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7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오바마는 인소싱(insourcing)을 믿는다.”

“롬니는 아웃소싱 대장(outsourcer-in-chief)", “오바마는 인소싱(insourcing)을 믿는다.” 점점 가열되는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롬니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하는 TV광고 문구들이다. 오바마 캠프는 롬니가 창업한 베인캐피탈이 중국과 인도로 일자리를 이전한 기업에 투자했었다는 워싱턴포스트(WP)지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롬니 캠프를 공격하고 있는 중이다.

한 마디로 국내 일자리가 아니라 해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기업에 투자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이런 투자행위가 비판을 받을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해외시장 개척을 한 기업에게 투자했는데 비판을 받다니? 그것도 대선 선거전에서 최대의 정치적 취약점이 될 줄이야.

기업을 다시 국내로 되돌리는 전략이 최대 화두다.

사실 198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경제의 글로벌화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금융 세계화와 함께 추진된 것이, 낮은 임금과 가격 경쟁력을 찾아 해외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해외기업에게 외주를 주는 전략이었다. 즉, 다른 나라에 계열사를 세우거나 사들이거나 주문을 의뢰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로 진입하기 직전인 1970년대, 미국의 비금융권 기업들이 세계 다른 지역에 직접 투자한 비중은 미국 내 순수 물적 투자의 23%를 차지했다. 그런데 2008년 경제위기가 발발하기 이전 10년간(1998~2007), 이 비율은 81%로 올라가며 자국 영토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을 하겠다는 기업들의 추세는 확고해졌다. 그런데 2008년에 터진 글로벌 경제위기가 장기화되기 시작하자 고용문제가 점점 더 큰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고 그 결과 해외 아웃소싱이 일자리 감소를 이끈 중요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 것이다.

2012년 1월 신년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돌아왔다"고 선언하고 '건실한 미국'을 주장하면서, '인소싱'(Insourcing)을 선거운동의 주요 방향으로 잡았다. 외부 위탁생산을 의미하는 '아웃소싱'(Outsourcing)과 대비되는 말이다. 산업 생산의 무대를 국내로 돌리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인데, 이른바 '기업 재이전'(Relocalisation)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 대기업의 해외생산 추세는 이미 선진국 수준?

그러면 한국 경제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아직도 ‘외자 유치’를 주장하고 있지 않는가? 아니다. 2000년대 한국 기업의 생산과 투자 활동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외자 유치가 아니라, 국내 축적된 자본을 기초로 하여 해외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세계적인 해외생산기지 확장 추세에서 비껴가지 않았다. 특히 2006년 이후 외국인의 국내투자 규모를 넘어서 한국기업의 해외투자가 확대되었고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이는 더욱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한국은 이제 외자유치를 하는 나라가 아니라 해외투자를 하는 나라다.

[그림] 급격히 증가하는 한국 대기업들의 해외투자(기획재정부 자료)

이처럼 빠른 속도로 기업들의 해외공장 이전이 진행됨에 따라 제조업 해외 생산 비중이 일본 수준에 육박했다. 일본이 15년 동안 서서히 해외 생산비중을 높인 것에 비해, 한국은 단 5년 만에, 특히 경제위기 와중에 급격히 해외생산 비중을 높였다. 한국 재벌의 실적이 경제위기 와중에서도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대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미약하여 재벌개혁운동을 불러일으킨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여기에 있다.
 
이제는 해외공장 이전과 아웃소싱이 선진국의 대세가 아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자국의 일자리 창출과 좋은 일자리로의 전환이 각 국가 경제정책의 핵심목표가 되어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불안정한 해외수요 기반을 대체하는 안정된 내수 창출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있다.

