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2 / 18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2013 세계의 시선(8) Helicopter Money: 선진국 양적완화정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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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 목 차 ]

1. 저자와 보고서에 대한 간단한 소개
2. 보고서의 주요 내용
3. 보고서의 시사점 
 

 

[ 본 문 ] 

1. 저자와 보고서에 대한 간단한 소개

 - 이 보고서 저자의 한 사람인  맥컬리(McCulley)는 세계적인 채권투자회사 핌코(PIMCO)에서 경영이사를 역임, 2007~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스키 시점(Minsky Moment)과 그림자금융체제(Shadow Banking System)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 유명해진 경제학자.
콜롬비아 대학에서 MBA를 받은 후 25년 동안 UBS, 핌코 등 채권 분야에서 전문 펀드매니저를 경험함. 1999년 이후 핌코의 단기채권 부서를 이끌면서 경제포럼 개최, 주기적인 칼럼(글로벌 중앙은행 포커스) 등을 작성하여 명성을 떨침.
2010년 12월 핌코에서 은퇴한 후, 현재 비영리 싱크탱크인 Global Interdependence Center에서 Zoltan Poszar와 함께 공동 작업을 수행하고 있음.
맥컬리는 특히, 포스트 케인지언(Post-Keynesian) 경제학자로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하여 명성을 날린 민스키의 영향을 많이 받음.

 

- Pozsar는 뉴욕연방준비은행 시장 감독 부서에 근무하면서 그림자금융 시스템을 해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유명해지기 시작함.
뉴욕연준의 스텝 보고서(Staff Report) 형태로 발표한 보고서(Shadow Banking System; http://www.ny.frb.org/research/staff_reports/sr458.pdf)를 통해, 최초로 그래픽 도해를 통해 베일에 가려진 그림자 금융의 작동 방식을 알기 쉽게 설명함.[그림1]
2008 금융위기 이후 미 재무부, 백악관, FOMC, BIS 등에 글로벌 금융의 발전과 그림자금융 감독 등에 대하여 조언함. 현재 IMF 방문학자로 그림자금융 규제에 대한 정책 자문을 수행하면서, 폴 맥컬리와 함께 GIC를 통해 양적완화와 재정지출을 확대할 것을 주문하는 정책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음.
 

-  이 보고서를 통해 5년 전(2008년) ‘금융’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을 수정한 것처럼, 이제는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 또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함.  
즉 “장기적 부채 사이클이 존재하는 한 중앙은행 독립성은 정거장일 뿐 최종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함.
최근 집권한 일본 아베 총리는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의 이중목표제, 무제한적 양적완화, 물가목표치 상향 조정(1%→2%) 등 중앙은행에 대한 적극적인 경기부양 역할을 강조함.
또한 3차례 양적완화의 실효성 여부에 대한 연준 내부의 이견, 긴축정책 지속에 대한 정치적·이론적 대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중앙은행 독립성’ 패러다임 또한 수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여 생산적인 논쟁 및 담론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함.
최근 일본과 미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중앙은행 독립성과 재정건전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한국의 정치담론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음.
통화정책이 작동하지 않는 유동성함정에 대한 이해, 다양한 QE 정책 간 비교 분석, 1913년 연준 창설 이후 최근 QE에 이르기까지 미 연준과 재무부 간 권력투쟁의 역사 등을 통해 현대 거시금융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대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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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금융체제와 금융 불안정성의 세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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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hadow Banking 시스템

2007년 8월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세계적 경제침체가 지속된 지 벌써 3년이 돼가고 있다. 그리고 그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얘기들 한다. 필자가 보기에도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는 등 지난 연말과 올 초에 보이던 극단적인 금융 불안정성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오히려 달러 약세에 따른 세계적인 리플레이션으로 또 다른 버블이 우려될 정도다.

그러나 경기 ‘회복’을 위해 중앙은행과 정부는 금융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쏟아 부었음에도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경제체제 ‘개혁’은 거의 실시하지 못하였다. 파산한 금융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또 다시 버블-붕괴(Boom-Burst) 동학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 세계경제의 구조적 불균형과 달러체제의 불안, 그림자 금융체제의 폭발적 성장, 실물시장의 과잉공급, 가계ㆍ기업ㆍ금융기관의 레버리지,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다. 최근 일부 금융시장에서 이러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고 유가가 치솟고 있는 것은 단적인 예다.

