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1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대선후보들이 금융 관련한 정책을 제시하는 경우는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 위기적 임계점까지 차오른 가계부채 위험을 완화해 금융시스템 안정을 도모하고 더 나아가 가계경제 파산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다양한 차원의 가계부채 완화정책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더욱이 가계부채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연계된 규모가 절반에 가까워 주택문제와 함께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또 다른 금융 관련 대책은 경제민주화와 연관돼 있다. 바로 재벌들이 은행과 금융을 장악해 사금고화시키는 폐해를 막기 위한 '금산분리' 대책이다. 알려진 것처럼 카드사나 증권·보험 등은 이미 재벌이 상당부분 장악하고 있으니 주로 은행의 지배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이 기본이다. 물론 최근에 제2금융권에 대한 지배도 규제하자는 주장이 있어 다행스럽긴 하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의 의문이 있다. 만약 은행이나 금융을 재벌이 지배하게 될 때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면, 아직 재벌이 장악하지 못한 현재의 은행시스템은 재벌로부터 독립돼 있으니 문제가 없는 것인가. 현재의 은행은 문제가 없고, 다만 앞으로 재벌이 은행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은산분리’를 지켜 내면 되는 것인가. 현재의 은행시스템에 문제가 없는데도 1천100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가계대출이 풀려 나가 우리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지목되게 됐는가.

최근에 발표된 몇 가지 지표를 통해 ‘아직 재벌이 장악하지 못한’ 현재의 은행시스템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직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고 연봉이 높다고 소문난 금융회사 고용의 한 단면을 짚어 보자. 이달 18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의하면 금융회사에도 꽤 많은 비정규직이 존재하고 있다. 정부 추산 산업평균 비정규직 33%보다는 적지만 손보사는 전체 직원 2만8천485명 중 26.2%에 해당하는 7천454명, 은행은 13만5천301명 중 26.0%인 3만5천235명이 비정규직이었다. 금융노조 출신 김기준 민주통합당 의원이 “콜센터나 후선지원센터 인력은 도급방식으로 채용해 비정규직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지적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비정규직 비율은 훨씬 올라갈 것이다. 금융회사도 비정규직 문제가 고스란히 투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금융회사는 이윤여력이 부족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가. 이 시점에서 비정규직 고용과 주주 이익배당, 그리고 은행의 소유권이라는 세 가지 함수관계를 살펴보자. 7개 시중은행 가운데 2011 회계연도 배당성향이 33%로 가장 높았던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은 비정규직 비중이 33%에 달했다. 배당성향이 두 번째로 높았던 씨티은행의 비정규직 비율은 7개 은행 중 최고인 41%를 기록했다. 다 아는 것처럼 이들 은행은 모두 외국인 지분율이 100%인 외국계 은행이다. 반면 아직 정부지분이 다수인 우리은행의 배당성향은 9%, 비정규직 비율은 15%로 모두 낮았다.

한마디로 주주배당을 제일 많이 하는 은행이 비정규직도 가장 많이 썼다는 것이고, 그런 은행들이 모두 외국인 지분 100% 은행들이었다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업을 하는 외국계은행인 SC은행과 씨티은행은 9월에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회원의 약 80%에 24~30%의 금리를 적용했다. 이런 폭리를 적용받은 고객 비율은 SC은행은 78.28%, 씨티은행은 76.72%였다. 거의 대부분 25% 이상의 고율 이자를 물어야 했던 셈이다. 반면 10% 미만의 저금리를 적용하는 회원 비중은 SC은행에는 아예 없었고 씨티은행은 0.86%에 그쳤다. 저금리 현금서비스는 거의 취급하지 않은 것이다. 할부사나 대부업체도 아니고 은행의 금리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 가계를 상대로 약탈적 대출·고금리 대출을 남용해 막대한 수익을 얻고, 또 과도한 비정규직을 고용해 임금 비용을 깎아 수익을 추가시켜 결국은 외국인에게도 돌아가는 주주배당에 쏟아붓는 행태를 ‘주주자본주의 단기이익 극대화’ 경향이라고 한다. 바로 지금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비판의 표적이 되는 경영행태다. 우리나라 시중은행에서 지금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는가. 재벌이 아직 손대지 못한 은행시스템에는 이미 외국자본이라는 또 다른 경제적 포식자가 자리를 잡고 실질적으로 은행재벌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금산분리 대책만으로 금융정책이 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러면 은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재벌이 손대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다. 이제 다음과 같은 주장을 검토할 때가 됐다. “은행부문의 다양성은 확대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가계나 소기업에 신용대출을 공급해 주고, 그로 인해 민간은행들과 경쟁해야 하는 공공은행과 협동조합적 은행들이 강화돼야 한다. 또한 체계적 타당성을 갖춘 금융기관들은 공적인 소유가 돼야 한다.”(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분배의 위기와 대안적 임금전략』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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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누리당의 박근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그리고 국민 지지를 기반으로 안철수 원장이 차례로 출마선언을 함으로써 12월19일 치러질 18대 대통령선거 주요 후보들이 확정됐다.

