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10.09 10:46

“이러다가 주가와 환율이 역전되는 것 아닌가”

10월초 까지도 가벼운 이야기로 이런 우려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농담 섞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10월 8일 환율은 1350원을 넘어섰고 주가는 1350 포인트 밑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매일 10억 달러 이상을 외환시장에 풀고 있지만 치솟는 환율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부통제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얘기다. 우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이미 30퍼센트 밑으로 떨어졌건만 외국인들의 주식매도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그나마 주가를 방어해왔던 기관투자가들도 더 이상 주식을 사려하지 않는다. 펀드 환매에 대비해 현금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짜리 달러 리보 금리는 3.94퍼센트까지 올랐고 유로 리보도 4.27퍼센트를 기록했다.

최후의 대책인 구제금융법으로도 진정이 안된다면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우여곡절 끝에 법안 발의 2주 만에 겨우 구제금융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통과되던 10월 3일부터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하더니 1만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극도의 신용경색으로 기업들이 유상증자는 물론이고 회사채 발행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려 해도 유동성 확보에 급급한 은행들은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해준다고 해도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한다.

미국 금융위기 전개를 거의 정확히 예측했던 뉴욕대 루비니 교수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가 막힌 것은 두려운 일”이라며 “부채 만기 연장을 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많은 수가 유동성 공급로가 막히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만약 기업 부문의 자금 조달이 지금처럼 계속 막힌다면 대공황과 유사한 경제적 붕괴 위험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들만 자금 조달길이 막힌 것이 아니다. 캘리포니아 주는 채권발행이 안되자 “경찰, 소방서 공무원들의 급여를 2주째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연방정부에 70억 달러 지원을 긴급히 요청한 바 있다.

문제는 미국이 이 같은 위기확산을 막을 뚜렷한 방법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JP 모건 체이스 보고서는 금융기관 손실이 이미 1조 7천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마당에 7천억 달러 구제금융은 턱없이 모자라 보인다. 예금자 보호한도를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늘리고,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의 기업어음(CP)을 직접 매입하며, 10월말 추가로 기준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는 등의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전혀 상황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위기 체감도는 훨씬 더 크다. 지난 10월 6일 CNN이 발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대공황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응답한 미국 국민은 59퍼센트나 되었다. 주택담보 대출 연체자가 500만을 넘고 실업자가 940만을 넘었다. 공식 실업률은 6.1퍼센트이지만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실질 실업률은 이미 10퍼센트를 넘어가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달러 거래가 중단된 한국

환율 폭등, 금리 상승, 주가 폭락, 펀드가치 폭락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금융시장과 외환시장도 자금 경색이 극심한 미국에 못지않다. 특히 환율폭등은 이미 우려할 수준을 훨씬 넘어서 1300원 이상이 되었다. 올해 내내 환율은 달러가 강세이든 약세이든 상관없이 올라가고 있고 다른 통화에 비해 원화가치 하락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3개월(7월 15일~10월 6일) 동안 원화는 21퍼센트 하락했다. 이는 말레시아와 같은 신흥국 8퍼센트 절하는 물론이고, 가치가 많이 떨어진 파운드화 13퍼센트나 유로화 15퍼센트보다 훨씬 큰 것이다.

외환보유고 2,390억 달러가 충분한지 아닌지는 의미가 없게 되었다. 사실상 달러 유통자체가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주식투자 자금으로 달러로 바꾸어 회수해가고 있고 경상수지가 적자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만이 문제가 아니다.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달러를 확보해 두려는 경향에 가속이 붙고 있는 것이다.

수출업체들은 수출해서 번 달러를 시장에 내놓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 은행 역시 외화 차입금 상환 등에 대비해서 달러를 확보해 두려고 분주하다. 해외로부터 외화차입이 극히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개인들도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정부 혼자 매일 10억 달러 이상을 풀고 있지만 풀자마자 매입해 버리는 ‘달러 사재기’가 한창이다. 외환보유고만 까먹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극도로 경색되어 버린 외환시장 국면에서 외화채무와 외환보유고를 비교하면서 충분한 보유고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달러뿐 아니라 원화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업들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현금 보유고를 계속 늘리고 있다. 은행들도 뱅크런 사태에 대비해서 대출을 꺼리고 있다. 투신사와 같은 기관 투자가들은 펀드 환매 사태에 대비해서 자금을 투자하지 않고 묶어두고 있다. 이럴수록 금리는 올라가고 은행채와 CD금리를 비롯한 모든 금리가 뛰어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달러화와 원화를 포함하여 기업들의 자금조달 통로가 모조리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그동안 경제의 금융화, 금융의 세계화로 특징지어진 신자유주의는 신용팽창을 동력으로 경제성장을 구가해왔다. 금융과 자본시장이 전 세계에 걸쳐 개방되고 자유화되면서 세계는 신용의 사슬로 복잡하게 얽혀 자금 순환구조를 형성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미국 금융위기와 신용경색이 전 세계로 파급되면서 신용으로 얽힌 경제의 모든 연결선들이 끊어지고 있다.

