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새로운 금융의 시대를 알리는 것이다.(US downgrade heralds a new financial era)"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추고 향후 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한 직후인 지난 8월 6일, 세계적인 채권회사 PIMCO 최고 경영자 모하메드 엘 에리언이 파이낸셜 타임즈에 기고한 글의 제목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일까.

미국 재무성 채권(국채)과 ‘무위험(risk free)’은 거의 같은 말일 정도로 세계 금융시스템은 미국 신용등급이 AAA라는 최고 등급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아래 움직여왔다.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은 다른 모든 금융자산 평가의 기준이 된다. 각 국가나 주요 금융회사들이 자산을 관리할 때 기준이 되는 것도 미국 국채다. 기본적으로 최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을 정해 놓고 그 다음으로 다른 국공채나 위험자산인 주식을 배분하면서 자산관리를 하게 되는 것이 상식이다. 미국 국채가 근간이 된다는 뜻이다.

또한 국채의 등급은 곧 미국 국채거래의 통화이자 기축 통화인 달러의 가치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주요 국가들은 외환보유고를 달러 자산으로 비축해 두고 있는데 , 그 자산이 바로 달러 표시 채권, 그 가운데 미국 재무성 채권인 것이다. 때문에 미국 국채 신용 등급이 흔들린다는 것은 곧 그렇지 않아도 약세에 빠진 달러 가치가 다시 한 번 근저에서 흔들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연 이은 주요 공기업들의 강등은 곧 미국 국공채에 대한 신용 등급의 강등을 뜻하고, 이는 다시 미국 국공채가 이론적으로는 가장 안전한 자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국공채를 중심으로 하는 달러 자산이 역시 최고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S&P의 결정이 달러 가치와 달러 위상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는 많은 분석들은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물론 세계 경제위기가 오면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신용 등급 강등과 상관없이 미국 채권으로 돈이 몰렸다. ‘아직 대안이 없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이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도 마찬가지다. 흔들릴 것이라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대안이 없기 때문에 먼 미래에나 가능’하다는 진단이 대부분이다.

정말 그러할까. 이미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달러의 위상은 심각한 타격을 받은 바 있다. 물밑에서만 논의 되던 기축통화체제 개편 논의가 주요 국가 정상들의 입에서 서슴없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2009년 3월 인민은행장이 직접 달러 대신 IMF 특별인출권(SDR)을 사용하자는 주장을 해서 세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에서 올해 10월 개최될 G20정상회의에서 기축통화체제 개편 문제를 논의하자고 일찌감치 제안해 둔 상태다.

이뿐이 아니다. 국지적이긴 하지만 중국은 BRICs와 아시아 주변국가들을 상대로 무역결제 분야에 한정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 결제 규모를 빠른 속도로 늘려오고 있다. 금융위기가 터지자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과 위안화로 통화스왑을 체결하기도 했다. 물론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적어도 세 가지 조건, 무역결제 통화일 것, 각 국가의 외환 준비자산으로 기능할 것, 그리고 국제 금융상품거래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요건을 만족시키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시장이 말하는 자본시장 자유화 정도가 낮다. 그러나 이 역시 홍콩과 싱가폴을 일종의 금융특구로 삼아 자본시장 거래를 허용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세기 중반에 기축 통화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오랜 과정이 있었듯이 지금 역시 경제패권 교체의 과정에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우리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언제까지 태평양 너머 미국의 지위가 확고할 것이라는 가정을 할 것인가. 에리언 말대로 새로운 금융의 시대가 계속 한 발씩 다가오고 있다.

이 글은 '진보정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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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 / 08 / 17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흔들리는 세계경제와 중국의 정중동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차]
1. 세계가 중국을 쳐다보고 있지만,
2. 중국은 달러 국채자산 걱정이 먼저다?
3. 2008년 금융위기에서 중국의 역할 회고
4. 2008년과 2011년 사이에 달라진 중국
5. 중국정책의 시금석, 환율정책이 변하고 있나.
6. 2차 환율전쟁에 대한 대비
7. 외환 보유고 다변화 정책을 현실화 시킬까.
8. 기축통화 재편을 향한 중국의 실행경로
9. 결론: 중국 이해에 부합하는 질서 재편을 향한 전략적 움직임

[요약]
▶ 지금 세계 경제 침체를 되돌려 세울 수 있는 단 하나의 국가가 있다면 그것이 중국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난 1차 금융위기 기간 동안 세계 경기회복을 이끌었던 중국이다. 세계 경제성장의 1/3을 중국이 담당했던 것이다. 절체절명의 만루 상황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볼 수 있다. 8월 세계적인 주가폭락 사태 이후 다시 침체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위기의 세계경제 상황에서 다시금 강력한 구원투수 중국이 등판하기를 세계가 지켜보고 있었다.