대선 이전부터 그랬지만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가장 쟁점이 되는 영역은 여전히 경제개혁 부분이다. 지금 경제개혁은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로 집중되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독식해 불평등을 조장하는 재벌에 대한 개혁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적 정의를 실현하자는 차원에서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추진해야 할 경제개혁은 대단히 광범위한 것이며 근본적인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자본주의의 대세로 간주되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해온 신자유주의를 대체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누적시켜온 뿌리 깊은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를 멈춰 세워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반적 차원에서 볼 때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과제는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한 고용차별과 불안정성 △금융 자유와 개방으로 인한 투기와 신용거품 △주주자본주의 경영으로 인한 단기수익 추구를 규제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경제 질서는 특히 노동권 보호(노동 민주화), 금융의 규제강화(금융 민주화)와 함께 주주자본주의를 폐기하고 기업과 산업에서 더 폭넓은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혁을 위해 국가가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특히 금산분리를 넘어서 금융시장 규제와 자본 유출입에 대한 일정한 규제는 중요하다. 신자유주의 위기가 금융위기로 표현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검토는 대선에서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위기가 전혀 해소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자본시장은 여전히 위기에 취약하지만 과도한 자본 유출입 변동에 대한 경계는 없다. 1천조원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라며 불안해 하지만, 이런 결과를 초래한 은행과 신용카드사 등 금융회사들에 대한 적절한 규제 논의도 없다.

재벌이 은행과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은행은 모두 재벌로부터 독립돼 있지만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 가계부채의 주범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금융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재벌이라기보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선 후보들이 최근 좀 더 실험적으로 제시하는 경제개혁 비전들도 신자유주의 극복이라는 큰 틀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문재인 후보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공유가치 성장론'을 제시한 바가 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등이 제안하는 공유가치론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연장선에서 산업 생태계의 발전 속에서 기업의 이익을 찾는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경영학 개념이기는 하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신자유주의 틀 안에서 제시된 개념이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으며, 부분적 수용은 가능하지만 대선의 핵심전략이 될 정도는 아니다.

출마선언 후 제일 먼저 개념을 확장시키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혁신 기반 경제론’도 유사하다. 그는 “현재 정치권 화두가 경제민주화와 복지인데, 거기에 혁신경제가 연결돼야 두 바퀴의 자전거처럼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면서 전통 제조업 틀을 벗어난 지식기반 혁신경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벤처적 혁신의 개념만으로 우리경제의 양극화를 해결하고 불평등을 완화할 수는 없다. 오히려 김대중·노무현 정권시절에도 적지 않게 벤처기업 육성과 혁신형 중소기업을 강조했지만 양극화 해소나 불평등 완화에 기대한 것만큼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경제질서를 대체할 개념으로는 너무 약하다.

