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0 / 0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불황형 고용증가’라는 이상 현상, 대선 후보들의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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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대선정책 트라이앵글’에서 10월은 ‘일자리’가 초점

2. 성장률이 떨어지는데 취업자 수가 늘어난다.

3. ‘불황형 고용증가’와 직장 밖으로 쏟아지는 베이비부머

4. 5년 동안 복지 일자리 두 배, 자영업 다시 팽창

5. 고용의 ‘양’이 아니라 ‘질’을 보고 정책 세워야

 

 

[본 문]

1. ‘대선 정책 트라이앵글’에서 10월은 '일자리‘가 초점

‘보편 복지 -> 경제 민주화 -> 노동개혁’은 2012년 대선의 핵심 ‘정책 트라이앵글이’다. 새사연은 올해 초, “크게 진보 의제구도는 보편복지에서 경제 민주화로 나아가고 있고 2012년 현재 이것이 노동 민주화로 더 전진할 수 있을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는 시점이라고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새사연이 기대한 노동권 강화와 노동조합 협상력 강화에 무게가 실린 노동 민주화 수준은 아니지만 ‘일자리’ 문제가 핵심 의제로 포함되기는 했다.

예컨대 박근혜 후보는 출마 선언문에서 “저는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그리고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삼겠습니다.”고 하여 정책 트라이앵글 구도를 그대로 차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 역시 후보수락 연설문에서 “새로운 시대로 가는 다섯 개의 문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그것은 일자리 혁명의 문입니다. 복지국가의 문입니다. 경제민주화의 문입니다. 새로운 정치의 문입니다. 그리고 평화와 공존의 문입니다.”라고 하여 정치개혁과 남북관계 개혁을 추가하기는 했지만 핵심 뼈대는 트라이앵글이다. 물론 그 가운데 일자리 혁명을 제일 앞에 내세우면서 차별성을 시도했다.

한편 안철수 후보는 “국가가 기본적인 안전망을 제공해서 불안을 해소해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시장에서의 경쟁에는 공정한 기회와 규칙이 보장되어야 하고요.” “또 복지와 정의는 평화가 전제되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으니 남북의 통일을 추구하면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제도 절실합니다. 결국 복지, 정의, 평화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여 대표 슬로건에는 노동이 빠져 있다. 그러나 『안철수의 생각』을 보면, “기업에도 독이 되는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장을 별도로 할애하여 고용과 노동의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역시 노동개혁의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결국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모두 강조점만 약간씩 다를 뿐 정책 트라이앵글 구도 안에서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9월에는 하우스푸어 의제가 사회적으로 조명을 받더니, 이번 10월에는 일자리 창출이 상당히 쟁점이 될 조짐이다. 정책 트라이앵글 가운데 노동과 고용의제가 부각 될 시점이라는 예상을 할 수가 있다. 우선 박근혜 후보가 조만간 일자리 정책 구상을 구체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9월 28일 "기존의 제조ㆍ서비스업 등 많은 부분이 IT(정보통신)ㆍ과학기술과 활발히 융합돼 그로 인해 부가가치가 올라가고 서비스업의 생산성도 향상됨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창조 경제’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이른 시일 안에 창조경제가 제시하는 일자리의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일자리 정책 경쟁이 예고된다.

그런데 미리 하나 지적해둘 것이 있다. 박근혜의 ‘창조경제’는 마치 특별히 새로운 기술혁신을 이뤄야 질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처럼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의 ‘혁신 경제’도 이런 뉘앙스가 다소 있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혁신 기술의 첨단을 여전히 구가하고 있는 미국경제는 실업률이 떨어지고 좋은 일자리가 쏟아져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도 계속 기술혁신이 되고 있지만 이것이 일자리를 늘렸다는 증거가 사실 없다.

