격이 적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기획재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매달 가계가 지불해야할 이자 부담금을 1조 6000억 원으로 추산할 경우 대출금리가 1퍼센트만 올라도 이자 부담금은 20퍼센트가 늘어난 2조원이 된다(기획재정부, <거시경제안정보고서>, 2009.9).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올리기라도 하면 이자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계가 금융위기의 새로운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른바 ‘대박’에 대한 기대를 잠시 내려놓는다면, 결국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은 노동소득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대박’을 좇는 이유도 노동소득의 불안정성 때문이고 보면 가계 부실이라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것 역시 노동소득을 늘리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정책당국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이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연한 고용 모델을 자랑하던 미국의 실업률이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는 동안 유럽ㆍ일본보다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을 정부 당국은 기억해야 한다. 위기의 진원지이기 때문이 아니다. 경제성장률의 하락은 오히려 유럽과 일본이 더 심각하게 겪고 있다. 문제는 미국식의 고용 유연화 모델에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단기일자리를 통한 취업자 수 늘리기를 그만두고 보다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해 노동소득을 늘리기 위한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한다.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이 가족의 삶을 담보로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막는 근본 대책은 바로 여기에 있다.

새사연이 주장하는 요지는 간단하다.
‘투자로 돈 버는 세상이 아닌, 땀 흘려 일해서 돈 버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초보적인 ‘교훈’이자 ‘대안 사회’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 신용융자 : 고객이 증권사에 예치한 예치금의 1.5배까지 증권사에서 주식 투자용도로 융자해주는 제도. 1000만 원을 예치하면 신용 융자 포함해서 2500만 원까지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다.
* 대주거래 : 주식을 빌려서 파는 일종의 공매도 거래로 2008년 10월 금융위기로 중단되었다가 2009년 6월에 비금융주에 한해 다시 허용되었다.
* 미수거래 : 주식결재 대금이 부족할 때 증권사가 대신 지급하는 거래이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