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1 / 19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미국 대선은 오바마의 재선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오바마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다. 미국 경제 뿐 아니라 세계 경제는 여전히 침체 상태이고, 뾰족한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1월 1일로 다가온 재정절벽(세금 인상과 예산 삭감으로 인하 큰 폭의 재정지출 감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전 터키 재무장관이자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 세계은행 부총재였던 케말 데르비스는 오바마의 당선 요인은 광범위한 중산층의 지지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오바마가 두 번째 임기에서 가장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정책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재분배라고 말한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살아나야 수요가 회복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들이 소득재분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소득재분배를 위한 방안으로 양질의 교육과 기술훈련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럴 때에 실업을 막을 수 있고, 안정적 고용을 통해서 소득재분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고,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적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케말 데르비스의 제안처럼 소득재분배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필요한 조치이다. 미국 국민들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 부자증세와 재정지출을 강조한 오바마를 선택한 것이다. 반면 감세와 재정긴축을 주장했던 롬니는 이 문제를 실현하기에 부적절한 후보로 평가받은 것이다. 몇 달전 있었던 프랑스 대선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높이겠다고 주장했던 올랑드가 당선된 것도 마찬가지이다. 일본 민주당이 부자증세 계획을 발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 국의 국민들이 선택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이제 우리의 선택이 남았다. 부자증세와 복지강화는 물론이며 근본적으로는 중산층 이하의 임금과 소득을 높여 양극화를 해소하고 소득재분배를 이룰 수 있는 후보는 누구일지 잘 판단해보자.

 

 

버락 오바마의 두 번째 임기

(The Second Coming of Barack Obama)

 


2012년 11월 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케말 데르비스(Kemal Dervis)

힘든 선거였지만, 버락 오바마는 재선에 승리했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바마는 새로운 4년의 임기 동안 미국과 세계를 위해서무엇을 할 것인가?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8%에 달하는 실업률을 껴안은 채 재선에 승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니콜라스 사르코지(프랑스 전 대통령), 고든 브라운(영국 전 총리), 호세 사파테로(스페인 전 총리)와 같은 많은 정치지도자들이 최근의 경제적 문제로 인해 자리에서 밀려났다. 공화당 대통령 조지 부시의 8년 임기 동안 폭발한 금융 악재로 인해, 오바마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회복을 위해 뛰어야만 했다.


오바마는 단지 그의 비범한 개인적 쾌활함 뿐 아니라 중산층 유권자의 폭넓은 지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오바마의 경제 회복이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중산층 유권자들은 부자들을 옹호하는 것처럼 인식된 공화당 후보 롬니보다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미국의 계속되는 인구 변화는 라틴계를 비롯한 소수민족에게 강력하게 피력하지 못하는 후보의 승리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는 특히 롬니가 실패한 부분이다.

이번 선거는 과도한 비용 지출과 네거티브적 공격이 많았다는 점에서, 많은 유권자들을 불쾌하게 만들만 했다. 하지만 대안은 항상 존재하며,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격렬하게 싸워야만 한다는 미국 민주주의의 경쟁력을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기로에 서있는 세계 경제와 함께 오바마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었다. 미국은 엄청난 확장적 통화정책과 거대한 재정적자를 유지함으로써 그나마 불안정하고 약한 수준의 경제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금고에는 현금이 쌓여있지만, 민간 투자는 정체되고 있다. 일본은 총리가 계속해서 깜짝놀랄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확실한 경제 회복은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다.