우리 국민이 살고 있는 현장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최근 일자리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 개수가 부족한 데 있지 않다. 이미 있는 일자리들에 대해 자본이 비용절감에 집착하여 비정규직 저임 일자리로 나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며, 여기에 대해 노동자들이 저항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각종 제도들이 해체되어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좋은 일자리는 새로운 산업, 새로운 기술 도입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바로 그 직장과 일터에서, “노동자의 노동권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의 협상력을 제고하며 노동자의 이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사 관계를 개혁해서”, 바로 그 장소에서 좋은 일자리를 소생시켜야 한다. 그래서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과 일터에서 일자리 변화의 혁신’, 이것이 일자리 문제의 키워드다. 그런데 대부분의 후보들의 공약 초점이 ‘일자리 바꾸기’가 아니라 ‘일자리 만들기’로 되어 있는 점만 보더라도 이러한 인식이 상당히 결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현실 인식과 진단부터 어긋나 있다.

 

2. 성장률이 떨어지는데 취업자 수가 늘어난다.

어쨌든 대선 핵심 정책 트라이앵글의 한 꼭짓점을 차지하고 있는 일자리 정책(노동개혁)이 10월부터 구체적인 공약으로 제시될 예정인 가운데, 막상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이상 현상이 발견되고 있어 주목된다. 성장과 고용의 관계가 동조화 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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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04.06     손석춘/새사연 이사장

슬픔과 울분이 넘친다. 대통령부터 거침없이 토로한다. 언론은 맞장구친다. 울분이 묻어난다. 2011년 봄의 대한민국 풍경화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국가원수 이명박의 슬픔부터 짚어보자. 대통령이 슬픔을 고백한 자리는 천안함 사건 1주기를 앞두고 열린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다. 그는 천안함 침몰로 운명한 46명의 군인에 대해 ‘억울한 죽음’이라고 애도했다. 회의 중에 고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잘못이 있다면 여러분을 지키지 못한 우리에게(나에게) 있다”고 썼다. 그가 더욱 슬펐던 순간이 눈길을 끈다. 대통령은 “1년 전 우리는 가해자인 적들 앞에서 국론이 분열됐었다. 가슴 아픈 일”이라며 “당시 북한의 주장대로 진실을 왜곡했던 사람들 중에 그 누구도 용기 있게 잘못을 고백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고 언죽번죽 말했다.

 

“국론분열” “맹북주의” 쏟아낸 말·말

 

어떤가. 궁금하지 않은가. 대통령은 “여러분을 지키지 못한 우리에게(나에게) 잘못이 있다”고 했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을까. 정부 주장처럼 이북의 ‘기습 어뢰공격’이라면,  어떻게 했어야 옳았다는 뜻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천안함 1년을 맞아 종합일간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세 신문은 특집보도와 논평을 집중 쏟아냈다. 그들이 드러낸 ‘울분’의 정체는 사설에서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천안함 사건으로 우리 내부에 “대한민국보다 북한 김정일 체제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앙일보>는 한국의 진보·좌파 야당·시민단체가 “북한에 대해 깊은 미망에 빠져 있다”는 게 가장 충격적이다.

 

사설은 남쪽이 ‘맹북주의’를 버리고 이성의 편에 섰다면 북쪽은 남쪽의 단결이 두려워 연평도 도발을 벌이지 못했으리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의 슬픔을 언급한 뒤 “아직까지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며 북한을 계속 비호하는 친북세력은 국민의 추모 열기를 똑똑히 봐야 한다”고 울뚝밸을 치밀었다. 

굳이 말살에 쇠살인 사설들을 짧게나마 인용한 까닭은 간명하다. 한국 저널리즘의 수준을 우리가 함께 직시하고 싶어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대통령의 슬픔을 바라보는 세 신문의 고위간부들이 부럽다. 무엇보다 그들의 용기 때문이다. 굳이 언론인이나 언론학자가 아니더라도 언론보도에 가장 중요한 게 ‘사실 확인’임은 상식이다. 바로 그래서다. 세 신문에서 기자 생활만 30여년 해온 논객들에게 진정으로 묻고 싶다. 천안함이 북의 어뢰공격임을 사실 확인 했는가?