기억을 되살려 유가가 폭등하던 2008년을 되돌아보자. 2008년 5월 ‘골드만삭스’가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실제로 유가는 147달러까지 치솟았다. 원유 선물 거래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골드만삭스의 파워와 투기세력의 결탁으로 시장의 수급과 별 상관없이 유가는 치솟았다. 이들은 2005년에도 ‘슈퍼 스파이크’ 이론을 내세워 원자재 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 단언하기도 하였다.

골드만삭스의 예언(?)과 달리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속에 올 초에 유가는 34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또 다시 유가가 치솟아 70달러를 넘어섰다. 역시 골드만삭스가 올해 말 85달러, 내년 9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올해 말 전망치는 기존의 65달러에서 85달러로 30퍼센트 이상 올렸는데, 유가가 80달러 근방으로 오르고 이들이 또 다시 수정전망을 내놓으면 유가는 더 오를 수도 있다. 투자은행에서 은행지주회사로 간판만 바뀌었지, 골드만삭스의 투기적 행태는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화려한 ‘말잔치’로 오르는 가격은 결국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금융 버블의 역사를 고찰하면 모든 버블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투기 대상은 자신의 내재적 성격이나 가치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금융상품으로서만 구입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금융상품의 가격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이탈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음으로, 금융상품의 가격 상승은 구매력의 지속적인 확대를 동반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더 풍부하게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금융혁신’을 자극한다.

이번 금융위기도 이러한 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80년대 초반부터 추진된 탈규제 정책의 결과, 구조적으로 그림자 금융체제(Shadow Banking System)가 구축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증권화’라고 하는 신종 금융기법으로 버블을 키웠기 때문에 모든 금융시스템에 확산되었다.

논의를 전개하기 위해서 은행의 본연적 기능이 무엇인지부터 고찰하자. 통상 은행을 금융 중개기관이라 하는데, 개별 가계의 예금을 집단적으로 수취하여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대출하는 중개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계의 저축과 기업의 투자를 연계하며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 앞에 줄을 서서 일시에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 혹은 부실 대출로 인한 파산 가능성 등에 대비하여, 현대 금융체제는 ‘예금보험’이라는 안전망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금융안전망의 기능은 국방, 치안, 의료, 교육과 마찬가지로 공공재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 보험료를 지불할 인센티브가 작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세금을 활용하여 예금보험공사를 설립함으로써 그러한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대공황의 교훈을 삼아 1933년 미국에서 연방예금공사(FDIC)를 설립한 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은행은 중앙은행의 재할인율 창구를 통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위기 시에는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으로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가로 금융 감독기관으로부터 안정성, 건전성 규제와 감독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은행 기능과 달리, 탈규제의 환경에서 규제와 감독의 레이더를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를 하는 금융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을 그림자금융이라 하는데 투자은행, 헤지펀드, 사모펀드, 구조화 투자회사(SIV), 컨듀잇(Conduit)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면 이들은 어떻게 자금을 조달했을까? 통상 단기 자금시장에서 은행 간 차입이나 CP(기업어음)를 발행하여 담보 없이도 자금을 조달한다. 또한 담보를 조건으로 Repo나 ABCP 등 담보 채권을 발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중앙은행의 재할인율 창구에 접근할 수 있는 상업은행과 신용라인(Credit line)을 개설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들의 자본금 대비 부채 비율인 레버리지는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투자은행은 통상 자본금의 30배, 헤지펀드는 그 이상으로 레버리지 비율을 높여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윤을 극대화하는 기업으로서 레버리지 비율을 높이면 당연히 시장에서 평가하는 자기자본수익률(ROE)도 높아진다. 구조적으로 ‘수익률 추구’ 게임에 내몰리고 감독과 규제가 취약해지면 금융기관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그림자 금융체제로 편입하려는 인센티브를 지니게 된다.

다음 그림은 상업은행 총자산에 대한 투자은행과 헤지펀드의 자산 비율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헤지펀드의 자산은 고객이 위탁한 운용자산(Asset under management)만을 표시하고 있는데, 헤지펀드의 총자산은 통상 운용자산의 두 배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이미, 투자은행과 헤지펀드의 자산은 상업은행 자산의 50퍼센트를 넘을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높은 레버리지에 위험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감행하지만, 그림자 금융은 정부가 제공하는 금융안전망의 레이더 밖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이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바로 정부와 신용평가기관 에 있었다.

