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박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2.29 인간 협력의 다섯 가지 조건①
  2. 2012.02.29 사슴사냥게임이 해법이다
  3. 2012.02.29 죄수의 딜레마에 갇힌 우리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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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착하게 살면 다 해결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사회적 딜레마 게임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모든 사람이 이타적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자신의 보수를 고려했던 것과 달리 남의 보수만을 고려하여 게임이론을 전개하면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하면서 죄수의 딜레마의 경우를 다시 살펴보자. B가 협력을 선택할 때 A도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3을 얻는다. 반면 A가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1을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이번에 B가 배반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A가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4를 얻고, A도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2를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즉, A는 B가 무엇을 택하든지 협력을 택해서 상대방의 보수를 최대화할 것이다. B의 경우도 A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협력을 택하게 된다. 따라서 A와 B 모두 협력을 택하고 (3,3)이 새로운 내쉬균형이 된다. 이는 두 사람의 보수의 합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점이다.

사슴사냥게임의 경우도 똑같이 적용해보자. B가 협력을 선택할 때 A도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4를 얻는다. 반면 A가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1을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이번에 B가 배반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A가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3을 얻고, A도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2를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즉, A는 B가 무엇을 택하든지 협력을 택해서 상대방의 보수를 최대화할 것이다. B의 경우도 A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협력을 택하게 된다. 따라서 A와 B 모두 협력을 택하고 (4,4)가 새로운 내쉬균형이 된다. 이 역시 두 사람의 보수의 합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하다.

치킨게임은 어떨까? B가 협력을 선택할 때 A도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3을 얻는다. 반면 A가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2를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이번에 B가 배반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A가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4를 얻고, A도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1을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즉, A는 B가 무엇을 택하든지 협력을 택해서 상대방의 보수를 최대화할 것이다. B의 경우도 A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협력을 택하게 된다. 따라서 A와 B 모두 협력을 택하고 (3,3)이 새로운 내쉬균형이 된다. 역시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점이다.

이처럼 모두가 남을 생각한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종교의 가르침이 바로 이것이다. 종교적 해법은 굉장히 강력해서 모든 사회적 딜레마 게임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류 역사에서 종교적 해법이 장기적 성공을 거둔 경우는 없다. 왜일까?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기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니지만 이기적 속성을 갖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 인간 안에 이타적인 모습도 존재하고 이기적인 모습도 존재한다.

인간은 언제 협력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할까? 대부분의 인간은 상대가 이기적일 때 자신도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손해를 보거나 바보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상대가 이타적이라고 확신한다면, 상대가 나에게 잘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자신도 이타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서로 이타적으로 행동했을 때, 서로 협력했을 때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크다면 그렇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규범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인간뿐 아니라 자연 속 동물들도 서로 협력할 때가 있다.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은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ional Seleciton)>에서 적자생존을 주장하지만 자연 곳곳에서 나타나는 동물의 이타적 행위 또한 설명하고자 했다. 그 중 대표적 사례로 꿀벌를 들었다. 꿀벌 사회는 한 마리의 여왕벌과 나머지 수 천 마리의 일벌로 이루어진다. 대다수 일벌은 여왕벌이 낳은 알을 돌보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목숨을 바친다. 일벌의 일생은 이타적 행위 그 자체이다.

비슷한 예로 남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미어캣이라는 몽구스과에 속하는 포유동물이 있다. 이들은 땅굴에서 집단서식을 하는데 서로 돌아가면서 보초를 선다. 침입자가 나타날 경우 보초는 위험을 알리기 위해 큰 소리로 신호를 보낸다. 이 덕분에 나머지 미어캣은 위험에 대비하고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지만, 큰 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킨 보초는 침입자의 눈에 띨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다. 흡혈박쥐들도 이타적 행동을 한다. 이들은 가축의 피를 빨아먹고 살아가는데 흡혈에 성공하지 못하는 날이 많다. 만약 충분한 피를 섭취하지 못해서 굶어죽을 상태에 이른 흡혈박쥐가 있을 경우 다른 흡혈박쥐가 자신이 빨아온 피를 나누어준다. 자신이 먹어야 할 몫을 포기하고 남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동물은 왜 이타적 행동을 할까? 사람은 왜 그럴까? 무임승차를 하면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하버드대학교의 생물학 및 수학과 교수인 노박(Martin Nowak)은 2006년 <협동 진화의 다섯 가지 규칙(Five Rules for the Evolution of Cooperation)>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여섯 페이지에 불과한 이 짧은 논문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협력하는 다섯 가지 경우를 보여준다.