 

명토박아두거니와 지금 나는 천안함이 이명박 정권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에서도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의 핵심은 북의 공격인지 아닌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데 있다. 전문가들이 포함된 시민사회단체가 의혹을 제기하는 까닭은 그들이 친북이어서가 아니다. 진정으로 비극의 반복을 막으려면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옳기 때문이다.

 

세 신문은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친북세력’ 딱지를 붙여대며 정부에 강경책을 촉구해왔다.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란다. 세 신문은 천안함이 북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됐다고 확신하는 데 우리가 모르는 어떤 근거라도 갖고 있는 걸까? 과연 연평도 포격사태는 그들이 주장하듯이 우리 내부의 분열 때문에 일어났을까? 혹 천안함 침몰 뒤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한 대북 강경책이 연평도 포격을 불러온 것은 아닐까?

 

기자라면 마땅히 짚어야 할 의문들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에서 남북정상이 합의한 서해 공동개발에만 나섰더라도, ‘나들섬’을 만들겠다는 그의 공약에만 충실했어도 천안함은 물론 연평도 포격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 아닌가?

 

천안함의 실체적 진실 아는가

 

바로 그래서다. 대통령과 세 신문사의 슬픔과 울분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사실 확인이 절실하다. 혹 확인할 길이 없다거나 정부가 주도한 발표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셈인가?

 

하지만 그것은 기자의 문법이 결코 아니다.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질서가 전환기를 맞고 있지 않은가. 갈라진 겨레의 운명이 걸려 있는 문제다. 시민사회 단체가 참사 직후부터 의혹을 말끔히 씻을 공동 조사를 줄기차게 제안해온 이유도 여기 있다.

 

차분히 짚어보라. 만에 하나 북의 어뢰공격에 의한 침몰이 아니라고 판명된다면, 오늘 대통령의 슬픔과 신문의 울분은 무엇이 될까. 물론, 북의 어뢰공격이 진실로 판명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언론이 할 일은 진실 규명이다. 사실 확인도 없이 일방적으로 대북 강경책을 선동할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도 대한민국에 차고 넘친다. 저널리즘은, 책임 있는 저널리스트의 자세는 달라야 옳다. 남북화해 정책을 파탄시킨 권력자에 부닐며 그의 경망한 언동을 맞장구치는 언론을 보면 하릴없다. 슬픔과 울분이 넘쳐온다.

 

이 글은 '미디어 오늘' 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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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04.21 11:27

2009년 접어들면서 한국사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표현처럼 공히 ‘경제의 위기, 남북관계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3중의 복합적 사회위기의 한복판에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통상 글로벌 경제위기를 다른 나라보다 먼저 극복하기 위해 남북 경제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국민의 민주적 의지를 통합하여 난국을 극복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따로 움직이는 한국경제의 위기 대처와 남북관계 대응

남과 북의 정부 당국자들이 그렇다. 이명박 정부가 내놓는 경제위기 타개책 어디에도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서 당면한 위기를 타개할 실마리를 찾으려는 흔적은 없다. 오히려 남북한의 긴장과 대립을 격화시켜 PSI참여와 같은 군비증액 요인만 확대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북한도 2012년 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고 표방하면서도, 최근 4월 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를 보아도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경제강국 건설의 전망은 내놓고 있지 않다.