정부는 ‘금융혁신’과 ‘유동성’이라는 명목 아래, 그림자금융에 대해서는 규제와 감독을 느슨하게 실시하였다. 따라서 그림자금융은 당연히 규제차익의 이익과 높은 레버리지 비율로 버블 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또한 무디스나 S&P와 같은 신용평가기관은 그림자금융이 발행하는 (무)담보 채권에 높은 신용등급을 매겨주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과 신용평가기관의 도움으로 그림자 금융이 발행하는 금융상품은 은행의 예금처럼 ‘안전하다’고 믿게 되었다.

2. 케인즈와 민스키

그림자금융의 폭발적인 성장과 붕괴는 경제학자 민스키(Minsky)의 금융 불안정성 가설이 제시한 경로와 매우 흡사하다. 그는 비록 1996년에 죽었지만 그의 이론은 미국의 금융위기를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 폭넓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비단 그가 활동했던 포스트 케인즈학파 내부뿐만 아니라, 월가에 종사하고 있는 금융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확대되어 왔다. 1998년 헤지펀드 LTCM 파산 사건에서 ‘민스키 시점(Minsky Moment)’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 PIMCO의 McCulley, UBS의 수석 경제자문 Magnus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주류 언론매체에도 반영되어 월스트리트 저널에 ‘무명의 경제학자가 명성을 얻고 있다’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리기도 하였다. 거기에는 “최근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은 ‘민스키 시점’을 방지하거나 연기하기 위함이며, 이는 시장실패의 증거”라는 CLSA 그룹에서 활동하는 Wood의 말도 인용되어 있다.
‘민스키 시점’이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우량 자산마저 매각해야 하는 상황, 즉 금융자산에 대한 수요는 순식간에 감소하고 이와 반대로 유동성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케인즈의 유동성 함정이나 민스키의 부채-디플레이션 개념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지난해 나스닥 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매도프가 희대의 사기꾼으로 밝혀져 1920년대의 찰스 폰지를 무덤에서 불러낸 것처럼 서브프라임 사태는 케인즈와 민스키를 다시 불러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표현대로, ‘민스키 시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금융 불안정성 가설은 신뢰를 얻고 있다.

민스키는 시카고 대학에서 주류경제학을 공부한 후, 하버드 대학에서 학위를 따는 과정에서 케인즈 학파로 ‘전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75년 ’John Maynard Keynes’를 출간한 이후, 케인즈의 투자이론을 현대 금융자본주의 체제의 틀로 더욱 발전시켰다.

거시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한 케인즈는 아담스미스의 세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스미스에 따르면, 모든 개인은 자본과 노동을 투입하여 최대의 가치를 획득하게 되는데,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을 기울여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공공의 이익을 개선하게 된다. 시장경제는 한 마디로 유토피아와 같은 이상향이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언제나 공공의 이익을 달성한다는 스미스의 세계와 달리 케인즈는 공공의 이익과는 다른 방향으로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상정하고 있다.

이러한 원리를 흔히 ‘구성의 원류’ 혹은 ‘집계(총합)의 오류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절약의 역설’이다. 저축을 늘리고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는 것은 미시적 관점에서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지출은 다른 사람의 소득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지출을 축소하여 저축을 늘리면 경제 전체적으로 저축이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게 된다.

이는 비단 저축과 소비 행위뿐만 아니라 여러 경제 현상, 특히 현재의 금융위기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예를 들어 개별 자본가의 입장에서 임금을 삭감하고 고용을 줄여 이윤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동시에 그러한 결정을 실행하면 경제 전체적으로 소득과 유효수요가 줄어 오히려 총이윤도 줄어들 수 있다.

굳이 고상한 경제학적 원리를 도입할 필요도 없다. 관중이 가득 찬 야구장에서 우리는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의 차이를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일어서서 관람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거시적 관점에서 모든 개인이 동시에 일어서면 비합리적인 결과를 양산하게 된다. 좌석의 배열을 바꾸는 것처럼 거시적 입장에서는 경제구조의 개혁이 더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스미스의 전통을 따른 것이 바로 70년대 초반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시장이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정보를 제공한다는 ‘시장효율성 가설’이다.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내재적 불안정성’과 ‘취약성’을 분석한 것이 바로 ‘금융 불안정성 가설’이다.