인간 협력의 조건 1 : 피는 물보다 진하다

첫 번째는 혈연선택(Kin Selection)이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로도 표현된다. 혈연, 핏줄은 더 구체화되어 유전자로 설명된다. "나는 물에 빠진 2명의 동생 또는 8명의 조카를 살릴 의지가 있다"고 말한 생물학자 할데인(J. B. S. Haldane)의 장난스러운 설명 또한 이를 설명한다. 동생은 자신의 유전자의 절반을 공유하고 있고, 조카는 8분의 1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죽더라도 2명의 동생 또는 8명의 조카를 살릴 수 있다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생물의 가장 큰 목표인 종족보전을 위해서는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자신과 혈연관계가 있는 개체들을 돕고자 하는 이타적 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꿀벌도 미어캣도, 흡혈박쥐의 이타적 행동도 결국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종족을 보호하기 위한 '이기적인' 이타적 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를 영국의 생물학자 해밀턴(Hamilton)이 1960년대 확장하여 체계화 것이 해밀턴 법칙(Hamilton's Rule)이다. 다른 개체와 자신과의 연관성(relatedness)을 r이라 하고, 다른 개체를 돕는데 지불하는 비용(cost)을 c,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이익(benefit)을 b라 했을 때 r > c/b 인 경우에 이타적 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c/b는 이익 대비 비용의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이 숫자가 클수록 협력의 비용이 크며, 이 숫자가 작아질수록 협력의 이익이 크다. 이 비율보다 연관성이 클 때, 다시 말해 혈연관계가 긴밀할수록 이타적 행동이 잘 일어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설명은 적용 범위가 너무나 제한적이다. 내 가족, 친척에게만 적용될 수 있다. 내 친구들은 아무리 친하고, 서로를 배려한다고 해도 혈연관계나 유전자의 공유도로 따지자면 그 정도가 매우 미약하다. 혈연선택은 이를 설명하기 힘들다. 남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베풀어지는 선행의 경우에도 설명할 수 없다. 앞서 말한 동물들의 경우도 그렇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팀 클러튼 브록(Tim Clutton Brock)이 미어캣 집단을 관찰한 결과, 그들 속에는 혈연관계를 맺지 않은 이민자들도 섞여 있었지만 보초를 서는 횟수에 있어서 차별이 없었다. 이들의 이타적 행동이 반드시 유전자의 공유도 때문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인간 협력의 조건 2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두 번째는 직접 상호성(Direct Reciprocity)이다. A가 B를 도와주면 그 보답으로 B가 A를 도와준다는 것이다. 특히 둘 사이의 관계나 거래가 장기적이거나 반복될 때 직접 상호성이 많이 나타난다. 단골이 형성되는 경우가 이렇다. 가게가 좋은 물건을 팔면, 손님들은 이에 호응해서 그 가게만을 찾아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반복적인 관계가 형성되면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오늘 하루 조금 더 돈을 벌기 위해서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기보다 앞으로의 장기 거래를 생각해서 더 친절히 대하게 된다.

즉, 직접상호성에서는 반복의 횟수가 중요한데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w는 게임이 반복될 확률이고, c는 협력할 때 지불하는 비용이고, b는 협력할 때 얻게 되는 이익이라 한다면 w > c/b 인 경우에 이타적 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익 대비 비용의 비율보다 게임이 반복될 확률이 클 경우, 즉 반복되는 횟수가 클수록 이타적 행동이 잘 일어난다는 뜻이다.

우리가 앞서 살펴본 죄수의 딜레마도 이를 반복할 경우 다른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원래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상대방이 어떻게 하든지 상관없이 나는 배반하는 것이 (2,2)로 이득이었다. 하지만 반복해서 이런 거래를 할 경우 1회의 보수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게임 속에서 발생하는 보수의 합을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3,3)을 선택할 때 장기적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얻게 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1980년대에 미국의 정치학자 악셀로드(Robert Axelrod)는 죄수의 게임을 반복할 경우 최선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전 세계의 경제학자, 게임이론가, 컴퓨터과학자 등을 대상으로 토너먼트를 벌였다. 1등은 미국의 수학심리학자 아나톨 래퍼포트(Anatol Rapoport)가 제시한 TFT(Tit for Tat)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한마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처음에는 상대방에게 잘해준다. 그 후에는 상대방이 잘해주면 나도 잘해주고, 상대방이 잘못하면 나도 잘못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직전에 한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다. 이 간단한 전략이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 이 경우 일단 서로가 협력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협력할 수 있다. 즉, 계속해서 (3,3)의 보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방이 순간의 실수로 배반할 경우, 나도 배반하게 되어 계속해서 서로 배반하게 된다. 즉, 계속해서 (2,2)의 보수밖에 얻지 못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추가 전략이 몇 가지 필요하다. 서로 배반하는 선택이 어느 정도 계속될 경우 먼저 협력하여 변화의 기회를 꾀하는 것이다. 이를 GTFT(Generous TFT), 즉 관대한 TFT라 한다. 혹은 상대방이 두 번 연속해서 배반할 경우에만 똑같이 배반하는 전략이다. 상대방이 단 한 번 배반하고 다시 협력으로 돌아설 때에는 응징하지 않지만 두 번 이상 배반할 경우에는 응징하는 것이다. 이는 TF2T(Tif for 2 Tat)라 부른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잘 지내려면 처음에는 협력해라, 그리고는 상대방이 하는 대로 하라, 그런데 만약 배반이 계속되면 네가 먼저 협력하라. 이렇게 하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기적 인간과 대립하여 상정했던 상호적 인간의 특성에 딱 맞는 이야기이다. 2500년 전 성경과 논어에서 이미 알려주었던 황금률과도 같다.