유럽 역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의 기민한 임기응변과 국채시장에 무제한 개입하겠다는 약속 덕분에 겨우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최근 십년동안 가장 높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으며, 성장은 본질적으로 침체되어 있다. 남유럽의 문제는 심지어 독일마저 경기 침체에 빠지도록 만들고 있다. 게다가 그리스는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다. 유그리스 자체는 작은 국가에 불과하지만, 그리스가 보여주는 총체적인 붕괴는 금융과 사람들의 심리에 매우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세계 신흥시장의 경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신흥국들의 잠재생산성 증가추세는 선진국보다 높다. 하지만 경기순환적 디커플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선진국 경제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 - 역자주). 세계 경제는 전체적으로 상호의존적이다. 어떤 중요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는 전세계로 전파된다. 협소한 거시경제의 시야를 넘어서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자체만으로 세계경제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어떤 경로를 밟느냐는 세계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이며,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 G20 등에서 중요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생각은 전세계의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오바마가 두 번째 임기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경제정책은 무엇일까? 세계 경제가 처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국, 독일 등에는 거대한 투자 자원이 있다. 기후와 자원의 제약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높은 생산력과 거대한 번영을 가져다주며 노동과 고용을 증진시키 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기술혁명의 시작에 서 있다.


하지만 이런 자원들은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회복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선진국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회복은 투자자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수요의 회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자본은 많은 수익을 거두었지만 거기에 부과되는 실질 세율은 높지 않으며, 현재의 저금리는 기업에게 유용하다. 또한 미국이 2011년에 이룬 경제성장의 90% 이상이 상위 1%에게 돌아가는 것과 같은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수익 배분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회복을 제한하고, 거시경제 정책은 지속적인 경기부양의 필요성과 커져가는 공공부채의 위험, 저금리로 인한 자산거품 사이에서 길을 잃게 만든다.

균형잡힌 소득재분배는 단지 사회적, 도덕적 문제가 아니다. 이는 거시경제에서 필수적이며,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 뿐 아니라 많은 국가들에게 꼭 필요한 해법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물론이며 전세계적으로 교육과 적절한 기술 훈련이 제공되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훈련받지 못한다면 수많은 노동자들은 실업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소득재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제 북유럽이 5조 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다. 반면 남유럽의 수요는 붕괴되고 미국의 적자는 5조 달러에 이른다.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나 이상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계적 협력이 요구되며, 선거 이후 미국에 대해서는 청정에너지혁명, 고용창출 투자의 확대, 새로운 성장 방식 만들기와 같은 약속을 지킬 것이 강력하게 요구된다.

미국의 길고 어려웠던 선거는 끝이 났고, 이제 포괄적인 개혁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이를 잘 깨닫고, 미국과 전세계의 수 억 명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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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의 [잇:북]2012.11.19 11:10

2012 / 11 / 16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테마북]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 유럽 위기 편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 새사연은 올해 1월부터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번역하고 요약하여 소개하는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을 연재하고 있다. 그 중에서 유럽연합의 경제 위기에 대해 다룬 7편의 글을 모아 테마북으로 엮었다.

 

[여는 글]

여름을 지나면서 조금 진정되는 듯했던 유럽이 다시 시끄럽다. 11월 14일 유럽노조총연맹(ETUC)의 주도 하에 유럽 23개국에서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갔다. 특히 그동안 재정위기와 긴축재정으로 고통받아온 그리스, 스페인 등의 남유럽 국가 시민들의 반응이 격렬하다.

1992년 마스트리히트조약을 통해 유럽연합(EU)이 탄생했고, 1999년 단일화페인 유로화가 출범했다. 하지만 유로존 국가들 사이의 커다란 경제력 차이가 존재했고, 이는 무역수지의 과도한 불균형과 금융자본의 쏠림을 가져왔다. 탄탄한 경제력을 가진 독일은 유로존 내의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높은 무역흑자를 올렸고, 그렇게 쌓인 돈은 독일은행을 통해서 그리스나 스페인으로 흘러들어가 거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자본 흐름은 중단되었고 거품은 급속히 꺼졌다.