3. 민스키의 금융 불안정성 가설

민스키의 이론은 경기변동에 관한 케인즈의 투자이론에 기초하였다. 케인즈는 경기변동이 투자에 기초한다는 것을 밝혔지만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어떻게 조달되며 자금조달에 수반한 부채구조 변화가 투자와 이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지는 않았다. 이에 비해 민스키는 자본주의의 제도적 변화와 금융혁신에 따라 기업의 자금조달 행위가 어떻게 진화하며, 역사적 진화의 특정 단계에서 금융의 불안정성이 어떻게 확대되는지를 보여주었다.

투자-이윤-레버리지의 자기 파괴적 불안정성이 진행되는 경로는 세 가지 경제적 단위의 진화와 밀접한 관련을 보인다. 바로 헤지(Hedge), 투기(Speculative), 폰지(Ponzi) 단위로의 진화다.

헤지 단위는 기업 운영을 통한 현금흐름(cash flow; 가계의 입장에서 소득)이 부채상환액(원금+이자)을 초과하는 단위로, 부채구조에서 자기자본을 통한 자금조달이 우세한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헤지 단위는 일시적으로 위험이나 투자의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지만, 금리 변동과 같은 금융시장 조건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실물시장의 현금흐름에만 영향을 받는 안전한 단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투기 단위는 상환해야 할 금액이 현금흐름을 초과하는 경우로, 통상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을 감당할 수 있는 단위를 말한다. 원금을 상환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의 부채를 연장하여 부채구조를 유지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지막, 폰지 단위는 운영상의 현금흐름으로 원금은 물론 이자 상환도 어려운 단위로, 다른 자산을 매각하거나 신규 차입을 통해 이자를 상환하는 매우 불안한 부채구조를 지니고 있다.

특히 헤지 단위가 실물시장의 현금흐름에만 영향을 받는데 비해 투기나 폰지 단위는 금융시장 변동이나 중앙은행의 정책, 특히 금리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경제에서 헤지 단위의 비중이 높을수록 경제적 안정성은 높아지는데 비해 투기나 폰지 단위의 비중이 높을수록 경제는 점점 더 취약해진다.

금융 불안정성 가설은 Boom-Burst의 두 동학으로 구성된다. 먼저 경기 침체기에 기업이 실현한 이윤과 투자자들의 기대는 낮아진다. 동시에 위기 해소를 위해 정부의 재정지출이 늘어나고, 과잉부채를 지닌 기업이 파산하는 자본의 구조조정 결과 금융구조는 상대적으로 안정된다. 그러나 경제가 침체기에서 점차 벗어남에 따라 기업의 실현 이윤은 서서히 증가하는데, 투자자의 위험성향은 과거의 버블 붕괴의 기억이 지배하는 한 여전히 높게 유지된다. 결국 실현된 이윤이 낮아진 기대를 초과함에 따라 금융자산의 수요가격은 점차 상승한다. 기업이 실현한 이윤이 형편없이 낮았음에도 주가가 상승하는 것 또한 이러한 이치다.

Better than expected! 시장이 현실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기대가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다. 금융구조가 더욱 안정됨에 따라 위험추구 성향이 점차 증가하면 금융자산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한다. 이는 자산 가격, 그리고 담보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레버리지를 더욱 높이게 된다. 물론 실현된 이윤을 기존 부채의 상환이나 내부자금조달에 사용할 경우 레버리지 비율은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경쟁압박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산업 내 다른 기업에도 동일한 행위를 강제하게 된다. 특히 금융 산업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자기자본수익률(ROE)로 수익성을 평가하고, 증권화에 의존하는 금융구조의 내부적 변화, BIS 비율 등 자산 안정성 규제 등이 경기 순응적이므로 체계적으로 레버리지 비율은 상승한다.

경제적 호황기에 투자자들은 ‘도취적(euphoric) 기대’에 빠지게 되고, 부채 증가율이 이윤 증가율을 초과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윤은 생산성 증가에 따라 제약을 받지만 신용 확장은 금융혁신에 따라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호황기 안정적인 부채상환은 경제주체로 하여금 운영상 현금흐름과 시장의 자금조달 환경에 점점 더 신뢰를 부여하게 된다. 따라서 안전 마진(혹은 위험회피성향)이 줄어들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강해지고 안전마진은 점차 줄어든다. 즉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경제주체의 관점과 유동성 선호 또한 변화한다.

