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31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신자유주의는 사적 재산권에 대한 모든 규제를 철폐해 극단적인 재산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다. 기업의 소유자를 주주로 한정하고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은 기업 지분의 소유자인 주주의 이익에 맞추고자 했다. 통상 이를 ‘주주 이익의 극대화’라고 불렀다. 주주들의 재산은 주가로 표현됐다. 기업이 무엇을 생산하고 장기적으로 어떤 전망을 가져야 하는지에 앞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오르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기업이 평가될 정도였다.

‘잔여 청구권’이라고 하는 그럴듯한 이론적 명분을 업고, 기업은 오직 지분을 소유한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므로 당연히 기업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기업이라는 존재 안에 파묻히게 된다. 주주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의 비용은 최소화돼야 했다. 그리고 노동자는 최소화시켜야 할 비용의 하나에 불과했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 아래 비용 최소화에 저항하려는 노동자의 모든 권리는 철폐됐다. 노동자에게 신자유주의 규제철폐는 노동권 자체의 철폐였던 것이다.

이처럼 노동권을 철폐하고 최상의 지위를 누리게 된 신자유주의 소유권과 재산권은 국민이 국가로부터 보장받아야 할 또 다른 권리인 주거권 역시 희생시키게 된다.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의 가치보다는 기업의 재산청구권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가치를 더 중시하는 것처럼, 신자유주의는 주택에 대해서도 ‘주거’라고 하는 본래의 사용가치를 종종 무시하고 ‘자산가치’만을 중시하게 된다. 살기(Living) 위해서가 아니라 자산을 불리기 위해 사는(buying) 것이 주택이 됐다.

주가가 끝없이 올라 줘야 하는 것처럼 주택가격도 끝없이 올라야 했다. 주택이 끊임없이 스스로 가치가 불어나는 자산이 되면서 한 번도 살지 않은 주택을 구매하고 소유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전체 가구의 8%에 달하는 140만 다주택 가구들은 그렇게 형성됐다. 심지어는 부동산 펀드를 통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집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매입했다가 또 매도하는 일까지 흔하게 벌어졌다. 이런 주택거래를 방해하는 모든 규제들은 역시 철폐돼야 했다. 세금도 낮아져야 했고 거래제한도 완화돼야 했다.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어야 할 주택을 가지고 이처럼 거대한 자산시장이 형성되고 자산증식을 위한 매매거래가 복잡하게 진행된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더욱이 이러한 시장의 규모를 끝없이 키우기 위해 금융시장의 막대한 자금까지 동원한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다름 아닌 주택가격의 급등과 거품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99년부터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까지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평균 2.5배 이상 폭등했다. 그리고 주지하는 것처럼 미국에서, 스페인과 아일랜드에서 거품이 붕괴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한국은 급격한 거품붕괴 수준은 아니지만 2008년 이후 수도권 주택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투자한 자산이 하릴없이 줄어드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자 재산권을 가진 주택 소유자들은 자신들의 자산가치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정부를 압박해 세금·금융·건축 등에 남아 있는 규제를 풀어 왔고, 지금도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오직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물론 국민에게는 실수요자의 거래 활성화나 경기회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그런데 그걸로 끝이었을까. 지난 10여년 동안 주택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르면서, 서울시민들은 8~10년 정도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소득 대비 집값 격차가 커졌다.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는 주택이라는 자산구입은 진작에 포기한 꿈이 됐다. 턱없는 소득에도 불구하고 루저가 되지 않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주택소유자가 된 서민과 중산층 일부 가정들은 지금 ‘하우스푸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자산가치 증식을 위한 주택 소유자들의 무모한 질주로 인해 집 없는 45% 국민의 주거권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무리하게 빚을 얻어 집을 소유한 10% 정도의 하우스푸어에게도 주거권은 은행에 빼앗길 처지 직전에 와 있게 됐다. 지금이라도 이들에게 주거권이 보장되려면 주택가격이 소득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더 내려야 하건만, 주택소유자들의 가격상승 요구에 아직도 밀리고 있는 중이다. 주거권이 보장되려면 정부는 부동산 경기부양 이전에 공공임대주택 등의 정책에 집중해야 하지만, 아직 5% 남짓에 그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무제한으로 풀린 재산권이 노동권뿐만 아니라 주거권까지 국민에게서 빼앗아 간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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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4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최근 일본 민주당은 상속세(50%)와 소득세(40%) 최고세율을 각각 5%p 인상하겠다는 부자증세 계획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프랑스 대선에서 올랑드는 100만 유로 초과소득에 대해서는 75% 세율을 부과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지난 주 끝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20 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세율을 인상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따라서 소득세 최고세율은 35%에서 39.6%로 1993년 클린턴 정부 수준으로 복귀하게 된다. 1993년 클린턴 정부에서 최고세율을 31%에서 39.6%로 인상했을 때 재정적자는 줄어들고 투자와 고용, 성장률 등 모든 지표가 개선되었던 경험도 부자증세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소득세와 법인세가 줄어들고 있다. 1980년 62%에 달하는 최고세율은 1989년 50%, 그리고 외환위기 전인 1996년에는 40%까지 떨어졌다. 두 번의 개혁 정부 시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40%에서 35%, 법인세 최고세율은 28%에서 25%까지 떨어졌다. 부자감세를 추진한 MB 정부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상위 1% 소득 비중은 11~12%에 달한다. 20세 이상 인구가 4천만이라고 할 때, 상위 1%인 40만 명은 전체 소득세의 40%인 12조를 부담하고 있다. 25%를 더 부담시키면 3조원의 재정수입을 얻거나, 나머지 99%의 소득세를 평균적으로 15%만큼 줄일 수 있는 금액이다.

