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7 / 12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세계의 시선(30) 고래의 죽음이 살린 바다 밑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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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노키아의 고통이 창조적 파괴가 될 수 있다(Nokia's woes could be a case of creative destruction).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핵심 경제정책 기조로 내세우면서 이스라엘과 핀란드가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전 세계가 대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유독 이 두 나라가 벤처 창업 열기로 뜨겁기 때문이다특히 최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앵그리버드의 로비오(Rovio)와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유명한 수퍼셀(Supercell)의 모국 핀란드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태블릿과 스마트폰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핀란드 헬싱키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수퍼셀 설립자의 호언은 허풍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키아의 몰락으로 핀란드 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던 우려는 이렇게 새로운 벤처 창업 열기로 뒤바뀌었다세계적인 거인 기업 노키아의 몰락에 대한 핀란드의 한 모바일 시장 분석가의 지적은 이렇다. “노키아 직원들은 노키아 안에 안주했고 모험적인 벤처를 회피했습니다그리고 핀란드에서 창업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 편협한 기술만을 창조해왔습니다.”

 

핀란드 정부와 업계 역시 무너져가는 노키아를 되살리는데 국력을 쏟기보다는 다양한 중소기업들의 생태계를 만드는 기회로 삼겠다는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오로지 한개 거대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식의 새로운 노키아는 더 이상 필요 없다대신에 수백 개의 로비오와 수퍼셀이 필요하다."(“We don’t need a new Nokia, to be totally dependent on one company. Instead we need a couple of hundred Rovios or Supercells,”) 핀란드의 한 벤처 사장의 인터뷰다.

 

물론 로비오는 아직 노키아에 견줄 바가 아니다순이익이 50%성장했다지만 겨우 7천만 달러에 불과하여 작년에 노키아가 낸 30억 달러 손실을 보충하기에는 어림도 없다.직원 규모도 아직 500명에 불과하여 최근 몇 년 동안 노키아가 해고한 직원 1만 명을 담기에는 턱없이 적은 규모다그러나 수 십 개수백 개의 로비오가 창업하고 성장하여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흥미 있는 글이 게제 되어 소개한다고래의 죽음이 바다 밑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는 비유를 들면서대기업의 몰락이 다수의 벤처 창업 활성화의 계기가 되었던 사례를 예시해주고 있는 것이다.당연히 노키아의 사례를 가장 먼저 꼽고 있고그 외에도 노키아와 유사한 운명을 겪고 있는 캐나다의 블랙베리그리고 이스라엘과 인도에 이르는 사례를 돌아보고 있다물론 이들 사례의 예시가 대기업의 몰락을 고무하는 것이 절대 아님을 글쓴이는 강조하고 있고대기업이 하기에 따라서는 몰락이 아니라 살아서도 얼마든지 중소기업과 벤처 생태계를 지원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 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생하는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어떻게 해야 다양한 중소벤처들이 활성화되는 창조경제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상상력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적어도 중소기업의 기술탈취행위나납품가 후려치기’, ‘물량 밀어내기같은 관행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지금의 우리와 같은 환경에서는 창업 활성화가 어림도 없다는 사실은 굳이 이 글을 읽지 않아도 확연히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어쨌든 중소기업을 위한 대기업의 자기희생은 고사하고 중소기업을 희생시켜 거대기업의 몸집을 유지하는 행태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앵그리버드를 만든 벤처회사 로비오(Rovio)는 사실노키아가 모바일 업계 세계 선두주자로서 전성기를 누리던 2003노키아가 주최하던 모바일 게임 개발대회에서 우승한 헬싱키 기술대학 학생 3명이 창업한 회사였다당시에 누가 노키아와 로비오의 엇갈린 운명을 짐작이나 했을까아마 기업의 운명은 이렇게 다이나믹한 것인지도 모른다.

   

 

거대 기업이 몰락하면기업가 정신은 살아난다.

(When Big Companies Fall, Entrepreneurship Rises)

   

2013년 3월 18

다니엘 아이센버그(Baniel Isenberg)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고래가 죽으면 30~100톤이나 되는 고래 사체(whale fall- 깊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고래 사체-위키피디아)가 천천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되는데그러면 그 곳에서 반세기 이상 해저 동식물들이 번식할 수 있는 복잡하고 새로운 소우주가 만들어지게 된다고 한다.