거품과 함께 붕괴되는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리스나 스페인의 정부가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재정위기로 이어지며,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트로이카로 불린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은 구제금융과 함께 해당 국가에 임금삭감과 공무원 감축 등의 내용을 담은 긴축재정안을 요구했다. 물론 이에 대해 해당 국가 국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트로이카가 투자자인 독일이나 프랑스 은행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만 노력한다는 비판, 긴축재정을 강요하며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독일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올해 2월 그리스가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이네, 못받아들이네 하던 상황, 4월을 넘어서면서 이번에는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네, 안하네 하던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세계의 석학들은 유로존 위기의 근본은 정치적, 경제적 통합 없이 진행된 통화통합에 있다고 지적한다. 단일통화를 쓸 경우 앞서 지적한 것처럼 경제력 차이에 의한 불균형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나 사회정치정책은 부재한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저마다의 입장을 주장하는 개별 국가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유럽연합은 ‘연합’이 되지 못했다. 장 피사니 페리는 이것이 바로 유럽연합과 미합중국과의 차이라고 지적하며, 연합체로서 초기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나눠지지 못한 유럽연합을 비판한다. 대니 로드릭은 결국 세계화와 민주주의, 주권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며 유럽연합 역시 개별국가의 주권을 양보하고 유럽연합을 제대로 된 연합체로 만들던지 아니면 주권을 지키는 경제정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별국가로 돌아가던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로랑스 투비아나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유럽연합이 유럽 차원의 투자를 주도해나가면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함께 시민들의 삶 또한 개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교육, 지식,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개선에 필요한 투자에 나서라는 것이다. 이는 아시아에도 적용되는 해법이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저마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아놓고 있다. 이를 동아시아 공동체 차원에서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서 운용하면 그 규모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세계 경제 침체로 미국과 유럽으로의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금을 동아시아 내에 투자하여 역내 수출과 소비를 늘림으로써 경기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세계화 시대, 금융위기나 재정위기와 같은 위기는 세계화의 속도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를 제어하는 수단과 주체, 이로 인한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이들은 여전히 개별 국가 차원에서 머물고 있다. 국경을 넘는 협조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지만, 결국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은 각 국의 연대와 협력에 기반한 세계화일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의 협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2012년 1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수연

 

 

[본  문]

◆ 여는 글 -------------------------------------------- 4

◆ 그리스 사태, ECB가 강제적 채무조정 나서야 ---------------- 5
    유럽중앙은행 바로 잡기 / 조셉 스티글리츠

◆ 그리스, 세계 시장과 국민 정치의 갈등 --------------------- 8
    유럽 위기로 보는 세계화의 미래 / 케말 데르비스

◆ 그리스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12
    누가 그리스를 잃어버렸는가? / 장 피사니 페리

◆ 6월 안에 다가올 그리스 유로 탈퇴, 어떻게 막을까 ----------- 15
    묵시록은 확실히 온다 / 폴 크루그만

◆ 유럽, 녹색 성장으로 탈출하라 --------------------------  20
    녹색 탈출을 준비하라 / 로랑스 투비아나

◆ 유럽이 미국처럼 합중국이 될 수 없는 이유 ----------------  24  
    유럽, 연방이 될 것인가, 붕괴할 것인가? / 장 피사니 페리

◆ 세계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주권의 트릴레마 ---------------- 28
    주권에 관한 진실 / 대니 로드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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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0김병권

 

“유로존 탈퇴 공포가 긴축정책에 대한 분노를 이겼다.”

지난 17일 그리스 총선 결과를 본 ‘월스트리트 저널’의 평가다. 투표에 참여하는 그리스 시민들의 마음의 일단을 표현하고 있다. 2008년 이후 5년째 이어진 경기후퇴와 2010년 이후 3년째 계속되는 강도 높은 긴축의 악순환으로 더 버티기 어려워진 그리스 시민들의 분노가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선택으로 이어질 것인지 세계가 초조하게 지켜봐야 했다. 아마 그리스 선거 역사상 세계의 관심을 이렇게 끌었던 경우는 없었으리라.

동시에 그리스 시민들의 분노의 폭발을 두려워한 금융시장과 독일 등 유로 핵심 국가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리스인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좌파연합인 시리자(Syriza)를 선택하면 그리스가 마치 즉시 끝장날 것처럼 언론매체들을 동원해 선전했다. 심지어 투표 전날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판은 ‘그리스 국민들에게’라는 사설을 싣고 선거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협박해 물의를 일으켰을 정도였다. 좌파연합 시리자는 긴축 재협상을 원했던 것이지, 한 번도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의 집권은 곧 유로존 탈퇴라고 분위기를 몰고 갔다.