▶ "1949년에는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고, 1979년에는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지만, 2009년에는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2009년 세계 경제위기에서 했던 중국의 역할은 작지 않다.

▶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선진 G7국가들에게는 경제적 지위의 심각한 추락을 의미했지만, 신흥 대국들인 BRICs국가들의 지위가 격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 중국의 부상은 단연 돋보인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의미의 G2는 이제 보통명사가 되었고 중국은 2009년부터 매년 미국과 중미경제전략 대화를 가동하면서 그를 입증하고 있다.

▶ 지난 경제위기 3년 동안 중국은 경제규모와 외환 보유고 등에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급격히 높아졌고 그 만큼 발언권도 강화되었다. 그러나 도시와 농촌 사이의 소득 격차나 취약한 사회 안전망 등은 논의로 하더라도, 물가상승과 부동산 거품 위험, 지방정부의 부채위험, 민간소비를 축으로 한 내수 기반의 취약성 등이 신규로 발생했거나 악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 향후 미국의 양적 완화와 이어지는 환율전쟁에 대비해서 현재 수출 여건이 다소 악화되더라도 명분 쌓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올해 2분기 들어서면서 무역흑자 규모가 다시 늘고 있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고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고려도 있었을 것이다. 여하튼 환율 변동에 대해서 최근 중국이 보이는 행보는 뚜렷하게 신중한 자세임에는 틀림없고 다면적으로 영향을 따지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 현재 위안화 절상을 마주한 중국 당국의 정책은 이후 환율전쟁 전개까지를 고려한 복잡한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 과연 한 해에 5~6% 정도 점진적으로 환율을 절상하는 중국 당국의 기본 기조를 지키면서 어떻게 미국에 맞서는 환율 국제 공조를 만들어나갈 것인지가 여전히 관건일 것이다. 중국 당국은 당장의 환율 미세 조정 보다는 환율전쟁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적 고려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 환율전쟁에 대한 선제적 대책과 함께 현재 중국의 중요 해결 과제는 미국 국채를 포함한 달러자산이 2/3 이상으로 구성된 3조 1천억 달러의 외환보유고 자산 운용이다. 미국 국채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되었기 때문에 이제까지 말로만 주장했던 “외환 보유액 다변화 정책” 역시 현실화시킬지가 주목된다.

▶ 현재 중국이 위안화의 국제화 경로로서 선택한 방식은 1) 위안화의 무역결제통화 확대를 중심으로 국제화를 점진적으로 계속 밀고 나가되, 2) 기본적인 자본 통제 기조도 유지하고, 3)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위안화 유통을 위해 (법적으로는 자국 역내이지만) 금융적으로 역외라고 할 수 있는 홍콩 금융시장에서의 위안화의 국제적 거래를 허용하는 이른바 '금융시장 특구' 정책을 실험적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중국은 1) 연간 5%전후의 점진적 환율 절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예상되는 2차 환율전쟁 국면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2)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좀 더 공개적으로 실행에 옮기면서 구조적인 미국 채권 손실의 딜레마에서 서서히 빠져나가며, 3) 자본 통제의 틀 안에서 위안화 국제화 속도를 좀 더 빠르게 움직여 기축통화체제 대체의 시간표를 앞당기고, 4) 기왕에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내수기반 확대에 더욱 보강할 시간을 확보하여 향후 수출 감소 충격을 흡수할 준비를 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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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9.04.22 09:32
중국의 파워와 ‘특별인출권' 확대 제안(1)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1. 중국의 파워 : G2와 베이징 컨센서스

자본주의 심장부, 월가에서 발생한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는 G7로 대변되는 선진국 중심의 국제질서마저 재편하고 있다. 이의 상징이 바로 G2(미국과 중국)라는 신조어다. 냉전 시대의 한 축이었던 소련에 비견될 정도로 중국의 파워가 부상하고 있다. 소련을 비롯한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 ‘신경제’로 상징되는 미국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구축된 90년대 미국의 슈퍼파워에 견주어 볼 때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슈퍼국가로서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국가를 침공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은행을 필두로 이른바 ‘충격요법’을 동구 사회주의권 개혁에 사용하였다. 또한 IMF를 통해 90년대 초반 구축된 신자유주의 발전 전략, ‘워싱턴 컨센서스’를 개발도상국에 강요하였다. 미국식 발전전략은 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남미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좌파정권의 집권 등으로 사실상 파산한 상태다. 물론 그 결정타는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다.