더 이상의 진통제는 없다. 각자 살길 찾자?

경제의 핏줄인 금융이 막혀가는 데도 불구하고 아직 ‘파국’이 오지 않고 있는 것은 왜일까. 1929년 대공황을 경험하고, 1980년 이후 반복되는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개발해낸 갖가지 위기 지연 장치들과 기법들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위기를 치유하지는 못했다. 그저 잠시 통증을 잊게 해줄 각종 진통제를 개발한 것일 뿐이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초기에는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이라는 진통제를 처방했다. 그러나 9개월간 5.25퍼센트에서 2퍼센트까지 금리를 연이어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금융위기는 확산되어갔다. 베어스턴스가 파산하자 미국 정부는 사후적인 선별구제라는 좀 더 강도 높은 진통제를 투입했다. 그러나 9월에 접어들면서 이마저도 약발이 먹히지 않게 된다. 미국 국민들의 저항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강도 높은 진통제인 7천억 달러 구제금융을 밀어부쳤지만 법안이 통과되던 그 날 다우지수가 폭락했다. 진통제를 맞기도 전에 효력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 미국은 물론 한국 정부 정책의 신뢰성은 땅에 떨어졌고 기업, 은행, 가계는 각자 제 살길을 찾아가고 있다. 신용의 연결선들이 끊어진 상황에서 각자 위기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면서 생존의 길을 찾아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각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WTO, IMF, G8 등 한때 화려한 역할을 했던 국제기구들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간의 공조체제는 보이지 않으며, 서로 앞다투어 자국 은행의 예금자 보호와 자국 기업의 구제에 몰두하고 있는 형편이다.

진통제 투입으로 위기의 폭발이 지연되고, 그 동안 겪었던 위기에 대한 학습효과로 각자 위기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1929년 대공황 같은 폭발이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공황’이라는 말 이외에 뭐라고 불러야 할까. 적어도 경기침체(recession)을 너머 불황(depression)으로 넘어간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런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은 “현재의 상황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와 많이 다르다”며 “이런 때일수록 국민들도 정부를 믿고 내외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주었으면 한다”는 식의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처해있는 현실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우려가 앞선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말을 꺼내기만 하면 ‘선제적 대응’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선제적 대응’을 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더 한심한 것은 이 와중에 외환위기 시절의 금모으기 운동을 흉내 내며 ‘달러 모으기 운동’을 벌이자는 주장도 들린다. 국민들이 달러를 모아야 할 정도라면 이미 외환위기는 온 것이 아닐까?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 이 글은 인권운동사랑방의 주간 웹진 '인권오름'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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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우여곡절 끝에 지난 10월 3일, 이라크 전쟁비용 6,500억 달러를 뛰어넘는 7,000억 달러 구제금융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고 대통령 서명까지 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대미문의 금융위기와 가속이 붙은 경기침체는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금융위기의 여파는 환율 급등과 외환시장 불안, 외국인 주식 매도와 주가 폭락, 수출둔화와 경상수지 적자행진 등 다양한 경로로 우리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시장만능주의 파산'과 '규제 풀린 신자유주의 종언'이라는 주장이 거침없이 나오고 있는 지금, 미국 정부 최후의 대책이라고 할 구제금융법안 발효를 분기점으로 미국발 금융위기와 세계경제 침체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과연 7,000억 달러 투입으로 1년 넘게 지속된 금융위기를 잠재우고 실물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 또한 미국식 자본주의라는 거인이 쓰러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미국식 모델을 여전히 밀어붙일 수 있을까? 새사연과 오마이뉴스는 공동기획으로 <구제금융법 통과 이후 미국 경제와 한국>을 연재해 이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7천억 달러 구제금융, 산소호흡기를 달다

“경제의 동맥이 막혔다. 이제 심장마비가 올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인 벤 버냉키가 구제금융(Bailout) 법안 통과를 호소하며 의회에서 한 발언이다. 의회 통과를 압박하기 위해 과장된 표현기법을 동원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929년 대공황 전문가였던 버냉키의 절박한 심정이 반영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만큼 지난 9월은 일백년 전통의 투자은행들이 연이어 간판을 내리고 금융위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었던, 미국 경제사에 유례가 없었던 한 달이었다.

