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11.03.28 15:40
2011 / 03 / 24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금융감독원은 가계의 금융을 보호할 수 있을까?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금융소비자보호법(안), 핵심을 비껴가다

2. 현행 금융규제 시스템의 문제점

     (1) 고아로 남겨진 ‘소비자 금융보호’

     (2) 은행 수익성에 종속되는 ‘소비자 보호 규제’

     (3) 소비자 보호의 전문성 확보 실패

     (4) 규제기관의 하향 경쟁 “Race-to-the-Bottom"

3. 소비자 금융보호의 강화 방향

 

[요약문]

“당신이 토스터기를 샀다고 하자. 만약 당신의 눈앞에서 토스터기가 폭발한다 하더라도, 토스터기는 안전해야 한다고(즉, 당신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법률이 있다. 그러나 당신이 신용카드를 사거나 담보대출상품을 산다면, 그 제품들이 당신의 눈앞에서 금융 폭발을 일으키더라도 당신이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법률은 어디에도 없다.”

-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2009년 3월 19일

 

지난 3월 18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을 마련하고 그 내용을 발표하였다. 이 법안에는 개별 금융업권별로 달리 적용되는 규제 일부를 동일 체계에 포함시키고 소액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의 소송을 일부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른바 ‘편면적 구속력’)을 담고 있다. 이런 내용은 이전에 비해 다소 진전된 것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논의되어 왔던 독립적인 소비자 금융보호 기관 설치는 법안에서 제외되었다. 이로써 소비자 금융보호는 현행의 금융감독원이 주관하게 되었다.

독립 기관의 설치는 최근 금융개혁의 국제적 흐름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논의 주제가 되고 있다. 소비자 금융보호가 은행 등의 건전성 감독과 이해상충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은 셈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은 소비자 금융보호가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필수라는 인식 하에 이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소비자 금융보호는 약자인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소극적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가계부문의 재무안정을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같은 거시적 불안정을 막는다는 적극적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써 금융정책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영미식 금융자유화가 확산된 지난 30여 년 동안 규제당국은 소비자 금융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방기해 왔고 이것이 결국 전체 금융규제 체제를 무력화시킴으로써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세계적 위기를 가져왔다.

 

현재 국제적인 추세는 은행 등의 건전성 규제와 소비자 보호 규제를 분리시키는 데 있다. 2011년 7월 미국은 소비자금융보호국(Bureau of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를 출범시킬 예정이고 영국(FOS, 2001년), 캐나다(FCAC, 2001년 등) 그리고 호주(BFSO, 2002년 등)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독립 기구를 운영해 왔다. 최근 논의는 별도의 기구 또는 독립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이 원칙으로 확립되어 가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 보호가 은행 등의 수익성 확보에 포섭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인식은 소비자 금융보호를 포괄적인 규제 시스템 차원에서 다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소비자금융보호국은 은행, 보험, 증권 등의 업권에 얽매이지 않고 포괄적으로 소비자 금융보호 규제를 실시한다. 기존의 업권별 건전성 규제 체제와 대비된다고 하겠다. “소비자 금융보호 규제기구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법과 사고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03.18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저축은행과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

 

얼마 전 부산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 정부가 바삐 돌아가고 있다. 믿고 저축은행을 이용해 왔던 많은 국민들의 근심과 불만이 쏟아지고 있으니 정부가 그 의무를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정부가 하고 있는 일들이 하나같이 생색내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검찰이 앞장 서는 것부터가 그렇다. 검찰은 중수부를 동원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불법대출을 집중 수사하겠다는 서슬 퍼른 목소리를 연일 드높이고 있다. 그러나 불법대출 규모를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축은행들 사이에서 무한 대출경쟁이 일어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불법대출이 이번 사태의 원인인 양 취급되는 것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를 원천 봉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검찰과 여기에 박자를 맞추는 언론들이 해 온 그간의 모습을 보건대, 불법대출이 어떻게 정치권으로 흘러갔는지에 대한 무성한 보도만 넘쳐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 와중에 시스템 진단의 중심이 되어야 할 금융당국이 하는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 직원이 퇴직 이후 저축은행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직자들이 공적 의무가 사적 이해관계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는 ‘이해충돌 회피제도’는 상식일 뿐이다. 따라서 이를 두고 금융당국을 따로 칭찬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한국 사회는 이런 상식이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워낙 지켜지지 않으니 특별한 행동으로 보이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현재 금융규제의 핵심 이슈는 ‘소비자 보호’

 

많은 언론들이 금융당국의 취업제한 확대 방안을 비판하면서 왜 저축은행에만 적용하느냐고 일갈한다. 문제가 된 저축은행에만 ‘낙하산’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훨씬 덩치가 크고 국민경제에 영향력이 큰 은행과 증권, 보험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당연한 주장이며 같은 맥락에서 강만수 전 장관의 산업은행 지주회장 취임도 비판받아야 한다. 언론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런데 언론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이번 저축은행 부실에 관해 금융당국이 정말 비판받아야 할 지점은 금융감독원 조직 자체가 ‘이해충돌’의 구조를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금융당국 본원의 임무는 건전성 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양대 축으로 설명되는데 최근의 국제적 논의는 바로 이 둘이 충돌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건전성 규제라 함은 금융기관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적정한 자기 자본 비율을 유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런데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입거나 불공정한 상품구매를 하는 경우, 이는 곧바로 금융기관들의 이익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소비자의 금융보호는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데 핵심축은 금융감독원의 소비자서비스본부라 할 수 있다. 지난 2009년에야 본부로 승격한 이 조직은 금감원 내부 8개 본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금감원이 지금까지 건전성 규제에 매진해 왔는데 과연 그 안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지극히 회의적이다.

 

‘소비자 금융보호’ 독립기구가 설치되어야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약탈적 대출’행태로부터 비롯되자 미국은 2010년에 ‘소비자금융보호청’이라는 기구를 설치하였다. 애초 독립기구로 제안했던 법안에서 후퇴하여 결국 연방준비은행 산하로 설립되는 것으로 귀결되긴 했으나 ‘건전성 규제’와 ‘소비자 보호’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진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금융규제 당국은 올해 와서야 은행에서 파견한 직원들을 돌려보내는 등 이해관계자와 상당히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 왔다. 소비자 금융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세계적인 추세와 외부의 요구를 거스를 수는 없었으나 다른 나라와 달리 금감원 내부 조직을 확대하는 시늉에 그치고 있다.

소비자 금융보호 독립기구가 필요한 이유는 소비자 보호라는 확고한 기준 하에서 금융업 권역을 넘나드는 포괄적인 규제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저축은행의 금융상품 판매행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컨대, 예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으로서는 다른 금융기관과의 수신경쟁, 신규 대출상품 개발 경쟁의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하겠다. 금융위기 이후 제2금융권과 여신 및 대부업의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을 떠올려 보라. 저축은행이 직면한 경쟁 압력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치열한 금융기관들 사이의 경쟁은 국민들의 금융보호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