최근 중국경제의 급성장을 배경으로 지난 2004년 만들어진 ‘베이징 컨센서스’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주지하듯이 워싱턴 컨센서스는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기초와 ‘충격요법’이라는 구체적 방법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에 비해, 2004년 타임지 국제관계 논설위원이었던 Ramo가 만들어 낸 ‘베이징 컨센서스’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이나 합의가 없다. 다만 중국식 발전전략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리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첫째, 동구권에서 실패한 ‘충격요법’에 반대하는 개념으로서 점진적, 단계적 발전전략을 강조한다.
둘째, 발전의 유일한 측정 지표이던 GDP에 반하는 개념으로 경제체제의 지속가능성, 부의 공평한 배분 등을 중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 결정의 자결주의(self-determination)로서, 금융을 포함한 경제주권 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전략의 내정불간섭을 포함한다.
세계무대에서 중국의 파워가 부상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두말할 것 없이 부시정권 8년 동안의 ‘빵점’짜리 대외전략에 있다. 한국의 뉴라이트를 제외하면 부시정권이 잘했다고 용기 있게 평가할 곳은 없을 것이다.

또한 워싱턴 컨센서스를 채택한 국가들에서 예외 없이 경제 성적표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뒷마당 남미에서 우파정권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 것도 그러한 연유다. 이렇게 미국의 힘이 약화된 틈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의 원천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한 중국의 경제적, 사회적 지표들이다. 아래의 표는 중국과 미국의 국력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을 비교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일본 다음으로 세계 3위의 GDP, 그리고 세계 1위의 외환준비금과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대략 2025~30년쯤에는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중국 파워의 배경 : 막대한 외환준비금

2009년 3월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9537조 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 외환보유고 총액이 6.7조 달러에 달하는데, 중국이 약 2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1999년 말 1,546억 달러에서 10년 사이에 무려 12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막대한 외환준비금을 바탕으로 중국은 미국의 국채를 대량 구매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외부채 6.3조 달러 중 약 50퍼센트를 해외에서 구매하고 있는데, 중국은 이 중 23.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도만 해도 미 국채의 30퍼센트 이상을 일본이 구매했으며, 중국은 600억 달러로 전체의 6퍼센트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2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준비금을 바탕으로 2월 기준 7,442억 달러로 전체의 23.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경제 부상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통화스왑을 통한 위안화 영향력의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6개 나라와 6,500억 위안(975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미주개발은행 제50차 연차 총회에 참석하여 아르헨티나와 통화스왑을 체결하였고 앞으로도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과 통화스왑 체결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통화스왑 확대는 지난해 미국이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 멕시코 등 개발도상국으로 통화스왑을 확대한 것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개최된 G20회의에서도 후진타오 주석은 지역 금융협조와 유동성 공급을 강조하였고, 달러가 필요한 국가들이 앞 다투어 통화스왑 체결을 요구한 것도 한 몫을 담당하였다.

이러한 국제정치 질서의 재편과 더불어 금융시장에서도 중국경제의 부상은 놀라울 정도다. 아래 그림은 Financial Times가 발표한 것으로, 시가총액 기준 1999년과 2009년 세계 20대 금융기관의 순위를 비교한 것이다.