하지만 경제학자들 중에는 직접상호성은 이타적 행위가 아니라 이기적 행위라고 규졍하기도 한다. 결국 장기적으로 자신이 얻는 보수가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것이므로 이기적 동기에 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또한 혈연선택과 마찬가지로 직접상호성도 제한적이다. 수많은 인류 중 내가 두 번 이상 만나는 사람, 나와 두 번 이상 거래를 하는 사람은 매우 소수이기 때문이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7)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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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5)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사회적 딜레마 게임 2 : 사슴사냥 게임

두 번째 사회적 딜레마 게임은 사슴사냥게임이다. 이 게임은 확신게임(Assurance Game), 신뢰게임(Trust Dilemma)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루소(Rousseau)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A Discourse on Inequality)>에서 나온 우화에서 비롯되었다.

상황은 이렇다. 사슴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두 명의 사냥꾼이 힘을 합쳐 자신이 맡은 길목을 지켜야 한다. 토끼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한 명의 사냥꾼만으로도 충분하다. 토끼를 사냥했을 때 얻는 이익보다 사슴을 사냥할 때 얻는 이익이 더 크다. 사냥꾼 A와 B가 함께 사슴을 사냥하기로 약속하고 각자 맡은 길목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 옆으로 토끼 한 마리가 지나간다. 이 때 토끼를 잡으러 쫓아가야 할까? 아니면 사슴을 잡기 위해 기다려야 할까?

여기서 사냥꾼 A와 B의 전략은 '사슴을 잡는다'와 '토끼를 잡는다' 두 가지가 된다. 사슴을 잡기로 했다면 서로 협력(cooperation)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므로 C로 표시하고, 토끼를 잡기로 했다면 상대방을 배반(defect)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므로 D로 표시한다. 보수는 A와 B가 서로 협력하여 사슴을 잡았을 경우는 (4,4), A와 B가 서로 배반하여 토끼를 잡았을 경우는 (2,2), A는 사슴을 기다렸으나 B가 토끼를 쫓아가버린 경우는 (1,3), A가 토끼를 쫓아가버리고 B는 사슴을 기다린 경우는 (3,1)이 된다.

이제 A와 B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먼저 B가 협력할 경우 A의 선택을 생각해보자. 이 경우 A도 협력하면 4를 얻는다. 반면 A가 배반하면 3을 얻는다. 따라서 B가 협력할 경우 A도 협력한다. 다음으로 B가 배반할 경우 A의 선택을 생각해보자. 이 경우 A는 협력하면 1을 얻는다. 반면 A도 배반하면 2를 얻는다. 따라서 B가 배반할 경우 A도 배반한다. 즉, 상대방이 협력하면 나도 협력하고 상대방이 배반하면 나도 배반하는 것이 이득이다. 상대방이 사슴을 잡기 위해 길목을 지킨다면 나도 그래야 하고, 상대방이 토끼를 쫓아가버리면 나도 그래야 한다.

(4,4)와 (2,2) 둘 다 내쉬균형이다. 이 경우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던지 최선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고정된 전략이 없으므로 우월전략균형은 아니다. 이와 같이 상대방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균형인 경우의 게임을 조정게임(Coordinatioin Game)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둘 중 어떤 균형으로 귀결될지는 알 수 없다. 물론 (4,4)가 (2,2)보다 훨씬 이득이지만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사슴을 기다릴 경우 얻을 이득은 4 또는 1이다. 상대방도 사슴을 기다린다면 4를 얻지만 만약 상대방이 토끼를 쫓아가버리면 1밖에 못 얻는다. 반면 토끼를 쫓아갈 경우 얻을 이득 3 또는 2이다. 운이 나빠도 2는 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토끼를 쫓아가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사슴사냥게임이 갖는 보수 구조의 특징은 가로축 행위자를 기준으로 하여 보수의 크기 순서가 U의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서로 협력할 때(C,C)의 보수 > 나는 배반하고 상대방은 협력할 때의 보수(D,C)의 보수 ≥ 서로 배반할 때(D,D)의 보수 > 나는 협력하고 상대방은 배반할 때의 보수(C,D)의 보수' 의 순서와 같으면 사슴사냥게임이다. 앞의 표에서도 A의 이익을 기준으로 했을 때 보수의 크기를 따라가보면 '4 > 3 > 2 >1'로 U자를 그린다.