어쨌든 금융시장과 유로 중심국들의 협박이 먹혔던지 이변은 없었다. 그리스 유권자들은 60% 미만의 전례 없이 낮은 투표율을 보이며 적지 않게 투표 자체를 포기했다.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좌파연합 시리자보다 약 3% 정도 더 많은 표를 긴축지지 정당인 신민당에게 줬다. 그러자 온갖 언론들이 "금융시장은 안도했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리스 시민들의 심정이 어떠했는지를 취재한 언론은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세계는 여전히 시민이 아니라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유럽 채권시장의 운명이 유럽의 작은 나라 그리스 운명보다 중요했다.

그러나 진정 이번 선거 결과가 그리스 시민들에게 안도할 일인가. 나아가 금융시장과 유로존에게도 안도할 일인가. 선거 전까지 파국을 향해 치닫던 유럽위기가 선거 후에 무엇이 변했는가. 결국 그리스인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안도할 일은 없는 것이 아닌가. 위기의 시계는 계속 작동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버드대학의 케네디스쿨 교수인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은 총선 전인 12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기고한 '우리가 알던 세계의 종언(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좌파연합 시리자가 승리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17일 선거에서 시리자가 승리한 후 그리스의 새 정부는 IMF·EU와 맺은 구제금융과 긴축협약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한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기존 협약을 준수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금융의 붕괴가 임박한 것을 우려해 그리스에서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진다. 이번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도움을 거절하고 그리스은행의 현금은 고갈된다. 그리스 정부는 자본유출입 통제에 들어가고 마침내 국내 유동성 공급을 위해 드라크마(drachma) 통화를 부활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자 모든 시선이 스페인에 쏠린다. 독일을 비롯한 유로국가들은 처음에는 스페인의 뱅크런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인다. 스페인 정부도 추가적 재정 삭감과 구조개혁을 발표한다. 유로안정기구(ESM)의 자금지원에 힘입어 스페인은 수개월 동안 파산을 면한다. 그러나 스페인 경제는 계속 악화되고 실업률은 30%를 향해 올라간다.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 총리의 긴축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대들로 인해 총리는 재총선을 소집한다. 그의 정부는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극도의 정치적 혼란 상황에서 총리는 사임한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납세자들이 이미 충분히 도와줬다면서 더 이상의 스페인에 대한 지원을 거절한다. 스페인 상황은 빠르게 뱅크런·금융 붕괴, 그리고 유로 탈퇴로 이어진다.

독일·핀란드·오스트리아·네덜란드 등으로 이뤄진 미니 유로 정상회의가 급히 소집되고 공동통화로서 유로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다른 회원국에 대한 금융압력을 증대시킬 뿐이다. 유로존의 부분적인 와해가 현실화하면서 금융 용심 융해(Meltdown)는 유럽을 넘어 미국과 아시아로 확산된다.

그런데 이상의 시나리오가 과연 17일 총선에서 좌파연합 정당이 승리해야만 작동할 것인가. 오히려 현재의 총선 결과가 이 시나리오의 작동을 부채질할 개연성도 있지 않을까. 그리스 총선 직후 스페인 국채금리가 7%를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이 가능성을 말해 주는 것은 아닐까.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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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5 / 21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가 여전히 세계 경제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반대한다.” 며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추진해온 유럽식 긴축재정과 함께 미국식 경기부양책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는데 만장일치했다. 과연 경기부양책을 어떻게 펼칠지 두고 봐야겠지만, 긴축정책에을 고집해오던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사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무리한 긴축정책을 강요한 결과이다. 유럽은 구제금융을 해주는 대신 그리스 국민의 희생을 요구하는 긴축정책을 조건으로 걸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민들의 임금은 대폭 깍였고,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경기는 침체되고 있다. 긴축정책을 계속 할 경우 부채의 규모는 줄어들지 몰라도 경기침체에서 빠져나갈 출구를 찾기 힘들다. 그리고 경기가 계속 침체되는 한 부채의 축소도 불가능하다.