이미 MB정부도 “해외에서 비수도권으로 U턴하는 국내기업에 대해 생산설비 도입시 관세 감면과 소득세, 법인세 등의 감면혜택”을 주는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임대료 등을 감면받고 설비 투자도 최대 15%까지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대기업들은 아직 침묵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과연 누가 인소싱(insourcing)을 믿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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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02.27 17:35


 

지난주 18일과 19일 ‘대부분의 국내 주요 일간지’는 영국 정부가 파산 위기에 처한 모기지 은행 노던록(Northern Rock)을 국유화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보도했다. 영국 정부의 은행 국유화는 시장이 최선이라며 모든 것을 시장에 넘기라고 부르대 온 시장지상주의자들과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상당한 당혹감을 안겨 주는 일이다. 은행 국유화만 해도 곤혹스러운 터에 하필 그걸 단행한 게 영국이라니.


영국이 어떤 나라인가. 불과 한 세기 전 자본주의 최선진국의 화려한 시절은 옛이야기라 치더라도, 20세기 들어 각 산업별 경쟁력을 후발 국가들에게 다 추월 당하고서도 금융산업만큼은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과 영향력을 여전히 구사하고 있는 나라다. 게다가 1980년대 초반부터 대처 정부 출범과 함께 로널드 레이건의 미국과 호흡을 맞추어 민영화, 자유화를 구호로 금융세계화와 주주자본주의로 압축되는 신자유주의 경제를 전세계에 퍼뜨린 당사자다.


조선일보만 관련 기사가 없는 이유는?

곤혹스러움 감추고 싶은 은행 민영화론자들


영미식 경제와 금융 시스템만이 유일한 성장 해법이라는 믿음은 지난 5년간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의 중심 사고였다. 집권 초부터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국가경쟁력을 키우겠다며 금융허브를 추진하고 자본시장 통합법을 만들고 그렇게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식 경제 시스템에 대한 근친성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한미FTA를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궤적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정부의 영미식 금융경제 시스템에 대한 추종은 바로 오늘부터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에서 한층 강화될 예정이다. 우리은행,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주요 공기업 민영화와 함께 이명박 후보 시절 그리고 당선자 신분으로 인수위를 운영하면서 내놓은 국정 과제에서도 가장 눈에 띄게 강조된 정책이다.

 

새 정부가 지난 정부가 놓은 발판을 딛고 은행과 공기업 민영화에 속도를 붙이며 화끈하게 도움닫기를 하려는 판에 하필 그 정책의 원조 국가에서는 정반대로 은행을 국유화하는 판이니 영 모양새가 사납게 되었다. 앞에서 필자는 ‘대부분의 국내 주요 일간지’가 노던록 국유화 기사를 게재한 사실을 언급했는데, 유독 한 신문이 요샛말로 관련 기사를 ‘생까는’ 경우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조선일보다. 그 신문의 외신 정보력이나 의제 해독력이 나머지 신문보다 특별히 떨어지는 게 아니라면, 기사가 생략된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떨떠름함과 관련해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은행 민영화와 금산분리 철폐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누구보다 힘을 실어주던 신문 아닌가.


노던록 은행 국유화는 이처럼 단순히 경영 위기에 처한 영국 제5위 모기지 은행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다. 지구촌 200여 개 나라 가운데 지난 10년여 사이 가장 빠른 속도로 영미식 금융 시스템을 답습중인 대한민국의 은행 문제일 수도 있고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의 심각한 위험성의 한 단면이며 이명박 정부 은행 민영화의 미래에 대한 힌트이기도 하다. 그 이면에 깔린 문제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깨져버린 시장 만능 신화

정부 개입은 국유화 이전부터


국유화의 발단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던록 은행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 영향으로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대규모의 예금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하자 영국 정부는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을 통한 긴급 유동성 대출, 노던록 예금 전액 보장 발표 등으로 사태 수습의 전면에 나섰다. 여기에는 총 550억 파운드의 자금 지원이 소요되었는데 이는 물론 공적 자금, 즉 국민의 세금이다.


