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07.29 15:21

<2008년 스태그플레이션의 주범은 신자유주의> 보고서 원문 보기

“지금 우리는 두 가지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인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가지가 공존해 있는 상태이다.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상태라고 볼 수 있다.” 1965년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영국 의회의원 매클리오드의 말이다.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현재 방향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는 게 맞다" 2008년 7월 28일 한국의 경제정책 수장인 강만수 재정부 장관의 발언이다. 수십 년 만에 자본주의 경제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부활했고, 재정부 장관의 발언으로 한국경제도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사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그런 현상이 적어도 1년 이상 지속되어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7월 23일, “2008년 하반기 이후 ‘완만한 스태그플레이션(Mild Stagflation)’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는데, 한국경제의 구조가 세계경기뿐 아니라 유가에도 민감한데다 외부충격에 의한 내수의 완충역할도 거의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평균적인 세계경제 상황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술 더 떠서 OECD 국가들 가운데 한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주장을 실은 보고서를 7월 27일 발표했다. 연구원은 과거 일본 경제기획청에서 사용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지수를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OECD국가들 평균보다 무려 5배가 높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보수적 집단인 기업경제연구소와 가장 방어적일 수밖에 없는 재정부가 스태그플레이션을 인정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된 셈이다.

물가 급상승과 더 심각한 고용 하락, 내수 침체

사실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음을 판단하는 것이 그리 복잡했던 것은 아니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4.5~5%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보이고, 소비자 물가는 한국은행의 관리 상한선인 3.5%를 벗어나 뛰어오르고 있다면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봐야 했다. 소비자 물가는 2008년 1월에 이미 3.9%를 기록하면서 높아져 있었고, 성장률도 3월부터 대부분 기관들과 국제 투자은행들이 4.8% 미만으로 낮추기 시작했다. IMF와 OECD는 아예 4.5% 미만으로 잡았다. 그렇다면 2008년 상반기에 이미 상황은 결정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장 단순하게 확인할 수 있는 두 개의 지표는 소비자 물가와 실업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업률은 통계청도 인정하듯이 현재의 고용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므로 취업자 증가수로 살펴보자.

[그림1]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단 소비자 물가는 6월 5.5%까지 치솟았고 석유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 역시 올해부터 빠르게 치솟고 있다. 그런데 이들 물가 급등은 경기활황에 따른 수요확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압박 때문이었다.

반면 취업자수 증가는 2006과 2007년 30만 명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던 것에서 빠르게 하강하여 2008년 6월에는 14만 7천명까지 추락했다. 이와 같은 물가상승과 고용사정 악화 추세는 올해 하반기 내내 확대되며,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데 거의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경제는 확실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진단해야 옳을 것이다.

더욱이 [그림2]에서 보는 것처럼, 그나마 올해 경제성장률 1분기 0.8(전기 대비), 2분기 0.8(전기 대비)마저 주로 두 자리 수를 넘는 수출호조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데, 외환위기 이후 약화된 내수경기가 올해 들어 더욱 둔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경기침체 강도는 배가된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부동산 가격은 불안정하고 주식과 펀드는 폭락하는 등 자산가치 하락조짐이 심상치 않은 대목도 현재 상황의 위험도를 가중시키고 있다.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과 폴 볼커식 해법

역사상 자본주의 경제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공인된 시기는 1970년대뿐이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부터 1981년 사이에 인플레이션은 15%까지 뛰어오르고 동시에 실업률도 9%로 높아졌으며 시차를 두고 세 번의 마이너스 성장을 반복했다.

이때 스태그플레이션 해결사로 등장한 사람이 폴 볼커(Paul Volker)이다. 카터대통령에 의해 1979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지명되어 1987년 그린스펀에게 자리를 넘겨줄 때까지 연준 의장을 맡았던 폴 볼커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초고금리, 초긴축을 강행하여, 당시 금리가 무려 20%까지 올랐다. 그린스펀과 마찬가지로 폴 볼커도 역시 “인플레이션만 잡으면 경제성장과 고용증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는 믿음에 기초하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집중했던 것이다. 어쨌든 [그림3]에서 보는 것처럼 1981년 13.5%에 달했던 미국의 물가는 1983년 3.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그 대가는 가혹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한 볼커의 금리인상과 초긴축, 그리고 레이건 대통령의 감세와 규제완화가 짝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초창기인 1981년 7월~ 1982년 11월 경제성장은 -2.0%로 다시 추락했고, 실업률은 10% 수준으로 치솟아 미국 국민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 넣었다.