앞서 살펴보았던 경제학자 루비니(Nouriel Roubini)와 크루그먼(Paul Krugman)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었지만, 긴축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아래 소개하는 경제학자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의 견해 역시 긴축정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다.

스티글리츠는 지금 유럽 경제의 핵심 문제는 재정건전성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경기가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신뢰를 되찾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이 고집스럽게 긴축정책을 주장한 결과 경제는 더 불안정해졌으며, 가난한 이들과 젊은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비판한다. 심지어 이러한 정치 지도자들의 오판은 범죄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스티글리츠는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투자와 수요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며, 하루라도 빨리 유럽이 이 대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긴축정책 이후

(After Austerity)

 

2012년 5월 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올해 IMF 연례회의는 유럽과 국제 사회의 경제정책이 방향 없이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각 국 재무장관에서 민간 금융기관의 책임자까지 금융계의 지도자들은 위기 국가들이 적자를 줄이고, 국가 부채를 연착륙시키고, 구조적 개혁을 단행하며,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는 등 지금까지 나온 주문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지금은 신뢰의 회복이 필요하다.

중앙은행, 재무장관, 민간은행의 책임자 등 경제의 키를 잡고 있는 이들은 세계 금융 시스템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혼란을 지속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엉뚱하게 제시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침체에 빠진 상황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는가? 긴축정책이 총수요를 더욱 축소시키고, 생산력과 고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경제가 다시 성장할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시장 그 자체는 안정적이지 못하다. 시장은 불안정한 자산 거품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수요가 줄어들 때 이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실업과 공포를 확산시키고 임금과 소득 그리고 소비를 줄어들게 만든다. 가구형성률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젊은이들 중 독립하였다가 다시 부모에게로 돌아가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담보로 잡힌 많은 주택이 압류당하고 있다. 균형 재정을 고수하는 지역에서는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재정 지출을 줄이고 있는데, 이는 자동적으로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유럽이 부주의하게 잘못 채택한 방법이다.

긴축이 아닌 대안은 존재한다. 독일과 같은 국가는 재정정책을 펼칠 여유가 있었다.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재정지출을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성장을 가져온다. 또한 유럽의 나머지 국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세금을 늘리고, 그만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소비를 늘리는 것은 오랫동안 사용된 방법이다.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잘 설계된다면(상위층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교육에 지출하는 등의 방법을 잘 혼합하면), GDP와 고용의 증가는 상당할 것이다.

사실 유럽 전체는 재정 상태가 나쁘지 않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은 미국에 비해 낫다. 만약 미국의 각 주가 자체 재정에만 의존한 채로 운영된다면 미국 역시 재정 위기에 빠질 것이다. 각 주에서 자체적으로 실업급여를 준다고 가정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하다. 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을 지원해준다면 유럽 전체의 부채 감당 비용은 줄어들 것이고, 성장과 고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생길 것이다.

이미 유럽 내의 금융기관인 유럽투자은행(EIB)은 현금이 부족한 국가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EIB는 대출을 더욱 확대해야 하는데, 특히 중소기업에게 지원되는 자금을 늘려야 한다. 중소기업은 모든 경제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 원천이지만, 은행이 대출을 축소할 경우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긴축을 주장했던 유럽의 판단은 오진이었다. 그리스는 재정에 비해 지출이 과도했다. 하지만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위기 전까지 재정적자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낮았다. 재정건전성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재정건정성과 긴축정책은 역효과를 낳는다. 유럽의 문제가 일시적이든 근본적이든 상관없이 긴축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뿐이다. 유로존은 최적 통화 지역(OCA, Optimal Currency Area)에서 멀어지고 있다. 자유 무역과 자유로운 이민이 가능한 지역에서 조세경쟁(각종 세제혜택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 - 역주)은 성장할 수 있는 국가를 갉아먹는 요인이다.