이후 영국 정부는 노던록의 민간 매각을 추진하나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한국의 IMF 사태 당시 외환은행을 인수하여 떼돈을 번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사모펀드들이 노던록 인수에 눈독을 들였으나 파산 위기에 처한 금융회사에 그들이 제시하는 인수가는 헐값일 수밖에 없다. 영국 황실이 돈을 맡기던 233년 전통의 베어링은행이 한 직원의 파생상품 투기 실패로 네덜란드 ING 그룹에 매각될 때 땡처리 금액은 단돈 1파운드였다. 금융 파국을 막기 위해 투입한 국민 세금 550억 파운드를 민간 매각으로는 도저히 회수할 길이 없다고 본 영국 정부는 결국 시장주의 정책에 큰 손상을 입는 것을 감수하고 고육지책으로 은행을 국유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태의 전개 과정을 보면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이미 은행 국유화 결정 이전부터임을 알 수 있다. 부실 은행의 예금 보장과 구제 자금 수혈 행위 자체가 이미 ‘보이는 손’, 즉 정부의 개입인 것이다. 또한 이는 이미 지난해 여름 미국 1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가 부실 위기에 처하고 유럽 각국의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관련 상품에 투자해 규모를 알 수 없는 손실을 입은 상태에서 유럽과 미국의 중앙은행들이 취한 조치와 동일하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두기에는 사태의 규모나 여파가 너무 커 방치할 경우 전세계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은행이 망하면 주주만 괴롭나

소비자와 노동자 인질로 잡은 금융


국유화 결정이 발표되자 야당인 보수당은 ‘경제를 (신자유주의 이전인) 1970년대로 돌리는 것을 두고보지 않겠다’며 반발했으나 이것이 정치적 공격에 불과하다는 것은 항상 시장주의를 대변하던 보수적 성향의 파이낸셜 타임즈가 이번 조치에 대해 “국유화 결정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일이며 오히려 결정이 5개월이나 늦어진 것이 문제”라고 논평한 데서 잘 드러난다.


국유화로 노던록 주주들은 손실을 입는다. 당장 노던록 주주들의 모임은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조치로 140만명의 노던록 예금 고객과 세금 550억 파운드를 지불한 6,000만 영국민들은 피해를 벗어날 수 있다. 만일 시장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영국정부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최선’이라는 믿음에만 의지해 은행 부실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 피해는 금융시장 전체는 물론이고 산업계로 번졌을 것임은 불을 보듯한 사실이다.


금융 경색은 은행 차입에 의존하는 기업에 금리 인상과 대출 회수 압력을 강제하고 기업은 이 부담을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단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다. 결국 은행 부실과 금융시장의 위기는 소비자로서의 국민 전체와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해로 돌아온다. 우리는 이미 IMF 사태로 100만 명 이상의 성실한 직장인들이 해고되고 그보다 많은 수가 비정규직으로 방출된 초유의 지각변동을 통해 실컷 경험한 바다. 이 파국을 막아주는 것은 결국 중앙은행과 정부 그리고 국민의 세금이다. 국민이 볼모로 잡혀 있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프랑스 경제학자 프레데릭 로르동은 “시장이 상승국면일 때는 그렇게 오만했던 금융플레이어들이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모두들 ‘엄마’를 외치며 중앙은행이라는 ‘국가적 어머니’의 품으로 뛰어든다”고 비꼰 바 있다.(관련기사 금융의 세계화, 금융오류의 세계화 바로가기)


돈이 돈버는 ‘머니 워킹’ 코리아?

민영화 은행 성공 뒤에 감춰진 진실


지난 10년간 한국에 급격하게 이식된 영미식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은 ‘기업의 최상 목표는 주주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는 주주제일주의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변화의 선두에 선 것은 은행들이었다. 국민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생명을 건진 뒤 민영화 논리로 외국 주주들에게 헐값에 매각된 시중은행은 ‘주주중시 경영’ 구호를 내걸고 수익 사업에만 열을 올린 결과 해마다 수조 원 이상의 순익을 냈다. 지난 2007년 한해 동안 국민은행이 거둔 순이익만 2조 7,453억원, 신한금융지주 2조 3,964억원 등 은행권 전체로 보면 간단히 10조 원대를 넘어선다.