부자증세는 그 자체로 최상위 계층의 세후소득을 줄여 격차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복지지출 확대로 2차적인 양극화 해소 기능을 수행한다.

부자증세는 또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만약 3 조원의 재정수입으로 교육과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경제성장률은 개선될 것이다.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이 각각 50%, 37.5%에 달하던 1980년대 후반 분배율과 성장률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시기가 이에 해당한다. 1950~6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 시대 미국의 최고세율은 91%에 달했으며, 90년대 미국의 신경제도 부자증세가 배경이 되던 시기였다.

물론 부자증세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확충하고, 소득과 재산에 연계된 권력 집중 해소를 통해 경제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부자증세만큼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바로 금융거래세다. 금융거래세는 거래비용 증가로 과도한 투기를 억제하고 생산적 투자활동으로 자원을 이전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자산가격 및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경제적 불확실성 해소로 금융 및 재정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한다. 마지막으로 부자증세와 마찬가지로 아주 낮은 세율에도 연간 수천억에 달하는 재정수입을 올려 복지지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대선 정국에서 부자증세와 금융거래세 등 미국과 유럽에서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경제정책들이 거의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과연 대선 후보들은 얼마나 훌륭한 경제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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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5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개인부문 금융부채를 기준으로 1천조원을 넘어선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금융시장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응답)한 결과 금융시스템의 핵심 위험요인은 유럽국가 채무위기(75.7%)였고, 그 다음으로 가계부채 문제(67.6%)를 지목했다. 정치 및 지정학적 리스크(50.0%)나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위험(36.5%)보다도 가계부채가 훨씬 더 높았다. 채무의 대부분은 고소득자들이 안고 있기 때문에 큰 위험은 없다고 한 정부 발표와는 달리 금융시장에서는 위험도를 높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계부채 절대규모도 문제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소득층의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점이 최근까지 추가적 위험요인으로 지적됐다. 2010년 말까지는 잔액 기준으로 소득이 3천만원 미만인 가계가 안고 있는 부채 비중이 30% 정도였는데, 지난해 4분기 새로 늘어난 부채의 40%는 3천만원 미만 가계의 것이었다. 저소득층의 경우 생활자금이 모자라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점도 걱정이다. 이 정도가 지난해까지 한국은행에서 적시해 왔던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4월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를 내면서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 ‘고연령층 가계부채’ 문제를 지목한 것이다. 직접 인용해 보자.

“은퇴 등으로 소득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50세 이상 고연령층의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1년 말 현재 46.4%에 달하고 있다. 이는 2003년에 비해 13.2% 포인트 상승한 것인데 같은 기간 중의 인구비중 상승 폭(8.0%포인트)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은 고연령층의 가계부채가 인구고령화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에 55~65세대라는 신조어가 주목받고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직장생활에서 정년이 돼 소득은 없는데 유일한 국민적 노후보장 시스템인 국민연금은 아직 받을 나이가 되지 않아, 일자리와 소득이 공백상태로 있게 되는 10년간의 연령대에 속하는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다. 55~65세대는 곧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관련된다. 한국전쟁 이후 출산장려정책이 시행된 55년부터 63년까지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5%인 712만명에 이른다. 55년생의 정년 연령인 55세는 2010년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경제생활 밖으로 쏟아지는 이들을 받아 줄 사회적·경제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로는 이들이 인생 2막을 시작하며 다시 사회에 발을 내딛는 방식으로 자영업을 창업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알려져 있다. 기존 기업에서는 받아 주지 않고 사회적으로 다른 길을 만들어 주지 않으니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당연히 목돈이 필요하고 금융권 대출을 이용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다.