파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사슴사냥게임을 하나 더 살펴보자. 집단행동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것이다. 사장 한 명과 직원 두 명이 있는 직장이 있다. 사장은 권위주의적이어서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직원에게는 불이익을 준다. 어느 날 두 명의 직원은 휴가를 제 때에 보장받기 위해서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파업이 성공하면 사장은 휴가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두 명의 직원 중 한 명이 파업에서 빠지면 휴가 보장의 요구는 묵살되고, 이를 주장한 직원은 불이익을 받는다. 물론 두 직원 모두 파업에서 빠지면 휴가는 보장되지 않는다.

두 직원을 A와 B라고 하자.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은 '파업에 참여한다'와 '파업에 불참한다' 두 가지가 된다. 파업에 참여한다면 서로 협력하는 것이고, 파업에 불참한다면 서로  배반하는 것이다. 보수는 A와 B가 서로 협력하여 파업에 성공하고 휴가를 보장받았을 경우는 (1,1), A와 B가 서로 배반하여 파업에 불참하고 휴가를 보장받지 못했을 경우는 (0,0), A는 파업에 참여했으나 B는 불참하여 A가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1,0), A는 파업에 불참했으나 B는 참여하여 B가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0,-1)이 된다.

B가 파업에 참여할 경우 A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 A도 파업에 참여하면 1을 얻지만 불참하면 0을 얻는다. 따라서 A는 파업에 참여하는 게 이득이다. B가 파업에 불참할 경우 A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 A는 파업에 참여하면 -1을 얻지만, 불참하면 0을 얻는다. 따라서 A는 파업에 불참하는 게 이득이다. (1,1)과 (0,0) 둘 다 내쉬균형이 된다. 즉, 상대방이 파업에 참여하면 나도 참여해서 휴가를 따내는 것이 이득이고 상대방이 파업에 불참하면 나도 그냥 조용히 있는 게 이득이다.

탐욕이 사라진 게임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상대방을 협력하든 배반하든 상관없이 무조건 배반하는 게 이득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협력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배반하는 것과 상대방이 배반할 때 어쩔 수 없이 나도 배반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전자가 탐욕(greed)이라면, 후자는 공포(fear)다. 사슴사냥게임에서는 적어도 탐욕으로 인한 배반은 사라진다. 상대방이 협력하면 나도 협력하는 것이 이득이다. 죄수의 딜레마보다 사슴사냥게임이 더 인간적일지 모른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남을 배신하는 경우는 남이 나를 배신할까 두려워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를 죄수의 딜레마에서 사슴사냥게임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협력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바꿀 수만 있다면 이는 매우 큰 변화이다. 적어도 탐욕에 의해서 나만 잘 살겠다는 선택과 그로 인해 사회 전체적으로 손해를 보는 결과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교육의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앞서 죄수의 딜레마를 적용했을 때는 남이 사교육을 시키든 안 시키든 일단 우리 아이는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답이다. 하지만 요즘 학부모들을 만나보면 남들이 사교육 안 시킨다면 나도 안 시키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이 꽤 있다. 사교육 비용이 늘어나고, 아이들은 고생하고 그런데 성적은 안 오르는 괴로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진 부모들이 많아진 것이다. 전국의 학부모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사교육은 이제 사슴사냥게임으로 변한다. 남이 사교육을 시키면 어쩔 수 없이 나도 시키지만, 즉 남이 배반하면 나도 배반하지만 남이 사교육을 안 시키면 나도 안 시키겠다, 즉 남이 협력하면 나도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2,2)라는 해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4,4)와 (2,2)이라는 두 가지 대안이 생겼다.

물론 이 두 가지 대안 중 서로 협력하는 (4,4)를 택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 나는 사교육을 안 시키고 싶은데 남들도 안 시킨다는 보장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시키는 (2,2)의 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모두가 사교육을 안 시킬 것이라고, 모두가 협력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을까? 아주 간단한 방법을 들자면 사교육을 금지시키면 된다. 적절한 제도와 규범을 도입한다면, 죄수의 딜레마는 사슴사냥게임으로 바뀔 수 있고 사람들은 서로 협력하는 해를 택할 수 있다.

사회적 딜레마 게임 3 : 치킨게임

세 번째는 치킨게임이다. 치킨은 겁쟁이를 뜻하는데, 영화배우 제임스 딘(James Dean)이 출연한 <이유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에 나오는 한 장면을 생각하면 된다. 그 영화에서 두 건달이 여주인공을 놓고 게임을 한다. 절벽 위에서 자동차를 전속력으로 몰고 가다가 둘 중 먼저 차를 세운 사람이 지는 것이다. 누가 겁쟁이인지 보자는 무식한 게임이다.