결국 신자유주의를 탄생시켰던 폴 볼커와 로널드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대처법은 미국 국민의 지독한 고통을 볼모로 한 것이었다. 그 조차도 물가 진정 외에는 1980년대 미국 경제를 제대로 회생시키지는 못하고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양산하여 1985년 플라자 합의에까지 이르게 된다. 따라서 이들이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경제발전을 이루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왜냐하면 미국경제의 전성기인 1990년대에는 동구사회주의 붕괴와 미국 단일패권의 형성, 동유럽과 러시아와 중국 등 신흥시장의 급부상, 그리고 금융과 IT산업의 부흥이 결합되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즉, 볼커와 레이건의 경제정책의 효과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특히 이후 워싱턴 컨센서스에도 영향을 준 고금리, 긴축정책은 1998년 한국을 포함한 수많은 나라에 고통을 안겨준 실패한 정책이다.

그러나 고금리, 통화긴축, 규제완화, 감세 등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해법이 미국과 전 세계를 신자유주의 경제로 전환시켜간 것은 확실하다. 나아가 노동운동의 붕괴, 노동자들의 상대적인 소득 하락과 양극화가 벌어지기 시작하는 분기점이 되었다는 것도 확실하다. [그림4]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은 폴 볼커와 레이건의 경제정책이 시작되던 시점부터 노동자의 분배몫이 생산성 상승속도와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자들에게는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장기적이고도 지속적인 분배악화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요약하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폴 볼커의 해법, 신자유주의 해법은 다수 노동자와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이었으며, 그나마 그 희생에 대한 보상은 이후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인플레이션만 잡으면 성장도 되고 고용증대도 될 것이라는 폴 볼커의 기대는 실현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보면서 금리인상과 초긴축, 감세 정책 등을 동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정책결정자들이 과감하게(?) 국민의 희생과 고통을 요구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2008년 한국 상황에 폴 볼커식의 국민희생을 압박하라는 주장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일정한 세금인상과 정부지출 증대 등을 배합하고 기술혁신을 추진하는 등 미국, 영국과는 다소 다른 대책을 세웠던 일본이 1980년대에 성장률과 물가안정에서 더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는 주장은 그나마 좀 나아 보인다.

2008년 스태그플레이션은 다르다

최근 상황에 가장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영역은 아무래도 증권투자자들인 듯 싶다.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의 주식투자법’이 언론지상에 빈번하게 오르내리고 있는데 대략 현금과 상품, 실물을 확보하라는 따위의 주문들이 주종을 이룬다. 여전히 노동보다는 자본의 순발력이 뛰어난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우선 2008년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즉,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수습했던 신자유주의 경제가 바로 지금의 스태그플레이션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80년대 이후 경제의 금융화와 금융규제 완화는 각종 첨단 파생상품기법을 만들어냈고, 이들을 취급하는 헤지펀드를 키웠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레버리지를 이용해서 전 세계로부터 거대한 자금을 동원하여 금융시장을 키웠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미국 국내 주택금융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금융문제로 전환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편에서는 미국과 세계의 실물경기 침체를 불러일으켰고, 다른 편에서는 달러가치 하락과 금융자본의 실물시장 이동을 부채질하여 석유와 원자재, 곡물시장에 거대한 투기적 수요를 일으킴으로써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켰다.

이렇게 해서 2008년 판 스태그플레이션이 30년 만에 재현된 것이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최근 1년 동안 무려 아홉 차례에 걸쳐 금리를 3.25% 내린 것은 인플레이션 때문이 아니라 금융위기를 막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월가가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으라고 훈수를 두면서도 막상 미국에는 그런 요구를 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결국 30년 전에는 신자유주의 해법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잠재웠는지 몰라도, 지금은 신자유주의 자신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의 원인이며 주범인 처지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80년대 식 규제완화, 감세, 긴축, 고금리 따위로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처한다는 것은 문제의 원인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오히려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응했던 영국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해법을 역적용해야 한다.