미국 신자유주의의 심장인 월가의 금융시스템을 회생시키기 위해서, 미국 정부는 최후의 대책으로 7,000억 달러의 세금을 월가의 부실자산에 투입한다는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인 월가의 금융회사들에 대한 징벌은 없고 구제만 있었던 재무부의 법안에 미국 국민들은 분노했고, 심장마비 직전의 금융시스템에 산소호흡기를 대는 응급치료를 거부하기도 했다.

폭스 비즈니스 닷컴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64퍼센트가 구제금융을 찬성한 의원들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고 응답했고, 표를 주겠다고 답한 국민은 10퍼센트에 불과했다. 자신의 지역구 의원들에게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거는 미국 국민들이 쇄도했다. 11월 4일 대선과 의회 중간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미국 정치인들은 결국 9월 29일 투표에서 구제금융법안을 찬성 205표, 반대 228표, 기권 1표로 부결시켰다.

부랴부랴 성난 미국 국민을 위한 민심 수습책을 몇 가지 끼워 넣고 이례적으로 상원투표를 먼저 거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법안 발의 13일 만에 ‘2008 긴급경제 안정화 법령(Emergency Economic Stabilization Act of 2008, EESA)’이라고 명명된 451쪽 분량의 구제금융법안은 10월 3일 하원을 통과했고 그날로 부시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일단락이 되었다. 심장마비 직전의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온 미국 금융시스템이 간신히 산소호흡기를 달게 된 순간이다.

일찍이 없었던 초대형 외과수술 집도를 맡은 폴슨 장관

그러나 법안 통과는 시작에 불과하다. 일단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실러 베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이 거들어서 월가의 금융시스템을 중환자실로 이송시킨 것 뿐이다. 이제 7,000억 달러라는 엄청난 수술비 사용을 허락받고 거의 ‘백지수표’나 다름없는 광범위한 권한을 위임받은 헨리 폴슨의 집도 아래 진행될 대수술이 남아 있다.

폴슨 장관이 첫 번째로 해야 할 대수술은 바로 부실 자산을 잘라내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부실자산인가. 도려낼 환부를 얼마나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는가. 얼마나 걸릴지 모를 수술기간 동안 다른 부위가 썩어가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수술비는 7,000억 달러면 충분한가. 결정적으로는 이번 종양을 만들어냈던 장본인인 투자은행, 그 중에서도 으뜸인 골드만삭스 최고 경영자 출신인 헨리 폴슨 장관이 과연 집도를 책임질 자격과 능력이 있는가.

수백 년 자본주의 역사에서 일찍이 없었던 초대형 외과수술이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성공적으로 진행될지를 예측할 수 있는 명의는 불행하게도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중환자실로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는 월가 자신들도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법안이 하원에 통과된 지난 3일에도 뉴욕 다우지수는 종가기준 1.5퍼센트(157포인트) 하락한 10,325포인트로 마감했다. 불안한 그림자는 여전히 월가를 떠나지 않고 있다.