안철수 후보는 이런 언급도 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통해 사회안전망이 잘 구축되면 마음 놓고 도전해 창업할 수 있고 성공확률도 높아지고 일자리 창출도 많이 된다”면서 “그런 자유로운 환경에서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맞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혁신경제 자체가 아니라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혁신을 위한 토양을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다. 차라리 혁신을 위해서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더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는 효율과 경쟁만을 유일 가치로 내세운 신자유주의에 대해 공히 비판적이다. 그러나 아직 제시한 정책 구도는 신자유주의에 맞설 만큼은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더욱 과감한 정책 진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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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9 / 21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12 대선 주요 대선후보 경제민주화 정책 비교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편집자 주 > 새사연은 이번 대선이 수개월 전인 4.11 총선처럼 상호 비난과 폭로전을 반복하지 않고 보다 생산적인 정책대결이 되길 기대한다. 특히 나라의 운명과 방향을 결정할 대선 국면인 만큼 폭넓은 시야와 방향에서 우리 국민이 살아갈 비전이 다양한 관점과 각도에서 제시되길 바란다. 아직은 정책과 공약이 추상적이고 다듬어지지 못한 단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의 저서와 발언을 중심으로 정책 맥락을 짚어보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정책선거를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요 약]
모든 대선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외친다. 분명 한국사회의 발전방향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후보들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정체불명의 개념이라는 소리를 듣는지도 모른다. 우선 지금 상황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국회에서의 실질적인 법안 통과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대선후보로서 경제민주화의 의지를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방법이다.

세부정책에 대한 찬반 입장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다.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같은 맥락이라고 말한 박근혜 후보는 낙제점이다. 참여정부의 신자유주의 편승을 반성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후보는 의미가 있으며, 시장지상주의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안철수 후보도 의미가 있으나 둘 다 약하다. 그 밖에 앞으로 경제민주화를 한국 경제의 체제를 전환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후보들이 보완해야 할 내용은 무엇이 있는지도 담았다.


 

[본 문]

쟁점이 사라진 한국 대선

올해 3월 러시아 대선, 5월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이 있었고, 앞으로 10월 베네수엘라 대선, 11월 미국 대선, 그리고 12월 19일 우리의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는 증세와 감세를 둘러싼 치열한 쟁점이 형성되고 있고, 유럽의 경우에는 긴축과 긴축 반대를 둘러싼 대립이 날카로웠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선거에 비해서 우리의 대선은 쟁점이 대립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출마선언문에서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그리고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내놓으면서 쟁점은 사라진 셈이다. 이 3대 과제는 주로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일관되게 제안하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도 자신의 책에서 복지, 정의, 평화를 3대 시대적 과제로 제시했다.

이렇게 각 대선후보들이 같은 얘기를 서로 반복해서 주고받다 보니 ‘가짜와 진짜 논쟁’이나 ‘진정성 논쟁’ 따위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 부분에서 그런 경향이 심하다.

 

모두가 공감하는 경제민주화, 차이는 실천력

문제는 이렇게 너도 나도 경제민주화의 말을 쏟아놓고 있지만 실제 이루어진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 와중에 대형 마트 일요 휴무제가 버젓이 무력화되고 있고 서울 마포 합정동 대형마트 신규 입점이 코앞이다. SJM과 만도기계 산업현장에서 불법적인 용역의 폭력으로 민주주의가 유린되는 한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지금 열려 있는 정기국회에서 재벌개혁 법안을 의결하여 통과시키야 한다.

새누리당은 경제 민주화 실천모임 주도로 재벌의 경제범죄 형량 강화, 일감몰아주기 금지와 처벌강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 및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금산분리 강화 법안을 차례로 경제 민주화 1호, 2호, 3호, 그리고 4호 법안으로 발의했거나 준비 중에 있다. 이 법안은 언론을 통해 새누리당의 당론인 것처럼 얘기되지만, 고작 새누리당 의원 20여 명만 참여하고 있으며, 막상 박근혜 후보는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진정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자기 당에서 발의된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야당인 민주통합당도 답답하다. 지난 7월 초로 12개 재벌개혁 법안을 발의했고, 최근 당내 경제민주화 추진 모임 주도로  ‘0.01% 슈퍼부자 기업’ 조세특례철폐 법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당 차원에서 새누리당에게 경제 민주화 관련 공동 입법 발의하여 조속히 통과시키자고 제안했지만 이렇다 할 상황 주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무력한 상황에 있다. 이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확정되었으니, 문재인 후보가 직접 경제 민주화 법안을 진두지휘해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추진 의지에서 실천적 차별화를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세부 법안내용까지 상당히 근접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재벌 총수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무거운 징계와 엄격한 법집행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나 총수 경제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 그리고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불법행위에 대한 무거운 과세 등이 그것이다. 여야 합의만 하면 금방 통과될 수 있는 부분이다.