금융 규제 강화, 재정정책을 통한 내수회복이 필요

지금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현재의 금융위기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과, 특히 금융감독 강화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은 금융 불안정성과 얽혀있다는 점에서 1970년대와 다르며, 금융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금융에 대한 감독과 규제의 강화밖에 없다.

또한 수십 년 동안 완전고용과 복지확대를 이어가던 끝지점에서 발생한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과는 달리, 수십 년 동안 양극화 확대와 복지 축소가 심화되던 상황에서 맞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지금 상황의 특징이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폴 볼커식으로 물가 상승을 막는다면서 극단적인 경기침체와 국민의 고통감수를 요구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사고다.

자본주의가 이미 한 번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하더라도, 양극화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한국 국민들은 물가 안정이 될 때까지 지금 이상의 경기침체를 견뎌낼 수 있는 내성을 갖고 있지 못하며 정책결정자들이 이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무조건 긴축을 요구하는 것은 위험하며, 지금은 정부가 한편에서 적극적 재정정책을 구사하고, 이를 위해 감세조치를 중단하여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요약하면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은 신자유주의에 의해 발생된 것이며 특히 신자유주의 금융위기와 연동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점에서 70년대의 그것과 다르다. 현재는 규제완화, 감세, 긴축 등의 정책적 수단들을 동원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처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금융을 중심으로 한 규제와 감독강화로 금융 불안정성을 통제하면서 일정한 재정 정책수단을 동원하여 내수회복을 촉진시켜야 한다.

한국의 신자유주의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주장해왔던 경제정책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는데도 전혀 이 지점에 대한 자성이나 문제점에 대한 인정이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히려 다시금 국민들에게 물가를 잡을 테니 경기침체의 고통을 감수하라는 요구를 한다. 규제완화와 감세확대를 주장하면서 노동자의 임금인상이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다며 자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수 국민과 진보도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만 하고 있을 시점이 아니다. 조만간 모든 고통의 책임이 국민들에게 넘어올 수도 있다.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정확한 원인 진단에 기초하여 적극적 대응을 요구해야 하며, 특히 신자유주의에 의해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 타개를 기점으로 한국경제 구조전환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마치 40여년 전 케인즈주의 경제시스템이 스태그플레이션 대처과정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으로 전환되었던 것처럼, 지금은 신자유주의를 벗어나는 구조 전환을 시작할 때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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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07.25 13:31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정책만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비용충격 인플레이션 국면에서의 금리 인상은 의도한 물가안정 효과는 발휘하지 못한 채 오히려 경기하강 속도의 가속화와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통화정책의 일반적인 파급 메커니즘을 통해 금리 인상책의 실효성에 대해 검토한 뒤, 물가 안정책을 비롯한 하반기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금리 인상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하반기 경제 회복을 위한 제언> 보고서 원문보기

1. 통화정책의 파급 메커니즘

■ 공개시장조작 정책
이자율타깃팅을 실시하는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 인상을 발표한다. 주로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통해 금융자산(통화안정증권이나 RP)을 매각[유동성 축소]하여 금리상승을 유도하는 것이다.
정책금리 상승은 은행채나 CD금리와 같은 금융기관의 시장성금리 상승을 초래하고, 재정차익 거래와 기대 실현을 통해 장기금리 상승을 낳는다. 또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금리, 환율, 자산가격, 신용 등 네 가지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 및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 금리 경로
금리 경로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되는 가장 고전적인 채널이다. 단기금리를 올리면 자본의 ‘사용자비용’이 증가하고, 국채가격을 비롯한 장기금리가 상승하여 투자의 기대수익률이 하락한다. 이는 총수요 구성요소인 고정투자, 건설투자 등 투자지출의 감소를 초래하여 생산량 하락을 가져온다.(사용자비용user cost이란, 자본자산의 사용 또는 자본서비스를 얻는데 따르는 비용으로, 통상 감가상각과 이자비용으로 구성)
또한 금리 인상이 기업의 투자지출 결정에 미치는 경로는, 주택과 내구재에 대한 소비자의 결정에도 동일하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주택투자와 내구재 소비의 지출도 하락한다.