우선, 수술해야 할 환부를 판단하는 것조차 상당한 시간과 복잡한 절차를 필요로 한다. 재무부가 국채를 동원하여 인수할 부실자산을 평가하고 인수방법과 절차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부실자산이 뭔가. 설계한 사람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하는 악명 높은 파생상품들이 아닌가. 우량 모기지부터 불량 모기지까지 다양하게 존재하는 모기지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설계된 약 6조 달러 가량의 MBS증권들과, 이걸 다시 섞어서 만든 2조 달러 이상의 1차 CDO증권과 2차 CDO증권들, 그리고 이들 파생상품에 최고의 신용등급을 부여하기 위해 들었던 보험상품인 62조 달러 규모의 각종 CDS 상품들 가운데 부실자산 여부를 가려내고 적정한 매입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그뿐이랴. 이들 파생상품을 한 두 개의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수백 개의 금융회사들이 자기 자금의 수십 배를 서로 차입(leverage)하여 나눠서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몇 개의 대형 금융회사들의 자산평가만 해도 수개월이 걸릴 판이다. 자칫 잘못된 자산평가를 하게 되면 순식간에 유사한 유형의 자산들이 시장에서 턱없이 높게 가치가 매겨지거나 반대로 되면서 전체 부실자산 크기가 요동을 치며 변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재무부가 자산평가를 하고 있는 시간에도 월가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신용 경색은 계속되고, 파산하는 기업들이 생겨나며 그 때마다 부실자산 규모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사적 기업이면서 공적 기관행세를 했던 신용평가기관들인 무디스, S&P, 피치 등은 이번 금융위기의 공범들이니 이들에게 평가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알려진 바로는 재무부가 5~10개 정도의 자산평가회사와 계약을 하고 여기에 법률과 금융, 회계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부실자산 매입을 위한 세부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며 곧 자세한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토니 프래토 백악관 대변인은 “재무부가 가능한 빨리 부실자산을 사들이기를 원하고 있지만 그것은 복잡한 작업인 만큼 최소 몇 주가 걸릴 것”이라며 그 때까지 참고 기다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말 몇 주만 지나면 해결이 되기는 할 것인가.

월가를 위한 대수술비 7천억 달러, 그것이면 족한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번째 문제, 즉 7,000억 달러면 수술비로 충분한가 하는 의구심이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베어스턴스 구제에 300억 달러, 패니매이와 프레디맥에 2,000억 달러, AIG에 850억 달러 투입이 결정되었고 추가로 7,000억 달러 지불을 의회로부터 약속 받았지만 누구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애초에 부실자산 규모를 제대로 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작성한 워킹페이퍼 “Systemic Banking Crises: A New Database(2008년 9월)"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 동안의 세계 금융위기를 분석한 결과 은행위기를 해결하는 데 평균 53개월, 즉 4년 이상이 걸리며 비용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3.3퍼센트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실질 GDP도 약 20퍼센트 이상 추락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들어간 자금에 앞으로 투입될 7,000억 달러를 합해도 미국 GDP 14조 달러의 10퍼센트인 1조 4,000억 달러가 안 된다. 그러나 IMF의 분석마저도 과거의 사례를 통해 유추한 것일 뿐이다. 백년 만에 올까 말까한 위기라고 하지 않는가. 이보다 훨씬 강도가 낮았던 과거의 경험에서도 GDP의 10퍼센트를 훨씬 넘는 자금이 들어갔던 것이다.

고려대 박영철 교수도 지난 10월 1일 “미국의 금융위기와 한국의 대응”이라는 토론회 발표 자료에서, 부실자산을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최저 2조 달러이고 7조 달러까지도 올라가는데 문제는 매일매일 부실자산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7,000억 달러 규모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더 큰 이슈는 세 번째 문제인데, 이들 금융회사들을 미국 국민 세금으로 살려주기만 하면 이들이 과거의 오류를 바로잡아 다시는 이 같은 금융사기 행각을 벌이지 않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고 의심하고 있는 대목도 바로 이 지점이다. 지금 미국 재무부가 예정하고 있는 외과적 대수술이란 금융이라는 순환기 계통의 악성질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장 살려놓고 보자는 일종의 심폐소생술이라고 할만하다. 미국 정부당국자들도 인정하듯이 당장 살려놓는 것이 우선이지 재발방지를 위한 구조적인 금융재편은 손도 쓰고 있지 못한 형편이라는 것이다.

미국 정가와 학계에서 차제에 규제 풀린 금융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규제와 감독체제, 투명한 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이들 주장이 어떻게 구체적인 제도로 월가를 통제할지는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 200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집행되는 이번 구제금융 법안에도 이들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단지 현재의 추세로 보자면 일차적 충격대상에서 비켜나 있는 대형 상업은행들에게 부실 투자은행이나 모기지 업체들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박영철 교수의 지적처럼 부실이 상업은행으로 확장되는 것이며, “미국의 지역은행 300개 중 100개의 파산이 시간문제라고 하는 등 금융부실이 투자은행에서 상업은행으로 넘어가는” 것을 조장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진정한 금융위기 수습책이라고 봐야 할 금융규제를 위한 포괄적인 제도적 대책은 어느 세월에 나올 수 있을까. 11월 4일 대선이 끝난 후에 수술팀이 교체되면 근본적인 치유책이 준비될 수 있을까. 당장 금지했던 공매도 규제를 3일 법안 통과와 함께 해제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는 걸 보면 그리 낙관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심장수술만으로 미국 신자유주의 거인을 살릴 수 있을까