유럽이 긴축을 향해 질주한 결과는 장기적이고 엄청난 고통으로 돌아올 것이다. 유럽연합이 살아남는다 해도 높은 실업과 거대한 침체를 대가로 치룰 것이다. 특히 위기 국가들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위기는 유럽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는 불에 기름을 뿌린 격으로, 어떤 방화벽으로도 막기 힘들 것이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제 중 하나인데, 이렇게 큰 규모의 경제가 긴축정책 후 회복된 사례는 아직 없다.

결과적으로 사회의 많은 자산, 인적 자본은 낭비되고 파괴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오랫동안 빼앗긴 젊은이들은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청년실업률은 급격히 높아져서, 어떤 국가에서는 50%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임금을 매우 낮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젊은 시절은 기술을 배우고 능력을 쌓는 시기이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퇴화되고 있다.

게다가 많은 국가들이 지진, 홍수, 태풍, 허리케인,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취약해지고 있다. 여기에 사람이 만든 재앙까지 더해지는 것은 더욱 더 비극이다. 유럽이 그렇게 되고 있다. 과거 경험을 무시하는 유럽의 지도자들의 고집은 범죄와 다를 바 없다.

유럽의 고통, 특히 가난한 이들과 젊은이들의 고통은 불필요한 과정이다. 다행히도 대안은 존재한다. 대안을 미루면 더 비싼 대가를 치룰 것이다. 지금 유럽은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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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01 / 19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세계 석학들의 기고 전문사이트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린 “긴축이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까?(Does Austerity Promote Economic Growth?)” 라는 제목의 글을 요약 소개한다. 로버트 쉴러(Robert J. Shiller)는 예일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이며, 조지 애커로프(George Akerlof)와 함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을 썼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하여 정부의 재정위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재정을 펴야 한다는 주장과 경기침체기의 긴축재정은 소비와 투자를 줄여서 오히려 독이 될 뿐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아래 글은 이러한 논쟁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몇몇 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그 시작은 '꿀벌의 우화'이다. 이 이야기는 사치와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찼지만 일자리가 넘쳐나고 풍요로웠던 가상의 꿀벌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간의 행동을 반성한 꿀벌들이 절약하고 검소하며 도덕적인 생활을 하게 되자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어 결국 망했다는 내용이다. 유효수요의 창출이 중요하다는 케인즈의 주장과도 유사하다.

최근에는 IMF의 구하르도(Guajardo) 등의 학자들이 지난 30년 간 17개 국가를 관찰한 결과 정부의 긴축정책이 소비를 줄이고 경제를 침체시켰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긴축정쟁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주장도 소개된다. 하버드대학교의 알레시나(Alesina) 교수는 정부 적자가 감축된 후에 경제가 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라메이(Ramey) 교수 역시 긴축정책이 경기침체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잘못된 인과관계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긴축정책과 경기침체가 시기적으로 상관성이 있어 보이는 이유는 경기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사용하기 때문이지 긴축정책을 해서 경기침체가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일까? 긴축정책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을까? 쉴러 교수는 과학처럼 실험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완벽한 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의 긴축정책이 가져온 결과는 실망스러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긴축이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까?(Does Austerity Promote Economic Growth?)

2012년 1월 18일
로버트 쉴러(Robert J. Shiller)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네덜란드 출생의 영국 철학자이자 풍자 작가인 버나드 맨더빌(Bernard Mandeville)은 ‘꿀벌의 우화(Fable of the Bees)’ 라고도 불리는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Private Vices, Publick Benefits)’이라는 책에서, 번영하던 꿀벌 사회가 갑자기 모든 과잉 지출과 과잉 소비를 멈추고 절약의 미덕을 실천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있다.

