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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16 한·미 FTA와 죄수의 딜레마
  2. 2011.10.25 한미FTA ‘끝장토론’의 끝은
2011.11.14정태인/새사연 원장

지난번에 교육문제의 실마리를 풀겠다고 했지만 잠시 쉬어가야 할 것 같다.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을 앞둔 ‘끝장토론’을 하느라 교육에 관해 충분히 읽고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보았듯이 사교육 경쟁을 하면 할수록 부자들에게 유리하다. 경쟁으로 인해 사교육 값이 무한정 올라가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게임을 지배계급이 설계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 아이를 위해 온힘을 다 하면 다할수록 그들의 승리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진다. 즉 우리 스스로 우리 아이들을 패배자로 내모는 것이다. 물론 언제나 극소수 예외는 있을 테지만 우리 아이가 그 예외일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그래도 우리가 이 게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우리는 실낱같은 희망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고, 결국 게임의 설계자는 너무나 손쉽게 이들을 영원히 지배할 수 있다. 즉 죄수의 딜레마를 응용하면 일반 대중의 경쟁을 이용하여 자기 뜻대로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례가 있을까? 있다. 지금 세계은행 총재로 있는 로버트 졸릭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있을 때 내놓은 ‘경쟁적 자유화(competitive liberalization)’가 바로 그러하다. 원래 미국은 WTO를 통한 다자간 무역 자유화를 추진했지만 다자간투자협정(MAI)의 경우처럼 프랑스 등 유럽 강대국들의 반대, 또 FTAA(아메리카 대륙 FTA)처럼 후진국들의 단합에 의해 뜻을 충분히 이룰 수 없자 양자간 협정, 즉 FTA를 추진하게 된다.

졸릭은 미국의 시장을 놓고 각국이 경쟁하는 그림을 그린다. 경쟁적으로 미국 시장을 향해 달려드는 부나방들에게 상품시장을 내주고, 대신 상대국의 지적재산권, 서비스, 투자 부문을 WTO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열어젖히겠다는 전략이다.

10월 20일 끝장토론에서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되뇐 얘기지만, 한·미 FTA를 개시할 때 김현종 당시 본부장은 두 가지 주장을 내세웠다. ‘남들이 미국과 FTA를 맺기 전에 우리가 먼저 미국 시장을 선점하자!’ 이명박 대통령에 따르면 이제 우리는 세계 1위의 경제영토를 가진 나라가 된다. 이분의 뇌 속에서는 모든 사고가 땅에서 시작해서 땅으로 끝나는 모양이다. 또 하나의 주장은 모든 나라가 다 FTA를 맺는데 대한민국만 FTA 후진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남이 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한다.” “남이 하면 나도 한다.” 바로 죄수의 딜레마를 판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그대로 아닌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가 협상을 개시한 2006년 2월 이후 지난 6년 가까이 중남미 국가들과 한국 빼곤 이 함정에 빠진 나라는 없다. 한·미 FTA 찬성론자들은 졸릭이 쳐놓은 죄수의 딜레마 함정에 자신들이 빠졌다는 자각이나 있을까?

1929년의 대공황(Great Depression)에 빗대어 대침체(Great Recession)로 이름 지은 현재의 위기는 바야흐로 일본식 장기침체(Long Recession)로 빠져들고 있다. 이제 재정확대정책도, 금융완화정책도 여의치 않은 미국에 수출은 유일한 활로다. 동시에 수입은 줄여야 하니 노골적인 보호주의 정책도 쏟아져나올 것이다. 그런데 바로 거기에 한국이 스스로 문을 연단다.