2007년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이후 1년이 훨씬 넘게 금융전반의 부실과 파국이 오고 있는 동안 다른 부위들은 멀쩡했을까. 유감스럽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실핏줄이 터지고 동맥이 경화되고 심장까지 증세가 전이되는 동안 미국 신자유주의라는 몸통 자체가 병들고 있었고 현재 순환기 못지않은 중병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 사실 진짜 구제금융이 필요한 부분은 바로 미국 경제의 몸통인 실물경제다.

미국 경제의 뼈대라고 해야 할 제조업들은 이미 실질적인 경기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에서 10월 1일 발표한 9월 제조업지수가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공장 주문도 2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제조업의 상징인 자동차 기업들도 9월 미국내 매출이 26퍼센트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월가의 신용경색은 미국 기업들의 정상적인 자금 조달 경로마저 원천봉쇄를 하고 있는 셈이 되었다.

자본시장에서 기업공개나 유상증자 등이 거의 불가능해진 것은 물론 회사채 발행시장과 기업어음시장(CP)도 얼어붙었고, 은행을 통한 기업 대출은 고사하고 은행에 예치해 두었던 자금마저 빼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투자등급이 양호한 비금융 회사채 발행건수도 지난 9월 105억 달러에 불과했다고 톰슨로이터는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10억 달러에 비해 25퍼센트로 쪼그라든 것인데, 초우량 기업인 GE조차 신용경색 여파로 지난 1일 120억달러 신규 보통주 발행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 금리는 지난 5월부터 2퍼센트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은행들 사이에서 단기 거래에 적용되는 리보(Libor)금리는 9월 30일자로 6.87퍼센트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10월 말에 기준금리를 다시 인하한다고 해도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30년 동안 금융이라는 순환기 계통만 기형적으로 비대하게 발달해왔던 신자유주의가 지금 뼈대와 몸통까지 짓누르며 경제 전체를 마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의 시작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경기의 경우 진정되기는 커녕 최근 더욱 빠르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을 반영하는 ‘케이스 쉴러 20지수’는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16.3퍼센트가 하락했다. 이어지는 기획에서 상세히 다루겠지만 보다 본원적인 문제는 미국경제의 근본이라고 할 미국 국민들의 고용과 소득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구제금융법이 통과되던 10월 3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5만 9,000개가 줄어들어 올해 9개월 동안 총 76만 개가 감소했다. 공식 실업자만 천만 실업자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실업률은 8월에 이어 9월에도 6.1퍼센트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미국 경제 전체로 병이 전염되기 시작했지만 구제금융법은 주택시장이나 실물경제 안정화와 관련된 어떠한 요소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아직도 미국 경제는 응급실에 있다. 당장은 금융부실이 심각하여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실물경제 부문은 아직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여기에는 수술비가 추가로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도 없다.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서 순환기 종양을 도려낸 뒤 실물경제라는 몸통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다.

내심 미국 재무부의 기대는 금융부실 안정화 → 신용경색 완화 → 기업 자금조달 회복 → 기업경기 활성화 → 고용과 민간소비 회복이라는 메커니즘이겠지만, 이렇게 순환기 응급조치로 경제 전체가 선순환을 타면서 살아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금융부실 수술만으로 끝난다면 미국경제는 향후 장기 입원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하이에나와 장의사들의 시대가 왔다

