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출범 앞둔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 하라. 

며칠 후면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지난해 경제가 2.0% 저성장 늪에 빠진데 이어 올해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집권 첫해를 시작하는 박근혜 정부에 거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같은 정당이면서도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강조해왔고 경제 정책도 경제 민주화를 모토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경제정책 면에서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특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분명하게 평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박근혜 정부가 바로잡고, 주력해야 할 경제정책의 시작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산업연구원에서 최근 발표한 논문 “한국경제의 가계 기업간 소득성장 불균형 문제”(2012)는 이명박 정부 정책의 단면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지독히 ‘친 기업적 결과’를 초래한 ‘친 기업적 정책’ 

논문은 외환위기 이후, 특히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기업의 가처분 소득이 이례적으로 비약적인 증가를 했지만, 가계의 소득은 경제성장률을 훨씬 밑도는 성장밖에 하지 못한 점이 이명박 정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은 대침체의 경제위기 시기여서 통상 기업 소득이 크게 떨어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오히려 기업소득이 훨씬 크게 증가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00~10년 사이 가계소득 대비 기업소득 비율이 OECD국가 가운데에서 헝가리를 제외하고 가장 클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논문은 “기업 부문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임금 등으로 가계에 충분히 환류하지 못한데다 자영부문이 침체하고 여기에 조세나 준조세를 통한 2차 분배도 가계보다는 기업에 유리하게 작동한데 따른 결과”라고 요약했다. ▶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기업의 임금비용 절감과 노동자의 임금 몫 감소, ▶ 감세효과의 대기업 편중적 수혜, 그리고 ▶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생계형 자영업의 경쟁격화와 유통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으로 인한 시장 잠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친 기업적인 성장전략’이 낙수효과를 통한 성장 과실의 공유가 아니라 반대로 철저한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친 기업 정책의 결과가 기업소득의 극적인 증가와 가계소득의 정체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지극히 친 기업적 결과를 낳았다고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게 ‘친 노동 정책’을 요구하면 무리일까?  

“친기업적 정책 중심의 기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가계. 노동. 자영 부문에 대한 배려를 늘리는 정책 전환이 요청”된다고 논문은 제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노동권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유연 노동시장에 규제를 시작하여 추락하는 노동소득 분배율을 반전시켜야 한다. 기업소득 성장이 아니라 가계소득 성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친 기업 정책이 아니라 친 노동정책에 의해 뒷받침 될 것이다.  

또한 대기업으로부터 중소상인의 상권을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통해 조세를 통한 기업과 가계의 격차를 완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양극화와 격차의 진원지가 기업과 가계 사이의 격차라는 사실은 법인세 증세가 왜 우리나라에서 특히 필요한 것인지를 간명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보수적인 박근혜 정부에게 이명박 정권의 ‘친 기업 정책’을 버리고 ‘친 노동 정책’으로 접근하라는 요구를 하면 무리인가? 문제는 보수정권이라 하더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질 않은가?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02.1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게도 좋고,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

1953년 GM 최고경영자였던 찰리 윌슨이 국방장관 임명 청문회에서, 기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행정부에 입성하는 것을 두고 반대에 직면하자 말했던 너무도 유명한 얘기다. 이른바 자본주의 황금기라고 부르는 당시에 미국경제에서 GM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할 법도 하다.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9년 GM의 파산과 국유화를 겪은 후로는 누구도 그런 주장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60년 전의 GM처럼 인식되는 것은 아닐까. 삼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해 쟁쟁한 일본기업들을 연이어 따돌리고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면서 애플과 세계시장을 놓고 겨루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가 만년 중하위 그룹의 자동차기업 이미지를 벗고 세계 5위로 도약해 품질경쟁력 등을 개선하면서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 삼성과 현대차에 좋으면 우리 국민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 하나의 함정이 있다. 90년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글로벌 생산체제의 구축이 가속화하면서 유력 대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다고 해서 그 기업이 속한 국가의 국민경제와 국민이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기업 성장→고용 확대→소득 증대→구매력 증가→수요 확대→생산 확대'라는 사이클이 한 국민경제 안에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특히 2007~2011년 경제위기 기간에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선방했던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그랬다.