진보 쪽에서도 이유는 다르겠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제위기를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쪽에서는 남북관계를 논외로 하고 있다. 반면 북 인공위성 발사 등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다루는 전문가들도 글로벌 경제위기와 남북관계의 접목을 소홀히 하고 있다. 마치 두 개가 별개의 사안인 것처럼 다루고 있다. 이는 일종의 오래된 관성일 뿐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조순 전 총리의 표현대로 ‘경천동지할’ 정도로 세계질서와 경제구조의 대 변동이 일어나는 시기에 남북관계, 즉 통일의 문제가 글로벌 경제위기와 무관하게 다뤄질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가올 국제경제질서 변화와 경제체제 변동기를 맞이해서 남쪽 경제의 회복과 북쪽 경제의 회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남북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어쩌면 필수적인 일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글로벌 경제위기와 향후 예상되는 구조전환이 어떻게 남북관계, 남북 경제협력 전망의 환경변화와 지형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는지 치밀하게 검토하는 것은 매우 절박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남북 경제협력을 지렛대로 당면한 경제위기 탈출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최소한의 접근이 시도되어야 함에 시론 격으로 작성해 본다.

1. 경제체제에 대한 이념적 대립 완화

30년간 전성기를 누려왔던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일찍이 없었던 시장 지상주의를 넓게 유포시켰다. 국가의 시장 개입은 극도의 혐오대상이 되었고, 공기업들은 민영화 대열로 들어갔다. 더구나 90년 초 동구 사회주의가 붕괴하자 문자 그대로 적수가 사라진 신자유주의는 모든 공적이고 비시장적인 요인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며 이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전 세계에 적용할 것을 강요했다.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에 기초한 사회주의 경제는 관속에 들어간 역사의 쓰레기 취급을 받게 되었고 자본주의 시장을 비판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될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계획경제 원칙을 버리지 않는 북한 경제와 신자유주의 유입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남한 경제를 하나로 통합하는 경제공동체 구상은 그야말로 허망한 것으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상황은 과거와 다른, 어쩌년 1990년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붕괴에 버금가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시적일지 아니면 앞으로 구조적으로 굳어질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국가의 시장개입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해결책이 되고 있다. 시장의 자기조절 능력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면서 시장에 대한 맹신에 근본적인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는 신자유주의의 상징인 은행들에 대한 국유화가 신자유주의 종주국들에서 서슴없이 실시되고 있을 정도다. 영원할 줄 알았던 자본주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의구심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즈는 최근 ’자본주의 미래(Future of Capitalism)’이라는 주제를 특집으로 연재할 정도였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글로벌 경제위기 앞에 서서히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 ‘시장의 실패 가능성’이 사실로 확인된 이 시점에, 극단적인 경제이데올로기가 설 수 있는 입지도 좁아지게 된 것이다. 확실히 이 국면은 남북한 경제가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과 하나의 경제공동체 건설을 모색하기 위해 극단적 경제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청산하고, 서로 전향적인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일단 북한은 국가에 의한 계획경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선언한 이후에 일정 영역에서 시장의 존재를 인정하고 노동에 대한 인센티브와 기업의 자율성을 제한적이지만 높여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대외무역 규모도 계속 늘려 국제 경제 무대에서의 참여를 넓히고 있다.

우리도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시장 지상주의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다양한 경제모델에 대해 열린 방향으로 전환한다면, 남북 경제공동체에 대한 이념적인 장애물 하나는 줄어드는 셈이다. 이것이 글로벌 경제위기가 남북 경제협력 가능성에 주는 첫 번째 시사점이다.

2. 남한 경제만의 글로벌 전략 ‘금융허브론, 한미 FTA’ 기반은 무너지고 있다

오랫동안 미국과 일본 경제에 주로 의존해 경제성장을 해왔던 우리는 국제 경제질서의 지형 변화와 2000년대 남북 화해 무드를 타고 일련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우선 한국의 대외경제 관계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다변화되고 있다. 미국과의 교역비중은 12퍼센트 내외, 일본은 6퍼센트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대신 대 중국 교역이 22퍼센트를 넘어서며 확대되었다. 아시아와 유럽, 남미의 비중도 확대되었다. 물론 이 와중에 금융에 대한 대미 의존도는 오히려 더 높아지기는 한다.