구제금융법안 통과 여부를 둘러싸고 전 세계가 미국 의회를 주시하고 있는 동안, 월가에는 부실로 먹잇감이 된 여섯 번째 규모의 와코비아 은행을 차지하려는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월가의 금융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던 지난 9월 와코비아 은행 역시 부실에 몰려 인수자를 구하는 처지가 되자, 자신도 상당한 모기지 부실을 안고 있던 씨티그룹이 나섰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지원 아래 와코비아의 은행부문을 21억 달러(주당 약 1달러)에 인수하는 합의를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0월 3일, 미국 웰스파고 은행은 주당 7달러(인수가격 151억 달러)라는 훨씬 좋은 조건으로 미국 정부지원도 필요 없이 와코비아 은행 전 부분을 인수하겠다고 나섰고 와코비아는 당연히 동의를 했다. 씨티그룹은 즉각 씨티그룹과 와코비아가 배타적 협상(exclusivity agreement)을 하기로 했으니 웰스파고와의 합의는 무효라고 반박하고 나섰고, 분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10월 4일 연방 대법원이 나서서 씨티그룹이 와코비아의 배타적 협상자이니 법원의 추가적인 명령이 있을 때까지 씨티그룹과의 협상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비상명령을 내린 상태다.

와코비아를 둘러싼 씨티그룹과 웰스파고의 쟁탈전은 앞으로 월가에서 어떤 풍경이 벌어질 것인지를 잘 암시해주고 있다. 화려했던 월가의 주요 금융회사들이 이후에도 계속 무너져 내릴 것이고 그 와중에 상처만 입고 생존한 금융회사들은 무너진 다른 기업들을 인수합병하여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문자 그대로 정글의 살풍경이 벌어질 전망이다. 현재로 보아서 미국 재무부의 7,000억 달러는 그나마 힘센 금융기업들이 인수합병 전쟁을 치를 실탄을 대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기업 인수합병의 1/3을 차지하면서 월가의 떠오르는 스타로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사모펀드들이 지금은 레버리지가 극도로 위축되어 숨죽이고 있지만, 월가의 고물상으로 자임하고 나서면서 인수합병을 주선하거나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 외환위기로 초토화된 한국 금융시장에 소리 없이 들어와 뉴브리지 캐피탈이 제일은행을, 한미은행을 칼라일이, 그리고 외환은행을 론스타가 가로채서 구조조정을 거친 후 비싸게 팔아버린 일이 본토인 미국에서 재연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살아남은 투자은행들은 먹고 먹히는 인수합병 전쟁의 와중에서 인수합병 자문을 명목으로 수수료를 챙기고자 할 수도 있다. 명성 높은 총잡이들과 보안관들이 모두 없어진 월가에 당분간 하이에나와 장의사들이 휘젓는 19세기 미국 서부개척시대가 펼쳐지리라 상상하는 것은 허황될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은, 우리 정부가 월가의 고물상들이 던지는 미끼에 현혹되어 철없이 ‘월가 쇼핑’을 운운하며 부실한 금융기업을 헐값에 인수해 보겠다거나 미국의 고급 금융인력을 스카웃하겠다고 기웃거리는 어리석음을 보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러시아를 방문한 지난 30일, “미국 의회에서 (구제 금융안이) 통과되면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본다”며 “우리 정부가 긴급한 상황에 대해 선제 대응을 해 나간 것이 지금 생각하면 아주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현실감이 극히 떨어지는 주장을 하고 있는 마당이니 월가보다 우리의 상황이 더 아찔해 보인다.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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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8.10.01 10:04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미국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위기를 수습하고자 급하게 미국 정부가 내놓은 ‘7,000억 달러 구제금융 법안’이 9월 28일 의회에서 부결되었다.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법안 통과를 호소했고, 헨리 폴슨 재무장관을 비롯하여 메케인 공화당 후보와 오바마 민주당 후보까지 거들며 나섰다. 정부관리들은 입에 담지 못할 ‘대공황 위험’까지 운운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당연히 통과되리라 믿었던 법안은 보기 좋게 부결되었다. 즉시 월가는 대혼란에 빠졌고 주가는 무려 7퍼센트에 달하는 777포인트나 폭락했다. 이 여파는 대서양 건너 유럽으로 확대되어 영국을 필두로 한 금융기관 파산이 줄을 잇고 있다. 이제 세계는 미국이 저지른 엄청난 금융사기극을 막아낼 방도를 잃고 사분오열하고 있다.

자멸한 미 금융시스템, 국민들도 외면

부결의 결정적 원인에는 금융사기극에 분노한 미국 국민들과 선거를 앞두고 지지표를 저울질 해야 했던 미국 의원들이 있었다. 미국 전체 1억 2,000만 가구 가운데 모기지 대출을 받은 가구가 5,000만, 문제의 서브프라임 대출을 받은 가구는 전체 모기지 대출 가구의 15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750만 가구다. 이 가운데 약 500만 가구가 모기지 대출 연체 내지는 주택 차압을 당하여 생활기반의 붕괴 위기에 내몰려 있다.