“최근 들어 베이비 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창업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은퇴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창업자금을 마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0세 이상 자영업자 비중이 2008년 47.1%에서 2011년 53.9%로 높아졌으며 은행에서 취급된 주택담보대출 중 주택구입 이외 목적 대출도 50세 이상의 연령층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이제 교집합이 명확히 들어온다. '저소득층-50~60대 고연령층-자영업'으로 묶여지는 일련의 인구 군이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지대가 될 수 있고 이들이 가계부채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는 이 문제를 비중 있게 할애해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고액 등록금으로부터 유래된 청년들의 부채부담에 못지않게 세대별로는 50~60대의 가계부채 문제를 사회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가지 진보개혁세력이 유념할 것이 있다. 통상 50~60대는 정치적 성향이 보수적일 것으로 간주된다. 고연령층 가운데 자영업의 교집합이 더해지면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자영업이 보수적일 것이라는 가정은 최근 SSM 저지운동 등으로 상인들의 대기업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면서 상당히 완화됐다. 역으로 진보개혁세력은 무조건 20~30대에게 정치적 호소를 하는 분위기가 한껏 고조돼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현재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보건데 과연 50~60대가 기존 질서와 시스템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가. 오히려 기존 질서와 시스템에서 가장 생활의 위험에 노출된 세대가 아닐까. 진보개혁세력은 이들에게 적절한 대안을 찾아 호흡하려는 노력보다는 쉽게 보수라고 치부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점점 이들과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대선을 앞두고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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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보수주의자들은 경제가 시장의 원리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품 공급자 또는 수요자로서 각자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시장에 참여해 거래를 하면 가장 효율적인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인위적인 개입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전 세계는 앞다퉈 재정지출을 했다. 4년 이상 공격적인 금리 통화정책으로 시장 개입을 하고 있는 지금도 시장의 효율성과 자기조정 능력에 대한 과신은 크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역사적 현실은 시장의 자율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에 대한 일정한 규제가 자본주의 시장을 존립시켜 왔을지도 모른다. 1920년대의 금융자유의 시대, 1980년 이후 금융자유주의 시대는 대공황을 초래하면서 잔인하고도 거대한 시장의 붕괴, 시장의 실패를 만들어 내지 않았던가. 그러니 규제 자본주의가 시장경제에 가장 적합한 것일지 모른다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한 것이다.

그런데 조폭 세계도 아닌 시장경제에서 국가의 합법적인 개입은 고사하고 때때로 공포와 협박을 동원해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어떤 선택을 강제하는 경우가 21세기 첨단의 시대에도 발견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것도 특히 시장의 자율을 주장하는 보수적 세력들에 의해 조장된다는 것이 더 역설적이다.

첫 번째 사례는 가장 혁신적인 금융시장에서 발견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보편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은퇴 후 생활과 노후생활을 위한 복지정책을 활발하게 개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대비책으로 나온 것은 복지정책만이 아니다. 보험과 연금을 비롯한 금융상품이 이에 못지않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개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이를 상품판매로 연결시키려는 보험사들의 공포마케팅이다.

지난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00세 보장’을 앞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는 상품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합쳐 140여종에 달한다고 한다. 비슷한 마케팅전략을 내세우는 증권사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200여개까지 늘어난단다. 국민들은 정부의 복지정책을 신뢰하고 공공복지에 의지할 것인가, 아니면 사적 금융시장의 공포조장에 밀려 금융상품에 노후를 걸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시장에 참여하는 각자가 합리적인 자기 이익을 가지고 거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두 번째가 부동산 시장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의 정체, 또는 실질적 하락세가 4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기를 이어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추세가 반전될 기미도 없다. 지난 4년 동안 끊임없이 나왔던 것이 부동산 폭락사태와 시장 붕괴 우려의 목소리다. 그런데 그중에 국민경제의 급격한 충격을 걱정하는 차원에서 폭락을 걱정하고 연착륙 대책을 고민하는 부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쪽도 적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 폭락에 대한 두려움을 시장에 유포해 정부와 국민으로 하여금 부동산 경기부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하려는 심산이다. 건설업자들이나 주택대출을 해준 은행들, 그리고 주택 투기세력들이 그들이다. 실제로 그 결과 이명박 정부는 4년 동안 지속적으로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해주고 세제 경감조치를 발표하고 경기부양 대책을 내놓았다. 그로 인해 누가 이익을 봤을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시장의 자율과 참여자들의 합리적 이익추구라는 경제학 교과서의 그림은 잘 구현되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재벌이다. 올해부터 재벌개혁 요구가 거세지고 있고 재벌에 대한 규제와 증세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중이다. 당장 재벌들은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전형적인 협박과 공포 분위기를 흘리기 시작한다. 몇 년 전부터 재벌들은 심지어 “자꾸 규제나 과세를 해서 기업하는 환경을 어렵게 하면 본사를 옮길 수도 있다”는 그야말로 어이없는 협박과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미 재벌들은 싼 임금을 찾아 공장을 끊임없이 해외로 옮겨왔다. 만약 본사를 옮기는 것이 이익을 내는 데 유리하다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유럽이든 벌써 떠났을 것이다. 그들에게 무슨 애국심이 있어 본사를 한국에 일부러 두고 있겠는가. 한국처럼 알짜배기 고급인력을 충분히 수혈받을 수 있는 곳, 제품 만들면 즉각적이고 충분한 규모로 구매해서 테스트해 주는 국민이 있는 곳, 그처럼 많은 이익이 나는데도 여전히 엄청난 특혜를 제공해 주는 정부가 있는 나라. 관료와 학계, 법조와 회계 분야에 몽땅 내 사람들로 포진해 있는 인적환경이 되는 한국보다 나은 국가가 있다면 삼성과 재벌들은 지금 이 시각 짐을 싸서 떠났을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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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3 / 29 새사연