땅값과 집값이 떨어지고

눈부신 저택들은 그 담을
테베에서처럼 놀면서 쌓은 것인데
이제는 셋집으로 내놓게 생겼다.
...
집 짓는 일거리가 다 사라지고
기술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
남아있는 놈들은 검소해져서
어떻게 쓰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와 씨름한다.

이런 상황은 금융위기 이후 긴축정책을 도입한 많은 선진국들의 상황과 매우 비슷해보인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정부의 긴축정책과 개인의 소비 감소는 세계 경제의 침체를 심화시키는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긴축정책에 관해서 맨더빌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그의 글 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하버드대학교의 경제학자 알베르토 알레시나(lberto Alesina)는 정부의 적자 감축 노력(지출 축소와 세금 인상)이 항상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정리했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고 말했다. 정부의 적자가 급격히 감소한 후에 경제가 크게 성장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으며, 아마도 긴축정책은 경기 회복의 도화선이 되어 경제의 확실성을 높여주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맨더빌이 제기했던 주장이 실제로 통계적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정부 적자 감축으로 인한 결과는 절대로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긴축정책이 경제 성장을 회복시킬 수 있는지 물어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인과관계가 뒤바뀌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의 경제 전망에서 경기가 과열되고 물가가 상승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세금 인상과 정부 지출 축소는 과열된 수요를 식히는 방안이 된다. 만약 정부가 부분적으로 경기 과열 현상을 막을 수 있다면, 긴축정책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적자는 긴축정책이 아니라 경제 성장에 대한 주식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자본소득세 수입이 늘어나서 해결될 수도 있다. 정부 적자를 바라보는 방식이나 긴축정책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야 봐야 한다. 

최근 IMF의 자이메 구하르도(Jaime Guajardo), 다니엘 리(Daniel Leigh), 안드레아 페스카토리(Andrea Pescatori)는 지난 30년 간 17개 정부의 긴축정책을 연구했다. 그들의 접근법은 이전의 연구자들과 다른데, 공공부채에 주목하기보다는 정부의 의도나 관료들의 실제 발언에 주목했다. 그들은 예산 결정 연설문을 읽어보고, 경기 안정화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심지어 정부 당국자의 뉴스 인터뷰도 보았다. 그들은 정부가 세금 인상과 지출 감축을 시도한 경우만을 긴축정책으로 보았다. 왜냐하면 경기과열과 같이 단기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거시건전성 정책을 긴축정책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긴축정책이 소비를 줄이고 경제를 약화시킨다는 확실한 경향을 찾아냈다. 이 결과가 맞다면 오늘날의 정치가들에게는 확실한 경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발레리 라메이(Valerie Ramey)는 이를 비판한다. 라메이의 주장에 의하면 구하르도 등의 주장은 인과관계가 뒤바뀐 것일 수 있다. 즉, 경제가 이미 부채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채를 줄이기 위해 긴축정책을 썼다는 것이다.

경제 상황이 안 좋을 때, 정부가 긴축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라메이의 비판에 대해 구하르도 등은 긴축정책을 시행할 당시에 시장이 인식하고 있는 정부 부채의 심각성을 고려하려고 시도했고, 역시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라메이가 옳을 수도 있다. 정부의 지출 감축이나 세금 인상은 경제 상황이 악화된 후에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긴축정책을 판단하는 문제에 있어서 경제학자들은 완벽히 통제된 실험을 할 수 없다. 우울증 환자의 항우울제 복용에 관한 실험의 경우 비교대상이 되는 통제그룹과 실험그룹으로 나누어 여러차례 실험을 반복한다. 하지만 국가부채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하나도 없지는 않다. 사람들이 긴축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있는 이론은 존재하지 않으니 역사적 경험을 살펴보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구하르도 등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정부가 긴축정책을 선택하는 경우는 대체로 이미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제학자들이 완벽하게 해명할 수 있는 답을 얻으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정치가들은 이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우리가 내릴 수 있는 판단은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의 긴축정책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 글 앞부분에 삽입된 시 '투덜대는 꿀벌'의 번역은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꿀벌의 우화'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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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