또는 서로를 향해 차를 몰다가 누가 먼저 핸들을 돌리는가, 기찻길 위에 누워 있다가 누가 먼저 도망가는가를 겨루는 것들도 모두 치킨게임이다. 치킨게임은 매-비둘기 게임(Hawk-Dove Game)으로도 불린다. 매는 돌진하는 미친놈이고, 비둘기는 도망가는 겁쟁이다. 매와 비둘기가 만나면 언제나 매가 이긴다. 하지만 매와 매가 만나면 서로 멸망하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된다.

여기 치킨게임에 참가한 무식한 사람 A와 B가 있다고 하자. 이들이 선택한 게임은 서로를 향해 차를 몰아 달려오는 것이다. 전략은 '핸들을 돌린다'와 '핸들을 돌리지 않는다'가 있다. 핸들을 돌리는 것이 협력(C)이고, 핸들을 돌리지 않는 것이 배반(D)이다. 보수는 A와 B 모두 핸들을 돌리지 않고 달리는 경우, 결국 둘 다 죽는 경우가 (1,1)이다. A와 B 모두 핸들을 돌리는 경우는 둘 다 목숨은 건졌지만 겁쟁이가 되었으므로 (3,3)이다. A가 핸들을 돌리고, B는 핸들을 돌리지 않는 경우는 (2,4), B가 핸들을 돌리고 A는 핸들을 돌리지 않는 경우는 (4,2)이다. 핸들을 돌린 사람은 겁쟁이가 되었으니 2의 보수를 얻고, 핸들을 돌리지 않는 사람은 게임에서 이겨 용감한 남자로 인정받았으니 4의 보수를 얻는 것이다.

앞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균형을 찾아보자. B가 협력하면 A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가 협력하면 3을 얻고, 배반하면 4를 얻는다. 따라서 A는 배반하고 핸들을 돌리지 않는다. B가 배반하면 A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가 협력하면 2를 얻고, 배반하면 1을 얻는다. 따라서 A는 협력하고 핸들을 돌린다. 남이 협력하면 나는 배반하고, 남이 배반하면 나는 협력하는 것이 이득이다. 즉, B가 핸들을 돌릴 것 같으면 A는 핸들을 돌리지 않고 직진해서 용감한 자가 되는 것이 낫다. 하지만 B가 너무 무식한 놈이어서 절대 핸들을 돌릴 것 같지 않다면 A는 핸들을 돌려서 목숨이라도 건지는 것이 낫다.

이처럼 상대방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 균형이 되는 게임을 반조정게임(Anti-Coordination Game)이라고 한다. 앞서 본 사슴사냥게임과 정반대이다. 사슴사냥게임에 해당하는 경우는 남이 어떤 것을 선택한다고 해서 내 몫이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남과 내가 같은 것을 선택할수록 나눠 갖는 몫이 커진다. 혼자서 토끼를 잡는 것보다 둘이서 사슴을 잡았을 때의 이익이 더 큰 것처럼 말이다. 즉, 재화의 비경합성이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반면 치킨게임은 남이 어떤 것을 선택하면 내 몫은 줄어든다. 서로 같은 것을 선택해서 공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재화의 경합성이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내쉬균형은 (4,2)와 (2,4)에서 이루어진다. 이 경우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던지 최선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고정된 전략이 없으므로 우월전략균형은 아니다. 둘 중 어떤 균형으로 귀결될지는 둘 중 어떤 놈이 더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무식한 인간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치킨게임에서는 미친놈이 이긴다고 말한다. 치킨게임에서 이기려면 자신이 미친놈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서로를 향해 차를 모는 경우라면 나는 핸들을 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핸들을 망가뜨려 버리거나 자신의 손을 묶어서, 나는 절대 핸들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엄포를 놓아야 한다. 배수진을 치는 것이다.

치킨게임의 보수 구조의 특징은 가로축 행위자를 기준으로 하여 보수의 크기 순서가 ∩의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배반하고 상대방은 협력할 때의 보수(D,C)의 보수 > 서로 협력할 때(C,C)의 보수 > 나는 협력하고 상대방은 배반할 때의 보수(C,D)의 보수 > 서로 배반할 때(D,D)의 보수' 의 순서와 같으면 치킨게임이다. 앞의 표에서도 A의 이익을 기준으로 했을 때 보수의 크기를 따라가보면 '4 > 3 > 2 >1'로 ∩의 모양이다.

