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5 / 1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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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가장 오랜 기업집단이자 금지대상이었던 지주회사

2. 기업 집단의 가장 유력한 형태가 된 지주회사체제

3. 지주회사 규제의 틀을 어떻게 짜야 하나.

4. 지주회사 배당수익에 대한 법인세 감면 축소

5. 재벌기업 집단과 지주회사 구조

 

[본 문]

1. 가장 오랜 기업집단이자 금지 대상이었던 지주회사

지금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재벌은 단일한 경영 지휘통제를 받고 있는 거대 기업집단의 한국적 형태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라고 할 수 있다. 복합기업(conglomerates)라는 일반적인 개념이 있기도 하지만 이제는 국제적으로 재벌(chaebol)이라는 단어가 인정되어 쓰일 정도이다.

그러나 기업집단이라고 하여도 어떤 형태로 소유관계와 통제관계를 형성하면서 집단을 이루냐에 따라 다양한 형식이 존재할 수 있다. 다만 거대 기업 집단을 이루기 위해 특정 개인이나 법인이 수십 개 기업의 지분을 직접 모두 가지고 있는 방식은 엄청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심이 되는 모기업이 여러 개의 기업에 지분출자를 하여 계열사를 만들고 각 계열사들이 다시 지분을 출자하여 하위 계열사를 거느리는 식으로 기업 집단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계열사 출자도 방식이 다양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상호출자나 (환상형) 상호출자 같은 형태는, 실질적으로는 있지도 않은 가공자본을 만들면서 지분관계를 구성하게 되므로 규제가 필요한 대상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오고 있는 출자 방식이 바로 ‘지주회사 체제’이다.

지주회사체제의 기업 집단은 이미 100백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 독점과 기업집단이 탄생하던 초창기 모델은 미국을 기준으로 보면 트러스트였다. 그 가운데 1868년 설립된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 기업은 단순한 수평적 확장을 넘어서 원유산업과 판매망을 전후방을 연계하는 수직적 구조의 구축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확장을 하면서 미국 정유의 90%이상을 공급하는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던 19세기 말 미국 최대 기업집단이자 최초의 트러스트였다.

그런데 1888년 뉴저지 주의 회사법 개정으로 지주회사 설립이 최초로 가능하게 됨으로써 스탠더드 오일의 트러스트는 본사를 뉴저지로 옮기고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한다. 1890년 셔먼법이 제정된 후 트러스트에 대해 반독점 규제가 들어오자 1892년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가 해체되고 뉴저지 스탠더드 오일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가 된 것이다. 이렇게 탄생했던 스탠더드 오일 지주회사가 바로 1911년 반독점 기업분할 판결을 받아 역사상 최초로 기업집단이 33개로 쪼개지게 된 그 기업집단이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내려온 그 후손이 최근까지 부동의 시가총액 1위를 유지해온 미국의 최대 에너지기업 엑손모빌(Exxon Mobil)이다.

지주회사 형태의 기업 집단은 후발 자본주의 국가인 일본에서도 매우 일찍 도입된다. 일찍이 180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일본 재벌은 사업규모가 확대되고 근대적인 조직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주회사의 형식을 띤 근대적인 기업집단으로 변모한다. 1909년 지주회사로 전환된 일본 최고 최대 재벌 미쓰이[三井] 재벌이 그 대표 주자다. 지주회사에 기초한 조직을 갖춘 일본의 재벌은 그 후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1920년대 이르면 일본 산업의 대부분을 지배했다. 이 시기에 미쓰이 재벌의 자회사는 120개에 달했으며 미쓰이[三井]·미쓰비시[三菱], 스미토모[住友], 야스다[安田] 등 4대 재벌의 압도적 체제가 형성된다. 특히 이들 재벌은 모두 은행업까지 영위하고 있었고 이것이 그들의 성장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였다.

2차 대전 이전까지 일본 재벌의 특징을 보면 현재 한국의 재벌과 유사한데, 가족 - 지주회사 -직계기업 -계열사 등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로 되어 있었고 동시에 친족의 지배아래 있었다. 또한 재벌은 거의 모든 산업에 진출하여 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고 특히 금융업과 중화학 공업에서 두드러졌다. 이렇게 지주회사 형태를 띤 일본 재벌은 2차 대전 패배이후 연합군에 의해 해체과정을 밟게 되었던 것이다.