이같은 성과를 놓고 은행 민영화론자들은 한껏 고무된다. 은행만 잘 키우면 이렇게 돈이 돈을 벌어오는데 중국과 일본의 샌드위치로 낀 한국이 뭐하러 제조업에 목숨을 거느냐 하는 것이 곧 금융 허브론, 금융 선진화론이며 선진화를 위해서는 무조건 은행을 민간에 넘기고 해외 주요 금융회사가 한국 시장에서 자유롭게 영업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 - 이명박으로 이어지는 은행 민영화와 FTA 금융 개방론이다. 이들은 ‘돈이 돈을 번다’는 표현이 좀 속물적이라고 생각했는지 최근에는 돈이 일한다는 ‘머니 워킹(money working)’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쓰고 있다.


그러나 머니 워킹과 은행 민영화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애써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첫째로, 이 막대한 은행 순이익은 기업 대출은 줄이고 대출금 회수가 확실한 부동산 담보 대출 등으로 거둬들이는 이익으로서 국내 기업과 산업 활성화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증시와 부동산 버블이라는 자산 거품을 만들고 있는 질이 불량한 이익이라는 점이다.


둘째로 황금알처럼 벌어들인다는 은행 순이익의 상당부분은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지급된다는 사실이다. 국민은행과 신한금융의 외국인 주주 비중이 각각 83%와 58%를 상회하는 등 전반적으로 시중은행 외국인 지분이 70%대임을 감안한다면 배당금 가운데 적어도 2/3는 우리 국민경제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해외로 빠져나가 외국인 주주들의 배를 채울 뿐이다. 지난 2007년 한해 이렇게 은행의 외국인 주주들에게 지급된 배당금만 2조원 이상이다.


마지막으로 보다 중요한 점은 금융 세계화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항시적 변동성 위기에 처하고 위기의 국제적 연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이 시점에,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소수 거대주주들의 손에 맡겨진 은행이 부실에 휘말리기라도 할 경우 한국정부는 어떤 정책적 대처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금산분리 폐지에 강한 의사를 지니고 있어 비록 단계적 모양새를 밟기는 할 것이나 은행에 대한 재벌의 지배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은행을 위시한 금융산업이 실컷 대기업의 신종 효자산업, 사금고 노릇을 하다가 향후 은행위기라도 발생한다면 국민경제 전체를 인질로 잡은 금융산업의 특성상 또다시 국민의 혈세를 동원해 ‘은행 살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와 최근의 노던록 국유화는 이 방법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음을 보여준다. 어설픈 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외환위기 이후 겨우 10년 안팎 소위 ‘선진 금융’과 ‘주주 중시 경영’의 표피적 효과에 맛을 들인 한국의 금융화, 민영화론자들에게 체면 구기는 것 감수하고서 국유화를 단행한 영국정부의 과감한 선택이나 국민 보호의 철학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부메랑 피하기 위한 영미의 발빠른 움직임

금융 자유화, 세계화에 대한 개입과 조정 임박


영국 정부가 국유화로 노던록을 정상화한 이후 재매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잔뜩 망가진 금융 세계화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뿐, 지난 시기의 사회주의적 국유화나 자본주의 황금기라 일컬어지는 1945년 이후 1970년대까지의 주요 기간산업 국유화,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던록 국유화는 아무리 세계화를 부르짖어도 은행은 일국의 국민경제와 일차적 연관성을 가지며 궁극적으로 사회적 기능이 중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증명한다. 동시에 이미 금융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조차도 금융을 자유시장에 마냥 방치해 둘 수만은 없는 극심한 전세계적 위기 상황에 처했음을 입증함으로써 1980년대 이후 거센 광풍으로 몰아치던 금융화에 대한 일련의 개입과 조정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반까지 금융 자유를 극도로 추구하던 자본주의는 이로 인해 1930년대 대공황과 금융시장의 붕괴, 이 국내외적 위기를 제국주의 침략전쟁으로 돌파하려는 파시즘 국가의 등장으로 인한 세계대전을 차례로 겪으면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영을 금지하고 금융 주주의 권리에 제약을 가하며 자본과 외환의 국제적 이동에 고삐를 채우는 등 금융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규제를 통한 이른바 ‘조절된 자본주의’로 체제 고유의 위기를 넘긴 바 있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요 주제가 전세계적 금융 변동성과 경제 위기에 대해 심각한 토론이었음을 상기해보자. 미국과 유럽의 자본주의 선진국들은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를 전파하면서 다시금 금융 자유의 무한 추구로 부를 불려 왔지만 그 부메랑이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상황에서는 또다시 적절한 개입과 규제로 위기에 대처할 정도의 유연성과 경험은 가지고 있다.