■ 환율 채널
수출 주도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경제의 특성상, 환율효과를 통한 경상수지 파급 경로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금리를 인상하면, 원화채권(또는 원화예금)이 다른 외화표시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상승하므로 원화가치가 상승한다.
원화가치 상승은 달러로 표시한 국내생산물(수출품)이 해외생산물(수입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효과[국내 기업 가격경쟁력 하락]를 낳는다. 따라서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려 경상수지 적자를 확대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특히 원화가치 상승은 원자재 수입가격을 직접적으로 하락시켜 직접적인 물가 하락 효과를 낳는다.

■ 자산가격 효과
통화정책이 자산가격을 통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주로 토빈의 q(기업의 시장가치/자본의 대체비용) 이론으로 설명된다. 토빈의 q가 높으면 기업의 시장가치가 자본을 새롭게 대체하는 비용보다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주식발행이나 차입을 통한 신규투자 증가로 투자지출이 확대되지만, 반면 q가 낮으면 다른 기업을 저렴하게 인수하거나 기존의 설비투자를 인수하여 투자지출이 감소한다.

화폐를 다른 상품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통화주의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통화량 축소는 개인들이 보유하고자 하는 실질잔고 감소를 초래하며, 실질잔고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금융자산이 주식 투자의 비중을 줄여 결국 주가하락을 초래한다.
이에 비해 케인즈주의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주식투자에 비해 채권이나 정기예금의 상대적 수익률을 증가시키고, 긴축정책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어 주가하락을 초래한다. 그리고 주식가격 하락은 토빈의 q의 하락을 초래하고, 이는 투자지출을 감소시켜 생산량 축소로 이어진다.
결국 통화량 하락과 금리 인하는 주가 하락, 투자 하락, 생산 하락을 낳는다.

주식시장의 투자지출 축소 효과는 부동산시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금리 인상은 은행의 자금조달 원천인 CD와 회사채 등 시장성금리의 동반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부동산 구입의 비용과 부동산 투자의 상대적 매력을 감소시킨다. 결국 부동산 수요 감소에 따른 부동산가격 하락은 건설투자 축소로 이어진다.
또한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따르면 금융자산의 주요 구성요소인 주식가격 하락은 금융자산의 가치를 하락시켜 소비 또한 감소한다. 이는 부동산가격의 하락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신용채널
금리상승에 따른 자산(주식과 부동산) 가격 하락은 대출의 담보가치 하락을 초래하며, 대출 리스크가 상승함에 따라 금융기관의 재무포지션이 하락하고 대출자 프리미엄이 상승한다. 프리미엄은 기업의 금융 포지션에 주로 의존하는데, 당기순이익 등 내부유보자금에 주로 의존하는 대기업은 프리미엄이 낮게 부과되는데 비해, 외부차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에 부과되는 프리미엄은 높다.

또한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은 지급불능 위험을 상승시키고, 모니터링 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차입자 프리미엄 또한 상승한다. 결국 금리 상승은 현금흐름(cash flow) 압박과 자산가격 하락을 통해 대출, 즉 투자와 수요 감소를 초래한다.[Balance sheet channel]
이러한 원리는 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데, 금리상승에 따른 대출규모 축소와 현금흐름 압박은 다른 자금조달 원천을 보유하지 못한 가계[주로 중ㆍ저소득층]의 소비지출 하락을 유발한다.

특히 은행대출을 통해 부동산 등 자산을 무리하게 구입한 가계는 자산가격 하락과 현금흐름 압박으로 재무적 곤란(financial distress)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주택담보대출 상환부담이 크기 때문에, 금리상승은 중ㆍ저소득층의 현금압박을 통해 가계파산과 강제 자산매각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현금압박에 대비하여 가계는 유동성 측면에서 화폐나 예금을 비롯한 유동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부동산 등 비유동자산 비중과 내구재 지출을 축소한다.[Cash-flow effect]