국회 문은 열려 있고 너무 많은 경제 민주화 법안들이 이미 문서로 잘 작성되어 발의되었고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국민들의 여론도 이미 모아져 있는 상태다. 통과를 위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누가 법안 심의 의결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인가. 일단 국정을 책임진 집권 여당 후보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실행 의지 측면에서 낙제다.

 

진짜 쟁점은 경제 개혁의 철학과 비전

경제민주화의 내용 중에서도 후보들 사이에 의견 대립이 존재하는 부분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명박 정부가 2009년에 폐지한 출자총액제한제의 부활 여부다. 박근혜 후보는 반대, 문재인 후보는 찬성, 안철수 후보는 유보로 구분된다. 순환출자 금지도 비슷하다. 박근혜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 문재인 후보들과 안철수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로 구분된다.

그러나 2012년 현재 대선 국면에서 경제민주화를 논하면서 제기되어야 할 주요 쟁점이 출자 규제에 관한 수준에 그쳐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다루어져야 한다.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한국식 비판이자 대안이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에 대한 전반적 비판과 새로운 대안의 모색을 담고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경제 민주화가 ‘시대의 화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불공정거래 엄단의 차원이 아니라 ‘규제완화, 감세, 민영화, 작은 정부’라고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 수단을 폐기하고, 새로운 경제모델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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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3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편집자 주> 새사연이 참여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시민연대(준)와 민주당 경제민주화추진의원모임이 공동으로 지난 9월 12일 토론회를 갖고 경제 민주화를 위한 10대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재벌내부구조개편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경제 민주화와는 달리, 중소상인, 중소기업, 소비자, 노동자 등 경제적 약자의 권리를 지키고 재벌을 규제하는 입법을 최우선을 다루고 있습니다.

백가쟁명으로 말만 무성한 경제 민주화 내용 가운데 시민 사회단체가 최우선으로 뽑은 10대 과제입니다. 앞으로 경제 민주화시민연대는 더 국민의 생활과 밀착된 경제 민주화, 진정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시킬 경제 민주화에 주력해 나갈 것입니다.

 

1. 한국 사회의 현실이 너무나 비참합니다. 자살율은 1위 수준, 출산율은 꼴지 수준 등의 지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최악의 민생고는 현재 우리 사회에 수없이 많은 비극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이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은 한국 사회와 우리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하여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이자, 한 시도 늦출 수 없는 ‘민생살리기’의 핵심 요체가 되었습니다. 여야 대선 후보들도 앞 다투어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말뿐인 것이라면, 오락가락하는 것이라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또 차기정부로 넘길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정기국회에서 각종 입법을 통해서 그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19대 첫 정기국회가 ‘참된 민생국회, 정말로 제대로 된 경제민주화 국회’가 되어야 함을 선포하고, 3대 분야 10대 과제를 공동으로 도출하여 이의 시급한 입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또 경제민주화와재벌개혁을위한시민연대(준)가 제안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정치권·시민사회 연석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함께할 것을 선언합니다.

 

2.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해 현 시기 가장 시급한 입법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중소기업·중소상인·소비자 보호>

-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 원·하청 거래 개선을 위한 하도급법 개정

- 의무휴업제도 확대 등 중소상인 생존권 보장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상생법 개정

- 중소기업·중소상인도 함께사는 공정한 경제를 위한 중소기업·중소상인적합업종특별법 제정

- 재벌대기업의 담합 등 불법행위 근절·엄단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과 소비자집단소송법 제정

 

<노동자와 청년들의 생존권 보장>

-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를 근절 및 최소화하기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

-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와 산업재해 예방

- 재벌대기업과 공기업의 청년고용할당제 도입과 최저임금제도 전면 개선

 

<재벌대기업의 특혜 타파와 일감몰아주기 규제 및 법입세 인상 등>

- 재벌대기업의 특혜 타파와 일감몰아주기 규제 및 최저한세율·법인세 인상

- 재벌대기업의 은행 지배를 근절하기 위한 금산분리 강화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 재벌대기업의 환상형 순환출자금지 등 지배구조 개선과 노동자 경영참가 확대

 

3.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 시대적 과제, 민심의 절절한 요구가 된 이 때 합정동 홈플러스, 광명 코스트코-이께아 출점 강행, 대상·CJ그룹 등의 도매상권 침탈 등은 즉시 중단되어야 하며, 대형마트와 SSM의 의무휴업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또, 경제민주화의 핵심과제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일자리의 양과 질을 제고하고 확대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SJM 폭력사태 등이 반드시 조기에 해결되어야 하며 국회는 향후 1)중소기업·중소상인·소비자 보호, 2)비정규직·정리해고 문제 해결, 청년실업 대책,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3) 재벌대기업의 온갖 특혜를 타파하고 법인세 인상과 지배구조 개선 등 3대 분야에서의 10대과제를 위해 즉시 입법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고 호소합니다.