미국이 러시아와 핵무기 경쟁을 할 당시 미국의 닉슨(Ricard Milhous Nixon) 대통령은 "내 전략은 미친놈으로 보이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핵무기가 가져올 엄청난 위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늘리는 것은 치킨게임과 같다. 그리고 닉슨은 치킨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방이 나를 미친놈으로 인식하면, 다시 말해 나를 언제라도 핵무기를 터뜨릴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면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남북관계, 바보와 미친놈의 게임

같은 맥락에서 우리의 남북관계도 치킨게임이다. 여기서 미친놈은 북한이다. 남한 정부도 별로 다를 바는 없지만, 그래도 남한보다는 북한이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할 수 있다. 실제 남북 간에 전쟁이 나면 남한이 이길 것이다. GDP의 차이가 20배 이상 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한은 가진 게 많은 만큼 잃을 것도 많아서 쉽게 미친놈이 될 수 없다. 남한 정부는 미친놈보다는 바보에 가깝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남북 간의 치킨게임을 사슴사냥게임으로 바꾸려는 시도였다. 우리는 협력할 것이고, 이 때 너희도 협력하는 것이 더 많은 이득을 얻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상대방이 협력할 때 나도 협력하는 것이 이득을 주는 게임은 사슴사냥게임이다. 김대중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의 이득을 제시하여 협력할 때 북한이 얻는 이득이 더 커지도록 만들었다. 혹은 적어도 협력할 때 이득이 많아진다고 북한이 믿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상호주의 전략은 이를 다시 치킨게임으로 되돌려 놓았다. 상호주의의 핵심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남이 잘하면 나도 잘하고, 남이 잘못하면 나도 잘못한다는 것이다. 바로 협력과 응징이다. 문제는 협력보다는 응징에 방점이 찍혀서 북한이 잘못하면 나도 잘못한다는 전략만 실행되었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잘못하니 나도 응징을 하겠다. 그러면 당연히 상대방도 다시 나를 응징한다. 응징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협력할 때보다 배반할 때 이득이 더 크다고 인식하게 된다. 치킨게임이 되는 것이다. 미친놈을 상대하면서 게임을 이렇게 바꿔놓은 사람이 바보다.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다시 사슴사냥게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의 사회적 딜레마 게임에서 가장 나은 상황이 사슴사냥게임이다.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딜레마는 개인이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행동해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협력하는 경우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다면,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면 해결될 수 있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6)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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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4)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게임이론을 이용한 사회적 딜레마 게임

사회적 딜레마의 구조를 이해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학자들이 게임이론을 빌려서 고안한 것이 사회적 딜레마 게임이다.

게임이론은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 시켜 주로 두 사람 간의 전략적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이론이다. 전략적 상호작용이란 어떤 상황의 결과가 자신 뿐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음을 뜻한다. 여기서 행위자는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존재로 가정한다.

게임 이론은 행위자 혹은 경기자, 전략, 보수로 구성이 된다. 행위자는 게임에 임하는 주체를 말한다. 전략은 행위자가 취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행동을 말한다. 보수는 각 행위자들이 선택한 전략의 결과로 얻는 이득을 수치화한 것이다.

두 사람 사이의 사회적 딜레마 게임은 3가지가 있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사슴사냥게임(Stag Hunt Game), 치킨게임(Chicken Game)이다. 무수히 많은 게임이 있지만 사회적 딜레마의 상황을 담고 있는 게임은 이 세 가지뿐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 게임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어떤 상황이 사회적 딜레마인지를 판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용이해진다.

사회적 딜레마 게임 1 : 죄수의 딜레마

죄수의 딜레마부터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듯이 두 명의 범인이 잡혀왔는데 물증이 없다. 범인들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6개월 형을 산다. 검사는 자백을 받기 위해 두 범인을 분리시켜놓고 자백하는 사람은 풀어주겠다고 제안한다. 대신에 자백하지 않은 사람은 10년 형을 산다. 만약 두 범인이 모두 자백하면 각각 5년 형을 산다.

이를 게임이론의 요소인 행위자, 전략, 보수로 표현하면 이렇다. 행위자는 두 명의 범인 A와 B이다. 전략은 협력(cooperation)과 배판(defect) 두 가지가 있고 각각 C와 D로 표시한다. 여기서 협력은 자백하지 않는 것이고, 배반은 자백하는 것이다. 가로축이 A의 전략이며, 세로축이 B의 전략이다. A와 B가 각각 협력 또는 배반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택할 수 있으므로 총 네 가지 결과가 나온다. A와 B 모두 협력하는 경우는 (C,C), A와 B 모두 배반하는 경우는 (D,D), A는 협력하고 B는 배반하는 경우는 (C,D), A는 배반하고 B는 협력하는 경우는 (D,C) 이다.

보수는 석방될 경우를 4, 6개월 형을 살 경우를 3, 5년 형을 살 경우를 2, 10년 형을 살 경우를 1이라 하자. 숫자가 클수록 얻는 이익이 큰 것이다. 앞서 살펴본 네 가지 결과의 보수를 다음과 같이 표기한다. A와 B 모두 협력하는 경우는 (3,3), A와 B 모두 배반하는 경우는 (2,2), A는 협력하고 B는 배반하는 경우는 (1,4), A는 배반하고 B는 협력하는 경우는 (4,1) 이다. 먼저 쓴 것이 A의 몫이고, 나중 쓴 것이 B의 몫이다.