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1억대 가까이 팔려 나간 삼성의 스마트폰 10대 중 1대 정도만 삼성 구미공장에서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만든 것일 뿐이다. 나머지 9대는 중국·베트남·브라질·인도에 있는 삼성공장에서 해당 나라 노동자들이 생산한 것이다. 삼성을 포함해 엘지·팬택 등 휴대폰 산업이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전인 2007년만 하더라도 휴대폰의 해외생산이 35.9%밖에 안 됐는데, 2011년 기준으로는 거의 80%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의 스마트폰이 선전했다고 박수쳤지만 그 대부분은 해외에 공장을 지어 만들어 낸 것이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 대박을 낸다 한들 삼성 구미공장 생산노동자는 1만명 내외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전체 휴대폰 관련 일자리도 2000년대 중반 이후 4만명 선에서 거의 고정돼 있다.

현대차도 비슷하다. 현대차가 2007년 국내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170만대였고, 2011년에는 190만대로 20만대가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해외생산은 90만대에서 220만대로 무려 130만대나 증가했다. 중국·미국·인도·터키·러시아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0년에 이르러 사상 처음으로 현대차의 국내생산과 해외생산 비중이 역전됐다.

삼성과 현대차 등 자본의 세계화는 국내 일자리 감소를 넘어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딜레마를 안겨 줬다. 자본이 국경을 넘어 생산기지를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상황에서 각 국가들은 자국으로의 생산기지 유치를 위해 임금을 낮추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또는 자국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막기 위해 임금상승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런데 글로벌경제 전체로 보면 글로벌 총수요를 줄여 고용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죄수의 딜레마와 국가 사이의 경제적 협력(Thomas Palley(2011))


 

‘나’ 국가

임금 인상(협력)

임금 삭감(배반)

‘가’ 국가

임금 인상(협력)

5, 5

-10, 10

임금 삭감(배반)

10, -10

-5, -5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다. 각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의 임금상승을 기대하면서 자국의 임금은 삭감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모든 국가들이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모두가 임금을 삭각하게 되고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최선의 결과가 나오려면 모든 국가들이 임금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국가 간 정책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삼성과 현대차는 점점 더 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국내 노동자들은 이로 인해 줄어드는 일자리를 걱정하느라 임금인상을 압박할 수도 없다. 결국 각 국가의 내수구매력과 글로벌 총수요를 약화시킬 것이지만 지금 세계는 수출경쟁과 통화가치 하락경쟁에 몰두하는 중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협력과 해법은 진정 불가능한 것인가.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 / 02 / 13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잇:북] 집중분석 2013년의 경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목 차]


여는 글……………………………………………………………………… 3 (김병권)

세계경제 | 피할 수 없는 세계경제 장기침체…………………………7 (여경훈)

한국경제 | 한국 경제는 어디로 ……………………………………… 19 (정태인)

사회적경제 | 협동조합 확산 예상, 우리사회 대안이 되길……25 (이수연)

노동 | 고용증가세 둔화, 노동시장문제 계속……………………36 (김수현)

가계부채 | 2013년 가계부채 위험을 어떻게 대처할까……………  51 (김병권)

부동산 |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앞서 주거복지 진전을…………… 61 (진남영)

경제민주화 | 박근혜 정부와 경제 민주화의 방향…………………71 (김병권)

 

  

[여는 글]


2013년 경제전망 

- 2012년보다 나을 것 없는 2013년, 정책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위험요인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집권 첫해에 경제 위기를 맞는 징크스"

우연이겠지만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권은 모두 집권 첫해에 경제적 시련을 겪었다.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던 1997년 그 시점은 한창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이 구제금융 조건을 협상하던 터라, 김대중 당선자는 당선 확정 당일부터 환란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1998년 집권 첫해는 150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등 사상 최악을 경제침체를 피할 수 없었다. 2003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 역시 집권 첫해부터 앞 정부가 조장한 거대한 신용 카드대란의 후폭풍을 뒷수습하는데 경제역량을 모두 투입해야 했다. 400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던 그 해 우리 경제는 민간소비가 마이너스로 추락하면서 내수가 휘청하는 경험을 했다. 