 

(죽은 고래가 아니라살아있는 기업 고래(corporate whales)’가 기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다벤처의 성장을 위한 자본 투자자로서혁신적인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으로서소규모의 역동적인 기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도록 도와주는 마케팅 파트너로서의 역할 등등나는 대기업과 모험적인 벤처기업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필요성을 굳게 믿는 사람이다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중소기업을 키워주는 대기업 없이는 번영하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이스라엘인도콜로라도덴마크 등 세계의 다양한 곳에서 기업가 정신이 융성했던 깊고 어두운 비밀 중의 하나는 대기업의 몰락(corporate fall)’에 있었다현존하는 거대 기업들의 소멸과 침몰 이후 그 퇴적물로 기업가정신의 문화가 배양되었다는 것이다이런 사례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지금 핀란드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고양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는데이는 부분적으로는 거인 기업 노키아가 약 1만 명에 달하는 고급인력을 방출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노키아에서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시행하고 있는 브릿지 프로그램(Nokia Bridge Program)’은 해고의 고통을 완화시킴과 동시에 더 유능한 인재들을 의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고려된 전략이다...

 

 

원문 게재 사이트:

http://blogs.hbr.org/cs/2013/03/when_big_companies_fall_entrep.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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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7 / 05 김병권 / 새사연 부원장

새사연은 지난 해 '한국사회 분노의 숫자'라는 타이틀로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획 연재를 진행했습니다. 1년이 지난 현재 우리사회의 불평등은 더욱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최근에는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갑과 을'이라 문구를 통해 보편화 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2013년 7월부터 "분노의 숫자 시즌2"라는 제목으로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새사연 분노의 숫자 시즌2   (2) 불평등의 근원,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 용어 해설

 

기업 소득과 가계 소득

 

국민경제에서 매년 얻어지는 전체 국민소득은 경제 활동 주체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개인소득(자영업 포함), 기업소득, 그리고 정부소득이다. 자영업자를 포함한 개인소득에서는 노동소득의 비중이 가장 크고, 이외에 자영업자의 영업이익, 그리고 이자와 배당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금융회사를 포함한 기업소득은 영업이익, 이자, 배당의 형태로 소득 등을 포함한다.

 

여기서의 국민소득은 명목 국민처분가능소득을 말하고, 가계 소득은 자영업을 포함하는 개인의 처분가능소득을, 기업소득은 금융회사를 포함한 법인의 소득을 말한다. 편의상 개인 가처분 소득을 가계소득으로, 법인 가처분 소득을 기업소득으로 표현한다.

 

 

▶ 문제 현상

 

기업소득 비중은 경제위기 와중에 역사상 최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가 도래하면서 우리 경제도 2~3%의 저성장 속에서 국민들의 어려운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같은 경제 공간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삼성과 현대차 등의 대기업들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인다. 매년 최고의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2012년 매출액은 약 200조 원으로 두 자리 수가 늘었다. 영업이익은 더 놀랍다. 29조 원이라는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전년 대비 거의 두 배가 증가한 수치다. 이정도 어마어마한 규모면 우리 국민들에게 ‘떡고물’이라도 떨어졌을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경제에서 ‘부자 삼성 가난한 국민’의 특징이 점점 더 짙어져 간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나라 전체의 소득 가운데 기업 몫은 계속 늘어나고, 반대로 가계가 월급이나 이자, 배당, 그리고 자영업의 사업소득을 다 합친 몫의 비중은 계속 쪼그라들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국민처분가능소득에서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년 동안 3배를 넘어가면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반대로 가계의 소득 비중은 10% 이상 추락하면서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격차 사회라고 언론에서 난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남성과 여성의 격차 등 수 많은 격차들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격차의 근원에는 기업과 가계가 가져가는 몫의 격차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오히려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위기로 국민들의 삶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히려 기업에게 흘러들어가는 소득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위기는 (대)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국민의 위기였던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이런 현상이 미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3월 3일자 뉴욕 타임스는 “기업 이윤만 올리고 일자리는 늘리지 않는 경기회복(Recovery in U.S. is lifting profits, but not adding Jobs)"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지금 미국 경제가 대단히 부진한 회복을 이어가고 있고 고용 상황은 2012년 9월 이후에야 겨우 8% 밑으로 떨어질 만큼 아직도 높은 실업률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 반면 기업 이익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진단한다. 전체 경제의 부진한 상황과는 달리 기업은 매우 높은 이윤을 회복했으며 특히 (다우 지수에 편입된) 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세에 힘입어 최고의 이윤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13년에 미국에서 국민소득 대비 기업 이윤(corporate profit) 비중은 14.2%까지 올라갔는데 이는 1950년대 이후 최고였다. 반대로 국민 소득 대비 노동자 소득은 61.7%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1966년 이후 최저이다. 특히 기업 소득 성장이 급증하고 가계 소득 성장이 정체한 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이후 두드러진다는 것이 뉴욕 타임스 진단이다. 예를 들어 2008년 말 이후 기업 소득은 실질 기준으로 연간 20.1%씩 증가했지만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1.4%밖에 증가하지 못했던 점을 사례로 들고 있다. 미국의 사례와 한국이 사례는 경제위기가 모두에게 똑 같은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 기업이 실적을 회복하고 이윤이 늘어나서 주가를 올린다고 하여 경제가 성장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 문제 진단과 해법

 

한국은행이 기업소득은 늘고 있는데 가계소득은 늘지 않는 세 가지 이유를 지목하고 있다.  