FTA만 맺으면 5~6%의 추가성장이 가능하다고 스스로 조작한 숫자에 환호하며 기꺼이 서비스시장을 개방하고 지적재산권을 강화한다니 그 얼마나 고마운가. 이미 파산이 증명된 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굳게 믿으니 그 또한 얼마나 고마운가. 아이들을 살리려면 현재의 사교육 경쟁에서 벗어나야 하듯이, 한·미 FTA를 비준하지 않아야 우리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이 글은 '주간경향' 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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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10.25정태인/새사연 원장

‘근거 없는 낙관론자’인 내 입술도 터졌다. “시험 전날 공부하면 안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나는 별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4일 동안 꼬박 24시간의 토론에 지쳤나 보다. 언론은 “팽팽” “치열” 등으로 묘사했다. 신념의 대결이 되어 버린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는 얻은 게 없다. 진행을 맡은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중립을 표방하며 교묘하게 편들 든 것을 탓하면 우리만 생떼쟁이가 될 것이다. 우리들은 국회의원에게 질문할 수 없다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규칙을 문제 삼는 것도 마뜩찮다.

우리가 확인한 것은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저 놀라운 확신,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건 시장질서와 자유무역의 부정이라고 단정하는 극도의 단순함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니 홍정욱 의원은 경제학자와 기상예보는 언제나 틀린다는 유명한 우스개를 들고 나온다. 말 그대로 ‘장두노미’(꿩은 큰 위험을 맞으면 머리를 묻는다)요, ‘타조효과’(타조도 그런단다)이다.

세계금융위기가 장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반론에 묻혀 버렸다. 스티글리츠는 좌파 경제학자로 매도됐고(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UN 스티글리츠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한 200여개 국가 모두 바보가 됐다.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FTA(자유무역협정)나 WTO(세계무역기구)의 서비스와 투자 조항이 개정돼야 한다는 권위있는 주장은 그렇게 무시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우리 정부가 아직 한 번도 투자자국가제소를 당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북한의 핵무기는 아직 한 번도 터진 적이 없으니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논리다.

나도 내가 틀리길 바란다. 수출 침체, 부동산 버블 폭발, 또 한번의 금융위기는 우리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갈텐데 어찌 경제위기를 바랄 것인가? 그러나 앞날이 불확실할 때 일부러 위험을 키우면 안 된다는 것 역시 너무나 자명하다. 한미 FTA는 우리가 위기를 예방하고 또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공간을 제한한다. 2001년 경제위기 때의 긴급조치로 무려 47건의 투자자국가제소를 동시에 당하고 지금 줄줄이 패소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경험은 한미 FTA를 비준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비준을 조금만 늦춰도 2009년 -7.1%의 경제성장을 겪은 멕시코의 상황을 맞지 않을 수 있다. FTA는 위기의 감염경로, 확산경로이다.

한미 FTA 안의 예외 조항이나 정부의 허가권이 파생상품의 범람과 위기의 가능성을 막을 수 있고, 건강보험은 투자자국가제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김종훈 본부장의 확신을 비웃고 말면 그만일까? 0 에 가까운 확률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그래서 더 큰 재앙을 낳는다는 ‘검은 백조’의 논리를 아무리 설명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들에겐 한미 FTA 비준을 1년 늦추면 “15조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한다”는 아무 근거 없는, 정부가 조작하고 스스로 세뇌한 통계가 있으니 말이다.

또 하나 내가 놀란 것은 김종훈 본부장의 놀라운 차별의식이다. 그는 TV로 중계되는 자리에서 아르헨티나의 위기에 대해 “인플레이션 100%를 경험한 한심한 나라와 우리를 비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우리 국민은 특별하고, 성공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단다. 나치의 게르만 우월주의, 반유태주의와 뭐가 다르랴.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개성공단과 관련한 우리의 협상전략을 미국에 미리 알린 외교부 관리도 있으니 우리 외교관들은 나라마다 독특한 차별의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제 지식인으로서 내가 할 일은 다 끝난 것인가? 국회가 우리 아이들의 위험을 막아 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에 목을 매달리면 되는 것일까? 아니다. 이제 아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우리들 자신, 우리 스스로의 촛불이다. 우리 PD들이 24시간의 토론을 요약해서 객관적 대립의 양상만 방송해도 촛불은 다시 타오를 수 있을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점령’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위험은 닥치고 있는데 “설마 검은 백조가 나타날까”라며, 현실에서 머리를 돌리면 안 된다. (생물학에 따르면 꿩이나 타조도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이 글은 'PD저널'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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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