고수익을 좇던 미국 금융회사들은 자신들이 고안하여 유통시킨 각종 파생상품과 이의 대규모 거래를 위해 끌어들인 엄청난 차입으로 스스로 금융시스템을 붕괴시켜 버렸다. 이로 인해 월가뿐 아니라 특히 미국 국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 7,000억 달러 구제금융안은 그 최대 피해 당사자인 미국 국민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주범인 월가의 금융회사들을 구제하도록 설계되었다. 처음에는 이들 주범에 대한 어떤 ‘징벌 조치’도 없이, 이들 자산에 대한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세금을 쏟아부어 이들을 ‘구제’해 주려는 것에 불과했다. 거센 비판 여론이 일자 나중에서야 경영자 스톡옵션 제한, 부실자산 인수기업 지분 인수권 확보 등을 끼워넣었지만, 이런 조치는 미국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문제를 일으킨 주범들에 대한 어떤 징벌도 없이 그들을 구제해 주면서, 막상 최대 피해자인 미국 국민들에 대한 구제 대책도 없이 이라크 전쟁비용 6,005억 달러를 뛰어넘는 7,000억 달러 세금을 투입하는 법안에 찬성할 국민이 몇이나 될까. 폭스 비즈니스 닷컴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64퍼센트가 구제금융을 찬성한 의원들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고 응답했고, 표를 주겠다고 답한 국민은 10퍼센트에 불과했다. 미국 여론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11월 4일 대선과 의회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치인들은 표를 계산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결과 구제금융 법안은 찬성 205표, 반대 228표, 기권 1표로 부결되었다.

물론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피해를 본 미국 국민들에 대한 대책은 고사하고 다시 국민 세금을 동원하여 문제를 일으켰던 금융회사를 살려주는 것이 아무리 못마땅하더라고, 자칫 미국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는 금융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정도의 양해를 구하기에는 지난 30여년 간 신자유주의로 인한 미국 사회의 양극화와 미국민의 불신이 너무 크다. 이 또한 미국 신자유주의와 이를 선도했던 미국 금융회사들의 자업자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게다가 미국 정치인들의 무능함과 친기업적(금융적) 행태가 문제 해결을 가로막았다. 경제 위기가 정치 위기로 번져가고 있는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미국 보고도 한국은 부동산과 금융 규제 풀려나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한국 정치인들은 더 나을 수 있을까. 과거 전통적 동양사상에 따르면 통치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치산치수’다. 이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부동산과 금융 관리라 할 만하다. 현대에서 가장 민감한 토지 문제는 부동산이고, 현대 금융은 산업의 혈맥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과 금융은 특히 국가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어야 하고 감독되어야 한다. 완전히 규제가 풀려버린 부동산과 금융이 잘못 만나면 경제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 이런한데도 이명박 정부는 고집스럽게 부동산 경기 부양정책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내고 있으며, 금산분리 완화를 포함한 금융규제 완화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 사이 외환시장은 극도의 불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고, 중소기업들의 키코(KIKO) 파생상품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태산엘시디를 필두로 한 우량 중소기업들의 줄파산이 예고되고 있다. 한계 상황에 내몰린 600만 자영업자들의 생존은 이제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게 되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 살리기를 외면하면서 끝내 부동산과 금융의 잘못된 만남을 이끌고 있는 정부는 대체 어떤 시간대에 살고 있는가. 미국 정치도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그 공멸의 길을 한국 정치는 눈으로 보면서도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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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8.01.14 11:09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는 첨단 기법만을 좇던 금융시장의 혁신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은 결과이다. 국제 금융시장에 새로운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매일경제-한.미경제학회 포럼에 참석한 박윤식 조지 워싱턴대 교수의 말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가 가져온 미국발 경제위기


국제 금융위기라 하면 우리는 80년대 남미 외채위기와 뒤이은 금융위기, 97년의 아시아 외환위기처럼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이를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 금융기관이 수습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 금융 불안은 그렇지 않다. 최고의 금융선진국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월가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다. 그 본격적인 기폭제는 2007년 8월부터 전면화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 대출) 부실 사태다. 미국 금융자본은 고위험, 고수익 창출을 위해 지불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금융상품을 대거 판매했고, 대출채권을 기반으로 자산유동화증권(CDO)과 같은 첨단(?)의 파생 금융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유통시켰다. 그런데 금리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채무상환 지연과 부실이 이어지자, 이것이 연쇄적으로 파급되어 세계 금융시장 불안과 미국의 경기침체를 가속시키고 있다. 첨단 금융시장 국가의 첨단 금융기법이 미국경제는 물론이고 전 세계 금융 불안을 몰고 온 것이다.