 

첫째로 임금증가가 기업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1990년대에는 연 평균 임금 증가율은 11.7%였고, 기업의 영업 이익 증가율은 12.8%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양상이 달라진다. 임금 상승률은 7.2%에 불과한데 영업이익률은 10.2%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재벌 대기업은 훨씬 더 올랐을 것이다. 결국 기업이 이윤을 내고 성과를 올려서 거둔 몫을 노동자에게 비례해서 나누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자 삼성, 가난한 가계의 숨은 비밀은 이처럼 단순한 곳에 있었다.

 

두 번째는 전체 취업자의 28.2%나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수익 역시 임금과 유사하게 1990년대까지는 괜찮았지만 2000년대 오면서 현저히 줄어든다. 1990년대에 자영업자 연 평균 영업이익은 10.2% 증가하여 기업 영업이익과 비슷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자영업자 영업이익이 고작 1.5%밖에 늘지 않았고 기업은 10.2%가 늘었으니 당연히 기업에 비해 자영업 가계의 소득 격차가 커졌을 수밖에 없었다. 임금 노동자보다 더 못한 영세 자영업의 확산은 여기서도 확인된다.

 

세 번째는 바로 가계부채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의 저축률이 10%가 넘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 덕분에 부채에 대한 이자상환보다 저축에 대한 이자수입이 많아서 순 이자소득이 14%씩 늘어났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상황이 정 반대로 바뀐다. 순 이자 소득이 마이너스 13.3%로 역전되었던 것이다. 2011년 기준 1천조 원의 가계부채 때문에 상환해야 할 이자가 연간 44.5조 원 규모로 불어났으니 당연한 일이다. 반면 기업은 2000년대 들어와 부채 비율이 크게 축소되어 금융비용도 줄어들었다. 들어오는 수입은 충분히 오르지 않고 나가야 할 지출만 늘어난 곳은 가계뿐이었다.

 

이런 분석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은 오직 하나 뿐이다. “소득 확대 → 소비증가 → 고용창출 → 인적자본 축적 → 성장지속 → 소득확대”의 선순환을 이루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체제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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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출범 앞둔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 하라. 

며칠 후면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지난해 경제가 2.0% 저성장 늪에 빠진데 이어 올해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집권 첫해를 시작하는 박근혜 정부에 거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같은 정당이면서도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강조해왔고 경제 정책도 경제 민주화를 모토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경제정책 면에서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특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분명하게 평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박근혜 정부가 바로잡고, 주력해야 할 경제정책의 시작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산업연구원에서 최근 발표한 논문 “한국경제의 가계 기업간 소득성장 불균형 문제”(2012)는 이명박 정부 정책의 단면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지독히 ‘친 기업적 결과’를 초래한 ‘친 기업적 정책’ 

논문은 외환위기 이후, 특히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기업의 가처분 소득이 이례적으로 비약적인 증가를 했지만, 가계의 소득은 경제성장률을 훨씬 밑도는 성장밖에 하지 못한 점이 이명박 정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은 대침체의 경제위기 시기여서 통상 기업 소득이 크게 떨어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오히려 기업소득이 훨씬 크게 증가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00~10년 사이 가계소득 대비 기업소득 비율이 OECD국가 가운데에서 헝가리를 제외하고 가장 클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논문은 “기업 부문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임금 등으로 가계에 충분히 환류하지 못한데다 자영부문이 침체하고 여기에 조세나 준조세를 통한 2차 분배도 가계보다는 기업에 유리하게 작동한데 따른 결과”라고 요약했다. ▶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기업의 임금비용 절감과 노동자의 임금 몫 감소, ▶ 감세효과의 대기업 편중적 수혜, 그리고 ▶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생계형 자영업의 경쟁격화와 유통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으로 인한 시장 잠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친 기업적인 성장전략’이 낙수효과를 통한 성장 과실의 공유가 아니라 반대로 철저한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친 기업 정책의 결과가 기업소득의 극적인 증가와 가계소득의 정체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지극히 친 기업적 결과를 낳았다고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게 ‘친 노동 정책’을 요구하면 무리일까?  