1999년만 해도, 세계 20대 금융기관에 미국은 시티그룹을 포함하여 11개 금융기관을 포진시켰다. 그 다음으로 영국이 HSBC를 포함하여 4개의 금융기관을 자랑하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영국의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국유화되고 주가는 폭락하였다. 이에 비해 중국의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 등의 성장은 눈부시다. 모두 시가총액 1000억 달러가 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시가총액 1~3위를 달리고 있는 위의 세 은행들은 모두, 1979년부터 인민은행의 ‘상업성 업무’를 분할하여 설립된 국유-전문은행들이다. 외환 업무를 전담하던 중국은행, 기업의 투자 대출을 전담하던 건설은행, 도시 예-대출 업무, 기업의 유동자금과 설비투자자금 대출을 전문으로 하던 공상은행이 이처럼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미 국채를 포함한 달러 표시 외환자산이 확대됨에 따라 중국은 심심치 않게 달러 가치 하락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의미를 넘는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고위관료의 달러에 대한 발언이나 경기부양 메시지 등은 세계금융시장을 흔들 정도다. 왜냐하면 미국의 중국의존도 증가는 중국이 급격하게 달러표시 자산을 매도할 경우 달러 하락과 국채 금리 상승을 초래하여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달러 매도는 ‘외부성’ 효과로 말미암아 외화자산 가치 하락을 염려한 다른 국가의 연쇄적인 매도를 촉발시켜 달러 헤게모니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2월, 베이징을 방문한 힐러리 국무장관이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안전 자산’이라 연이어 강조한 것도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만 해도 중국은 미국의 단기 채권을 56억 달러 구매하였지만 장기 채권에 대해서는 9.6억 달러 매도하여 달러 가치에 대한 우려를 여전히 증폭시키고 있다. 급기야 취임 청문회에서 환율 조작국으로 중국을 지목하던 미 재무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 조작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키기 위한 미국의 처절한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위 그림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외환준비금 중 달러와 유로화 비중을 연도별로 표시한 것이다. 통상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안전자산을 선호하여 기축통화인 달러의 비중은 확대된다. 대표적으로 90년대 남미와 아시아에서 연이은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달러의 권위는 더욱 확대되었다. 전 세계 외환준비금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95년 59퍼센트에서 2001년 71.5퍼센트까지 늘어났다. 특히 개발도상국은 97년 74퍼센트까지 확대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99년 유로화가 도입되고, 2001년 이후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의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현재 전 세계 외환준비금에서 달러의 비중은 64퍼센트, 유로화는 26.5퍼센트다. 개발도상국의 외환준비금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59.8퍼센트, 유로화는 31퍼센트로 달러의 권위는 점차 하락하고 있다. 특히 2007년에는 OPEC 총회에서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주도하여, 달러가치 하락에 대비하여 원유 거래에 유로화로 결제할 것을 주장하여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적도 있다.

3. 중국의 SDR(특별인출권) 제안

이러한 힘을 배경으로,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G-20회의가 열리기 전에 특정 국가의 통화와 독립된 국제준비통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여 미국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super-sovereign reserve currency가 오래 전부터 제안되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이미 케인즈가 30개의 상품에 기초한, ‘Bancor’라 부르는 국제통화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였다. 불행히도 그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략) 또한 브레튼우즈 체제의 결점이 처음으로 나타난 1969년에 IMF는 기축통화의 본질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SDR을 만들었다. 그러나 SDR의 기능은 배분과 사용 영역의 제한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 기축통화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제금융기관이 국제통화를 관리하여 국제적 유동성을 창조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국제통화 개혁을 위해서 점진적 개혁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 중국 자신이 미 국채투자에 발을 담그고 있고 현 체제의 급격한 붕괴는 글로벌 유동성 및 신뢰 위기와도 관련되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특정 국가의 통화에 기초한 국제준비통화의 본질적 불안정성은 이미 1960년대 초반 Robert Triffin이 지적하였다. 우선, 세계경제에서 달러 표시 자산을 만드는 여러 방식이 존재하지만, 미국 이외 국가들이 달러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국제수지 적자를 운영할 때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적자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므로 달러를 다른 통화로 대체하려는 유인을 제거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달러가치 변동을 초래하고 있다. 결국 달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국 중앙은행의 달러비축을 위한 미국의 대외적자가 필요하며, 기축통화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미국의 대외흑자 혹은 균형이 필요하다. 이를 통상 ‘달러체제의 딜레마(Triffin Dilemma)’라 부르고 있다.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이러한 딜레마를 해석하면 국내수요 자극에 수반한 국제적 과잉유동성, 역으로 국내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긴축정책의 세계경제 동반침체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이며 후자의 대표적 사례가 80년대 초반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세계경제 동반침체다. 결국 달러체제의 딜레마란, 국제적 유동성 공급과 기축통화국의 대외수지 균형, 그리고 달러가치의 안정의 측면에서 항상적인 긴장관계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은 “초국가적 준비통화는 신용에 기초한 주권통화[달러]의 본질적 위험성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주장처럼 특정 국가의 통화가 국제 무역의 기준이나 다른 통화의 환율 결정에 벤치마킹으로 더 이상 사용되지 않으면, 국제금융기구가 관리하는 준비통화는 경제적 불균형을 조정하는데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선진국과 달리 본질적으로 태환성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항시적인 외환위기에 시달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2편에 계속)

여경훈 khyeo@saesayon.org

*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SDR) : 국제 유동성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IMF 참가국간의 합의에 따라 인위적으로 창출된 대외 지급준비자산을 말한다. SDR의 가치는 당초 미국환 1달러, 순금으로 0.88867g으로 정해졌으나 변동환율제가 정착되면서 74년 이후로는 표준 바스켓 방식에 따라 매일 집계된다. 81년부터는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5개국 통화가치를 기준으로 간소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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