영국이 은행 국유화를 결정하고 단 며칠만에 EU의 양해와 협조를 구하고 국회에 은행 국유화법을 상정하고 통과시킨 것이나 전세계에 개방을 강요해온 부시 정부가 최근 오일달러에 기초한 국부펀드들이 미국 주요 기간산업 인수를 막기 위한 법안을 제정하는 발빠른 움직임에 나선 것은 그들의 체제 운영의 기본기와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준다.


민영화, 금융 자유화 막차인지 의심할 때

무분별한 추종을 선진화로 착각하지 말라


이제 하나 남은 정부 지분 보유 은행인 우리은행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마저 민영화하지 못해 안달하는 현정부에 이 정도의 현실 인식이나마 기대할 수 있을까. 무분별한 재벌의 과잉투자와 은행의 부실한 관리 이 둘이야말로 한국에 IMF를 불러들인 내적 책임 당사자들인데 이명박 정부의 금융 정책은 재벌을 금융 플레이어로 육성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야말로 환상적 결합이다.


금융 자유화 선발국들이 체면따위 집어던지고 현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에 조용히 손을 대기 시작하는 시점에 거꾸로 이명박 정부는 한물간 막차에 승차하면서 완전한 민영화, 금융 자유화의 뒷북을 요란하게 울리는 셈이다.

정녕 오늘은 ‘선진화, 글로벌 코리아의 원년’ 첫날이 맞는가?
 

Northern Rock은행 국유화 결정 일지

― 2007년 9월 12일, 영란은행 M. King 총재는 신용경색이 확산되자 은행에게 긴급유동성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

― 9월 13일, BBC방송은 Northern Rock은행이 영란은행에 긴급유동성 지원을 요청하였다고 보도

― 9월 14일, Northern Rock은행은 긴급유동성 지원 요청이 통상적인 영업활동이라고 발표하였으며 Northern Rock은행 주가가 32% 폭락

― 9월 15일, 예금인출사태 발생

― 9월 17일, 정부가 Northern Rock은행의 예금 전액보장 발표

― 9월 25일, Northern Rock은행은 일부사업의 매각가능성 시사

― 10월 12일, Virgin Group은 컨소시엄구성 구성 및 인수안 발표

― 10월 19일, B. Sanderson이 Northern Rock은행 신임회장으로 취임. 후에 Northern Rock은행 인수경쟁에 가세

― 12월 7일, 전 Abbey(주택대부조합) 대표이사 L. Arnold가 인수경쟁에 가세

― 2008년 1월 13일, 정부는 국유화 대비 위해 구조조정전문가인 R. Sandler를 대표이사로 내정

― 1월 16일, G. Brown 총리가 국유화도 Northern Rock은행 처리방안중 하나라고 언급함에 따라 주가가 20% 이상 폭락

― 1월 21일, 정부는 민간매각 촉진을 위해 Northern Rock은행에 지원된 250억파운드의 영란은행 긴급유동성 대출액을 채권으로 전환하는 방안 발표

― 1월 22일, 정부는 민간매각 추진시한을 2월 4일로 발표

― 2월 17일, 정부는 Northern Rock은행의 국유화 결정 발표

- 2월 21일, 하원에서 노던록 은행 국유화 법안 통과

※ 상원은 표결에 부치지 않고 통과시키는 데 합의

출처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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