남북경제관계 역시 경제체제의 대립을 우회할 수 있는 개성공단이 건설되어 느리지만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룩해왔다. 2008년 7월 기준으로 가동기업은 72개, 노동자 수는 3만 명, 입주기업 누적 생산실적이 3억 7,000만 달러로 늘어난다(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보도자료). 초보적이지만 한반도 경제공동체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개성공단의 장래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 될 만큼 남북 경제협력이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이어받은 노무현 정부 초창기 ‘아시아 물류허브 구상’ 정책은 더 이상 남한의 경제영역만으로 대외경제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경제권을 전제로 국제 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구상의 단초를 열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집권 후반기에 ‘금융 허브론’이 주창되고 심지어 한미 FTA를 밀어붙이게 되면서 이런 흐름은 결정적으로 후퇴하게 된다.

금융허브는 굳이 한반도 경제권을 가정하지 않고 남한 경제만으로 가능한 방식이다. 더욱이 실물 무역거래와 달리 대미 의존도가 높은 금융을 기반을 아시아에서 금융허브 위치를 갖겠다는 것은 그 현실성과 무관하게 그동안 대외경제를 다변화해왔던 추세와는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그 결정판이 한미 FTA였고 이들 정책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오히려 더 가소도가 붙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한국 정부의 대외경제정책에 결정적인 제동이 걸리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었던 금융자본주의 수익모델에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지고 금융위험도가 극도로 치닫으면서 금융허브에 대한 꿈은 최소 수년 간, 아니면 영구히 접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이는 금융허브의 모범이라 칭송받던 아이슬란드나 아일랜드의 파산이 현실에서 입증해주고 있다.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미국을 포함한 각 국가가 공식적인 말과는 달리 경쟁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도입하면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엄호를 받으며 진행된 자유무역도 퇴색하기 시작한다. 미국 자신이 FTA의 시원으로 삼았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수정하려는 판에 한미 FTA를 서둘러 추진할 리가 만무한 것이다.

결국 그 동안 남한 경제만을 가지고 신자유주의 팽창의 흐름 속에 한국경제를 맡기려던 대외경제 정책들은 현재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하거나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다시 한반도 경제권 으로 관심을 돌리고 동북아 경제협력 구상으로 무게를 실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조성되었다.

3. 수출 의존형 한국경제, 내수 기반 회복 중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경제위기를 피해갈 수는 없었지만, 유난히 취약한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비교적 타격을 덜 받고 견디는 나라들도 있다. 경제위기의 영향을 차별적으로 받고 있다는 말이다.

가장 심각한 나라들이 바로 금융 자유화와 개방화 정도가 높은 곳이다. 이미 국가부도 상태에 들어간 아이슬란드가 그렇고, 유로화 영향권에서 충격이 덜하지만 아이슬란드 못지않은 아일랜드가 그렇다. 서유럽에 대한 금융의존도가 매우 높은 동유럽 국가들도 금융위기의 잠재적 화약고다.

아시아에서는 금융에 대한 대외 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한국이 환율변동과 주가변동이 극심한 편에 속한다. 이 때문에 서방 언론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될 조짐만 보이면 아시아에서는 한국경제의 위험성을 늘 첫 번째로 꼽는 형편이다.