경기침체의 원인은 첨단 금융기법


아직 끝나지 않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미국 경제를 사실상의 침체국면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2차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가 닥친 2007년 11월에 미국은 급기야 2008년 경제전망을 2%도 안되는 1.9%로 하향조정한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고용시장에도 충격이 가해져 수 년 만에 실업률은 지난 12월 5%로 치솟고, 고용도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제조업 고용이 3만 명, 건설업 고용이 5만 명 감소한 것이다. 주택시장 침체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고용창출능력을 약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은 미국 GDP가 지난해 4/4분기 연율로 마이너스 0.1%를 기록했다고 추정했다. 정부쪽에서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얘기한 것이다. 경기침체의 장본인인 금융업종은 지난해 4/4분기 무려 61%의 순익 감소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식 경제 금융화에 대한 재고 필요


새해에 들어서 미국경제 전망은 더욱 어둡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미국경제가 앞으로 1년 안에 경기침체에 돌입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가 하면, 골드만삭스는 한술 더 떠서 미국경제 성장률이 올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8%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급격한 미국경제 침체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금융 시스템이며 월가가 만들어낸 각종 첨단 금융기법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시대의 추세를 역행하여 금산분리 완화, 금융회사 민영화, 자본통합법 시행, 헤지펀드 허용 등 참여정부부터 시작된 경제 금융화를 더욱 밀어붙일 테세다. 지금이라도 미국식 금융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 보고, 국민경제를 위한 금융의 역할을 재고해 볼 때다.


김병권 bkkim@cin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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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7.11.20 20:46
 

지난 달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고점 대비 18퍼센트 이상 폭락했던 국내 주식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노동통계청이 비농업부문의 고용이 4,000개 줄었다는 8월 고용지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발표 후 다우지수는 1.87퍼센트 하락했고, 코스피지수도 2.6퍼센트 하락하였다.


8월 미국의 고용지표 ‘충격’


심각한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고작(?) 4,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통계발표는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고용이 감소했고, 10만 개 정도 늘어날 것이라는 대부분의 시장 예측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에 충격은 매우 컸다.

비록 실업률은 4.6퍼센트로 변함이 없었지만, 실업률 계산에서 빠지는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를 감안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며 공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민주당 힐러리클린턴 상원의원은 “정부의 성장전략이 미국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고용지표가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시장의 안정과 개혁이 고용 안정의 필요조건

한편, 금융시장을 실물시장과 독립적으로 바라보거나,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의 침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주류 금융경제학의 신념(무관련성 명제, irrelevance propositions)이 깨졌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충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물가안정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는 미국의 중앙은행이 실물경제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 지점이다.


주식시장에서 금리인하를 환영하는 이유는 주식투자에 대한 상대적인 매력이 증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장이 투자의 실질수익률을 하락시키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중국의 지난달 물가가 6.5퍼센트 상승하여 11일 상해종합지수가 4.5퍼센트 급락한 것도 긴축재정의 우려 때문이기도 하지만, 투자자의 최대 적인 인플레이션의 우려도 작용됐다.

금융시장이 단기 수익성만을 최대 가치로 삼는다면 고용시장은 불안하거나 단기고용 현상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금융시장과 고용시장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주요 창구인 금융시장의 감독과 통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도적 보완성의 관점에서도 고용시장을 안정시키려면 반드시 금융시장 개혁을 동반해야 성공할 수 있다.


금융자유화의 외피를 쓰고 동아시아, 터키, 브라질, 폴란드,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IMF 구성원 90% 이상에서 금융위기를 초래한 신자유주의 처방을 전면 재검토하고 수정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신자유주의 금융개혁의 위험(통화가치 급락, 자본탈출, 금융취약성, 위기 전염, 경제주권 훼손)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인계철선’과 ‘속도 완충장치’등의 기능을 도입해 금융시장의 충격을 완화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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