바로 이런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은 연합군에 의해 1947년 사적독점 금지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지주회사제도를 금지한 조항(9조)이 1997년 폐지될 때까지 지속이 되었다. 그리고 지주회사를 금지한 일본법을 모델로 하여 1986년 우리나라에서 공정거래법이 개정될 때에 지주회사 설립을 금지하는 조항이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1997년 일본 독점 금지법이 개정된다. “지주회사가 더 이상 재벌을 형벌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 지주회사의 긍정적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주회사에 대한 선택의 여지를 기업에게 줄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되었고, 지주회사의 일률적 금지에서 사업 지배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마침 당시에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상당한 규모의 인수합병 필요가 부상하자, 일본의 사례를 따라 일정한 규제 범위에서 지주회사 설립을 전격적으로 허용해 주는 방향으로 선회했던 것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는 분사화를 통한 비주력 사업의 분리. 매각, 기업문화가 다른 기업 간의 인수합병 활성화, 외자 유치를 통해 기업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등 순기능이 많은 제도”라고 지주회사 허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영미권에서 지주회사는 가장 흔한 기업집단 형태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기업집단인 독일의 콘체른도 지주회사의 외형을 띠고 있고 유명한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이나 이탈리아의 아그넬리 그룹도 지주회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지주회사는 매우 오래된 기업 집단의 한 형태였으며,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력 집중의 폐해가 심각하여 해체되거나 금지되었던 선례가 있는 기업집단 형태였음을 확인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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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재벌 손녀들은 동네 빵집을 휩쓸고

10여 년 전만 해도 동네에 고유한 제과점 빵집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답니다. 당시에만 해도 동네에서 자영업으로 하는 제과점이 약 1만 8천개 정도였다니까요. 지금 길거리에 나가서 주유소 구경하는 것보다 흔했던 것입니다. 전국에 주유소는 1만 3천개 정도이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자영업자가 하는 제과점이 지금은 약 4천 개 정도밖에 남지 않았답니다. 8년 만에 무려 77.8%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중소기업 중앙회 조사 결과랍니다.

반면 전혀 다른 풍경도 있습니다. 이른바 재벌가 딸과 손녀들이 커피전문점과 제과점을 결합한 형태의 '럭셔리 베이커리' 사업에 너도 나도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죠. 현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계열사 보나비를 통해 커피전문점 '아티제'를 운영하고 있고,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베이커리 '달로와요'와 '베키아 에 누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답니다. 롯데그룹 장선윤 사장은 '포숑'이라는 브랜드를, 현대차그룹 정성이 전무도 '오젠'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베이커리 사업을 하고 있군요. 재벌가 딸들의 빵집 경연을 방불케 하고 있죠.

규제 풀어주었더니 골목대장 노릇하나

더 가관인 것은 재계 순위 21위인 LS그룹이 최근 계열사인 엘에스네트웍스를 통해 자전거 유통 시장에 진출했답니다. 진출한지 2년도 안되어 전국에 매장을 14개나 열었고, 30~40%씩 할인 행사를 하는 등 공격적으로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답니다. 한발 더 나아가 LG 그룹이 과거 아워홈과 사보텐, LF푸드 등 계열사를 통해 라면·순대 등을 판매하고 있고 CJ역시 비빔밥 등 한식사업에 진출했다는 것이죠. 대명그룹은 계열사 베거백을 앞세워 떡볶이 사업에 뛰어들었구요.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한국의 재벌기업집단들이 총수의 2세, 3세들을 동원하여 늘린 계열사들이 기껏 동네의 빵집, 자전거 가게, 라면, 순대, 떡복이 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규제를 풀어주었더니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로 나간 것이 아니라, 서민이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는 동네골목으로 치고 들어온 것입니다.

한심하다고 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이미 지분을 취득하여 계열사로 편입해버린 상황에서 상법상 법률적 문제는 아무것도 없으니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까? 실제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경제 정의에 어긋나고 0.1% 재벌의 독식으로 인해 99.9% 국민의 생계가 위험해진다면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죠.

계열분리 명령제 도입으로 지분 매각처리 시키면 된다.

이와 같이 명백한 재벌의 시장 지배력 행사와 대기업의 독점 횡포를 원천적으로 되돌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계열분리 명령제입니다. 재벌 그룹의 압도적인 독점력을 이용해 골목시장을 잠식하고 해당 지역의 자영업 종사자들을 생계위협에 몰아넣었다면 해당 빵가게 체인이나 계열사에 대해 계열분리를 명령하여 관계된 지분 매각 등을 조치시킴으로써 원인 무효로 만들어야겠지요. 지금은 재벌 대기업에 대해 이런 정도의 강도 높은 규제조치가 수반되지 않으면 꿈쩍도 않을 만큼 우리나라 재벌은 무소불위의 경제권력, 정치권력을 능가하는 재벌권력이 되었습니다. 정부가 추진했던 중소기업 고유 업종 선정이라는 자발적 규율만 가지고는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연구원은 재벌개혁을 위한 ‘재벌(규율)법’ 제정을 주장하고, 그 재벌법에는 반드시 계열분리 명령제와 기업 분할 명령제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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