민주정부 10년 동안 왜 경제 민주화를 못했나?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환란으로 사라진 내수기반 경제의 희망
2. 금융시장이 개방된 한국경제
3. 선출되지 않은 절대 경제권력 재벌
4. 벼랑 끝까지 온 불평등과 한국의 99%
5.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 함께 가야한다.

 
[본 문]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악화되자 한국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보편 복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의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양대 선거를 맞아 정권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양한 사회개혁 의제가 정책 공약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정말 2013년 체제라고 불릴만한 사회 대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자면, 강력한 경제개혁 전망을 갖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사연의 문제의식이다.

이에 새사연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대적 가치와 비전, 새로운 경제모델과 성장모델, 총체적 경제개혁, 보편복지를 망라하는 정책을 모아 2012년 5월 중 단행본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출판될 원고 가운데 일부를 새사연 회원들과 미리 공유하고자 [새로운 사회 2013]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1. 환란으로 사라진 내수기반 경제의 희망

김영삼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져온 금융개방은 재벌 대기업의 팽창 욕구와 결합하여 외환위기라는 한국경제사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을 일으켰다. 물론 그 뒤에는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주도해온 IMF와 같은 국제금융기구들, 이를 지배해온 미국이 있었다. 외환위기는 한국경제를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분기점이 되었다. 개방과 자유화를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기업들은 단기 수익성을 목표로 경영전략을 바꾸고 노동유연화 정책을 속속 도입하였다. 그 결과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고용불안은 확대되었으며, 전반적인 실질 근로소득이 하락하고 실질 구매력이 약화되었다. 중산층은 곧 붕괴되었고 본격적인 사회 양극화가 시작되었다. 기업 금융은 줄고 가계를 대상으로 한 소매 금융이 크게 확대되었다. 실물경제는 4%대의 성장률에 머무르는 대신 자산시장 거품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가파른 상승을 시작했다.

외환위기 와중에 정부 도움으로 살아남은 절반의 재벌 대기업은 부채 축소와 수익성 개선을 내걸고 신자유주의 단기 수익추구에 성공적으로 편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내 고용을 축소하면서 내수 시장 대신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추진했고 철저히 수출위주의 성장 전략을 구사했다. 국내 경제와 재벌 대기업의 성장이 단절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시기 재벌 대기업 주도하면서 성장과 고용이 동시에 달성되는 한국형 발전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 것은 우리 경제와 국민들의 삶을 파괴했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이 1998년부터 2007년까지의 민주개혁정부 10년 동안 이루어졌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민주개혁정부는 '시장 경제와 민주주의, 생산적 복지,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을 정책기조로 삼아 일정하게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복지를 확충하려는 노력을 했고 성과도 있었다. 게다가 외환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또한 규제완화와 금융 자유화가 세계적 추세로 진행되면서 한국만 단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두 차례의 민주개혁정부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금융자유화와 개방화를 추진했고, 재벌 대기업 집단이 경제력 집중을 가속화하여 경제권력화 되도록 방치했던 측면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로 인해 1차분배 영역인 시장에서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졌다. 특히 10년 동안 민주정부가 큰 비판 없이 추진한 자본시장 개방과 자유화 정책은 해외 자금이 증권시장으로 자유로이 유입되도록 했고, 부동산과 건설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을 통제하지 못함으로써 항시적 금융 불안과 신용카드 대란, 부동산 거품을 자초했다.

요약하자면 민주개혁정부는 한편으로는 강력한 양극화 경향을 갖는 시장주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를 보완하는 사회복지를 확대했지만, 지배계층의 강력한 저항과 투기경제에 발을 담근 시민세력의 소극적지지 속에서 전자가 후자를 압도해버렸다. 그 결과 2007년 대선에서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권인 이명박 정권이 당선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민주개혁정부 10년과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한국경제에 이식시킨 금융개방경제, 수출주도경제, 자산거품경제의 뿌리는 향후 한국사회가 사회적 역량을 집중하여 근절해야 할 가장 어려운 과제로 남았다.

...전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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