 

4. 또 경제민주화추진의원모임과 경제민주화시민연대는 합정역 홈플러스 저지 농성장 등 전국 중소상인들의 투쟁 현장,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농성장,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서명운동 현장, 경제민주화2030연대 출범식 등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생존권 투쟁 및 경제민주화 운동 현장을 찾아 지지와 연대의 뜻을 표하고 각종 민생경제 현안 해결과 민생살리기에 전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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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6정태인/새사연 원장

 

무슨 대단한 지식이나 신통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약간의 경제학 지식과 현실 경제 흐름에 대한 ‘감’, 그리고 시계열 통계만 볼 줄 알아도 금년 성장률이 3% 미만에 머물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새사연은 작년 말에 EU가 그럭저럭 위기를 헤쳐나갈 경우 한국 경제는 금년 2% 중반대 성장을 이룰 것이고, 더 나쁘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당시 한국은행과 정부, 그리고 재벌 연구소들 모두 3% 후반대의 성장을 장담했다. 6개월이 지나자 EU 상황을 핑계로 3% 정도로 성장률을 끌어내리더니 최근엔 재벌 연구소들이 2%도 어렵다고 징징댄다. 문제는 이어지는 얘기다. 그러므로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상식이다) 등 경제개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즉 박근혜 후보도 숟가락을 내민 ‘경제민주화’를 하면 경제가 더 위험해질 거라는 주장이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다’고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무분별한 자본시장 개방(김영삼의 ‘세계화’)으로 외환위기를 맞자 이들은 오히려 더 많은 개방과 경제자유화를 주장했다. 당시에는 ‘왕초 각설이’ IMF의 요구사항이 그랬으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치자.
 
참여정부 초기 경제성장률이 5%에 머무르자 재벌과 조중동은 ‘단군 이래 최대의 위기’라며 규제완화를 해야 투자를 늘릴 거라고 압박했다. 노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고백한 때였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전 세계가 그랬고 지금도 각설이 타령은 여전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월스트리트는 여전히 흥청망청이고 오바마는 고전 중이다.
 
굳이 김빠진 옛 드라마의 ‘다시 보기’를 누른 건 앞으로 6개월 동안 일어날 일이 그 안에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정부건 이명박 정부건 15년 넘게 양극화가 심해지자 ‘성공신화’에 취했던 국민들이 깨어나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외쳤고, 민주당이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박근혜 후보는 끼어들기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이슈는 경제위기의 해법인데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위기에 가장 잘 대처할 후보로 박근혜 후보를 꼽았다.
 
아마도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한 최근의 성과에, 어쩌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겹쳐졌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선거가 아니고 지금은 60∼70년대가 아니다. 단언한다.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면 위의 재벌 연구소의 주장을 따를 것이다. 위기 때문에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미룰 수밖에 없다고, 나아가 그런 정책은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재벌과 조중동에겐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이며, 보수적 지도자는 자신의 정치적 동맹세력을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
 
지금 코 앞에 닥친 위기는 구체제의 방식으론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오히려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현재 국민이 요구하는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 그리고 협동조합(사회경제)이야말로 위기 탈출의 묘책이다. 지금 세 정책을 실현하려는 시민 세력이 뭉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의 희망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민주당의 미적거림에 탄식하고 안철수의 모호함에 불안에 떨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동안 시민운동은 낙선운동, 투표 격려, 그리고 야당과의 야권 단일화를 해 왔다. 이제 사회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뚜렷한 요구가 있는 만큼 더 정확한 정책 목록, 정책을 실현한 내각의 구성 원칙, 그 내각과 시민의 통합 가버넌스를 내세워야 한다.
 
2008년에는 정권을 내주고 나서야 석 달 넘게 광장으로 나왔지만 지금 정권을 만들기 위해 나서면 훨씬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이글은 주간경향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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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