이처럼, 거시경제 변수의 변동에 따른 경제체제와 경제주체의 반응은 체계적으로 변수의 운동을 증폭시킨다. 자본주의 경제는 안정기에 파국의 씨앗을 키우며 불안정을 이미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안정기가 잉태하는 자산 가격과 신용확장은 필연적으로 불안정성을 양산한다. 안정기는 결코 최종 종착역이 될 수 없으며 불안정기로 향하는 하나의 정거장에 불과한 것이다.

민스키의 이론은 한 마디로 ‘자본주의 경제의 내재적 불안정성과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경제적 번영기에 안정적인 금융관계에서 불안정한 금융관계로 자연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현 금융위기를 특징짓는 자산 가격, 주택담보대출, 그림자금융의 버블을 포함한 Boom-Burst 동학은 이러한 이론적 틀로 잘 설명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시장은 효율적이고 ‘발견 과정’을 통해 올바른 가격을 항상 찾아가도록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은 멋진 기능을 발휘하지 않느냐고, 멋진 손을 지닌 그 보이지 않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로 갔느냐고 말이다.

실제로, 금융시장에서 가장 흥분되고 높은 수익이 발생할 때는 역설적으로, 스미스의 멋진 녀석이 사라질 때다.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헤지를 명분으로 파생상품을 만들고 그것이 장외시장에서 알 수 없는 가격에 거래될 때 ‘투기’는 최대한의 수익을 내는 것이다.

4. 부동산시장의 금융 불안정성 : Boom-Burst

금융 불안정성 이론은 경기변동을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부채 단위 - 헤지, 투기, 폰지 - 로의 누적적 진화를 통해 개체가 전이되면 될수록 주택담보대출, 자산 가격, 그림자 금융 그리고 파생상품과 같은 다른 음성적 버블들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버블이 터졌을 때, 기존의 모든 위험과 자산 가격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만약 중앙은행과 정부의 개입이 없었다면 시장은 효율적으로 작동하여 스스로 병을 치료하는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 더 큰 파멸의 늪으로 더 깊이 빠졌을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주택시장에서 어떻게 버블이 누적적으로 확대되었는지 헤지ㆍ투기ㆍ폰지 단위로 각각 나누어 이를 살펴보자. 실제로 미국의 주택시장은 정확히 금융 불안정성의 세 단계 경로를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부채 단위인 헤지 단위 - 차입자의 현금흐름(소득)으로 원금과 이자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단위 - 는 전통적인 주택담보대출 형태에 해당한다. 30년 모기지는 우리 아버지 세대가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 주로 행했던 대출로 미국에서는 아직도 보편적이다. 매월 지정된 계좌를 통해 원금과 이자가 균등하게 상환된다. 국민은행의 주택금융수요실태조사를 보면 한국에서는 2008년 기준으로 45.6퍼센트가 이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좀 더 위험한 부채구조 - 현금흐름으로 이자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단위 - 를 지닌 투기 단위는 집값 상승을 거의 확신하는 단위다. 신문지상에 연일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데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30년 동안 원리금을 균등하게 상환하는 일상이 지루할 법도 하다. 통상 이러한 대출을 미국에서는 Interest-Only 대출이라 하며 국내에서는 좀 더 세련된 말로 ‘만기일시상환’이라 한다. 매월 이자만 납부하다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는 대출로 부동산 투기 붐에 따라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한국의 경우 2006년 36.1퍼센트에서 2008년에는 41.퍼센트까지 늘었다. 2~3년 마다 주기적으로 만기를 연장하는데 최소한 다음 세 가지에 대해 ‘투기’하고 있는 셈이다.
금리가 상승하지 않을 것이며 만기를 포함한 대출 조건이 변하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집값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헤지 단위에서 투기 단위로 전환하더라도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한 아무런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다. 게다가 동일한 금액을 대출받더라도 원리금 균등상환보다 만기일시상환이 매월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적다. 따라서 동일 소득으로 만기일시상환은 더 많은 금액, 더 비싼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만든다. 즉 만기일시상환의 비중이 높을수록 수요 자체만 보면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된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다른 내구재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은 사는 순간부터 가치가 떨어지고 관리 및 유지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가며 유동성 또한 매우 낮다. 게다가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미분양은 넘쳐 난다는데 왜 그렇게 투기의 광풍이 부는 것일까? 자산 시장에서는 ‘가치’ 투자가 아니라 ‘모멘텀(Momentum)’ 투자가 돈을 벌기 때문일 것이다. 싼 값에 사서 비싸게 팔아라. 아니다! 가격이 올라갈 때 사서 더 비싼 가격에 파는 것이다. 이른바 Greater fool theory가 작동한다. 즉 나보다 어리석은 사람이 최소한 한 사람쯤은 돈다발을 들고 대기하고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쉬운 말로 하면 폭탄 돌리기다.