‘747공약’과 ‘경부대운하 건설’이라고 하는 그랜드 플랜을 내걸고 야심차게 시작한 이명박 정부 출범 시기인 2008년 초까지만 해도, 100년 만에 한번이나 올까 말까하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침체(Great Recession)가 그 해 가을에 터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7%성장은 고사하고 집권기간 평균 3%도 안 되는 성장률 실적밖에 기록할 수 없었던 이명박 경제의 운명은 그렇게 첫 해에 결정되었다.

2013년은 박근혜 정부가 임기를 시작한다. 5년 전의 보수적 정권교체와 달리 정권연장 차원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 아니 상당히 나쁜 편이다. 일단 2012년 경제가 당초 전망인 4%성장에서 반 토막 난 2% 수준이다. 그나마 정부가 평년 대비 재정투입을 두 배쯤 올려서 성장률을 약 0.5% 끌어올린 덕택이라는 것이 기획재정부 설명이다. 정부의 개입효과가 없었다면 1% 성장에 그쳤을 거라는 말이다. 15년 전처럼 환란도 없었고 카드대란도  없었는데도 바닥을 기는 성장률이었다. 두 자리 성장을 하던 수출이 마이너스에 빠지고 민간소비 증가도 1%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동반성장도 아쉬운데 동반침체의 위험 있다."

2013년 경제는 기본적으로 2012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망 기관들이 대체로 2.6%(삼성증권) ~ 3.2%(한국은행) 사이를 전망하는 등 올해 보다 체감이 거의 없을 개선을 전망하고는 있는데, 이것도 사실은 ‘소망’ 수준에 가깝다. 예를 들어 2012년보다 나을 것이라는 이유가 2013년 하반기에는 유럽과 미국 경제가 다소 호전되고 이에 따라 국내 투자여건이나 고용 여건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이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상저하고(上底下高)다. 2012년 한국경제를 전망할 때에도 그랬다. 그러나 상반기 보다 더 나쁜 하반기 경제가 실제 결과였다. 2013년에도 ‘상저(上底)’일 것은 틀림없겠으나 ‘하고(下高)’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특히 박근혜 경제의 앞날에 안 좋은 소식은 경제 회복을 기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사실 역대 정권들이 취임 초에 경제침체와 싸워야 하는 불운을 겪었다지만 그래도 내수와 수출 가운데 한 가지는 양호한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펼 수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글로벌 수출 환경 호조 덕분에 환란을 예상보다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고 노무현 정부도 신용카드 대란으로 무너진 내수를 두 자리 수 수출증가로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앞에는 어두운 수출환경과 허약한 내수 기반이 동시에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환경을 보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한 지 6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경기침체는 저 멀리 사라지고 경제는 앞으로 쌩쌩 달릴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지역이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일본식 불황으로 나가고”있다고 2013년 세계경제를 압축해서 표현했다. 정부도 5%이상의 수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역대 정부들이 내수를 소홀히 하고 수출에만 의존결과 내수 토대가 계속 취약해진 결과다. 

내수는 어떤가. 고용여건은 2013년에 더 나빠질 것이 확실하여 민간 구매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이므로 건설투자나 긍정적 자산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1100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부채를 동원한 소비확대의 측면을 잠식하면서 경제 성장의 현실적 장애요인으로 등장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임기 첫 해에 가계부채 위기관리와 씨름해야 한다. 