이제 A와 B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먼저 B가 협력할 경우 A의 선택을 생각해보자. 이 경우 A도 협력하면 (3,3)의 결과가 되어 A는 3을 얻는다. 반면 A가 배반하면 (4,1)의 결과가 되어 A는 4를 얻는다. 따라서 B가 협력할 경우 A는 배반하는 것이 이득이다. 다음으로 B가 배반할 경우 A의 선택을 생각해보자. 이 경우 A가 협력하면 (1,4)의 결과가 되어 A는 1을 얻는다. 반면 A가 배반하면 (2,2)의 결과가 되어 A는 2를 얻는다. 따라서 B가 배반할 경우에도 A는 배반하는 것이 이득이다. 즉, A는 언제나 배반하는 것이 이익이다. 이러한 선택 과정은 B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 B 역시 언제나 배반하는 것이 이익이다. 결국 A와 B는 서로 배반하고 (2,2)를 얻게 된다.

경제학 200년의 역사를 뒤집은 내쉬균형

서로를 배반하여 (2,2)를 얻는 상황은 내쉬균형(Nash Equilibrium)이다. 내쉬균형이란 상대방의 전략에 대해서 자신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상태이다. 내쉬균형은 상대방이 전략을 바꾸지 않는 한 다른 전략을 선택할 유인이 없는 상태이다. 지금의 선택을 바꿀 이유가 없는 상태로 매우 강력한 균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장 좋은 상태는 아니다. 위의 그림에서도 (2,2)의 내쉬균형보다 개인적으로나 전체적으로나 더 좋은 결과인 (3,3)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A와 B 모두 2보다 큰 3을 얻을 수 있고, 전체적으로는 4(=2+2)보다 큰 6(=3+3)을 얻을 수 있다. 만약 두 범인이 사전에 미리 만나서 자백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고, 서로를 굳게 신뢰한다면 (3,3)이라는 더 좋은 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쉬균형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의 주인공이기도 하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수학자 존 내쉬(John Nash)가 22살의 나이에 발표한 박사학위논문에서 나왔다. 영화를 보면 대학원생이던 내쉬가 박사학위논문을 가지고 교수를 찾아가자, 교수가 “자네는 경제학 200년의 역사를 뒤집었네.” 라고 말한다.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장면이겠지만 내쉬균형이 가져온 파장에 대한 정확한 평가이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에서 시작된 주류경제학은 인간이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면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쉬균형은 개인이 이기적인 선택을 했을 때 사회 전체적으로는 비효율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2,2)의 결과는 우월전략균형(Dominant Strategy Equilibrium)이기도 하다. 우월전략이란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택하느냐에 관계없이 자신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이다. 우월전략균형은 서로가 우월전략을 선택한 상황이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상대방이 협력하든 배반하든 상관없이 배반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는 우월전략균형이 된다. 우월전략균형은 내쉬균형이 된다.

어떤 상황이 죄수의 딜레마인지 쉽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보수의 크기 순서를 확인하면 된다. 가로축 행위자의 보수를 기준으로 해서, '내가 배반하고 상대방이 협력할 때(D,C)의 보수 > 서로 협력할 때(C,C)의 보수 > 서로 배반할 때(D,D)의 보수 > 나는 협력하고 상대방은 배반할 때(C,D)의 보수' 의 순서와 같아서 N의 형태가 되면 죄수의 딜레마이다. 이 크기 순서만 지켜진다면 어떤 숫자를 넣어도 상관없다. 앞의 표에서도 A의 이익을 기준으로 했을 때 보수의 크기를 따라가보면 '4 > 3 > 2 > 1'로 N자를 그린다.

광고 경쟁과 공유지의 비극

몇 가지 게임을 더 살펴보자. A와 B라는 커피 전문점 두 곳이 있다. 두 업체는 TV광고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A와 B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광고를 한다'와 '광고를 하지 않는다'이다. 광고를 하지 않는 것이 두 업체 사이의 협력이고, 광고를 하는 것이 배반이 된다. 두 업체가 모두 광고를 하지 않을 경우 각각 50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 한 업체는 광고를 하는데 다른 업체는 광고를 하지 않을 경우, 광고를 한 업체의 이익은 80억 원으로 늘어나지만 광고비로 10억 원을 지출하여 70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 광고를 하지 않은 업체는 매출이 줄어서 20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 두 업체 모두 광고를 할 경우 매출의 변화는 없지만 광고비가 지출되어 40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 이를 게임이론의 전개표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B업체가 광고를 하지 않을 때, A업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업체는 광고를 하지 않으면 50의 이익을 얻지만, 광고를 하면 80의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광고를 하는 선택을 한다. B업체가 광고를 할 때, A업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업체는 광고를 하지 않으면 20의 이익을 얻지만, 광고를 하면 40의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역시 광고를 하는 선택을 한다. 결국 B업체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A업체는 광고를 하는 것이 이득이다. B업체도 A업체와 똑같이 생각할 것이고, 두 업체 모두 광고를 하는 것이 내쉬균형이자 우월전략균형이 된다.