2. 물가상승의 원인과 대책

■ 금리 인상 파급 경로 요약
금리 인상은 금리 경로를 통해 과열상태인 경기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총수요 하락과 수입가격 하락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정책효과를 낳는다. 즉 경기가 과열상태에 있는 경우 금리 인상은 총수요 억제를 통해 물가상승을 완화한다. 그러나 금리 인상의 실물경제 파급에 대한 여러 계량분석을 검토해도, 금리 인상의 물가완화 효과는 작은 반면, 실물경제 침체 효과는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중앙은행의 1% 금리 인상(2년 후 인하)의 실물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계량분석을 요약하면, GDP는 2년 후에 0.4% 감소한 반면, 물가는 그로부터 2년 후인 4년째에 0.4% 감소했다. 여기서 초기 2년 동안의 0.2% 인하 효과는 우리 정부가 발표한 가스요금 인상 효과보다 크지 않았다.
초기 2년 동안은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이 물가하락을 주도하지만, 그 이후에는 자본비용 상승에 따른 투자지출 하락이 물가하락을 유발했다. 특히 투자지출에 대한 감소효과는 매우 크고 장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비용충격 인플레이션의 경우, 금리 인상은 추가적인 총수요 억제를 통해 경기하강 속도의 가속화와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초래하고, 의도한 물가안정 효과는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동향, 금리 인상의 실질적 비용과 편익을 더욱 면밀히 검토한 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물가상승의 원인과 대책
최근 급격한 물가상승의 원인은 비용충격에 기인한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는 원자재 상승분이 생산재와 소비재 가격으로 파급되는 것을 환율하락이 상당부분 완충시켰지만, 상반기 환율상승은 오히려 생산재, 소비재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6월 들어 급격한 환율 상승 추세가 상당히 완화되었고 7월 유가와 천연가스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공산품 가격을 중심으로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많이 추월했고, 시차가 적용되기 때문에 유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3일에 있은 한국은행의 경제동향 간담회에서도, “물가는 비용요인에 주로 기인하여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는데 유가상승이 멈추더라도 물가상승 여파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 기대심리→임금인상→물가상승”의 악순환을 차단한다는 명분하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위의 메커니즘은 경기상승 국면에서 전형적인 수요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한 긴축통화정책으로, 2008년 한국적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 처방이다.

소비와 투자 등 총수요가 증가하고, 70년대 서구의 경우처럼 완전고용 상태에서 노동조합의 임금 협상력이 강한 경우,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을 차단하기 위한 ‘소득정책’은 유효하다. 그러나 서유럽의 ‘소득정책’은 중앙-산별 협상구조 하에서 삼자(정부, 노동자, 기업)가 환율ㆍ금리ㆍ임금ㆍ이윤 등 주요 거시경제변수에 대한 적절한 합의를 통해 물가를 억제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비해 기업별 협상구조가 주를 이루고 노동조합의 조직률과 협상력이 매우 낮은 한국의 경우 ‘소득정책’은 노동자의 일방적 고통분담으로 귀결되는 것이 과거의 사례다.

최근 소비와 투자, 고용 등 총수요가 부진하고, 노동조합의 협상력이 약한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한 금리 인상 정책은, 경기하강 속도만 더욱 가속화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경착륙,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의 부담만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과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현 경제팀을 전면 교체하고, 정부의 ‘약속과 공언’대로 하반기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하반기 경제안정 대책
원자재를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수입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안정적인 환율관리가 물가안정에 긴요하다.

금리 인상은 이자율 평형설에 따라 재정차익 거래를 통해 환율을 하락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미국이 3% 이상 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왜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수출주도 성장을 위한 정부의 고환율 정책,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달러) 선호[외평채 가산금리 상승], 외국인의 주식시장 순매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용, 채권, 주식시장 안정과 급격한 경기하강을 방지하기 위해 중립적 통화정책, 안정적 환율정책, 적극적 재정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유가가 150달러를 넘지 않는 한 금리는 동결해야 한다.
또한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하반기에 예상되는 무분별한 M&A와 출혈경쟁을 방지하고, 금융기관의 대출, 위험자산 등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주식시장의 급등락을 사전에 방지하고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매도’를 비롯한 신용/대차거래에 대한 한시적 제한조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금리는 동결하는 대신, 부동산 관련 세제, 재개발 완화 정책을 중단하고, 금융기관의 주택대출 실태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여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부동산시장의 하향안정화 추세가 일시적으로 전환된 후, ‘투기적 기대’가 경기하강 국면에서 실현되지 못했을 경우 급격한 경착륙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원자재 가격의 파급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가스, 전기료 등 공공요금을 하반기에 가급적 동결해야 한다. 원자재 가격과 소비자물가가 전환되는 추세를 확인한 후 원가인상 요인을 최소한도로 반영하며, 경영상 필요한 원가인상 요인은 에너지 공기업 임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필요하다면 재정정책을 통한 보조금 지원으로 동결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사연 여경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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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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