두 번째로는 무역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무역의존도가 높아 수출부진이 심각하다. 한국경제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선진국 중에서는 금융보다는 제조업 기반이 강해서 금융위기 충격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독일과 일본이 수출부진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대외 무역 의존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각 국가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탈출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수 부양을 꼽고 있다. 내수기반을 확충함으로써 언제 끝날지 모르는 세계적인 금융 불안과 소비위축에 대처하자는 것이다. 내수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국가들이 가장 먼저 경제위기를 탈출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수출로 고속성장을 해온 중국마저 내수를 확충하기 위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동원하고 있다.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 경제만으로는 내수규모가 크다고 할 수 없지만, 한반도 경제는 7,000만이 넘는 인구를 포함한 내수기반으로 잠재력이 상당히 큰 경제권이 된다. 6,000만을 넘는 프랑스 인구보다도 많고 8,000만 규모의 독일보다 다소 적은 규모다. 한반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내수기반을 새롭게 구축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남과 북의 경제력 차이가 커서 단일경제권으로 묶는데 장애가 된다고 하지만, 북한 경제는 사회간접시설을 포함한 미개발 영역이 상당히 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그 발전 잠재력이 높아 내수기반 확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가 커 광범위한 농촌지역으로 내수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중국도 현재 대규모 재정을 동원하여 빠르게 농촌 수요를 확대해 가는 것을 보면, 이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위기 시대에 다시금 남북 경제협력에 눈을 돌려야 하는 또다른 이유다.

4. 에너지 자원협력의 중요성 날로 커져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한 2007년 가을부터 글로벌 금융자본이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진 에너지, 자원, 곡물 등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한때 석유, 원자재, 곡물가격이 사상최대 폭으로 급등했다. 각 국가들이 자원 확보 전쟁에 돌입했고 석유 가격 등의 폭등으로 수입물가가 치솟았다. 일부 국가들에서는 식량난으로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식량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가 심각해지면서 금융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고 세계적인 소비위축이 급격히 진행된 결과 석유와 원자재, 곡물가격이 내림세를 타고 있지만, 경제 불안 요인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자원 확보에 비상이 걸리고, 수입물가 폭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금융위기는 향후 안정적인 국민경제 운용을 위해 에너지, 자원, 곡물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마그네사이트, 유연탄을 비롯해서 경제적 가치가 높은 금속광물 19종, 비금속 광물 12종, 에너지 자원 3종을 비롯해 북한에 매장된 자원의 가치가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종의 광물자원 매장량을 남한의 시장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2006년 기준으로 약 2,300조 원이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반면 남한은 주요 자원과 원자재의 90퍼센트를 외국에서 수입할 만큼 수입의존도가 높은 경제이다. 2008년 상반기 석유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수입물가가 치솟고 원가 부담이 급증했던 경험이 이를 입증한다. 예상되는 세계적 장기불황과 원자재 수급 불균형 상황에 대처하여 남과 북이 효율적으로 자원협력 추진 속도를 높인다면, 외적인 상황대처 능력이 높아짐은 물론 남북한 경제 모두가 경제회복을 위한 중요한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현재 시점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다.

두 경제 강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반도의 역할은?

이처럼 2년째 접어들고 있는 세계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불황 국면은 ▲ 경제체제에 대한 이념적 갈등을 완화시키고, ▲ 남한만의 글로벌 전략을 어렵게 하며, ▲ 내수기반 확충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 에너지 자원에 대한 안정적 확보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남북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특히나 최근 세계 경제에서 중국경제가 차지하는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이른바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경제체제에 대한 논의마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공공연하게 미국 중심의 달러 기축통화체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최근 폐막된 보아오 포럼에서 원자바오 중국총리가 아시아가 뭉쳐서 세계경제를 주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경제 대국 사이에서 자신의 생존을 모색해왔던 남북한 경제는 이제 각각 미국과 중국에 더욱 의존하면서 미래를 모색할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하여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체제에 독립적인 활로를 찾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점점 더 다가가고 있다.

정상적으로 정책적인 고려를 한다면 글로벌 경제위기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통합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남북 경제협력 가능성에 문을 닫아 걸어버리면 그만큼 한국경제가 회복되기 위해 동원할 수단이나 의지할 선택지가 매우 좁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경기불황의 탈출을 위해 중요 지렛대로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욱 악화시켜 우리 국민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하나 더 얹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경제위기 탈출의 부담을 반으로 줄여야 할 판에 두 배로 늘리고 있으니 이를 어찌할 것인가?

김병권/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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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