결과는 어떠한가? 두 업체가 광고를 하지 않았다면 각각 50억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광고를 하면서 광고비 10억 원만 낭비하고, 이익은 4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쟁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자원의 낭비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딜레마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던 공유지의 비극 역시 죄수의 딜레마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 한 어촌 마을이 있고, 인근 해역은 이 마을 모든 사람이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공유지라고 하자.(최정규, 2010, <이타적 인간의 출현> 중)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해 물고기를 남획하면 인근 해역의 물고기는 곧 고갈된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서로 협조해서 어획량을 규제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어획량 규제를 지킨다면 나는 마음껏 고기를 잡아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어획량 규제에 협조할 경우 각각 10의 이익을 얻는다. 어획량 규제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등장할 경우, 그 사람은 15의 이익을 얻고 다른 사람들은 피해를 입어서 3의 이익을 얻는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어획량 규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각각 5의 이익을 얻는다. 이를 마을 사람 A와 B의 관계로 단순화시켜 게임이론의 전개표로 그려보자.

B가 어획량 규제를 준수할 때 A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는 어획량 규제를 준수하면 10의 이익을 얻고, 물고기를 남획하면 15의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물고기를 최대한 많이 잡는 것이 이득이다. B가 물고기를 남획할 때 A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는 어획량 규제를 준수하면 3의 이익을 얻고, 물고기를 남획하면 5의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물고기를 최대한 많이 잡는 것이 이득이다. 결국 B가 약속을 지키든 안 지키든 상관없이 A는 어획량 규제를 지키지 않고 물고기를 남획하는 것이 이득이다. B 역시 똑같이 생각할 것이므로, 모두가 물고기를 마구잡이하는 (5,5)가 내쉬균형이자 우월전략균형이 된다. 환경과 미래세대, 공동체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파괴적 결론이다.

우리 생활 속 죄수의 딜레마

이처럼 죄수의 딜레마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은 매우 많다. 좀 더 일상적이고, 재미있는 사례로 우버먼(Huberman)과 글랜스(Glance)가 제기한 저녁 값의 딜레마(Dinder's Dilemma)가 있다. 친구들 여럿이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시키되 계산은 총액을 사람 머릿수로 나누어서 똑같이 내기로 했다고 하자. 단순화를 위해 메뉴로는 2000원짜리 김밥과 6000원짜리 스파게티가 있다고 하자. 친구들이 김밥을 시키면 나는 비싼 스파게티를 시켜서 친구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게 이익이다. 친구들이 스파게티를 시키면 내가 굳이 김밥을 먹으면서 스파게티 값까지 부담할 이유가 없다. 즉, 다른 사람이 어떤 메뉴를 시키든지 상관없이 나는 비싼 스파게티를 먹는 것이 이익이다. 모두들 이렇게 생각하여 비싼 스파게티를 시키게 된다. 이 역시 죄수의 딜레마이다.

한국의 부모와 아이들을 가장 괴롭게 만드는 사교육 역시 바로 죄수의 딜레마이다. 이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사교육을 시킨다'와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이다. 상대방이 사교육을 시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만 사교육을 안 시키면 뒤처질 수 있으니 나도 사교육을 시킨다. 상대방이 사교육을 안 시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만 사교육을 시켜서 성적을 올리고 싶으니 나는 사교육을 시킨다. 결국 상대방이 사교육을 시키든 안 시키든 나는 사교육을 시킨다. 전국의 학부모들이 다 이렇게 생각한다. 모두 죄수의 딜레마에 걸려 있다.

한미 FTA도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하여 체결되었다.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했던 설명은 다음의 두 가지였다. 첫째, "다른 국가가 미국과 FTA를 맺기 전에 우리가 먼저 맺어야 한다. 그래야 미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둘째,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FTA를 맺고 있는데 우리만 안할 수는 없다. 우리만 뒤처지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국가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든 안하든 우리는 FTA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이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면 해결하기 어렵다. 강력한 균형상태인 내쉬균형이기 때문에 서로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다. 사교육도 한미 FTA도 그렇다. 만약 전국의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지 않기로 약속한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세계 각국이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물론 FTA 자체가 가져오는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겠지만, 여기서 게임이론의 구조만을 고려하여 해법을 찾자면 그렇다.) 서로 배반하지 않겠다는 약속, 서로 협력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면 (3,3)이라는 더 좋은 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믿지 못하니 (2,2)라는 해밖에 선택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2,2)에서 (3,3)으로 갈 수 있을까? 이 답은 두 번째 사회적 딜레마 게임인 사슴사냥게임을 통해서 찾아보자.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5)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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