“친기업적 정책 중심의 기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가계. 노동. 자영 부문에 대한 배려를 늘리는 정책 전환이 요청”된다고 논문은 제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노동권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유연 노동시장에 규제를 시작하여 추락하는 노동소득 분배율을 반전시켜야 한다. 기업소득 성장이 아니라 가계소득 성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친 기업 정책이 아니라 친 노동정책에 의해 뒷받침 될 것이다.  

또한 대기업으로부터 중소상인의 상권을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통해 조세를 통한 기업과 가계의 격차를 완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양극화와 격차의 진원지가 기업과 가계 사이의 격차라는 사실은 법인세 증세가 왜 우리나라에서 특히 필요한 것인지를 간명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보수적인 박근혜 정부에게 이명박 정권의 ‘친 기업 정책’을 버리고 ‘친 노동 정책’으로 접근하라는 요구를 하면 무리인가? 문제는 보수정권이라 하더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질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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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7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디플레이션의 늪을 헤매고 있는 일본경제의 물가가 2% 올라갈 때까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아베 신조가 가세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세계 자본주의 선진국 진영이 모두 강도 높은 통화 완화정책에 경제회생의 명줄을 걸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9월 세 번째 양적완화를 시작했으며 최근 그 강도를 높인 바 있다. 양적완화에 미온적이던 유럽중앙은행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무제한 양적완화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양적완화는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2008년부터 미국의 선도로 시작됐다. 선진국들은 급전직하 추락하는 경제를 방어하기 위해 한쪽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다른 쪽에서는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했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의 재정적자 폭이 커지고 재정지출 여력에 한계를 보이게 되자, 점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의존도가 커지게 됐고 그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선진국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에 몰입하게 된 것은 세계경제가 비상적인 조치들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현실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정상적인 시장기능을 전혀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양적완화는 과연 기대한 경기회복 효과를 만들어 내기는 하는 것일까. 최근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 내부에서조차 그 효과를 의문시하는 견해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의 3차 양적완화가 회의적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증권시장이 바닥이었던 1·2차 양적완화 시기와 달리 지금은 주식시장이 상당히 올라와 있기 때문에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통화정책이 실물로 전달되는 채널들인 채권시장·신용시장·통화시장, 그리고 주식시장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양적완화는 재정지출 정책과 함께 사용돼야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데 지금은 재정긴축을 하면서 양적완화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양적완화 정책이 실물경제에 자금공급을 확대시켜 투자 활성화와 고용증대를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해 자국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가운데 정작 신흥국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충격을 받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특히 미국의 달러공급 팽창은 달러 가치의 하락과 신흥국 통화가치의 팽창을 초래해 수출경쟁력에 영향을 주게 된다. 달러가치 하락은 석유와 원자재 등 국제상품의 가격상승을 동반한다. 양적완화가 부자들에게는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주지만, 상품가격 상승 부담으로 인해 빈곤층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결국 소득격차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결정적으로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이 자국 실물경제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국으로 대거 유입되고, 그 결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자산가격 거품을 촉진시키게 된다.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통화절상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와 함께 외국자본 유입으로 인한 자본시장 변동성 증대, 추가적인 통화가치 절상압력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자본시장 자유화를 옹호해 왔던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양적완화 정책이 의도하는 것은 각국의 수요촉진을 통한 국내수요 견인보다는 환율상승을 통한 국제시장에서의 상대적인 경쟁력 확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양적완화정책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2013.1)

어찌할 것인가.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두 가지 정책적 고려를 해야 한다. 첫째는 자본 유출입 통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자본시장 개방의 전도사 역할을 한 국제통화기금(IMF)도 자본통제와 관련해 “분명한 대상에 대해, 투명하면서도, 일반적으로 일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완전한 자본 이동 자유화가 항상 모든 국가에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며 자본통제를 인정했다.

국내에서도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토빈세가 지향하는 단기 해외투기자본 규제 취지를 살려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외환거래과세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새 정부가 발전시켜야 할 문제의식이다.

둘째는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양적완화가 환율전쟁과 수출경쟁으로 변질될 것이 명확한 만큼 지나치게 수출 의존적인 경제구조를 개혁해 내수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수기반 확대의 핵심은 가계소득 성장에 의한 민간구매력 확장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은행을 포함한 기관들이 연이어 높은 기업소득 성장에 비해 정체된 가계소득 현황을 분석하면서 가계소득 성장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것도 이런 취지와 맥락이 닿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한 경제민주화도 가계소득 성장을 통한 민간소비 활성화를 목표로 한 것이어야 한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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