이러한 투자 관행에 따라, 이자 상환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가장 취약한 폰지 단위가 확산된다. 이런 비합리적 대출 관행은 어떻게 발생했을까? 두 가지 조건이 구비되었기 때문인데 하나는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비이성적 기대, 다른 하나는 ‘증권화’라고 하는 새로운 금융 모델이다.

2003년부터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은행들은 초기에 시장금리보다 낮은 유혹적인 미끼를 내던지기 시작했다. Negative Amortization! 낮은 금리를 지불하는 대신 원래 금리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원금에 추가된다. 국내 제도권에서는 이런 약탈적 대출 관행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 사채시장에는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관행이다. 연체이자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나면, 이자를 원금에 합산하여 새로 부채계약을 갱신한다. 미국에서는 만기에 상환해야 할 원금이 늘어나는 데 비해, 국내에서는 주기적인 계약 갱신을 통해 원금이 늘어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원래는 부동산 가치와 차입자의 상환 능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지만, 집값 폭등 시 차입자의 상환능력은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대출을 하자마자 여러 건수를 묶어서 새 상품으로 둔갑시킬 곳에 팔아버리면 되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산이 증권이나 파생상품이 되는 금융 연금술, 바로 증권화 모델(Originate to distribute model)이다. 국내 부동산 증권화(혹은 유동화) 시장은 미국처럼 크게 발달한 것은 아니다. 다만, 증권화 모델로 가는 도중에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을 뿐이다.

그림자 금융체제는 새로운 버블을 만들 상품과 그 상품을 만들 회사만 있으면 된다. 바로 몰락한 미국의 투자은행들이다. 물론 이들이 부동산 파생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출수요가 필요했다. 어떻게? 간단하다. 더 많이 대출할 수 있도록 대출 기준을 체계적으로 완화해 준 것이다. 구비 서류가 부족(Low doc)해도, 서류가 없거나(No doc) 거짓으로 꾸며도(Liar doc) ‘마구마구’ 대출하였다. 심지어 Ninja(no income, no job, no asset) 대출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였다. 대출 과정의 진화뿐만 아니라 증권화 과정에서도 진화가 있었다. MBS, ABCP, CDO, CDO2 등등.
신용평가기관은 과거의 연체율을 기준으로 AAA 도장을 쉴 새 없이 쾅쾅 찍어주었다. 상업은행은 대출을, 투자은행은 파생상품을, 신용평가기관은 ‘안전하고 수익이 높다’는 보증서를... 그림자 금융체제의 부동산버블 대량생산 시스템은 잘도 돌아갔다.

좋게 말하면 ‘금융연금술’, 나쁘게 말하면 ‘사기’에 버금가는 이런 기막힌 일은 가계에 만기일이 다가오고 집값 상승이 멈추면서 전환되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경제체질 혹은 Valuation의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값이 상승하지 않으면 폰지 단위는 애초부터 Burst 동학의 첫 번째 희생양으로 예고되어 있지 않은가. 물론 집값이 하락하면 투기적 단위도 마찬가지다. 어제까지 그렇게 온화하던 은행이 순식간에 대출금을 상환하던지, 아니면 금리를 올리겠다고 요구하지 않는가.

미시적 관점에서 그러한 대출기준 강화는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거시적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다. 부채의 구조조정을 위해서 가계는 주식이나 채권을 매각해야 하고, 이는 다른 금융시장의 추가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BIS 비율 강화도 마찬가지다. 개별 은행 입장에서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실자산을 매각하던지 대출을 축소해야 하는데 이는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급격히 위축시킨다. 자산의 출혈매각은 자산가격의 하락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자산매각을 강요하여 디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 인플레는 인플레를 키우고 디플레는 디플레를 키운다.