"가장 큰 리스크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물론 박근혜 정부에게도 의지할 카드가 하나 정도는 남아있다. 바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다. 2012년 경기하락을 2% 수준에서 방어한 것도 바로 정부 재정이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재정적자로 인한 긴축 논쟁이 경기침체를 오히려 가속화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한 재정지출 확대를 넘어서 어떻게 분배구조를 개선하여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구매력을 확대시키고 내수성장에 기여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된다. 바로 박근혜 당선자가 공약한 경제 민주화, 중산층 70% 재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줄. 푸. 세’로 상징되는 대기업 위주 경제, 1% 편향 정책을 추구하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같은 정당에서 집권 연장된 정부다. 다만 2012년 한국사회가 경제 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부상시켰고 박근혜 후보가 선거전략 차원에서 이를 차용하면서 경제 민주화와 공정한 시장 경제,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을 위한 국가의 개입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때문에 이 공약이 액면 그대로 실행될지, 아니면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색깔이 다시 경제정책에 투영될지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바로 이 점이 2013년 한국경제 전망을 하는데 가장 불확실한 대목이다. 따라서 2013년 한국경제는 수출이나 내수 환경과 같은 외부 요인보다는 정부가 투명하고 확실하게 공약대로 경제정책을 실행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02.07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디플레이션의 늪을 헤매고 있는 일본경제의 물가가 2% 올라갈 때까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아베 신조가 가세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세계 자본주의 선진국 진영이 모두 강도 높은 통화 완화정책에 경제회생의 명줄을 걸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9월 세 번째 양적완화를 시작했으며 최근 그 강도를 높인 바 있다. 양적완화에 미온적이던 유럽중앙은행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무제한 양적완화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양적완화는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2008년부터 미국의 선도로 시작됐다. 선진국들은 급전직하 추락하는 경제를 방어하기 위해 한쪽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다른 쪽에서는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했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의 재정적자 폭이 커지고 재정지출 여력에 한계를 보이게 되자, 점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의존도가 커지게 됐고 그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선진국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에 몰입하게 된 것은 세계경제가 비상적인 조치들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현실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정상적인 시장기능을 전혀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양적완화는 과연 기대한 경기회복 효과를 만들어 내기는 하는 것일까. 최근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 내부에서조차 그 효과를 의문시하는 견해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의 3차 양적완화가 회의적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증권시장이 바닥이었던 1·2차 양적완화 시기와 달리 지금은 주식시장이 상당히 올라와 있기 때문에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통화정책이 실물로 전달되는 채널들인 채권시장·신용시장·통화시장, 그리고 주식시장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양적완화는 재정지출 정책과 함께 사용돼야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데 지금은 재정긴축을 하면서 양적완화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양적완화 정책이 실물경제에 자금공급을 확대시켜 투자 활성화와 고용증대를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해 자국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가운데 정작 신흥국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충격을 받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특히 미국의 달러공급 팽창은 달러 가치의 하락과 신흥국 통화가치의 팽창을 초래해 수출경쟁력에 영향을 주게 된다. 달러가치 하락은 석유와 원자재 등 국제상품의 가격상승을 동반한다. 양적완화가 부자들에게는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주지만, 상품가격 상승 부담으로 인해 빈곤층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결국 소득격차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결정적으로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이 자국 실물경제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국으로 대거 유입되고, 그 결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자산가격 거품을 촉진시키게 된다.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통화절상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와 함께 외국자본 유입으로 인한 자본시장 변동성 증대, 추가적인 통화가치 절상압력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자본시장 자유화를 옹호해 왔던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양적완화 정책이 의도하는 것은 각국의 수요촉진을 통한 국내수요 견인보다는 환율상승을 통한 국제시장에서의 상대적인 경쟁력 확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양적완화정책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2013.1)

어찌할 것인가.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두 가지 정책적 고려를 해야 한다. 첫째는 자본 유출입 통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자본시장 개방의 전도사 역할을 한 국제통화기금(IMF)도 자본통제와 관련해 “분명한 대상에 대해, 투명하면서도, 일반적으로 일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완전한 자본 이동 자유화가 항상 모든 국가에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며 자본통제를 인정했다.