특히 경제주체가 자산을 동시에 매각해야 할 때, 자산가격 하락으로 자본손실이 발생하고 담보가치 또한 하락하여 우량자산마저 매각해가나 대출을 축소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버블이 붕괴될 때는, 가격(금리)이 문제가 아니라 공급(유동성)이 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절약의 역설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부(負)의 레버리지의 역설이 발생한다.

5. 정책 반응 : 정책개입의 역설

그림자 금융체제에 내재한 Boom-Burst 동학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금융 불안정성이 자본주의의 내재적 성격임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럴 때만이 단기적 금융시장 회복과 장기적 금융체제 개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외부 쇼크로만 이해할 경우 체계적인 정책 반응은 나올 수 없고 오직 위기극복이라는 명분하에 리플레이션 정책만이 뒤따르게 된다. 미국에서 회계기준을 완화하고, 요란한 스트레스 테스트 쇼를 벌이는 것도 리플레이션 정책의 일환이다. 국내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투기 방지, 자원의 생산적 배분,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 등을 위해 지난 수십 년간 구축해 온 부동산 규제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버블로 무너진 경제, 더 큰 버블로 일으켜 세우겠다고.

물론 급격한 자산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어느 정도 리플레이션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처럼 눈에 보일 정도로 버블이 확연한 곳에서는 버블이 바닥을 찾고 다질 수 있도록 디플레의 고통을 감당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정부지출 측면을 살펴보자. 소득 원천과 지출 측면으로 국민계정을 고려하면, 다음과 같은 항등식을 정의할 수 있다.

즉 (왼쪽부터 순서대로) 임금, 이윤, 세금의 합은, 소비, 투자, 정부지출, 무역흑자(수출-수입)와 같게 된다. 소비가 노동자의 소비와 자본가의 소비로 구분된다고 가정하고 양변에서 임금과 세금을 빼면, 결국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윤은 자본가의 소비에서 노동자의 저축을 빼고 여기에 투자와 재정수지와 무역수지를 더한 것이 된다.

여기에서 (노동자의 저축)이 0이라고 가정하면, 투자가 부족할 경우 정부 재정지출 증가로 파국적 붕괴 과정을 막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계와 기업,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가 무너지고 투자와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는 시점에서 이를 상쇄할 정도의 정부 재정지출로 이윤 수준의 급격한 붕괴를 피할 필요는 있다. 또한 중앙은행은 최종대부자로서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여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러나 취약한 금융구조를 유지하는 한 정부개입 정책은 파국적 경기침체를 방어 또는 연기할 뿐이다. 오히려 앞으로 발생할 경기침체는 더욱 길어지고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금융부문의 취약성이 증가하더라도 정부개입에 따른 누적적 학습효과는 더욱 더 위험한 투자 행위를 추구할 인센티브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또한 위험한 투자 행위에 대한 비용은 정부가 흡수하여 사회화하고, 위기 해소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몸집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취약한 금융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정책개입의 효과와 편익은 감소하는데 비해 정책개입의 비용은 증가하는 ‘민스키의 역설’을 반복적으로 맞게 된다. 5~7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 시절에 비해 정부개입의 효과가 떨어지고 경기순환의 주기가 짧아지는 것도 금융시장의 취약한 구조 때문이다.

미국이 1980년대 초 금융시장 탈규제를 추진했다면 한국은 그보다 10년 늦은 90년대 초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그것의 정점이 1999년 금융현대화법(Gramm-Leach-Billey Act)이었다면 한국에서는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이다. 비록 투자은행 모델이 사라졌지만, 위기가 해소되면 상업은행과 증권회사의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고 ‘증권화’를 비롯한 미국식 모델의 치명적 문제들이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본다.

그림자 금융체제의 대안은 금융업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 즉 은행 중심 모델로 개혁하는 것이다. 최소한 소비자와 국민경제의 안전판은 마련해 두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비자와 국민건강에 미치는 유해식품의 해독을 예방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식약청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독성자산, 투기적 파생상품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유해함은 유해식품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따라서 유해한 금융상품에 대해서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금융상품안전청’ 설립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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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