국내에서도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토빈세가 지향하는 단기 해외투기자본 규제 취지를 살려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외환거래과세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새 정부가 발전시켜야 할 문제의식이다.

둘째는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양적완화가 환율전쟁과 수출경쟁으로 변질될 것이 명확한 만큼 지나치게 수출 의존적인 경제구조를 개혁해 내수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수기반 확대의 핵심은 가계소득 성장에 의한 민간구매력 확장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은행을 포함한 기관들이 연이어 높은 기업소득 성장에 비해 정체된 가계소득 현황을 분석하면서 가계소득 성장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것도 이런 취지와 맥락이 닿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한 경제민주화도 가계소득 성장을 통한 민간소비 활성화를 목표로 한 것이어야 한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 / 02 / 07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이명박 정부 5년 사교육비 변화 추이에서 읽을 수 있는 것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요 약]

서울 수도권의 젊은 엄마들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사교육비를 줄여나간 것이 전체 사교육비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본 문]

학생 숫자도 줄고, 사교육 참여도 줄었지만 

지난 2월 6일 통계청이 2012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2007년부터 해왔으므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의 사교육비 추이를 모두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과연 이명박 정부에서의 사교육비 추이는 어땠을까? 각종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내리 사교육비 총 규모가 줄었고 지난해는 조사 이후 처음으로 절대규모가 20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5.4% 감소다. 이것만 놓고 보면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구분

2012년 규모

전년대비 증감

1) 사교육비 총 규모

19조 원

-5.4%

2) 학생 수 전체 규모

672만 명

-3.8%

3) 전체 학생 1인당 월 사교육비

23만 6천 원

-1.7%

4) 사교육 참여율

69.4%

-2.3%

5) 사교육을 받은 학생 1인당 월 사교육비

34만 원

+1.6%

그런데 사교육비 총규모가 줄어든 하나의 요인은 절대 학생 숫자가 줄어들었던 탓도 있다. 학생 숫자가 줄어들었던 것을 감안하여 계산한 전체 학생 1인당 월 사교육비를 보면 실제 감소율은 불과 -1.7%로 떨어진다.(표 1 참조)  

그런데 여기에 하나를 더 생각해볼 수 있다. 사교육을 아예 받지 않는 학생들이 꽤나 늘었다. 사교육 참여율이 처음으로 70%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여 “실제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사교육비”를 계산해보면 오히려 + 1.6%가 증가했다. 결국 사교육을 계속해서 받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사교육비가 줄지 않고 올랐다는 것이고, 그 만큼 부모들의 부담도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2010년 이후 증가추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사교육을 계속 받는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조사이후 지금껏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다.(그림 1 참조)

 

어느 가정의 초등학교 사교육비가 줄었을까 

이명박 정부에서 사교육비 변화의 특징은 입시위주의 중 고등학교 사교육비는 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올랐는데 유독 초등학교 사교육비만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일단 입시위주 교육정책이 전혀 완화되지 않았음을 반증해주는 것이다. 동시에 초등학교 사교육이 왜 감소했는지를 별도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초등학교 사교육비가 떨어진 이유는 학생당 사교육비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교육을 안 받는 초등학생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부모의 소득이 낮은 경우에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부모의 소득이 100~200만원 구간의 초등학교 학생들은 사교육 참여율이 무려 15.7%나 하락했고, 부모 소득구간이 200~300만원인 경우의 초등학생들도 참여율 하락이 12.4%나 되었다.(그림 2 참조) 우리나라 가구 평균 소득(도시 2인 이상 실질 소득 380만원) 이하의 초등학생들의 경우 사교육을 중단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